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동서대전 - 이덕무에서 쇼펜하우어까지 최고 문장가들의 핵심 전략과 글쓰기 인문학
한정주 지음 / 김영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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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기에 늘 글쓰기에 관심이 있고 잘 쓰고 싶은 마음도 있다. 글을 조리 있고 재치 넘치게 쓰는 사람들을 보면 내심 부럽기도 하고 그들의 글쓰기를 따라 해보고 싶은 생각도 든다. 역사적으로 너무나 뛰어난 글쓰기를 자랑하는 문장가들의 글을 통해 예전에 미처 알지 못했던 다양한 글쓰기가 있으며 글쓰기를 하는데 반드시 생각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글쓰기 동서대전'... 14세기에서 20세기에 이르는 동서양 최고의 글쓰기 천재들의 글을 통해 글쓰기의 핵심 비결이 무엇인지 글쓰기 인문학을 통해 배울 수 있는 책이다.


동심의 글쓰기, 소품의 글쓰기, 풍자의 글쓰기, 기궤첨신의 글쓰기, 웅혼의 글쓰기, 차이와 다양성의 글쓰기, 일상의 글쓰기, 자의식의 글쓰기, 자득의 글쓰기... 9가지의 글쓰기를 통해 글쓰기 천재들의 글이 가진 비법들은 서로 다른 글쓰기 비법이 아니기에 각각의 단락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등장하며 서로 연관성이 있다.

 

 

동심의 글쓰기는 박학다식하고 특히 문장에 뛰어났던 이덕무의 글쓰기에서 볼 수 있다. 목적을 가지고 쓰는 글은 불순한 글이며 글은 장난치며 즐기는 것이라고 말한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글이 최고의 글이라는 이덕무의 생각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쓰지 못하는 글이지만 되도록 나 역시도 내 생각과 마음을 담고 있는 글을 쓰기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다.


우리나라의 이덕무가 있다면 중국... 명나라의 사상가이며 중국 역사상 가장 독특하고 기이한 개성의 소유자 유교사상의 굴레를 벗어난 글을 썼던 이탁오는 동양의 니체라고 불릴 만한 인물이라고 한다. 독서를 가장 좋아했던 이탁오가 많은 사람들의 칭송을 받는 공자, 맹자에 대한 비난과 조롱의 글을 썼다는 것이 놀랍다. 한 인물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따른다고 무조건적으로 맹신하고 존경하는 것은 옳지 않다. 어떤 점을 존경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아야 하는데 뛰어난 인물들 역시 자신들이 가진 논리와 견해에 집착하느라 아집과 편견을 가진 글을 남겼다고 말한다. 곱씹을수록 돌아보게 되는 글이란 생각이 든다.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에 행복을 느끼며 살았던 성호 이익... 일상생활에서 부딪히는 다양한 일이나 사물에 대한 스치듯 지나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소품'... 이익의 관물편이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소품의 걸작이며 일본의 하이쿠가 시의 소품이라고 말한다. 예전과 하이쿠를 다룬 책을 읽은 기억이 있는데 절제된 표현의 하이쿠는 고유의 단시형. 5·7·5의 17형식을 따르고 있어 일본 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나로서는 큰 감흥이 없었다. 순간의 미학, 찰나의 미학이라고 말하는 하이쿠와 다르지만 이익의 관물편은 간결하고 짧은 글이지만 동식물, 온갖 사물을 통해 순간과 찰나의 미학을 제대로 보여주는 소품문 모음집으로 최고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노트북의 동식물에 대한 우화를 통해 미미하고 작은 사물이지만 우주와 자연과 인간 세계의 원리와 이치를 깨우칠 수 있는 글은 이익의 관물편 속 우언 소품을 너무나 유사함에 놀라게 된다.

 

 

근대인이 지닌 자아와 이기주의를 날카롭고 예리하게 파헤치는 일본 작가 나츠메 소세키... 책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소세키의 책을 한 권 이상은 읽었을 정도로 일본의 대표작인데 그의 최고의 풍자소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개인적으로 읽지 못했다. 고양이를 사람처럼 의인화하여 소세키 자신을 표현한다. 러일 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의 민낯을 드러내며 그 속에 숨어 있는 거짓과 위선, 야만성을 폭로한 이야기로 고귀한 인격과 품격을 유지하며 산다고 생각하지만 알고 보면 번영과 성공에 기대어 사는 기생충 같은 존재라며 신랄한 비판을 담고 있는 풍자라고 알려준다. 소세키의 도련님 밖에 읽지 못한 나로서는 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기에 읽어야지 생각만 했는데 일본의 부끄러운 민낯을 제대로 보여주는 작품이란 것을 풍자의 글쓰기를 통해 새삼 알게 되고 흥미롭다는 생각이 들어 읽어볼 새각이다. 박지원의 '호질' 역시 의인화 이야기이며 풍자의 글쓰기의 최고봉은 조너선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라고 하는데 어릴 적에 읽었던 걸리버 여행기를 재미는 글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인류 자체를 풍자한 글이라니 다시 읽어 볼 생각이다.

 

 

조선 후기의 실학자·과학사상가인 홍대용은 청나라를 갔다 온 후 여행책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사는 것에 익숙했던 우리에게 중국이 중심이 아니며 세계의 중심이 될 수도 있는 혁신적인 세계관과 원동력을 제공한다. 그의 책에 담겨진 다섯 가지 차원이 18세기 조선에 어떤 방향을 일으켰을지 생각해 보며 그의 생각을 수용했다면 어떠했을까 생각해 본다.

 

 

일상의 풍경을 글로 옮긴 헬렌 니어링은 여성들이 꼭 부엌에 있을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우리의 삶은 결국에는 의식주 문제다. 좀 더 좋은 집에서 좋은 옷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있다. 예전과 달리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며 가사를 부부가 분담하는 집들도 많아졌다. 그래도 여전히 가정살림은 여자들의 몫이고 남성들은 도와주는 차원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자들이 음식을 장만하는데 들이는 노력과 시간을 줄이는 것에 목표라고 말하는 니어링의 이야기를 보며 상다리 부러지게 풍성하고 화려하게 차린 음식이 아니고 최소한의 시간을 들여 단순하고 소박한 건강한 밥상을 차리는 것이 중요한 일상의 철학에 크게 공감한다. 나 역시도 부엌에서 보내는 시간을 줄이고 싶기에....

 

 

글을 잘 쓰기 위한 길잡이가 되는 책이 아니며 묘책을 담고 있지도 않다고 말한다. 위대한 문장가들의 글을 이해한다고 그들처럼 글을 쓸 수 없듯이 무수히 많은 책을 읽는다고 글쓰기에 꼭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다. 독서는 좋은 것이란 생각을 늘 갖고 살고 있고 되도록이면 책을 꾸준히 읽으려고 노력하는 나로서는 독서로 인해 생각이 마비되는 경우가 있다고 하는 쇼펜하우어의 말이 의외로 느껴졌다. 독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다시 생각해야 독서가 자신의 것이 된다는 글을 보며 책읽기에 더 중점을 둔 나는 앞으로는 책을 읽고 다시 생각해 보는 습관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독서한 것을 다시 생각할 때에는 비로소 독서한 것이 자신의 것이 된다. 이러한 이치는 마치 음식을 먹었다고 곧바로 피와 살이 되지 않는 것과 같다. 소화가 되어야 비로소 피와 살이 되듯이, 끊임없이 독서만 하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많이 읽어도 자기 속에 남아 있지 못하고 대기는 잃어버리고 만다." 따라서 자득의 독서, 곧 독서를 통해 스스로 깨달아 터득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두 가지를 명심하고 책을 읽어야 한다. 그 하나는 반드시 "생각하는 것을 중심으로 독서하라"는 것이다.           -p650-


글쓰기는 잘 썼느냐 못 썼느냐, 훌륭한 글인가 별 볼일 없는 글인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비록 서툴고 엉성해 잘못투성이인 글일지라도 어느 시대에도 없고 다른 누구도 쓰지 못한 나만의 글을 써야 한다.      -p260-


성령이란 이탁오의 동심을 윈굉도가 재해석한 문학적 개념이자 소품문이 추구한 미학적 가치이다. 그것은 '자신에게서 나온 진실한 감정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글을 써야 한다'와 '무엇에도 얽매이거나 속박당하지 않은 진실한 마음과 감정으로 글을 쓰겠다'는 작가 정신이다.                -p313-


이덕무는 글을 지을 때는 한 가지 방법이나 한 가지 법칙만으로 국한해서는 안 되고 오히려 변화하는 것이 끝이 없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모든 글이 제각기 나름의 묘미를 갖고 있듯이, 글을 지을 때 역시 여러 상황과 경우 혹은 글쓴이의 수준과 자질에 따라 제각각 천변만화의 묘미를 갖출 수 있고 또한 갖추어야 한다는 얘기다.    -p375-


"사유가 곧 표현이다"................ 필자는 이 말에 백 번 천 번 공감했다.          -p388-


사소하고 하찮고 보잘것없는 것 속에서 비범하고 특별한 것의 발견과 창조, 이것이야말로 이옥이 추구했던 글쓰기 철학, 즉 '일상의 미학'이다.      -p435-


세상에나 담배에 대한 모든 자료를 정리하고 기록해 이옥이란 인물이 흥미롭다는 생각이 든 담배학을 통해 새로운 학문을 창조했다는 표현이라니... 읽으면서 흥미롭고 재밌다는 느낌이 들었다.


세상사와 인간사는 정해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 세상의 흐름도, 인간의 운명도, 사람의 목숨도 언제 어떻게 변화하고 사라질지 알 수 없다.     - 요시다 겐조- p464


글이란 반드시 자시에게서 나온 감정과 생각이 자연스럽게 표출되고 진솔하게 드러나는 대로 글을 써야지. 인위적으로 지으려고 하거나 작위적으로 꾸미려고 해서는 안 된다. 성정이 유로流露하는 대로 글을 짓는다면, 그것은 잘 지었든 그렇지 않았든 좋은 글이자 참된 글이다. 하지만 인위적으로 짓고 작위적으로 꾸민다면 아무리 잘 지은 글이라고 해도 그것은 나쁜 글이자 거짓된 글일 뿐이기 때문이다.      -p631-


동서양의 글쓰기 천재들의 이야기를 담겨진 날카로움이 마냥 어렵지만 그렇다고 쉽다고 말할 수 없지만 글쓰기에 대해 다시 돌아보고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된다. 개인적으로 너무나 좋은 글이 많았다. 방대한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에 놀라고 자득의 글을 쓰기 위해 깊이 있는 독서와 다시 생각해 보는 습관을 길러야겠다. 어렵게 느껴지지 않도록 세심한 설명이 언급한 책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한다. 분량이 많지만 가독성이 뛰어나 읽게 된다. 글쓰기 인문학의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책이라 옆에 두고 생각날 때마다 조금씩 다시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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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슬로베니아 - 사랑의 나라에서 보낸 한때
김이듬 지음 / 로고폴리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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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칸의 숨은 보석이라고 하는 슬로베니아... 작년에 친구들과 동유럽 자유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어 여행 가기 전에 나름 열심히 여행하고 싶은 동유럽 국가를 찾았던 적이 있었다. 슬로베니아도 궁금해서 찾아보았지만 여행을 할 마음을 미처 갖지 못했는데 너무나 좋아하는 노희경 작가의 신작 드라마 '디마프'를 통해 슬로베니아의 숨은 매력을 조금은 알게 되어 다시 동유럽 쪽으로 여행을 간다면 슬로베니아를 여행지로 꼽았기에 슬로베니아의 매력을 담은 '디어 슬로베니아'에 관심이 갔다.


디어 슬로베니아의 부제목으로 사랑의 나라에서 보내는 한때란 글이 인상 깊게 느껴진다. 얼마나 사랑스러운 나라이면 다정한 사랑을 닮은 나라라는 표현을 저자는 썼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데 여행을 할 때 한 나라에서 조금 긴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개인적인 바램을 늘 갖고 있는 나로서는 92일이란 시간을 보낸 슬로베니아의 매력이 한 권의 책에 어떤 식으로 담겨져 있을지 궁금했다. 책장을 몇 페이지 넘기지 않아도 저자가 왜 이런 표현을 썼는지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어디에 살든지 환경도 중요하지만 결국에는 사람이 제일 중요하다. 사소한 일로 예민해진 상태에서 이른 아침부터 낯선 방문자를 환영하기 쉽지 않다. 더군다나 친한 사람도 아닌 낯선 이의 방문... 자신의 잘못이 아니지만 새는 물의 확인 때문이고 다행이라면 상대방이 호의와 측은함을 가지고 선의의 행동을 한다. 대학교 신입회 환영회, 사귄 작가, 화가들 역시 유명한 대도시의 사람들과는 다르게 낯선 여행자에게도 정감 있게 대해준다는 느낌을 준다.


너무나 아름다운 류블레나의 성과 광장 티볼리 공원, 블레드 호수, 슬로베니아의 가장 오래된 도시이며 저자가 류블레나를 벗어나 처음으로 여행했다는 프투이, 신비스럽고 중성적인 매력을 발산하는 피란, 개인적으로 농촌보다는 도시를 선호하고 좋아하는데 한적한 시골 농가가 매력적으로 느껴진 농가 주택에서의 하룻밤 등 슬로베니아를 여행한다면 앞에서 열거한 곳들도 다 보고 싶고 농가 체험도 해보고 싶다. 여기에 슬로베니아를 여행한다면 시집도 챙겨갈 생각이다. 시와 너무나 잘 어울리는 슬로베니아란 나라의 매력이 너무나 크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빨리빨리를 외치는 민족이 우리나라가 아닐까 싶다. 천천히 나를 돌아보고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느끼며 사는 것이 중요함을 새삼 느끼게 되는데 슬로베니아는 천천히 일사의 행복을 들여다보게 하는 나라란 생각이 든다. 유럽의 대표적인 화려한 나라들과는 다르게 소박함이 매력적인 슬로베니아... 드라마를 통해 여행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한 나라지만 디어 슬로베니아를 보며 언젠가 꼭 여행하고 싶은 나라로 나의 여행 목록에 적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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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게 살자, 고민하지 말고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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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누야마 집안에는 가훈이 있다. 사람은 언젠가는 죽는다. 그러나 그 때를 모르니 전전긍긍하지 말고 마음껏 즐겁게 살자. 그 가훈을 자매는 각각의 방식으로 신조 삼았다.          -p11-


'즐겁게 살자, 고민하지 말고'... 이 말처럼 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즐겁고 행복할까? 싶은 생각이  드는 에쿠니 가오리의 신작이다. 삶이란 게 계획했던 방향대로 흘러가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순간순간 생각지도 못한 곤경에 빠지고 어려움을 겪지만 그것을 더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게 하기 위해 노력한다.


세 자매의 이야기지만 우리와 세세한 문화가 다를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이야기는 닮아 있다. 자유로운 연애를 추구하는 행동과는 다르게 막내 이쿠코는 평범한 삶을 꿈꾼다. 비 오는 어느 날 우연히 평소 관심있게 지켜보던 이웃집 주부에게서 비닐우산을 얻어 쓴다. 그것을 계기로 이웃의 집도 방문하고 생활을 엿보며 더욱 마음이 끌린다.


세 자매 중 가장 똑똑하고 유학까지 다녀온 모든 일에 자신만만하고 당당한 둘째 하루코... 글을 쓰는 남자와 동거 중이지만 현재의 삶에 만족한다. 결혼이란 틀 안에 놓여 있기 보다는 지금처럼 사랑과 연애를 즐기며 살고 싶다. 이런 그녀의 행동으로 인해 남자는 상처를 받지만...


"무슨 소리. 우리는 한솥밥 먹고 자랐어. 한솥밥 먹고 자란 자매는 서로에게 걱정 같은 거 안 해."   -p09-


개인적으로 제일 답답하고 용감하지 못한 마음에 들지 않았던 첫째 아사코... 성숙하지 못한 남편의 교묘한 폭력에 저항 한 번 제대로 못하며 매번 합리화 시키며 부부의 삶을 유지하며 지낸다. 벗어날 생각 자체를 못하는 아사코의 모습은 폭력에 길들여지는 TV 사건 속 인물들을 떠올리게 해 마음이 불편하다.


아사코가 느끼는 것은 이제 공포뿐이다. 자신의 안과 밖에도 이 집에도 온통 공포밖에 없다.    -p106-


 우리나라도 점차 노년층의 이혼이 늘고 있다. 세 자매의 부부님 역시 이혼한 상태로 책임은 전적으로 아버지에게 둘 수밖에 오래 전에 이혼한 상태다. 허나 부부 사이의 문제는 부부만 안다고 가장 큰 원인을 제공한 아버지를 그나마 막내 이쿠코만이 젤 편하게 대한다.


세상에 고민 없는 사람은 없다. 고민의 크기는 다를지라도 각자의 고민이 가장 크게 느끼는 것이 인간이다. 능력 있고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하루코와 이쿠코는 나름 인생을 즐기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만 벗어날 수 없는 가정이란 감옥 안에 숨죽이며 사는 아사코는 용기가 없다. 우연히 마주친 한 여인을 통해 비로소 용기를 내었다는 게 다행이란 생각이 드는....


100세 시대라고 하지만 평생 아무런 고민 없이 즐기기만 하면서 살 수 없다. 작고 소소한 것들에서 행복을 발견하며 살다가 시간이 흐르고 익숙해지면 정작 중요한 것도 평범하게 다가온다. 우리집은 생일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데 이누야마 집안이 생일을 확실히 챙기는 모습을 보며 서로 바쁘다는 핑계로 생일을 대충 지나치는 일을 앞으로는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진짜 힘들 때는 가족 밖에 없다. 자신과 다르다고 충고하거나 탓하기 보다는 자매지만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용기를 주는 모습이 마음을 울린다. 나, 가족의 모습을 돌아보는 시간을 되었으며 오늘이 나의 가장 젊은 날이란 것을 잊지 말고 늘 즐겁게 행복하게 살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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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니 2016-06-30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중요한 날들입니다.
이렇게 좋은글을 읽는것도 행복한
순간들 입니다
덕분에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웃으면서 죽음을 이야기하는 방법
줄리언 반스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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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늘 우리 곁에 있지만 나이를 아주 많은 사람이거나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을 제외하고는 죽음을 가까이 느끼며 살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아니 죽음이 가까이 있다고 느껴지는 것이 무서워 애써 외면하며 나와는 동떨어진 일이라 여기며 살고 있는 나 같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죽음을 이야기하는 것은 쉽지 않은데 어떻게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지... 죽음하면 슬프고 침울한 분위기를 먼저 생각하게 되는데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담담하지만 깊은 성찰을 통해 아프게만 받아들이지 않도록 흥미롭게 이끈 영국 문학의 제왕이라 불리며 맨부커상 수상 작가인 줄리언 반스의 '웃으면서 죽음을 이야기하는 방법'... 책에서 저자는 자신의 가장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을 통해 늘 우리 곁에 존재하지만 제대로 의식하지 못하며 지나치던 죽음에 대해 무겁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처음으로 죽음을 인식하게 된 치매에 걸린 외할머니의 죽음을 시작으로 뇌졸중으로 쓰러진 아버지를 어머니보다 더 사랑했기에 죽음 역시 더 힘들게 느낄 거라 여겼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어머니의 죽음이 반스에게 더 힘들게 다가온다. 요즘은 가정적인 아버지들이 많아져 아버지에게 애착을 가진 자식들이 많지만 아무래도 아이와 밀착된 관계를 엄마가 더 많이 가진 우리나라의 경우에서 볼 때는 나의 경우만 보아도 엄마의 죽음을 더 힘들고 아프게 받아들일 거 같다.


자신을 무신론자에서 불가지론자라고 말하며 저자 자신, 음악가, 소설가, 철학자, 신, 수사, 지인인 등 다양한 인물들과 작품을 통해 죽음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준다. 너무나 방대한 이야기로 인해서 다소 어수선하다는 느낌을 받게 되지만 그럼에도 죽음이 가진 무게를 생각할 때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다는 느낌을 준다. 개인적으로 반스와 의견이 다른 형과의 이야기는... 아무래도 형이 세 번의 죽음을 경험했기에 의견이 다를 수 있다는 생각도 들고 철학교수라 그런 것도 같은... 두 사람의 이야기는 죽음이란 무거운 주제를 더 흥미롭게 이끌어주는 요소로 여겨져 다른 이야기들보다 재밌다는 느낌을 받았다. 엄마들이 아이를 키울 때 가장 예쁘고 사랑스럽다고 느낄 나이에 대한 생각도 내 경우를 돌아볼 때 맞다는 느낌도 주고 어머니를 통해 죽음을 직접 대면하는 이야기는 "한 아들은 내가 읽어도 이해할 수 없는 책을 쓰고, 다른 아들은 내가 이해는 하지만 읽을 수 없는 책을 써."란 말을 할 정도로 철학교수인 아들과 작가인 아들을 바라보는 어머니가 연상이 되기도 했다.


기억이란 것이 자신의 편의대로 변형되는 것처럼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 역시 시간이 흐르면 다르게 느껴지지 않을까 하는 같은 사건을 사람마다 다르게 기억하는 이야기는 충분히 공감이 간다. 또 뛰어난 문학작품이란 평을 듣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읽는 동안 불편하고 책장이 넘어가지 않아 중도에 포기한 롤리타에 대한 할아버지의 "좋은 문학작품인지 모르겠지만, 난 외설이라고 생각한다."란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결코 쉬운 책이라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죽음이란 주제가 가진 무게감을 넘어 자신의 견해를 자신만의 위트와 유머를 통해 풀어놓아 책장은 잘 넘어간다.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기 힘들겠지만 신을 믿든 안 믿는 죽음을 대하는 방식에 조금 더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고 느끼게 된다.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은 우울의 한 징후이지만, 때로 죽음을 욕망하는 징후이기도 하다."        -p105-


죽음의 인식이 내가 작가라는 것과 연관이 있을까? 어쩌면 그럴지도, 그러나 그렇다면 나는 굳이 알고 싶지도 않고 조사할 생각도 없다.     -p113-


"모든 것은 학습을 요한다. 독서부터 죽음까지."               -p163-


"가장 진실한, 가장 정확한, 가장 많은 의미를 품고 있는 말은 '아무것도 아니다.nothing'이다."      -p166-


"죽음이 없는 인생을 상상해보라. 절망에 차서 매일 자살하고 싶을 것이다."       -p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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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어 다크, 다크 우드
루스 웨어 지음, 유혜인 옮김 / 예담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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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살 때부터 소꿉친구로 단짝처럼 붙어 다닌 절친과 헤어진 지 십년 만에 싱글파티에 초대하고 싶다는 메일을 받는다는 이야기로 시작하는 루스 웨어의 '인 어 다크, 다크우드'... 낯선 작가지만 울창한 어두운 나무숲이 인상적인 표지에 여름에 읽는 최고의 소설이란 찬사와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이다.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 기억을 간직하고 살아가는 것은 그것이 좋은 기억일 때는 상관이 없지만 잊고 싶고 지우고 싶은 기억의 중심에 있다면 선뜩 절친이라도 만나고 싶지 않을 거 같다. 주인공 '리오노라 쇼'는 노라 또는 '리'라고 부르는 십대에 헤어져 연락을 끊고 지낸 절친 클레어로부터 결혼식 초대는 없이 싱글 파티 초대장만 받는다. 선뜩 초대에 응하기는 마음에 걸려 망설이지만 다행히 다른 친구도 초대를 받았기에 내키지 않지만 만나러 간다. 노라는 초대받은 사람들이 클레어에게 남다른 애정을 가진 친구들이란 것을 알게 된다. 


스토리는 두 개의 이야기를 교차로 담고 있다. 절친 클레어의 싱글파티에 초대된 사람들의 이야기와 어두운 달빛 숲속을 달리는 노라의 이야기... 평소 달리기를 즐기는 노라지만 왜 달려야만 했으며 달리기의 끝에서 클레어와 마주치며 두 사람 사이에 비밀이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모든 진실을 담은 기억은 사라지고 뿌연 안개 속을 헤매는 노라의 잃어버린 기억이 가진 진실을 찾아 헤매는데 그 중심에는 잊을래야 잊을 수 없었던 이제 곧 클레어의 남편이 될 한 남자가 있다. 십대시절 고작 6개월의 짧은 연애를 한 남자를 십년이 흘러도 여전히 잊지 못하고 새로운 사람과의 관계에서 영향을 받는 노라의 삶은 그에게 벗어나지 못하는데...

 

 

 

 

움직이지 않는다. 누가 죽었는지 듣고 싶지 않다.

나를 잡으러 왔을까 겁이 난다.       -p221-


친구의 마지막 싱글 생활을 축하해주기 위해 모였지만 서로의 미묘한 관계는 결국 떠나는 사람이 생긴다. 이런 일로 인해 불편함과 감정적인 소모가 발생하지만 도둑인줄 알았던 낯선 침입자의 출현으로 그들은 결국 엄청난 사건과 마주하게 된다.


술술 책장이 넘어가는 가독성이 괜찮은데 노라의 과거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진실의 비밀이 무엇일지 궁금해서 단숨에 읽게 된다. 조각조각 어긋난 기억의 진실을 알아야만 사건의 비밀이 들어난다. 인물들이 서로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누가 범인일까? 자꾸 생각하게 되는데 혹시 하는 인물이 역시나 범인이다. 인간이 가진 어두운 면을 흥미롭게 풀어낸 책이란 생각이 들며 우리는 다른 사람을 볼 때 어떤 식으로 판단하고 있는지 새삼 돌아보게 된다. 내가 보고 있는 것이 실제 그 사람인지.... 저자의 데뷔작이라고 하는데 나름 재밌게 읽었기에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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