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기본 - 의식주 그리고 일에서 발견한 단단한 삶의 태도
마쓰우라 야타로 지음, 최윤영 옮김 / 인디고(글담)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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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누구를 만나도 괜찮다. 어느 때고 내가 나답게 있을 수 있다. 바짝 긴장되면서 자신감이 살짝 붙는다. 이런 느낌을 주는 질 좋은 흰색 셔츠가 나의 기본 아이템입니다.

레귤러 칼라 셔츠, 싱글 커프스의 지극히 정통파적인 것으로 정해놓고 있습니다. 여름에는 리넨을 걸치기도 하지만 거의 대부분 옥스퍼드 옷감을 애용하고 있습니다.   p.22

일본 셀렉트 서점의 시작으로 평가 받으며, 책을 사랑하는 여행자들이 찾아가는 명소가 된 카우북스의 대표이자 41세의 젊은 나이에 잡지 「생활의 수첩」의 편집장에 취임하는 등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온 프로패셔널 마쓰우라 야타로가 자신만의 기본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먼저 자신이 어떤 인간인지를 알고, 자신의 취향을 발견하고, 생활 속 자신만의 기본으로 삼는 것이야말로 '나다움'이라고 그는 말한다.

나다운 것이 무엇인지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보편적인 취향이 아닌, 자기 자신만의 고유한, 개성 있는 무엇을 찾는 분위기는 아마도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이다. 이 책은 생활 속에서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일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지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다움을 표현하는 옷차림의 기본, 나 자신에게 좋은 공간을 만들어 주기 위한 생활의 기본, 그리고 나만의 규칙을 세우는 일의 기본이라는 세가지 카테고리로 나뉘어 나만의 기본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질 좋은 기본 셔츠 한 장만 있으면 다양한 스타일을 즐길 수 있다. 저자는 말한다. 결국 질 좋은 셔츠는 '무슨 일이 있어도 괜찮다'는 자신감으로 이어진다고. 무슨 셔츠 하나에 이런 힘이 있겠냐 싶은 생각이 든다면, 한번 잘 생각해보라. 마음에 드는 옷을 입고 출근했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자신이 어떠했는지. 불편한 셔츠를 입었을 때 남 앞에서 겉옷을 벗게 되는 상황이 생기면 얼마나 난감했는지를 말이다. 물론 값비싸고 화려한 옷일 필요는 없다. 그저 자신에게 잘 맞는, 자신의 스타일과 잘 어울리는, 어떤 옷과도 스타일링을 해볼 수 있는 그런 기본 셔츠면 충분하다.

'할 생각이다'라는 말은 버리세요. 깨끗하게 인정하는 게 좋습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고요. 엄격한 규칙이지만 스스로에게 솔직하지 않으면 일을 잘할 수 없습니다.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생각만 하고 아무것도 실행으로 옮기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안일하고 애매한 마음가짐으로 일터에 나와서는 안 됩니다.   p.218

저자의 집에는 아내와 딸과 자신, 각각 세 사람의 개인 공간이 있다고 한다. 모든 방에 천연섬유로 된 커튼이 걸려 있고, 각자 침대가 있고, 사소한 소지품이나 공유하지 않는 개인 소유물은 모두 자신의 방에 둔다고 한다. 문은 잠겨 있지 않으나 서로의 방에 들어가거나 간섭 하는 일은 없다고 한다. 이렇게 '개인 공간' '세 사람의 공유 공간'을 선명하게 나누어 생활하는 가족을 본 적이 없는 터라 굉장히 낯설고 새롭게 느껴졌다. 그런데 '각자가 개인의 세계를 가지면서 공동생활을 한다'는 가족의 모습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게 느껴졌다. 자신을 소중히 여겨야 가족도 소중히 여긴다는 말에도 공감이 되었고,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피난처가 필요하다는 말도 너무나 이해가 되었으니 말이다. 사실 가족과 함께 살 때 온전한 '개인'인 나로 있기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저자의 말처럼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비로소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고 진정한 유대감을 가질 수 있게 된다면, 이런 방식도 너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무엇을 입고 먹고 생활하고 어떻게 일을 하느냐가 나를 규정하는 모든 것이 될 수 있다는 말에 공감한다. 저자가 소개하고 있는 일상에 밀착되어 있는 의식주와 일을 중심으로 생활 속에서 발견하는 기본적인 것들이 사실 별 것 아닌 것처럼 느껴지더라도 결국 그러한 것들이 나라는 한 인간을 만들고 있는 모든 것이기도 하니 말이다.

사실 우리는 나이를 먹어가면서 점점 더 '나답게'라는 말을 잊고 사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사회 생활을 하면서, 여러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 가면서, 어느 정도는 타인의 시선에 신경을 써야 하는 어른이 되면서 나만의 개성, 색깔 그런 것들을 누르고 지내다 보니 점점 더 나다움이란 게 없어지는 게 아닐까 싶으니 말이다. 그러니 겉치레와 시답잖은 자존심에서 생겨나는 거짓으로 치장된 모습으로 살아온 것이 비단 저자의 이야기만은 아닐 거란 말이다. 그렇게 피곤한 일상에서 벗어나, 내 마음을 온전히 열어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돌아보고, 나의 기본을 찾는 과정을 통해서 조금 더 마음 편하게 일과 생활, 인간관계를 잘 이어갈 수 있을 것 같다. 저자의 말처럼 기본이라는 건 매우 심플한 것이다. 자신의 취향을 발견하고 그것을 생활 속 자신만의 기본으로 삼는 것 역시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다. 이 책을 통해서 온전한 자기 자신으로 있기 위한 첫걸음을 내딛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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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 사기56 - 본기, 세가, 열전, 서의 명편들 현대지성 클래식 9
사마천 지음, 소준섭 옮김 / 현대지성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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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안영이 오늘 살아 있다면 나는 기꺼이 그의 마부가 되겠다. 왜냐하면 그것은 나로 하여금 즐겁고 부러운 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사마천이 이토록 찬미했던 사람은 바로 안영이다. 사마천은 왜 그토록 안영을 찬양해마지 않았던가? 사마천은 특정 인물의 행동과 개성화된 언어로써 인물의 내면 세계를 묘사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 글에서도 그러한 면모는 생생하게 드러나고 있다. 과연 사마천이 그토록 앙모하던 안영은 어떤 인물이었는지 탐색해 보도록 하자.    p.385

<플루타르코스 영웅전>과 함께 인물 전기 최고의 고전으로 꼽히는 사마천의 <사기>이다. <사기>사성이라 불리는 위대한 역사가 사마천이 쓴, 모두 130 52 6 500자로 이루어진 역사서이다. 전체 이야기가 총 130편에 달하는 엄청난 분량인데, 사실 지나치게 방대하고 또 현대에 이르러 효용성이 없는 부분도 적지 않기에 이 책에 사기의 정수를 계승하되 뜻이 깊고 문장 구성이 탁월한 56편을 중국 전문가 소준섭 박사가 엄선하여 한 권에 담았다. 그래서 제목이, 사마천 가시 56>이 되었다. 하지만 56편 단권이라고 해서 만만하게 볼만한 분량은 아니다. 페이지수가 976쪽에, 각주만 해도 총845개에 달하는 책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한번쯤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인 것은 분명하다.

외부인들이 중국을 이해하기 위해 가장 많이 읽는 책이 바로 사마천의 <사기>라고 한다. 왜냐하면 <사기>야말로 오늘날까지 중국의 문화와 정신을 면면히 조형해 온 중요한 역사적 원천이었기 때문이다. 루쉰은 《사기》를 인간이 쓸 수 있는 가장 훌륭한 문장이라고 말했고, 마오쩌둥은 전쟁터에서도 항상 <사기>를 들고 다녔다고 할 정도이니 말이다. 그래서 인간사 흥망성쇠의 비밀을 풀어낸절대 역사서이자 인간의 모든 희로애락과 삶의 지혜를 담아낸 최고의인간학 교과서라 할 수 있는 <사기>를 제대로 한 번, 정확히 읽어 보고 싶어졌다. 이번에현대 지성 클래식시리즈의 통일된 디자인에 맞춰 표지가 변경되어 새롭게 출간되었기에 벼루던 작품을 드디어 만나보게 되었다.

 

 

여기에서 사마천은 혜왕의 무능과 우둔함을 폭로하는 한편 악의의 확 트인 흉금을 동시에 선명하게 대비시키고 있다.

한편 사마천은 기이한 일을 좋아하여 기이한 사건을 즐겨 묘사하였지만 <전단 열전>은 사마천의 문장 중에서도 백미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청나라 시기 문학평론가 오견사는 "전단은 전국 시대 제1의 기인이고, 화우는 전국시대 제1의 기사로서 태사공 제1의 기문으로 되었다."라고 평하였던 것이다.   p.548

<사기> '본기' '세가', '', '', 그리고 '열전'으로 구성되어 있다. 연대순으로 제왕의 언행과 업적을 기술하고 있는 '본기'의 이야기부터 시작되는데, 각 편을 시작하기 전에 소준섭 박사가 관련된 해설이 실려 있어 내용 이해에 큰 도움이 되었다. 시대적 배경을 알고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게 되면 제후국의 흥망성쇠와 영웅들의 업적과 사건 등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와 닿았기 때문이다.

사마천은 기존 역사 기재 방식에 구속되지 않고 역사에 대한 자신의 관점과 인식태도로서 사실적으로 기록하여 인물의 전모를 객관적으로 반영했다. 사마천이 <사기>를 집필하기 이전 시기에 역사란 단지 왕후들의 역사로만 국한되고 있었다. 그러나 <사기>는 평민의 입장으로 평민의 시각에 의하여 평민의 정서로써 역사를 파악하고 역사를 기술했으며 역사를 해석했다. 그리하여 역경에 처해 좌절하고 실의에 빠져 있는 사람에게는 역경을 극복할 수 있는 힘과 지혜를 주고, 영광의 자리에 있는 사람은 그 영광을 지키는 이치를 깨닫게 되고, 정치를 하는 사람은 처세의 도리를 터득하고, 경제를 하는 사람은 경제의 원리를 장악할 수 있도록 해준다. 또한 불우한 처지에 놓인 사람에게는 재기할 수 있는 용기를 주고, 인생의 처세를 알고자 하는 이에게는 험난한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유 방식에 대해 알려주기도 한다. 사기의 완역이 일종의 유행으로 되었지만, 이 책을 만나고 보니 이렇게 정수만 모아서 읽는 것이 더 효율적인 독서가 되지 않을까 싶다. 원전의 정확성과 전문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보다 대중적인 책이 되었으니 말이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오래된 고전을 시대를 뛰어넘어 현재의 우리가 직접 읽고 있다는 그 순간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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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인포그래픽 - 당신이 알아야할 맥주의 모든 것!
Michael Larson 지음, 박혜진 옮김 / 영진.com(영진닷컴)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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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포그래픽으로 알아보는 맥주 스타일 대백과이자, 맥주 덕후들을 위한 종합 맥주 가이드북이다. 천차만별의 색, 아로마, , 질감의 조합으로 세상에 독같은 맥주는 없다. 이 책은 총 90가지의 맥주 스타일들을 그 유래한 지역에 따라 분류해 설명하고 있다. 사실 단 4가지 재료만 있으면 맥주가 완성된다. , 맥아(몰트), 효모(이스트), 그리고 홉의 배합으로 맥주 색이 변하고, 농도가 달라지며, 탄산감과 쓴맛의 정도가 결정된다.

맥주의 원재료부터 시작해, 실제 양조되는 과정과 맥주의 보관 방법, 잔을 선택하고, 맥주를 따르는 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 흥미로웠다.

맥주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가끔은 맥주보다 함께 먹는 안주가 더 중요한 나이기에, 이 책에 수록되어 있는 맥주의 음식의 궁합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맥주와 어울리는 음식을 고르는 방법, 즉 페어링을 위한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이 있다. 달콤하고 기름진 음식들은 홉이 많이 들어가거나, 로스팅된 몰트가 많이 들어간 맥주와 잘 어울린다. 이런 맥주들은 주로 알코올 도수가 높은 편이다. 탄산감이 많은 맥주는 미각을 정돈하기에 알맞다.

각각의 맥주가 소개되어 있는 페이지마다 하단에 어울리는 음식들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 맥주의 음식의 맛이 비슷하거나, 대조되지만 의외의 궁합을 자랑하는 음식들의 예시들이다. 악마의 맥주라 불리는 벨기에 스트롱 페일 에일은 인도 음식이나 중국 음식이 잘 어울리고, 상큼하고 가벼운 과일 람빅은 초콜릿 디저트나 단맛이 강한 치즈류와 잘 어울린다. 도수도 높고 강렬한 맛의 아이스바크는 구운 돼지고기나 크렘 브륄레와 잘 어울리고, 깨끗하고 밝은 아메리칸 라거는 샐러드, 피자, 햄버거와 잘 어울린다고 한다.

IPA, 포터, 라거, 스타우트 등 총 90가지의 맥주들은 각 스타일마다 맥주의 색과 알코올 도수, 쓴맛 정도 등 기본적인 정보가 소개되어 있다. 그 스타일이 탄생한 유래와 대표적인 맥주에는 어떤 제품들이 있는지도 소개되어 있고, 맥주 스타일에 대한 설명을 원자 구조 도표로 표현해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 도표에는 시음노트, 해당 스타일을 잘 만드는 추천 양조장들, 스타일에 대한 간략한 역사나 재미있는 사실 등 부가 설명들이 정리되어 있다.

맥주를 좋아하는 편이긴 하지만, 사실 맥주에 대해 내가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이 거의 없다는 점을 새삼 깨닫게 만들어 준 책이었다. 편의점에서 한참 수입 맥주 세일을 하면 네 캔에 만 원, 혹은 여섯 캔에 만 원 정도 밖에 안 하는데 그럴 때 좀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것도 좋겠지만, 어쩌다 보니 늘 사던 것만, 먹던 것만 사다 보니 아쉽기도 했었다. 물론 전문적인 지식으로 무장해야만 맥주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알면 알수록 더 재미있고,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면 더 좋지 않겠는가.

이 책을 통해 세상에 잇는 모든 맥주 스타일들에 대한 탐구를 하면서, 맥주라는 새로운 세계를 만난 것 같다는 기분도 들었다. 맥주의 다양한 맛과 잘 어울리는 페어링 음식들은 내가 생각했던 그것보다 훨씬 더 방대한 세상이었으니 말이다. 인포그래픽으로 알아보는 방식이라 한 눈에 쏙 들어오는 점도 좋았고, 마치 사전처럼 필요한 정보들을 쉽게 찾아서 필요할 때마다 읽을 수 있다는 점도 이 책만의 장점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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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세요 웅진 모두의 그림책 17
세바스티엥 조아니에 지음, 요안나 콘세이요 그림, 최성웅 옮김 / 웅진주니어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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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세요', 식당에 가거나 가게에 들어설 때, 혹은 낯선 이를 방문하거나, 누군가의 집에 초대받았을 때 듣게 되는 인사 말이다. 어서 오세요, 라는 그저 친절한 이 말에는 대가나 목적 없이 그저 따뜻한 환대를 하는 순간의 진심이 담겨 있다. 이번에 만난 그림책 <어서 오세요>는 아이를 향한따뜻한 환대를 시적이고 리듬 있는 문장과 섬세하면서도 유머러스한 그림으로 풀어 내고 있다.

이 세상에는 우리 아빠, 우리 엄마, 그리고 내가 있어.

아이는 생각한다. 그런데 아무래도 뭔가 깜빡한 것 같아.

그러고는 다시 해 본다.

아빠, 엄마, ... 그 다음에 뭘 잊어 버린 걸까?

세상이라는 곳에서 이제 막 성장하기 시작한 아이는, 가족을 시작으로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가고, 감정을 배우고, 웃음을 배우고, 친구들을 만나고, 용기와 행복을 알아 나간다.

웅진 모두의 그림책 17권이다. 글을 쓴 작가 세바스티엥 조아니에는 잘못과 실수를 가정한 판타지로 이야기를 풀어 아이들을 벌주거나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 그저 담백하고, 따뜻하게, 아이들을 향한 '따뜻한 환대'를 마치 노래하듯이 글로 풀어내고 있다. 그림을 그린 요안나 콘세이요는 색연필 그림으로 전 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폴란드 출신의 일러스트레이터이다. 나무의 온기를 품은 색연필로 오밀조밀하게, 사소한 표정이나 작은 디테일 하나 놓치지 않고 사각사각 페이지 속에 담아내고 있다.

콘세이요가 즐겨 쓰는 노랗게 빛 바랜 페이지가 색연필의 가는 선으로 그려내는 세밀함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 준다. 무엇보다 인물들의 생생한 표정이 인상적이고, 비슷한 듯 닮아 있지만 조금씩 다른 그들의 얼굴을 만나는 것이 흥미진진했다. 아이가 자라면서 아빠와도 닮았다가, 엄마와도 닮았다가, 두 사람 모두를 닮은 것처럼 보이다가, 또 전혀 다른 개성을 찾아가는 것처럼 말이다.

 

아이가 세상을 향해 질문과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어지는 여정도 좋았지만, 각양각색의 사람과 동물, 사물들로 가득한 그림들이 정말 마음에 남을 것 같은 작품이었다. 그림을 그릴 때는 표현하는 도구마다 완전히 다른 느낌을 주곤 한다. 그러니 수채화로 작업할 때, 그래픽으로 만들어 낼 때와, 색연필로 그려낸 그림이 완전히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실제로 컬러링북을 채색하거나, 아이와 함께 색칠 공부를 할 때도 크레파스와 물감과 색연필이 전혀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색연필 만의 강점은 아마도 어떻게 그려도 선이 지나간 자국이 고스란히 남는 것 아닐까 싶다. 마치 내가 이 책의 빈 여백에 색연필로 쓱쓱 뭔가를 그려도 될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다. 포근하고, 아늑하고, 친근하게 느껴지는 그림들의 향연이다.

책을 구매하면 '일러스트 페이퍼북'을 부록으로 받을 수 있다. 거의 그림책과 비슷할 정도로 판형이 큰 이 부록에는 선물 포장지 또는 포스터로 활용할 수 있는 일러스트들이 담겨 있다. 한 장씩 커팅하기 쉽도록 되어 있고, 떼어내 일러스트를 펼치면 실제 그림책의 그것보다 훨씬 큰 이미지가 되기 때문에, 책의 표지로 사용할 수도 있다. 일러스트 페이퍼 북으로 다양한 표지를 만들어 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가 될 것 같다.

지금 우리는 다양한 연령대의 다양한 성별과 인종, 다양한 생물과 사물이 함께 하는 지구촌 사회에 살고 있다. 노인과 어린아이, 얼굴색이 다르고 언어가 다른 외국인들, 먼 곳에서 전학을 온 아이,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 행동이 다르거나 어딘가 불편한 사람도 있을 것이고, 누구나 어떤 상황에서는 이방인이나 소수자가 될 수도 있다. 어른인 우리가 아직 많은 것들이 낯설고 어려울 아이에게 해줘야 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세상에서 다양한 삶의 방식들로 살아가는 사람들과 '함께 한다는 것'의 의미를 알려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따뜻한 애정과 든든한 응원과 진정한 축복의 마음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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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나도 과학이 알고 싶었어 2 - 사소하지만 절대적인 기초과학 상식 124 실은 나도 과학이 알고 싶었어 2
래리 셰켈 지음, 신용우 옮김 / 애플북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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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를 썰거나 다질 때 양파의 세포에서 효소가 방출된다. 이렇게 나온 효소, 알리나아제와 최루 물질 신타아제는 함께 방출된 또 다른 물질, 아미노산 술폭시드를 분해한다. 이 반응은 불안정한 술펜산을 형성하는데, 술펜산은 휘발성 가스가 되며 안정화한다. 이 가스가 눈에 들어가면 우리 눈을 촉촉하게 유지해주는 수분과 반응한다. 술펜산이 눈에서 눈물과 섞이면 자동차 배터리에 있는 독성물질인 황상을 형성한다. 황산을 감지한 우리 눈의 말단 신경은 즉시 뇌에 신호를 보내고, 뇌는 다시 눈물길에 '이 자극적인 물질을 희석해 우리 눈을 보호하라'고 메시지를 보낸다. 그 결과 보호 수단으로 눈물이 흐르게 된다.  p.56

양파를 자르면 왜 눈물이 날까? 이를 과학적으로 설명하자면 꽤 많은 단계와 효소와 물질들이 동원된다. 그리고 이렇게 양파와 반응해 흘리는 눈물은 우리의 몸이 어떻게 위험에 반응하는지, 우리의 뇌가 화학물질을 어떻게 조율해 신체를 보호하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가 되기도 한다. 기초적인 과학 지식을 쉽고 재미있게 알려 주는 과학교양서인 이 책에서는 양파가 어떻게 눈물이 나게 만드는지를 화학적으로 풀이해 설명해주고, 눈물을 막을 수 있는 방법도 팁으로 알려주고 있다. 이렇게 과학의 원리란 생각보다 일상과 매우 가깝게 있다. 대체 과학 이론 따위가 실생활에서 무슨 도움이 되냐고 생각했던 이들이라면, 이 책을 읽으면서 과학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나게 될 지도 모르겠다.

<실은 나도 과학이 알고 싶었어> 2권에서는 화학, 물리, 생물, 기술과학의 원리를 살펴 본다. 1권에서 미처 다루지 못했던 기술과학 이야기를 풀어내고, 과학의 가장자리와 역사, 일상생활 속 과학적 호기심도 해소하고 있어 흥미롭다. 비행기가 번개에 맞으면 어떻게 될까? 휴대전화는 어떻게 작동할까? 벽걸이 텔레비전은 어떻게 작동할까? 야광봉은 어떤 원리일까? 등 과학 기술에 대한 호기심을 풀어보고, 얼음은 왜 물 위를 떠다닐까? 이스트는 왜 오븐에서 부풀까? 종이는 시간이 지나면 왜 노랗게 될까? 등 매혹적인 화학의 세계도 그려내고 있다.

반려동물 주인 3분의 2가 반려동물이 자신을 이해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부모들이 십 대 자녀를 이해하는 것보다 높은 비율이다. 물론 농담이다! 의사소통이 원활하고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는 믿음은 반려동물, 특히 개와 주인 사이의 강한 유대를 보여 준다.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이 이런 유대감을 보이는 경우는 개의 절반 정도에 불과했다. 동물 행동 전문가들은 동물과 인간은 소리와 행동이 연관된 상황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며 소통을 배운다고 말한다.     p.166

무엇보다 생물들의 신비를 풀어주는 카테고리는 호기심 많은 아이들, 청소년들이 특히 재미있게 읽을 것 같다. 씨앗은 어떻게 나무가 되는지, 물고기도 잠을 자는지, 스컹크의 방귀 냄새는 왜 구린지, 해바라기는 왜 항상 태양을 쳐다보는지, 반려동물과 주인은 서로를 이해하는지, 개들은 왜 꼬리를 흔드는 지, 앵무새는 어떻게 말을 할 수 있는 지 등등.. 사실 대부분의 어른들도 딱 명확하게 답할 수 없는 그런 질문들에 대한 대답이라 생활 상식으로서도 도움이 될 만한 내용들이었다. 그 외에도 일상 속에서 떠오를 수 있는 엉뚱한 호기심들도 과학적으로 풀어내는 질문들이 수록되어 있어 재미있었다. 왜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똑똑할까? 왜 스쿨버스에는 안전띠가 없을까? 자동차 사고가 일어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전자레인지는 어떻게 음식을 익힐까? 닭이 먼저일까, 달걀이 먼저일까? 지구 반대편으로 구멍을 뚫고 들어가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등등 기발한 내용들이 과학적으로 설명되어 있다.

영어로 과학(science)이라는 말은 라틴어로 지식을 뜻하는 '스시엔티아(scientia)에서 왔으며, '연구를 통해 알아낸 지식'이라는 뜻으로 정의된다. 우리를 둘러싼 세상을 연구하는 과학은 내가 사는 세상과 물체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생명체는 어떻게 형성되는지, 하나의 동작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설명해 준다. 그러니 학생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과학에 관심을 가져야만 한다. 무엇보다 과학은 정말 재미있고, 별나고, 신기하고, 믿기 어려운 걸 증명해 준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그 동안 잊고 있었던 과학적 호기심을 재발견하는 계기가 된다며 더욱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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