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장지방 빼는 최강의 비결 - 15kg 감량, 체지방률 10%, 56살 의사가 알려주는 2주 솔루션
이케타니 도시로 지음, 문혜원 옮김 / 길벗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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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이 다가오면 핫한 키워드가 있어요. 

다.이.어.트.

아무래도 입는 옷이 가벼워지면 몸매가 신경쓰일 수밖에 없어요.

특히 불룩나온 배는 감출 수가 없죠.


<내장지방 빼는 최강의 비결>은 중년의 의사 선생님이 알려주는 2주 솔루션 책이에요.

저자 이케타니 도시로는 이케타니병원의 원장으로 심장과 혈관, 혈액 등 순환기계통을 전문으로 치료하는 의사 선생님이에요.

현재 날씬한 몸매만 보면 늘 날씬했을 것만 같은데, 과거에는 엄청난 배불뚝이였다고 해요.

책 속 사진을 보면 아기를 안고 있는 남자가 36세의 이케타니 도시로이고, 날씬한 남자가 현재 56세 이케타니 도시로의 모습이에요.

우와, 실제 연령과 혈관 연령이 정반대예요. 36세 나이에 혈관 연령이 45세라니 충격적이에요.

배불뚝이라는 건 내장지방이 상당하다는 증거이고, 당연하게도 각종 성인병에 걸릴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어요.

그는 다이어트를 통해 자그만치 15kg 감량과 체지방률 10% 의 날씬하고 건강한 몸으로 거듭났고, 실제 연령보다 10세 이상 젊어 보여요.

과연 이케타니 도시로의 다이어트 비법은 무엇일까요.


우선 이 책에서는 내장지방이 무엇이며, 왜 내장지방이 무서운지를 조목조목 설명해주고 있어요.

다이어트를 결심하려면 자신이 빼려고 하는 내장지방의 정체를 확실히 아는 것이 중요해요. 다들 경험해봤겠지만 다이어트는 일시적인 이벤트로는 성공하기 어려워요.

내장지방이 쌓이지 않도록 생활습관을 바꾸는 노력이 필요한데, 저자가 자신의 환자들에게 적용하는 방법은 칭찬요법이라고 해요.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할 뿐 아니라 배불뚝이 환자를 날씬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네요.


내장지방은 배 주변에 쌓이는 지방이에요.

자신의 내장지방을 확인하고 싶다면, 육안으로 보면 알 수 있고, 좀더 정확하게는 허리둘레를 재보면 돼요.

허리둘레 측정법은 숨을 얕게 쉬며 배에 힘을 주지 않고, 배꼽 위치에서 수평으로 줄자가 복부를 조이지 않도록 측정하면 돼요.

남성은 90cm 이상, 여성은 85cm 이상일 경우 내장지방형 비만으로 봐요.

간혹 배불뚝이 몸매도 상관 없다는 사람이 있는데, 내장지방으로 인해 고혈압, 당뇨병, 동맥경화, 어깨결림, 요통, 암과 치매 발병 등 건강을 해치는 주범이라는 사실을 안다면 가볍게 넘길 수 없을 거예요. 알면 알수록 내장지방은 수명을 단축하는 주요 원인이에요.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다면 당장 내장지방을 빼야겠죠?

으악, 피할 수 없는 현실! 줄자로 허리둘레를 재 보는 것부터 시작이에요. 


자, 가장 중요한 다이어트 비결은 무엇일까요.

의지가 약한 사람도, 실패를 거듭한 사람도 할 수 있는 최강의 다이어트 비결이란 바로 식사량을 줄이지 않고 약간의 당질 제한만 하는 거예요. 예전에도 당질 제한식에 대한 내용을 본 적이 있는데 제대로 알고 실천하는 게 정말 중요해요.

책 속에 4주간 기록할 수 있는 <체중 · 허리둘레 체크리스트>가 있어요. 

체지방 10%대를 유지하는 다이어트 비결은 식사와 운동, 생활습관이라는 세 가지를 실천하는 방식이에요. 

특히 식사법에서 주의할 점은 당질을 완전히 제한하는 게 아니라 약간만 제한하는 원칙을 지키는 거예요.

처음은 평소에 먹던 당질의 양을 반으로 줄이도록 목표를 세워요. 끼니마다 먹는 밥을 반으로 줄이고, 빵도 반으로 줄이면 돼요.

약간의 당질 제한식을 지속할 수 있는 비결은 내장지방을 쏙 빠지게 하는 최강의 식품을 먹고, 살찌기 쉬운 음식은 오후 2시에서 6시 사이에 먹는 거예요. 

단것을 먹어도 살이 찌지 않으려면 원칙이 있어요. 저한테는 별 다섯 개, 특급정보예요.

역시 무엇을 언제 먹느냐가 중요하더라고요. 뭘 먹을지 책에서 알려준 대로 실천하고, 매일 꼼꼼하게 기록하면서 체중과 허리둘레의 변화가 조금씩 보이고 있어요. 아주 조금씩, 서두른다고 될 일이 아니니까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성공하겠죠?

중년 건강을 해치는 내장지방을 빼고 싶다면, 이케타니 도시로의 다이어트 비법으로 도전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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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난 장미 인형들
수잔 영 지음, 이재경 옮김 / 꿈의지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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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로미나."  교수가 성마르게 손짓한다.

"이리 와. 수업 중에 뭐해."

나는 즉각 복종한다. 장미 정원을 폴짝폴짝 가로질러 일행에 합류한다.

내가 도착하자 펜션트 교수가 엄지로 내 미간을 힘주어 누르며 거기 잡혀 있던 주름을 문질러 편다.

"공상 좀 작작해." 교수가 못마땅하게 말한다. "피부에도 안 좋아."   (14-15p)


첫 장면부터 뭔가 찜찜했어요. 

교수, 수업, 복종, 장미 정원, 공상, 피부... 서로 연관짓기에는 어색한 조합인 데다 교수의 태도가 신경에 거슬렸어요. 

주인공인 '나', 팔로미나 로즈(미나)는 이노베이션스 아카데미라는 사립 여학교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어요. 학생들은 일 년 내내 교정에 갇혀 집중 교육을 받느라 방학 때도 집에 가지 않아요. 미나가 속한 학년은 모두 열두 명인데, 상향 조정된 기준에 따라 선발된 우수한 학생들이에요. 학교의 표현에 따르면 최정예라고, 아카데미가 배출한 졸업생 가운데서도 최고의 재색을 갖춘 소녀들이라고 했어요. 모두들 학교와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귀족 학교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데, 학교 이름은 이노베이션(innovation , 기술 혁신)이고, 펜션트 교수의 수업 내용은 온실에서 재배할 신품종 화초를 다루고 있어요. 이노베이션 아카데미에서는 온갖 종류의 식물들을 재배하는 원예 수업과 미의 기준, 사교 에티켓 등을 가르치면서 컴퓨터와 핸드폰 사용은 금지했어요. 

지금 미나를 포함한 여학생들은 현장학습으로 연방화원의 장미 정원을 둘러보고 있어요. 우르릉 쾅, 하늘에서 천둥이 치며 비가 쏟아지는 바람에 수업이 중단됐어요. 펜션트 교수는 학생 전원에게 버스로 돌아가라고 했어요. 그때 미나는 비를 맞으며 뭔가를 응시하고 서 있는 밸런타인 라이트를 봤어요. 평소 밸런타인은 모범생이라 미나와 친구들이 함께 놀자고 해도 번번이 거절해서 다가가기 힘든 친구예요. 근데 오늘은 뭔가 얼굴 표정이 없는, 섬뜩한 정적이 느껴졌어요.


"밸런타인. 괜찮아?"

"너도 저 소리 들려?"

"무슨 소리?"

"장미들."

"있잖아, 꽃들은 살아 있어. 모두 다. 자세히 들으면 한데 얽힌 뿌리 소리가 들려. 

뿌리는 하나야. 공동의 목적. 장미는 아름답지만, 그게 장미의 전부는 아냐."

"나는 아무 소리 안 들려.  그저 조용한 만족감?"

"꽃들은 만족하지 않아."

"기다리는 거야." 

"뭘 기다려?"

"깨어나기를."    (17-18p)


낯선 밸런타인의 모습과 이상한 말들 때문에 미나는 혼란스러웠어요. 보스 사감이 나타나자 밸런타인은 순식간에 완벽한 모범생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어요.

왠지 미나 혼자 공상에 빠졌던 것 같은 착각이 들었어요. 학교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애너리즈가 화장실이 급하다며 사정을 했고, 무서운 보스 사감도 어쩔 수 없이 주유소에 정차를 허락했어요. 학교에서 단 것을 금지한 탓에 미나는 현장학습을 나올 때마다 몰래 사탕을 사곤 했는데, 지금이 그 기회였어요. 주유소 건물 안 매점에서 사탕을 사는 미나에게 또래의 잘생긴 남자애가 말을 걸어 왔어요. 잭슨은 자신이 사탕을 사주겠다고 했고 미나는 기분이 좋았어요. 보스 사감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보스 사감은 미나에게 얼른 버스에 타라면서 거칠게 손목을 잡아끌었고 그 바람에 넘어져 무릎을 크게 다쳤어요. 잭슨이 말리려 다가왔지만 덩치 큰 사감이 저지했어요. 버스의 분위기는 흥분에서 두려움으로 변했어요. 사감은 교수진은 아니지만 매일 학생들을 감독했고, 미나에게 이렇게 포악하게 대한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미나를 포함한 여학생은 자신들을 보살피는 남자들을 노엽게 해서는 안 된다고, 복종해야 한다고 배웠어요. 지금까진 이런 적이 없었고, 다쳐본 적도 없었던 터라 미나는 혼이 나간 기분이었어요.

충동억제치료, 단순 계도만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될 때 받는 벌이에요. 학교의 분석가인 안톤은 미나를 면담한 후 충동억제치료를 권했어요. 안톤은 미나를 위한 것이라고, 더 완벽한 소녀로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했지만, 미나는 벌 받기 싫었어요. 그다음 일은 별로 기억나지 않았어요.


<깨어난 장미 인형들>은 철책과 철문으로 둘러싸인 이노베이션스 아카데미 안에 갇혀 교육받는 소녀들의 이야기예요.

원제는 '날카로운 막대기를 든 소녀들'이에요. 

처음에 느꼈던 의구심이 점점 퍼즐 조각처럼 맞춰지면서, 제목의 의미를 깨닫게 될 거예요. 늘 그렇듯이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고, 기억하는 게 다 진실은 아니라는 것.

장미 정원에서 밸런타인이 했던 말처럼, 과연 꽃들은 깨어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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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머물다 밖으로 나가고 싶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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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머물다 밖으로 나가고 싶다>는 에쿠니 가오리의 책이에요.

장르가 에세이로 분류되어 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에세이와 아주 짧은 소설이 섞여 있는 모음집이라고 할 수 있어요.

에쿠니 가오리 작가의 읽는다는 것, 쓴다는 것, 그리고 산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라고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이 책을 읽고 나면 제목이 가진 의미가 색다르게 느껴질 거예요.


"글자에는 질량이 있어, 글자를 쓰면 내게 그 질량만큼의 조금만 구멍이 뚫린다.

... 쓴다는 것은, 자신을 조금 밖으로 흘리는 것이다.

글자가 뚫은 조그만 구멍으로."   (52p)


상상해봤어요. 내게는 글자가 뚫어놓은 구멍들이 몇 개나 될까.

언젠가 마음 속에 담아둔 말들을 종이 위에 써내려가면서 눈물이 났던 적이 있어요.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 속상한 마음이 글자가 되어 조그만 구멍이, 눈물샘에서 터졌나봐요.

막힘 없이 자신의 마음을 열고 산다는 게 쉽지 않아서, 가끔은 나를 위한 구멍이 필요할 때가 있어요.

사실 '구멍'이라는 단어가 일상에서 본래 의미로 쓰일 때를 제외하면 대부분 부족하고 모자란 사람이나 상황을 일컫는 경우가 많아서 별로였어요.

그런데 '글자가 뚫은 조그만 구멍'이라는 표현을 보면서, 그 구멍이 마치 답답했던 숨통을 트이게 만든 기분이 들었어요.


스무 살 때의 에쿠니 가오리는 읽기와 쓰기를 좋아하지만, 소설가가 되리라는 생각은 없었대요. 그 무렵 처음 만난 소녀 같은 세토우치 자쿠초 씨가 "글을 쓰려면, 스트립쇼를 할 배짱이 필요해." 라고 말했는데, 당시에는 세상 물정 모르는 아가씨인지라 그 말을 깊이 새기지 않았대요.

스물네 살 때, 페미나 상을 받아 기뻤지만 그때도 글쓰기를 취미라고 여겼대요. 수상식 당일, 심사위원 중 한 사람이었던 그 세토우치 자쿠초 씨에게 "쓴다는 건 부업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열심히 써서 궤짝 한가득 모아놓고, 시작해요."라는 말을 들었대요.

그로부터 30년이 지나 돌아보니, 에쿠니 가오리라는 사람은 유명한 작가가 되어 있었으니... 운명이었을까요.

솔직히 자쿠초 씨의 말에 깜짝 놀랐어요. 제가 딱 그랬거든요. 어느 순간부터 글을 쓰면 알몸을 드러내는 것 같아서, 더 이상 쓸 수 없었어요. 물론 작가가 될 실력도 없었지만 배짱마저도 없었던 거죠. 한참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조금씩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좋은 책을 읽고나면 할 말이 생각나고, 글을 쓰면서 상상 속 작가와의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즐거웠어요. 이래서 '쓰는 사람'보다는 '읽는 사람'으로 살고 있구나 싶었어요.


"책을 읽는다는 것은 그곳으로 떠나는 일이고, 

떠나고 나면 현실은 비어 버립니다.

누군가가 현실을 비우면서까지 찾아와 한동안 머물면서,

바깥으로 나가고 싶지 않게 되는 책을,

나도 쓰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129p)


저자가 세토우치 자쿠초 씨의 일화를 소개한 건 그 분이 쓴 <겸허한 아흔 살>이라는 글을 읽고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에요.

거기에 '집을 뛰쳐나온 후에도 소설만큼은 하루도 잊지 않았다. 짝사랑의 애틋함을 짊어지고, 그런데도 그 비정한 등에 매달려 살아왔다.', 그리고 '글자를 찍는 기계는 오래전에 샀는데, 한줄을 치려고 연습하는 시간에 몇십 장이나 펜으로 쓸 수 있으니, 연습하는 시간이 아까워 기계가 먼지만 뒤집어쓰고 있다.'라는 글을 읽으면서, 이런 글을 무심히 쓸 수 있는 세토우치 씨의 경지는 신비의 베일 너머에 있다고 했어요.

책 속에 담긴 놀라운 힘, 그것은 우리를 머물게 만들고 새롭게 변화시키기도 해요. 

당신은 지금 어디에 머물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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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자 - 중국 민주 자유를 위한 간절한 외침
우쩐룽 지음 / nobook(노북)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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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자>는 치열하게 중국 민주 자유를 외치는 한 남자의 실화예요.

저자 우쩐룽은 한국의 중국 정치 난민 1호인 인물이에요.

그는 평생 중국의 자유와 민주를 위한 글을 써 왔으며, 한국에서 도망자로 산지 올해로 18년째라며 자신을 소개하고 있어요.

2002년 겨울에 중국을 탈출하여, 2007년 4월에는 우쩐룽을 포함한 중국의 민주인사 5명이 한국 정부에 난민 신청을 했으나 법무부는 불허 결정을 내렸어요.

그날로부터 법무부와의 지루한 공방전이 시작되었고 드디어 2008년 11월14일에 한국의 대법원은 중국 민주인사 5명에게 난민 지위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어요.

이 책은 우쩐룽이 어떤 계기로 중국을 탈출하여 정치 난민으로 지금까지 살아왔는지, 그 삶의 기록이자 투쟁기라고 할 수 있어요.

도대체 우쩐룽은 왜 이토록 고단하고 힘든 길을 택했을까요.


"나는 민주화운동의 영웅도 아니고, 과학자나 학자와 같은 유명인사도 아니다.

그저 평범한 존재일 뿐이다. 

내가 아무리 나 자신을 깨어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더라도 대중들은 내가 쓴 글을 보지도 못했으니

내가 하는 말들은 그저 나의 독백일 뿐이다. 

그리고 내가 출국하면서 가져갈 수 있는 것은 내가 쓴 글이 아니라 내 머리 속에 담긴 '사상'뿐이었다.

...

1974년 4월, 첫 번째 원고를 마쳤을 때, 나는 내가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저지른 죄는 '정치적인 죄'가 아닌 '사상죄'이다.

... 사상죄라는 조항은 찾을 수 없지만, 이는 중국에서 공공연히 존재하는 죄이다."  (58-59p)


참으로 억울하고 서글픈 인생인 것 같아요.

우쩐룽은 비밀리에 중국의 자유와 민주를 위한 글을 썼고, 2002년 홍콩의 한 출판사에 책을 내려다가 중국 공안에 발각되어 한국으로 탈출했어요.

결론적으로 그의 책은 세상에 나온 적도 없는데, 그는 이미 사상죄를 저지른 불순분자가 되었던 거예요. 한국으로 도망 나온 이유는 생존이 목적이 아니라 자신의 책을 출간하여 중국의 민주화를 실현하고픈 의지였어요. 그의 말처럼 평범한 한 사람의 목소리가 거대한 중국을 바꾸기란 불가능에 가까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외침은 계속되고 있어요.  

31년 전, 1989년 6월 4일, 중국인민공화국의 수도 북경 천안문에서 평화로운 방식으로 민주화를 요구하던 천여 명 이상의 사람들이 폭력진압으로 학살당하는 사건이 벌어졌어요. 이른바 <6·4 천안문 민주화운동>은 '6·4 학살'에 의해 처참하게 짓밟혔기에, 우쩐룽은 다시 그 명맥을 이어가야 한다고 외치고 있어요. 지구상에서 민주화 조류를 역행하는 중국 통치자들을 각성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어요.

지금의 중국이 얼마나 심각한 독재국가인지, 우리는 잘 모르고 있어요. 어떤 책에서 천안문 사건이 발생한 6월 4일을 의미하는 숫자 6·4 혹은 1989.6.4 등은 중국 포털에 검색 금지어로 올라가 있고 소셜미디어에서도 차단당한 단어라는 내용을 본 적이 있어요. 중국의 언론통제가 자국민을 넘어 외국기자들까지 탄압하는 수준이라는 뉴스를 보면서도 쉽게 상상하기 어려웠는데 <도망자>를 통해 절규를 들었어요. 우쩐룽은 대한민국 국민과 자유 세계시민에게 호소하고 있어요. 중국 민주화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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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번 위스키의 모든 것 - 술꾼의 술, 버번을 알면 인생이 즐겁다
조승원 지음 / 싱긋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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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번 위스키의 모든 것>은 특별한 애정 덕분에 탄생한 책이에요.

저자는 버번 위스키를 뜨겁게 사랑하는 '술꾼' 기자라고 해요. 이런 소개만으로는 잘 모르겠죠?

MBC 시사프로그램 <탐사기획 - 스트레이트> 진행을 맡고 있는 그 분이었어요.

와우, 놀라워라.

버번 위스키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그와 관련된 책을 찾았더니 없어서, 직접 쓰기로 결심했다는 기자 정신에 감탄했어요.

역시나 이 책은 버번 위스키를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사진과 함께 친절한 설명이 돋보였어요.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싶다는 마음이랄까.

제 취향이에요. 관련 분야의 전문가보다 그 분야에 애정을 가진 사람의 관점이 훨씬 공감되고 좋더라고요.

자, 버번 위스키란 무엇이길래 이토록 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요.


"모든 버번은 위스키다. 하지만 모든 위스키가 버번은 아니다." 

하지만 이걸로는 부족하다. 나는 이 문장을 이렇게 바꿔보고 싶다.

"모든 버번은 미국(아메리칸) 위스키다. 하지만 모든 미국(아메리칸) 위스키가 버번은 아니다."

정리하면 버번은 위스키 중에서도 미국 위스키의 하위 개념이라는 뜻이다.

위스키 > 미국 위스키 > 버번 ​인 것이다.   (14-15p)


미국 연방 정부가 정한 버번의 개념은 굉장히 까다롭다고 해요. 일단 버번은 반드시 미국에서 제조되어야 한대요. 모든 규정을 다 지켰더라도 멕시코에서 만들면 버번이라고 할 수 없다네요. 다만 꼭 켄터키가 아니어도 상관 없고, 뉴욕이든 시카고든 미국에서만 만들면 된다네요. 음, 한국 전통주 막걸리에도 이런 규정이 있을라나 궁금하네요. 

버번 위스키라는 이름을 달기 위해서는 반드시 옥수수 함량이 전체 재료 곡물의 51퍼센트를 넘겨야 하고,곡물 배합 비율을 공식대로 제조하고, 증류할 때의 알코올 도수가 80퍼센트를 넘기면 안 되고, 오크통에서 숙성을 마친 뒤에 위스키를 병에 담을 때(병입)는 알코올 도수가 40퍼센트(80프루트) 이상으로 정해져 있어요. 다시 말해 39도짜리 버번 위스키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대요. 오크통에서 꺼낸 위스키는 그 어떤 종류의 인공 색소나 조미료도 첨가할 수 없어요. 도수를 조절하기 위해 물을 섞는 것만 허용된대요.

숙성할 때 쓰는 오크통은 반드시 속을 까맣게 태운 새 오크통을 써야만 해요. 이미 사용한 오크통을 재활용하지 않는대요.


버번 위스키가 어떻게 만드는지, 제조 공정을 제대로 알려주고자 켄터키 현지 취재를 한 내용들이 상세하게 나와 있어요.

켄터키 바즈타운의 중심가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영화 세트장 같은 완벽하게 예쁜 건물과 거리, 실제로 미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도시로 선정되었다네요.

역사와 전통을 가진 헤븐힐을 알게 되니 헤븐힐 위스키의 맛이 궁금하네요.

아무리 버번 위스키를 좋아하는 사람일지라도 쉽게 맛볼 수 없는 버번 위스키가 있어요. 1892년 출시된 시더 브룩 버번 위스키인데, 자그만치 126년 전에 만든 것이라 외관은 낡은 종이가 붙여진 술병으로 한 잔 가격이 100만 원을 넘는다고 해요. 헉, 함부로 맛 보긴 어려울 듯.

아무래도 이 책을 통해 눈으로만 즐겨야 될 것 같아요. 다행히 버번 위스키는 술병과 라벨 디자인이 예술이라 시각적인 즐거움을 주네요. 눈으로 즐겨라!

2018년 제작된 <니트 Neat>라는 다큐멘터리가 켄터키 버번 위스키의 과거와 현재를 아름다운 영상과 함께 담은 수작이라는데, 우리나라 방송에서도 시청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단순히 버번 위스키라는 술이 주인공이 아니라 버번 위스키 속에 담긴 역사와 인생 이야기가 더 매력적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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