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포스팅에서 푸바오가 성장하는 과정을 봤었는데 오늘은 이제 곧 어른이 되는 푸바오를 보게 됩니다. 시간이 참 빠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사육사 할부지 눈에는 그저 애기로만 보이나 봅니다. 자식들이 성인이 되고 다 커도 부모님들의 눈에는 그저 사랑스런 내 새끼로 보는 것과 비슷한 느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육사 할부지가 푸바오에게 플레이봉이라는 걸 만들어주었는데, 이는 판다가 나무를 잘 오르는 습성을 잘 유지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제작한 특별 선물입니다. 푸바오가 처음에는 두려워 했지만, 매일 연습을 통해 나무 타기 선수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플레이봉 위를 자유자재로 오가는 걸 보면서 이 책의 독자인 사람들도 뭐든지 연습하면 푸바오처럼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의 메시지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페이지 우측 하단에 첨부된 QR코드를 인식해서 해당 부분(플레이봉 제작과정 및 푸바오가 즐거워하는 부분)의 영상을 보면서 책 내용을 좀 더 실감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판다의 일생에 비추어 보면 푸바오는 곧 어른이 됩니다. 봄의 꽃, 여름의 녹음, 가을의 낙엽과 겨울의 눈까지 사계절을 돌아 내면서 그동안 조금씩 어른이 될 준비를 해 왔지요. - P89

엄마 젖을 먹던 아기가 이제는 당근과 사과, 워토우까지 먹으며 할부지도 당해 내지 못할 힘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는 온몸으로 세상과 부딪치며 살아가야 하겠지요. - P89

할부지 눈에는 아직도 귀염 뿜뿜 아기 판다 같은걸! - P89

푸바오에게 플레이봉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판다는 원래 나무를 잘 오르고 그 위에서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는데, 푸바오가 판다의 습성을 잘 유지하길 바라는 할부지의 선물입니다. - P93

처음에는 높이 오르기를 두려워했지만 매일 조금씩 연습하다 보니 푸바오가 어느새 플레이봉 위를 자유자재로 오가더군요. - P93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지만, 지금처럼 한 걸음 한 걸음 될 때까지 하다 보면 무슨 일이든 잘하게 되겠지요? - P93

나무 타기도 두려워하지 않는 걸 보니 앞으로 어려운 일이 닥치더라도 푸바오가 멋지게 해결할 수있을 거란 믿음이 생깁니다. - P93

우리 조금씩 더 앞으로 나아가 보자꾸나. - P93

푸바오는 어릴 때 엄마를 잘 보고 배운 덕분에 대나무와 죽순은 물론 사과, 당근, 워토우까지 어떤 음식이든 가리지 않고 잘 먹습니다. - P99

골고루 먹는 식습관 덕분에 푸바오는 아주 건강한 판다가 되었습니다. - P99

골고루 잘 먹는 것과 건강한 생활이 아주 관계가 깊다는 걸 아마 푸바오도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 P99

귀엽고 예쁜데 잘 먹기까지 하다니, 푸바오는 정말 착한 판다야!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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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업계인, 철학자, 스파이
김영준 지음 / 민음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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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몰랐던 작가나 작품들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또한 출판업계가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지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고 철학자 파트에선 삶에 적용해볼만한 생각들을 접할 수 있어 유익했다. 마지막 스파이 파트에선 존 르카레와 그의 작품에 관한 내용들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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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글의 제목은 ‘잠깐 쉬는 바람에‘라는 것인데, 앞선 포스팅에 나왔던 존 르카레에 관한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독자인 나는 글을 읽으면서 계속 존 르카레의《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라는 소설에 대한 설명과는 별개로 도대체 왜 제목이 ‘잠깐 쉬는 바람에‘ 일까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었는데, p.295에 밑줄 친 문장에서 글쓴이의 의도를 비로소 짐작할 수 있었다. 글쓴이가 이 소설의 핵심 주제와 관련이 있어서 제목을 이렇게 지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제목에 대한 논의와는 별도로 p.296에 밑줄 친 문장은 조직이라는 것에 속해있는 개개인이 어떻게 처신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들었다. 단지 자기자신의 생존의 차원을 뛰어넘어 조직에도 필요한 일이 진정 무엇인지를 독자들이 고민해보게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각국의 영문학자들이 주인공인 데이비드 로지의 소설 『교수들』(1984)에는 셰익스피어의 첫 일본어 번역의 희한한 제목들을 부끄러워하는 일본인 번역가가 나온다. - P286

유명한 고전의 상당수가 제목부터 번역이 잘못되었다는 식의 이야기를 우리는 주기적으로 접하게 된다. 존 르카레의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The Spy Who Came infrom the Cold)》도 그런 지목의 대상이 되었는데, 제목을 ‘현업에 복귀한 스파이‘로 해야 옳다는 주장이 있다. - P287

위대함은 보통 자기가 깨닫지 못할 때 달성되는 듯하다. - P287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이하 『추운 나라』) - P287

『추운 나라』는 영국 베스트셀러를 넘어 곧 국제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영국추리작가협회상(대거상)과 미국추리작가협회상(에드거상)을 다 받았다. 두 상을 석권한 건 이 소설이 처음이다. - P287

그레이엄 그린은 "내가 읽은 최고의 스파이 소설"이라고 찬양했다. 그 뒤 모든 판본의 표지를 장식하게 될 이 찬사는 원로 작가 J. B. 프리스틀리의 찬사("최고의 구성, 차가운 지옥의 분위기")와 함께 당대의 흥분을 간직하고 있다. - P288

초기의 장르 소설과 후기의 문학적인 소설이 상호 보증하면서 양자가 점진적으로 더 많은 신용을 획득하는 식으로 이루어진 것 - P289

‘순수함‘을 보증하는 쪽, 즉 더 많은 보증의 책임을 진 쪽은 초기의 소설 『추운 나라』이다. 그 이유는 단순한데, 이 책이 많은 사람들의 어린 시절의 기억과 얽혀 있다는 데 있다. - P289

cold는 여러 뜻을 가진 형용사이다. 춥다, 차갑다 말고도 은퇴했다. 현업에서 떠났다는 뜻도 있고, 길을 잃었다. 준비가되지 않았다는 뜻도 있다. ‘워밍업‘ 할 때 그 warm의 반대편의미로 말이다. 이런 용법은 컴퓨터를 전원이 꺼진 상태에서 처음부터 다시 켜는 ‘콜드 부팅‘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 P289

원어가 중의적이더라도 번역은 선택을 해야 한다.《추운 나라》는 cold의 가장 익숙한 뜻 ‘춥다‘를 택한 번역이다. 이런 선택의 강점은 일차적인 뜻이 파생시키는 여러 의미들을 가장 많이 붙들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차가움 - 냉혹-냉전으로 이어지는 의미의 연쇄는 이 소설이 냉전의 절정기에 등장했다는 시간적 맥락을 부여한다. - P290

‘나라‘의 추가는 스파이에게 국제적인 임무를 기대하는 독자들, 특히 스파이라는 말 자체를 외국어로 수입한 동양의 독자들의 상상에 부합했다. - P290

the cold라는 어구는 소설 초반 주인공 리머스와 상관 컨트롤의 두 번의 면담 중에 나온다. 컨트롤은 말한다. "사람이 영원히 추운 곳에만 있을 수는 없지 않겠나?" - P291

"이것이 자네의 마지막 임무일세. 그러고 나면 자네는 추운 곳에서 돌아올 수 있게 되는 거지." - P292

추운 곳은 고생스러운 정보부 업무 또는 직장 생활 자체를 가리키는 말이 된 듯하다. - P292

(대부분의 모호한 제목들은 본문 속에서는 어떤 뜻인지 밝혀진다.) - P292

그(컨트롤)의 목적은 가능한 한 the cold라는 말의 편리함을 유지하는 것이고, 그 편리함은 모호함에서 나온다. 지금 그가 행하는 것은 ‘설득과 약속‘인데, 리머스의 동의를 받아 낼 수만 있다면 the cold가 무슨 뜻으로 받아들여지든 컨트롤로서는 아무래도 좋은 것이다. - P293

컨트롤 덕분에 우리는 리머스의 직업적 상황이라는 주제에 눈을 돌리게 된다. 그때 떠오르는 또 하나의 번역이 서두에 적었던 ‘현업에 복귀한 스파이‘이다. - P293

‘현업에서 떠나 있다‘는 앞에 열거했던 cold의 여러 뜻 속에들어 있던 것이다. 여기에 ‘돌아오다‘를 붙이면 ‘현업에서 떠났다가 복귀한 스파이‘라는 제목이 얻어진다. 흥미로운 점은 컨트롤과 리머스의 면담에서 암시된 의미인 ‘외근, 바깥에서의 고생, 또는 직업 그 자체로부터의 해방‘과 정반대의 뜻이 되었다는 것이다. - P293

은퇴와 복직은 르카레의 전 작품에서 하나의 상수로 존재하는 주제 - P294

이 책은 인간이 공백기를 갖는다는 것, 정신이 해이해진다는 것에 얼마나 중대한 의미가 있는지에 관한 소설이다. 그가 계속 조직에 있었다면 아무렇지도 않게 해치웠을 일들이 있었다. 하지만 잠깐 인간으로 돌아온 뒤 그건 불가능한 일이된다. - P295

르카레는 말한다. 인간은 뜻하지 않게 서툴러진다. 그런데 그건 결함이라기보다 안전장치인 것이다. - P295

발표 당시《추운 나라》는 비도덕적인 조직과 그에 철저히 농락당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단지 그 얘기뿐이었다면 이 소설의 긴 여행은 꽤 오래전에 멈추었을 것이다. - P295

우리가 생각처럼 간단히 비인간화되지 않는 존재이며 늘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는 무수한 계기가 주어져있다는 건 희망을 준다기보다는 두려운 이야기이다. 그 계기가 존재하는 한, 인간은 더 이상 타인과 조직에 책임 전가를 할 수 없고 자기 행위를 온전히 책임져야 한다. - P295

르카레의 윤리학을 응용하자면, 우리는 의식적으로도 서툴고 생경해질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인간이기를 유지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조직에도 필요한 일이다. 숙련자와 동조자에만 익숙한 조직은 이미 병든 것이기 때문이다. - P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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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포스팅에서 조지 블레이크가 ‘자신이 봉사하는 사회 계급으로부터 소외되어 있었다‘는 글이 나왔었는데 그 내용과 관련된 내용이 이어진다. 읽으면서 배신의 참된 본질이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조지 블레이크의 말처럼 과연 ‘속한 적이 없으면 배신이 아닐까?‘ 이것은 조직 속에서의 존재감과도 연관지어 생각해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독자인 나는 조지 블레이크의 주장이 ‘자신은 원래 조직에서도 딱히 존재감없이 소외되어 있던 존재였기에 애초에 배신이라는 단어가 허용될 수 없는 존재이다.‘라고 말하는 것으로 이해했고, 아마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대부분 이런 식의 해석을 수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근데 좀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조지 블레이크는 조직에서 실질적인 존재감이 미미했다 하더라도 어쨌든 자신이 명목상 속해있는 조직과 적대하고 있는 조직에 불리한 영향을 끼친 것은 분명하기에 이것이 배신이네 아니네 하면서 논란이 되는 것이다. 그냥 이것을 단순한 개인의 행동으로 치부할지 아니면 명목상 소속된 조직의 사람이니 배신이라고 봐야할지는 쉽사리 결정하기 힘든 논쟁거리가 아닐까 싶다.

위에 언급한 배신자 논쟁과는 별개로 애초에 논쟁의 여지가 없는 확실한 배신자들도 있었다. 이들은 ‘케임브리지 5인조‘ 라고 불린 사람들이었는데, 그중 필비나 버제스 같은 인물들은 오늘날 영화나 다큐멘터리의 인기 있는 소재가 되기도 했지만, 배신자 논쟁이 있었던 블레이크같은 인물의 경우에는 그렇지 못했다고 한다. 저자는 이러한 것과 관련하여 p.260에 밑줄 친 마지막 문장에서 블레이크의 어정쩡한 포지션에 대한 아쉬움을 살짝 나타내는데, 독자인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문득 우리나라 정치판이 생각났다. 어느 특정 당을 막론하고 정치인들을 보면 캐릭터가 확실하고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들은 그 캐릭터가 좋은 쪽이든 안좋은 쪽이든 관계없이 대중들에게 각인되고 인지도도 높아지는 반면 캐릭터가 어정쩡해서 그저 이리저리 눈치만 보는 사람들은 대중들의 눈밖에 나고 인지도도 그닥 없어서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미미한 경우들이 많다.

오늘 읽은 부분에 나오는 캐임브리지 5인조(배신자 혹은 간첩 집단)와 조지 블레이크의 이야기를 통해 좋은 이미지든 안 좋은 이미지든 관계없이 확실한 개성이 있는 캐릭터가 오래도록 대중들에게 기억될 수 있다는 확고한 믿음 혹은 신념(?)같은게 생기게 되었다. 어정쩡한 포지션은 어찌어찌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대중들에게 높은 인지도를 얻기에는 쉽지 않은 포지션인듯 하다. 이런 걸 보면 다 좋은 것도 없고 다 나쁜 것도 없다는 말인 ‘모든 것에는 일장일단이 있다‘는 말이 다시금 떠오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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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나오는 ‘욕망의 리스트‘라는 제목의 글은 삶의 유한함이라는 제약하에서 우리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들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고 독자 개개인이 각자의 리스트를 정리해보도록 하는 내용이었다. 맥나마라 라는 사람의 말을 인용하여 생각을 종이에 쓰는 것의 중요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워런 버핏의 인생목표 정리법을 소개하며 우리 인생에 남아있는 시간이 결코 무한하지 않음을 상기시켜준다. 또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리스트업하는 와중에 자신이 미처 생각지도 못한 욕망들이 있었음을 발견하게 되는 경우들도 있음을 독자들에게 소개하면서 앞서 소개한 맥나마라가 얘기했던 적는 것의 중요성을 독자들의 마음 속에 되새겨주고 있다.


뒤이어서 ‘아홉 개의 빈 방‘이라는 제목의 글이 나온다. 과거 유사과학에서 인간이 뇌의 10%만 사용한다는 것에 착안해 지은 제목인듯 한데, 근래의 연구에 따르면 이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얘기들이 나왔다고 한다. 글쓴이는 여기서 책에 대한 얘기로 논의를 이동시키는데 p.267에 밑줄친 문장 중에 집의 책 90퍼센트가 놀고 있다는 얘기를 읽으면서는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아, 나만 그런게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바로 떠올랐다.

또한 이와 관련하여 공간을 차지하는 것에 대한 생각도 간단히 논하는데, 각종 정리니 무슨 미니멀리즘이니 하는 것들이 생각나는 글이었다. 과연 나는 내가 머물고 있는 공간을 얼마나 잘 활용하고 있는지, 잘 쓰지도 않는 불필요한 것들로 채우고 있지는 않은지 등을 점검하고 물건들을 사용목적에 맞게 정리해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의미가 있을 듯 하다.


다음에는 ‘현실감‘이라는 제목의 글이 나온다. 권투얘기부터 해서 이런저런 얘기들이 나오는데 특별히 p.271에 밑줄 친 문장이 뭔가 핵심적인 메시지처럼 느껴졌다. 저자가 살아오면서 느꼈던 것이라고 하는데 일종의 직관적인 깨달음이라는 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느꼈던 것 같다. 현실감이라는 게 ‘충격적인 깨달음의 결과가 아닌 하나하나 노력해서 얻고 유지하는 것에 가깝다‘는 저자의 고백은 삶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 매사에 성실해야 함을 의미한다고도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참고로 성실함에 있어서 방향성이 올바라야 한다는 전제는 디폴트 값이다. 아무리 성실해도 방향성에 일관성이 없으면 그 성실은 제자리걸음에 그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뒤이어서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에 대한 회상‘ 이라는 제목의 글이 나온다. 이것은 지금 읽고 있는 이 책의 제목인 『작가, 업계인, 철학자, 스파이』의 근원이 된 제목이기도 하다. 이는 저자가 이 책의 ‘들어가는 말‘에서 직접 밝힌 바 있다. 어찌됐든 껍데기는 그렇다 치고, 여기서 중요한 것은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라는 책이 정말 일반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팔렸다는 점이다. 처음에 첫 인쇄본이 전량 소진되는데 무려 6년이라는 시간이 걸려서 절판도 진지하게 고려했던 책이었는데, 계약기간 말에 동일한 제목의 영화가 개봉하면서 이에 편승하여 책 판매도 증가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글쓴이는 출판사에 오랜 기간 근무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p.277에 밑줄 친 것처럼 책이란 게 어떻게 팔릴지 알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또한 책 판매의 성공을 위해서는 적절한 시기에 영화의 개봉과 같은 우연이라는 요소가 꼭 필요하다고 글쓴이는 말한다. 글의 마지막 부분에서 책 장사의 본질에 대해 간단히 언급한 뒤 우연의 중요성을 다시금 강조하며 글이 마무리된다.

책 장사의 본질은 허영과 욕망을 파는 것이라고 하는데, 이에 대해 좀 더 깊이있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었고, 우연이라는 우리가 소위 말하는 ‘운‘이라는 외부적인 요소도 책 장사의 성공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뒤이어 나오는 글은 앞서 언급한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의 작가인 존 르카레의 또다른 작품인 『실버뷰』라는 것과 관련된 글이다.

글쓴이는 먼저『실버뷰』에 등장하는 핵심인물들에 대해 간략히 설명한 뒤, 이 소설의 작가인 존 르카레에 관한 이야기들을 이어나간다. 이런저런 얘기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특별히 이『실버뷰』가 르카레 사후에 그의 아들에 의해 발표되었다는 게 인상적이었다. 르카레의 가족사를 보면 약간 비극인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르카레의 아버지가 사기 사건으로 체포되었다는 것인데, 르카레가 이러한 아버지 문제를 청산하기 위해 썼던 글이 바로 『실버뷰』라는 작품이었다고 한다. 근데 청산을 온전히 하지 못한채 죽음에 이르렀으니 이것도 참 안타까운 일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그가 죽고난 후 그의 아들이 이 미완성의 작품을 유고작의 형식으로 출간했다고 하니 후대를 이어가는 것이 참 귀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만약에 르카레에게 자식이 없었다면 『실버뷰』라는 작품은 이 세상에 나오지도 못하고 사라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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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르카레와 관련하여 연이은 2개의 글로 인해 그의 작품을 찾아 읽어봐야 겠다는 호기심이 생겼다. 아마 이 에세이 집의 저자분께서도 이런 효과(?)를 어느정도는 의도하고 글을 쓰셨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뭐 아닐수도 있겠지만 내 주관적인 생각이 그렇다는 거다.) 근데 어쩌면 내가 그 미끼(?)를 제대로 문 것 같기도 하고 혹은 내가 낚인건가 싶기도 하다. 과정이 어떠했든 간에 결과적으로 지적 호기심에 불이 지펴진 것은 틀림없다. 인간의 호기심이라는 게 이렇게 강력한 힘이 있다는 걸 다시금 몸소 느낀다.

이런 말이 블레이크에게 큰 위안을 주지는 않았을 것같다. "아! 그는 비주류 출신이니 이해해 줘."가 당사자에게 좋게 들릴 수 있는 경우를 상상하기는 힘드니까. 그렇지만 블레이크 자신의 말 "속한 적이 없으니 배신이 아니다." 역시 수치스럽게도 그와 정확하게 같은 말이었다. 그건 설명이라기보다는 ‘양해의 말씀‘에 가까웠다. 확신범이라면 딱히 하지 않아도 될 얘기였다. - P259

오늘날 필비나 버제스 같은 5인조의 인물들은 영화나 다큐멘터리의 인기 있는 소재가 되었다. 그 인기는 아버지 세대에 반항하는 록스타에 대한 선호와 비슷한 점이 있다. - P259

이들(필비와 버제스)이 개인으로서 비정치적인 매력을 획득한 것, 블레이크는 그렇지 못한 것, 그 차이는 어디서 온 것일까. 필비와 버제스는 자신을 배신자라고 인정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지도 않았고 정당화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아마 그래서 그들은 좋게든 나쁘게든 개인의 영역으로 진입할 수 있었나 보다. 그러나 자신이 정말 배신자가 아닐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어느 보호막 뒤에 서 있기를 선택한 인생에게는 그런 출구가 허락되지 않는 것 같다. - P260

말로 해 보거나 종이에 써 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다. - P261

케네디 행정부의 국방장관을 역임한 맥나마라는 포드사 사장 시절 이렇게 말하곤 했다. "생각을 종이에 적어라. 아직 종이에 쓰지 않았다면 너는 그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이다." 명쾌하지만, 이건 종이에 적기 전의 생각이 전혀 그럴듯한 꼴이 아니라는 뜻일 뿐, 아예 없다는 판정이 아니다.
그 생각ㅡ부족하고 막연한 의식의 덩어리ㅡ도 존재는 한다. 단지 그 덩어리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알려면 종이에 써보는 수고를 할 수밖에 없다. - P262

사업가 워런 버핏의 인생목표 정리법 - P262

먼저 자신의 인생의 목표 25가지를 적는다. 다 쓰고 나면 그중 가장 중요한 다섯 가지를 고른다. 이것이 ‘목표‘이다. 나머지 20개를 따로 옮겨 적는다. 그리고 제목을 이렇게 쓴다. ‘무슨 일이 있어도 하지 말아야 할 20가지. - P262

즉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턱없이 짧다는 것이다. 생각했던 것의 5분의 1밖에 안 된다. - P262

보통 때는 잘 안 떠오르는, 예컨대 수줍은 나머지 여러 항목 속에 섞여서가 아니면 결코 혼자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욕망도 있는 것이다. 이런 것들을 알아보고 이름을 불러 주는 것은 정신 건강에도 유익할 것이라 생각된다. - P263

나는 바르트의 다음과 같은 말이 늘 재밌었다. "상실 뒤에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느끼고 뭐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떠올린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욕망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 P263

욕망은 매우 수줍지만 교활하기도 하다. 스파이나 마피아 두목처럼 감시가 소홀한 틈을 정확히 이용할 줄 안다. - P263

삶이 유한하다는 사실 - P264

뇌의 90퍼센트가 놀고 있다는 것은 거짓이지만 집의 책 90퍼센트가 놀고 있다는 것은 매우 높은 확률로 진실이라는 것이다. - P267

언제부터인지 우리는 ‘자리만 차지하는 모든 것들‘에 대한 보편적인 적대감에 매우 익숙해졌다. 정치에서든 생활에서든 말이다. - P267

체험되기 전에는 이해될 수 없기 때문 - P267

부재를 슬퍼하는 것보다는 옆에서 행복감을 얻는 편이 훨씬 나은 법 - P268

점수든 횟수든 뭔가를 세면서 보는 건 몰입도를 높이는 좋은 관전법 - P270

살아갈수록 현실감은 어떤 충격적인 깨달음의 결과라기보다는 하나하나 노력해서 얻고 유지하는 것에 가깝다고 느끼게 된다.  - P271

그저 그가 할 수밖에 없는 일을 한다는 느낌 - P272

그는 살려고 하기 때문에, 일단 익숙한 것에 집중하려고 최선을 다한다. 나는 이런 노력이 그리 높이 평가받지 못하리라는 걸 안다. - P272

아마 그렇겠지만, 다음 라운드에서도 현실감을 한 점 한 점 따내야 하는 과정은 다시 시작되고, 그 일에 딱히 아무도 면제되지 못하리라는 것 역시 진실이긴 하다. - P272

기획자에게는 상업적인 감각과 의사소통 능력이 요구되는데, - P274

편승이란 이미 잘되고 있는 것 위에 슬쩍 올라타는 일인데, - P274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와 『팅커』 - P275

업계인들이 알다시피 어떤 책이 출간되고 모두가 행복해지는 얘기 같은 건 없다. 진짜 민망함은 이제부터인데『팅커』가 너무 안 팔린 것이다. - P276

초쇄가 소진되는 데는 육 년이 걸렸다. 회사에 미안했다. 판매가 이 정도라면 저작권 계약 연장을 하지 않는 게 정상이다. 다른 일이 없었다면 책은 절판되었을 것이다. - P276

2011년 9월 게리 올드먼과 콜린 퍼스 등이 주연한 동명의 영화가 영국에서 개봉했다. 『팅커』라는 책의 운명은 다시 예정된 궤도를 벗어난다. 연말부터 반응이 달라지더니 2012년 2월 국내 개봉 후에는 외국 소설 베스트셀러 순위에 등장하게 되었다. - P276

몬티 파이선식의 개그로 표현하면, 잘생긴 영국 남자 배우가 두 명, 앗 아니 세명, 앗 아니 네 명, 앗 아니 다섯 명……… 출연해 준 덕이다.  - P276

내가 읽을 때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호모에로틱한 요소가 그렇게 강렬한 반응을 일으키고 새로운 르카레 독자 유입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될 줄은 상상 못했다. - P277

책이란 게 어떻게 팔릴지 알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생각이든다. - P277

"무언가를 소망하기를 멈추는 순간 당신은 그것을 갖게 된다." 앤디 워홀의 말이다. 이 말은 점쟁이의 말과 비슷해서 누구나 자기 삶에서 적합한 예를 두어 개는 떠올릴 수 있다. - P277

어쨌든 우연은 꼭 필요한 것이다. 헌책방에서 《팅커》를 발견했을 때의 계시 같은 느낌은 그게 우연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발생한다. - P277

책 장사는 결국 허영과 욕망을 파는 것인데, 우연이라는 요소가 한 축이 되지 않으면 욕망은 성립하지 않고 무너진다. - P278

자신에게 중요한 책 몇 권과의 만남을 회고해 보는 사람은 그 책들이 실로 우연히, 난데없이 등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 P278

존 르카레의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이하 『팅커』) - P273

르카레 소설의 리얼리티가 정보부 근무 경험에서 비롯된다고 흔히 말하지만, 작가 본인은 그걸 내세울 만한 일로 여기지 않았다는 것은 강조되어야 한다. 중요한 건 묘사되는 감정의 진실성이지, 조직 배치도나 용어의 사실 부합 여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 P281

르카레는 진짜보다도 더 그럴듯한 스파이 용어들을 창조해 냄으로써 이미 자신의 작가로서의 능력이 경력상의 이점을 초과함을 증명해 보였다. 그 용어들은 뒷날 실제 정보 세계에서 사용하는 말이 되었다. 결국 스파이 소설가가 되기 위해 정보부에 근무할 필요는 없다. 그건 이 장르의 역사가 보여 준다. - P281

현대스파이 소설의 아버지 에릭 앰블러도, 르카레의 동년배 라이벌 렌 데이턴도 상상으로 스파이 업무를 그렸을 뿐이다. 오히려 정보장교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이언 플레밍은 007시리즈라는, 리얼리티에 치중했다고 볼 수 없는 소설들을 써내고 있었다. - P281

『실버뷰』는 르카레 사후에 미완성 원고로 발견되었다.
2021년 역시 작가인 아들 닉의 손질을 거쳐 출간되었다. - P281

 닉에 따르면 『실버뷰』는 쓰다가 만 소설이 아니다. 원고는 완성되어 있었다. 단지 르카레가 육 년 가까이 이 원고를 계속 수정하면서도 발표할 결심을 하지 못한 것뿐이다. - P281

 이것은 어느 의미로 볼라뇨 사후 발견되는 미완성 작품들과도 비슷하다. 겉으로는 이미 완성되어 있고 정서까지 끝나 있지만, 좀 더 확장과 심화 작업이 있기를 기대하며 작가가 서랍 속에 넣어 놓은 작품 말이다. - P282

실버뷰는 데버라와 에드워드 부부가 살고 있는 저택 이름으로, 독일어 ‘질버블리크‘를 직역해서 에드워드가 붙인 것이다. 질버블리크는 니체가 미쳐 버린 뒤 여동생의 간호를 받으며 살던 집이다. 이곳에서 인종주의자인 엘리자베트는 오빠의 사상을 난도질하며 뒷날 민족사회주의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형태로 왜곡시켰다. - P282

에드워드/르카레의 경고는 이런 것이다. 영국인들은 나치와 싸웠지만, 이들도 자신들만의 과거에 집착해 섬 바깥으로 나오기를 거부하는 한 나치와 비슷하게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것이다. - P282

데버라는 총명한 학자지만, 자신의 애국심이 자신의 부족에 대한 일체감에 기초하고 있음을 고백한다. 이는 불길한 징조이다. - P282

『워더링 하이츠(Wuthering Heights)』, 『하워즈 엔드(Howards End)』 등 집 이름을 제목으로 택한 영국 소설들이 그렇듯 『실버뷰』 역시 ‘누가 영국을 상속할 것인가?" 라는 문제를 다룬다. - P283

끝에 실버뷰를 물려받게 될 젊은이들은 앞 세대들보다 훨씬 솔직하고 관용적이며 다문화적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르카레의 기획이 그 이상 뚜렷하게 드러나기도 힘들겠다고 느끼게 되는 지점에 도달한다. 이 젊은이들의 영혼이 데버라와 에드워드 중 어느 쪽을 더 닮았는지, 작가는 오해의 여지가 없게 표시해 두었다. - P283

르카레 소설의 독자들은 ‘나는 네 아버지를 알고 있다‘ 라는 말의 불길한 의미에 익숙하다. 실제로 로널드 콘월(르카레의 본명인 데이비드 콘월의 아버지)은 사기 사건으로 체포되어 수감되었고, 가족들을 수치와 경제적 곤란에 빠뜨렸다. - P284

르카레가 지배계급의 말석에 앉는 게 허락되었을 때 정체를 숨기는 직업, 스파이를 택한 것은 불가피한 선택처럼 보인다. - P284

르카레는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말한 적이 있다. "내가 자주 느끼는 감정이 있습니다. 아마 많은 아버지들이 같은 감정을 느끼는 것 같아요. 우리가 우리의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것을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으려고 존재하는 것 같다는 감정." - P285

어쩌면 『실버뷰』는 르카레를 평생 괴롭힌 ‘아버지 문제‘
를 최종적으로 청산하기 위한 시도였고, 그는 이를 대작으로 완성시킬 영감이 찾아올 날을 조용히 기다렸던 건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날은 오지 않았고, 『실버뷰』 곳곳에 뿌려놓은 그의 아버지의 형상을 수습하는 일은 작가 르카레를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는 그의 아들의 손에 맡겨졌다. - P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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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바오가 대나무를 먹고 소화시킬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는 것이 비로소 완전한 성장을 이루었다는 것을 뜻한다는 사육사 할부지의 얘기를 읽으면서 문득 부모님의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모든 부모님들이 자기가 길러낸 자식이 건강하게 무럭무럭 커가는 것을 볼 때 이와 유사한 마음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자녀들이 건강하게 자랄 때 부모의 마음에 평화가 찾아오는 것처럼 푸바오를 건강하게 길러낸 사육사 할부지의 마음에도 평화가 찾아온듯 합니다.

글 뒤에 푸바오가 대나무 잎을 손수 뜯어먹는 사진들이 나옵니다. 이 사진들을 보면서 자기 자식들이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만 봐도 사랑스럽다는 부모님의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 보다는 그냥 본능적인 사랑의 감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작은 일상들이 모여 행복이 될 거야 - P81

드디어 대나무를 먹기 시작했지요. 그동안 엄마의 행동을 따라 하며 조금씩 느껴 본 대나무의 향과 맛, 감촉 들을 이제야 제대로 맛보게 되었습니다. - P83

푸바오가 대나무를 맛있게 먹는 모습뿐 아니라 대나무를 먹고 눈 푸른 고구마 응가까지 제 눈에는 모두 예쁘게만 보입니다. - P83

탄생부터 성장, 임신과 출산까지 모든 과정이 힘들고 조마조마한 판다의 삶 중에서 대나무를 먹고 소화시킬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는 것은 비로소 완전한 성장을 이루었다는 것을 뜻합니다. - P83

마음이 한결 편해졌습니다. 무사히 유년기를 보냈다는 안도감과 아기 판다를 이만큼 잘 키워 냈다는 뿌듯함 때문입니다. 할부지의 이런 마음을 푸바오는 알고 있을까요? - P83

잘 먹고 잘 자라줘서 고마워.
네 덕분에 할부지는 마음의 평화를 얻었다! - P83

푸바오, 도대체 너의 귀여움의 끝은 어디니? - 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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