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이 좀 길다.
굳이 줄이자면 클래식. 정도?
저자 남훈 님은 알란스라는 편집 매장을 운영하고 계신 분이다. 여러가지 이력이 더 있지만, 그건 블로그에 가면 더 자세히 알 수 있다.(본인의 블로그 이웃으로 추가한 분이기도 하다.)
수트를 사랑하시는 분으로...이 책 자체가 수트를 위한 수트에 의한 수트로 만들어진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전체 다 내용을 차지하는 것은 아니다.
포멀과 인포멀로 나뉘어져 있다. 그러나 글쓴이의 취향이 포멀쪽에 가까워보이긴 한다.
이 책의 중심은? 신사와 수트! 클래식하게!

이 책의 장점은 그간 남성들의 패션을 다루는 책에서 간과했던 신사(그 전에는 그냥 패션!이었다. 신사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들의 패션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 것이다. 신사...그건 뭘까? 단순히 비즈니스 수트만을 다루고 있는 건 아닐텐데...
국적별로 수트의 스타일과, 수트에서 놓치기 쉬운 원단, 구두, 서스펜더(남성들의 가터벨트를 말하는 건가?;;;;;;;남성이 근데 가터벨트를?;;;;;;;), 구두, 시계들을 다루고 있는데...
중간중간 클래식의 진수를 맛보여주느라 장인들의 인터뷰도 실어놓았다.(저자님 존경합니다...외국분들하고 인터뷰 하기가 힘드셨을텐데. 그것까지 실어주시다니.)

알짜같은 팁과 함께 주의 사항을 머리에 쏙쏙 박히게 말씀하신다.
여성에게 자신의 옷을 맡기지 마라.
당신의 옷을 사는 것이 아닌가?
...이쯤 되면 내 남자친구, 내 남편의 옷은 내가 사준다! 라는 개념이 와장창 깨어지는 순간이겠다.
(네 옷이지 내 옷이더냐...하는 나같은 사람도 있지만.)

사실 가장 잔소리같은 팁은 제일 끝에 있다.
공공장소에서 코후비지마라..., 신사는 이렇게 해야 한다...등등.
신사다운 옷을 권하는 분의 노파심이겠지만...다음 부터는 그 부분은 빼면 좋겠다. 화보는 더 늘려주시면 좋고...

참고로 남훈님은 책을 한권 더 내셨다.제목을 잘못 써서 이 부분은 삭제하였습니다.

#편집샵알란스 #남훈 #신사의멋 #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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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진이 공주에게 받은 돈으로 극단을 새로 만들어 출국했다. 공항으로 따라 가고 싶었지만 시길은 영지에서 공주와 함께 지내야 했다. 시길은 공주의 숨결 하나 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그녀는 아름다웠지만 그에게 아무 의미가 없는 나무와도 같았다. 그 나무 주변에서는 썩은 냄새가 났다. 건강한 생태계를 위한 부엽토가 아니라 독버섯의 썩은 내가 진동을 했다.

그 썩은 내를 침대에 나란히 누워 견디려는 시길이 공주는 좀 안쓰러웠다.
공주는 자신의 체취는 알지 못했다. 그러나 한가지는 있었다. 그녀에겐 상상력이 있었다.
시길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 것이라는 것을.

“그만 포기해.”

공주는 그녀쪽으로 고개조차 돌리지 않는 시길의 팔을 붙잡았다.

“당신은 이제 내 남편이야. 결혼식만 올리게 되면...”

“...아니, 당신은 내게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 의미도 없어.”

시길은 그녀의 팔을 잡았다. 그리고 그녀의 손가락에 끼워져 있는 약혼 반지를 보고 고개를 돌렸다.

“봐. 난 당신에게 반지를 주지 않았어.”

“...이 반지 때문에 그러는 거야?”

공주는 얼른 그에게서 손을 떼고 끼워져 있던 반지를 바닥에 던졌다.

“...내게 아직...미련이 있어?”

시길은 그녀에게 물었다.

“엄연히 약혼한 사람이 있는데도, 그 반지를 꼈는데도 나와 함께 해야 할 이유가 있었어?”

“반지 던졌잖아. 이젠 없어. 그러니 이제 나하고 결혼을...”

“당신은 연기를 무척 잘 하는군.”

시길이 똑바로 그녀의 눈을 쳐다보았다. 한때는 이 눈을 정면으로 보게 될 거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무슨...뜻이야?”

“아기. 그 아기를 내 이름으로 올리고 싶은 거지? 가장 만만한 상대로, 귀족도 아니고 평민도 아닌 전직 배우를...”

“...어떻게...!”

시길은 그녀의 손을 그녀 자신의 배에 갖다대게 했다.

“나는 자질이 떨어지는 배우이긴 해도 표정을 바꾸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었고, 또 그 방법을 배웠어. 당신은 날 따라 한 거야. 배우처럼. 하지만 일급 배우는 아니었지.”

“...그럼 더욱 내 말을 들어야지. 양국간에 전쟁이 벌어지기 전에.”

“나하고 사이에 아이가 있다는 걸로 바꿔봤자...”

“안돼!”

공주가 절박하게 말했다.

“좋아. 너한테 다 말할게. 네가 원하는 건 다 해줄 수 있어. 하지만 진상은 결코 밝혀져서 안돼! 난 아이의 아버지가 전쟁터에서 죽는 꼴은 도저히 못 봐. 그 사람의 아이지만, 사랑하는 그 사람의 아이지만, 정체가 밝혀지면...”

“왜 약혼자를 버린...”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공주는 시길에게 입맞춤 했다.

“결코 모두에게 알려서는 안돼...”

공주의 검정 옷이 시길의 하얀 옷을 감쌌다. 하늘하늘한 검정 옷이 흰 옷을 감싼 모양이 꼭 검은 튤립이 눈의 땅에서 피어오르려는 것 같았다.
분노때문인지 아니면 격정때문인지 시길은 그녀를 꼭 감싸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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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희는 감옥에서 담담한 표정으로 구진을 보았다.

“나가자.”

“...당신은 알고 있었어?”

구진은 뭐라고 말해야 할지 고민했다. 양파가 통째로 썩어가듯, 그의 배우는 시들어가고 있었다.

“...그 자식이 나랑 공주랑 경인씨를 재면서 그러고 있는 거 알고 있었어?”

경인의 뺨을 가죽 장갑으로 후려쳤던 그 순간, 다희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
단지 이 모든 일의 배후에 경인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만 알고 있었을 뿐이었다.

인정사정 없이 뺨을 후려갈겼을 때, 잠시 여소장의 만나기 위해 왔던 부하직원들이 다희의 팔을 꺾었다.

-이거 놔! 배우한테...-

-너한텐 이것도 과분해!-

경인이 부풀어오른 뺨을 만지면서 말했다.

-우리 그이한테 들러붙어서 그동안 얼마나 귀찮게...-

-...살인은 한 적도 없고, 들은 적도 없어. 어설프게 사람 몰아가지 마!-

-감옥에 들어가면 알게 되겠지. 끌고 가.-

여소장이 얼음처럼 냉랭한 어조로 부하들에게 말했다.

-영창에서 잠시 머리나 식히시오.-

“설마 그랬겠나.”

구진이 달래듯이 그녀의 머리를 쓸었다.

“편지가 왔어. 당신 오기 10분전에.”

“...그...그래.”

시길이 사건의 진행을 전혀 알지 못하고 쓴 편지라는 걸 알면서도 구진은 당황하고 말았다.

“내가 당신 보기에.”

“...음...”

“시민회관형 배우야?”

“...시민회관형?”


그제서야 그는 공주와 나누었던 대화가 떠올랐다.

“전혀. 너는 시민회관형 배우가 아냐. 너처럼 재능, 미모가 받쳐주는 배우가 따로 있을리가...”

“그 녀석이.”

“......?”

“나를 시민회관형 배우라고 했어. 감히...신성한 무대를 떠나지 않겠다고 맹세한 나한테, 무엇보다 무대를 사랑하는 나한테 시민회관형 배우라니! 아니, 좋아. 시민회관형 배우더라도 나는 자존심까지 버려가면서 그렇게 살아가지 않아! 여자 셋 중에서 가장 돈많은 여자나 선택하는 그런...!”

너무 흥분한 나머지 다희는 컥!하는 소리를 뱉았다. 순간적으로 숨이 막힌 듯 했다.
구진은 그녀의 등을 쓸어 내리면서 독사의 독액을 그녀의 귀에 부었다.

“그래...넌 시민회관의 사람들 하나하나를 미치게 하는 그런 명배우가 될 거야. 그리고 거울을 두고 연기하는 그런 가짜 배우보다 더 뛰어난 그런 배우가 될 거야...거울이야 없으면 그만이지만, 너는 거울이 아니라 폭풍을 앞에 둔 바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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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설한은 한빙의 자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어린 소녀가 어느샌가 표독한 강호인이 되어버린 듯한 그 모습이 낯설어서였다.
그가 처음에 빙궁에 들었을 때에는 천진난만한 아기였는데, 아니, 빙궁을 떠나기 전만 해도 그러했는데...
자신의 사촌 동생의 모습이 참 많이 달라보였다.

그리고, 지금 자신은 무영검주의 얼굴을 그리고 있었다. 참 아름다운 여성이구나...라는 생각이 하나, 헛된 피 흘리지 아니하는 무림인이구나...라는 생각이 둘...

“안 자고 뭐하느냐.”

창가에서 달빛을 받으며 미홍이 말했다.

“아...그게...”

“빙아가 그렇게 예쁘냐?”

그의 말에 설한은 얼굴을 붉혔다.

“한빙이 몇살인데 그런 생각을 하겠습니까? 단지...마음이 어지러워서...”

“검주를 생각한 게로군.”

미홍이 들고 있던 옥퉁소로 설한의 허리께를 가볍게 두드렸다.

“그걸...”

“모른다고 생각하지 마라.강호에 한번 출행한 남자 생각에 여인, 아니면 무공인 것이지.”

“......”

“오늘 본 빙아의 모습을 잊지 마라. 무영검주는 잊어도 된다.”

“.....네?”

“여자란, 강호의 여자란...관세음보살과도 같단다.얼굴이 한 개는 아니거든.”

“...남자는요?”

“보고 싶은 얼굴만 보는 게 그게 남자란다. 그리고 그건 얼굴을 갖지 못한 강호의 여자는 단명한다.”

“...무슨 말씀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잘 알게 될 게다. 무영검주와는 자주 만날 지도 모르고...”

“.......”

“자, 잠이 안오면 내 퉁소 음률이나 하나 들어볼테냐? 황산에 꽃지다. 라는 새로운 곡이란다.”

 보따리를 엉덩이에 깔고 미홍이 중얼거렸다.

“항상 미워하지도 못하고, 항상 사랑하지도 못하네. 천개의 얼굴에 천개의 번뇌를 담나니...
 마음에 그대를 모셔놓고 꽃 한송이를 피운다. 꽃송이 피듯 그대 얼굴 피고...
 
그렇게 두 사람은 달빛을 받으며 퉁소를 연주하고 듣고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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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백작.”

진기혁은 머리를 숙였다.

“잘못했습니다. 우리 잘못입니다.”

“무슨 말씀이신?”

시길은 머리의 골이 울리는 걸 억지로 참고 있었다. 파혼...공주가 내민 조건은 바로 그것이었다. 그 두 여자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서 그가 할 수 있는 걸 하라고.
진기혁에게 경인을 넘기고, 구진에게 다희를 넘기라는 말은 그의 영혼 중 삼분의 이를 덜어내라는 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아니, 우린 그냥...”

“문서가 말해주지 않습니까. 전 깨끗이 포기하겠습니다.”

시길의 말에 진기혁의 얼굴이 새파래졌다.

“그럼 결혼은 어떡하고.”

“...서류대로 원래 백작은 당신이 아닙니까. 당신이 더 잘 알겠죠. 서류에 있는 대로 당신은 경인양과 결혼하는 겁니다. 신랑만 바뀌는 결혼식이니 크게 문제될 것 없을 겁니다.”

-서류가 복잡해졌다던데.-

공주가 속삭이던 말이 떠올랐다.

-애초에 상속대로라면 그대는 그 여자들하곤 상관없다니까?아직 포기를  못했어?-

어젯밤에도 공주는 계속 그의 귀에 저주에 가까운 말들을 퍼부었다.
왕가의 먼 친척이 된다는 기쁨도, 엄청난 돈을 받게 되리라는 예상도 그에겐 아무 상관이 없었다.

-이렇게 써.-

공주는 그의 손에 만년필을 억지로 쥐어주었다.

-다희씨에게.-

뭘 이야기하려는 건지는 분명했다.

[나는 이제 부마가 되려고 합니다. 당신의 연기는 너무 질립니다. 이제 당신의 연기 상대를 하는 것도 지겨워졌습니다. 아니, 연기 자체가 지겨워졌어요. 이젠 공주의 남편이 되어 편하게 살렵니다. 당신은 이제 한물 간 연출가 노씨와 함께 적당히 인원 수 채워서 시민회관이나 도세요. 그게 당신에게 더 잘 어울립니다.]

공주가 부르는 말을 다 받아적자 공주가 입술을 살짝 혀로 핥고는 다시 말했다.

-잘 하네?-

-......-

-하나 더 쓰자.-

-......-

그는 반항할 힘조차 없었다. 공주가 뭔가를 숨기기 위해서 자신을 이용하는 건 분명한데...그게 무엇인지는 잘 몰랐다.

-경인양에게-

공주가 천천히 불러주었다. 시길은 마치 자동인형처럼 아무 감정없이 받아썼다. 그리고는 옆에 파고드는 공주를 밀어내고 의자에서 일어나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자신의 연기는 항상 자신을 바라봐주는 다희를 향했다. 그리고 그런 다희를 향한 모습을 봐주는 수많은 군중들을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젠 부마라는 직책이 생길 것이다. 결코 원하지 않았던 자리.

-연기가 널 자유롭게 해줄 줄 알았어?-

그의 손에 밀린 공주가 악다구니를 썼다.

-아니, 그게 오히려 널 압박하고 있을 뿐이야. 다희라는 여자가 나보다 나을 게 뭔데? 엉? 넌 공주랑 결혼하는 거라고!-

그리고 시길은 눈앞에 있는 진기혁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경인양을 잘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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