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양장)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청미래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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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을 읽고 여행 에세이라고는 하지만 흔히 읽었던 여행에 관련된 책들과는 차별화되는 신선한 느낌의 책이었고, 글을 풀어 나가는 방법이나 책 속의 글들이 좋았었다.
그래서 선택한 책이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인데, 이 책의 장르는 소설로 분류되어 있지만, 이것도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그런 관점으로 이 책을 읽게 되면 읽는 중간 중간에 마음의 갈등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 책은 끝까지 읽어야 되는냐, 말아야 되느냐는 생각을 여러번 하게 될 정도의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그것은 이 책은 '사랑'의 과정을 통해서 그 과정 과정의 심리적 분석과 철학적 사유가 담겨져 있기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인 '알랭 드 보통'은 스위스에서 태어나서 케임브리지 대학을 다녔고, 런던 대학교에서 철학 프로그램을 지도하는 분으로 국내에도 그의 저서는 여러 권 나와 있다. 저자는 다른 사람에 비해서 어떤 상황을 해석하는 능력이 뛰어나고 그런 능력은 우리의 일상을 해석하는 재주를 가지고 있다. 여행, 사랑, 일 등의 우리가 경험하게 되는 사건의 과정을 정치, 사상, 철학 등의 눈으로 관찰하고 분석하는 것이다.
솔직히 이런 분석은 너무 사람을 힘들고 삭막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이 소설(소설이라는 생각으로 읽으면 안된다. 철학책이라는 개념이 더 이 책을 이해하기 쉬우니까}은 소설가로서는 생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독특한 이야기의 전개과정을 보여준다.
파리에서 런던으로 가는 브리티시 항공 보잉기 안에서 1인칭 화자와 클로이(여)의 만남에서부터 헤어짐까지의 사랑의 과정을 저자만의 새로운 시각으로 엮어 나간다.
두 사람의 만남이 이루어지게 되는 비행기 탑승의 확률 계산으로 부터 시작한다. 보잉기의 내부 그림까지 곁들여 가면서 계산한 확률은 5840.82분의 1이란다. 이것이 두 남녀의 '낭만적 운명'에서 정해진 필연적 사건의 만남이 될 이야기의 시작이다. 그이후의 과정별 상황 전개의 심리적 분석, 어떤 상황이 일어날 가능성, 그때의 철학적 분석 등이 계속 이어진다. 모든 상황에 의미가 부여되는 것이다. 마르크스, 자유정치, 공포정치까지 동원하여 설명이 이어진다.
이글의 주제가 되는 '연애'는 우리 대부분이 경험하게 되는 과정인데, 그 과정을 분석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 운명적 만남- 전화걸기- 만남- 상대방 알아가기- 친근감- 같이 지내기- 그녀에 대한 나의 사랑 알아가기- 여자의 부모님 만나기- 사소한 의견차이-그녀의 어떤 점이 좋은가에 대한 생각- 좋아하는 의미-다툼-멀어짐 -화해- 여행- 남자의 친구와의 만남뒤의 이상한 예감- 상대방에 대한 불안감 - 다시 가까워지는 듯- 뭔지 모르는 의심- 그녀의 행동의 변화- 결별- 여자의 새로운 연인(자신의 짐작의 적중)- 블루 크리스마스(자살시도)- 실패- 회상(보고싶은 마음)- 서서히 잊혀짐-
이와같은 과정은 흔한 사랑의 과정들인데, 과정에 의미가 부여된다. 
이 책의 기본 줄거리인 1인칭 화자와 클로이의 사랑 이야기는 아주 평범하고 때론 너무 많이 보았던 사랑이야기의 장면들이기때문에 진부하게까지 느껴질 수 있는데, 사랑의 과정을 해석하는 시선은 너무도 철학적이고 학문적인 통찰과 사유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래서, '알랭 드 보통'의 글이 특이하고, 그러한 글쓰기의 재주가 돋보이는 것이다. 아마도 글쓰기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표현해도 과언을 아닐 것이다.



 (내가 클로이를 바라보는 방식-나의 사랑은 똑같은 선 양쪽끝에 붙어서 설사 허구적이라고 하더라도 어쨋든 다르다는 인상을 주는 화살표와 같았다. (p116) 



 
(플라톤의 관점에서 그녀를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불완전하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는 이목구비의 특징에서 매력을느꼈다는 점이다.( p117) 
 



 (비트겐슈타인의 그림에서는 보는 사람의 태도에 따라서 많은 것이 달라진다. 상상력이 오리를 찾으면 그는 오리를 보게 될 것이다. 상상력이 토끼를 찾으면 토끼가 나타날 것이다. p119)
 

아마도, 편한 마음으로 이 책을 펼쳤던 독자들은 사랑이야기와 딱딱하고 철학적인 사유가 얽혀서 그 과정을 이해해 나가는 글을 읽으면서 새롭다는 느낌도 받을 수 있겠지만, 이 책은 현학적인 글들이기에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지적 수준에 도달하여야 함을 느낄 것이다.
솔직한 나의 독서후의 생각도 내가 이 책을 과연 제대로 이해하였는가? 하는 생각과 이 책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지적 수준이 나에게는 없다는 자괴감도 들게 된다. 그렇지만, 새로운 의도의 구성이라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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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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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가 2005년 여름부터 2006년 가을에 걸쳐서 시간이 날 때마다 자신의 달리기에 대한 이야기를 회고록 형식으로 쓴 책이다. 이 책은 9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장에는 자신의 이야기를 연대별로 나누어서 하나의 테마 (달리기)를 주제로 25년(2006년 기준)남짓한 기간동안 소설가로서 또 한사람의 '어디에나 있는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 왔는가를 보여주는 책이라고 작가 자신이 이야기한다.
그가 달리기를 시작한 것은 정확하게 1978년 4월 1일 오후 1시반 전후라고 한다. 야구장의 맑게 갠 하늘과 녹색의 잔디위에서 야구배트의 경쾌한 소리를 들으면서 달리기를 할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듬해인 1979년 문예지 신인상에 당선이 되면서 그당시 운영하던 가게를 접고 작가의 길로 접어 들게 되었는데, 오늘날의 성공을 그때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이 두가지의 마음의 결정은 유사한 관계를 갖게 된다. 본격적으로 매일 달리기를 하여 체중조절을 하게 되고, 전업 소설가ㅡ 특히 장편소설을 쓰기위해서는-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확고한 의지와 건강이 필수 조건이었기때문이다.



 그리고, 달리기의 장점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자신이 하고 싶은 때, 자신이 하고싶은 만큼 할 수 있는 운동이다. 그러나, 그는 독자들에게 달리기를 권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독자들이 필요에 의해서 하게 되면 좋은 현상이며, 각자의 마음에서 하고자 하는 생각이 있을 때에 가능하다고 한다.
33살에 '러너'라는 생활을 시작한 것이나, 30살이후에 늦깎이 소설가로 본격적인 출발을 한 것이나 그에게는 달리기와 소설가가 운명적으로 찾아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소설을 쓰는 일은 마라톤 풀코스를 뛰는 것과 비슷하고, 매일 매일 달리면서 목표 달성의 기준치를 높여가는 과정이 같다고 볼 수 있다.
처음에는 매일 달리기를, 그리고는 점점 달리는 시간과 거리늘리기, 마라톤에 도전을 하게 되고 처음의 마라톤을 실패로 끝난다. 그것은 연습부족이었고, 거기에서 그는 새로운 각오를 하게 된다.
마라토너들은 '이번에는 이 정도 시간으로 달리자'에서 시간안에 도착하게 되면 '뭐가를 달성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이것은 자신에 대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는 세상의 일에서 지는 것을 두려워 하지 않는다. 그래서 마라톤에서 실패한 것은 지는 일이고, 지는 일은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지는 일은 용납하지 못한다는 생각을 한다.
"하나의 실패에서 뭔가를 배워서 다음 기회에 그 교훈을 살리고 싶다."
그후에 원고 청탁으로 그리스의 아테네에서 마라톤까지의 진짜 마라톤의 길의 완주에 나서게 되는데 1983년 여름의 일이다.
오리지널 마라톤 코스에서의 완주는 여름의 지중해의 뜨거운 날씨와 교통지옥, 갈증으로 힘들었지만 3시간 51분이라는 기록과 함께 완주의 기쁨을 맛보게 된다.
그리고 매년 1번씩 마라톤 풀코스 도전....



 이런 달리기는 소설가인 '무라카미 하루키'에게는 아주 소중한 일들이다. 소설가는 재능, 집중, 지속력이 중요한데, 이런 모든 것을 달리기를 통해서 배우고 익히는 것이다. 소설쓰기의 많은 구상을 달리면서 매일 아침 길위에서 배우는 것이다.
그런데, 하루키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울트라 마라톤 100km에 도전한다. 실제 마라톤 거리의 2배이상에...



 이 과정에서 도중에 포기할까 하는 생각을 할 정도로 힘들 레이스였지만, 75km부터 탄력을 받아서 11시간 42분만에 완주를 하게 된다. 그런데, 그이후에 '러버스 블루'가 온다. 그것은 마라톤후의 후유증인데 다리고 싶다는 의욕에 명확성이 상실되면서 슬럼프를 겪게 되는 것이다. 지금은 후유증에서 벗어나 사이클경기에까지 도전하고 있으니, '무라카미 하루키'의 도전은 과연 어디까지 일까 궁금해진다.
지금은 또한 마라톤이나 사이클 경주를 하기에는 적지 않은 연세인데도.....



 내가 그동안에 느꼈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단한 듯하면서도 꽉 찬 느낌의 인상이 매일 달리기, 마라톤 도전과 같은 그의 일상적인 생활에서 나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상실의 시대' '해변의 카프카''1Q84'와 같은 대작이 나오게 된 것이 아닌가 한다.
소설쓰기와 마라톤의 단련은 아직도 하루키의 삶의 중심이 되고, 해마다 마라톤 도전과 좋은 작품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평소의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에 비하면 너무도 얇은 책이지만, 이 한 권의 책을 통해서 새로운 하루키의 모습과 그의 끊이지 않는 도전 정신과 자기 관리에 머리가 숙여지는 존경심이 생긴다. 
 

나약해지는 오늘날의 젊은이들에게 인생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한가를, 그리고 실천의 지표로 왜 필요한지를 일깨워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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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독서
김경욱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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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한 이야기이지만 '김경욱'이라는 소설가를 '위험한 독서'를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 사람의 학벌이 그 사람의 전체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겠지만, 서울대 영문과 출신에 동대학원 국문학 박사란다. 대단히 좋은 머리를 가진 소설가임에는 틀림없는 사실일 것이다.
1993년에 만22세로 등단하여 17년동안, 4권의 단편집과 4권의 소설을 발표했고, '위험한 독서'는 벌써 9권째의 책이라고 한다.
소설을 쓰게 된 계기도 실연의 상처때문이었다고 하니 두루 두루 색다른 이력이다.
작가가 등단을 한 1990년대는 1980년대까지 지속되었던 우리나라의 냉전적 정치상황과 1998년 이후의 탈냉전적 문화적 상황사이에서의 과도기적인 존재의 시기라고 한다. 그렇기때문에 김경욱이 보여주는 소설은 대중문화로 표상되는 문화적 저항의 몸짓같은 것이란다.

그의 소설을 읽다보면, 특히 이 소설의 표제작인 '위험한 독서'와 '천년 여왕'에서 잘 나타나는데 작가가 읽은 독서량이 엄청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글마다 적절한 표현의 소설명이나 소설의 구절이 범람(?)할 정도로 많이 인용된다.
특히, 독서치료사자 화자인 '위험한 독서'의 경우에는 자신의 고객들을 보면서 상대의 독서패턴까지 읽는 것을 보고 너무 독자들의 생각을 잘 읽는 것은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 글에 보면, 글이 써지지 않아서 안 쓸 수는 없고, 그렇다고 스타크래프트만 하고 있을 수도 없어서 책을 읽었다고 하는데, 그의 엄청난 독서량이 좋은 글로 표출된 것이 아닐까한다.
문학평론가의 평을 보면, "김경욱은 '진화하는 소설기계'라는 표현을 썼는데, 지난 세월동안 독창성에 대한 추구를 유보함으로써 기계의 길에 들어섰지만, 그것이 진정한 독창성에 이르는 길일지도 모른다."는 말을 하는 것을 보면, 작가는 엄청난 독서와 엄청난 양의 글을 썼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장편소설과 달리 단편소설은 책의 뒷편에 실린 평론가의 글을 읽는 재미도 만만치 않다. 내가 이해한 소설과 평론가의 해설을 비교해 보면서 독자들의 글읽기가 향상될 수도 있기에 나는 꼭 해설을 참조한다.
'위험한 독서'에는 8편의 글이 실려 있는데, '위험한 독서','천년 여왕'은 독서치료사와 고객의 만남, 책을 집필하기위해 귀농하지만 자신의 아내가 어느순간에 지구인이 아닌 천년전의 세상에서온 여왕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는 독특한 주제라는 생각이 든다.
'맥도날드 사수 대작전'은 맥도날드에 테러라도 일어날 듯 난리를 떨지만 헤프닝으로 끝나는 위트가 넘치는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우리도 한 번쯤은 궁금했던 어릴적에 영재의 뒷이야기,첫사랑의 남녀가 만남이 아닌 비껴가면서 각자의 존재는 인식하지 못하지만, 그 순간 같은 생각에 잠길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엉뚱한 발상들이 소설이 된다.
단편 8편을 읽으면서 신선하고 독특한 느낌의 소설들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흔히 스쳐갈 수 있는 주제가 소설로  쓰여져서 재미있다.  

단편소설은 줄거리보다는 짧은 글들을 읽다가 마지막에 반전과 같은 한 장면이나 대사 한 마디가 더 읽는 재미가 있다는 것을 느껴본다.
앞으로 '김경욱' 작가의 작품들을 더 많이 읽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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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견문록 -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세계음식기행 지식여행자 6
요네하라 마리 지음, 이현진 옮김 / 마음산책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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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네하라 마리'는 일본의 작가로 어릴적에(9살~14살)에 프라하에서 살았으며, 약 20년간 러시아어 통역 일을 하였으며, 200 번 이상에 걸쳐서 러시아를 왕래했기에 일본인이면서도 동유럽과 러시아의 정서를 잘 아는 편이다.
그래서 러시아의 재미있는 음식 이야기도 많이 소개된다. 그렇지만, 러시아사람들만이 아는 이방인의 경우에는 알 수 없는 우화때문에 배꼽을 잡고 웃어야 하는 이야기들도 있다. 그것이 바로 러시아에서 맛없기로 유명한 '여행자 아침 식사'이다.
그외에도 작가는 음식 이야기를 아주 재미있고 유머러스하게 소개해 주는데, 프랑스말을 모르는 러시아인이 프랑스 레스트랑에서 옆의 프랑스인을 따라서 음식을 시키는 에피소드도 참 재미있다.

작가는 하루에 책 7권을 읽을 정도로 왕성한 독서욕을 가지고 있는데, 그에 못지 않게 선천적으로 왕성한 식욕도 가지고 있어서 별명이 쓰바키히메(냠냠공주)일 정도로 식탐도 많았다고 한다.
책의 부제가 '유쾌한 지식 여행자의 세계문화 기행'이라는 글과 너무도 딱 떨어지는 이야기들이다. 음식에 관한 37편의 글이 실려 있는데, 작가의 탐구적인 독서에 대한 열정이 그대로 담겨 있다. 프라하에서 보낸 어린시절에 맛 본 '터키꿀엿'과 한 숟가락 맛만 보았던 '할바'의 맛을 찾아서 그리고 그 뿌리를 찾아서 어른이 되어서까지 끊임없이 맛을 찾는 모습도 대단하지만,그와 유사한 맛을 가진 '터키꿀엿''할바''누가''규히엿''라쿠간''폴보로'가 그 원류가 서로 혈연관계일 것이라는 것을 백과사전을 비롯하여, 각종 문헌에 나온 자료들을 통해서 입증해 보기도 하고, 각각 그것을 만드는 방법도 찾아서 기록해 두는 것을 보니, '지식 여행자'라는 수식이 괜히 붙은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 맛을 찾으면서 겪는 과정에서 위트가 안 빠지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재미 중의 하나이다.

전세계의 식탁에서 빠질 수 없는 감자, 토마토의 전래에 관한 역사적 사실을 추적해 나가는 과정에서도 작가의 지식 여행자로서의 역할도 돋보인다.
감자가 러시아에 전래되었을 당시 그 생김새가 너무 못생겨서 먹기를 꺼렸고, '악마의 음식'이라는 소문까지 돌아서 표르트대제가 먼저 시식할 정도였지만, 그래도 감자를 먹으면 죽어서 지옥에 갈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또한, 감자의 맛이 싱거워서 그냥 먹기가 힘들어 소스, 버터 등을 곁들어야 했지만, 그 가격이 감자의 가격보다 비싸니 대중들의 관심을 끌기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이런 과정도 세세한 문헌을 찾아가면서 설명해 준다.



 작가가 음식에 대한 관심을 표현하는 것을 보면, 그 음식에 대해서 알고자 하면 문헌을 찾아 볼 만큼 찾아보고, 그 음식에 대해 아는 사람이 있으면 궁금증이 풀릴 때까지 물어보고, 맛을 볼 수 있으면 그 맛을 비교하고 먹어보는 그런 스타일이다.

흔히 이 책을 읽으려는 사람들이 '미식견문록'이라는 제목에 이끌린다면, 세계적인 유명한 음식점이나 세계적인 음식에 관한 이야기일 것이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으나, 그런 코스별로 나오는 거창한 음식들이 아닌, 작가가 그동안의 생활에서 맛 볼 수 있었던 음식들, 그리고, 음식 재료 (감자, 달걀, 사과, 양젖, 토마토)등에 얽힌 에피소드이며 그 이야기를 쓰기 위해서 참고문헌(독자들이 듣도 읽지도 못했을 책들이 대부분일 것이다)의 구절 인용, 러시아 우화, 일본 우화, 속담까지 다양한 자료가 작가의 독특한 유머감각까지 동원된 재미있는 음식의 이야기이다.
또한, 이 책의 글들의 특징은 어떤 이야기가 처음 시작될 때와는 다른 전개가  이루어지는듯, 헛소문, 뜬소문, 뒷소문을 들려주다가, 결국에는 참고자료를 통한 깊이 지식을 알려준다. 책을 읽는 과정에서 사전적 지식이 나오면 지루할 것같은데, 작가의 글이 워낙 재미있어서 지루한 감이 전혀 없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작가인 '요네하라 마리'는 2006년에 암으로 이 세상을 떠났으며, 요즘 일본에서는 '요네하라 마리'의 발표되지 않은 원고들에 대해서 관심이 많다고 한다.
나는 '요네하라 마리'의 작품은 처음 읽었지만 너무 재미있게 읽었고, 작가의 다른 작품에도 호기심이 생겼기때문에 그녀의 작품을 계속적으로 읽으려고 한다.
또한, 발표되지 않은 작품들이 선을 보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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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30 16: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01 11: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풍경과 상처 - 김훈 기행산문집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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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되는 소설마다 베스트 셀러에 오르는 김훈이 1994년에 발표한 기행 산문집을 2009년에 개정판으로 다시 꾸몄다. 

기행산문집이라고 해서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여행지에 대한 정서적인 글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요즘에 나오는 산문집들에서는 보기 어려운 문체들과 낱말들이 등장한다.  

작가는 전군가도,을숙도, 경주 남산, 울진 월송정, 망양정, 다산초당......   등 우리가 한 번쯤은 언젠가 거쳐 갔었던 곳들을 돌아보면서 그 풍경 사이에서 존재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 사유한다. 경치에 푹 빠져서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것이 아닌 풍경과 인문학적 사유가 서로 스며 들어서 한 줄의 글로 표현되는 것이다.  

'모든 풍경은 상처의 풍경일뿐이며, 상처는 풍경에 어떻게 담기며 풍경은 상처를 어떻게 보여주는 가에 대한 작가의 자유로운 생각이 담겨져 있다.  

다른 독자들은 어떤 생각으로 읽었는지 모르겠지만, 나로서는 작가의 생각을 바르게 이해하고 있는 것인지 중간 중간 혼돈스러운 부분들도 있었다. 산문집이 가지는 특징처럼 자신의 생각을 그냥 붓가는대로 쓴 글이라기 보다는 '풍경과 상처'속의 글들은 문장 구석구석에 작가의 깊은 생각들이 보일듯 보이지 않을 듯 숨어 있는 느낌으로 읽었기때문이다. 깊이감이 있는 책인 것이다. 

또, 하나의 특징은 작품속에 또 다른 작품이 등장하여, 그 작품들에 대한 저자의 생각도 공유할 수 있어서, 전에 읽었던 그 작품들을 시간나는대로 다시 꺼내서 읽어 보아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끝으로, 개정판이 나오면서 쓴 작가의 글을 여기에 붙여넣어 본다. 이 글에 대한 작가의 마음이 담겨있기에......
 

"오래 전에 쓴 글이다.
여기에 묶인 글을 쓰던 시절에 나는 언어를 물감처럼 주물러서 내 사유의 무늬를 그리려 했다.
화가가 팔레트 위에서 없었던 색을 빚어내듯이 나는 이미지와 사유가 서로 스며서 태어나는 새로운 언어를 도모하였다.
몸의 호흡과 글의 리듬이 서로 엉기고, 외계의 사물이 내면의 언어에 실려서 빚어지는 새로운 풍경을 나는 그리고 싶었다. 그 모색은 완성이 아니라 흔적으로 여기에 남아 있다.
나는 이제 이런 문장을 쓰지 않는다. 나는 삶의 일상성과 구체성을 추수하듯이 챙기는 글을 쓰려한다.
그러하되, 여기에 묶은 글들은 여전히 내 마음 속 오지의 풍경을 보여준다.

2009년 가을, 김훈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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