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르마니아
타키투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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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키투스가 살던 시대는 많이 알려졌지만막상 그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이 역사가는 라틴어로 말이 없다(tacitus)란 뜻의 이름에 걸맞게자신에 대한 말을 극도로 아꼈다.” _ 크리스토퍼 B. 크레브스그는 하버드대학교 고전학 교수로가장 위험한 책』 에서 타키투스를 정식으로 소개하는데, 그 첫대목이다. '가장 위험한 책'이란기원후 98년에 집필된 게르마니아』로, 부제는 '로마제국부터 나치 독일까지 게르마니아』 오독의 역사. ‘제목도 서문도 없이 갑작스럽고 아이러니한 결말만 있는 30페이지(양피지)도 안 되는 소책자에서 작가는 숨을 수밖에 없다그러나 다른 방대작 분량의 저작에서도 작가는 자기 노출를 삼간다. 해서 플루타르코스가 영웅전 꼭지들의 글머리를 쓰듯 크레브스도 '시작하는' 것이다.


앞서 드라마 <바바리안>을 타키투스 활동 당시 지도와 함께 소개했다. 타키투스가 왜 자기 얘기를 극도로 삼갔을까하는 물음에서 글을 이어간다. 디테일한 보고서라기보다는로마를 위협하는 위험한 존재, 게르만족에 대한 소논문 게르마니아를 왜 썼는지집필 동기를 엿보기 위해서다분량이 짧더라고 꼭 언급했어야 할 굵직한 사건이 있는데 언급하지 않은 이유가 있는 것일까? 

굵직한 사건이란 제국 로마가 게르마니아 완전정복의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던 기원후 9년의 토이토부르크 숲 전투다. 드라마 <바바리안>은 이 전투를 재조명한다게르마니아 후손들이 그들의 언어(독일어)로 독일 민족 영웅 아르미니우스의 가장 빛나는 순간을 담은 역사드라마다집필 이후의 역사 곳곳에서 그랬듯 게르마니아』는 이 드라마의  캐릭터세트(배경및 의상(분장등을 재현하는데 교과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타키투스는 토이토부르크 숲 전투를 스치는 정도로 (로마사의 일부로만) 언급할 뿐이다.  

그런데 독문학자로, 독일 유학 시절 오늘날 희랍어와 라틴어 원전번역에서 독보적인 성을 쌓게 되는( 이 책을 최초로 원전번역한) 천병희 선생은, 주석과 옮긴이 서문 등에서  타키투스가 말하지 않은 부분을 보완하고 있다.  분량이 짧은 책이기도 하지만 옮긴이 주석이 중요한 이유는, 앞서 소개한 한 권의 두툼한 책이 책을 다룬 책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60장 중 27(장례)까지게르마니족의 기원과 거주지(1~5), 각종 제도(6~15), 사생활(16~27)까지는 흥미롭게 읽힌다(1부). 2부라고 할 수 있는, 28~46장까지, 게르마니아로 부를 수 있는 부족들을 소개하는데내가 왜 이런 것까지 읽어야 하지, 한숨부터 나온다.  그런데, 6부작 <바바리안>을 보고 나니 이 뒷부분이 더 흥미롭게 다가왔다아르마니우스(아리)는  자신의 양부(養父)가 이끄는 로마군 17,18,19군단을 격파하기 위해 맨 처음, 아버지의 뒤를 이어 케루스키족의 족장이 된다.  그리고 투스넬다와 결혼하는데 정치적인 선택이다투스넬다(드라마의 설정으로 본다)는 경쟁 관계의 부족을 적극적으로 포섭하며, 아리와의 결혼도 그 연장선에 있다. 결정적인 순간동맹이 무너지려 하자 핏빛 희생을 하며 예언을 동원하는 등 위험을 무릅쓴다.  


드라마 <바바리안>에  언급되는, 토이토부르크 숲 전투에 적극 참여한 주요 부족들은 다음과 같다

캇티족(83~86), 부룩테리족(88~89), 카우키족(92~93), 케루스키족(94~95), 킴브리족(96~99)

마르시족도 등장하지만, 별도(장)로 다루고 않는다.(2장 2절, 라인강의 지류인 루어 강과 리페 강 사이에 살던 게르만족, 주석, 지도 참고). 괄호 안은 게르마니아에서 소개되는 부족들의 해당 지면이다그런데 전투는 기원후 9년에 진행되었고타키투스는 98년경에 집필하였다. 소개한 지도상의 해당 부족들의 위치나 점유지가 드라마 속(실제 역사)의 그것과 다름을 알 수 있다어쨌든 해당 부족들은 언급한 대목들을 살펴보자. 그 부족들의 특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들을 발췌했다.


*캇티족(30-31):두 장을 할애한다. “게르마니족치고는 판단력과 수완이 뛰어나 지도자들을 선출해 그들의 명령에 복종하는가 하면(83),“행운은 믿을 것이 못 되고믿을 것은 자신들의 용기밖에 없다고 생각한다.”(83) ‘다른 게르마니족은 전투하러 갈지 몰라도갓티족은 전쟁하러 간다.“(84), ”청년이 되자마자 모발과 수염을 길게 기르며용기에 바친다고 서약한 이런 옷을 적을 죽일 때까지 얼굴에서 벗지 않는다.“(85)


*부룩테리족(33):동쪽의 토이토부르크 숲 쪽에서 라인강으로 흘러드는 리페 강 계곡에 살았다. 기원후 9년 바루스가 지휘하던 로마군이 전멸하다시피 했을 때 아르미니우스에게 협력했으며, 기원후 70년 바타이비이 반란을 일으켰을 때도 연루되었다.(88면, 절멸된 부족, 옮긴이 주석으로 대체). 


*카우키족(35):게르마니아는 북쪽으로 툭 튀어나와 있는데(유틀란트 반도), 그 초입에 산다한쪽 끝이 캇티족 나라에까지 뻗어있다그토록 광대한 지역을 이들은 단순히 차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가득 채우고 있다(인구가 많다). 탐욕과 권력욕을 멀리하고 저들끼리 조용히 사는 그들은 전쟁을 일으키지도 않으며이웃 부족들의 재물을 강탈하지도 않는다(그러나 필요할 때는 적극 참전한다).(92~93)


*케루스티족(36): 카우키족과 캇티족과 이웃이다. ”오랜 동안 지나친 평화를 누린 탓에 나약해졌다.“(94, 사실은 내분으로 약해져 쇠락의 길을 걸었다.) 옮긴이 주석에 따르면타키투스는 여기서 이 부족이 주축이 되어 기원후 9년 토이토부르크 숲에서 족장 아르미니우스의 지휘 아래 로마군에 크게 승리한 사실을 언급하지 않는다. 대신 기원후 90년경 캇티족에게 제압되어 왕이 추출되고 영토의 일부를 내준독립은 유지했지만 명망은 크게 줄어든,  케루스족의 근 황만을  (조롱하듯언급한다역사적인 전투를 이끈 지휘자가 이들 부족의 족장이었음을 언급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르마니우스는 족장인 아버지가 로마와 공물을 부치는 조건으로 휴전하면서 보내야 했던 두 아들(인질) 중 하나다. 뒷통수를 맞은 로마 입장에서는 껄끄로운 존재이다. 


*킴브리족(Cimbri): 다른 부족보다 소개가 길다.(드라마에서는 시캄브리(Sicambri)족) 명성이 자자하던 부족은 지금은 작은 부족이란다. 기원전 113년 유틀란트반도에서 일어난 이 부족(민족)끊임없이 로마제국에 대항하여 치명상을 입혔다타키투스도 이를 부인하지 않는다. 그리고 슬쩍, 아우구스투스 황제1)에게서도 바루스2)와 함께 그가 이끌던 3개 군단을 빼앗아갔다.“(98)라고로마군 2만여 명이 전사한 토이토부르크 숲 전투를 언급한다타키투스가 이 전투를 언급한 유일한 대목이다.


*1)아우구스투스 황제로마 초대황제재위 기원전 27~기원후 14

*2)바루스(Varus). 아그립파의 사위로 기원전 13년 집정관을 지냄. 그가 이끌던 제17·18·19군단은 기원후 9년 현지인 출신 외인부대 지휘관이었던 케루스키족 아리미니우스의 함정에 빠져 토이토부르크 숲에서 전멸하고 바루스는 자살한다최근의 발굴 결과 전투가 벌어진 곳은 오스나브뤼크 시 근처의 늪지대였던 것으로 확인되었다이 전투로 로마군은 라인 강과 엘베강 사이의 점령지를 포기하고 라인 강 서쪽으로 물러났다.


타키투스는 왜 킴브리족을 소개에(케루스티족과는 달리)그들로부터 입은 로마의 손실을 가감없이 언급하는가? 기원후 39년 가이우스 카이사르(칼리큘라일명 작은 장화‘)가 이들을 크게 위협했다. 하지만 실제 싸우지도 않고 전투에서 이긴 것처럼 켈트족을 게르만족 포로처럼 끌면서 개선식을 했다. 로마사의 해프닝(笑劇)이었다. 기원전 83년에도 도미티아누스(재위 81~96황제도 캇티족이 건재함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승리했다고 개선식을 올렸다. 로마 입장에서는 치욕, 제국 역사에 울린 경종이었다. (게르마니아 )집필 시점에 가까운 역사라서 언급한 것일까로마와의 국경에 있는 캇티족은 당시 케루스티족을 사실상 지배하는 등 건재한 시력이었다. 또한 (당시는) 북쪽 변방에 있지만 킴브리족은 그들을 늘 위협하는 상수(常數)로 여겼음을 읽을 수 있다.


타키투스가 어떤 의도에서 이런 논문을 썼는지의도는 확실하지 않다집필 당시 새 황제 트라이아누스는 라인 강 국경 근처에 머물렀다(제위 기간의 대부분을 전장에서 보내는 <명상록>의 저자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를 떠올리면..). 그에게 로마에 가장 위협적인 야만족은 게르만족이라는 사실을 알리고도미티아누스 황제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이 논문을 썼으리라. 설득력이 있다도미티아누스는 로마 플라비우스 왕조의 마지막 황제로 로마를 공포 정국으로 몰고 갔다. 96년 그가 암살당하자 로마 귀족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타키투스도 그들 중 한 사람이었다로마의 원로원 의원이 언론의 자유를 되찾은 지 불과 몇 달 만에 하필 게르만 민족의 기원과 관습"을 쓴 이유는? ”게다가 그 근처에 가 보지도 못했을“(가장 위험한 책) 타키투스가 말이다일리아스』 2권의 함선 목록처럼 게르마니아』 2부의 부족들 소개도 지루하게 느낄 수 있지만거듭 읽는 동안관련 드라마나 영화를 함께 보는 동안 숨은그림찾기처럼 발견하는 것들이 있다. 아래는 현대 독일과 그 주변  지도.  위의 지도(스캔)는 아래  지도와 유사하게 트리밍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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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24 18: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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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24 19: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00. 비전을 내놓으라 했습니다비전을 생각해 봤습니다제 마음에 가장 드는 비전그것은 전두환 대통령이 5공 때 내놨던 정의로운 사회였습니다노태우 대통령이 내놨던 보통 사람의 시대도 상당히 매력 있는 비전이었습니다. (중략저도 이렇게 말하면 됩니다저도 할 수 있습니다그러나 이렇게 말할 때 제 가슴은 공허합니다그 말을 누가 못하냐누가 무슨 말을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가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것 아니겠습니까? -2001.12.10. 노무현이 만난 링컨』 출판기념회 및 후원회 연설. 20노무현재단 (엮은이돌베개 2022-05-16


#01. 게르마니아 부족들은 도시에 살지 않으며서로 연결된 집들에서 살기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그들은 샘이나 들판이나 작은 숲에 마음이 이끌리는 곳이 있으면 그곳에 여기저기 흩어져서 서로 떨어져 산다또한 우리처럼 건물을 서로 다닥다닥 붙여 마을을 설계하지 않으며각자 화재의 위험을 막기 위해서든 아니면 건축 기술이 부족해서든 집 주위에 빈 공간을 남겨 둔다. __16. <취락 형태와 주거지>에서


#02. 그들보다 더 연회와 환대에 탐닉하는 종족은 없다어떤 사람이든 문밖으로 내쫓는 것은 죄악시된다주인은 형편이 닿는 대로 한 상 잘 차려 손님을 환대한다식량이 떨어지면 지금까지 주인 노릇을 하던 자가 다른 숙소로 안내하기 위해 손님과 동행한다두 사람은 초대받지도 않고 이웃집으로 간다초대를 받았느냐 받지 않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그들은 어차피 환대를 받으니 말이다. __21, <반목과 우정은 대물림된다손님 환대>에서


#03. 그 믿음은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였다깊이 뒤얽힐수록 서로 성가시러워진다살다보면 나를 끔찍이 싫어하는 사람이 한둘은 나오기 때문이다이를 피할 도리는 없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지나치게 관계가 깊어져 서로에게 어느덧 끔찍할 정도로 무거워진 덕분에 문제가 생긴다어머니 말씀처럼 사람이나 집이나 약간의 거리를 둬 통풍이 가능해지는 것이 중요하다그것이 최소한의 예의인 듯 싶다.__약간의 거리를 둔다, 120약간의 거리를 둔다』 ,



#04. 인용 #01과 #02의 출처는 게르마니아이고. #03약간의 거리를 둔다[소노 아야코),김욱 옮김책읽는 고양이, 2016-10-20 원제 人間分際(2015)]이다인간(人間)에 사이 간()이 있고인격(人格)에도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일정한 간격(格: 나무들처럼)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미가 있다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비로소 우리가 놓친 것은단지 사람과 사람 사이만이 아니라 지구상의 생물체  중 하나로서 우리 인간이 너무 오만하지 않았나 생각했다. 


#5.  적어도 위의 책들은 코로나19 이전에 출간되었거나 발언한 것이다. 그래서 의미구나, 했다. 인용1에서 감탄하는 것은 마음에 와 닿는 풍경(자연) 속에 슬며시 보금자리를 놓았다는 것. 인용2에서는 추위도 있지만, 그러므로 그렇게 손님을 환대하는 문화가 연결되어 있다. 인용3 작가를 최근에야 좀 다른 정보로 살폈다. 소노 아야코(1931~ )는 일본의 보수주의 작가다. ‘약간의’와 ‘거리’의 다른 맥락, 일본의 대표적인 혐한주의자로 활약하고 있다는데, 이것도 간격이라면 간격인 듯 


#6. 어쨌든, 약간의 거리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든, 심리적인 거리 유지에 실패한 인간 무리에게 물리적인 거리 유지가 필요하다 한 수 가르치고 있다. 자연이든, 늘 사이에 있는 신이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이든,  이런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단다. 그 섬, 찾다가 우린 헤매는 듯. ‘사이에’ 뭔가 있다. 들판이나 작은 숲 마음 이끄는 곳에 그들처럼, 노마드처럼 임시 거처라도 마련하여 일부가 되고 싶다. 사는 동안 임시 거처 아닌 곳이 어디에 또 있을까? 말로만 하는 것과 실행하는 것의 차이 혹은 거리(인용#00) 사이에, 거기에, 뭔가,  있다. 열세 번째 그날이 내일 모레다.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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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22 01: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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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바바리안시즌1(모두 6)은 독일에서 제작한 드라마로 독일학자들이 고증하였고 언어도 독일어랍니다. 기원후 9년 게르마니아 토이토부르크 숲(Teutorburger Wald)에서 벌어진 게르만족 연합과 로마군 사이의 전투를 다루고 있답니다.  그로부터 100여 년  후 타키투스(기원후, 55년경-117~130년 사이) 활동기의 지도입니다.  『게르마니아』의 부록을 스캔해서 올립니다.  한반도의 지형이 동고서저라,  높은 동쪽에서 낮은 서쪽으로 강이 흐른다면, 이곳에선 북쪽이 낮고 남쪽에 낮아.,  강도 남에서 북으로 흐르고, 그래서 게르마니아의 하부와 상부도 나뉘는 것 같습니다.  상부게르마니, 형관펜으로 표시한 부족들이 토이토부르크 숲 전투에서 로마군 3개 군단(2만여 명)를 궤멸시킨 주역들입니다.  드라마의 주인공 아르마니우스는 케루스키족 족장의 아들로, 동맹의 조건으로 로마에 인질로 끌려가 로마군 전사로 자랍니다. 그의 양부인  로마 장군 바루스가 게르마니아 총독으로 부임하면서 그는 '경계인'으로 살아가고, 정체성을 회복하며, 부족연합을 이루고, 대승을 거두는 데 리더십을 발휘합니다.  우선은 지도를 참고하면서,  『게르마니아』 옮긴이 서문만 읽어도(미리보기) 드라마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오늘날 세계에는 다양한 경영 패러다임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대륙마다 다르고 국가마다 다르다매우 거친 방식으로 분류한다면 인사조직 측면에서 크게 두 종류의 패러다임이 있다하나는 영어권을 중심으로 하는 앵글로색슨 모형이다이는 강력한 중앙집권적 경영방식으로 피라미드 구조로 조직을 설계한다다른 하나는 독일어권을 중심으로 하는 게르만 모형이다이는 분권화된 경영방식으로 수평적 네트워크 구조로 조직을 설계한다." (최동석 성취 예측 모델

, 248-249)


지방선거가 시작되었습니다. 지방자치 단체장 등 지역 일꾼들 뽑는 선거입니다. 앞서 새 대통령이 취임했습니다. 대통령 중심제 국가의 대통령. 말 그대로 중앙집권적 성향이 강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방자치는 지방정부의 재정과 행정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지방정부의 재량권 강화에 초점을 맞춥니다.  나도 거칠게 말하자면, 하나는 앵글로색슨 모형에서, 다른 하나는 게르만 모형에서 장점을 취하지만, 대립적이라 상호 보완하지 않으면 갈등은 일상일 수밖에 없습니다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말라!" 재정자립도 낮은 상당수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에게 이런 요구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지방정부 내 조직이 중앙집권식(앵글로색슨 모형)으로 설계되고, 작동된다면, 분권화, 명분 채우면서 장점 살리기, 주장하기 어렵지 않을까요? 게다가 '관내(管內)'라는 도저히 무너뜨릴 수 없는 힘이 작동하는 것까지, 분권화된 지방정부 앞날은 어둡기만 하다,  그런 생각 합니다. 좋다는 것 다 가져왔다고 좋아지는 것 아닐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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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마니아
타키투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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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여봐란듯이 무구(武具)를 장식하지 않지만뱅패에만은 최고급 물감을 칠한다흉갑을 가진 자는 소수뿐이고금속이나 가죽으로 만든 투구를 가진 자도 한두 명에 불과하다.” _6장 무기와 전술, 34

그들은 자신들의 전열(戰列)들이 지르는 소리에 따라 적에게 공포감을 불러일으키거나 공포심에 휩싸이는데그들에게는 전열들이 지르는 소리가 단순한 목소리가 아니라 용기의 합창으로 들리기 때문이다.” _3함성의 중요성, 28

“(그들이유례없이 순수한 특별한 종족이라고 믿는 사람들의 견해에 동조한다그래서 그들은 인구가 많음에도 매섭게 쏘아보는 푸른 눈붉은 머리털순간적으로 힘을 쓸 때에만 효과적인 큰 체구 등 모두 생김새가 비슷하다.” _4피가 섞이지 않은 단일 종족, 30

 

그들은 누구일까영화 <글래디에이터>(Gladiator)의 초반 전투를 떠올렸다면그렇다바로 그들이다영화의 시간 배경은 로마 제국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와 콤모두스 황제 통치기다고대 그리스인들은 그리스어를 못하는 민족들을 바르바로이족이라고 불렀다말소리가 바르바르처럼 들려서 그랬단다바바리안(barbarian)이라는 단어의 유래다그들에게는 민족의 해방자그러나 그런 그들의 이야기를 기술하는 저자를 포함한 로마인들에게는 반역자넷플릭스 <바바리안시리즈의 주인공 아르미니우스도 그들 중 하나다.

로마의 역사가 타키투스가 쓴 역사 게르마니아,는 시종일관 "그들은~"으로 시작해 "~한다."로 단락을 맺는다민족 대이동이 시작되기 전 게르만족이 거주했던 지역을 통칭 '게르마니아'라 한다타키투스는 게르만족의 생활상과 풍습을 기록하고 있다책이 다루는 게르만족에는 지금의 독일인과 오스트리아인뿐만 아니라 덴마크인노르웨이인스웨덴인네덜란드인영국의 앵글로색슨족도 포함된다갈리아인들처럼 게르마니아에 속한 민족들은 제국 로마의 입장에서는 정복 대상이었고실제로 숱한 전투의 날들이 이어진다.

타키투스는 왜 이런 민족지(民族誌)에 가까운 역사를 썼을까두려움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첫째는우리와는 다른 데 그 면면을 파악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두려움이다두 번째는 우리에게는 없는 어떤 것이 그들에게는 있는’ 데서 생성된 두려움이다도덕적으로 타락하기 시작한 우리’ 로마와는 달리 그들’ 게르마니아는 질박하고 건전한 사회를 이뤘으며 상무(尙武정신이 투철한 용맹한 민족이었다한편 부럽고 한편 두려웠서 그랬던 것 같다.


'그곳에서는 좋은 관습이 다른 곳에서는 다른 곳의 좋은 법률 못지않은 효력을 발휘한다.'(63) , 돈놀이를 통해 이자로 원금을 늘리는 관행은 알려져 있지 않다그래서 그곳에서 돈놀이는 금지했을 때보다 더 효과적으로 제동이 걸리고 있다."(75"돈을 받는 것(뇌물)도 그들은 우리한테서 벌써 배웠다." 


그들은 게르마니아(게르만족)이고 우리는 로마(인이).

하드커버이지만 분량이 워낙 짧고 간결하다. 책값 너무 비싼 것 아니냐. 불멘소리도 있다. 한데 글머리 세 번째 인용에서 보듯히틀러의 인종청소의 근거가 되는 등 세계사에서 가장 위험한 책으로 활용되기도 했다타키투스의 <게르마니아>가 탐색한 오늘날 국가들의 면면을 살펴보자북유럽을 포함한선진 복지국가들이 대부분이지 않은가! 거기에는 지금도 있는 뭔가가 무엇일까?

이 책을 다시 읽는 데는 계기가 있다근래에 성취예측모델,을 쓴 최동석 선생이 등장하는 유투브 콘텐츠를 보면서이다게르만모형이 뭐길래성취예측모델,이 장편소설 한 권 읽듯 소화할 수 있는 책은 아니고게르마니아,도 함께 천천히 읽는 동안 뭔가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바람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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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로폰네소스 전쟁사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투퀴디데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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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던가, 페이퍼던가, 알라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읽은 이가 쓴 서재의 글이 떠오른다. 추석 연휴 5일을 꼬박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완독에 할애했다는 얘기였다. 200퍼센트, 그 이상 공감하는 얘기다. 인류의 역사에, 지성사에 굵은 획을 그은 고전 역작 혹은 대작을 완독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백두대간 종주에 비유할 만하다. 중대 결단과 끊임없는 인내가 필요한 독서라는 얘기다. 

한 차례 완독으로 끝나지 않는다. 전국 100대 명산 중 하나를 한 차례 등반했다고 다시 오르지 않던가! 자주 올라야 그 산이 왜 명산(名山이고 진산(珍山)인지 문득 깨닫게 된다. 처음에는 무심코 명품(名品)을 찾지만 그것을 실제 사용하는 동안 문득 그 물건이 진품(珍品)임을 깨닫게 된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 고전들을 원전번역으로 펴낸 천병희 선생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도 그런 책 가운데 하나, 애로(崖路)가 곳곳에 깔린 책이다. 그래서일까, 이런 서평이 가장 와 닿는다.


“…투키디데스는 근엄하고 통합적이다. 그는 문화사가라기보다 정치와 군사의 역사가이다. 그는 의심이 많은 데다 매력적이지 못하며, 그래서 읽기가 까다롭다. 정신을 집중하지 않으면 그의 책은 제대로 읽어내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되풀이하여 읽으면 진국이 나오는 작가이다. …그는 권력 정치의 내면을 파악한 최초의 역사가이다." (『평생 독서 계획』, ‘투키디데스' 중, 존 S. 메이저, 클리프턴 패디먼 지음, 이종인 옮김, 연암서가, 2010년 10월) 


이 고전의 실체를 간파한 최고의 서평(리뷰)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은 이 산의 정상까지 등반한 후에야 비로소 느낄 수 있는 소회라고 할 수 있다. 비단 이 책만 그런 것은 아니지만 고대 서양의 고전들을 읽노라면 인명들부터 낯설다. 지명들도 혼란스럽다. 지중해를 끼고 있는 오늘날 그리스 반도와 과거 페르시아 영토에 해당하는 나라들과 지명들, 지중해에 흩뿌려진 수 많은 섬들, 오늘날 이탈리아반도(당시는 시켈리아)에 이르기까지 지도(지명)에 익숙해져야 한다. 이 책 부록으로도 당시의 지도가 수록되어 있지만, 언젠가 이 책을 펴낸 출판사에 A2 사이즈 정도의 관련 지도를 제작하여 서비스로 제공했으면 하는, 이메일을 보낸 적이 있을 정도다. 


그러나, 겁부터 먹을 필요는 없다. 우리말 번역이 깔끔하다. 

잘 읽힌다. 번역으로 인한 피로감은 거의 없다. 본래 이 책의 방대한 스케일 때문에 소화하기가 힘들 뿐이다. 그리고 노고 그 이상의 생생한 교훈, 당면한 현실을 살피는 혜안을 얻을 수 있다. 유시민은 헤로도토스의 『역사』를 ’역사의 역사‘라 했다. 이 책에 적용하면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는 ’전쟁사의 전생사‘라고 하겠다. 달리 말하면 ’전쟁사의 역사‘이다. 그러나 알고 보면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이기도 했고, 지금도 그런 흐름은 ’진행中‘이다. 

시작(詩作)의 기술 가운데 하나는 수미쌍관(首尾雙關)이다. 문재인 정부 초기에 핵관련 미사일을 쏘아올려 북미협상 카드를 유리하게 만들려던 북한이 정권 말기에도 비슷한 일을 하고 있다. 누가 대권을 잡든 새로운 정부를 길들이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와 닿는다. ’종전 선언‘까지는 해야 하는데.. 정권 말기임에도 역대 최고의 대통령 지지율을 유지하는 여세를 몰아 평화 무드에 쐐기를 박고자 했던 바람은 이루어질 수 없을 것 같다. 이러듯 한반도 정세는 언제 발생할지 모를 리스크를 안고 있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다. 얼마 전 유력한 대선주자가 세계적인 투자가 짐 로저스와의 경제대담을 가졌는데 핵심 키워드는 '한반도 평화'였다. 주식투자의 꿀팁을 묻는 질문에 짐 로저스는 ”꿀팁을 듣지 말라는 것이 팁입니다.“라는 재치 있는 답변을 하기도 했다. "블랙핑크가 38선에서 공연할 정도로 남북관계가 좋아진다면 내가 롤링스톤스를 데려가겠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불러 '빅 파티'를 열자."(짐 로저스)라고 했다 필자는 이 대목에서 신동엽 시인의 서사시 『금강』이었던가,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 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라는 대목이 떠올라 씁쓸했다. 이제는 세계적인 외국인 투자자가 시 한 구절 같은 희망 사항을 얘기하고 있다. 

”우리들은 헤어진 게 아녜요/ 우리들은 나뉜 게 아녜요/ 우리들은 딴 세상 본 게 아녜요/ 우리들은 한 우주 한 천지 한 바람 속에/ 같은 시간 먹으며 영원을 살아요“(달이 뜨거든-아사달 . 아사녀의 노래 2중창 부분) 


’같은 시간 먹으며 영원히 살자!‘ 그럴 수 있다면.. 

2018년 1월(31일).『예정된 전쟁』(세종서적, 2018.1.31.)이란 책이 번역되어 화제를 모았다. '투키디데스 함정(Tuchididdes Trap)'이 국제 정치판에서 전문가들의 입에서, 언론에 회자되먼서 주목받은 책이 발 빠르게 번역된 것인데, 2017년 전후 뜨거웠던 한반도 정세를 새삼 떠오르게 한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는 먼 옛날인 고대 그리스의 ’역사서‘ 중 하나라고 생각하지만, 오늘날에도 생생하게 현재의 당면한 전쟁 위험을 감지하는 책인 것. 인류의 역사는 곧 전쟁사이리도 하니까. 인류사는 곧 전쟁사임을 실감할 수 있는 이색적인 책이 있다. 


’은유가 사람을 죽일 수 있다.‘

인지언어학의 창시자인 조지 레이코프가 1차 걸프전 발발 직전인 1990년 마지막 날에 배포한 글의 첫머리에 언급한 말이다. 미국 시민들의 반전 여론을 무마하고 전쟁지지 여론을 이끌기 위해 부시 행정부와 보수 언론이 동원한 국제 관계 은유는 [국가는 사람], [세계는 마을], [전쟁은(다른 수단을 사용하는) 정치]. [정치는 사업] 등이었다는 것. 미국의 보수 언론은 [이라크는 악당]이고 [쿠웨이트는 천진한 처녀]이며 [미국은 선한 구원자]라는 은유적 이미지를 미국 시민들의 머릿속에 주입했다는 것. 그 결과 이 전쟁을 반대하는 여론보다 지지하는 여론이 더 높아졌고, 전쟁을 막을 수 없었다. 『은유로 보는 한국 사회』(나익주 지음, 2020년 11월, 전자책은 2021년 5월) 머리말에 나오는 얘기다. 

필자는 전남대학교 영어영문학과에서 학사에서 박사까지 끝내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조지 레이코프에게서 인지언어학을 공부했으며, 조지 레이코프가 언어철학자 마크 존슨과 1980년에 펴낸 『삶으로서의 은유』를 번역했다. 무엇보다 그는 『프레임 전쟁』을 비롯 자신의 선생님 책을 두루 번역하여 우리 사회에 ’프레임‘이란 개념을 유포하고 있다. ’3장 국제 관계를 지배하는 은유(전쟁의 언어, 평화의 언어)‘는 머리말의 첫 문장에서 보듯, 이 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극명하게 드러난 2017년 즈음의 말의 (프레임) 전쟁이 담겨 있다. 굳이 이 책의 이 부분을 언급하는 것은, 『펠로폰네소스 전쟁사』가 특히 한반도 정세에서 생생하게 경고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지, 실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선 국면이고 어느 세력이 집권하건 미·중, 북·미, 한·미 남·북 관계에서 한반도의 위기 상황은 새로운 버전으로 되풀이될 수 있다. 적어도 안보 문제나 질병(코로나 팬데믹) 대응과 관련해서는 여와 야, 진보의 보수에 따른 이견이 있을 수 없고 있어서는 안 된다. 이 선을 밟는 세력도, 그것을 부추기는 언론도 역사의 심판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아는 것이 병이라고 했다. 아직도 ’휴전 중‘인 한반도의 현실, 지정학적 리스크를 떠올리면서 읽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는 ’등반‘ 내내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좀 가볍게 다루려고 작정했는데, 무거운 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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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eroad 2022-02-10 19: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리뷰 선정 추카추카

Meta4 2022-02-10 19:46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