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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행복 - 버지니아 울프와 함께 정원을 걷다 ㅣ 열다
버지니아 울프 지음, 모명숙 옮김 / 열림원 / 2025년 5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버지니아 울프를 떠올리면 가슴 한 켠이 찌릿한 느낌이 있어요.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녀의 삶과 작품들 때문인 것 같아요.
가장 예리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삶 속에 숨겨진 보물들을 찾아내어 보석 같은 문장으로 글을 썼던 작가이기에 버지니아 울프의 문장들은 생생하게 살아있음이 느껴져요. 반면에 한 명의 인간으로서 그녀는 행복한 감정을 마음껏 드러내기엔 너무나 번뇌하는 존재였던 것 같아요.
《모두의 행복》은 버지니아 울프의 책이에요. '버지니아 울프와 함께 정원을 걷다'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데 그 이유는 버지니아 울프의 자전적인 글들과 문학작품 속에서 정원, 풍경, 자연이 담긴 글들을 엮은 산문집이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버지니아 울프만의 행복이 아니라 '모두의 행복'이라고 표현한 거예요. 여기에 수록된 글을 읽다보면 누구든지 공감할 수 있는 일상의 소소한 기쁨과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또다시 아름다운 날이었다. 오늘 오후에 주위로 담이 뻗어 있는 정원에 길을 내고 그 옆에 화단을 만들기 시작했다. 우리는 담에서 나온 자갈로 길을 내고, 오래된 시멘트도 집어넣는다. 그 일은 아주 재미있는데, 이제 거실에서 보자니 그 길이 무척 아름다워 보인다."
_ 일기, 1917년 10월 2일 (55p)
"내 하루의 스케치는 아주 다양한 색깔로 생기를 띠어야 한다. 오늘은 회색이었고 산책할 때는 바람이 불었다. 어제는 넓고 탁 트였다. 노란색 태양이 곡식 위에 떠 있고, 계곡에는 더위가 한창이었다. 이 이틀은 아주 뚜렷하게 구별되지만 모두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들에 속한다. 무르익고 달콤한 향기가 나고 건강한, 보통의 행복한 날들에 해당한다는 말이다. 매일매일 먹는 빵처럼. 왜냐하면 이례적이거나 유별난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하루가 원만하고 조화롭게 지나갈 뿐이다. 삶의 가장 좋은 부분을 보여주는 본보기는 시골에서 이렇게 있는 것이다. 그것을 더 많이 이행하고 싶은 내 안의 바람을 일깨운다. 몇 달 동안이나."
_ 일기, 1929년 8월 22일 (101p)
'건강한, 보통의 행복한 날들'을 '매일매일 먹는 빵'에 비유했는데, 완전 공감하는 부분이에요. 우리에겐 매일 먹는 따끈한 밥으로 표현하면 될 것 같아요. 어제도 먹었고, 오늘도 먹었지만, 내일 먹는 밥이 당연하지 않다는 걸, 작년 겨울 그 밤에 너무 충격을 받은 뒤로는 평온한 일상이 주는 행복에 대해 매일 감사하고 있어요. 버지니아 울프가 보았던 탁 트인 들판, 살랑이며 부는 바람, 눈부신 햇살, 나무들을 비추고 있는 고요한 호수... 자연이 선사하는 아름다움과 어우러진 모든 것들이 행복이네요. 어쩐지 버지니아 울프의 목소리, "땅과 하늘을 온통 다 끌어안는 행복감을 느껴보세요." 라고 말해주는 것만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