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요 - 백성현 포토 에세이
백성현 지음 / 시그마북스 / 201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느 분께 나눔받고 첫 책장을 펼쳐보기까지 그저 누군가의 사진집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더 바래기 전에 읽어야겠다고 생각하고 표지를 펼쳐 지은이를 보니 낯익은 이름이다. 백성현... 그룹 코요태의 래퍼 빽가로 알려진 사람. 내가 그에 대해 아는 건 지금은 사진 작가로 꽤나 인정받고 있다는 사실, 뇌종양으로 한동안 아픔을 겪었다는 것. 그 정도였다.


<고마워요>에는 그가 사진에 대해 갖고 있는 애정과 뇌종양이 발병하고 치료하고 극복하는 과정, 그 이후 그의 삶에 달라진 것들이 담담하게 또는 그당시 감정을 잘 담아서 서술된다. 페이지 중간, 꽤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감성적인 사진들은 그당시 그의 감정과 함께 연동된다.





나는, 꽤나 무덤덤한 사람이라 사실 풍경이나 거리의 모습을 담은 그의 사진을 통해선 별다른 감동을 받지는 못했지만 그의 글을 통해서는 많은 부분 공감하고 응원했다.


뇌종양이라는 병을 알게 되고 수술을 거쳐 점차 나아지는 과정에선 엄마가 많이 떠올랐다. 책에는 저자의 뇌사진도 나오는데 어마어마하게 큰 혹이 선명하게 보여서, 아마 그래도 그나마 그는 살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떼어내면 되니까. 물론 뇌수술은 너무나 위험한 수술이고 언제나 후유증은 훨씬 더 클 테지만 적어도 점점이 박혀 수술도 해볼 수 없었던 엄마보다는 나은 상황이었다고 말이다.


이게 우선 들었던 생각이다. 누구나 내 입장에서만 생각하지 않던가. 하지만 같은 차원에서 그 또한 얼마나 무섭고 힘든 과정을 겪었을지를 생각하면 잘 이겨내고 다시 일상의 삶으로 돌아와서 정말 다행이라고, 그 모든 과정이 너무나 힘들었겠지만 결국 잘 극복해내서 앞으로도 응원하고 싶다고 말해주고 싶다.


시련은 사람을 성장시킨다. 그도 이후 항상 감사하게 됐다고 한다. 그 곁에 사진이 있었기에, 사진이 그저 또다른 직업으로서의 위치가 아니라 자신이 지나온 모든 길에 그 기억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기에 사진을 놓을 수 없다고 그는 말한다. 그래서 그는 행복한 삶을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고마워요 #백성현 #포토에세이 #시그마북스 #감성 #소장도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엄마의 크리스마스 프랑스 여성작가 소설 3
쥬느비에브 브리작 지음, 조현실 옮김 / 열림원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크리스마스가 뭐 별 건가? 교회를 다닌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크리스마스는 그저 조금 즐길 수 있는 하루 중 하나다. 물론 이런 나의 생각이, 다른 문화권에 사는 사람과는 다를 수 있다. 특히 아이가 있는 집이고 온전히 혼자 감당해야 한다면.


<엄마의 크리스마스>는 크리스마스 이브 전날부터 크리스마스 다음날까지 한 엄마와 아이가 보낸 크리스마스를 다룬 이야기이다. 아이의 나이는 나오지 않는데 아이의 대사를 봐서는 이제 막 유아를 지났지만 청소년은 아닌, 독립성을 지니기 직전의 나이가 아닐까 생각했다. 아이는 끊임없이 엄마를 재촉하고 원하는 바를 말한다. 엄마가 제안하면 무안해질 정도로 무시하거나 따박따박 따지며 몰아간다. 그런가 하면 엄마는 "한 대 갈겨줄 수도 없었다"(...34p)며 속으로 삭이고 소리를 질러 맞대응을 한다. 처음엔 도대체 이 아이와 엄마는 어떻게 된 거지~하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다. 하지만 곧 비슷했던 시간을 떠올린다. 내게는, 아이가 이제 막 말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고 주체성을 갖기 시작한 3살 내외 무렵이었다.


나만의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었다. 그것이 누크에게는 자신의 직장인 도서관이다.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듯한 여자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고 책을 통해 성찰을 하고 잠시나마 숨을 쉴 수 있는 곳. 하지만 누크는 아들 으제니오에 대한 걱정을 놓지 못하고 전화가 오거나 퇴근할 때면 뛰어가며 서두른다. 그리고 다시 둘의 신경전같은, 하지만 둘만의 생활을 이어간다.


왠지 알 것 같았다. 좀더 나은 생활을 하고 싶긴 하지만 일상에 눌려, 매일 피곤에 찌들어 생각만 하고 있다. 무엇을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알면서도 막상 아이를 마주하고 하루 세 끼와 처리해야 하는 수많은 가사일과 그밖에 놓치면 안되는 일까지 아둥바둥하면 어느새 아이에 대한 사랑은 있지만 그 애정을 표현하지 못하기도,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 것만으로도 지치기도, 어느새는 그저 이 시간을 버티기만 하자~로 바뀌어버리는 것이다.


아이를 홀로 키운다는 건(남편이 있건 없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어찌 해야 할지 모르겠고 가끔 전혀 앞이 안 보일 때가 있다"(...271p) 그래도 아이를 사랑하니 어떻게든 버티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 누크의 절망이 계속 이어지진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엄마의크리스마스 #쥬느비에브브리삭 #열림원 #아이 #홀로키운다는것 #서글픈크리스마스 #버틴다 #장편소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른들
마리 오베르 지음, 권상미 옮김 / 자음과모음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릴 때에는 서른 살만 되면 진짜 어른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모든 게 정해지고 편안해지는 나이. 그런데 마흔이 되고 쉰에 가까워져도 가끔은 내 마음속에 정말 너무나 유치하고 말도 안되는 감정들이 자리하고 있음을 느낄 때가 있다. 그럼, 아직도 덜 자랐구나... 어떻게 하면 좀더 어른스러워질 수 있나..하는 고민을 한다. 좀더 넓은 마음으로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기를, 하며.


마리 오베르의 <어른들>은 읽기 불편하다. 고작 200여 페이지의 이 작은 소설이 계속해서 마음을 긁으며 "너도 그랬지?"라고 한다. 아니다. 한 번도 행동으로 옮겨보거나 말로 내뱉어본 적이 없다. 당연히 나는 그런 생각 한 적도 없다고 말하고 싶은데 잘 생각해 보면 그런 행동을 한 주인공의 마음속 밑바닥 생각은, 분명 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다. 그러니 불편하다. 어떻게 이렇게까지...싶지만 그것을 드러내느냐, 아니야의 차이일 뿐.


자매가 있다. 올레아와 마르테. 가정을 이룬 마르테네와 어머니와 그의 연인 스테인, 올레아는 여름마다 별장에 모여 함께 휴가를 보낸다. 올해 여름에도 이들은 함께 모였다. 하지만 무언가 보였다. 남편의 아이가 아닌 자신의 아이를 키우고 싶었던 마르테는 임신에 성공했고 난자 냉동을 결정한 올레아는 건강한 난자가 없다는 소식을 듣는다. 오랫동안 자신의 모든 욕구를 참고 이혼 당한 엄마 곁에서 모범생 역할을 해 온 올레아는 이 휴가가 처음부터 불편하다.


처음부터 까칠했던 올레아가 얼마나 마르테에게 질투를 하고 말도 안되게 방해를 하는지를 읽고 있으면 정말 짜증이 날 정도다. 하지만 그렇게 행동하게 된 근원이 나오면 왠지 올레아를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아프다고, 나 좀 봐달라고 계속해서 떼를 써 온 마르테와 뭐든지 참아온 올레아는 그럼에도 자매이다. 그러나 이해하라는 둥 참으라는 등의 이야기는 누군가에겐 상처가 될 수밖에 없다.


내게 자매가 없었다고 해서 내게 그런 감정이 없이 자란 것 같지는 않다. 첫째로서 가져야 하는 책임감이 존재했고 그런 것 따위 아무 상관없이 행동하는 남동생을 참아줄 수가 없어 마치 나랑 상관없는 사람인 양 지냈다. 그런 동생과 친해진 건, 그가 결혼을 하고 나서다. 자매 사이엔 훨씬 더 다양한 감정이 존재할 것이다. <어른들>은 그 감정 그대로, 민낯 그대로의 마음을 그대로 보여주므로 가슴아프게 읽을 수밖에 없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어른들 #마리오베르 #장편소설 #노르웨이소설 #감정 #자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중록 - 최신 언어로 읽기 쉽게 번역한 뉴에디트 완역판, 책 읽어드립니다
혜경궁 홍씨 지음, 신동운 옮김 / 스타북스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렸을 때, 그렇게 역사를 싫어하면서도 내 머릿속에서 절대 잊히지 않는 인물과 책 한 권은 바로 <한중록>이다. 여인들의 삶에 무한한 애정과 공감을 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말도 안되는 비극의 옆에서 살아남아 그 가슴 속 모든 것을 담은 책 한 권에는 과연 어떤 것들이 담겨있을까 하는 궁금증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언젠가 다른 방송을 통해 <한중록>은 자신의 집안을 위해 쓴 정치서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갑자기 모든 것이 슬퍼졌는데 나도모르게 애정을 주었던 인물의 그릇됨을 알게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언제나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나는 역사가가 아니기에 무엇이 옳은지에 대해 따지기보다는 그저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각각의 의견을 들어볼 뿐이다. 그 첫걸음이 <한중록>이다.


중,고등학생 쯤 되어 알게 되는 <한중록>의 가치는 비단 사도세자가 겪은 비극에 대한 세세한 이야기의 한 단면을 알게 해준다는 것뿐 아니라 궁중 안에서 쓰인 궁중문학이며 여성이 순 한글로 쓴 한글문학이자 여류문학이라는 데에도 큰 의미가 있다. 내용상 겹치는 부분이 계속해서 나오는 것은 아쉬우나 읽는 데 전혀 거침이 없을 정도로 사건이나 인물에 대한 묘사가 뛰어난 것은 충분히 문학으로서의 가치가 있다는 것을 뜻한다.


원래 <한중록>은 6권의 책으로 구성되어 있고 4편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1편은 정조 재위 19년에 조카의 부탁으로 작성했다고 하는데 본 책에선 각 6권의 순으로 되어있고 제 1권, 세자빈 되어 궁궐에 들어가다 편에 위치한다. 이 1권은 정조 재위 기간에 씌여졌기 때문인지 친정의 훌륭함과 자시이 궁궐에 들어가게 된 과정, 이후 어른들에게 이쁨 받았던 것, 비극 이후의 집안 이야기 등으로 채워지고 비극 자체에 대한 언급은 삼가고 있다. 아마도 정조가 영조에게 모든 기록을 폐하도록 요청할 정도로 더이상의 이야기들은 잊히기를 바랐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후 2편은 순조 1년에 씌어져 원본에서는 순조가 제대로 그 일을 알지 못하니 제대로 밝히기 위함이라고 하지만 "친정 집안이 홍국영의 모함으로 당한 화의 억울함과 부당함을 소상하게 밝히고 사면을 호소하는 목적에서 작성한 글"(...에필로그 중)이라고 한다. 때문에 2편부터는 사도세자와 영조와의 사이에 어떻게 틈이 벌어지고 비극이 일어났는지 그 와중에 아버지 홍봉한이 얼마나 애를 썼는지와 자신의 위치에서 겪은 애통함을 밝히고 있다.


사실 <한중록>을 읽다 보면 정말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이다. 사도세자가 행했다는 행태나 영조의 무심함 등의 묘사를 보면 누구의 잘못이라기보다(물론 제대로 돌보지 못한 부모 탓이지만) 어찌 그렇게 되다 보니 이런 일이 있어났고 어쩔 수 없었다...는 말에 공감하게 된다. 하지만 조선왕조실록의 기록과는 너무나 다른 표현들이 많다고 하니 비교하는 작업은 꼭 필요해 보인다.


말로만 듣던 <한중록>을 드디어 읽었다. 사실이건 아니건 사료로서의 가치와 문학으로서의 가치를 두루 갖춘 작품에 고전이지만 하나도 어렵지 않게 심지어 마음 졸여가며 읽을 수 있었던 데에 감사한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한중록 #혜경궁홍씨 #스타북스 #사도세자 #궁중비사 #책읽어드립니다 #요즘책방 #역사 #고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살인의 예술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정윤희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레인보우 퍼블릭 북스 시리즈를 맨 처음 만났을 땐 그저 조금 이쁜 표지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한 권 한 권 만나다 보니 볼수록 매력적이고 정말 예술이라는 생각이 든다. 표지뿐만 아니라 그동안 잘 읽어보지 못했던 작품들을 엄선한 것이 눈에 보여 조금씩 욕심 내서 시리즈를 믿고 읽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번 책은 "레이먼드 챈들러"의 <살인의 예술>. 어디선가 작가의 이름은 많이 들어봤는데 자세히 알지는 못했다. 추리 소설가 정도로만 알고 읽기 시작했는데 읽다가 뭔가 다른 분위기에 앞표지를 살펴보니 "범죄 추리 소설"의 대가라고 한다. 특히 하드보일드파의 거장이라고 알려졌다니, 작가님을 너무 늦게 알아봤다.


추리보다는 행동에 중점을 준다는 하드보일드파의 거장답게, 각각의 작품들은 마치 영화를 보듯 묘사된다. 읽을 때에도 여러 정황이나 실마리를 통해 추리를 하기보다는 묘사된 상황과 대사를 통해 사건을 이해하는 방식으로 읽게 된다.


<살인의 예술>에는 총 5건의 단편(사실 중편이라고 해도 될 듯)이 담겨 있는데 조금은 비슷한 듯, 하지만 전혀 다른 이야기들이다. 비슷하다고 느꼈던 점은, 아마도 각 편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이 사립탐정이라는 점. 성격은 조금씩 다르지만 정의감(그렇다고 무조건 착한 사람은 아니다)에 의뢰받지 않은 사건들에도 간혹 끼어들어 사건을 해결한다는 점, 무관심한 듯 시니컬한 듯한 성격에 좋은 체격, 지적인 사건 해결 방법 등으로 보지 못했지만 멋있을 것 같다는 점이다. ㅎㅎㅎ 앞의 단편들은 처음 읽는 분야라 이해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려서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으나 읽다 보니 이 작품들에는 여성들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아니 등장은 하는데 거의 모두 아름답고 매력적인 여성이 딱 한 명 정도만 등장한다는 것. 따라서 이 소설은 무척 남성적이다.


영화 한 편을 보는 듯한 느낌인데 처음부터 끝까지 서사를 이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영화 한중간의 사건 중간부터 보는 느낌이다. (옳게 설명했는지 모르겠다) 갑자기 등장인물과 사건이 터지고 나면 도대체 이것이 어떻게 일어난 일인지 따라가기 바쁘다. 장편이 아니기 때문에 원래 호흡이 짧은데 그냥 뚝! 떨어뜨려 놓는 식의 묘사 때문인 것 같다.


책을 모두 읽고 나서 다시 표지를 보니, 역시나 예술이다. 책 내용이 어쩌면 여기 다 담겨있었을지도.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살인의예술 #레이먼드챈들러 #레인보우퍼블릭북스 #하드보일드파 #범죄추리 #단편소설 #영화처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