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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실력, 장자 - 내면의 두께를 갖춘 자유로운 생산자
최진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3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삶의 실력, 장자》는 철학자 최진석의 장자 수업이라고 할 수 있어요.
중국 철학은 잘 몰라도 《장자》에 나오는 나비의 꿈, 호접지몽에 대한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거예요. 사실 복잡한 철학 이론보다 한 편의 이야기가 더 크게 와닿는 법이라, 김만중의 <구운몽>과 연관지어 장자 철학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아요. 장자의 사상과 철학적사적 의미, 장자에 수록된 문장들이 궁금하다면 이 책이 친절한 안내서가 될 것 같네요.
우선 《장자》는 총 33편으로 구성되어 있고, 33편을 정리한 사람은 곽상이라고 하네요. 내편 7편, 외편 15편, 잡편 11편으로 분류하였는데 곽상이 정리하기 전부터 하나로 묶여 있던 내편 7편을 장자 본인이 쓴 것으로 보고 있어요. 여기에서는 장자라는 철학자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그의 생애와 사상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33편 중에서 <우언> 편, <추수> 편, <소요유> 편, <제물론> 편에 나오는 문장을 통해 장자 사상에서 말하는 덕을 쌓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네요. 현재 우리나라 상황을 빗대어 볼 수 있는 일화가 <열어구> 편에 나오네요. 송나라에 조상이라는 사람이 진나라 사신으로 갈 때 수레 두어 대를 받았는데 돌아올 때는 진나라에서 수레 백 대를 더 주었더래요. 고향으로 돌아온 조상은 장자를 찾아가 궁핍하게 사는 모습을 비아냥댔는데, 이때 장자는, "진나라 왕은 병이 나서 의사를 부르는데, 종기를 터뜨려 고름을 빼준 자는 수레 한 대를 얻고, 치질을 핥아서 고쳐주는 자는 수레 다섯 대를 얻는다고 합디다. 치료해주는 데가 더러운 곳으로 내려갈수록 얻는 수레도 더 많아진다는데, 당신도 그 치질을 치료해 준 것이오? 어떻게 했길래 얻어 온 수레가 그렇게 많소? 당장 꺼지시오!" (65-66p) 라고 말했대요. 저자는 이 일화에 대해, "비단옷만 입혀주면 제사상에도 기꺼이 오르겠다고 하는 너희는 도대체 어디를 빨고 어디를 핥았냐는 것이지요. 그것을 핥는 동안에 너희가 본래 가지고 태어났던 너의 존엄이라는 것, 너의 독립이라는 것, 너의 자유라는 것, 너의 자율성이라는 것은 도대체 어디로 갔느냐는 것이지요. 여기서 자유나 독립이 원래 있던 것이라서 좋거나 중요하다기보다는, 그 독립과 자존과 자유와 자발성이 발휘되어야 창의도 있고 진보도 있고 확장도 있고 발전도 있기 때문에 좋거나 중요한 것이 되는 것이죠. 장자는 인간이 근본적으로 지켜야 할 자존과 독립과 주체와 존엄이라는 것이 지켜지지 않으면, 사회 발전이나 진보도 있을 수 없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66p)라고 풀어내고 있어요. 국민에게 총구를 겨눈 범죄자를 순순히 풀어준 법 집행자들을 보면서 그들이 그동안 빨고 핥아대던 추악한 민낯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말았네요. 비단옷을 갈구하는 욕망이 인간이 지켜야할 도리를 넘어설 때, 더 이상 인간이 아닌 거예요. 우리 사회 엘리트라고 불리는 그들의 뒤틀린 욕망이 어디로 향하는지, 이제는 그 몰락의 과정을 지켜볼 차례네요. 장자가 세상은 한순간도 변하지 않을 때가 없는데, 사람은 쉽게 '정해진 마음'에 갇힌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그 틀을 깨고 나와야 '나'의 존엄함과 고유함을 지킬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장자는 우리에게 진짜 나는 어디에 있느냐, 진짜로 어떻게 살다 가고 싶냐고 묻고 있어요. 각성, 자각, 반성 없이는 더 나은 존재가 될 수 없어요. "참된 지식이 있고 나서야 참된 지식이 있다"는 장자의 말처럼 인격 수양이 먼저이고, 우리가 할 일은 자신의 내공을 두텁게 쌓는 거예요. 그러니 스스로에게 '나의 두께는 지금 어느 정도인가?'를 끊임없이 질문해야 해요. 책받침 두께도 안 되는 얇은 틈새를 살아가고 있음을 인지하며 자신의 덕이 선해지는 행위, 내가 할 수 있는 선한 역할을 그냥 하면 되는 거예요. 양심에 어긋나지 않게, 바르게 사는 일, 이 기본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 덕분에 희망이 있는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