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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과 어른을 위한 정본 <<이솝우화>>(천병희 옮김, 숲)에는 탈모인에 대한 이야기가 두 꼭지가 나온다(/2358). 탈모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분들에게는 죄송하지만 그렇다고 '대머리'라는 단어를 배제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작품이니까. 일종의 세대 갈등의 희생양(1), 난무하는 뇌피셜(2) 등 우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는 시대에 따라, 보는 이에 따라 늘 새롭더라. 한 대선 후보의 탈모치료제 관련 공약을 지켜보다, 두 편을 골라보았다. 

*은 정본 이솝우화에 있는 그 우화의 교훈이다.  아이소포스의 이름으로 우화집이 발행될 당시의 그 우화에 대한 보편적인 교훈을 기록했다는, 정도로만 여기고 비교해보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052. 반백(半白)의 남자와 작은마누라들

머리가 희끗희끗한 남자에게 애인이 둘 있었는데, 한 명은 젊고 한 명은 늙었다. 

나이 많은 여자는 연하의 남자를 가까이하는 것이 창피해서 

남자가 찾아올 때마다 늘 남자의 검은 머리를 뽑곤 했다. 

한편 젊은 여자는 애인이 늙은 것이 싫어서 그의 흰머리를 뽑았다. 

그리하여 그는 두 여자에게 번갈아 머리털이 뽑혀 대머리가 되었다.


*이와 같이 서로 맞지 않는 것은 언제나 해롭다는 것이다.


097. 디오게네스와 대머리

견유학파 철학자 디오게네스1)가 어떤 대머리에게 모욕당하자 말했다. 

“나는 모욕하지 않겠소. 천만에! 

오히려 나는 당신의 사악한 두개골을 떠난 

머리털을 칭찬해주고 싶소.”


*이 우화에는 ‘교훈’이 없다. 

1)디오게네스(Diogenes 기원전 400년경~325년)는 그리스의 견유학파(犬儒學派) 철학자이다. 견유학파란 개인의 정신적인 자유 확보하려고 욕심 버리고 자연생활 영위를 이상으로 삼는 그리스 철학의 한 학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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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베이션salvation’은 '구원'이다. 구원(救援) 혹은 구조(救助). SOS. 119 곳에 따라 911. 넷플릭스 제공 드라마 <셀베이션> 시즌1·2에서 ‘셀베이션’은 새로운 버전의 ‘노아의 방주’(우주선)이기도 하다. 영화 <2012>가 지구온난화로 야기된 인류 멸망에서 선택받은 그들만이 히말라야 부근에 대기중인 ‘방주’를 찾아가는 이야기라면, <셀베이션>은 지구를 향해 돌진하고 있는 정체불명의 소행성, 예견된 인류 멸망으로부터 벗어나는 일종의 재난영화인데, 여기서 화성에서 새로운 삶을 찾게 해줄 우주선 ‘셀베이션’은 또 하나의 방주, 그 배경이 우주. 그래도 태양계 행성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그런데 그것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이 멘트는 스포일러). 

<셀베이션> 시즌1. 미국CBS 미국 드라마수 13부작(2017. 7.12~9.20)

[소개]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하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 

[제작]후안 카를로스/ 프레스나딜로(연출), 엘리자베스 크루거(극본)


<셀베이션> 시즌2 미국CBS 미국드라마월 13부작(2018. 6.25~9.17)

[소개]위와 같음. 

[제작]스튜어트 길라드/ 케네스 핑크(연출), 엘리자베스 크루거(극본)


제작사와 제작자가 바뀌고 연출도 바뀌었다. 극본만 그대로다. ‘박수칠 때 떠나시라’. 나름의 선전(시즌1)에 취해 길이(분량) 조절에 실패한(시즌2) 드라마다. '시즌2' 마지막 회에 '시즌3'이 가능함을 암시하지만 이러저러한 이유로, 제대로 된 결말도 없이 종결된 드라마. 드라마 주제(당면한 모두의 위험에서 벗어나는 길이 인간들의 이해관계 욕망 때문에 좌절된다)처럼 드라마도 거기서 끝났다. 좋다. 아니 나쁘지 않다. 오래 전 아리스토텔레스 쌤이(『시학』에서) 어떤 주제를 표방한 이야기는 그에 알맞은 ‘길이’가 있다고 경고한 바 있거니와. 주제 파악하시라. 

균형을 맞추기 위한 강박 때문에, 지금부터는 칭찬. ‘반전’까지는 그렇지만 시즌1 3화(28분 즈음)에서 중요한 결정, 곧 미국 대통령을 설득하기 위한 미팅이 진행된다. 백악관 공보관(A)이 대통령 측근인 안보 고문(혹은 ‘자문’)을 만나, 다르우스 텐즈의 차선책(EM 드라이브)이 최선임을 설득하는 과정. 필자는 이 대목이 이 드라마의 가장 중요한 한 장면이라고 보았다. 


A: 다리우스 탠즈를 믿는 건 알겠지만 그자의 팀이 60일 안에 EM 드라이브를 완성할지(는), 모르잖아요? 

B: 최고의 인재들이 연구하고 있단 건 알죠. 도덕적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대안을. 

A: 그리스 신화 잘 아세요? 

B: 대학 때 좀 읽었죠. 

A: 그럼 스킬라와 카리브디스의 이야기도 알겠네요. 

B: 신화 속 괴물들이죠. 퀴즈예요? 

A: 오디세우스는 스킬라와 카리브디스 사이의 좁은 틈을 지나며 둘 중 하나는 마주해야 했어요. 스킬라는 선원 6명을 잡아갈 것이고 

B: 카리브는 소용돌이로 모두를 몰살시킬 수 있죠. 빠져나올 수도 있지만요. 

A: 오디세우스는 6명의 희생을 택했어요. 몰살당할 위험 대신 때론 최선이 아닌 차선을 선택해야 해요. 다수의 필요는 소수보다 앞서죠. 

B: 우리 삶을 지키기 위해 남의 삶을 파괴하자고요? 생사여탈권을 쥐고. 어쩌면 그렇게 무신경할 수 있어요? 

A: 내가 무신경해요? 나라고 이 현실이 반갑겠어요? 난 대통령에게 이렇게 말해야 해요. ‘최선의 선택은 몇몇 국가를 파괴해서 미국을 지키는 겁니다.’

_시즌1 3화 <진실은 무엇인가> 자막(번역) 이아람. 


그 몇몇 국가가 중국과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그리고 러시아도 포함되어 있다. 핵미사일을 쏘아 소행성을 파괴하지만 그 파편들이 미국으로는 오지 않게 하는(미국이 방주다). 이제 원전 번역 해당 부분으로 가자. 희랍어의 영어 표기인 몇몇 인명과 지명부터 바로 잡자. 스킬라는 스퀼라, 카리브디스는 카륍디스, 오디세우스는 오뒷세우스다. 호메로스 서사시 『오뒷세이아』(천병희 옮김, 숲) 12권(299~300)이 출처다.


키르케의 품에서 여독이 아물 정도로 편안하게 지내던 오뒷세우스. 그러나 연인의 설득에도 그는 일행들을 데리고 기어코 떠난다. 집으로 가는 길이다. 안타깝지만 그런 오뒷세우스에게 키르케는 여정에서 만날 위험을 경고하고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세이렌의 유혹에서 벗어난 다음 위험은 이런 것이어요, 여보. 두 개의 바위 사이의 좁은 해협을 배가 지날 수밖에 없는데, 한 쪽은 스퀼라라는 괴물이고, 다른 한 쪽은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소용돌이 카륍디스랍니다. 

 “그러니 그대는 스퀼라의 동굴 쪽으로 다가가서 얼른 배를 몰아/ 그 옆을 통과하세요. 배 안에서 여섯 명의 전우를 잃는 편이/ 한꺼번에 모든 전우를 다 잃는 쪽보다는 훨씬 나을 테니까요.” 

선택지는 두 개뿐이다. 전우 여섯 명을 희생하여 다수를 살리느냐, 아니면 자신을 포함하여 모두가 희생될 것이냐? 그런데 욕심 많은 오뒷세우스는 제3의 선택은 없는지 묻는다. 

“혹시 카륍디스에게서 무사히 벗어나면서도/ 스퀼라가 전우들을 빼앗아갈 때 그녀를 물리칠 방법은 없는 건가요?”

혹시? 없다! 키르케는 단호하다. 스퀼라에게서 도망치는 것이 상책이다. 6명 희생을 선택하라. 세상사에 공짜, 그런 것 없다. 최선만 찾지 말고 차선을 선택하라. 그녀(스퀼라)는 “디룽디룽 매달린 발을 열 개나 갖고 있고 커다란 목이 여섯 개나 되는데 목마다 무시무시한 머리가 하나씩 달려 있고, 머리에는 검은 죽음으로 가득 찬 세 줄로 된 이빨들이 단단히 그리고 촘촘히 나”(299면) 있다. 오뒷세우스 이 바보 여보야, 내가 언제 스퀼라가 한 차례만 공격한다고 말한 적 있어? 한 차례 더 12명, 또 한 차례 더 18명이잖아. 한 차례 공격 여섯 명 희생은 다행 아닌가? 그럼에도 아니 그리고 약인지 독인지, 키르케는 또 하나의 팁을 준다. 이어지는 공격에서 벗어나려면 스퀼라를 낳아준 어머니 크라타이아스를 부르라고. 그러면 스퀼라가 다시 덤벼드는 것을 막아줄 것이라고(피가 물보다 진하다). 

어허 이런 스퀼라(Skylla)가 누구인지, ‘주요 신명’(부록)을 살핀다.

 

“후기 신화에 따르면 스퀼라는 아름다운 소녀였으나 해신 글라우코스가 그녀에게 구혼한다. 그런데 그를 사랑하던 키르케가 질투심에서 그녀를 머리 여섯에 발 열인 괴물로 변하게 했다고 한다.”(오비디우스, 『변신 이야기』, 13권 730행 이하 참조) 


오뒷세우스의 당면한 위험인 스퀼라를, 그렇게 만든 당사자가 키르케이며 ‘질투’ 때문에 그렇게 했다는 사실. 모든 편안함을 제공하였지만 기어이 떠나겠다면 당신도 감당해야 할 페이가 있다. 키르케는 또 한 차례의  질투를, 이번엔 연인 오뒷세우스를 보내고 있는 것. 


최선이 없다면, 차선. 그중에서도 최선처럼 '보이는 혹은 보여지는' 차선의 해를 찾아야 하는데, 그런 줄 알면서도 사는 동안 사람들은 선택 앞에서 절망한다. 그리고 희망한다(안 되는 줄 알면서도 왜 그랬을까?). A에서 벗어나면서 B의 위험에서도 벗어날 방법은 없는 거니? 없다. 그래도 있다고 생각하고 찾으면 안 되는 거니? 글쎄, anyway.. 그 뭔가를 찾기 위해 부질없어 보이는 해답을 끊임없이 찾는, 그가 오뒷세우스이고 그것이 인생 아닐까, 혹시 그리고 문득. 너무 열심히 사는 것도 죄가 돼, 그럴 수도 있어, 강물은 제3한강교(밑을)를 흘러가니까. 


『오뒷세이아』는 그 실체를 파악하기 전, 두려움의 존재였던 바다의 위험을 무릅쓰고 탐사할 용기를 준 서사시다. 그렇게 항해의 시대가 열렸다. 그리고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발발했다. 제국의 발견이다. 그리고 괄목할만한 결실이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이다. '시즌2'는 그렇게 북아메리카를 배경으로 오픈했다. 그리고 그 후유증에서 지상의 인류 상당수는 지금도 자유롭지 않다. 다음 이야기다. 아래는 거론한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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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eroad 2022-01-19 0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요, 그리고 무섭네요. 좋다는 얘기 입니다.

Meta4 2022-01-19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간장게장은 밥도둑’이라는데 ‘OTT는 시간도둑’이라고 해야겠다. OTT. '동영상스트리밍플랫폼' 서비스의 일상화로,  이어서 몇 편씩 보기, 모두 몰아보기를 하다가 불현듯 한정된 내 인생 내 시간을 떠올리고 심지어 죄책감(?)이 들곤 한다. 예전 같으면 독서 휴가를 받았구나(대왕세종은 신하들에게 독서휴가를 주었단다), 좋아 좋아, 좋아라하면서 베개(종이책은 나무 재질이니 목침)로 써도 좋을 두께의 고전 읽기에 몰입했을 나. 그런데 몰아보기에 집중하다 보니 이젠 활자도 눈에 잘 들어오지 않고, 종이책보다는 e-Book에 적응이 되는 것 같다고 생각하기로 하기도 하고, 이런저런 핑계로 장시간 영상물 시청에 몰입하는 것. 


*드라마의 경우, 미드(를 비롯 서양)의 경우, 시즌 하나에 6부 혹은 8부 혹은 그 이상, 나름 흥행한 우리 드라마의 경우 16부(기본) 이상으로 편성되어 있다. 때문에 주어진 시간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 선택이 무척 중요하다. 시간은 돈이니까, 돈이라고 하니까, 가성비는 여기서도 적용된다. 곳곳에 시간 먹는 하마, 도처에 그렇고 그런 지뢰가 매설되어 있는 전장. 

**그러나 장점도 있다. 알고리듬에 따라 추천되는 동영상을 무심코 시청하노라면 그동안은 접할 수 없었던(참고로 필자는 넷플릭스) 문화권, 언어권, 가지가지 나라들의 콘텐츠를 접할 수 있다. 세계 곳곳 여러 나라를 두루 여행하고자 하는 꿈은 이룰 수 없으리라 체념했지만, 배경(나라)과 문화(언어)가 다양한 영상물들을 통해, 국내산(토종) 정서와 다름(틀림이 아니다)과 비슷함(맞음이 아니다)을 확인한다. 

***또 하나의 즐거움은 ‘서양’으로 분류되는 문화권에서 제작한 영상물에서 그들 문화의 원천이었을 서양 고전들이 바탕에 깔린 대사들을 만나는 일이다. 글로벌시장 구축을 위한 제1과제가 언어 장벽 넘기일 것인데, 그런 투자 덕분인지. 번역도 깔끔하다. 눈앞에 보이는 이익이 아니면, 제대로 된 번역에 적절한 투자가 이뤄질 수 없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더구나, 번역 영상물 자막은 최대한 간명하기에, 거기에 깃든 배경(스토리, 신화, 에피소드)가 순식간에 스치고 지나가기 마련이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 했다. 그래서 <See & Read>라는 카테고리를 생성하고 굳이 책(원작)을 기반으로 한 영상물이 아니라도, (서양)고전 읽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그런 ‘발견’들로 페이퍼를 작성하기로 한다. 고대 서양 고전들을 주로 읽었던 독서 경험들이 도움을 줄 것 같고, 여기 집중하는 이유다. 스포일러를 피하기 위함도 있지만, 검색으로  확인 가능한 차고 넘치는 관련 정보들은 과감하게 배제한다. 일부러 그런 영상물을 찾아가는 것은 아니기에 얼마나 알찬 콘텐츠가 쌓일 지는 장담할 수 없다. 일종의 브렌딩이다. 


-Mete4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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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ta4 2022-01-18 0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어질 글들이 포함될 카테고리의 켄셥을 늘 확인하기 위해 올리는 글. 성격상 ‘페이퍼‘ 형식이 주를 이룰 것 같은데.. 해당 도서에 링크되지 않은 글들도 있을 것임.

Meta4 2022-01-19 0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되는 줄 알면서도 왜 그랬을까? 1편을 작성하고 편집 중.
 

믿거나 말거나 재미로 보는 것이 오늘의 운세, 정확히 <오늘의 띠별 운세>다. 저마다 태어난 해에 해당하는 열두 동물별로 그날의 운세가 간명하게 소개되어 있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지만 없으면 좀 허전한 것이 오늘의 운세라고 하겠는데, ‘오늘’이라는 시간이 개입되어 있어 흥미롭다. 열두 띠는 열두 가지 동물의 생김새와 생태 등에서 그 특성을 추출하여 인간의 여러 유형에 대입한 일종의 프레임이다. 이솝 우화는 개념까지도 주인공으로 등장하지만 동물들이 등장하는 이야기를 이솝 우화라고 할 만큼 동물들은 우화에서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주인공들이다.


12지지(地支↔천간天干)

지지(地支): 육십갑자의 아래 단위를 이루는 요소

자(子)·축(丑)·인(寅)·묘(卯)·진(辰)·사(巳)·오(午)·미(未)·신(申)·유(酉)·술(戌)·해(亥)의 십이지(十二支)임.

이들 해당 동물들은 쥐·소·호랑이·토끼·용·뱀·말·양·원숭이·닭·개·돼지이다.


사주니 토정비결이니 당사주이니 하는 것들이 지간, 열두 띠 동물의 속성을 유형화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다. 관련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는 것은 남자들의 군대 이야기, 그 군대에서 축구를 한 이야기 못지않게 장황해질 것이므로, 어떻게 하고 많은 동물들 중에서 열두 개의 동물들이 선택되었는가를 언급하는 정도에 머물기로 하자. 우화가 동화의 일종이듯이 어린이들을 독자층으로 하는 책 한 권을 고른다. ‘동양에 전해 오는 옛날 이야기’ 『열두 띠 동물 이야기』(라이마 지음, 박지민 옮김, 예림당, 2017-09-20)다.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지만 이 책은 그림책에 가깝다. 왜 열두 동물이 띠 동물이 되었고, 그 순서는 어떻게 정해졌는지(story), 지극히 간명하고, 대부분 그림으로 이뤄진 ‘동화(童畫)’이기 때문이다. 어린이가 그린 그림이 아니고, 어린이가 주 독자책인 그림책이란 의미다. 실제도 해당 책의 리뷰(알라딘)를 살피면, 한 꼭지에 이 책 이야기 거의 전체가 실려 있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동양에 전해 내려오는 12지 동물 우화를 바탕으로 한 창작 그림책의 지은이는 흥미롭게도 대만 사람인 라이마(賴馬)다. 이야기 작가이기도 하지만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주업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이렇게 얘기하면 오늘 이 순간도 끊임없이 새로운 창작 콘텐츠를 올리는 웹툰 작가들이 서운해하겠지만 말이다. 

“(정리한 것임) 자신의 나이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옥황상제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강 건너기 대회에서 12등 안에 드는 동물들로 인간 세상의 해를 대표하게 한 것. 동물들은 저마다 신이 나서 1등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데...”

이런 설정이다. 강을 건너는 대회, 12등 안에 드는 동물들을 선발한다. 그 순위에 따라 열두 해를 대표하는 동물들의 순서가 정해진다. 이미 이 책의 리뷰 중 하나에 거의 모든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왜 쥐(子)가 1등을 하였는지만 잠시 소개하기로 하자. 

대회 당일, 소와 쥐와 고양이가 가장 먼저 강가에 도착했다(동시에 동일한 출발선에서 출발하는 대회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쥐와 고양이는 넓은 소(丑)의 등에 무임승차하여 강의 건너고 있었다. 그런데 고양이는 잠이 많아 소의 등에서 잠들었고, 쥐는 고양이를 떠밀어 강물에 빠뜨리고는 소의 귀에 속삭임으로 응원한다. 부지런한 소가 마침내 제일 먼저 강을 건넜지만 결승선에 닿으려는 순간 소의 귀에서 쥐가 폴짝 뛰어나와 결승선을 먼저 통과했다. 종일 고생하고 2등을 한 소는 몹시 화가 났고, 그래서 지금도 소는 큰 눈으로 주위를 살핀다. 

대충 이런 이야기다. 잠시 후 세 번째로 호랑이(寅)가, 그 다음 용(辰)의 머리를 밟고 먼저 도착한 토끼(卯)가, 그리고 용, 그다음은 말(馬)이 들어오려고 하는데 쓰윽 나온 뱀(巳)이 결승점을 통과해 오늘날에도 통용되는 열두 띠의 순서가 정해졌다는 이야기다. 

열두 동물에서 탈락하여 13위를 한 고양이를 포함하여, 고양이와 쥐과 소에게 편승하였듯이 토끼는 용에게, 뱀은 말에게 무임 승차하여 경기하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어떻게 소가 하고 많은 동물 중에서 거의 1등을 할 뻔했다는(사실상 우승자) 점은, 이솝 우화의 대표 우화인 <352 거북과 토끼 >를 떠올리게 한다. 열두 동물 선발전이자 순위 결정 경기가 수영대회였다는 점에서 1등은 당연히 용(龍)이라야 하지 않을까? 동물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우화에는 반전(反轉)의 묘미가 있다. 대체로 16개의 에피소드로 이뤄진 드라마들이 이 반전의 유혹에서 헤어나지 못해 망가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한데, 반전 영화 반전 드라마의 작가(감독)들에게도 우화는 잣대를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끝으로, 이솝 우화에는 등장하지 않는 열두 띠 동물은 무엇인가, 『이솝우화』(천병희)의 친절한 색인을 살피면서 알아본다. 그런데, 색인은 우화 주인공 중심이라, 상당한 시간을 투자하여 등장하는 열두 띠 동물이 ‘조연’으로 출현한 경우까지 포함하였음을 밝힌다. 이 과정에서 최소한 열두 꼭지 이상의 글감을 발견한 일에는 감사! 


*열두 띠 순서대로, 앞 숫자는 자기가 주인공(으로 추정), 뒤의 숫자는 조연(색인에는 미반영) 포함 총 등장 횟수.

[기준] 쥐→소→호랑이→토끼→용→뱀→말→양→원숭이→닭→개→돼지

[이솝우화]*쥐_2-5회→*소_3-9회→*호랑이_0-0회→*토끼_3-6회→*용_0-0회→*뱀_7-14회→

*말_-7회→*양_0-10회→*원숭이_4-7회→*닭_5-11회→*개_13-26회→*돼지_3-6회 


*이것을 출연 빈도로 숫자를 정하면, 다음과 같다.  

*개_13-26회→*뱀_7-14회→*닭_5-11회→*양_0-10회→*소_3-9회→*원숭이_4-7회→

*말_-7회→*토끼_3-6회→*돼지_3-6회→*쥐_2-5회→*호랑이_0회→*용_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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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eroad 2022-01-10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흥미롭네요. 잘 읽었습니다. 호랑이와 용이 없는 점이 특이해요.
 

“또 그리스의 우화 작가인 이솝(Aesop, 기원전 6세기)보다 1,500년이나 앞서 그의 이야기와 거의 흡사한 우화를 만들어 아이들에게 들려주기도 했다.” (새뮤얼 노아 크래이머, 『역사는 수메르에서 시작되었다』 37~42쪽, 김용규 지음 『생각의 시대』(44면)에서 재인용)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 강 어디쯤, 메소포타미아(두 강 사이의 땅이란 뜻, 말하자면 삼각주처럼 입지가 좋은) 문명을 일군 수메르인들의 이야기다. 이솝 우화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동물 말고도 식물, 사람, 신(神) 등일 뿐 아니라 ‘좋은 것들’(123)과 같은 개념도 한몫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화는 곧 이솝 우화라는 등식이 통념이 되었고 우화라고 하면, 그 주인공들 대부분 혹은 대표가 동물인 것은 분명하다. 

“우화는 현실 세계를 있는 그대로 그리는 경향이 강하다”(옮긴이 천병희 서문_이하 서문) 

이를 동물에 대입하면 자기 생활 공간과 그 주변에서 사는 동안 한두 번이라도 목격한 동물이거나 목격한 이로부터 들은 진술 속 동물이 그곳에서 생성된 우화의 주인공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하겠다. 이 맥락에서 주어는 대체로 인간이다. 

“기원전 4~5세기에 산문으로 쓴 우화들은 대개 이솝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그것은 이솝의 우화들이 그 무렵 가장 재미있고 가장 인기가 좋아서 모두들 그의 이름으로 우화를 발표했기 때문인 것 같다.”(서문)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가 호메로스라는 개인의 작품인가? 둘러싼 문제가 서양 고전학자들의 오래된 숙제인데 ‘호메로스 문제’다. ‘아이소포스의 문제’도 거기서 거기다. 옮긴이는 서문에서 이솝 우화에 등장하는 주인공 동물들을 근거로 ‘아이소포스 문제’에 물음표를 던진다. 

“그 밖에도 다른 나라들, 특히 북아프리카의 우화들이 그리스에 유입되면서 이 또한 이솝의 이름으로 소개된 것으로 보인다. 코끼리, 낙타, 원숭이 따위의 동물이 나오는 우화들은 그곳에서 유래한 것이 확실시된다. 이를테면 코끼리가 새끼 돼지를 무서워한다는 것(우화 145번 참조)은 그리스인들은 알 수 없는 일이다.”(서문)

코끼리, 낙타, 원숭이 따위의 동물 주인공들이 그러하였듯 오늘날 기준으로 동·서양 우화에 등장하는 동물 주인공들도 상당한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이야기의 구조나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교훈)는 크게 다르지 않다.

천병희 옮김 『이솝 우화』의 특징은(번역 원전에 따랐겠지만) 목차를 살피면 보이는데 대체로 우화의 주인공 중심으로 이야기가 배치되어 있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부록인데, 가나다순으로 해당 우화의 주인공 중심으로 색인을 만들어놓았다는 점이다. 

군대의 각개전투 중 철조망을 통과하는 데는 밑으로, 넘어서, 절단 후 통과가 있고 우회(迂回) 통과하는 방법이 있다(폭파 후 통과는 전술상 맞지 않으므로 제외). 우화의 메시지 전달방식은 우회적이다. ‘다른 사물에 빗대어 비유적인 뜻을 풍자하거나 나타낸다’는 점에서 우의(寓意)적이다. 단도직입(單刀直入)보다는 우회라는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듣는이가 스스로 깨닫게 하는 방식을 선택한, 비유가 가진 품격을 실행한 초기적인 모습이면서 요원한 방법의 발견이라고 할 수 있다. 

“우화는 신화, 속담, 일화, 이야기 등과 겹치기도 한다. 우화는 또한 대부분 지어낸 이야기이지만 실재 인물에 관한 일화도 소개하고 있어 그 성격을 한마디로 규정하기가 쉽지 않다.”(서문) 

글머리에 소개한 수메르인들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낯익은 속담과 격언들을 사용했단다. “아직 여우도 잡기 전에 물을 끓인다.” 우리 속담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와 차이가 있는가? 한자문화권 ‘사자성어(四子成語)’는 우화를 최대한 압축한 간명한 메시지다. 가령 얼마 전 국정감사에서 화제가 되었던 ‘양두구육(羊頭狗肉)을 검색해 보시라. 

어느 때 어디에 살았든 살고 있건 살게 되건 인간 삶에는 보편성이 있다. 생성의 저편에 소멸. 시작이 있으므로 끝. 차이는 있다. 그런데 그 차이는 그 존재의, 존재들의, 존재함의 유사성을 전제로 존재한다. 대부분은 같은데 약간의 차이가 있다. 그러나 그 차이는 틀림이 아니고 조금 다를 뿐이다.

’그럼에도‘ 또는 ’그렇기에‘ 『이솝 우화』는 상당수 한국인의 정서와는 조금 다른 부분이 있다. 우화는 대체로 동물 주인공들의 이야기다. 인간을 포함하면 거의 전부다. 『이솝 우화』도 예외는 아니거니와 『이솝 우화』가 그 대표다. 그런데 한자문화권(동양의 전체라고 하기는 좀 그렇고)에서 공유하는 것, 열두 띠(역학, 토정비결, 당사주) 동물 주인공들 이야기는 점이 흥미롭다. 다음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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