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도우 - 스타테이라의 검
이은숙 지음 / 높은오름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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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상 가장 넓은 제국들 가운데 하나인 알렉산드로스 제국을 세운 마케도니아의 왕, 알렉산더 대왕. 그는 동서로 가로지르는 그의 거대한 영토를 하나로 융합하기 위해 동서 융합책을 꾀했다. 우선 다수의 그리스인을 소아시아 지역 즉, 터키로 이주시키고 그리스인과 피정복 지역의 주민들을 결혼시켰으며 페르시아인 관리들을 등용한 것이다. 그리고 자신도 페르시아의 군주이자 적이었던 다리우스 3세의 딸과 결혼하였다. 그녀의 이름이 바로 "스타테이라". <<쉐도우>>의 소제목 <스타테이라의 검>에 등장하는 바로 그 이름이다.

<<쉐도우>>는 한마디로 알렉산더 대왕이 수족처럼 아꼈다는 전설의 "황금의 검"을 찾아나서는 모험을 그린 소설이다. 중국의 상하이에서 시작하여 베이징, 항저우, 카슈카르, 타클라마칸 사막과 투르판에 이르는 넓은 지역을 오가며 "황금의 검"의 비밀에 다가서는 모험이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펼쳐진다.

소설이 영화보다 더욱 더 영화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작가의 이력에 기인하는 것 같다. 영화잡지의 사진기자에서 영화기자를 거쳐 영화평론가까지, 영화에 대한 다양한 이력을 자랑하는 작가 이은숙은 중동과 유럽, 아시아를 두루 여행한 후, 작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고 한다. 그 많은 여행 속에서 그녀가 바라본 풍경들, 감상들이 고스란히 소설 속에 묻어난다.

모래폭풍을 묘사하는 부분에서는 마치 나 자신이 모래 속에 들어가 있는 것 같고, 사막 속 열기에 녹아버릴 것 같은 느낌 하나하나, 그 모든 묘사가 자신의 체험이 아닌 것에서 상상으로 씌여진 것은 없다. 그렇기에 읽는 사람은 마치 실제처럼 나 자신이 사막의 한가운데 있는 것처럼 목이 마르는 것 같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1930년이라는 시대상황에 맞지 않게 주인공들의 이름이나 상황들이 너무나 현대적이지는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드는 점이다. 뭐, 꼭 옛날 사람들이 촌시러운 이름을 가지라는 법은 없지만, 그래도 신화의 "신혜성"을 떠올리는 "신해성"이나, "유미", "산", "건" 같은 이름은 좀 너무했지 싶다. 그리고 1930년 중국이라는 곳, 특히 상하이는 우리나라 임시 정부가 있는 곳이었고 온 나라 국민들이 항일운동에 박차를 가하던 시점이었다. 이유가 임시 정부의 돈줄을 찾기 위한 것이었다고 해도 모험과 시대 상황에 괴리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렇다 해도 <<쉐도우>>에는 어릴 적 빠짐없이 시리즈를 찾아 보았던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처럼 즐겁고 흥미로운 모험이 있고 이어질 듯 말듯한 로맨스가 있다. 시작부터 끝까지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므로 <스타테이라의 검>에 이은 또다른 <<쉐도우>>시리즈가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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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인
미겔 루이스 몬타녜스 지음, 송병선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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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인전에서 반드시 찾아볼 수 있는 인물 중 하나인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1492년 대서양을 가로질러 인도와 아시아에 닿겠다는 포부를 안고 바다로 나선 인물이다. 아직 "지구가 둥글다"라는 개념이 일반적이지 않던 시대에 그 믿음 하나로 바다에 나섰다. 그리고 지구가 훨씬 작을 거라고 생각했던 그는 인도가 아닌 서인도 제도(아메리카 제도)를 발견하게 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사실은 여기까지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그에게는 커다란 세 가지 미스테리가 있다고 한다.  그 중 하나는 출생지이고, 그가 남긴 이상야릇하면서도 의미심장한 사인(Sign), 또 하나는 그의 유해가 묻힌 곳이다. 그의 출생지를 검색해보면 너무나 당연한 듯, 이탈리아의 제노바라고 되어 있는데 실제로는 확실히 밝혀진 것은 아니라고 한다. 여러 학자들이 추론하여 이탈리아의 제노바가 유력하다고 추정할 뿐 무엇하나 확실하게 밝혀진 것은 없기 때문이다. 그의 사인 또한 대강의 의미를 밝혀냈지만 확실한 것은 아니다. 유해에 대해서는 스페인과 도미니카 공화국이 서로의 나라에 안치되어 있다고 서로 다투고 있는 실정이다.

이 세 가지 미스테리를 가지고 서로 엮어 만든 소설이 바로 <<사인>>이다. 두 나라에 안치되어 있는 유해가 모두 진짜는 아닐까..라는 가정에서 시작된 이야기. 콜럼버스에 대한 것 어느 하나 확실한 것이 없으므로 작가는 그의 무한한 상상력을 잘 이용한 것 같다. 세 남녀가 스페인과 도미니카 공화국, 미국의 마이애미를 넘나들며 추리해 나아가는 과정을 통해 그 나라들을 직접 여행하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된다. 배경에 대한 묘사가 매우 사실적이어서 스페인과 도미니카 공화국이 손에 잡힐 듯하다. 그리고 그 열기를 직접 느끼고 싶다.

소설은 많은 부분 역사적 사실을 기초로 하고 있다. 작가가 스페인 사람인 만큼 콜럼버스에 대한 시선이 매우 애정적이라는 사실도 알 수 있다. 비록 팩션이지만 방대한 자료를 연구하고 소설을 썼다는 느낌을 알아챌 수 있을 정도로 새로운 역사적 사실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다. 

<<사인>>을 읽고 인터넷으로 콜럼버스에 대해 찾아보면서 다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된다. 신대륙을 발견한 위대한 인물이라는 칭호를 갖고 있는 콜럼버스는 누구를 위한 위인인가, 라는 것. 신대륙을 발견함으로서 유럽에는 막대한 부를 가져다 주었지만, 원주민들에게 기독교를 강요하고 노동을 착취했으며 그들의 자유를 빼앗는 식민지화를 앞당겼다. 얼마전 스페인에서 콜럼버스가 산토도밍고에서 폭정을 했다는 문서가 발견되었다고 하니 그에 대한 평가가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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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엘리자베스 노블 지음, 홍성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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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한동안 영화에 빠져있었던 적이 있다. 결혼해서 아이 낳고 정신 없이 사는동안 누리지 못했던 문화 생활을 한꺼번에 누렸던 셈인데, 그때 난 모든 사람들이 다 봤던 영화를 그제서야 찾아 봤고, 흥행하지는 못했지만 의미가 있을 것 같은 영화들을 찾아보았다. 그때 내 가슴을 적셨던 영화가 한편 있다. 제목은 <나 없는 내 인생>. 어린 나이에 결혼하여 두 딸을 둔 23살의 앤이 시한부를 선고받고 죽음에 이르기 전까지 10가지 계획을 세우고 하나씩 실천해 나가는 이야기이다. 그때 그 계획 중 가장 중점이 되었던 것이 어린 두 딸에 대한 것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내가 그 영화에 그토록 많이 공감하여 울었던 이유는 젊은 나이에 죽을 수밖에 없는 그녀가 불쌍해서가 아니라 그녀의 죽음 뒤에 남을 어린 두 딸 때문이었다. 아마 내게도 두 딸의 나이와 비슷한 딸이 있기 때문이리라. 나에게도 그런 일이 생긴다면(인생은 정말 알 수 없는 것이니까) 난 내 아이에게 무엇을 남겨야 할 것인지 오래도록 생각하게 한 영화였다.

<<내 딸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오랫만에 그 영화를 생각나게 했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크고 넓은 책이다. 엄마와 딸들의 이야기가, 엄마의 인생이, 의붓아버지와 딸들이 만든 새로운 가족의 관계에 대하여, 그리고 네 딸 각자의 삶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궁극적으로 모든 이의 삶에 대한 이야기이다.

소설은 죽음을 앞둔 엄마가 이미 독립한 세 딸과 10대인 막내딸에게 편지 형식으로 쓴 일기를 남기면서 그 일기와 엄마가 돌아가신 후의 가족 이야기로 진행된다. 가족들은 엄마의 죽음을 겪으며 커다란 고통 속에서 몸부림친다.

이 모든 슬픔과 눈물..... 예상 못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힘들고 아플 거라고는 생각하지못했다. 마치 무겁고 어두운 담요가 모두를 짓누르고 있는 것 같았다. 숨 쉬기조차 힘들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영원히 계속된 것 같은 슬픔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53p

그리고 그 고통때문인지 각자의 삶에 문제가 생기고 그 문제는 풀기 어려운 매듭처럼 자꾸 꼬여만 간다.  

아내가 그들 곁을 떠난 뒤로 모든 게 어긋나고 있는 것 같았다. 제니퍼한테, 그리고 자신한테, 한나한테, 지금은 리사한테 문제가 생겼다. 아내의 죽음이 자연적인 질서를 모두 깨뜨리고, 그들의 감성을 완전히 바꾸어놓은 듯했다. 모든 게 엉망이 되어갔다. 마치 저글링을 하던 공이 갑자기 속도를 내는 바람아ㅔ 제대로 잡지 못해 바닥으로 떨어져버린 것 같았다.....372p

하지만 그들은 그 매듭을 하나 둘 풀어간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함께 울고, 웃고, 슬퍼하고, 안도하고, 분노하고, 엄마를 애도하며...401p 그렇게 하나 둘 문제를 해결해 나아간다.

그와 그녀들의 행복 속에는 가장 단순한 진리가 있다. 서로를 믿고 지지해 준다는 것. 그것은 "엄마"라는 끈으로 이어진 무한하고 무조건적인 "사랑" 안에 있다는 것. 현실적인 엄마는 곁에 없지만 바람 속에, 눈 위에, 비 속에, 햇살 속에, 별빛 속에 그렇게 일상 속에 엄마는 언제나 곁에 있다는 것이다.

엄마인 바바라가 딸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꼭 내게도 해주는 이야기 같아서 많은 위안이 되기도 하고 도움이 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네 딸들이 각자의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이 너무나 인간적이고 공감이 되어 기분이 좋았다. 저절로 미소지어지는 그런 느낌.

나도 내 딸에게 이렇게 강렬한 사랑과 신뢰를 줄 수 있을지 아직은 자신할 수 없다. 나는 완벽한 사람도 아니고 엄마도 아니므로 그저 노력할 뿐이다. 그리고 열심히 표현할 뿐이다. 정말로 사랑한다고. 너를 믿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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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몽 호시 신이치의 플라시보 시리즈 26
호시 신이치 지음, 윤성규 옮김 / 지식여행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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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호시 신이치의 책은 두번째다. 그런데 전에 읽었던 <<요정 배급 회사>>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른다. <<요정 배급 회사>>는 타임머신과 우주선 등 미래적인 요소들이 함께 어울려 있다면, <<흉몽>>은 미래와 결부되는 것들은 모두 사라지고 지금 현실 그 자체에 대한, 그야말로 "나쁜 꿈"이다.

<<한여름 밤의 꿈>>을 생각나게도 한다. 그 느낌이 즐겁고 행복한 것이 아니라 기분 나쁘고 끈적끈적한 것이 다를 뿐이다. 요정이나 요괴, 혹은 망령, 부적 같은 것들이 등장하고 그런 것들에 의해 사람들은 많은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결국은 그 자신의 행동에 의한 결과일 뿐이다. 이 책 한 권을 통해 욕심, 자만, 허세 같은 것으로 가득 찬 인간 내면을 직시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아내로서, 주부로서 가장 공감된 작품이 있었는데 바로 <깊은 사이>다. 성공을 향해 달려나가던 남자는 거액의 자금을 투자한 사람의 딸과 결혼하고 일과 사랑 모두에서 만족할만한 성공의 가도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결혼 후 5년 정도가 지나자 가정과 아이에게만 매달려 있고 살도 찐 아내에게서는 점점 흥미를 잃고, 주위의 다른 여성에게 고개를 돌리게 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너무 쿨한 그녀에게서 또다시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다양한 여성들과 '깊은 사이'가 된 그는 어느 날 진실을 알게 된다. 자신과 '깊은 사이'가 되었던 그 모든 여성들이 사실은 부인의 또다른 분신이었다는 것을.^^

이 얼마나 멋진 결말인가! 끝도 없이 다른 스타일의 여성을 탐하던 그는 결국 모두 "아내"라는 울타리 안에서 놀아난 것이 되었다. 부인은 마음껏 즐기라고 하지만, 더이상 어디서도 누구와도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 된 그는 그야말로 모든 아이러니에 빠져 있다. "완전한 자유는 자유가 아니다."라는 말을 남기고서.

<마이너스>라는 작품도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 속 깊은 곳(이기심)을 건드린다. 우연히 "마이너스"라는 부적을 갖게 된 그는 계속해서 마이너스되는 일만 일어나고 결국은 다른 사람에게 넘기게 되는데, 나름 양심의 가책을 느껴 하는 일마다 되는 일이 없는 사람에게 부적으로 주게 된다. 그런데 그 사람은 그것이 "플러스" 효과를 갖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성공하게 된 사람이 부적을 돌려주러 왔으나 그 사람은 받지 않는다. 욕심이 없다는 말에 스스로 하는 말.

"당치 않으신 말씀. 욕심은 지나칠 정도로 있다. 다만 결단력이 없을 뿐이다."...104p

누구나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잘 알고 있다. 좋은 점보다는 특히 더 나쁜 점을 잘 알고 있는 우리들은 그 나쁜 점에 대해서는 함구해버린다. 나 자신은 알고 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절대 들키고 싶지 않은 치부인 것이다. 그런데 호시 신이치의 작품을 읽다보면 그런 치부가 드러나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다. 아무리 겉으로는 착하고 쿨한 척 해도, 결국은 나만 챙기는 이기적이고 배타적인 인간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그래도 나쁘지 않다. 누구나 그런 것을 마음 속에 품고 살고 있다고 위로해 주는 것 같다. 게다가 미래나 요괴와 망령이 등장하는 세상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니 읽는 재미까지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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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중력 증후군 - 제13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윤고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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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위기의 주부들만 있는 게 아니더라구. 위기의 청소년들하고, 위기의 아이들 편도 있던데. 내일 자기사 제목은 위기의 가장들이라고 예고까지 했어. 결국 모두 다 위기인 거야. 모두 다 위기면, 아무도 위기가 아니란 얘기지."...37p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사회엔 정말 "위기의 ~"들이 참 많기도 하다. 그만큼 모두 불안하고 초조하며 진정한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지 못하고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뉴스에서 과장하고 포장하여 부풀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게 한다. 위의 노시보 형의 말대로 모두 다 위기면 오히려 아무도 위기가 아닌 것처럼 말이다.

<<무중력 증후군>>는 바로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삶과 사회를 이야기하고 있다. 바로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으므로 공감할 수 있는 것들. 문화재가 불타버리거나 네티즌들끼리의 파벌 싸움, 인터넷에서의 섹스 파문, 묻지마 살인 등등.. 어제나 수일 전에 뉴스에 등장했음직한 이야기들이 소설 속에서도 일어나니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가진 이 소설이 현실성을 갖게 된다.

어느 날, 한 개이던 달이 두 개로 늘어나는 일이 발생한다. 두 개이던 달은 세 개, 네 개, 다섯 개를 거쳐 여섯 개까지 늘어나게 되고 달이 늘어남에 따라 지구의 중력을 거부하는 무중력자들이 생겨나고 여러 사건들(자살, 폭력, 히스테리, 살인 등)이 달에 의해(그렇게 추정될 뿐이다.) 일어나게 된다. 주인공 노시보는 처음부터 끝까지 "중립"의 위치를 유지하고 있다. 소심하고 모험을 좋아하지 않는 성격의 그는 그 이유를 유전자 탓으로 돌리는데, 그런 그야말로 6개월 동안 148회나 병원을 찾을 정도로 여기 저기 안 아픈 데가 없는 무중력 증후군을 앓고 있는 것이다.

"무중력 증후군"이란 달이 번식하면서 무중력 상태에 있는 듯한 호흡곤란을 느끼는 질벙이라고 한다. 이 새로운 질병은 우리가 현대를 살아가면서 느끼는 알 수 없는 질병들을 모두 포함하기에 거의 모든 사람들이 앓는 질병이라고 할 수 있다. 주인공 노시보는 잘 치료되고 있다는 의사의 말에도 또 다른 병원을 전전한다.

"...치료되고 있다는 것이 불안했다. 아무것도 아프지 않다는 것이 제일 불안했다. 나는 커피숍에 가는 대신 병원에 갔다. "....251p

아무 이상이 없다는 말에 가슴이 뻥 뚫린 것 같은 허전함을 느끼는 노시보는 바로 우리 자신인 것 같다. 외로워서, 이 힘든 시대를 살아가는 것이 너무나 외롭고 허전해서 그 이유가 아프기 때문이라고 돌려대지 않으면 내 자신이 너무나 초라해질 것 같아서 여러가지 질병을 앓고 싶어하는 것은 아닐까. 그가 바로 나인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다.

어떤 사건이 하나 터지면 우르르 몰려가서 그 사건에 대해 모조리 알아야 안심하는 사람들. 그들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소외되기가 싫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뉴스들는 더욱 더 새로운 이슈를 찾아 헤매고 있다.  내가 내 삶의 주인공이 되고 싶지만, 모두 주인공이기를 원하기 때문에 결국 모두 엑스트라일 수밖에 없는 사회. 어딘가에 소속되고 싶어 50개 이상의 동호회에 가입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재미를 찾을 수 없는 사람들. 진정한 실수나 잘못으로 추궁받지 못하고 엉뚱한 사회의 이슈에 따라 잘리는 장관들. 이런 사회의 부조리함과 위선을 너무나 잘 꼬집고 있다.

간결하고 위트 넘치는 문체로 우리의 현실을 비현실적으로 이야기한 윤고은이라는 작가가 앞으로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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