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어빙 슐먼 지음, 공보경 옮김 / 다니비앤비(다니B&B)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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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라는 제목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 또한 이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브로드웨이 뮤지컬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고 아마도 정확하게 어느 작품인지는 몰랐겠지만 가장 유명한 OST "Tonight" 또한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한 번도 뮤지컬이나 영화 등을 본 적은 없다. 따라서 내용도...전혀 모른다.


1957년 초연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원작으로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읽다 보면 물론 잠깐 "로미오와 줄리엣"을 떠올리기는 하지만 훨씬 더 긴장감 넘치고 미국 맨허튼 서부 외곽 지역의 갱단들 간의 갈등으로 깊이 있는 주제를 느낄 수 있다.

맨허튼의 슬럼가, 어퍼웨스트 사이드에는 기존 그 거리를 지킨다고 몰려다니는 제트파가 있다.

 제트파를 만든 리프와 토니는 한때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만 토니는 어느 날 그 생활에 환멸을 느끼고 미래를 위해 제트파를 떠난다. 그런 상황에서 이 거리에 조금씩 이사해 들어오며 공간을 넓혀가는 푸에르토리코인들이 리프는 영 눈에 거슬린다. 특히 베르나르도가 이끄는 샤크파와는 사사건건 부딪힌다. 이렇게 서로 신경이 곤두서느니 차라리 대놓고 전쟁을 하고자 한 리프는 토니를 설득해 샤크파와 만나는 자리에 대동하고 댄스파티가 열리는 문화체육관으로 향한다. 하지만 이곳에는 베르나르도의 동생 마리아가 와 있었고 토니와 마리아는 서로 한눈에 반한다.


이제 로미오와 줄리엣이 만났다. 양쪽 가문, 이들이 속한 집단은 서로 잡아먹지 못해 안달인 상태이다. 두 사람은 이 장애를 넘어 사랑을 할 수 있을지....... 1957년이면 미국에서 인종 차별이 심할 때였다. 흑인에 대한 차별뿐 아니라 자신들의 영역을 자꾸만 침범한다고 느끼는 모든 이민자들에 대한 차별도 심했다. 이 작품은 바로 이런 상황을 아주 잘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자신들의 할머니, 할아버지도 결국 이 나라로 온 이민자이면서 백인이라는 이유로, 혹은 먼저 이곳에 정착했다는 이유만으로 나중에 온 이들을 차별하는 것이다. 그런 차별에 베르나르도는 절망한다. 이 절망은 다시 분노로, 폭행과 전쟁으로 분화한다.


"뉴욕은 모든 것이 풍요로웠고, 증오마저도 넘쳐났다. 증오를 떨쳐내고 싶으면 모든 것을 포기하고 푸에르토리코로 돌아가면 될 일이었다. 마리아는 남을 미워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했다.사랑이 증오보다 훨씬 멋지고 기쁜 일이니 마음에 증오를 품은 채 살고 싶지 않았다."...39p


제트파와 샤크파 모두 아직 덜 성숙한 아이들이다. 누군가 나서서 인생의 목표를 정해주고 인도해주면 좋겠다고 느끼면서도 스스로의 열정을 어디다 풀어내야 할지 몰라 방황한다. 그리고 그런 방황은 이 동네를 지키는 것이 자신들이라고, 함께 화합하고 어울릴 생각은 못하고 서로 내치고 증오한다. 그리고 결국 그런 증오는, 비극만 이끌 뿐이다.


마지막, 소설의 이야기가 끝나고 나레이션 하는 듯한 서술은 압권이다. 사건은 끝이 났지만 이 소설을 마지막까지 묶어주는 역할을 한다.


2021년 12월 이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연출로 영화화되어 개봉한다고 한다. 소설이라서 그 감정이 주체가 되지 않아서 잠깐씩 끊어읽을 수 있었던 장점이 있었다. 이미 흠뻑 빠져 읽었기에 개봉하면 영화도 꼭 봐야겠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웨스트사이드스토리 #어빙슐먼 #다니비앤비 #뮤지컬소설 #2021개봉 #갱단 #로미오와줄리엣 #인종차별 #비극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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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식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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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재학생으로서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함으로써 일본에 '히라노 열풍'을 일으킨 히라노 게이치로의 첫 소설이다. 무척이나 일본 느낌이 나는 표지와 제목과 달리 본 페이지를 넘기면 의아하게 중세 유럽 속으로 빨려들어간다. 그쯤 되면 '응?'하고 다시 앞 표지를 넘겨 진짜 일본 작가가 맞는지, 유럽에서 살다 온 것은 아닌지 작가 이력을 다시 살펴보게 된다. 도대체 어째서, 지금 이 현대를 살고 있는 작가가 전혀 다른 지역의 전혀 다른 시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가, 싶어서 말이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 또다른 의문에 부딪힌다. 지금 우리에게 사용되는 한자어가 맞나 싶을 정도로 어려운 한자어가 끝도 없이 나오기 때문이다. 처음엔 번역가가 귀찮아서 일본식 한자를 우리말로 고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한 줄 알았다. 그래서 번역가를 확인해 보니, 헉! 양윤옥님이다. 그러니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것에 대해서는 책을 모두 읽고 뒤편 "작가 인터뷰"와 "옮긴이의 말"을 통해 확인하게 된다.


1482년, 젊은 수도사 니콜라는 자신이 갖게 된 책 한 권에서부터 시작해 철학적 물음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한 여행을 떠난다. 자신의 믿음에 대해선 일체의 의심도 없지만 자신이 가고자 하는 학문의 길에는 이단적 사상이 조금은 섞여 있다. 니콜라는 그에 대해 특별한 거부감은 없었기에 그저 학문적 성취를 위한 여정을 시작한다. 그렇게 비엔이라는 동네에 도착한다. 이곳엔 아무와도 접촉하지 않는 연금술사가 존재하고 니콜라는 그 피에르 뒤페에게서 지적 호기심과 존경을 갖게 된다. 하지만 이 사람이 하고 있는 연금술이라는 것 자체가, 신을 부정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고민으로 고뇌한다.


소설은 단지 이 고민에서 멈추지는 않는다. 이후 이게 사실일까 싶을 정도로 놀라운 체험을 하게 되는데 이를 읽으면 도대체 이 소설은 어디까지 이야기하려는 것일까...하고 숨이 막힐 지경이다. 이쯤 되면 뒤편의 작가 인터뷰와 옮긴이의 말을 열심히 읽어볼 밖에...ㅋㅋㅋ


"작가가 글을 쓰는 데 있어, 독자의 수준을 낮게 설정하고 이해하기 쉬운 표현을 골라가면서 쓰는 태도에 대해서는 근본적으로 의문을 가지고 있습니다. (중략) 오히려 표현을 쉽게 하겠다는 의도로 잡다한 설명을 늘어놓았다면, 그의 작품들을 지금이 무게를 유지하지 못했을 지도 모르지요."...247p


실제로 그렇다. 쉽게 풀어 쓸 수도 있겠지만 적재적소에 딱 맞는 한자어가 들어감으로써 그 문장의 품격을 높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렇게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한자어 중에는 나도 사용해보고 싶다고 느껴진 어휘도 있었기에 작가가 얼마나 심혈을 기울여 작품을 썼는지 충분히 느껴졌다. 어휘뿐만이 아니다. 심사위원들의 분분했던 의견인 의고체에 대해서도 작품의 배경이 15세기 인 것을 생각하면 당연하다고 생각된다. 읽는 내내 정말로 중세 유럽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으니 그 당시, 그 지역에 대한 고증도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알 수 있다. 정말 대단한 작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다른 소설들도 읽어보고 싶다.


#일식 #히라노게이치로 #문학동네 #중세유럽 #연금술 #현학적 #의고체 #진리 #이원론 #마녀사냥 #책장파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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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언의 정원
애비 왁스먼 지음, 이한이 옮김 / 리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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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예기치 않은 일들을 겪게 된다. 어릴 때에는 그런 일들이 직접적으로 와 닿지 않는다. 혹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이나 어른이나 이런 일들을 맞닥뜨리게 되면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때로 트라우마를 남기기도, 큰 상처로 인해 되돌리기 힘든 상태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아예 대처하지도 못할 만큼의 큰 일을 겪는다면, 사람이 견딜 수 있을까.


릴리언은 영혼의 단짝이라고 생각했던 남편을 한순간에 잃는다. 자신의 눈 앞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죽는 모습을 목격한 후 아주 힘든 시간을 보낸다. 처음 1년은 아이들은커녕 자신조차 돌볼 힘이 없어 병원에서 보낸다. 하지만 릴리언에게는 돌봐야 할 아이들이 있었고 온 마음으로 그녀를 지탱해주는 동생을 비롯한 가족들이 있었으므로 그 지옥에서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게 다다. 4년차, 이제 겨우 웃을 수 있게 됐고 조금씩 농담도 할 수 있게 되었지만 생활을 위한 에너지일 뿐 자신의 행복을 위한 행동에선 언제나 주춤한다.


떠난 사람을 보내고 난 후, 남겨진 사람은 모든 것에 자신의 탓을 하게 된다. 그 사람과의 행복했던 추억보다는 그 사람에게 잘못했던 것들을 곱씹게 된다. 자신의 행복이 이미 떠난 사람에게 죄가 될까봐 망설이는 일도 생긴다. 시간이 흐르면 해결된단고들 얘기하지만 사실 자신이 그런 처지에 놓이면 이 시간은 끝도 없이 계속되는 것만 같다. 하루하루의 생활로 버티는 것만도 힘이 든다.


릴리언도 그렇게 지냈다. 회사와 집, 아이들 학교, 자주 가는 쇼핑몰로 이어지는 사각형 궤도로. 이런 그녀에게 변화가 생긴다. 일로 인해 듣게 된 원예 수업. 도시에서 태어나 자란 릴리언에게 흙을 만지고 식물을 키운다는 건 익숙치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의도치 않게 가게 된 이 원예 수업은 뜻밖에 릴리언에게 새로운 행복감을 안겨준다.


"육체적으로 힘든 일을 하고 있는데 어떻게 이토록 편할 수가 있는지 놀라울 따름이었다. 여기에서 은유적인 교훈을 끌어낼 수도 있겠지만 굳이 애쓰지는 않을 것이다. 최근 몇 년만에 처음으로 나는 생각을 멈추었고, 그저 땅을 파는 데 열중했다."..143p


극심한 스트레스가 쌓인 상태에서, 혹은 이런저런 고민이 많을 때 사람들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헤쳐나가게 되는데 의외로 아무 생각없이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육체노동이 무척 도움이 된다. 특히 자연 속에서 아무 생각없이 땀 흘려 일하는 건 알 수 없는 성취감과 행복감까지 느끼게 해 준다.


애도 기간은 사람에 따라 다르다. 누군가는 훨씬 더 깊은 슬픔 속에서 헤어나오기 힘들어 하고 누군가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생활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사람이 슬픔을 느끼지 못하는 건 아니다. 아마도 다른 식으로 그 슬픔을 삭이고 있을 것이다.

릴리언은 원예수업을 통해 흙을 만지며 무언가를 자라게 한다는 평온함을, 그곳에서 즐겁게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며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이제 막 시작되려는 행복이 죄책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지만 추억과 지금의 행복이 치환될 수 없음을 깨닫고 한 걸음씩 나아간다. 모든 일에는 용기가 필요한 것 같다. 릴리언과 두 딸의 이야기가 그 용기와 행복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 책이었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원예와함께 #행복이란 #용기 #애도 #릴리언의 정원 #리프 #북리뷰 #힐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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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선샤인 어웨이
M. O. 월시 지음, 송섬별 옮김 / 작가정신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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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니 크리크 로드 인도 초입에서 일어난 린디 심프슨 강간 사건 용의자는 네 명이었다."...11p


이 소설의 첫 문장이다. 그 이후 이 사건을 묘사한다. 그리고 다음 장, 그 네 명의 용의자 중 한 사람이 바로 자신이었다는 사실을 고백한다.


책의 앞, 뒤 표지에는 분명 이 소설이 서스펜스도, 미스테리도, 스릴러도, 장르 소설도 아니라는데 첫 시작부터 강렬했던 이 소설을 읽는 내내 가슴이 떨려서 페이지를 넘길 수가 없었다. 이 엄청난 사건은 15살의 한창 미래를 향해 달려갈 여자 아이의 삶을 엉망으로 만들고, 그 여자 아이를 너무나 사랑해서 어떻게든 가까이 가고 싶었던 남자 아이가 끝도 없이 실수를 저지르게끔 한다.


1인칭의 독백이자 고백체인 이 소설은 그 남자 아이, '나'가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 자신이 살던 지역을 묘사하고 어떤 어린 시절을 보냈으며 어떻게 린디를 사랑하게 되었는지를 설명한다. 이들의 삶을 이루었던 드넓은 평야와 숲, 찌는 듯한 더위, 말도 안되는 홍수, 시골 특유의 끈끈한 이웃간 정과 하지만 그 마을에 살았던 위탁 가정 속으로 들어온 온갖 아이들, 그 가정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혼란을 일으킨다.


나는 여성이다. 어린 시절부터 청소년기까지 버스나 전철 등에서 때로는 말도 안되는 일도 겪기도 했다. 그러므로 나는 내 두 딸이 더이상 나와 같은 일이나 여성이라는 약자로서 겪을 만한 일들을 겪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니 이 책에 '나', 한 소년이 보이는 소녀에 대한 사랑이 아무리 생각해도 집착으로 보일 때, 그것이 사랑이라고 우기며 모든 남자들이 그렇다고 변명하는 듯한 태도에 넌더리가 난다. 자신은 그저 사랑했을 뿐이라고, 모든 행동은 "사랑"이라는 이름에서 비롯된 거라고 말이다.


"내가 나를 아무 죄도 없는 사람으로 그려내고 있다는 걸. 우리 모두 그러지 않니?"...87p


하지만 그 모든 변명을 듣고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되고 아이가 청소년에서 어른이 되는 과정을 읽고 난 후, 무엇보다 이 고백체가 누구에게 어떤 목적으로 씌어진 것인지 소설의 가장 마지막까지 읽게 되면. 비로소 이 소설 전체의 이야기가 완성되며 전율을 느끼게 된다.


루이지애나 주의 풍광과 청소년 시절의 모든 것, 자신이 했던 어릴 적의 실수 등을 떠올리게 하는 소설이었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마이선샤인어웨이 #M.O.월시 #작가정신 #완독챌린지 #장편소설 #전율 #사랑 #집착 #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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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녀사 딱지 시리즈 2
이희원 옮김 / 두두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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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지본 소설이 무엇인지부터 설명해야겠다. 딱지본 소설은 20세기 초 발행되어 많은 대중에게 사랑받았으나 근대 소설에 미달한다는 평가를 받으며 문학장에서 잊힌 작품군이라고 한다. 그런 딱지본 소설을 두두출판사에서 "딱지 시리즈"로 펴낸 것이다. 1920년대 일제강점기 속에서 출판되어 많은 이들에게 읽혔으나 근대 소설에 속하지 않는다고 지금껏 읽히지 못하고 묻힐 뻔한 것을 이렇게 번듯이 책으로 내어 읽을 수 있게 해주니 너무 감사할 따름이다. 도대체 근대 소설의 기준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시대의 모습을 충분히 느껴볼 수 있음에 모든 작품은 소중하다고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다.


<비행녀사>는 앞부분 현대어로 번역한 "비행녀사" 전문과 딱지본 소설에 대한 설명과 "비행녀사" 작품 속 역사와 드러나지 않은 숨은 역사, 그밖에 아쉬운 점과 그당시 문화 등을 전반적으로 설명하는 해설, 그리고 "비행녀사"의 원문이 담겨있다. 그러므로 "비행녀사" 내용 자체를 읽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이 작품을 읽을 때에는 마치 고전 소설을 대하듯 그 역사와 문화를 떠올리며 읽어야 하므로 그리 쉽게 페이지를 넘길 수 있지는 않다.


장창진의 딸 춘자는 무남독녀 외동딸로 태어나 바지런한 부모 밑에서 귀여움을 듬뿍 받으며 자란다. 시대가 시대인지라 자신들이 조금 힘들더라도 보통학교는 보내야겠다고 창진은 생각한다. 똑부러지고 야무진 춘자 또한 공부 욕심을 내며 열심히 뒷바라지 하는 부모님 공으로 항상 우등하며 학교를 졸업하고 거기서 그치지 않고 고등학교까지 입학한다. 때문에 가세가 기울고 춘자가 졸업하기만을 기다리던 차에 소작을 대던 마을 유지 리감찰이 춘자를 첩으로 들이기를 원한다는 소리에 시집보내기로 하지만 춘자는 그 소리를 듣고 부모에게 편지 한 장을 남긴 뒤 학교로 떠나버린다. 춘자는 자신이 배운 지식을 활용해 자신만의 생을 개척해 나갈 수 있을까.


길지 않은 소설이지만 이야기 진행이 굉장히 빠를 뿐만 아니라 조선에서 중국을 오가는 스케일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방법이 남장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그 시절로서는 어쩔 수가 없었을 거라고 이해하고 나면 춘원이 된 춘자를 응원하게 된다. 게다가 스스로 무엇을 공부할지,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정도로 경력을 쌓고 죽을 뻔한 창록을 구해 금의환향하는 모습은 그당시 많은 이들에게 용기를 주고도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물론 고전소설의 결말이 언제나 권선징악이고 성리학을 내세웠던 것처럼 그 많은 도전과 용기, 모험을 뒤로 하고 마치 그 전처럼 돌아오는 것은 안타깝기 그지 없다. 하지만 역시나 그당시의 행복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본다면 이해해야 할 부분인가 싶기도 하다.


딱지 소설을 읽는 것은 무척 새로운 경험이었다. 근대 소설이라고 하기보다는 살짝 고전 소설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지만 훨씬 더 자유로운 여성의 모습이 감탄스럽다. 무엇보다 한 번도 접해보지 못했던 이야기라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 될 것이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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