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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단어들의 사전
핍 윌리엄스 지음, 서제인 옮김 / 엘리 / 2021년 1월
평점 :
아마도 "단어"라는 낱말에 이 책을 읽어봐야겠다... 생각했던 것 같다. 우리는 항상 사용하는 단어만 자주 사용하니까, 저 "잃어버린 단어들"이란 게 무엇일지 궁금해서 말이다. 그리고 그 생각은 아주 탁월한 선택이었다. 이렇게 풍부한 내용을 담은 책은 정말 오랜만에 읽는 것 같다.
<잃어버린 단어들의 사전>은 역사 소설이며, 성장 소설이고 여성 소설이다. 처음엔 한 작은 여자아이의 이야기로 시작했는데 그 여자아이가 머물던 곳은 "사전"을 만들던 역사 속의 바로 그 현장이고 때문에 소설 속에선 실존 인물들과 "옥스포드 사전"을 만들던 많은 편집자들과 장소, 사전 속 정의 등은 사실이다. 때문에 읽는 내내 작가가 얼마나 많은 공을 들여 사실과 허구를 적절하게 배치하기 위해 많은 공부와 노력을 했을지 절로 짐작이 갔다.
에즈미는 그녀를 돌볼 엄마가 없었기에 어린 시절의 대부분을, 아빠가 옥스포드 사전을 만드는 편집자로 일하는 스크립토리엄의 테이블 아래에서 지냈다. 때론 아빠 무릎에 앉아 아빠가 교정하고 정의내리는 단어를 읽고 대화를 나누며 배우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아빠의 두 다리 아래 테이블 안에서 자신의 시선이 보이는 곳을 바라보며 많은 상상을 하기도 하고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갔다. 그리고 그만큼이나 비슷한 시간을 책임 편집자 제임스 머리네 집에서 일하는 하녀 리지와 시간을 보내며 보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생활은 그녀가 무엇을 중요시하고 무엇을 위해 살아갈 것인지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테이블 아래서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그녀의 무릎 위로 떨어진 종이 한 장엔 "여자 노예"라는 단어가 씌어있었고 에즈미는 마치 운명인 듯 그 단어를 지키기로 한다. 그 이후 버려진 단어들, 필요없어진 단어들, 이제는 사용되지 않는 단어 종이 쪽지를 모으기 시작했고 곧이어 사전에는 실리지 않는, 여성들, 하층민들, 저급한 이들이 사용하는 단어들을 모으기 시작한다. 왜냐하면 그 단어들은 그런 이유들로 사전에 실리지 않는 단어들이었기 때문이다. 에즈미는 그런 단어들도 충분히 가치가 있음을, 그래서 자신만의 사전을 만들기로 한다.
옥스포드 사전이라는 사실적 역사 속에 들어간 주인공이므로 읽는 내내 마치 현실 속에 있는 듯 느껴졌다. 실존 인물들 속에 살아있는 에즈미는 너무나 생생해서 작가의 대단함이 더욱 돋보인다. 무엇보다 1차 세계 대전이나 팽크허스트의 여성참정권 운동 등 역사가 이들 곁에 생생히 재연되어 더욱 실감나는 한 여성의 삶이 생생히 손에 잡혔다.
600여 페이지가 전혀 두껍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푹 빠져서 읽었다. 시간이 변하며 바뀌는 단어들을 다시 정의내리는 사전이라는 대과업을 해내는 일 와중에 남성들만이 아닌 여성들도 참여했음에도 공식적인 문서에는 찾아내기가 힘들었다는 사실 속에서 작가는 숨겨진 역사 속 여성들을 찾아내고 그 진실을 잘 버무려놓았다. 우리가 모르던 시절에도 여성들은 자신들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서 살았음을, 각자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들의 삶을 그냥 견뎌낸 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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