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왔어 우리 딸 - 나는 이렇게 은재아빠가 되었다
서효인 지음 / 난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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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아이가 태어나면 저절로 엄마, 아빠가 되는 것 같지만 진짜 엄마, 아빠가 되는 일은 정말 어렵다. 처음이라 그렇다고 그 어린 아이에게 이해해 달라고 하는 것도 웃기고 어쩔 수 없다고 해버리는 것도 안 된다. 공부가 필요하고 애정을 쏟아야 하지만 너무 과해선 안된다. 부모가 되는 일이 어려운 건, 아마도 스스로 다 자란 어른인 상태여야 할 텐데 그렇지 못해서일지도 모르겠다.


<잘 왔어 우리 딸>은 시인 서효인이 쓴 산문집이다. 시인의 글이라서 그런지 일반 산문과는 사뭇 다르다. 과거와 현재의 경계가 없고 비유도 많고 ... 때문에 술술 읽히지만 잠깐만 놓치면 어디를 이야기하는지 어리둥절 해지기도 한다. 어쨌든 큰 줄기는 이 시인이 어떻게 부인을 만나고 어떻게 작은 생명을 얻게 되었는지, 그 작은 아이가 어떤 상태로 태어났는지 그 이후 가족들은 이 아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이다.


"악마와 천사를 생각했다. 내 아이가 장애를 안고 태어났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해서, 동시에 이 아이가 내 아이라는 사실이 기뻐서. 심장과 머리가 온몸이 반으로 갈라져 서로 싸웠다. 생각의 싸움이었다. 영원히 비밀로 하고 싶은 싸움이었다. "...98p


아이를 임신하고 기다리는 기간 동안엔 아이가 당연히 건강할 거라는 믿도끝도 없는 장담과 혹시나 이상이 있으면 어쩌지..하는 불안이 공존한다. 때문에 이런저런 검사를 당연시 하게 되는데 그렇다고 어떤 결과를 얻었을 때 다른 결정을 할 것이냐...까지 생각이 미친다면 차마 그렇게 하게 되지는 않을 것 같다. 시인 부부의 경우 그런 선택까지 가지 않은 상태에서 태어난 아이를 보고 당황하고 불안했다. 그 과정들이 너무나 사실적으로 담겨 있어 불편하기도 하지만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한다면 너무나 당연한 과정들이 아닌가 싶다. 그럼에도 온 가족들이 감싸 안아주고 받아들이는 과정은, 역시나 감동적이다.


모든 아이들은 사랑스럽다. 성장이 빠르고 느리고 어떤 장애가 있건 매일, 매 순간 아이들은 자라고 그 순간을 함께 하는 부모는 행복하다. 가끔 그 사실을 잊는다. 사랑한다... 아이들아!


#잘왔어우리딸 #서효인 #난다 #산문집 #다운증후군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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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양장) 앤의서재 여성작가 클래식 2
제인 오스틴 지음, 이신 옮김 / 앤의서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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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죽이 잘~ 맞는 이웃집 언니와 "오만과 편견" 영화를 보러 갔었다. 숨도 못 쉬고 약 2시간을 본 뒤 우리는 괴성을 지르며 난리를 쳤다. 포스터로 봤을 때 하나도 안 이쁘고 하나도 안 멋있던 두 주인공이 2시간 후에는 너무나 예쁘고 멋있었기 때문이다. 여파는 약 한 달을 갔다. 이후 키이나 나이틀리의 팬이 되었다.


제인 오스틴이라는 작가나 <오만과 편견>을 당연히 알고 있었다. 다만 너무 긴~ 것처럼 보이는 책을 막상 잡고 읽기엔 살~짝 부담스럽다고 할까... 그때, 영화가 상영됐고 그 장면 장면은 20년 가까이 된 지금도 아주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영화의 힘도 있지만 스토리의 힘이 더 클 거라고 생각했다. 제인 오스틴이라는 작가는 어떻게 사람 마음 속에 있는 것들을 끄집어 내어 이렇게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싶었다.


드디어 <오만과 편견>을 제대로 읽는다. 그렇게 좋아하면서 이제서야 읽다니, 좀 이상하긴 하지만...ㅋㅋ 어쨌든 우리집엔 <오만과 편견>이 세 권 있다. 이번 앤의 서재에서 출판된 <오만과 편견>은 그야말로 아름다운 책이다. 표지에서부터 장정까지. 이번엔 꼭 읽고 말리라~ 다짐하며 첫 페이지를 펼쳤다. 600페이지에 달하는 책이지만 금방 읽었다. 훅훅 빨리 읽은 것도 아니다. 두 사람의 티키타카나 자신의 논리를 펴 나가는 엘리자베스의 대사를 그냥 넘길 수는 없다. 아주 자세히, 분석하며 음미하며 읽는다. 그래도 3일만에 읽어버렸다. 천천히 읽고 싶지만 너무 재미있으니까 자꾸자꾸 읽는 거다.


처음에 엘리자베스의 이름이 엘리자베스였다가 리자였다가 일라이자로 나와서 좀 헷갈렸지만 곧 익숙해진다. 그보다는 이 작품에 나오는 인물들 간의 갈등을 헤아리느라 바쁘다. 또한 이 시대의 결혼관에 좀 성질이 나지만 역사적으로 당연하다고 이해해본다. 그러고 나면 돈으로만 결혼의 제 1조건을 꼽는 이 자매의 어머니나 위컴, 사랑 없이 현실적으로만 따져서 결혼을 결정하는 루카스 양, 그저 본능에만 따라 중구난방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만 하는 집안의 막내 리디아가 너무나 답답하고 짜증나지만 그 속에 작가가 어떤 것들을 비판하고 싶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반면 주인공들이라고 무조건 완벽하진 않다. 자신이 가진 것에서부터, 다른 사람과 가까이하는 것이 불편하여, 오만한 다아시와 첫 이미지가 나빴다는 이유로 주변 사람들에게 들은 이야기로부터 무조건 나쁜 사람이라고 편견을 갖게 된 엘리자베스가 자신들의 잘못을 뉘우치고 조금씩 서로에게 다가가는 모습은 역시나 아름답고 아주 즐거운 여정이었다. 언제라도 다시 한 번 들고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오만과편견 #제인오스틴 #앤의서재 #감동적 #로맨스 #소장용 #몇번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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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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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라는 남자>라는 책이 처음 나왔을 때 그 강렬한 표지에서부터 끌려서 꼭 한 번 읽어봐야지~ 라고 생각했었는데, 어쩌다 보니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를 먼저 읽게 됐다. 살짝 긴가민가~하면서 읽기 시작했는데, 앞으로 프레드릭 배크만은 꼭 기억하고, 무조건 읽고 싶은 작가가 되었다. 그의 서술 방식이나 세계관, 감동 포인트까지 무엇 하나 마음에 안 드는 것이 없다. 게다가 어느 분의 리뷰를 보니 이 책이 작가의 책 중 3번째로 좋은 작품이라니 무한 신뢰다.


"세상의 모든 일곱 살짜리에겐 슈퍼 히어로가 있어야 한다.

거기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정신과에서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26p


엘사는 보통 사람들의 시선으로 봤을 때 무척 특이한 아이이다. 너무나 똑똑하고 예민해서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나 친구들 사이에서는 신경을 긁는다고 생각되는 아이, 조금만 참으면 되는데 그걸 참지 않아서 언제나 말썽을 일으키는 아이, 학교에선 모든 아이들의 표적이 되어 언제나 도망다니는... 그래서 너무 힘들고 피곤하고 짜증이 난다. 하지만 엘사 곁에는 그따위 거 아무것도 아니니 당당히 맞서라고 얘기해주며 언제나 엘사 편을 들어주는 든든한 할머니, 슈퍼 히어로가 있다.


그런 할머니가 엘사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이 담긴 편지를 전해달라는 미션을 남긴 후 돌아가셨다. 엘사는 그런 할머니에게 화가 난다. 자신에겐 남기지 않고 전해달라는 그 편지는 한 통도 아니고 마치 보물찾기를 하듯이 앞의 미션이 끝나야 어디선가 또 나타난다. 그리고 무엇보다 할머니가 걱정했던, 슈퍼 히어로가 사실은 아닐 수도 있다는 할머니의 진실을 알게 됐을 때, 엘사는 너무나 사랑해서 용서하고 싶지만 이미 그 대상이 없어 어쩔 줄을 모르게 된다. 그럼에도 전달하게 된 편지의 대상들이 엘사가 사는 빌라의 주민들이라는 사실과 그들 한 명 한 명이 할머니와 연관되어있다는 것, 그 이야기는 사실 할머니가 자주 들려주시던 판타지 동화 속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깨달아간다. 이들은 서로를 용서하고 자신의 과오를 넘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해리포터"와 "사자왕 형제의 모험"을 무엇보다 좋아하는 7살짜리 여자아이가 좋아할 만한 이야기가 사실은 현실의 반영이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사실 익숙치 않은 단어들로 인해 그 동화 속 세계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하지만 엘사가 그 현실 세계와 그 할머니의 동화를 연결시키면서 아파트 주민들을 이해하고 엄마와 친아빠, 새아빠와 새로 태어날 동생과의 관계를 새로 정립하여 가는 과정은 매우 감동적이다.


읽으면서 몇 번이나 울컥했는지~. 모든 아이들은 특이하다. 아니 특별하다.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한 아이가 어디 있을까. 그런 아이를 믿어주고 언제나 귀 기울이고 사랑해줘야 한다는 건 너무나 분명함에도 가끔, 아니 꽤 자주 잊는다. 어떤 면이 뛰어나고 잘해서, 아이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사랑받을 자격이 충분하다는 사실을 되새겨 본다.


#프레드릭배크만 #소장용 #할머니가미안하다고전해달랬어요 #다산책방 #장편소설 #추천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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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칙한 그녀들 일본문학 컬렉션 2
히구치 이치요 외 지음, 안영신 외 옮김 / 작가와비평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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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읽었던 <세설>은 남성 작가가 쓴, 오사카 여성을 중심으로 한 네 자매의 이야기였다. 남성 작가가 어떻게 이런 미묘한 자매들의 심리를 잘 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읽는 내내 했던 것 같다. 해설을 통해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두 번째 부인 자매들 이야기가 모태가 되었다고 읽고 나서야 가까운 데에서 관찰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기에 이렇게 여성들도 공감할 수 있는 소설을 쓸 수 있었겠구나 싶었다.


반면 <발칙한 그녀들>은 일본의 근대화 시절을 살았던 여성 작가들의 소설을 모아놓은 책이다. 때문에 관찰한 여성의 모습이 아닌, 그녀들 자신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겼다고 해야겠다. 그래서 주제 자체가 다르다. <세설>에서는 그당시 일본의 풍습이나 문화 등을 눈여겨볼 수 있었다면, <발칙한 그녀들>은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여성의 삶 자체를 다루고 있다. 그 시대의 여성들 모습이 아닌 지금 읽어도 하나도 어색하지 않은, 오히려 그 이른 시기에 그녀들의 생각이 도발하는 것처럼 보였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지금 우리, 여성들의 삶을 담고 있다.


그동안 근대 작가들의 여러 단편을 읽으며 익숙해진 여성 작가들의 작품과 삶을 모아놓으니 그 주제가 분명해진다. 때론 갈팡질팡하는 순간의 갈등을(배반의 보랏빛 - 히구치 이치요, 산책 - 미즈노 센코), 때론 결혼에 얽매이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모습을(깨진 반지 - 시미즈 시킹) 가감없이 보여준다. 특히 다무라 도시코의 "그녀의 생활"은 결혼이 어떻게 여성의 꿈을 가두고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적응해가는지, 그 사이에 자신과 가족 사이에서 어떤 갈등을 겪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사랑'으로 마무리되는 결론은 살짝 아쉽긴 하지만 그 전까지의 갈등과 그녀의 생각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여성들이 겪는 고통일 것이다.


세 명의 번역자가 뜻을 모아 기획했다는 "일본 문학 컬렉션"은 다양한 일본문학을 소개하고자 하는 그들의 뜻 그대로 그동안 읽어보지 못했던, 시대가 변해도 그 가치가 녹슬지 않는 작품들만 모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1권에 이어 2권도 아주 뜻깊게 읽는 기회가 되었다. 다음은 또 어떤 작품들을 모아 엮을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일본문학 #발칙한그녀들 #작가와비평 #일본문학컬렉션 #여성의삶 #근대여성작가 #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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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세설 상.하 세트 - 전2권 열린책들 세계문학
다니자키 준이치로 지음, 송태욱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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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쭉쭉~ 읽히는데, 워낙 페이지가 많다 보니 읽는 데 꽤 오래 걸렸다.

읽는 내내 좋기도 하고, 짜증나기도 하고, 재수없(...^^;;)기도 하고 그럼에도 다시, 역시 좋았다.

워낙 풍속 소설을 좋아하기에 이런 류의 이야기를 읽는 내내 즐거워하며 읽었는데,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고 해도 셋째 유키코의 행동은 너무 답답해서 짜증이 나고

읽다 보니 분명 이 시대가 2차 세계대전 전후인데 침략 상황이나 이런 것들을 싸그리 무시하고

이렇게나 평온하게 지내는 이들의 이야기가 정말 ~....ㅎㅎㅎ 대략난감이다.

사실 마무리한 지 열흘 정도 지난 듯 한데 너무 많은 생각이 왔다 간지라 한 번에 정리할 수가 없어

책상 위에 놓고 묵혔다.

대부분은 그렇게 하면 며칠 후 정리되고 서평 쓸 마음이 생기는데

<세설>은.... 많은 감정들이 어디 갔는지 사라져버려서 미루다, 미루다 겨우 읽었음 정도만 적어놓는다.


이야기는 오사카의 몰락한 상류 계층의 네 자매 이야기.

한때 잘 나가던 집안의 딸들(첫째와 둘째, 셋째까지)로 자란 이 자매는 방탕한 아버지의 호사로 몰락한 후 어렵게 데릴사위 형식으로 첫째와 둘째의 남편감을 들이고 삶을 이어간다. 자매이지만 각자 개성이 뚜렷한 이 자매는 때론 각자에게 마음을 졸이며, 때론 그럼에도 끈끈한 우애를 엮어간다.


이야기의 가장 중심축은 셋째 유키코의 혼담인데 처음엔 어쨌든 상류 계층이었다는 형식화에, 후에는 이런저런 이유들로 어느새 유키코는 이 집안의 애물단지처럼 되어버리지만 사실 가장 문제를 일으키는 인물은 자유분방하고 제멋대로 살고 있는 넷째 다에코이다.

이런 이야기축을 중심으로 오사카의 풍습을 곳곳에서 엿볼 수 있다.

봄이 되면 이 가족이 떠나는 꽃놀이 여행이나 반딧불이 잡이, 그저 마당에서 느끼는 가을이나 겨울의 쓸쓸함 등은 이 두꺼운 책을 읽는 데 가장 큰 기쁨을 준 것들이다.

가장 답답해서 짜증까지 나게 했던 유키코라는 인물은 사실 간사이 문화, 여성 문화의 상징처럼 생생하게 그려냈다고 한다. 오사카 여자의 한 전형이라고.

이런 세상에~!


"부끄러움을 잘 타는 사람으로 다른 사람 앞에서는 말도 잘 못 하"지만 "겉보기와는 다른 데가 있어서 꾹 참기만 하는"것은 아니다. "뭐든지 아무 말 없이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사람"이며 "보기와 다르게 외출을 좋아하"고 "내성적인 것 같지만 화려한 것을 좋아하는" 여자, 그리고 전화를 싫어해서 맞선 상대와 제대로 말도 하지 못하는 주제에 다른 사람의 수고에 미안하다든가 감사하다는 말, 위로의 말도 하지 않는다. ...914p


뭐, 사람마다 다른 거니까~


너무 늦게 읽느라 북클럽 참여도 못하고~ ㅋㅋ

결국 나 혼자만의 성취감으로 끝낸 책.


#세설 #다니자키준이치로 #열린책들 #송태욱 #오사카문화 #장편소설 #풍속소설 #김영하북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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