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 22
막심 고리키 지음, 이강은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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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에 입학하고나서 제일 처음 읽었던 책의 제목은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이었다. 대학교씩이나 입학했으니 이제 나도 제대로 된 책 좀 읽자는 생각에서 고른 책이었는데, 눈물 콧물 범벅이 되며 읽고나서 나의 대학시절 첫번째 책으로 고르기를 정말 잘했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전태일의 직업이, 일하던 곳이 하필이면 재단사이고 평화시장...이어서, 어렸을 적부터 의류업을 하시는 아버지를 따라 이것저것 알게 되고 나도 디자이너가 되겠다며 의류학과까지 들어간 상태여서 나 스스로의 위치와 생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했던 생각이 난다.

그 "전태일"을 떠올리게 하는 책, <<어머니>>. 보통 "어머니"라 하면 따뜻하고 한없이 넓고 무한한 사랑을 느끼게 하는 단어이지만 이 책의 "어머니"라는 단어는 조금 다른 것 같다. 막심 고리키는 1905년 1월 9일 러시아에서 일어난 "피의 일요일" 사건을 계기로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피의 일요일" 사건은 가난과 굶주림에 지친 노동자들과 그의 가족 20만명이 그들의 '자비로운 아버지 차르'로 불리는 니콜라이 2세에게 구원을 청하고자 상트페테르부르크 겨울 궁전 앞에 모인 것이다. 하지만 이런 평화적 시위에 니콜라이 2세는 군대의 총격으로 응대했다. 이 사건으로 수천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한다. 

노동자들의 일상적인 삶...으로 <<어머니>>는 시작한다. 새벽부터 울리는 공장 사이렌 소리에, 피곤에 찌든 노동자들. 아무리 열심히 노력하고 일해도 그들에게 돌아가는 것은 거의 없다. 어디서부터 쌓이는지 모르는 그런 울분을 남자들은 부인에게, 자식에게 폭력으로 풀어낸다. 젊은이들도 매한가지여서 공장이 끝나고 가는 술집에서는 매일같이 싸움과 심지어는 살인까지 일어나는 삶을 살면서도 그들은 왜 자신들이 이런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의문조차 품지 못하고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이어진다.

그들과 같은 삶을 살던 파벨은 어느날부터인가 조금 다른 삶을 살기 시작한다. 삶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된 것이다. 자신들은 왜 이렇게 살 수밖에 없는지, 노동자가 주인이 될 수는 없는지에 대한 의문 말이다. 이렇게 남들과 조금 다르게 살기 시작한 아들을 보면서 "어머니"는 한편으로는 일반 노동자들의 삶에서 벗어난 아들을 자랑스러워하지만, 한편으로는 또다른 평범을 넘어선 아들이 걱정되고 불안하게 보이기도 한다. 어머니이기 때문에 당연한 걱정인 것이다.

위험한 일들이 거듭되며 아들이 감옥에 가게 되자, "어머니"는 아들의 뜻을 잇고자, 아들을 대신하여 아들의 동지들과 함께 그들의 일을 도와주게 된다. 조금 더 가까이 현실과 부딪히며 노동자들 사이에 있게 되자, 어머니는 이제 아들의 대리로서가 아닌 "어머니" 스스로의 주체로서 민중의 한가운데에 서게 된다.

"사람들을 만나면 만날수록 어머니 눈앞에 세상의 풍경이 더욱 다채롭게 펼쳐졌다. 하지만 세상 어디를 가나 남의 것을 빼앗으려는 이기적인 욕망이 판을 쳤다. 세상의 한켠에는 없는 것이 없을 만큼 호화로웠지만 또 다른 한켠의 민중들은 늘 굶주려 있었다. " ....196p


한 아들의 어머니에서 민중을 돌아보고 민중을 위해 싸우는 민중의 "어머니"가 된 것이다. 그 모습만으로도 사람들에게 그녀 자신의 가슴으로 느끼던 불꽃을 민중 한사람 한사람에게 심어줄 수 있는 그런 어머니가 되었다. 

전태일의 분신 사건을 계기로 우리나라 노동운동의 기폭제가 된 것처럼, 러시아의 "피의 일요일" 이후 여러 혁명을 통해 러시아는 세계 최초 공산주의국가가 되었다. 러시아에서는 100년이 흘렀고, 우리나라에서는 40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노동자들의 삶은 그리 많이 변한 것 같지는 않다. 그래도 여러 선구자들이 있기에 우리의 삶은 조금씩이라도 앞으로 나아가고 있으리라...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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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
시게마츠 기요시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미지박스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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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사람마다 다르게 받아들이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각자 살아온 인생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작가의 인생관과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거나 소설 속 주인공과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면... 그 책은 내 인생에서 가장 감동적이고 오직 하나뿐인 책이 될 가능성이 많다. 아무리 남들이 좋다고 하는 책이어도 '나'와는 동떨어진 이야기라면 "이 책이, 왜?"라고 되묻게 되는 것이다. 

1960년대생이고, 1970년대에 초등학교를 다닌 주인공들. 새로운 신도시를 개척하려는 1세대 부모들을 따라 아무것도 없는 곳으로 이사를 와, 한 초등학교에서 만나게 된다. 2000년대를 미지의 세계로 생각하며 '희망'과 '꿈'이라는 단어로 가득했던 그때, 그들은 담임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27년 후, 마흔살에 타임캡슐을 열기로 하고 각자의 소중한 소지품들을 땅에 묻는다. 하지만 마흔살이 되기 일년 전, 학교가 없어진다는 소식을 접하고 그들은 타임캡슐을 꺼낸다.

주인공들과 나는 10년 정도의 나이 차이가 나지만 아주 많이 비슷한 경험을 했다. 그당시 온통 논밭이었던 곳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며 새롭게 떠오르던 곳, "잠실"로 이사한 것이다. 4학년 겨울방학 때 이사하여 5학년 전학간 곳은 나처럼 새로 이사한 아이들이 모인 곳이었다. 워낙 이곳저곳에서 이사한 아이들이 많아 텃새...같은 것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렇게 6학년으로 진학했고, 난 6학년 3반이 되었다.(주인공들과 같다. 이렇게 신기할 때가...^^)

어렸을 때 친하던 친구들, 혹은 친하지 않았더라도 부러워했던, 혹은 시기했던 그리고 동경했거나 무시했던....친구들을 어른이 된 후 다시 만나는 느낌은 어떨까. 어릴 적의 내가 지금의 나와는 상당히 다르듯이 친구들도 그때의 그 느낌은 물론 아닐 것이다. 달라져 있을 것이라는 예상은 했으나 동경했던 친구가 너무나 초라해 보이거나...혹은 은근히 내가 더 잘났다고 무시했던 친구가 오히려 동경할만한 위치로 보인다면..그 당혹감은...정말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들은 그렇게 만난다. 겉으로는 예전 그대로인 것 같지만 "마흔"이라는 나이의 그들은 이미 "도라에몽"과 그 친구들 별명을 가졌던 예전 그대로의 그들은 아니다. 시라이시 선생님이 남긴 유언같은 편지의 마지막 말,



"여러분의 마흔 살은 어떤가요? 여러분은 지금 행복한가요?"....71~72p

 

이 말에 자신있게 "네!"하고 대답할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이다. 아니, 조금은 모자란 듯 언제나 밝고 명랑한 고헤이 한 사람을 빼놓고는.

21세기가 미래였던 시절 그들이 꿈꾸던 것은 더욱 밝고, 더욱 행복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마흔을 앞둔 그들이 현재 살고 있는 21세기는 힘겹고, 고통스럽고, 쓸쓸하기만 하다. 삶의 무게에 짓눌려, 하루하루 살아가는 데에도 힘에 부친 이들에게 어렸을 적의 '희망'과 '꿈'이 있는 미래는 이미 현실이 되었건만 그 어디에도 '희망'과 '꿈'은 보이지 않는다.

나도 친구들을 만났다. 2000년을 막 넘은 때였던 것 같다, 그당시 한창 유행했던 한 사이트를 통해 나의 6학년 3반 친구들을 만났다. 그 중 한 친구는 단 한 번의 참석 후 다시는 나오지 않았는데, 그 이유를 물으니 다들 그 옛날 그대로의 순수한 모습인데, 자신만은 너무 변한것 같아서 못나오겠다고 했단다. 그때 떠오른 단어가 '위선'이었다. 나의 위선. 나도 그 예전의 나는 아닌데, 그 친구에게 그렇게 보였다면...난 거짓이었구나..하는 생각. 우리 모두 조금씩은 그런 위선을 갖고 있지 않았을까. 예전 그대로의 모습으로 보이고 싶어했던 것은 아닐까. 데쓰오가 비록 지금은 체격도 작고 가족에게 버림받는 처지에 있지만 어렸을 적 <도라에몽>의 자이언 모습으로 남아있고 싶어했던 것처럼 말이다. 

시라이시 선생님의 물음에 대한 답은... 마흔이 되어도 찾을 수가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이들은 또 한 번 타임캡슐을 묻는다. 10년 후의 나에게 남길 소지품을 담아, 다음엔 선생님의 물음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기를 바라며...

4, 5년 후면 나도 마흔이다. 마흔...이라는 단어의 무게는 서른과는 아주 많이 다르다. 정점에서 내려가는 길만 남은듯한 느낌. 그때 나는 무엇을 타임캡슐에 담을 수 있을까. 또, 행복하다고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을까. 내게도 어렸을 적 꿈꾸던 '꿈'은 사라졌지만, 아직 '희망'은 있다. 몇 년 후에도 '희망'이 계속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새로운 '꿈'도 꿈꿀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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껄껄
이외수 외 지음 / 가서원 / 199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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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이 참.... 독특하다.
하창수의 단편소설에 대한 이외수의 시와 그림이 함께 엮여 있다.
시보다는 소설이 더 잘 이해되고 쉬워서인지는 몰라도 개인적으로는 이외수님의 시보다는 하창수님의 글에 더 많은 비중을 두게 되는데, 어디를 검색해도 하창수라는 이름보다는 이외수라는 이름이 먼저 뜬다.
아니, 아예 하창수라는 이름이 보이지 않는 곳도 있다.
이것이.... 유명세인가 보다.
하창수님의 단편소설만으로 이루어진 책이었다면 앵콜판까지 갔을지...궁금하다.

단편소설 한편 한편이 모두 느낌이 다 달라서 의외였다고 할까, 이색적이었다고 할까....
시대적 배경도 조선 시대일 때도 있고, 현대일 때도 있고.
내용 또한 <톨스토이 단편선>이나 <탈무드>를 생각나게도 했다가, 호시 신이치의 <플라시보 시리즈>를 떠올리게 하는 엽기적이거나 허무한 이야기도 있다.
그 이야기 속에는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그야말로 팔색조같은 책이다. 

<억만장자가 되는 법>이나 <그 산이 노인을 닮은 까닭> 같은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아직 세상은 살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을 이용해서 내 뱃 속을 채울까... 궁리만 할 것 같은 어른들 중에도 어린 미성년의 꿈을 짓밟지 않고 지켜주려고 하는, 우리 주위에도 가까이 예수님 같은 분이 있다는 사실은 가슴을 훈훈해지게 한다.....<억만장자가 되는 법>
그런가 하면 거동이 불편해서 한걸음 한걸음 내딛는 것조차 힘든 몸으로 매일같이 산에 두번씩이나 오르시는 할아버지.
그 분은 검정 비닐 봉지를 들고 산에 놀러온 사람들이 내버리는 쓰레기를 주워담는 일을 하신다. 
하루도 빠짐없이 자신의 직업인 양 성실한 할아버지를 보고 주인공 "문구"씨는 부끄러움을 느끼게 된다.
어느 날부터인가 나타나지 않는 할아버지.
그 할아버지 대신 문구씨는 검정 비닐 봉지를 들고 산에 오른다.
이렇게 할아버지의 선행은 다른 사람에게로 이어지는 것이다. 

소설 한 편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적이고 재미있다. 
그런데 그 소설을 마무리라도 하는 듯한 이외수님의 시 한 편은 또다른 느낌을 준다.
결론을 짓는 듯한 그 시로 마무리되니 그 여운이 남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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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6펜스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 23
서머싯 몸 지음, 송무 옮김, 나현정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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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 남자가 있었다. 증권거래소 중개인인 그 남자는 가정에 성실한 아내와 쾌활한 아들, 예쁜 딸과 함께 평범한 가정을 꾸려나가고 있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그런 가장이다. 그러던 그가 어느날 갑자기 ’더이상 함께 살 수 없으니 앞으로 잘 지내라’는 편지를 남기고 사라졌다면... 남은 가족은 어떻게 될까? 

그야말로... 배신이다, 그런 행동은. 적어도 가족에 대한 사랑과 책임감이 있었다면 자신이 하려는 행동에 대한 당위성을 설명하거나 변명 정도는 해야만 했다. 가족이 자신을 이해해주지 못한다면 그때 가서 떠나도 늦지 않다...라고 생각한다, 나는. 왜냐하면...나는 예술가가 아니니까.^^

이렇게 절대 이해되지도 않고 오히려 미워지는 캐릭터가 바로 <<달과 6펜스>>의 주인공 스트릭랜드이다.  후기 인상파 화가로 고흐와 함께 자주 회자되는 "폴 고갱"의 삶에서 차용했다는 이 이야기는 놀라움의 연속이다. 그저 평범하고 약간은 속물적인 나로서는 주인공이 이렇게 제멋대로에다가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모습이라고는 조금도 없다는 것이 정말 참을 수가 없다. 그의 악행은 천사같은 마음씨를 가진 스트로브의 가정을 박살내면서 극으로 치닫는다. 

하지만, 그런 모든 행동은 그가 정말로 악당같은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그저 그림에 대한 열망에서 비롯된 이기심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되면, 이젠 그를 어떻게 대해야할지 몰라 난처해진다. "예술가"라는 이름으로 모든 것이 용서되는 것인지 아닌지 판단이 서지 않는 것이다. 

여기서, <<달과 6펜스>>라는 제목을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소설 속 이야기에는 그 어디에도 직접적으로 "달과 6펜스"에 대한 언급은 없다. 달과 6펜스의 공통점은 둘글고 은색이라는 점뿐. 하지만 달은 우리 손에 쥘 수 없이 먼 곳에 있고, 6펜스는 누구나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 그렇다면 "달"은 우리의 꿈이자 이상이다. 누구나 꿈은 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온전히 자신을 던지기에는 두렵고 쉽지 않으므로 우리는 어느정도 현실과 타협하며 살고 있다. 손에 쥐기 쉬운 6펜스처럼 말이다. 

소설에는 스트릭랜드를 제외하고는 모두 6펜스를 쫒는 이들 뿐이다. 평범한 가정을 계속해서 유지하기를 바라는 스트릭랜드 부인과 아들, 딸 그리고 예술적인 재능을 알아볼 수 있는 스트로브는 막상 그림에 대한 고뇌 없이 돈이 되는 그림만 그리며 편안한 생활을 영위한다. 그런 주위 사람들과는 완전하게 대비되는 사람이 바로 스트릭랜드이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라면 남의 이목이나 자신의 궁핍한 생활 같은 것은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기 때문이다. 

"이것 보세요. 모두가 선생님처럼 행동한다면 세상이 어찌 되겠습니까?"
"어리석은 소리! 나처럼 살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소? 세상 사람들 대부분은 별다른 불만 없이 평범하게 살아간다오.".....52p

자신 안에 있는 아름다움에 대한 열정을 그림으로 표현하려 했던 스트릭랜드. 그는 아름다운 섬 타이티에서 그의 고향 같은 편안함을 느끼며 정착할 수 있었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낙원같은 곳에서 세상도, 사람도 모두 잊고 그림 그리기에만 열중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아름다움이란 예술가의 영혼이 온갖 괴로움을 다 겪으면서 만들어 내는 경이롭고 신비한 것이오. 그 아름다움을 모든 사람이 알아보는 것은 아니지. 그것을 알아보려면 예술가가 겪은 것을 똑같이 겪어야 해. 예술가가 전하는 것을 온전히 받아들이려면 지식과 감수성, 상상력이 필요해요." ....68p

이쯤되면 그의 그림이, 그의 인생이 그의 선택이 부러워지려 한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을 쫒아 앞으로만 갈 수 있는 그 행동성이, 열정이 부럽다. 오히려 현실과 타협하며 살고 있는 그 외의 모든 사람들이 게으르고 속물같아 보인다. 아마도 서머싯몸은 그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진심으로 자기가 바라는 일을 한다는 것, 자기가 좋아하는 곳에서 마음 편히 지내는 것, 그것이 인생을 망치는 일일까? 그리고 연봉 일만 파운드에 아름다운 아내를 얻어 저명한 외과 의사로 사는 건 진정 성공한 인생일까? 그것은 인생의 의미를 어디에 두는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닐까? "....184p

결국은...어디에 인생의 의미를 두는가...하는 문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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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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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작가의 작품을 읽어보고 싶은 욕구를 오랜 세월 꾹~ 참은 이유는, 아주 단순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를 읽고서는 푹~ 빠져서 그의 수필을 찾아 읽고(난 소설보다 그의 수필이 더 좋다.) 우연히 알게 된 하루키 동호회에서 번역팀으로 활동하며 원문을 읽는다는 것이 주는 그 느낌을 너무나 사랑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번역이 잘 되어 있어도 그나라 말과 글로 읽는 느낌은 참으로 색달랐다. 그 말과 글들이 내 가슴을 직접 퉁퉁퉁...하고 두드리는 느낌이랄까? 그 이후 원서를 한 권, 두 권 사모으는 동안 빠르게 번역되어 출판되는 수많은 일본 유명 작가들의 베스트셀러들을 그냥 그렇게 보낼 수밖에 없었다. "난 언제 읽지?"하면서...

그러던 것이 올해부터 우연한 기회에 "한글"로 번역 된 일본 작가의 책들을 읽게 되었다. 그리고 내 게으름에 결국 두 손 들고 그동안 밀린 일본 작가의 책들을 읽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도 언제나 내 위시리스트에 있던 이름이 바로 "에쿠니 가오리"이다.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언제나 그녀의 책 제목에서는 향수와 낭만이 있었다. 내가 읽어보지도 않고 느끼는 그녀의 책들은 그랬다. 제목만으로도 어떤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고 기대를 하게 되는 그런 책 말이다.

그리고 드디어 나는 그녀의 책을 읽게 되었다.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는 성장소설이다. 17살난 10명의 여고생이 겪는 여섯 가지 이야기. 책의 내용은 짤막짤막하고 스피드도 있고 흡인력도 있는데, 왜 난 이 책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는걸까? 아이가 노는 것을 지켜보며 놀이터에서 이 책을 읽었기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올해 난 많은 성장소설을 읽었는데, 하나같이 다 마음에 들었다. 내 어린 시절을 돌아볼 수 있었고, 나 혼자 아둥바둥 고독하고 힘들고 고민했던 시절인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책을 통해 확인하고 위로받을 수 있는 시간이었고, 그럼으로 안심할 수 있었다. 나를 넘어 앞으로 내 딸이 겪게 될 수 있는 상황을 이해하고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 무얼까..하는 생각도 할 수 있는 아주 풍족한 시간 말이다.

그런데, 이 책만큼은 아니다. 나와는 많이 다르고 공감이 되지 않는 먼 나라 이야기 같다. 오히려 <성장소설>이라는 타이틀을 쓰지 않았다면 훨씬 더 느낌 있는 소설로 이해되지 않았을까. 일본의 아이들은 이렇게 사나보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을텐데... '성장소설"이라는 단어 하나가 이 책을 다르게(조금 더 크게) 생각하게 한 것 같다. 카피 하나, 마케팅 하나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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