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스타사 - 채규엽부터 플레이브까지
배국남 지음 / 신사우동호랑이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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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K팝의 모든 것을 알려주는 책이 나왔네요.

최근 방탄소년단의 정규 앨범 발매를 기념해 광화문 광장에서 펼쳐질 컴백 소식이 전해지면서 전 세계가 들썩이고 있네요. 단순히 한국 내의 그룹을 넘어 세계인들이 함께 하는 음악을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고 경이로워요. 사실 K팝 아이돌 이전에 한국 대중문화에 대해서는 많이 알지 못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배우는 시간이었네요.

《K팝 스타사》는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를 이끈 스타 가수와 그룹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에요.

저자는 30여 년 기자 생활을 하며 20년 넘게 대중문화와 스타론을 강의하고 연구해 왔다고 해요. 이 책에서는 1920년대 신민요와 트로트라는 유행가로 시작하여 시대별 대중음악과 가수들을 소개하고 있어요. 조선 최초의 직업 유행 가수인 채규엽부터 가상 세계 비추얼 아이돌인 플레이브까지 그들의 음악과 활동을 통해 한국 대중문화의 변화와 영향을 살펴볼 수 있어요. 한국 대중음악사의 가장 위대한 가수로 꼽는 조용필은 1950년생으로, 2025년 광복 80주년 KBS 대기획 조용필 공연에서 탁월한 가창력을 보여주며 왜 살아 있는 전설이자 현재진행형 가수인지를 증명했네요. TV를 통해 원곡자가 부르는 <바람의 노래>를 들으면서 무척 감동했네요. "나를 떠난 사람들과 만나게 될 또 다른 사람들 / 스쳐 가는 인연과 그리움은 어느 곳으로 가는가 / 나의 작은 지혜로는 알 수가 없네 / 내가 아는 건 살아가는 방법뿐이야 / 보다 많은 실패와 고뇌와 시간이 / 비켜갈 수 없다는 걸 우린 깨달았네 / 이제 그 해답이 사랑이라면 / 나는 이 세상 모든 것들을 사랑하겠네." 라는 가사가 가슴에 쏙쏙 박히면서 뭔가 뭉클하더라고요. 조용필 가수의 노래들은 리메이크곡으로도 유명한 것들이 꽤 많은데, 특히 1980년대 음악은 들을 때마다 감탄이 절로 나오네요.

조용필은 "가수라는 게 최고가 없다. 사람 하나하나의 목소리가 다 다르듯이 가수 각자의 개성, 스타일이 있다. 표현하는 방식도 제각각 차이가 있다. 노래와 음악에는 1, 2등이 없다. 그저 대중의 선택이 있을 뿐이다."라고 말했지만, 조용필만이 한국 대중음악사의 1위 자리에 앉을 수 있고 '가왕'이라는 타이틀을 차지할 수 있다고 팬과, 대중, 전문가는 이구동성으로 단언한다. "제가 할 줄 아는 게 음악밖에 없다. 소리가 나올 때까지 활동할 것이다. 노래하다 죽는다면 얼마나 행복하겠나. 그것이 내 꿈이다."라고 말하는 조용필로 인해 한국 대중음악은 질적 · 양적 스펙트럼이 확장되며 혁명적인 발전이 전개됐고, 세계를 휩쓸고 있는 K팝 한류의 초석이 마련되었다. (176-177p)

시대와 사회를 노래한 혁명가 김민기, 대중음악 혁명을 일으킨 서태지와 아이들, 아이돌 그룹 1세대 H.O.T , 세계 최정상 K팝 그룹이 된 방탄소년단과 블랭핑크, 빌보드 역사를 새로 쓰며 글로벌 시장을 장악한 4세대 아이돌 그룹 스트레이 키즈로 이어지는 흐름을 확인할 수 있어요. 사실 K팝 스타들을 모두 담기에는 한 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여기에 언급되지 않은 스타들에 대한 아쉬움이 있지만 우리의 대중문화가 어떻게 발전해왔는가를 폭넓게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익했네요. 어쩐지 한 권으로 끝내서는 안 될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시대별로 보다 꼼꼼하게 모든 스타들을 다룰 수 있는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와 인물에 관한 사전이 나오면 좋을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스타 가수와 그룹의 음악까지 바로 들을 수 있는 콘텐츠라면 정말 흥미롭고 멋지지 않을까라는, 혼자만의 상상을 해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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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전틱 AI - 행동하는 인공지능의 탄생
파스칼 보넷 외 지음, 정미진 옮김, 김재필 감수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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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올해 IT 분야의 화두는 AI 에이전트의 등장인 것 같아요.

모두가 궁금해하는 바로 그 주제를 다룬 책이 나왔네요. 정말이지, 눈 깜짝할 사이에 너무 많은 것들이 바뀌고 있어서 입이 떠억 벌어지네요. 이제 겨우 챗GPT를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는 동안에, AI 는 도구를 넘어 능동적으로 상황을 인지하고 추론하여 실행에 옮기는 에이전트로 변모했다는 거예요. 우리는 지금 변화의 속도와 본질 모두, 전례 없는 사건을 직접 목격하고 있고, 이 책은 에이전틱 AI 혁명이 무엇이며, 무엇이 이전의 기술 혁신과 근본적으로 다른지를 자세히 알려주고 있어요.

《에이전틱 AI》는 글로벌 전문가들이 함께 완성한 책이며, AI 연구자부터 기업의 경영진, 고급 개발자, 그리고 전 세계 여러 산업에 걸쳐 AI 에이전트를 직접 구현해온 실무 컨설턴트까지 다양한 경력과 전문성을 갖춘 이들이 알려주는 에이전틱 AI 라는 점에서 가장 완벽한 바이블이라고 소개하고 있어요.


왜 '에이전틱'이라 부르는가?

'에이전트 agent'라는 용어는 라틴어 'agere'에서 유래했으며, 이는 '하다' 또는 '행동하다'를 의미한다. 에이전틱 AI를 차별화하는 것은 정의된 목표를 좇아 독립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바로 이 능력에 있다. 단순히 질문에 응답하거나 출력을 생성하는 생성형 AI 시스템과 달리, 에이전틱 AI 시스템은 목표를 이해하고, 주도권을 쥐고, 지속적인 목표를 유지하고, 실제 피드백을 바탕으로 전략을 수정할 수 있다. 요컨대 AI 에이전트는 AI 와 도구들을 활용하여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행동을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시스템이다. ··· 본질적으로 이는 단순히 무엇을 해야 할지 아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그 일을 하는 매우 유능한 비서와 같다. ··· 성공의 여부는 명확하고 정확한 목표와 지침을 제공하는 데 달려 있다. (33-35p)


이 책에서는 AI 에이전트를 이해하기 위한 모든 것을 알려주고 있어요. AI 에이전트를 가능하게 한 기술적 진화 과정으로 시작해 AI 에이전트만의 특징, 능력, 한계를 살펴보고, 기업 혁신으로 이어지는 미래와 인간 사회에 미치는 광범위한 영향이 무엇인지를 전망하고 있어요. 구체적인 실험 사례들 중에서 2024년 10월 22일 실험은 매우 놀라워요. 당시 AI 는 시를 쓰고 마케팅 문구를 작성하는 능력으로 세상 사람들을 놀라게 할 때인데, 연구실에서는 뭔가 말도 안 되는 일을 한 번 해보자는 제안으로, AI 에게 무엇을 할지 지시하는 대신, 사업적 목표를 하나 주고 나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지켜봤다고 해요. 초기 예산은 20달러였고, AI 는 로그인이 제한된 서비스에 접근할 수 없는 제약에도 불구하고, 임무를 부여받은지 채 한 시간도 되지 않아, AI 에이전트는 단순히 아이디어만 낸 게 아니라 완전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낸 거예요. 그건 바로 기업가처럼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에이전틱 인공지능의 탄생을 의미해요. 전통적인 자동화가 로봇에게 레시피를 그대로 따르도록 가르치는 것이라면, AI 에이전트는 마치 요리사가 주어진 재료와 고객의 취향을 바탕으로 새로운 요리를 창조해내는 것과 같고, 이는 AI 혁신이네요. AI 에이전트를 도입한 기업들은 생성형 AI 도구와 저자들이 개발한 기본 AI 에이전트를 모두 사용하여 각각 단독으로 할 때보다 훨씬 더 강력한 결과를 만들어냈네요. AI 의 진정한 힘은 통합에 있다는 것, 단순히 업무를 자동화하는 능력을 넘어 조직을 전체적으로 통합하여 응집력 있는 지능적 통합체로 만드네요. 생성형 AI 와 AI 에이전트의 협력, 인간과 에이전트의 협업으로 혁신적 발전을 이뤄내고 있네요. AI 에이전트의 변화는 이미 전 세계의 조직에서 일어나고 있고, 이제 우리는 직면한 선택들에 대해 체계적으로 고민해야 할 차례네요. 에이전틱 시대로 접어들수록 가장 큰 성공을 거두는 조직은 인간 역량이 AI 와 함께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조직이 될 것이고, 우리는 인간만이 지닌 역량을 개발하는 데 집중해야 지속적인 적응과 혁신을 위한 기반을 마련할 수 있네요. 앞으로 AI 에이전트가 기존의 경제적 역할을 더 많이 수행하게 되면 모든 사람이 기본적인 필요를 충족할 수 있는 새로운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데, 저자들이 제시한 해결책 중 하나는 보편적 기본소득이네요. 자율 에이전트의 출현은 우리에게 중대한 선택지를 제시하고 있네요.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는 노력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네요. 우리가 내리는 결정에 따라 미래는 달라질 거예요.


"우리는 이 기술을 인간의 번영을 증진시키는 데 사용할 것인가, 아니면 이 기술이 기존의 불평등과 사회적 긴장을 악화하도록 내버려둘 것인가?" (63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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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정배급회사 호시 신이치 쇼트-쇼트 시리즈 7
호시 신이치 지음, 김진수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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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짧지만 강렬한 그 맛을 잊지 못했네요.

호시 신이치 쇼트-쇼트 시리즈를 오랜만에 다시 읽으니, 그 느낌이 새로웠네요. 마치 글로 만나는 쇼츠 같달까요.

《요정배급회사》는 호시 신이치 작가님의 대표작 서른다섯 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네요.

호시 신이치식 쇼트-쇼트, 초단편 소설은 신기하게도 짧은 분량 안에 많은 것들을 함축하고 있어요. 일단 시공간을 초월하여 놀라운 상상력을 펼쳐내고 있어요. 요정배급회사에서 늙은 사원의 이야기를 보면서 살짝 소름 돋았던 건 요정이 마치 인간에게 아부를 하는 AI 처럼 느껴졌다는 거예요. 사람들이 듣고 싶어하는 말만 해주는 요정의 존재가 외롭거나 심리적으로 취약한 사람에게는 일시적인 위로가 될 수는 있지만 지속적으로 반복된다면 위험할 수 있어요. 입에 달다고 사탕만 먹는다면 치아가 다 썩는 것처럼 달콤한 말도 한계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늙은 사원은 나이가 들면서 청력이 소실된 상태라서 요정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어요. 입만 뻥긋대는 요정을 보면서 전혀 위로받지 못하기 때문에 요정이 사람들에게 미치는 부작용을 볼 수 있는 거예요. 요정 때문에 부부 사이가 갈라지고, 사람들은 점점 관계를 개선하기보다는 요정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고 있어요. 늙은 사원은 요정배급회사에서 일하면서 요정으로 인한 사회의 변화를 목격하고 있어요. 요정보다 더 달콤한 말을 속삭여주는 존재는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모두 요정이라는 봉투에 둘러싸여서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곤 인간관계를 맺지 않고, 결혼하는 커플이 줄면서 인구 감소로 이어지고 있어요. 학자들에게 의뢰한, 요정이 이로운가 해로운가에 대한 최종 보고서는 도착하지 않았지만 늙은 사원은 이미 예상하고 있네요. 최근 뉴스를 보니, 미국에서 일부 이용자가 챗봇에 장기간 정서적으로 의존하게 되면서 'AI 불륜'이 현실 부부 관계를 허물어뜨리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고 하네요. 어떤 사람은 AI 동반자와 깊이 교감하다가 스스로 정서적 불륜이라고 판단해 연인과의 관계를 끝낸 경우도 있다는 거예요.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AI, 이미 AI에게 남들과는 나누지 못하는 속 깊은 대화를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도 요정배급회사와 같은 상황이 된 것 같아서 무서워지네요. 우리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지 않는다면 최악의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어요. 호시 신이치의 소설은 일종의 경고인지도 모르겠네요.

"인간이란 국적과 인종을 막론하고 누구나 불만과 고민을 안고 있으며 고독에 몸부림치고 위로받고 싶어 하는 존재다." (11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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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랑과 꽃과
나태주 지음 / OTD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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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사랑할 때는 누구나 시인이 된다고들 하잖아요.

풀꽃 시인으로 알려진 나태주 시인도 처음 시를 쓰기 시작한 계기가 열다섯 살 무렵에 짝사랑하던 여학생에게 쓴 연애편지였다고 하네요. 한 사람에게 쓰는 연애편지에서 출발하여 연애편지를 쓰는 심정으로 시를 썼고, 어느덧 시는 세상에 보내는 연애편지가 되었노라고 이야기하네요. 이제 시인 생활 55년을 맞이하는 나태주 시인은 여든의 나이에도 꾸준히 시를 쓰고, 강연과 저술 활동을 통해 따뜻한 위로와 인생의 지혜를 전하고 계시네요.

《사람과 사랑과 꽃과》는 그동안 나온 시들 가운데 독자들의 지지를 많이 받았던 작품들만 모아낸, 특별 시집이네요.

이 책에는 나태주 시인의 시들을 사람, 사랑, 꽃이라는 세 가지 주제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어요. 워낙 유명한 시들이지만 다시 한 권의 시집으로 묶어내어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선물처럼 느껴지네요. 어떤 시에는 그 아래에 네이버 블로그에서 발췌한 독자들의 소감이 적혀 있어서, 함께 시의 의미와 소감을 나누는 느낌이 들었네요. 각자의 시선에서 느끼는 감정이 달라서 신선하고, 어떤 부분은 똑같이 공감할 수 있어서 좋았네요.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시, "아름다운 사람 / 눈을 둘 곳이 없다 / 바라볼 수 없고 / 그렇다고 아니 바라볼 수도 없고 / 그저 눈이 / 부시기만 한 사람." (14p)를 읽으면서 두근두근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졌네요. 이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는 건 사랑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니까, 그 아름다운 사람을 바라보고 싶지만 바라보지 못하는 심정을 '그저 눈이 부셔서'라고 표현하고 있네요. 아름다운 그대는 눈이 부시네요. 사랑 시를 읽다보면 가슴이 몽글몽글해져요.

"바람은 구름을 몰고 / 구름은 생각을 몰고 / 다시 생각은 대숲을 몰고 / 대숲 아래 내 마음은 낙엽을 몬다 / 밤새도록 댓잎에 별빛 어리듯 / 그슬린 등피에는 네 얼굴이 어리고 / 밤 깊어 대숲에는 후둑이다 가는 밤 소나기 소리 / 그리고도 간간이 사운대다 가는 밤바람 소리 / 어제는 보고 싶다 편지 쓰고 / 어젯밤 꿈엔 너를 만나 쓰러져 울었다 / 자고 나니 눈두덩엔 메마른 눈물 자국, / 문을 여니 산골엔 실비단 아래 / 모두가 내 것만은 아닌 가을, / 해 지는 서녘 구름만이 내 차지다 / 동구 밖에 떠드는 애들의 / 소리만이 내 차지다 / 또한 동구 밖에서부터 피어오르는 / 밤안개만이 내 차지다 / 하기는 모두가 내 것만은 아닌 것도 아닌 / 이 가을, / 저녁밥 일찍 먹고 / 우물가에 산보 나온 / 달님만이 내 차지다 / 물에 빠져 머리칼 헹구는 / 달님만이 내 차지다." (52p) <대숲 아래서>라는 시는 나태주 시인이 문단에 이름을 알린 첫 번째 시, 신춘문예 당선작으로 생애 첫 시집의 표제작이기도 하네요. 이 시를 읽다가 깊은 밤 대숲 아래를 거닐어 보고 싶어졌네요. 바람 소리, 댓잎 흔들리는 소리, 소나기 소리, 그리고 나의 울음 소리... 모두가 내 것 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기에 외롭고 서글픈 밤에 대숲을 거닐면서 서녘 구름, 떠드는 아이들의 소리, 밤안개, 달님이 내 차지라고 이야기하는, 그 마음을 알 것 같아요. 보고 싶다고, 그리워하며 우는 모습마저도 아름답게 느껴지네요. 뜨겁게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그때는 알지 못했던 것 같아요. 요즘은 편지를 쓰는 일이 드물다 보니, 빨간 우체통을 보기가 힘들어졌네요. 발렌타인 데이처럼 사랑을 고백하는 편지를 쓰는 날을 정한다면 무척 낭만적일 것 같아요. 자신의 마음을 적어도 좋고, 사랑 시를 옮겨 쓰는 것도 멋질 것 같아요. 향긋한 꽃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며 읽었던 나태주 시인의 아름다운 시집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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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행복을 구워냅니다
김나을 지음 / 한끼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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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입춘 아니랄까봐, 엊그제 쌓인 눈을 사르르 녹이는 영상의 날씨였네요.

체감상 여전히 추운 겨울 한복판에 웬 입춘인가 싶었는데, 조상님들이 정해놓은 절기가 신통방통하네요. 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춘에는 추위가 한풀 꺾였다가 다시 손바닥 뒤집듯이 반짝 춥고 나면 어느새 설날이 오니 말이에요. 겨울을 지나 봄이 오고, 여름, 가을까지 사계절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 새삼 감사하단 생각이 드네요. 꽁꽁 얼어붙은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주는, 봄볕 같은 이야기를 만났어요.

《오늘도 행복을 구워냅니다》는 김나을 작가님의 힐링 소설이네요.

스물여덟 살 유운은 외할머니의 장례를 치른 뒤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시골 할머니 집을 고쳐 '행복과자점'을 차렸어요. 이름은 과자점이지만 실제로는 커피와 음료 그리고 각종 빵을 만들어 제공하는 카페인데, 어쩌다 보니 시골 동네 사랑방 같은 공간이 되었네요. 유운은 매일 아침 커피를 내리고, 빵을 구워내면서 손님들을 맞이하며 조금씩 시골 생활에 적응해가고 있어요. 유운과 행복과자점을 찾는 동네 이웃들의 이야기를 따라 가다 보면 어느새 그들과 함께 웃고 울게 되네요. 뭔가 따뜻한 캐모마일 차와 같은 이야기라고 해야 할까요. 이런저런 사연들, 각자의 고민을 편안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은 공간과 사람들의 이야기라서 좋았네요. 빵 굽는 냄새처럼 기분 좋아지고, 마음을 포근하게 만드는 유운에게 반해 버린 것 같아요. 다들 살다 보면 겨울과도 같은 시기가 있잖아요. 끝날 것 같지 않은 추위에 움츠러들고 마는... 근데 영원한 계절은 없더라고요. 돌고 도는 계절마냥 괴로운 시간이 지나면 즐거운 때가 온다는 걸, 그러니 너무 불안해하거나 절망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행복과자점을 열게 된 유운처럼 누구나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순간이 찾아오는 것 같아요. 무엇이 가장 나를 위한 선택인지, 그건 본인만 알 수 있어요.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벗어나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때, 비로소 나다운 삶을 살 수 있게 되네요. 무엇보다도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 덕분에 살 맛이 난다는 걸, 물론 맛있는 빵을 먹을 때도 즐겁죠. 근데 진짜 행복은 좋은 음식, 좋은 것들을 함께 할 때에 오더라고요. 일상의 행복은 멀리 있지 않아요, 지금 여기!



"왜 행운 과자점이 아니야?"

"어?"

갑자기 이게 무슨 물음인가 싶어 운이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응시했다.

"아니, 네 이름은 운이잖아. 유운. 보통 1차원적으로 따지면 자기 이름 따서 가게 이름 짓는 거 아냐?"

"내 이름이 그 '운'의 뜻을 따온 게 맞긴 한데···."

"맞긴 한데?"

"있지. 내 이름은 할머니가 지어주셨어. 내가 막 태어났을 때, 가장 좋은 걸 이름에 담아서 주고 싶었대. 그래서 운이라고 지으셨대. '행운'에 들어가는 그 운이라는 의미를 담아서. "

물론 이름에 쓰인 한자는 다르지만. 조용히 웃으며 말을 덧댔다.

"노력하는 일에도, 노력하지 않은 일에도 모두 행운이 따라서 내가 항상 잘살길 바라시는 마음으로.

그런데 어느 날은 그렇게 말씀하시는 거야. 전엔 행운이 가장 중요한 줄 알고 나한테 그런 이름을 지어줬는데, 행운보다 행복이 중요하단 걸 늦게야 알았다고. 그러니까 다른 건 몰라도, 운이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가끔 생각나. 그런 것들이. 운은 물 흐르듯 잇던 말을 뚝 그쳤다가, 다시 입술을 뗐다.

"그래서 행복과자점으로 지었어. 할머니가 나한테 주고 싶다고 하신 게 행운이 아니라 행복이라고 하신 게 생각나서."

(108-10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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