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
장마르크 로셰트 지음, 조민영 옮김 / 리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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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그래픽 노블이 아주 가까이 다가온 것 같다. 처음엔 만화처럼 가볍게 생각되던 그래픽 노블은 접할수록 놀랍다. 우선 일러스트의 아름다움, 그림과 함께 펼쳐지는 시공간 배경과 대사 사이를 메우는 등장인물의 표정, 행동이 어찌 보면 그대로 설명하는 소설보다 더 어렵다. 때문에 그림을 대충 넘기고 대사만 훌훌 읽어버리면 그래픽 노블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평소 그림을 대강 보는 버릇이 있는 나는 한 번에 이해하지 못해 여러 번 뒷장을 넘겨 다시 꼼꼼히 읽고 이해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늑대>는 장마르크 로셰트의 작품으로, 일찍이 우리에게 익숙한 "설국열차"의 일러스트레이터라고 한다. 사실 설국열차를 원서가 아닌 영화로만 보았으므로 이 작가의 책은 이번이 처음인 셈이다. 나의 그림 읽는 습관과 작가의 그림 스타일로 인해 대사가 없어도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이해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가스파르는 양치기이다. 수많은 양떼를 데리고 넓은 초원을 오간다. 생필품이 필요해도 마을로 내려가는 대신 우편 배송으로 받아 생활한다. 이 남자의 사회는 단절되어 있는 셈이다. 그런 자신만의 세상을 위협하는 존재가 있었으니, 자신의 양떼를 노리는 늑대이다. 계속되는 습격으로 가스파르는 어느 날 어미 늑대를 죽인다. 그 곁에는 아직 덜 자란 아기 늑대가 있었다. 그 후 오랫동안 늑대의 습격은 없었고 가스파르 또한 지금까지와 다를 것 없는 생활을 이어간다. 그리고 작은 아기 늑대가 어미 늑대만큼 자란 어느 날, 늑대에게 놀란 양떼가 절벽에서 뛰어내려 전부 몰살한다. 가스파르는 복수의 칼날을 갈고, 늑대를 찾아나선다. 인간 양치기와 늑대와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은 누구의 승리로 끝나게 될까.




스토리도 아름답지만 보다 보면 익숙해지는 일러스트에도 빠져든다. 추격전 속에서 드러나는 가스파르의 과거와 함께 양치기여서, 인간이기 때문에 오해할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하나둘씩 드러나게 되면 대자연 앞의 인간으로서 한순간 후회와 죄스러움, 깨달음을 얻는다.


<손도끼>의 주인공과 회색늑대, 큰 곰과의 대면 장면이나 <야성의 부름> 속 벅이 야생으로 돌아가는 장면이 떠오른다. 인간은 그 특유의 자만심으로 마치 자연을 자신의 것으로 생각하지만 인간 또한 자연의 일부분일 뿐이다. 때문에 어떤 상황 속에서라도 자연과의 공존을 생각해야 한다. 그 안에서야 비로소 행복한 인간으로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길지 않고, 대사도 많지 않은 책이지만 깊은 울림을 주는 아름다운 그래픽 노블이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늑대 #장마르크로셰트 #리리 #공존 #그래픽노블 #추천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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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상처받았나요? - 상처 입은 사람에게만 보이는 술 빼고 다 있는 스낵바가 문을 연다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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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마스다 미리의 작품들을 도장깨기 중인 것 같다. ㅎㅎ

전에 사은품에 혹해서 책 주문을 대량 해놓고 비닐 채 있던 것을 이번에야 드디어 뜯었다.

기존에 읽었던 4컷짜리 만화가 아니어서 놀라고

전에 읽었던 것들은 작가 자신의 이야기인 듯 편안함이 돋보였는데


<오늘도 상처받았나요?>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

우선 "스낵바 딱따구리"라는 곳은 상처 입은 사람에게만 보인다는 스낵바...라는 설정이어서 마치 판타지 같은 느낌이 많이 난다.

하지만 한 편 한 편 읽다 보면 마스다 미리, 그 특유의 편안함이 역시나 돋보이고

이번 책의 가장 큰 하이라이트는.... "위로"와 "웃음"이다.





나는 이 장면들이 왜 그렇게 웃긴지~ㅋㅋㅋ

뜬금없는 악기 연주와 노래라니!

게다가 알 수 없는 작사...ㅋㅋ

마치 우리 집 둘째 같다.


"오늘은~ 친구가 없어~

못놀았다네~

놀이터~ 놀이터~

다들 어디갔나 내 친구~"

초등 2학년의 생활이 담긴 노래...ㅋㅋㅋ





매 편 상처입은 사람들(다음 편엔 앞에 나왔던 인물이 등장)이 이 스낵바에 들르고

그곳에서 스낵바 주인의 권유에

작사, 작곡, 춤 등의 시간을 보내고 나면 그 상처가 조금은 치유가 된다...는 설정

별 것 아닌데 읽는 와중에 나도 치유되는 것 같다.

아쉬움 하나....


술이 없다니~~~ㅠㅠ

이건 아니야~~~


#내돈내산 #소장용 #오늘도상처받았나요? #마스다미리 #어서와요 #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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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에 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
전경린 지음 / 문학동네 / 199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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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어째서... 책에 있어서만큼은 허영심이 가득한지 모르겠다. 다른 데엔 전혀 없는 이 허영심이 책에는 끝도 없이 기승을 부린다. <내 생에 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은 그렇게 선택된 책이다. 어쩐지 이 정도는 꼭~ 읽어줘야 할 것 같아서 선택한 책. 흠~ 그러다 큰 코 다쳤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불륜이라는 소재에, 나와는 전혀 맞지 않는 가치관, 이해할 수 없는 등장인물들,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결말까지. 게다가 중간쯤 읽다가 읽어버린 뒷표지, 혹은 작가의 말을 통해 작가는 이 책을 왜 썼는가 하는 목적을 알게 되었을 땐... 그저 절망스러웠다. 읽을 책이 얼마나 많은데, 난 며칠 동안이나 이 책을 읽었나~ 싶어서.


작가는 "어릴 때부터 합법적으로 제도에 편입되어 기념비가 되는 사랑보다 삶을 무너뜨리고 얼굴을 다치며 내쫓기는 비합리적인 사랑에 매혹되었다.(...작가 후기 중에서)"고 했다. 도대체, 어째서... 그런 사랑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건지 정말 1도 이해할 수가 없다. 그래. 사람마다 느끼고 생각하는 건 모두 다르니 그 사람이 그렇다는데 내가 아니어도 그 사람의 생각은 존중해 줘야지...싶다가도 불륜은 진짜 아니다 싶다.


소설은 미흔의 남편, 효경의 불륜이 밝혀지며 시작된다. 그리고 삶이 망가지는 미흔. 효경은 그저 잠깐뿐이었던 실수인데 그렇게 무너지는 미흔을 이해할 수 없고 그래도 잘 살아보고자 바닷가 마을로 이사를 한다. 조금씩 자신 밖으로 나오던 미흔은 윗집 남자 규를 만나고 그의 "괜찮아요?"라는 말에 위로를 받는다.


흠~ 줄거리를 써놓고 나니 책으로 읽었던 것보다 훨씬 더 신파적이고 3류 불륜 영화같다. 자, 나는 우선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남녀 간의 사랑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믿고 의지하고 사랑했던 사람이 불륜을 저질렀다면 당연히 그 사람의 삶은 흔들릴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 삶 전체가 망가지도록 내버려 둘 생각은 없다.


둘째, 소설 속에서는 마치 아이가 여성의 삶을 유폐시키는 존재로 표현된다. 거기에 동의할 수 없다. 물론 가끔은 마음껏 자유를 누리지 못하거나 내 삶의 일부를 할애해야 하는 상황에 답답하기도 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랑과 행복을 느낀다.


소설 속에서 규는 더 나쁜 사람이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끝까지 사랑한다고 한다. 그 말엔 동의한다. 나쁜 사람이기 때문에 주변 상황 무시하고 자기네들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이다. 자신들의 행동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상처받고 아파할지는 고려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자신의 불륜은 실수고 미흔의 불륜은 자신을 박살낸 것으로 여기는 효경이 역겨웠다. 그때 당시 입었던 미흔의 상처같은 것은 생각하지도 않는다. 역시 이기적이다.


너무 옛날 책을 읽었나 보다. 책을 읽으며 이렇게까지 화가 난 건 진짜 오랜만이다. 허영심은 어쨌든 좋지 않다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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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 음악 위에 쓰다
헤르만 헤세 지음, 김윤미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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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땐 피아노를 꽤 오래 쳐서 동요에서 클래식까지 음악 자체를 좋아했다. 지금은 아니다. 좋아하는 음악이 가끔 있기는 하지만 그럴 땐 온전히 음악만 잠깐 듣는 편이고 아주 조용한 클래식을 포함하여 대부분 음악은 내게 소음일 뿐이다. 나이가 들면서 청력이 약해진 이유도 있겠지만 꾸준히 듣지 않아서, 아는 게 그다지 없어서이기도 한 것 같다.


헤세가 쓴 음악에 대한 글을 읽고 있자니 한편으론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론 그 느낌에 온전히 공감하지 못해서 스스로가 바보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헤세가 계속해서 말하는 음악이 주는 행복감, 삶의 기쁨을 나는 느끼지 못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계속해서 드는 것이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렇게도 좋다는 음악, 클래식을 지금이라도 조금씩 공부하며 들어볼까 싶기도 하다.


책의 편집 목적 자체가 특이하고 의미있다. 얼마 전 박완서 님의 <꽃으로 박완서를 읽다>도 한 사람의 작품 속 "꽃"이라는 소재를 통해 작가를 들여다 보았는데 <헤르만 헤세, 음악 위에 쓰다> 또한 그런 책이다. "헤세의 글 중 음악을 대상으로 하는 가장 중요한 텍스트들을 아우르는 최초의 시도"(...355p)인 이 책은 크게 둘로 나뉜다. 앞쪽은 헤세가 자유롭게 작업한 것들을 모은 글과 시로 되어 있다. 자신이 느낀 음악적 체험들을 단상으로, 중단편 소설 속에, 회상 등으로 담아둔 것을 싣고 그 주제와 어울리는 시를 연결해 담았다. 뒤쪽은 헤세의 서신, 서평, 연구 문헌 등에서 음악에 대한 것들을 발췌해 연대기순으로 배열했다고 한다. 그러니 이 책 한 권은 "평생에 걸쳐 이루어진 헤세의 음악 탐색을 증비하고자 하는 시도"{...355p)라고 볼 수 있다.


평소에 시를 즐기는 편이 아닌데, 특히 외국 시가 더욱 그렇다. 번역된 외국 시에 대한 운율도 느낄 수 없고 뭔가 정서가 더 멀게 느껴져서인데 아무리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시라고 하더라도 역시나 낯설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헤르만 헤세라는 작가가 "시"도 썼다는 사실, 그것도 아주 많이 쓰여졌고 그 시에 굉장히 많은 곡이 붙여졌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어 새로운 발견을 한 기분이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헤르만헤세 #음악위에쓰다 #북하우스 #음악도서 #단상 #감상 #새로운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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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차 방앗간의 편지
알퐁스 도데 지음, 이원복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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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퐁스 도데의 단편은 국민학교 시절부터 "별"이나 "마지막 수업"을 통해 익히 알고 있던 작가였다. 아주 나중에, "코르니유 영감의 비밀"이라는 작품을 접하고는 그 어떤 작품보다 훨씬 더 서정적이고 의미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해 왔다. 이번에 만난 <풍차 방앗간의 편지>는 알퐁스 도데의 단편집이다. 같은 제목의 책이 있는데 뒤편의 작품 해설을 보니 이번 책이 프로방스어와 라틴어까지 정확히 해석하였고 초판본 그대로 24편 전체를 완역한 책이라고 한다. 그러니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된 <풍차 방앗간의 편지>를 읽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 "코르니유 영감의 비밀"이 그저 단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책 첫부분 머리말에 느닷없이 프랑세 마마이가 나타나서 얼마나 놀랐는지! ㅎㅎ "코르니유 영감의 비밀"에서 그 영감의 비밀을 이야기해 주는 인물, 프랑세 마마이의 아들이 머리말에 나타나서 작가(알퐁스 도데일 수도 혹은 작가가 지정한 또다른 소설 속 주인공 도데일 수도)가 이른바 그 코르니유 영감의 풍차 방앗간을 넘겼다는 내용이 나온다. 머리말부터 매력적인 작품은, 정말 오랫만이다. 그리고 그제서야 "코르니유 영감의 비밀"이 어떻게 시작됐는지가 기억난다.


그러니까 이 소설집은 알퐁스 도데의 고향인 프로방스 지역에서 작가가 지내면서 겪은, 혹은 주위에서 들은 이야기들을 엮은 연작 소설집이다. 이야기 하나하나가 다음 편에 연결되거나 영향을 끼치지는 않으나 "작가"가 중심에서 튼튼히 자리잡고 풍차 방앗간이 자리한 프로방스의 자연과 옛것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프로방스에 대한 막연한 이미지를 알퐁스 도데가 조금씩 선명하게 해 주는 것이다. 그러니 알퐁스 도데는 프로방스 지방에 대해 그 누구보다 아름답고 향수 가득한 글을 쓰는 작가일 것이다.


글의 스펙트럼이 넓다. "별"이나 "노인들"처럼 동화같은 아름다운 이야기에서부터 "코르니유 영감의 비밀"처럼 잊혀져 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을 담은 이야기, 주위에서 들은 다양한 이야기들은 마치 톨스토이의 교훈적 단편같은 느낌도 나고 수사들에 대한 이야기는 풍자가 가득하다. 책을 읽고 있자니 작가의 프로방스에 대한 사랑이 절로 느껴진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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