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원의 아프리카에서의 30일
김충원 지음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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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코끼리를 스케치 한 그 그림이 너무나 이뻐서 손에 들었다. 아동미술로 많이 알려진 사람이 아프리카를 30일 동안이나 여행했다는 것과, 스케치북과 연필 한 자루를 들고 사진기가 아닌 그림으로 아프리카를 담아냈다는 그 여유와 낭만이 정말 부럽다.

케냐와 탄자니아를 오가며 빠뜻한 일정을 짜고 가이드 이솝과 함께 랜드로버를 타고 김충원은 그렇게 아프리카 초원을 누빈다. 그가 그린 그림들은 너무 가까워서 아프리카..라는 느낌보다는 동물원의 동물..같은 느낌이 더 크다. 내가 생각하는 아프리카는 동물이 주가 아닌 넓은 초원과 호수, 열기...같은 것들인데, 그림 속에서는 한가로운 사슴, 영양, 코끼리..들이 주인이니 내게는 눈앞의 아프리카가 잘 느껴지지 않는다.

다만, 잘 모르던 동물들의 그림을 마음껏 볼 수 있고, 그 동물들의 습성이나 생활들을 알 수 있어 좋았고, 네번째 주의 마사이족과의 만남이나 다른 이방인들과의 만남 이야기가 좋았다. 많은 백인 여행자들 가운데에서도 그가 전혀 낯설지 않게 해준 것은 그의 그림이다. 사진기로 담는 것보다는 그림으로 남겨지는 것에 모두들 감동받았다는 것. 나라도 그의 재능을 너무나 부러워했을 것 같다. 

다큐멘터리나 잡지에서 보는 그 광활한 토지를 내 눈으로 보게 될 날이 있을까. 나에게도 그와 같은 여유가 생길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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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승려는 북벌을 꿈꿨다 2
이덕일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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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누가 어떻게 어떤 식으로 바라보았는가에 따라 모든 사건은 평가가 달라진다. 그리고 결과에 따라서도 그렇다. 현 정권을 도저히 두고볼 수 없어 새로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큰 뜻을 가지고 계획에 따라 실행했으나 그 계획이 실패하면 역적으로 죽는 것이고, 성공하면 역적이 아니라 공신이 되는 것이다. 그것도 가장 영광스러운 개국 공신 말이다.

숙종실록에는 한 사건이 게재되어 있다.

운부는 승려들 가운데 뛰어난 일여, 묘정, 대성법주 등 일백여 인을 얻어 그 술업을 전수시키면서 팔도의 중들과 체결하였다. 그리고 장길산의 무리들과 결탁하고, 또 이른바 진인 정(鄭), 최(崔) 두 사람을 얻어 먼저 우리나라를 평정하여 정성(鄭姓)을 왕으로 세우겠다고 하였다.
                                                                                                                 - <숙종실록> 23년 1월 10일

역사학자 이덕일님의 첫 역사소설인 <<조선의 승려는 북벌을 꿈꿨다>>는 유난히 숙종 때 중창불사가 많았다는 사실과 <숙종실록>에 기록된 하나의 사건을 연결시켜 그만의 장점을 충분히 살려낸 소설이다. 소설가가 아닌 역사학자라는 장점은 그만큼 더 많은 사료와 배경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지만 오히려 너무 많이 알고 있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 많아지니 소설 자체의 구성력은 조금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읽는 독자로서는 그동안 잘 몰랐던 "역사" 자체에 푹~ 빠졌다가 나올 수 있었다. 그만큼 시대 배경에 대한 묘사가 탁월하고 당시의 생활상이나 정황 등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숙종 시대에는 어떤 일들이 일어났을까. 조선 역사상 가장 치열했던 당쟁이 있던 때였다. 처음 경신환국을 시작으로 기사환국을 거쳐 갑술환국이 일어나니 서인에서 남인, 그리고 다시 서인(소론)이 번갈아 정권을 잡게 되면서 그만큼 나라는 피폐해지고, 진정 나라를 걱정하는 신하는 모두 죽음에 이르고 백성은 계속되는 흉년과 거듭되는 세금으로 산적이 되거나 절로 도망다니는 그런 시절이다. 

게다가 숙종이라는 임금은 어떤 여인을 총애하면 이성을 잃는 경향이 있어 중전 민씨(인현왕후)를 폐비하고 희빈 장씨(장옥정)를 중전으로 세웠다가 환국을 따라 이후 다시 폐비 민씨를 중전으로 복귀시키는 등, 정말 아수라장 같은 시대였다.

그러니 새로운 시대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안들 수가 없겠다. 백성들만 골병들고 죽어나가는 세상이 아닌 백성들이 주인이 되는 나라, 그런 나라를 만들고 싶었던 사람들이 모여 "환국"이 아닌 "개국"을 도모하는 것이다.


"양반도 없고 상놈도 없는 나라. 주인도 없고 노비도 없는 나라. 열심히 일하는 농민들과 노비들이 주인으로 행세하는 나라. 그런 나라를 만들려는 것일세. 임금과 신료들은 새벽부터 밤중까지 백성들을 위해 일하고, 백성들은 그런 임금과 신료들에게 새경을 주듯 세금을 바치는 그런 나라를 만들려는 것일세." ...<<조선의 승려는 북벌을 꿈꿨다1>> 295p


이 개국 계획이 성공했다면 어찌 되었을까. 1700년대부터 그렇게 누구나 평등하고 서로 맡은 자리에서 자신이 맡은 일만 열심히 하면 반드시 보상받을 수 있는 나라가 세워졌다면 지금 우리들의 모습은 어떨까. 아침 뉴스에서 초등학생 아이들이 이자놀이를 한다는 둥, 중국발 멜라민이 들어간 식품이 또 있다는 둥..하는 말들을 듣지 않고 살 수 있는 그런 나라가 되어 있었을까. 서인과 남인들이 서로 죽이지 못해 안달난 듯 국회에서 서로의 이권만을 위해 나라의 일들은 팽개쳐놓고 그렇게 서로 싸우기만 하는 일들은 없지 않았을까. 

아무리 되돌려 놓고 생각해봐야 답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지금은 지금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을 살아가는 "나"는 마지막 영창의 말을 가슴에 담는다.


"그 모든 것이 운명이었다. 피할래야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 운명이란 그런 것이었다. 세상 속에서 그런 일을 하도록 하늘이 정해 준 길이었다. 그 길은 거부한다고 해서 거부할 수도 없고, 피한다고 해서 피할 수도 없는 그런 길이었다."...<<조선의 승려는 북벌을 꿈꿨다2>>39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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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승려는 북벌을 꿈꿨다 1
이덕일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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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누가 어떻게 어떤 식으로 바라보았는가에 따라 모든 사건은 평가가 달라진다. 그리고 결과에 따라서도 그렇다. 현 정권을 도저히 두고볼 수 없어 새로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큰 뜻을 가지고 계획에 따라 실행했으나 그 계획이 실패하면 역적으로 죽는 것이고, 성공하면 역적이 아니라 공신이 되는 것이다. 그것도 가장 영광스러운 개국 공신 말이다.

숙종실록에는 한 사건이 게재되어 있다.

운부는 승려들 가운데 뛰어난 일여, 묘정, 대성법주 등 일백여 인을 얻어 그 술업을 전수시키면서 팔도의 중들과 체결하였다. 그리고 장길산의 무리들과 결탁하고, 또 이른바 진인 정(鄭), 최(崔) 두 사람을 얻어 먼저 우리나라를 평정하여 정성(鄭姓)을 왕으로 세우겠다고 하였다.
                                                                                                                 - <숙종실록> 23년 1월 10일

역사학자 이덕일님의 첫 역사소설인 <<조선의 승려는 북벌을 꿈꿨다>>는 유난히 숙종 때 중창불사가 많았다는 사실과 <숙종실록>에 기록된 하나의 사건을 연결시켜 그만의 장점을 충분히 살려낸 소설이다. 소설가가 아닌 역사학자라는 장점은 그만큼 더 많은 사료와 배경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지만 오히려 너무 많이 알고 있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 많아지니 소설 자체의 구성력은 조금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읽는 독자로서는 그동안 잘 몰랐던 "역사" 자체에 푹~ 빠졌다가 나올 수 있었다. 그만큼 시대 배경에 대한 묘사가 탁월하고 당시의 생활상이나 정황 등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숙종 시대에는 어떤 일들이 일어났을까. 조선 역사상 가장 치열했던 당쟁이 있던 때였다. 처음 경신환국을 시작으로 기사환국을 거쳐 갑술환국이 일어나니 서인에서 남인, 그리고 다시 서인(소론)이 번갈아 정권을 잡게 되면서 그만큼 나라는 피폐해지고, 진정 나라를 걱정하는 신하는 모두 죽음에 이르고 백성은 계속되는 흉년과 거듭되는 세금으로 산적이 되거나 절로 도망다니는 그런 시절이다. 

게다가 숙종이라는 임금은 어떤 여인을 총애하면 이성을 잃는 경향이 있어 중전 민씨(인현왕후)를 폐비하고 희빈 장씨(장옥정)를 중전으로 세웠다가 환국을 따라 이후 다시 폐비 민씨를 중전으로 복귀시키는 등, 정말 아수라장 같은 시대였다.

그러니 새로운 시대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안들 수가 없겠다. 백성들만 골병들고 죽어나가는 세상이 아닌 백성들이 주인이 되는 나라, 그런 나라를 만들고 싶었던 사람들이 모여 "환국"이 아닌 "개국"을 도모하는 것이다.


"양반도 없고 상놈도 없는 나라. 주인도 없고 노비도 없는 나라. 열심히 일하는 농민들과 노비들이 주인으로 행세하는 나라. 그런 나라를 만들려는 것일세. 임금과 신료들은 새벽부터 밤중까지 백성들을 위해 일하고, 백성들은 그런 임금과 신료들에게 새경을 주듯 세금을 바치는 그런 나라를 만들려는 것일세." ...<<조선의 승려는 북벌을 꿈꿨다1>> 295p


이 개국 계획이 성공했다면 어찌 되었을까. 1700년대부터 그렇게 누구나 평등하고 서로 맡은 자리에서 자신이 맡은 일만 열심히 하면 반드시 보상받을 수 있는 나라가 세워졌다면 지금 우리들의 모습은 어떨까. 아침 뉴스에서 초등학생 아이들이 이자놀이를 한다는 둥, 중국발 멜라민이 들어간 식품이 또 있다는 둥..하는 말들을 듣지 않고 살 수 있는 그런 나라가 되어 있었을까. 서인과 남인들이 서로 죽이지 못해 안달난 듯 국회에서 서로의 이권만을 위해 나라의 일들은 팽개쳐놓고 그렇게 서로 싸우기만 하는 일들은 없지 않았을까. 

아무리 되돌려 놓고 생각해봐야 답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지금은 지금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을 살아가는 "나"는 마지막 영창의 말을 가슴에 담는다.


"그 모든 것이 운명이었다. 피할래야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 운명이란 그런 것이었다. 세상 속에서 그런 일을 하도록 하늘이 정해 준 길이었다. 그 길은 거부한다고 해서 거부할 수도 없고, 피한다고 해서 피할 수도 없는 그런 길이었다."...<<조선의 승려는 북벌을 꿈꿨다2>>39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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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과학수사대 별순검
이수광 지음, 정윤정 외 극본 / MBC C&I(MBC프로덕션)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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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을 읽고 나서 그 책의 내용으로 만들어진 영화나 드라마를 보게 되거나(대부분은 실망하게 되지만..) 혹은 먼저 영화나 드라마로 만난 후에 소설로 읽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두 매체를 통해서 나왔다면 왠지 그 두 개 모두 확인해봐야 할 것 같은 강박관념이 생기곤 한다. 내용은 같은지, 여기서는 어떤 식으로 표현했는지 어느 쪽이 더 재미있는지 등등 말이다.

<<조선과학수사대 별순검>>이 드라마로 먼저 방영되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워낙 과학수사대 같은 시리즈를 좋아하는지라 "볼까?"하는 마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아줌마 치고 드라마 자체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도 아니고 한국판 드라마나 영화에 대해 그렇게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지도 않은지라(순전히 나만의 편견이다.) CIS 같은 수준이 아닐거라면 차라리 처음부터 보지 않겠다...는 생각이 더 컸다. 그렇게 나는 그 드라마를 보지 못했고, 이렇게 책으로 만났다. 결론은... 봐 둘걸...이었다.

책으로 만난 별순검은 "우리 역사를 바탕으로 아주 탄탄한 구성을 가지고 있다"...라는 것이 이 책에 대한 나의 인상이다. 별순검이 태어난 배경부터가 막연히 조선 중기가 아닐까..생각했던 나의 편견을 깨뜨렸다. 갑오개혁 이후, 포도청이 폐지되고 현재 경찰 조직의 효시인 경무청이 창설된 것. 이 경무청의 관리가 '순검'이고, 이들 중 제복을 입지 않고 비밀 정탐에 종사하던 특별수사팀을 '별순검'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명성황후 시해 사건과 그 외 여러가지 사건 등으로 나라가 온통 뒤숭숭하던 시기였고 그런 역사적 사실을 뒤로 하고 그 안에서 겪었을 서민들의 아픔과 고충들이 <<별순검>>의 사건 하나하나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객주 비녀 살인사건>에서는 용의자를 심문하고 싶어도 그가 일본인이라는 이유 하나로 마음대로 소환조차 할 수 없는 현실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는데 이렇게 일본인들의 기세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 있는 것은 <육혈포 살인사건>의 사기꾼 마츠모토의 말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잘 기억하시오. 지금 이 나라엔 두 번째, 세 번째 송시운들이 줄을 섰다구." ...187p

그런가하면, 1899년의 축첩반대시위 사건을 그대로 사건으로 재연한 <연못 살인사건>에서도 현시대를 잘 반영하고 있다. 축첩반대시위는 한 남자가 본부인을 제외하고도 둘, 셋씩 첩을 두고 사는 것을 못하게 막아달라고 아녀자들이 상소를 올리며 시위한 사건이다. 

이렇듯 <<별순검>>에는 그냥 흥미로운 사건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당시 혼란스럽고 어지러웠던 나라 상황이 잘 드러나있고 그 당시의 생활 방식이나 그들의 삶을 아주 잘 반영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처럼 과학이 발달한 시절이 아니었으므로 지문 감식이나 여러 현대적인 장비를 가지고 과학적으로 수사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여러 증거들을 중심으로 차츰차츰 사건을 풀어나가는 과정을 보며 우리 조상들도 매우 현명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런 과정들은 CSI에도 전혀 뒤지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억울하게 죽임을 당하거나 약한 사람을 도와주려는 그 열정만은 어디를 가나 같기 때문이리라.

드라마를 보았다면 드라마와의 차이를 찾아가며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이고, 나처럼 드라마를 보지 못했더라도 그당시 역사와 비교해가며 읽는 즐거움이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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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라 이야기 - 아주 특별한 사막 신혼일기
싼마오 지음, 조은 옮김 / 막내집게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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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특별한 책을 한 권 만났다. 중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여성 작가 싼마오의 첫번째 작품이란다. 그녀의 이름도 낯설지만, 70년대 이전에 이미 전세계를 여행하며 돌아다녔고, 더욱이 스페인령 서사하라에 정착해 스페인 남자와 결혼했다는 그녀의 스토리는 더욱 낯설다. 이렇게 자유로운 영혼이 된 데는 분명 그녀의 부모님이 한몫을 하신 것 같다. 딸에 대한 무한한 믿음과 애정으로 말이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그녀는 잘 이겨낼 거라고 믿어주는 부모님이 있었기에 그녀는 다른 여성들과는 많이 다른 삶을 살 수 있었지 않았을까.

<<사하라 이야기>>는 제목대로 싼마오가 서사하라에 도착하여 결혼을 하고 그곳에서 신혼시절을 보냈을 때의 이야기를 묶은 산문집이다. 그녀의 삶 자체가 닮겨있기 때문에 사막의 이야기는 아름답고 환상적인 꿈 같은 이야기가 아닌, 직접 몸으로 부딪히고 겪어낸 "현실"의 이야기이다. 그녀 자신도 <내셔널 지오그래픽>지에서 사하라 사진을 보고 한 눈에 반해 사하라행을 결심했을 정도로 사하라는 그녀에게 꿈과 열정이 담긴, 그런 마음 속 고향 같은 곳이었다. 하지만, 여행이 아닌 그곳에서의 삶은 그렇게 녹록하지만은 않다는 것이 글 속에 잘 담겨져 있다. 그렇다고 고통스럽고 힘들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 이유는 바로 그녀와 그녀의 남편 호세가 아주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알고 행복해 할 줄 알기 때문이다. 

시골 사람들은 무조건 순박할 것이라는 편견처럼, 사막에 살고 있는 원주민들(사하라위족)은 거의 모두 순박하고 착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니것 내것 없이 가져다 쓰고 돌려주지 않는다든가(물론 문화의 차이이므로 그렇다고 그들이 착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빌려주지 않으면 오히려 자신들의 자존심을 건드렸다고 적반하장격으로 화를 내는 것 같은 이야기들은 읽는 나까지 당혹스럽고 짜증나게 만든다. 나는 매우 이기적인 인간이라  그런 것들은 도저히 용납이 안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싼마오와 호세는 그들을 이해해주고 오히려 퍼다주기까지 하니.. 정말 천사같은 사람들이 아닐 수 없다. 

처음 책을 펴고 겉표지에 작가 프로필을 읽으며 매우 우울했다. 아주 예쁘장한 얼굴의 싼마오의 사진이 있고 "신혼일기"라는 타이틀이 있었으니 매우 밝고 산뜻한 이야기일 것으로 예상했으나 프로필에는 결혼 6년만에 남편 호세가 죽었다고 하니 책을 읽기도 전에 기분이 가라앉는 것이다. 이 당혹스러움이란... 

그래도 <<사하라 이야기>>는 밝고 명랑함으로 가득 차 있다. 그 이유는 워낙에 천방지축으로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싼마오와 느긋이 부인의 그런 귀여움을 묵묵히 받아주는 호세가 있기 때문이다. 젊은 나이에 수없이 많은 곳을 돌아다녀서인지 싼마오는 매우 자유분방한 사고방식에 매우 진취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하고 싶은 일이 있어 한 번 마음 먹으면 무조건 해 봐야 하고, 자신이 하기 싫은 것은 어떻게든 안하려 하는 것이나, 어떤 일에든 당당하고 씩씩한 모습들이 그렇다. 그런 싼마오가 나는 얼마나 부러웠는지...

싼마오의 그런 호기심과 당당함은 많은 에피소드들을 만들어 내고, 그런 에피소드들에는 사하라 사막의 삶이 그대로 녹아 있다. 책을 읽다보면 싼마오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된다. 천방지축처럼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젊은 새댁은 스스로 행복함을 만들어 낼 줄 아는 사람이기에 더욱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마지막 후기는 나를 조금 더 슬프게 했지만, 그렇게 열심히 삶을 살아갔던 그녀가 나는 정말로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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