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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같은 방 ㅣ 둘이서 2
서윤후.최다정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5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 같은 방》은 듀엣 산문집이에요.
한문학자 최다정과 시인 서윤후가 함께 쓴 '방' 이야기예요. 열린책들이 펴낸 <둘이서> 시리즈 두 번째 책으로, 좋아하는 사람 둘이서 함께 쓰는 새로운 에세이 시리즈라고 하네요. 초등학교 시절 교실의 책상은 하나를 둘이 나눠 썼는데, 짝꿍과 사이가 나쁘면 책상 가운데에 줄을 그어 넘지 못하게 했고, 짝꿍끼리 사이가 좋으면 서로 지우개와 연필을 공유했더랬죠. 그래서 마음에 맞는 짝꿍을 만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터득하게 된 것 같아요. 근데 글쓰기도 함께 할 수 있다니, 뜻밖의 즐거움을 발견한 기분이에요.
나의 방, 나만의 방에 대한 이야기가 어떻게 '우리 같은 방'이 될 수 있는지 궁금했는데, 최다정님의 방 이야기를 읽다가 슬그머니 서윤후님의 방 이야기로 넘어갈 때 어찌나 자연스럽던지 신기하더라고요. 전혀 다른 두 사람이 각자의 방에서 보냈던 시간들을 써내려간 글인데 그 감정과 생각들이 묘하게 닮아 있어서 그 점이 편안하고 좋았어요. 은밀하게 그들의 방에 초대받은 느낌이랄까요. 선뜻 자신의 방문을 열어준 두 사람에게 고마운 마음이 드네요. '들키고 싶지 않은 걸 숨겨 두고 보여주고 싶은 모습만 꺼내어 보이는 것은 내가 나를 지키는 일종의 방식' (102p)이라는 다정 작가님의 마음을 닮은 사람인지라 들려주는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었고, 누군가의 방들에서 나를 발견할 수 있어서 안심이 되었네요. 각자 혼자만의 방에서 삶을 꾸려가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창문을 만들어준 것 같아요. 창문을 활짝 열고 서로의 방문을 열어야 '우리'가 만날 수 있으니까요. 마음이 통하는 친구, 같이 책상을 나눠 쓰는 짝꿍 같은 존재를 만난다는 건 대단한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살아온 시절의 우리를 닮은 방' (11p)에 관한 이야기, 때로는 이야기만으로도 가까워질 수 있어요.
"지나온 방의 역사는 곧 창문들의 역사와도 같다. 무해한 아름다움을 담아 주는 가지각색의 창문을 수집해 왔다. ... 과거 어느 한 시기의 나를 돌이켜 보면 어김없이 제일 먼저 그때 내가 살던 방의 창문 장면부터 떠오른다." - 다정 (52-53p)
"너는 왜 창문만 가만히 보고 있어?
창가에 앉은 나는 누군가 까마득히 잊어버린 실과 시간의 양파처럼, 축 늘어져 가만히 시간을 바라보았던 것 같다. ...
그 기억을 떠올리며 첫 시집에 수록한 시에는 <나는 창문의 취미가 된다>라는 구절을 적기도 했다. ... 창문은 내게 그만두게 한 것 없이, 나의 주저앉은 것들을 자주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내가 살아온 반경 속에 몰래 그려 둔 창문들이 여기저기서 열리고 닫히는 것을 본다." - 윤후 (56-59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