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리스트: 전달자
장태일 지음 / 팬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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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신개념 장르소설, 무비픽션!"으로 무장한 이 소설은 저자가 국내에서 처음 선보이는 장르의 소설이라고 한다. 영화의 등장인물, 배경, 장소, 물품 등을 가져와 소설의 일부인 것처럼 차용한 신개념 소설이라는 것. 그런데 나는 이 소설이 왜 이렇게 산만하기만 한건지... 

반을 넘게 읽으면서도 이야기가 왔다갔다 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고, 나중에서야 주인공이 두 명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소설에서 차용한 40여편의 영화들 거의 대부분을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작은 글씨로 어떤 영화의 어떤부분이라고 설명해주지 않았으면 몇몇 장면을 제외하고는 알아채지도 못했을 만큼 내 기억은 깜깜 무소식이다. 

소설 자체는 매우 스피디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이지만, 난 왜 그렇게 정리가 안되는 건지...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도 계속되는 의문... "그래서... 진짜가 누구라구? 왜 그랬는데?" 이런 질문을 하는 내가 마치 바보같다. 그냥 심심풀이로 읽을 수 있는 소설이 제대로 이해되지 않으니 답답할 따름이다. 

중간중간 이해가 되지 않아 다시 되돌려 읽고 싶은 마음 굴뚝 같았으나 차마 다시 읽고 싶지는 않아 끝까지 직행했다. 그러나 역시 마지막까지 이해 불능..^^ 나만 그런가? 이 책을 읽은 친구에게 가서 물어봐야 하는 건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내가... 역시 또, 바보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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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생
나쓰메 소세키 지음, 김정숙 옮김 / 이레 / 2006년 9월
절판


이 세상에



끝나는 것이란 하나도 없다.



일단 한 번 일어난 것은



언제까지나 계속 된다.



그저 여러 가지 형태로 모양만 바뀌기 때문에



당신도 나도 느끼지 못할 뿐이다.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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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 법의곤충학자가 들려주는 과학수사 이야기
마크 베네케 지음, 김희상 옮김 / 알마 / 2008년 7월
구판절판


" 법률가와 정치가가 항상 증명 가능한 사실만 가지고 일할 수 없는 것은 어찌 보면 그 직업의 본성 탓인지 모른다. 이들은 분위기도 띄우고 희망의 불을 지피며 의견 차이도 고려해야만 한다. 게다가 언제나 잘 몰라서 낯설기만 한 상황에 직면하는 탓에 그만큼 신중을 기해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자연과학의 논리작인 설명만 가지고 모든 문제를 풀 수 있다면야 그보다 더 좋은 게 어디 있으랴. 하지만 세상일이라는 것은 정치적인 고려도 하면서 사회 상황을 배려하기도 해야 한다. 과학의 잣대와 사회적 우연 사이의 조화를 감당해야 하는 일이 정치고 판결이 아닌가. ....(중략).....
물론 정치적인 이유에서 그런 저항의 목소리가 묻힐 수는 있다. 하지만 최소한 학자라면 유행 이론에 휩쓸릴 게 아니라, 비판적으로 철저히 검증하고 불편할지라도 사실적으로 정확한 연구 성과를 세상에 알려야 하는 양심은 가져야 한다.
이런 양심은 현대의 범죄생물학자도 꼭 갖추어야만 한다. 깔끔하게 증명된 객관적 사실을 이야기하고 있는지, 아니면 자신의 의견을 털어놓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지 항상 점검하고 태도를 분명히 하라. 최후의 보루는 어디까지나 객관적인 사실이어야 한다. 이를 무시하고 개인적인 의견과 이해관계에 빠지다 보면 우리가 그토록 자부하는 과학이라는 게 정치 논리에 의해 훼손당하는 지극히 불편한 상황을 자초하게 된다. 진리가 아닌 것은 불편한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치욕까지 불러온다. " 396~397p

-396~39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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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 개정판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북스토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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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오쿠다 히데오"라는 작가에 대한 나의 이미지는 어떤 사건도 재미있게, 즐겁게 그려낸다는 거였다. 소설 내용은 "경쾌, 통쾌, 유쾌"하여 읽는 내내 기분이 좋아지고 스트레스도 풀리는 그런 느낌 말이다. 제목은 비록 <<최악>>이지만, 작가가 바로 오쿠다 히데오였기에 나는, 그런 기대를 하고 있었나보다.

<<최악>>에는 세 사람이 등장하는데,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람들이다. 우리 아버지나 누나나 언니, 그리고 동생일 수 있는 그런 평범하고도 평범한 사람들이다. 너무 평범해서 조금 지루해질 즈음, 난 생각했다. '혹시 이 이야기는 이 평범한 세 사람이 우연히 한 시점에서 만나 최악의 상황을 만들어내는 건 아닐까?' 하고...

그런 영화가 몇 있었다. 평범한 삶을 살던 사람들이 각자의 삶 중간에 서로 연쇄 반응을 일으키듯이 사건을 일으켜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발전하는 이야기들 말이다. 하지만 역시 오쿠다 히데오는 다르다. 신지로, 미도리, 가즈야.. 이 세 사람의 상황이 각자 최악의 상황으로 빠져든다. 

신지로라는 인물은 영세공장의 사장이다. 평범하고 성실하게 아무런 모험 없이 살아온 신지로는 거품 경제도 최악의 경제 상황도 모두 이겨냈다. 그 근본은 그저 성실히 모험을 벌이는 일을 하지 않고 꾸준히 열심히만 일해왔기 때문에 가능했다. 리스크가 적은 대신 주문을 내리는 위의 원청회사에 항상 굽실거려야 하고 비위를 맞춰야 한다. 

미도리는 은행원이다. 은행 습성 상 여자는 승진이 거의 없고 불이익을 볼 때가 많다. 매일 같은 일만 되풀이해야 하니 정말 비오는 날과 월요일엔 끔찍하게 나가기가 싫다.

가즈야는 이제 막 스물살이 된 청년. 별다르게 하는 일도 없이 파칭코를 전전하고, 돈이 없으면 나이프로 위협해 돈을 뜯어내기도 한다. 불량하고 건달이라고 생각되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이다.

<<최악>> 오케스트라 같았다. 조용히 시작해서 점점 최악의 강도가 높아진다. 신지로는 신지로대로, 미도리는 미도리대로, 가즈야는 가즈야대로... 서로 만나거나 접촉하는 일 없이 각자의 삶이 점점 최악으로 치닫는다. 잘 해결해보려 하지만 일은 점점 꼬여만 간다.

"어째서 늘 일이 이렇게 꼬이는가.
조금이라도 좋은 일이 생기면 그보다 몇 배는 나쁜 일이 덮쳐들었다. 마치 인간의 운명을 갖고 놀듯이 어딘가에서 악마가 킬킬거리고 있었다.
이제는 정말 지겹다. 죽어도 상관없다.  ........(중략)......
이제 됐다. 포기했다. 죽고 싶지는 않지만 여기서 목숨을 건져봤자 앞으로 무슨 좋은 일이 있을 건가. 있을 리가 없다.
생에 대한 갈망이 슬슬 사라지고 있었다. 살아갈 기력이 완전히 시드는 게 스스로도 느껴졌다." 321p

내가 최악의 상황을 겪어봤기 때문일까. 저 죽고 싶다는 말이 정말로 공감된다. 나도 그순간 그렇게 생각했었기에 최악의 최악의 상황이 닥쳤을 때 이도저도 싫으니 그냥 끝내버리고 싶다는 생각... 

그리고 최악은 또다른 최악을 부르고... 음악은 점점 클라이맥스로 치달아 세 사람이 만나면서 쾅! 하고 터진다. 그 상황 자체가 또 다른 상황의 "최악"이다. 아무리 상황이 나쁘고 안 좋았다고 해도 자신이 잘못한 일에 대한 댓가는 치르게 되어 있다. 오쿠다 히데오는 그냥 그렇게 담담히 서술한다. 어떤 개입도 없이 그저 상황을 알려줄 뿐이다.

재미있는 소설만 쓰는 줄 알았던 오쿠다 히데오가 이런 소설을 쓸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에 대한 내 편견을 확! 깨는 작품. 너무 나쁜 상황으로만 흘러가는 내용 때문에 읽는 내내 우울하고 마음이 안 좋았지만 그래도 그게 바로 우리의 삶이라고... 그렇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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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만의 규칙 생각하는 책이 좋아 1
신시아 로드 지음, 김영선 옮김, 최정인 그림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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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우리들만의 규칙>>이란 책을 접하고, 광고글을 대강 훑어보았을 때만 해도 이 책은, 장애를 가진 동생을 둔 누나와 그 동생의 갈등과 사랑을 그린, 조금은 흔한 주제의 책인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책을 직접 손에 들고 읽어나가면서 나는 좀 불편했다. 소설이나 동화책에 등장하는 아주 못되거나 아주 착한 누나가 아닌,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너무나 현실적인 "누나"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책은 두 사람 모두 주인공이 아니었다. 누나의 입장에서 자폐를 앓고 있는 동생을 바라보는 3인칭 시점인 줄 알았던 "나"는, 단지 평범한 동생이 아닌 다른 동생들과는 조금 다른 동생을 둔 누나로서의 1인칭 "나"였다.

12살의 캐서린은 이제 어린아이도 아니고, 그렇다고 마음대로 결정하고 행동할 수 있는 어른도 아니다. 가장 평범한 행복을 늘 바라고 꿈꾸지만, "동생"이라는 존재로 인해 그 평범한 행복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엄마, 아빠는 모든 행동과 결정을 항상 동생에게 맞추기 때문이다. 언제나 "동생"이 중심인 가정은 조금씩 균열이 드러난다.

엄마와 아빠를 독차지 하고 싶다는 바램은 형제를 가진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생각해봤을 것이다. 특히 큰아이들은 항상 손해보는 느낌이다. 게다가 누나와 남동생의 순서가 된다면 누나는 항상 양보하고 배려하고 돌보아주기까지 해야하는 행동을 부모로부터 강요받게 된다. 동생이 인생 최초의 라이벌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캐서린은 함께 경쟁을 할 수가 없다. "장애"를 가진 동생으로 인해 생활이 동생을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 '불공평', '잔인하다', '밉다', '엉망진창', '음울', '골리다', '당황스럽다' "...156p

가족들 속에서 느끼는 불안감과 답답함을 캐서린은 이런 단어들로 표현한다. 왜 이런 상황에 놓여야만 하는지 알 수가 없다. 그저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 밖에는... 하지만 동생을 보면 안쓰럽고 불쌍하다. 자신의 손으로 멀쩡한 겉모습 속에 감춰진 데이비드의 망가진 뇌를 고쳐주고만 싶다. 이런 두가지 상반된 마음은 계속해서 부딪치고 갈등한다.


크리스티가 비키니 상의를 고쳐 입는 것을 지켜보면서 나는 두 세계의 틈에 끼는 것이 어떤 것인지 나도 잘 안다고 말하고 싶었다. 학교와 친구들이 있는 보통 세계와 그곳과는 모든 것이 딴판인 데이비드의 세계 사이에 끼어 있는 것. 그리고 두 세계 가운데 어느 곳에도 완전하게 속하지 못하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도.....
 
페이지 : 189  


이런 마음은 캐서린에게 또다른 이중성을 갖게 한다. 장애인 친구와도 스스럼없이 친해질 수 있지만, 다른 친구들 앞에 자신의 동생이나 장애인 친구를 소개하고 싶지 않은 마음. 긜고 다른 사람들이 장애인들을 똑같이 봐주기를 바라지만 캐서린 자신도 그들을 똑같이 보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렇게 캐서린은 성장한다. 모든 편견과 껍질을 깨고 세상 밖으로 나온 것이다.

"활주로에서 이륙을 기다리는 비행기처럼.."(272p) 캐서린은 그 활주로를 달려갈 준비가 되었다. 자신의 모순을 깨달을 수 있다면 그건 행운이다. 캐서린은 해 냈고 동생과의 추억 하나하나를 소중히 할 줄도 알게 되었다. 그런 캐서린을 지켜볼 수 있어 나 또한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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