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고 아름다운 도깨비 나라 청색지시선 7
이어진 지음 / 청색종이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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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지에 이 구절이 인쇄되었습니다. "누구세요 당신?/점점 젊어져서 죄송합니다/나는 사과와 토마토의 탓이라고" p35에 나오는 <사과와 토마토를 위한 노래>의 일부입니다. 사람이건 그 무엇이건 노화와 죽음에의 수렴을 거부할 수는 없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다 늙어 가는 통에 혼자만 벤자민 버튼의 시간을 산다면 그 역시도 좀 미안해할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누구 탓을 좀 해야겠는데, "거울이라는 속성의 눈동자에서 무한하게 자라나는 과일" 때문이라는 거죠. 이어진 시인 답게 여기서도 또 눈동자가 나옵니다. 예전 일제강점기 이상 시인 때부터, 거울은 뭔가 무한의 심상과 관련이 있습니다. 빛의 속성이 반사이기 때문에, 여기에는 어떤 에너지가 소모되지 않습니다(물론 과일도 사람한테 베어먹히면서 따로 에너지를 제공합니다만). 그래서 사과가 있던 자리에 내가 있고, 내가 있던 자리에 토마토가 있게 되는 무한 반사, 무한 생성의 과정이 멈추지 않습니다. 

"한 잔의 잠과 장미 한 잎을 교환하고/한 컷의 꿈과 얼굴을 바꾼다.(p30)" 꽃이 과연 웃긴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시 제목에 나온 대로 나무가 웃지 않는 건 확실한 듯합니다. 다만 "소년의 표정"이라고는 합니다. 한 컷의 꿈, 꿈에서 실컷 웃었으면 꼭 현실에서 웃지 않아도 되며, 현실에선 누구나 바람에 견디느라 웃을 여유가 없습니다. p15의 시 <잠의 나뭇가지>에서 정작 잠이라는 단어는 본문에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나 바람이 부는 통에 잔잔할 날이 없는 나무에게 잠 속의 달콤한 꿈이 없다면 그 피곤함을 견딜 수 없습니다. 잠이 달콤하기에 나무의 표정은 언제나 그랬다는 듯 변함 없을 수 있습니다. 

2장의 제사는 "장미의 팔을 잘라먹는다는 소문이었다"입니다. 주어도 없고 누가 그런 끔찍한 짓을, 과거형도 아니고 늘상의 습관처럼 저지른다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p91에는 "팔 잘린 소음"이란 구절이 있습니다. "늙은 장미의 가시줄기는 장미 이전의 삶을 기억하지 못한다(p51)"는데, 한창 때의 장미꽃이 그 이전을 기억 못 한다면 또 그러려니 해도, 이제 남한테 상처 줄 일만 남은, 보기에도 그리 살갑지 못한 늙은 장미가 그렇다니 차라리 슬퍼집니다. "견고한 철조망의 모습으로 늙어가는", "장미 이후의 삶도 상상해 보지 못한" 이제 여름날 빙수처럼 사르르 녹지도 못하는 그녀가 안타깝습니다. 

소년은 앞에서 나무의 표정 같다고 했습니다. 소년의 손은 작고 맑아서 장미 가시를 쥐어도 피가 나지 않는다고 하는데(p54), 사실 피가 안 난다고 했지 안 다친다고는 하지 않았습니다. 하긴 나이가 어리면 크게 다쳐도 회복이 빠를지 모르겠습니다. 장미꽃을 피우려면 가시의 통증이 터져야 한다고도 합니다(p54). 장미의 향기에 취한 소년의 가시들, 아까는 늙은 장미만 그 활력을 다하고 앙상하게 가시만 남긴 줄 알았는데 이제는 소년도 가시를 품긴 하나 봅니다. 누구의 가시든 철조망과 닮았습니다. 소년은 기어이 그림을 열고 들어가 아주 커다란 꽃이 되기도 합니다(p145).  

"꽃집은 프리지어를 좌판에 펼쳐 놓고 바람을 흥정합니다(p82)." 다른 작품에서는 사과 안에서 호수가 자라고 머무는 걸 봤는데, 이 작품(<질주하는 계절>)에서는 별사탕 안으로 우리가 들어갑니다. 우리가 어려서부터 먹던 그 달달하고 희고 작은 별사탕이 맞습니다. "이렇게 밀폐된 공간에서도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게 가능한가 봅니다. p108에는 <어항 속의 당신>이라는 시가 나오는데 나의 사랑을 아는지 모르는지 어항 속의 "당신"은 지느러미를 펄럭이며 열심히 헤엄칩니다. 

유목은 어느 방향이라는 게 없습니다. 그저 한 곳에 머물지만 않으면 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꿈에서 사슴의 뿔은 그저 더운 곳으로만 몰려갑니다(p122). 바람이 불어서 이리저리 날려다녀도 괜찮으며, 꽁꽁 얼린 채라도 좋다(p130)고 합니다. 눈물을 먹고 붉은 혀를 토해도(p80) 알고보면 다 도깨비 나라의 사정이라고 생각하니 별 걱정은 없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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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에서는 호수가 자라고 시인수첩 시인선 80
이어진 지음 / 여우난골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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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진님의 시집입니다. 책은 시집 판형으로 나온, 분홍색 표지의 아주 예쁜 모양입니다. 표제작인 <사과에서는 호수가 자라고>는 이 책 4부의 p110에 나옵니다. 사과라는 단어가 들어간 시는 p47의 <사과의 시간>이 있고, 호수는 p86의 "얼음 호수"라는 제목 안에 들어 있습니다. 보통은 호수보다 크기가 훨씬 작을 사과 안에, 어떻게 호수가 자랄 수 있는지는 이 시집을 다 읽고도 알아내기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혹 사과를 먹을 기회가 있다면, 그 안에 어떤 호수가 담기진 않았는지, 나아가 그 호수가 자라고 있진 않은지 자세히 살펴 보고 싶은 마음이 조금은 들 것 같습니다. 

시장에 들르는 시간이 보통 오후다 보니 개인적으로는 눈부신 햇빛 때문에 모자 챙을 더 내려야 했던 기억이 많습니다. 하지만 p26 <봄의 무희>에서 시적 화자는 "정오의 시장"에 가는 중이며, 그 "눈동자를 지폐의 주머니에 넣고 흔들흔들 걷기"를 희망합니다. 뿐만 아니라 "이빨들을 빼내어 산들산들 공원을 산책하고 싶다"고도 합니다. 좀 무섭기도 하지만(?) 활기찬 시장과 평화로운 공원은 눈이 보내는 신호,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무엇을 빠각빠각 씹어 소화시킬 치아 따위와는 무관하게, 내가 그 자체로 사랑하고 끌어안고 그 안에 하나가 되어야 할 공간이 아닐까, 그런 뜻으로 이해했습니다. 과연 바다는 파랑과 하양의 파장이 합쳐져 이루는 사인곡선일 수 있습니다. 내 눈동자는 내 눈동자에 머물지 않고, "봄의 눈동자에 포개"야 더 많은 걸 보고 느낄 수 있지 않을지. 

"얼굴보다 더 먼저 떨어진 것이 있었다...꽃을 피우도록 애간장을 다 바친 뿌리의 눈알이 흥건히 고여서(p32. <동백>)". 식물 옆에 떨어진 꽃잎[落花], 더군다나 동백처럼 빨간 빛의 꽃잎이라면 정말 피와 함께 떨어진 빨간 눈동자처럼 때로 섬뜩하고 아깝게 느끼기도 합니다. 떨어진 꽃잎은 과연 얼굴이고 눈동자입니다. 이 예쁜 꽃을 피워 올리기 위해 뿌리는 얼마나 필사적으로 땅으로부터 양분을 위로 위로 빨아올렸을까요. 그 수고는 아무렇지도 않고 내 알 바 아니라는 듯 곰 한 마리가 무심하게 꽃을 툭툭 건드리고 빨기도 하고 마침내 망가뜨리기도 합니다. 예사롭게 꽃을 꺾고 밟고 다니는 우리들도 곰처럼 무정합니다. p68의 <마음의 동굴>에서도 가녀리고 슬픈 꽃잎들의 심상이 나옵니다. 

여름철에 해변에 가면 많은 이들이 모래인간을 만들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어설프게 잘못 만들어진 사람도 있고, 제법 큰 공을 들였는데도 아무렇지도 않게 망가지기도 합니다. 만든 사람도 언제까지나 조각품을 곁에서 지킬 수는 없고, 어스름이 닥치면 애착은 뒤로 하고 자리를 떠야 합니다. 그래서 해변에는 남자, 여자 둘만 남았고(p54. 둘 다 모래인간), 그들은 밀물과 함께 서서히 허물어져 가는데 남자가 여자 몸 위에 쏟아져 내리는 게 더 슬픕니다. "나"는 바닷물을 움켜쥐는데 사라지는 건 바닷물이 아니라 내 손가락입니다. 내 울음소리는 저 모래인간들처럼 허물어지는 게 슬퍼서 나는 소리일까요. 

우리는 중학생 때 시(또는 운문)에는 산문과 달리 운율이라는 게 있다고 배웠고, 정형시에는 외형률, 자유시에는 내재율이 깃든다고 들었습니다. p74에 나온 시는 <내재율>인데, "새소리가 깨어나는 숲은 모든 안개가 詩 같고", "구름의 날개를 바라보면 온몸에 깃털이 돋는다"는 화자의 말에서 정말 어떤 리듬이 전해집니다. 시 같은 안개, 또 구름을 보고 깃털이 돋는 듯한 나의 몸. 시인의 입에서 운율이 깃든 시가 나오는 건 시인의 마음 안에 이미 운율이 살아 숨쉬어서 가능하겠습니다. 달처럼 커다란 광원은 온전한 거울을 갖기 힘들지만(p82), 눈 위를 걸어가며 내가 눈처럼 흩날리는 듯 느끼는 사람은 이미 존재가 하나의 아름다운 운문이며 사과 안에서 자라는 담백한 호수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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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를 위한 인공지능에 관한 거의 모든 것 K-Teen 시리즈
전승민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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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인공지능이 상용화하여 일상 곳곳에 침투하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지금과는 크게 달라집니다. 기계적이거나 정밀한 지능보다는 인간만의 풍부한 감수성이 더 큰 강점이 되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기호를 누구보다 빨리 포착해야 성공할 수 있으리라고 전문가들은 추측합니다. 미래가 이처럼 현재와 크게 달라질 양상이라면 10대 청소년 시절부터 그에 철저히 대비하는 게 바람직하며 옆에서 부모님들도 그를 돕는 게 좋겠습니다. 

컴퓨터는 특이하게도 그 발전 속도가 그리 늦춰지지 않고 기술 진보의 일정 패턴이 유지되어, 기존의 제품이 빠른 속도로 대체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p39를 보면 무어의 법칙이 설명되는데, 이 법칙(?)이 처음 알려진 게 무려 1965년이라는 게 놀랍습니다. 이 비슷한 걸로 한국인인 황창규 삼전 사장이 내놓은 황의 법칙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다만 무어의 법칙이나 황의 법칙이나 엄격한 검증을 거친 건 아니고 경험상 그렇게 보인다는 정도이며 따라서 산업 현황의 변화에 따라 이후 얼마든지 바뀔 수 있습니다. 책에서 참 설명을 정확하게 하는 게, 이 무어의 법칙을 설명하며 어디까지나 경험적 관찰에 의존했다고 독자에게 앙여 주는 점을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아이들에게는 AI라는 개념 자체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는 이미 많은 가전제품이 스마트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는데, 당장 스마트폰부터가 그렇습니다. 지금 10대들은 피처폰이라는 기기를 TV 속에서나 봤을 뿐 실물로는 못 접했을 가능성이 크며, 태어나면서부터 본 모바일 기기가 스마트폰입니다. 이보다 앞서 혹은 비슷하게 스마트TV라는 것도 나왔으며, 보일러나 에어컨, 냉장고 등도 스마트폰과 연계하여 집 밖에서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게 된 것도 십 년 안짝입니다. 스마트라는 수식어가 붙었으면 일단 인공지능이 적용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책의 설명(p17)이 직관적입니다. 사실 아직은 어른들도 뭐가 스마트인지 뭐가 인공지능이라는 건지 아직 헷갈립니다. 

요즘 한창인 AI 혁명을 가져온 주역은 바로 기계학습, 머신러닝(p81)입니다. 그 전에는 컴퓨터에게 이런저런 프로그래밍을 시도했었으나 특유의 논리 정합성에만 집착하는(당연하죠) 속성상 아무 발전이 없어서 번번이 좌절했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접근할 게 아니라 다량의 데이터를 주입하고 스스로 그 안에서 법칙을 발견하게 하는 방식이 고안되고, 이제 인터넷에서 빅데이터가 생성되며 모바일로 장소의 지역까지 초월할 수 있게 되자 본격적으로 발전하게 된 것입니다. 사람 역시 순수 창의가 아니라 모방과 반복을 통해 학습을 행하고, 이제 뇌신경 구조에 대해서도 어지간히 밝혀진 만큼 그를 정밀하게 본떠 만든 컴퓨터의 다층 구조 시스템이 이 일을 해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커진 것입니다. 

어른들은 그들이 성장하면서 지켜 본 예전의 여러 컨텐츠에서 인공지능이 인간에게 반란을 일으켜 노예로 삼는 설정을 많이 봤기 때문에 AI에 대해 본능적인 두려움을 갖습니다. 대표적인 게 영화 터미네이터 프랜차이즈에 나오는 스카이넷인데 사실 터미네이터 이전에도 기계가 지배하는 세상에 대한 상상력을 표현한 명작은 많았으며 터미네이터는 그리 정교하게 고안된 설정도 아닙니다. 여튼 책에서는 너무 인공지능에 대해 큰 두려움을 가질 필요가 없으며, 인간이 언제나 주도권을 가지는 기호주의 방식(p93)에 의해 설계되니 안심하라고 어린 독자들에게 가르칩니다. 사실 기계의 속성은 논리정합성 추구이며 프로그램 단계에서 골수에 이 원칙을 박아 놓는 이상 어떤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은 극히 적습니다. 애초에 인공지능이 나오게 된 것도 같은 인간의 배신에 치를 떨어서인 동기가 있었겠습니다. 

영화 속에서는 평소에는 보이지 않다가 필요할 때만 프레임을 노출하며 기능을 발휘하는 투명 디스플레이(p149)가 곧잘 등장하는데 아직은 가격이 너무 비싸 상용화되기 어렵다고 책에 나옵니다. 그러나 이런 기술도 기존의 상식을 뛰어넘는 비선형적 천재에 의해 언젠가는 모두가 혜택을 보게끔 현실화할 것이며, 그런 인재가 되기 위해서는 앞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요구하는 창의력과 상상력, 공감 능력을 두루 갖춘 청소년으로 성장해야만 하겠네요.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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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효과
댄 토마술로 지음, 윤영 옮김 / 힘찬북스(HCbooks)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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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반 컵의 물을 보고도 반씩이나?하는 반응이 있고, 반밖에!라며 비관하는 태도가 따로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인생을 살며 고비를 맞게 마련이며 매번 호기를 누릴 수는 없는 일입니다. 심리학 박사 댄 토마술로가 작년에 저술한 이 책은,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위기와 불운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제어하며, 부정적인 생각을 극복하고 원하던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을 담습니다. 저자는 긍정 사고를 위한 체계적 방법론으로 CBT(인지행동치료), 긍정심리학을 끌어오는데, 70대에 접어든 저자의 일생을 바친 주전공 분야라서 대중서치고도 쉽게 읽히는 편입니다. 

책은 모두 7챕터로 이뤄졌는데 제1장은 서론, 6~7장은 마무리와 보론이며 2, 3, 4, 5장은 hope(희망), empowerment(이 책에서 적절하게도 "유능감"으로 번역됩니다), resilience(회복탄력성), optimism(낙관주의)를 각각 다룹니다. 이 4개의 영단어 앞글자만 따면 Hero가 되는데, 영웅이 뭐 특별한 게 아니고, 일상에서 사소해 보이는 것으로부터도 최대한의 효용과 가치를 끌어내는 우리들 모두가 언제나 이처럼 특별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뜻으로 새기게 되었네요. 

"희망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적용되며, 우선 인지적 상처가 더 심해지지 않게 상처를 보호해 준다.(p77)" 여기서 "적용"이라 함은 마치 의사, 약사가 상처나 병에 특정 약품을 처방, 제조하여 투여되게 하는 것과 비슷하게, 희망의 쓰임새를 항생제 연고 같은 것에 저자가 비유한 것입니다. 희망은 확실히, 인간에게 동기 부여를 해 줄 뿐 아니라, 사람과의 관계 악화나 재정 결핍 등 나쁜 상황 속에서 당사자가 더 이상 상처를 입지 않게 일시 지혈을 해 주는 효과와 비슷한 것을 만듭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 중 누구도 희망을 아예 버리고 사는 사람은 없기에, 어떤 누구라도 긍정의 마음가짐 그 싹을 조금씩은 지닌 것이며, 이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극단적으로 풍요로운 환경이라서 장래에 대한 걱정을 전혀 할 필요가 없거나 아예 극단적 선택을 하기 직전의 사람뿐이겠습니다. 

하지만 그런 어렴풋한 희망의 싹을 가졌더라도, 체계적으로 이를 증폭하고 체질화하지 않으면 그저 가능성에 그칠 우려가 있습니다. p116 이하에, "긍정 노트"라는 걸 사용하여 어떻게 이를 내면화하는지에 대해 자세한 가르침이 있습니다. 이를 empowerment라 부르며, 챕터 3에서는 이를 유능감이라 따로 부르며 성공을 쌓아가며 자신감을 느끼는 과정으로 정립하게 돕습니다. 그 중 하나의 단계는, 본래 불교에서 유래했다고 하는 자애명상인데, 저자는 이를 통해 독자들이 내면으로부터 끝없이 성취 동기와 긍정의 원천을 마련하게끔 격려합니다. 

아무리 우리가 일상의 과제에 전념하려 해도 누군가와의 갈등으로부터, 혹은 업무상의 실패로부터 끝없이 상처를 받게 되어 있습니다. 그럼 우리는 일시적이든 혹은 제법 긴 기간이든 좌절할 수밖에 없는데, 이런 침체와 무기력 상태로부터 용수철처럼 튀어올라 본연의 활력을 회복해야만 합니다. 직장에서 부과한 업무를 완료하기 위해서도 그래야만 하고, 사람 혹은 모든 유기체가 이런 식으로 정상 상태로 회복하기를 중단한다면 이는 곧 생명 활동의 중단과 다를 바 없기 때문입니다. 이를 두고 학자들은 회복탄력성이라 부릅니다. 

이런 회복탄력성 증대를 위해 저자가 제안하는 방법 중 하나는 마음챙김(mindfulness)인데 이 역시도 원래는 불교 등 동양사상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모든 활동을 "일단은" 멈추고, 오로지 모든 주의를 호흡에만 집중하라고 합니다. 관찰하는 자아, 비(非)국소적(局所的) 자아, 상위 자아를 계속해서 키워 나가야 사소한 데서 상처를 받지 않고 감정에도 휘둘리지 않은 채 의연하게 전진할 수 있습니다. 

p184를 보면 빅터 프랭클의 저서를 저자가 인용하는데 수용소 같은 극단적인 환경에서 살아난 프랭클의 체험이, 참으로 많은 이들에게 감동과 영감을 주었다는 점 확인이 가능합니다. 저도 프랭클의 책을 읽고 리뷰도 올렸지만, 몇 달 새 프랭클의 책이 매우 중요하게 인용되는 경우를 벌써 두 번이나 접하네요. 여튼 극한 상황에서 인간이 그 심지를 잃지 않고 오히려 더 나은 존재로 승화하는 건 분명 긍정, 낙관주의만의 힘입니다. 이렇게 마인드셋에 긍정이 확고히 자리해야 바른 방향으로 열정을 불태우며 자아실현도 가능해집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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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놀아줘야 할까 1 - 오은영의 모두가 행복해지는 놀이, 만 3~4세(36~59개월) 편
오은영.오은라이프사이언스 연구진 지음, 현숙희 그림 / 오은라이프사이언스(주)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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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를 통해 아이의 여러 측면이 발달한다면 아이한테 어떤 부담이 덜할 것 같아서 부모님 입장에서는 한층 더 마음이 놓일 듯합니다. 발달이란, 이 책 p6 이하에 나오듯, 신체 발달, 인지 발달, 관계 발달, 언어 발달, 정서 발달의 다섯 국면을 뜻합니다.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들도, 이 다섯 가지 요소가 고루 발달한 사람이라야 대학교나 직장에서 환영받고 잘 적응받는 성원이 될 수 있으며 사회적 성공을 위해서도 필수 요소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책은 표지에 나오듯 만 3~4세 사이의 아동을 주안으로 삼는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하겠습니다. 

특히 저는 책을 열며 아이들의 언어발달을 개략적으로 설명한 p9를 눈여겨 보았습니다. 아이들은 언제쯤 ㅃ, ㄸ, ㅌ 같은 된소리와 거센소리를 조음할 수 있을까 생각했었는데 그게 바로 이 시기(즉 만 세 살인 36~47개월)라고 나옵니다(p56도 동시에 참조하십시오). 또 네 살인 48~59개월 아기들은 이제 두 문장 이상을 연결할 수도 있고, 일이 일어난 순서대로 이야기할 수도 있다(책 문장을 그대로 인용합니다)고 하네요. 와, 우리 어른들도 다 이 과정을 거쳤겠으나 지금 생각이 안 날 뿐이겠지만, 아이를 실제 키워 봤거나 현재 양육 중인 분들은 이 단계의 중요성이 실감될 것입니다. 아이의 부담이 확 덜어지게 이 모든 발달 단계가 그저 놀이를 통해 가능하다면 참 멋진 일입니다. 

3세 아기한테 적합한 놀이 중 하나는 p16에 나오는 "지하철 탐험대"입니다. 이 책은 놀이를 소개한 파트마다 맨 앞에 이게 어떤 종류의 발달을 위한 활동인지 밝힙니다. 또 예를 들어 이 지하철탐험대가 신체(발달을 위한) 놀이이긴 하지만, 어떤 놀이(혹은 더 넓게, 활동)이라 해도 신체 딱 하나만 발달시키고 끝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매 파트마다 발달 오각형 다이어그램(레이다 차트)이 나오는데 이걸 보면 신체 외에도 인지 발달에도 만만치않게 도움을 주는 놀이라고 나옵니다. 정서와 관계 쪽으로는 비교적 관련이 약합니다. 놀이의 방법은 비교적 단순하여 아이가 크게 어려움을 느끼지 않고 따라할 만하며, 지정한 곳에 아이가 잘 도착하여 올 스탬프 완성이면 간식과 교환하여 리워드를 확실하게 줘야 합니다. 

리뷰 앞에서 발음(발달)에 대해 잠시 언급했었는데 p54 이하에 여러 개의 발음 놀이가 소개됩니다. 일단 이것은 언어발달 위주이며, 다음으로는 신체와 인지 발달을 목표로 삼습니다. 이 발음은 p54의 설명에 의하면 "보호자가 아이의 발음 발달을 확인하기"에도 좋고, "아이의 자신감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p55에 아이들이 발음을 어려워할 수 있는 여러 자음이 들어간 단어 리스트가 제시됩니다. 구강의 강화가 이 발음을 잘하게 하는 핵심입니다. 

p66에는 점토 다트 놀이가 나옵니다. 서양에서는 많이들 하는 놀이인 다트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좀 위험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마음이 꺼림칙했었는데 책에 소개된 놀이는 점토 소재라서 안전할 듯합니다. 신체 발달도 발달이지만 책에서는 이 놀이를 정서 발달에 주안을 두는 걸로 파악합니다. 무엇인가 뜻대로 되지 않았을 때 막 던지거나 해서 마음을 풀 수 있지만 그렇다고 아무거나 던져 버릇하면 사고가 날 수도 있고 남에게 피해를 끼칠 수도 있습니다. 스트레스를 풀되 바른 방법으로 푸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입니다. 매 파트마다 놀이 방법 외에 tip과 보호자 가이드가 따로 나오는데, 놀이의 취지와 목적이 무엇이며 부모님 입장에서 각별히 어디에 유의해야 하는지 짚어 줍니다.  

아이에게는 음악 교육도 적절하게 시켜 줘야 정서가 균형 잡히게 발달할 수 있겠습니다. p102를 보면 룰루랄라 음악시간이라는 놀이가 소개되는데 오각형 다이어그램을 보면 오히려 이 놀이는 언어 발달과 더 밀접하게 관련되었다고 나옵니다. 언어 기능 중에서는 주로 듣고 말하기와 연관됩니다. 악기가 여럿 준비되어야 한다는 게 약간 번거로울 수도 있겠습니다. 

상자를 좋아하는 건 고양잇과 동물의 습성이라고 하는데 p182에는 "터널을 만들어요"라는 놀이가 소개됩니다. 꼭 종이 상자뿐 아니라 터널 구조를 만들 수 있는 소품이면 무엇이라도 무방하다고 합니다. p183아래에 보면 보호자가이드에 Just right challenge라는 문구가 나오는데 아이한테는 너무 쉬운 도전은 발달이라는 목적을 위해 무의미하고, 반대로 너무 어려우면 아이한테 좌절감을 심어 줄 수도 있습니다. 이 책은 3~4세 아동에게 딱 알맞은 놀이들을 소개하여 아이가 딱딱한 공부가 아닌 "놀이"를 통해 균형 잡힌 발달을 하게 돕는다는 점이 가장 좋았네요.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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