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연결 - 구글, 아마존, 애플, 테슬라가 그리는 10년 후 미래
W. 데이비드 스티븐슨 지음, 김정아 옮김 / 다산북스 / 2019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IoT란 조립식 장난감부터 거실의 전구, 머나먼 열대우림의 나무와 목초지의 소까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Thing'에 고유한 '식별 이름Distinctive Name'을 부여한 뒤, 그것을 인터넷이나 지역의 유무선 통신망으로 다른 사물과 연결한다는 개념이다. 이전에는 접근하지 못했던 자연물과 인공물의 정보를 알아내고, 그것들을 융합하며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제조사와 유통사는 IoT 장비를 통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해석하며, 그 결과에 따라 다음 단계를 미리 예측하고 행동할 수 있다. 그것도 모두 '실시간'으로 말이다. 이는 과거에는 완전히 불가능했던 일이자, 앞으로 모든 상황을 뒤바꿔놓을 '혁명'이다.   p.43~44

 

지난 4 8 ‘5G+ 전략발표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은가까운 미래, IoT가 우리의 일상을 바꿀 것이다라고 천명했다. 모든 사물이 연결되어 강력한 시너지를 발휘하는 IoT 기술은 5G 시대 개막과 맞물려 우리의 일상을 밑바닥부터 새롭게 뜯어고치고 있다. 이 책은 비즈니스 현장에서 즉시 활용할 수 있는 IoT 솔루션을 담은국내 최초의 IoT 전략서. 저자는 지난 20여 년간 초일류 거대 기업들이 처음으로 돌아가 조직의 사활을 걸고 IoT 혁신에 매달리게 된 과정을 바로 옆에서 관찰한 이 분야의 오랜 전문가다.

사실 IoT 라는 단어에 대해서 언론이나 인터넷을 통해서 접해본 사람들도 구체적으로 우리의 실생활과 그것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체감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지도 모른다. 간단히 말해 가정의 기기들을 원격으로 조종할 수 있는 스마트홈 기기들을 생각하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애플의 홈키트에 '잘 시간이야'라고 명령하면, 그 즉시 필립스의 휴 전등이 꺼지고, 에코비의 온도 조절 장치가 취침에 알맞게 온도를 조정하며, 슐라게의 자물쇠가 알아서 잠기는 식이다. 이런 식으로 일상과 맞닿아 있는 곳부터 아마존, 구글, 애플 등의 기업에서 도입을 시작하고 있다. 이들 글로벌 기업들이 도입한 ‘4가지 IoT 핵심 솔루션은 기업 관계자들이 읽어도 흥미로웠겠지만,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보기에도 매우 흥미로웠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도 일상에 스며들어 있지 않다면, 그저 허공에 떠 있는 먼 미래의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을 테니 말이다.

 

 

초연결 혁명이 초래할 변화는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물을 자유자재로 제어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물론 이런 능력도 충분히 훌륭하다). IoT는 누구든 사물의 실시간 정보와 작동 상태를 확인하고 해당 자료에 실시간으로 접근할 수 있게 해주며, 결과적으로 기업이 여전히 버리지 못하고 있는 낡은 구조를 무너뜨려 '순환 기업'을 실현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 될 것이다. 정보 공유는 비단 사물과 사물 사이에서만 벌어지지 않는다. 수많은 사람의 다양한 경험과 취향이 뒤엉켜 상호 작용한다고 상상해보라.    p.294

 

이동통신 3사의 ‘5G 요금제 가입자 수가 10일 만에 15만 명을 돌파한 가운데 ‘IoT(사물인터넷)’ 분야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라고 한다. 스마트폰 시대가 열렸던 2007년에 이어, LTE 시대가 시작되었던 2012, 그리고 지금 2019년은 5G 시대이다. 그리고 이제 곧 모든 것이 하나로 이어진 '초연결 미래'가 열리게 될 것이다. 2020년이 되면 전 세계에 존재하는 스마트폰의 개수가 116억 개에 육박하고, 2021년이 되면 통신망으로 연결되는 기기의 수가 460억 개를 넘어선다고 한다. 그러니 우리는 모든 디바이스가 IoT로 연결되어 끊임없이 데이터가 순환하는 미래의 모습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IoT, 5G, 빅 데이터, AI를 외치고 있지만, 현장에서 직접적으로 그것들을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어려워하고 있다. 이 책은 모든 것이 연결되고 공유되는 초연결시대 소비자들의 욕망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 기업이 갖춰야 할 사고방식과 태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 조직을 초연결하고 싶은 경영자, 업계의 미래를 내다보고 싶은 실무자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같다. 21세기 초연결 사회에서 모든 게 이어져 장벽이 허물어지고 경계가 모호해지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싶다면, 이 책이 매우 유익하게 쓰일 것이다. 이제 모든 것이 하나로 이어진 초연결 미래가 열린다. 미래는 이미 우리 앞에 와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큐레이터 - 자연의 역사를 읽는 사람들
랜스 그란데 지음, 김새남 옮김, 이정모 감수 / 소소의책 / 2019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생에서 중요한 것들이 으레 그러하듯, 현장 연구지를 찾는 것 또한 진득하게, 오랜 시간에 걸쳐 한 겹 한 겹 쌓아 올려야 하는 과정이다. 초창기에 나의 목적은 뷰트 지역을 탐사하는 것일 뿐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5,200만 년 전의 생태계를 더욱 깊이 파악하는 것으로 발전했다. 연구에 필요한 샘플 물량을 확보하려면 이 지역의 사람, 장소, 기관들과 좋은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금방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P.66

1990 8 12, 수전 헨드릭슨은 생애 최고의 고생물학적 발견을 한다. 바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공룡인 티라노사우루스 렉스의 표본이었다. 이후 몇 주 동안 그녀는 사람들과 함께 티라노사우루스 ''의 뼈를 발굴해냈다. 뼈대는 약 9미터 깊이의 실트암, 사암, 모래 층에 묻혀 있었고 트랙터를 사용하지 않고 손으로 파내야 했다. 땅 주인이 차량 진입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날마다 그들은 걸어서 오가야 했다. 38도가 넘는 무더위에다 강렬한 햇빛 아래서 바늘, , 칼을 사용해야 하는 힘든 작업이었다. 그들은 2주 넘게 매일 열두 시간씩 작업한 끝에 ''의 뼈를 담은 실트암 덩어리를 땅에서 분리해낸다. 그러고 나서 뼈 하나하나의 위치를 기록하며 조심스러운 발굴 작업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땀과 노력, 그리고 시간을 들여 발굴한 ''는 전 세계의 티렉스 뼈대 화석 중에서도 가장 거대하고 완전한 표본이 된다. 이 화석은 시카고 필드 박물관의 아이콘으로, 중앙홀 한가운데에 장엄하게 전시되어 있다. 몸길이가 13미터인 공룡 ''의 뼈대는 바로 시선을 압도하는 이 책의 표지 사진이기도 하다.

이 책은 미국의 3대 자연사박물관 중 하나인 필드 박물관에서 33여 년간 큐레이터로 활동한 랜스 그란데가 자신이 직접 경험하고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써 내려간 명료하면서도 지적인 대중 과학서이다. 필드 박물관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자연사박물관 중 하나로, DNA에서 공룡에 이르는 2,700만 점이 넘는 표본을 소장하고 있다. 1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큐레이터들은 이 소장품들을 모아서 우리 지구의 생물학, 지질학 및 인간 문화를 연구하고 기록했다. 하지만 실제로 자연사박물관의 큐레이터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것이 바로 랜스 그란데가 이 책을 쓰기로 마음먹게 된 첫 계기였다.

 

 

인간 유골의 소장이 자연사박물관에 중요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유골 자료는 문화 및 자연인류학 연구에 큰 역할을 한다. 과거의 모습을 모른 채로 지금 우리가 누구인지, 어떤 종인지 알 수는 없다. 이는 인간의 해부학에서 범죄과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에도 아주 중요하다. 최근에는 인간 유골을 이용해 DNA를 분석하고 질병의 진화 과정을 연구해서 치료 방법을 개발하는 데도 응용되고 있다. 그러나 유골은 아무래도 인간의 사체이기 때문에 극도로 민감한 문제가 될 수 있고 관리하는 데도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p.293~294

박물관 내의 과학자로서의 큐레이터는 어디서 무슨 일을 하고, 그들은 어떤 사람인지, 화석과 표본 등은 어떠한 과정을 거쳐 발견되고, 복원되어 대중의 눈앞에 전시되는지에 관한 이야기는 굉장히 흥미진진하다. 자연사박물관은 자연과 인류 문화사를 기록하고 새로운 발견과 연구, 그리고 탐구를 통해 다양한 과학 지식을 대중과 공유하는 곳이다. 그러한 자연사박물관을 유지, 발전시킬 뿐만 아니라 위험을 무릅쓰고 연구 현장으로 뛰어드는 이들이 바로큐레이터이고 말이다. 게다가 책에 수록된 240여 장의 사진과 이미지 또한 매우 고퀄리티라서 책을 읽는 것만으로 자연사박물관을 둘러보고, 실제로 현장을 체험하는 듯한 기분 마저 들었다. 또한 자연사박물관이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역사와 미래 비전, 박물관 큐레이터의 역할 변화, 진화론을 둘러싼 논쟁과 이슈, 놀랍고도 특이한 사건, 자연사박물관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일들과 그 뒷이야기 들은 한 편의 소설을 읽는 것처럼 박진감 넘치게 그들의 서사에 몰입하도록 만들어 주었다.

우리도 이 지구상에 수십억 년간 존재해온 수백만 종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우리는 화석 기록을 통해서 기후변화의 엄청난 여파, 지구 생명체의 멸종, 그리고 인류의 생존이 당연하게 여길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추정할 수 있다. 그러니 고생물학과 지질학은 '우리에게 세월의 방대함과 우리 인간이 그 중 얼마나 작은 부분을 차지하는지를 알려준다'. 이 책을 읽고 나니 큐레이터들이 발견하고 복원한 수많은 화석과 표본이 없었다면 지구상의 동식물과 광물, 그리고 인류의 과거와 현재를 알 수 없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사박물관에서만 느끼고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탐험의 세계를 만나보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공룡 화석부터 식인 사자, 인간 유골을 둘러싼 이야기까지 끊임없이 당신의 호기심을 충족시켜 줄만한 페이지가 계속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나면 앞으로는 자연사박물관을 관람할 때 완전히 새로운 시선을 가지게 될 것이다. 우리 인간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고 사고의 폭을 넓혀주며 자연의 가치를 다시금 일깨워주는 살아 있는 교육 현장으로서 자연사박물관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지 깨닫게 될 테니 말이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곤잘레스 씨의 인생 정원 - 복잡한 도시를 떠나 자연에서 배운 삶의 기쁨
클라우스 미코쉬 지음, 이지혜 옮김 / 인디고(글담) / 201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니클라스는 모래밭 위에 몸을 뉘였다. 하얀 구름이 눈부시게 파란 하늘을 가로지르며 흘러가고 있었다. 구름, 바다, 흐르는 강물, 아름다운 석양 같은 자연의 풍경들은 단순하기 그지없는 동시에 세상 그 어느 영화보다도 멋지고 흥미진진하다! 그런데도 우리는 노을을 바라보는 시간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모니터에 시선을 고정한 채 흘려 보낸다. 참으로 알 수 없는 일이다.   p.36~37

은행에서 투자 상담원으로 일하던 니클라스는 어느 날 갑자기 해고 통보를 받게 된다. "우리 회사에는 이제 자네가 필요 없네."라는 지점장의 선택의 여지 없는, 항변 조차 할 수 없는 회사의 결정이었다. 니클라스가 은행에서 고객들과 상담하며 보낸 세월이 꼬박 여덟 해였다. 그런데 별안간 모든 게 끝나버렸다. 서른두 살의 그는 빠르게 포기하는 쪽을 택하고 합의를 받아들였다. 어차피 쫓겨날 자리에서 몇 달을 더 버티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던 것이다. 니클라스는 지금껏 학교에서는 모범생이었고, 졸업 후에도 한눈 팔지 않고 대학에 입학해 학위를 따고 곧장 은행에 취직해 일해 왔다. 안전과 성공이 보장된 미래를 위해 앞만 보고 달려 왔는데, 뜻밖에 닥친 회사의 해고 통보로 인해 갑작스러운 운명의 전환점에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

그는 고민한다. 지금껏 걸어온 길을 계속 걸어가고자 한다면 곧장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야 할 테고, 새 직장은 또다시 은행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다른 길을 선택한다면 어떨까? 집과 익숙한 일상으로 복귀하는 대신 뭔가 다른 걸 시도해보는 것은 어떨까. 회사와 합의한 덕분에 당분간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었기에, 그는 번잡한 도시를 등지고 회색 구름 대신 파란 하늘을 볼 수 있는 어딘가로 떠나기로 한다. 그리고 스페인의 작은 해변 마을 에스테포나에서 지내면서, 팔십 년 가까운 세월 동안 작은 텃밭에서 자연주의 방식으로 채소를 가꾸며 살아온 곤잘레스 씨를 만나게 된다. 니클라스는 그곳에서 날마다 곤잘레스 씨의 밭일을 도우면서 속도지향적인 삶에서 내려와 자연 속에서 단순한 삶의 기쁨을 조금씩 느끼게 된다.

 

 

마지막 햇살이 산 너머로 사라졌다.

"실패, 버림받는 일, 깊은 슬픔, 고통 이 모든 건 삶의 일부분이야. 그러나 이중 무엇도 영원하지는 않아. 언젠가는 인생의 다음 장으로 넘어가면서 기쁨과 행복이 되돌아올 테니까."

니클라스는 전적으로 공감했다. 굴곡과 실수 없이는 배움도 없고, 끝이 없으면 새로운 시작도 없다.   p.227

채소밭에서 일을 하는 것은 피로와 통증으로 커다란 피로를 가져왔지만, 그럼에도 니클라스는 행복감과 만족감이 자신을 채우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하나의 채소를 수확하기까지 여러 달 동안 식물을 돌보는 과정이 선행된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면서, 친환경적인 채소를 심고 가꾸고 선호하는 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게 된다. 도시에 살면서 화려함과 편리함에 익숙해진 삶 속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것들이었다. 두 손을 흙에 묻고 일하는 것이 어떤 기분을 주는지, 어떻게 영혼을 충만하게 해주는지, 그리고 그러한 노동의 강도와 가치에 대해서도 말이다.

정직하게 노동하여 번 돈으로 그날 하루를 살아내며 단순한 삶을 추구하는 곤잘레스 씨는 말한다. 앞날을 걱정하는 것처럼 무의미한 일은 없다고. 이 길로 가면 뭐가 나올까, 무슨 끔찍한 일이 벌어지는 것은 아닐까 전전긍긍하는 것만큼 기운을 소진하는 일도 없다고. 그러다 보면 정작 오늘 할 일에 집중하는 데 쓸 기운은 남아 있지 않게 된다며, 어차피 때가 되면 모든 게 더 좋아질지 나빠질지 알게 될 거라고. 그때까지는 걱정하고 동요하기보다 다른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게 낫다고 말이다. 정원을 가꾸어 본 적도, 하물며 밭일을 해본 적도 없는 나 역시 전형적으로 도시 생활에만 익숙한 삶을 살아 왔다. 그래서 가끔 은퇴 후 시골에서 자급자족하며 산다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생각했었다. 평생 도시 생활의 편리한 혜택을 누리며 살았는데, 저런 삶은 불편하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단순한 삶의 방식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느긋하게 산다는 것에 대해서, 속도지향적인 삶에서 벗어나 나만의 가치지향적인 삶을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서 말이다.

 

당신은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곤잘레스 씨처럼 당장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오늘을 마음껏 즐기는 소박한 삶을 살아 보고 싶다면, 조급함을 내려놓고 안절부절못하며 걱정하던 것들을 버리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보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섹스와 거짓말 : 금기 속에 욕망이 갇힌 여자들
레일라 슬리마니 지음, 이현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당신의 딸들더러 남자들의 먹잇감이 되려고 그러느냐 입이 닳도록 닦아세우는 대신 당신의 아들에게 '너는 여자 사냥꾼'이라고 충고하는 걸 그만두세요. 딸들에게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가르치는 대신 아들들에게듣는 법을 가르치세요. 딸들에게 치마를 입지 말라고 하는 대신 아들에게 치마는 섹스 초대가 아니라는 걸 이해시키세요. 딸에게 전신을 가리라고 강요하는 대신 아들에게 설명해 주세요, 여성은 몸뚱이만 가진 존재가 아니라는 걸.”    p.38~39

 

공쿠르상을 수상한 프랑스 작가 레일라 슬리마니가 쓴 여성에 관한 가장 실제적이고 현재적인 인터뷰 에세이이다. 여성의 성적 욕망을 적나라하게 다룬 뜨거운 데뷔작 <그녀, 아델>과 여성에게 강요되는 모성과 숨겨진 존재로서 여성을 조명한 작품 <달콤한 노래> 이후 세 번째 만나는 작품이다. <달콤한 노래>는 강요 받는 모성, 경력 단절 여성, 산후 우울증을 겪는 어머니, 계급적 소외를 겪는 빈곤층의 이야기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나고, <그녀, 아델>은 성의 성욕에 비해 은폐되고 다뤄지지 않았던 여성의 성욕과 정면으로 마주하게 하는 파격적이고 도발적인 작품이었다. 슬리마니는 단 두 번째 작품으로 113년 공쿠르상 역사상 12번째 여성 작가로 이름을 올렸고, 그녀의 작품은 여성에 관한 가장 현재적이고 세계적인 소설로 평가받고 있다.  

2016년 독일 쾰른에서 무슬림 이민자들이 유럽 여성을 성폭행한 사건이 크게 보도된 이후, 모로코 출신인 레일라 슬리마니는 여성의 욕망이 가장 금기로 여겨지는 자신의 고향에 가서 그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로 결심했다. 바로 그 결과물인 이 책은욕망을 품을 권리조차 가져본 적 없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슬리마니의 영원한 주제인여성에 대해 소설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는 이 책은 무슬림 사회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걸쳐 있는 여성 문제에 관한 모순과 부조리를 고발하고, 나아갈 방향에 이야기한다.

 

 

그 모든 상황들은 거대한 위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수치심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한다는 변명 아래 그 누구도 범죄를 고발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여성들이 더 자유롭게 사는 사회가 반드시 종교를 거스르는 사회는 아니라고, 그건 반대로 여성들을 오히려 더 잘 보호해주는 사회인 거라고 나는 설명한다. 놀랍게도, 보모도 인정한다. 그리고 하시는 말씀.

"이 모든 건 이슬람교의 문제가 아니야. 원인은 딱 한 가지지. 남자들이 문제야."   p.108~109

 

레일라 슬리마니의 바람은 자신을 찾아온 여성들의 마음속 이야기들을 가공 없이 날것 그대로 내보내고 싶다는 거였다. 파르르 몸이 떨릴 정도로 강렬함을 남긴 말들, 때로는 흥분시키고 때로는 감동을 준 이야기들, 분한 마음에 당장이라도 들고 일어서고 싶게 만들던 이야기들. 많은 남성과 여성들이 똑바로 바라보기보다는 외면하고 싶어 하는 이 사회 속 삶의 고통스러운 파편들을 세상 밖으로 내보내고 싶었다고 말이다. 종교와 남성 중심 사회로 전락한 모로코의 문화, 성적 자유가 없는 사회에서 나고 자랐다는 사실로 인해 섹스는 강박의 대상이 되어 버렸다. 그러한 모로코 사회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는 행동은 굉장히 용감무쌍한 행동이었다는 걸, 독자들이 알아주었으면 한다고 그녀는 서두에 밝히고 있다.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모로코뿐 아니라 알제리와 튀니지 등에서 살고 있는 여러 방면의 사람들이다. 레일라 슬리마니는 독립 라디오 진행자, 저널리스트, 경찰, 교수, 영화 감독, 매춘부, 의사, 페미니스트, 자신의 독자 등을 인터뷰했다. 모로코에서는 동성애, 매춘, 혼외 정사가 법으로 금지돼 있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 실제로는 드물지 않게 일어나고 있다. 그리고 재력이 있고 성 문제에 대해 제한을 받지 않는 남성들은 마음껏 성을 이용하고 착취한다. 반대로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 가난한 여성들은 위험한 상황에 노출될 뿐만 아니라 성적으로 착취당하고 있다. 이것이 비단 모로코를 비롯한 이슬람 국가들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우리 사회 역시 여성, 성 소수자, 빈곤층 등 사회적 약자에게 유사한 문제들이 숱하게 일어나고 있으니 말이다. 레일라 슬리마니는 말한다. 모로코, 대한민국, 그리고 세계의 여성들에게, “여성의 욕망할 권리는 곧 여성의 인권이다.” 라고 말이다.

이 책은 그렇게 모든 여성들의 삶은 더 없이 중요하며, 또 중요하게 다루어져야만 한다고 시종일관 이야기하고 있다. 레일라 슬리마니의 영원한 주제가 바로 '여성'이라는 것을 더할 나위 없이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책이기도 하다. 그녀의 다음 소설이 더 기대가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늦가을 무민 골짜기 토베 얀손 무민 연작소설 8
토베 얀손 지음, 최정근 옮김 / 작가정신 / 2019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을이 조용히 겨울을 향해 가는 시간은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었다. 자신을 지키고 보호하는 시간이자, 필요한 무엇이든 창고에 그득하게 채워 넣는 시간이었다. 가지고 있는 물건을 모두 모아 가까이에 두면 마음이 놓였는데, 온기와 생각 그리고 중요하고 가치 있고 심지어 친숙하기까지 한 나만의 것을 깊은 구덩이 안에 묻어 놓고 내 손으로 지킬 수 있었다. 이제 추위와 폭풍우와 어둠이 몰려들어도 문제없었다.    p.12

토베 얀손이 26년에 걸쳐 출간한무민시리즈 연작소설 전체 여덟 편이 완간 되었다. 이 작품은 그 중 마지막 여덟 번째 작품이다. 마지막 작품은 작가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직후 그 빈자리를 견딜 수 없어 쓴 작품이다. 무민 가족이 외딴 등대섬으로 떠난 뒤 텅 빈 무민 골짜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로, 무민 가족이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는 유일한 무민 시리즈라고 할 수 있다.

여름의 풍경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던 사랑스럽고 조그마한 것들이 모조리 사라지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자 따로 살아가던 이들이 무민 골짜기로 모여든다. 가을이 조용히 겨울을 향해 가는 시간, 문이란 문은 모조리 닫혔고, 곧 추위와 폭풍우와 어둠이 몰려올 것이다. 언제나 그래 왔듯이 머무르는 이와 떠나는 이가 있게 마련이었다. '이제 무민 골짜기 친구들이 모두 일어날 시간이군' 스너프킨은 쉬지 않고 고요한 숲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스너프킨, 밈블, 훔퍼 토프트, 필리용크, 헤물렌 그리고 그럼블 할아버지까지 모두 여섯. 명이 빈집에 찾아 든다. 어쩐 일인지 무민 가족의 집은 텅 비어 있었고, 가족들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집이란 뭘까.’

스너프킨은 바닷속으로 이어지는 좁고 가파른 계단에 앉았다. 바다는 고요했고 잿빛이었으며 섬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어딘가에 숨어 있는 무민 가족을 찾아서 집으로 돌아오게 만들기란 어렵지 않은 일인지도 몰라. 섬은 지도에 다 나와 있으니까. 거룻배는 물이 새지 않게 구멍을 막으면 되고. 하지만 왜? 그냥 내버려두자. 무민 가족들도 외따로 떨어져 있고 싶을지도 모르니까.’     p.132

피곤하고, 외롭고, 울적하고... 저마다 다른 이유였지만 각자 무민 골짜기에 대한 기억만은 정겹고, 따뜻하고, 즐거운 그것이었다. 그래서 걱정거리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무민 가족이 사는 평화롭고 행복한 무민 골짜기를 찾아 온 것이었는데, 그들을 맞이하는 것은 텅 빈 집뿐이었다. 하는 수 없이 그들은 모두 주인 없는 빈집에 머물며 언제 올지 모르는 무민 가족을 기다리기로 한다. 그렇게 집 안이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지만, 어떻게 보면 집은 여전히 비어 있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하나부터 열까지 너무도 다른 이들 여섯 명이 한 지붕 아래에서 무민 가족이 돌아올 때까지 잘 지낼 수 있을까.

이 작품의 원제는무민 골짜기의 11이다. 낙엽들이 바닥에 가득하고, 나무들은 휑해지고, 스산한 바람 소리가 겨울을 불러오는 가을의 끝자락이다. 행복하고 자유분방하며 너그러운 무민 가족이 없는 집에서 여섯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불협화음의 소리는 어쩐지 외롭고, 쓸쓸하게 느껴진다. 더 이상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엄마를 위해 글을 쓴 작가의 심정이 투영되어 있어서 인지도 모르겠다. 토베 얀손은 56세에 발표한 이 작품을 끝으로 무민 시리즈를 더는 집필하지 않기로 했었기에, 더욱 이 작품이 마지막이라는 느낌이 투영된 고독하고 쓸쓸한 분위기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다행히도 이 작품이 토베 얀손의 마지막 작품이 되진 않았지만 말이다. 이 작품에서 언제 나타날지 알 수 없었던 무민 가족은 끝내 등장하지 않고 이야기가 끝이 나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무민파파가 걸어 놓은 남포등이 빛나는 모습을 보여 준다. 배는 아주 멀리 있었지만, 그들이 곧 도착할 거라는 생각이 들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