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그녀
가키야 미우 지음, 김은모 옮김 / 콤마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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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에는 분명 아침 막장드라마의 소재로 느껴지는 술술 읽히는 이야기지만 그 속에 평범한 사람들이 가진 고민과 사랑, 삶의 모습이 흥미롭게 담겨져 있는 가카야 마우의 '남편의 그녀'... 심상치 않은 내용을 내포하는 제목이란 생각이 든다.  


부자는 아니어도 성실한 남편에 착하고 귀여운 자식을 키우며 자신만의 행복에 살고 있는 마흔을 앞두고 있는 히사코는 어느 날 느닷없이 하늘이 무너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무뚝뚝하고 가정 일에 관심이 적지만 회사 일로 힘들어도 가족을 위해 묵묵히 일해 주는 남편이 한 없이 고마웠던 아내 히시코는 우연히 컴퓨터에서 남편의 흔적을 통해 불륜을 알게 되며 배신감에 이혼을 할 것인지, 분한 마음은 가슴 저 밑에 묻어두고 가정을 지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자신의 생각에 동조해줄 거라 생각했던 친구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절대 이혼을 하지 말라며 말리고, 친정엄마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우선 상대 여성을 만나 남편 곁에서 떨어뜨려 생각이었는데 낯선 할머니로 인해 아내와 남편의 그녀의 영혼이 서로 바뀐다. 남편, 자식을 생각하니 앞이 캄캄하지만 어쩔 수 없이 서로의 생활공간에서 살아보기로 하는데....


서로 바뀐 영혼을 통해 상대방의 삶을 이해하고 얽혀 있던 매듭을 각자의 방식대로 풀어간 것이 오히려 좋은 결과를 낳는다. 적은 분량의 이야기지만 잔잔한 감동까지 안겨주는 이야기로 좀 더 길었으면 어떠했을까 싶은 생각마저 든다.


살다보면 살아보고 싶은 삶이 있다. 자신과는 다른 모습의 삶이기에 호기심을 가질 수 있고 상대가 가진 삶에 대한 궁금증이 있는데 '남편의 그녀'의 두 여성은 상대에 대한 좋은 감정 없이 어쩔 수 없이 시작한 타인의 삶에서 상대가 가진 아픔, 슬픔 등을 통해 행복이 무엇인지를 돌아보게 한다. 적은 분량에 영혼이 바뀌는 판타지적 요소에도 불구하고 가족의 소중함, 삶의 진정한 행복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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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무라야마 유카 지음, 김난주 옮김 / 예문사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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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날 일은 반드시 일어난다고 한다. 그것이 끔찍하고 떠올리기 싫은 사고지만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일어난다. '별을 담은 배'으로 나오키 상을 수상한 무라야마 유카의 신작 '날개'는 번역가 김난주 님이란 글에 끌린 책으로 하늘을 나는 말과 독수리, 이를 바라보는 사람의 표지가 인상 깊게 다가오는 책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은 늘 힘들다. 날개의 주인공 시노자키 마후유... 일명 머피는 가장 믿고 의지하던 사랑하는 아버지의 자살과 어머니의 학대로 가슴 깊은 상처, 고통을 가슴에 담고 있어 다른 사람에게 자신을 들어내는데 두려움을 느끼는 인물이다. 여덟 살의 어린 소녀 마후유는 아버지가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일을 곁에서 목격한다. 아버지를 구할 수 있었다며 마후유를 향해 비난을 쏟아내는 엄마와 미국 생활을 접고 일본으로 떠났지만 일본사람이지만 일본인들 속해서 물과 기름처럼 떠돈다. 미국에서 생활했던 경험이 항상 마후유를 다른 사람들과 섞이지 못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대학을 진학하면서 이모부의 도움으로 마후유는 엄마의 곁을 떠나 미국으로 돌아온다. 셰어하우스를 통해 그녀를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친구들이 생기고 조금씩 마음을 열어간다.


다른 사람과 관계 맺는 것에 극도로 꺼리는 마후유에게 한 남자가 다가온다. 마후유를 가르치던 남자 로렌스 샌더슨... 일명 랠리는 마후유를 진심으로 아끼는 남자다. 그는 이혼남으로 그에게는 전처 나바호 원주민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어린 아들 팀이 있다. 마후유는 힘들게 한 과거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랠리의 권유로 심리 상담을 받는다.


부모님을 떠올리며 결혼을 꺼리지만 랠리의 아들 팀을 만나러 찾아갔다가 생각지도 못한 일을 알게 된다. 극도의 불안감에 자신에게 온전히 기대는 팀을 통해, 랠리의 진심으로 마음에 마후유는 마음을 열고 그와의 결혼식을 결심한다. 헌데 누구보다 행복해야 할 날 불행은 그녀를 다시 덮치는데...


마후유를 보며 산다는 것이...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는다는 것이 참 힘들구나 싶다. 가장 행복해야 할 결혼식 날 세상을 떠난 자식, 형제자매를 바라보는 랠리의 가족들은 마후유에게 각기 다른 감정을 보여준다.


시간이 흘러도 아물지 않는 상처가 존재한다. 상처의 크기를 줄여주지는 못할망정 그 깊고 넓게 곪게 하는 것이 가족이라니... 마후유의 모습이 자꾸만 연상이 되어 안쓰럽고 아프게 느껴진다. 다행히 마후유가 시련을 이겨내고 행복을 찾기 위한 걸음을 옮기는데 용기를 내었다는 것이다. 그녀가 행복해질 수 있도록 날개를 달아주고 싶다.


다른 책에서도 그 지역 원주민에 대한 이야기는 종종 만났지만 날개에 담겨진 보호구역 내에 살고 있는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나바호 원주민의 생활상을 담은 모습이 무척이나 인상적으로 다가와 좋았다.  상황과 크기는 다르겠지만 누구나 자신이 가진 슬픔, 고통, 아픔이 있다. 이것을 이겨내고 행복을 찾아가는 노력을 멈춰서는 안 된다.


'사랑한다'는 역시 그냥 '사랑한다'야. 다른 말로는 대체할 수 없는 거잖아. 그 상대가 아니면 절대 안 되고, 그 사람에게서 진심이 담긴 애정과 배려를 느끼고, 그 사람을 생각하면 지금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에 감사하게 되고, 그렇다면 사랑하는 게 아닐까?                 -p82-


'행복을 잡을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면 안 돼. 그냥 느끼는 거야. 그때그때 느끼는 것으로 충분하지. 억지로 잡으려 하면 도망쳐 버려.'       -p144-


어디서 누구의 자식으로 태어났는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란다. 아무 상관없는 일이야. 그보다 중요한 것은, 그 인간이 어디서 살아가기로 선택하고, 어떤 사람이 되려고 하는가. 그것이야.      -p179-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인간이 될 것인가. 증오에 휘둘리는 인간이 될 것인가. 행복을 위해 노력할 것인가. 불행의 내리막길을 굴러 떨어질 것인가. 태어나고 자란 환경이나 지금 처해 있는 상황은 아무 상관이 없어. 그대 자신이, 스스로 선택하는 거야."          -p445-


산다는 것은 무언가를 뒤에 남기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끊임없이 소중한 무엇과 헤어지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렇듯 가슴이 아픈 것이다.             -p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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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끝, 마음의 나라
박영주 지음 / 아띠봄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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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위에 귀여운 한 여자와 한 동물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 일러스트가 시선을 확 잡아끄는 여행에세이 '세상의 끝, 마음의 나라'... 표지부터 마음에 드는데 여행에세이로 저자의 치열하고 아픈 20대의 모습을 솔직하게 담아낸 인상적인 책이다.


몇 년 전에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아프니까 청춘이다'란 책이다. 인생에서 가장 빛나고 아름다운 20대에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취업 등으로 너무나 힘들고 아프다는 청춘을 살고 있는 이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힘이 되어주는 이야기로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 분명 나의 이십대와 지금의 이십대는 다르다. 불안하고 흔들리는 이십대의 젊은이들의 고민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사십 대에 들어서면서 어른들이 젊음이 예쁘다는 말을 나 역시 그들에게 하고 있는데 사랑에 아파하고 불안한 일에 대한 박영주 저자의 눈물겨운 청춘이 안쓰럽고 가볍게 보듬어주고 싶어진다.

 

 

저자는 악몽에 시달릴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낸다. 자신을 너무나 힘들고 아프고 고통스럽게 했던 기억들을 마음의 나라에서 지워버릴 생각으로 남미로 떠나기로 한다.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세상의 끝이라는 우수아이아로 여정을 시작한다.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는 일을 선택하는 대부분 사람들의 고민이라고 생각한다. 젊다면 꿈을 쫓는 것이 먼저란 생각이 들지만 저자의 주변 인물들은 꿈으로 인해 고통을 받고 견디지 못한다. 다행이 저자는 자신의 꿈을 응원해 줄 사람을 만나고 사랑하며 행복함을 느끼지만 4년이란 시간을 함께 한 사랑도 꿈도 실패하고 만다. 처음이기에 더 고통스럽다.


남미 여행을 시작하기 위해 죽기 전에 가장 가봐야 할 곳으로 뽑는 그랜드 캐넌을 먼저 찾는다. 이곳에서 저자는 여행동무 토끼 아모를 만난다. 동화적인 요소로 곰에게 귀를 먹혀 토끼의 잃어버린 기억을 찾기 위한 이야기는 마치 동화책을 읽는 것처럼 느껴진다.  

 

 

자신의 꿈을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커다란 힘이 된다. 항상 저자의 글을 즐겁게 읽어주던 친구와 함께 저자의 동화 '고양이 달'을 만들어간다. 지금은 벤처기업의 대표와 동료로 일하지만 일러스트를 통해 덥고 힘든 환경에서 두 사람의 만들어가는 동화책의 얼마나 힘들었을지 짐작이 된다.

여행지마다 자신의 청춘의 일부분을 들려준다. 개인적으로 친구들과 물놀이 갔던 기억이 생각났던 저자가 친구 세 명과 함께 한 첫 캠핑에서 생각지도 못한 사고, 가장 힘든 시간을 고양이달을 쓰고 만드는 것으로 아픔을 견디어낸 저자가 마련한 '고양이달 청춘 콘서트', 제주소년의 음악과 함께 한 시간과 이별 공연, 가족의 생계를 위해 일하는 어린 가이드를 안타깝고 기특하게 생각하는 모습, 문학소녀로 저자의 책 고양이달에 커다란 영향을 준 세 명의 작가 이야기, 버킷리스트를 행하고 있는 그랜드 캐넌의 가이드,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있나 싶을 정도로 아름답게 느껴진 파타고니아 모레노 빙하 등 여행지 하나하나에는 각각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어 누구나 떠나고 싶은 아름다운 여행지와 어우러져 더 가슴을 울린다.

 

 

 

 

 

남미 대륙을 여행하며 자신의 청춘을 힘들고 아프게 했던 것들을 비로소 내려놓을 수 있게 된다. 기억을 잃어버린 토끼 아모의 귀를 먹어버린 흑곰.. 곰이 너무나 사랑했던 존재다. 최선을 다해 노력했지만 때론 넘어지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있는데 저자는 4년을 매달린 '고양이달'을 완성하였지만 자신의 사랑과는 제대로 이별을 못했다가 비로서 여행의 끝... 마음의 나라 우수아이아에서 비로소 진짜 이별을 할 수 있게 된다.


살다보면 제대로 이별을 할 필요한 순간이 있다. 나 역시 제대로 끝내지 못한 이별이 있다. 설마하는 마음으로 기다렸던 것은 아닌지 돌아본다. 아름다운 풍경들을 가진 남미는 예전부터 떠나고 싶었던 여행지다. 거리가 멀고 시간적으로 여유가 없으면 쉽게 떠날 수 없는 여행지라 늘 생각으로 그쳤는데 책을 읽으며, 아름다운 풍경들에 매혹되어 가까운 시일 내에 떠나고 싶다. 여행에 대한 갈증과 위로를 받을 수 있었던 '세상의 끝, 마음의 나라'을 만나 즐거웠다.


"곰이 내 귀를 잘라먹어서 기억을 많이 잃었어. 내 기억은 귀에 다 있거든. 귀가 잘린 만큼 기억이 안 나."   -p48-


"함께 가자. 지금 내게 가장 중요한 일은 세상의 끝으로 가는 거야. 이십 대 중반에는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행복을 찾았다면, 이제는 가장 괴로운 기억을 버려서 행복을 찾을래. 그 아이와의 시간처럼 따뜻했던 기억만 남기고 다 버릴 거야. 그러니까 너도 마음의 나라에 가서 그의 기억을 찾아 행복해질 생각만 해."        -p113-


사랑의 결실이 결혼이라고 생각하던 시절은 지났다. 나는 서른이었다. 수많은 만남과 사랑, 이별을 뚫고 살아 버텨 내어 다다른 나이었다.             -p414-


누구나 자기 삶에 주어진 과제가 있는데, 그것을 해결하지 못하고 도망치면 시간이 지난 뒤 다른 모습으로 다시 나타나는 것 같았다.                  -p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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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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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드릭 배크만 작가를 알게 된 것은 '오베라는 남자'를 통해서다. 워낙에 인기가 있어 나름 궁금했던 작품인데 오베라는 남자를 읽으며 저자의 글이 주는 재미를 알게 되었는데 이번에 나온 신작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는 8살을 곧 앞두고 있는 7살 소녀 엘사를 둘러싼 현실과 상상속 이야기가 교묘하게 어우러진 따뜻한 이야기다.


똑똑하고 어른스런 면을 가진 엘사는 사람들을 뜨악하게 만드는 일을 종종 한다. 친구들 사이에서는 늘 달리기를 해야 할 정도로 따돌림과 괴로힘을 당하고, 선생님들은 엘사를 불편하게 느끼게 만드는 아이지만 이런 엘사를 믿어주고 언제나 힘이 되어주는 할머니가 있다. 불행이라면 암이 걸려 엘사와 시간을 얼마 보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다는 것이다. 할머니는 다소 제멋대로에 다른 사람의 시선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 엉뚱한 행동과 말을 해서 병원장으로 일에 빠져 지내는 딸에게 늘 말을 듣지만 엘사와는 단짝으로 엘사가 세상에 당당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유일한 친구다.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엘사는 할머니의 마법 옷장에 수시로 들어간다. 할머니가 남기신 편지를 통해 보물찾기 모험을 떠나는 엘사의 모습은 엘사가 할머니가 떠난 후에도 사람들과 어울리며 살아갈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가 지금은 곁에 할머니가 없지만 함께 있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아픈 할머니가 남긴 알아볼 수 없는 글이지만 손녀 엘사에게 남긴 글을 보면 손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걱정하는지 씩씩하게 자라도록 응원을 보내는 글에 살짝 뭉클해진다. 솔직히 전작의 주인공 오베가 자꾸 할머니와 겹쳐지는 점이 있지만 엉뚱하고 이런 엘사 같은 소녀가 곁에 있다면 어떤 느낌일까? 하는 다소 엉뚱한 상상을 해보게 되는 묘한 매력이 느껴지는 이야기다.


표지처럼 인상적인 엘사의 귀여운 모습이 재치 있는 이야기와 상상력으로 마지막에 살짝 찡한 감정을 만들어준다. 요소요소에 웃음을 만드는 포인트에 미소 짓고, 엘사와 함께 상상속 세계를 떠올려보는 나름 재밌는 책으로 할머니, 딸, 손녀로 이어지는 3대에 걸친 이야기는 어른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읽어도 좋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다.  


세상의 모든 일곱 살짜리에겐 슈퍼 히어로가 있어야 한다.            -p26-


"나도 슬퍼. 우라지게 슬프다고! 너 혼자 속상한 거 아니니까 그렇게 싸가지 없는 애새끼처럼 굴지마!"     -p108-


우리는 할머니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더라도 얼마든지 오랫동안 할머니를 사랑할 수 있다.    -p127-


가끔은 가장 위험해 보이는 곳으로 피신하는 게 가장 안전한 방법일 수도 있어.       -p134-


"누군가를 너무 사랑하면 그 사람을 남과 공유하기가 힘들거든."         -p206-


가끔 위험한 일을 저질러야 할 때도 있다고. 그래야 우리가 진정한 인간인 거라고.          -p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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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나면 당신과 결혼하지 않겠어 - 남인숙의 여자마음
남인숙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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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나면 당신과 결혼하지 않겠어 강렬하면서 참 매력적인 글이란 생각이 드는 제목이다. 여자가 여자에게 건네는 다정하고 솔직한 수다라는데 저자의 여자 수다가 무엇을지 궁금해지는 책이다.


인생 100세 시대다. 얼마전에는 몇 년 후에는 120살까지 살 거란 이야기도 들었다. 인간의 수명이 이렇게나 길게 살 줄 많은 사람들은 몰랐다. 수명이 길어지면서 한 사람과의 결혼 생활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검은머리 파뿌리가 되도록 살면 그것이야말로 좋은 일이지만 수명이 길어지면서 한 사람과의 오랜 결혼생홀이 힘들다는 생각을 나 역시 하게 된다. 결혼을 한 입장에서 보면 옆지기에 대한 불평불만 보다 굳이 결혼이란 제도에 나를 묶어 둘 필요가 있을까 싶다. 다음 생에는 그냥 혼자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그렇기에 여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일상의 모습을 담담하고 진솔하게 풀어낸 남인숙 작가의 글에 공감한다. 

 

 


젊었을 때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들이 나이를 들면서 눈에 띄는 것들이 많아졌다. 재미 또한 마찬가지다. 저자처럼 나 역시 예전에는 미처 재미를 몰랐던 것을 나이를 들면서 발견한 것이 많다. 그중 최고의 재미는 아이를 키울 때는 엄두도 내지 못했던 여행이 가장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요소란 것을 알게 되었다. 솔직히 여행을 내가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된 지는 십여년 전이다. 난생처음 가족 없이 혼자서 떠난 터키 여행.... 생활에 쫓겨 더 이상 나를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다고 느꼈을 때 떠나 아무것도 안 하고 지내며 남이 해주는 밥과 낯설지만 아름다운 풍경에 빠져 열흘을 보내며 내 안에 화를 내려 놓을 수 있었다. 터키 여행 이후 기회가 될 때마다 다른 것보다 여행을 먼저 생각하게 되었고 지금도 한 번씩 옆지기의 눈치를 보며 여행을 꿈꾸고 있다. 사람, 삶을 좀 더 유연성 있게 바라볼 수 있게 된 것도 여행을 통해서다. 여행이 주는 재미를 알게 되면서 나이든다는 것이... 2, 30대의 치열함 없이 살아도 되는 지금이 얼마나 재밌고 즐거운지 새록새록 느끼며 살고 있다. 나의 이런 재미를 아직은 어린 아들에게 알려주고 싶은데 아들은 옆지기를 닮아 여행이 주는 재미를 아직은 모른다. 조금 더 자주 아들과 여행을 다니며 매일 재밌는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남성보다 여성이 나이드는 것에 더 민감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성형수술을 하는 비율이 세계적으로 엄청 높다는 이야기는 좀 더 예쁜 얼굴, 몸매를 가지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열망이 높기 때문이다. 젊다는 것이 가장 아름답다는 어른들의 말을 중년이 되어서야 이해하기 시작했다. 젊음이 아름답다는 생각은 있지만 나이 들어도 곱다는 생각이 드는 여성을 보면 나도 저 어른처럼 늙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중년의 여성, 남성이 아름다운 모습에는 그들만의 노력이 반드시 있다. 얼굴, 몸짓, 말, 분위기에서 풍겨지는 아름다움은 젊은 사람에게서 발견하기는 어렵다. 나이를 먹은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것들이 아름다움을 갖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마릴린 몬로, 나오미 켐벨을 따라할 수 없지만 그들의 모습은 노력을 통해서 얻어진 것이기에 멋지고 곱게 나이들고 싶은 욕심이 있기에 이제부터라도 나의 매력을 찾아보고 단점을 고쳐나가려는 노력을 해볼 생각이다.

 

 


한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이 드라마라고 알고 있다. 얼마 전에 끝난 kbs '태양의 후예'는 드라마를 끊은지 십오년도 넘은 내가 본방사수에 재방송까지 꼼꼼이 챙겨서 본 드문 드라마다. 드라마를 좋아하지 않았던 이유가 막장 소재에 뻔한 다음 스토리가 대충 감이 오는 내용이라 좋아하지 않다가 이번 드라마를 통해서 주변에서 추천하는 드라마를 몇 편 찾아서 볼 정도로 드라마에 빠져들었다. 유행과 문화를 이끌고 있는 드라마 몇 편도 대개의 경우 익숙한 갈등, 소재를 가지고 있어 좋아하지 않지만 이런 요소가 아줌마들에게 드라마에 몰입하게 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우리나라 드라마는 아줌마의 파워가 가장 크다. 줄거리를 몰라도 극에 몰입하는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는 드라마의 매력은 내 안의 허한 부분을 채워주는 것을 드라마가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저자의 글에 씁쓸한 이야기임에도 공감한다.

 

 

 

결혼 여성의 상당수는 건망증을 갖고 있다. 나 역시도 치매에 가까운 건망증을 가지고 있다. 아이를 낳은 여성이라면 출산 후 기억력이 감퇴하였다는 말을 하게 되는데 출산 후 우울증은 알고 있지만 건망증이 우울증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건망증을 필요 이상으로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며 당당하게 뇌의 과부하로 인해 일어난 일이란 것을 가족들에게 인지시키고 도움을 받을 필요성을 느낀다.


기억에 남는 인상적인 글이 참 많은 책이다. 학창시절 친구가 아니더라도 나이를 먹어서도 진정한 친구를 사귈 수 있고, 내 생일날은 스스로 챙기려는 노력은 나와는 살짝 다른 모습이지만 나 역시 찬성하는 이야기다. 큰 맘 먹고 힘들게 구입한 코트와 남편의 유사점은 웃을 수만은 없는 이야기란 생각이 들며 나이를 먹을수록 편한 것만 추구하는 요즘 내 모습을 돌아보게 한 여자의 완성은 신발이란 생각을 하게 한 이야기, 좋은 엄마, 좋은 아내에 대한 생각 등 여자들이 생각하는 소소하고 일상의 이야기들이 친구와 수다 떨듯 담백하고 재밌게 담겨져 있다. 결혼을 한 기혼자라면 누구나 충분히 공감을 할 이야기란 생각이 드는 책이다.


나이가 들 것인가, 나이'만' 들 것인가는 선택의 문제다.                    -p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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