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도 어제와 마찬가지로 일단 스타트를 끊었다. 이 책의 일러두기란을 보니《라스트 울프》는 모든 문장이 쉼표로 이루어져 있으며 맨 마지막 문장에만 마침표가 찍혀 있다는 말과 함께 이것이 저자가 의도한 장치라는 얘기가 나온다.

이 얘기를 보자마자 개인적으로는 재작년에 노벨문학상을 받았던 욘 포세의 작품들이 문득 생각났다. 그의 작품을 이미 읽어보셨던 분들이라면 잘 아시겠지만, 마침표가 거의 없고 그대신 거의 모든 문장들의 끝에 쉼표가 나오기 때문이다. 욘 포세의 작품을 읽었을 때 독자인 나는 삶과 죽음이 끊어져 있지 않고 이어져있다는 것을 작가가 은연중에 시사하기 위한 도구로써 쉼표를 활용했다는 느낌을 받았었는데, 오늘 시작하는 이 작품에서는 어떤 의도로 저자가 쉼표를 사용한 것인지 한 번 생각해보는 것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여기 별도로 밑줄치진 않았지만 본문을 읽다보면 스페인 지명이 자주 등장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스페인 지명에 대한 배경지식이 많지 않은 관계로 다소 생소함을 많이 느꼈다. 인터넷에 지명들을 검색해보니 정확히 어딘지까지는 잘 모르겠으나 실제로 존재하는 곳으로 나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만약 스페인 지역에 대한 지리적인 배경지식이 어느정도 있는 독자라면 본문 내용이 조금이라도 더 익숙하게 느껴질 것 같긴 하다.

한편 오늘 처음 밑줄친 문장은 물론 어떤 의미도 있겠으나 표현이 굉장히 신박하게 느껴져서 적어보았다. ‘의도라는 악취가 원자 하나하나에까지 배어들었다‘는 표현을 어떻게 쓸 수 있었는지 참 신기하고도 놀라웠다. 저자가 과학 분야에도 어느정도 관심이 있지 않고서는 절대로 이런 표현이 나올 수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신박한 표현과는 별개로 본문에 나온 문장들이 전반적으로 약간씩 난해하게 느껴지는 건 문화차이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으나, 개인적으로는 작가의 의도를 명확히 이해하는 것이 그리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물론 최대한 이해하려고 노력은 해보겠지만 말이다.

다만 오히려 어둑한, 악마 같은 의도가 개입되듯, 무언가가 일들의 핵심 속에 깊이 박혀 있어, 일들 사이를 엮고 있는 관계의 편제 속에, 그들의 의도라는 악취가 원자 하나하나에까지 배어들었다, 이는 저주였다, 지옥살이의 한 형태, - P30

세상은 멸시감의 산물이라, 생각하기 시작하는 이의 뇌를 두드려대었다, 그리하여 그가 더 오래 생각할수록, 더 이상 생각하지 말자고 깨우치게 된 것이었다, -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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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이 반이라고, 어제는 동 저자의《사탄 탱고》, 오늘은 이《세계는 계속된다》를 시작해보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비교적 생소한 헝가리 국적의 작가님이다보니 어떤 그들 고유의 문화나 분위기 같은 것들이 쉽사리 적응되는 느낌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 문장 한 문장 읽다보면 국적을 불문하고 다 같은 사람들이기에,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부분들이 분명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제목과 목차만 보고 나름대로 추측해보자면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현실세계를 도피하고 싶다는 마음과 함께 한편으로는 화자의 그런 마음과는 별개로 이 세계는 계속된다는 명백한 진리를 깨닫는 뭐 그런 류의 이야기가 전개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해보게 된다. 물론 이런 나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전개될 수도 있겠으나, 개인적으로 얼마전 한강 작가님의 책들을 읽으면서 깊이 느꼈던 것 중의 하나는 바로 소설을 읽어나갈 때 뒤에 나올 내용들을 나름대로 예상하면서 읽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는 그 책에 대한 몰입도에 있어 상당한 차이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예측의 정확성과는 별개의 문제다.

소설 초반부에는 누군진 모르겠으나 화자가 자꾸 떠나야만 한다고 반복해서 말한다. 아마도 현재 자신이 속해 있는 현실 또는 주변 환경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보인다.

떠나, 지금 당장 떠나, 생각하지 않고 즉시 떠나, 그리고 돌아보지 마, 그저 미리 결정된 행로를 따라가, 시선을 앞으로만 고정하고, 물론 제대로 된 방향에 고정하고, 그렇게 고통스러울 정도로는 어려워 보이지 않는 선택, - P12

오른쪽으로 갈 수 있지, 그러면 실수하지 않으리라, 왼쪽으로도 갈 수 있지, 그런들 실수가 되지 않으리라, 서로 180도로 반대인 양쪽 방향 모두, 우리 내면에 있는 이 실용적 감각에 따르면 완벽하리만큼 좋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으므로, 그리고 여기에는 아주 좋은 이유가 있는데, 완전히 180도 정반대인 두 방향을 가리키는 이 실용적 지식은 욕망에 의해 판가름되는 프레임워크 안에서 작동하니까, 다시 말해, "오른쪽으로 가라"는 "왼쪽으로 가라"와 다름없는 말, 이런 두 가지 방향 모두, 우리의 욕망이라는 관점에서는 가장 먼 곳, 여기서부터 멀리 떨어진 곳을 가리키기 때문에, 그러니까 어느 방향으로 가든 도달할 수 있는 지점은, 더는 실용적 지식, 감각 혹은 능력이 아니라, 욕망, 그저 욕망으로만 결정되어, 현재 위치로부터 가장 먼 곳으로 가고 싶다는 것뿐만아니라, 가장 위대한 약속의 땅, 평온을 찾을 수 있는 곳으로 이동하고 싶다는 갈망, 확실히 평온이 가장 주된 요소일 것,
이것이야말로 한 사람이 그렇게 욕망하는 거리 속에서 찾으려 하는 것일 테니, - P14

그의 현재 상황을 떠올릴 때마다, 시작점을 떠올릴 때마다 그를 사로잡는 억압적이고, 고통스러우며, 광기 어린 소요로부터 벗어나는 평온, 그가 지금 있는 곳은 무한히 낯선 땅이며, 그는 그곳에서부터 떠나야 하니, 여기의 모든 것은 참기 어렵고, 차갑고, 슬프며 황량하고, 치명적이기에, -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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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기회가 되어 읽어볼 수 있게 되었다. 과연 어떤 내용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그냥 첫 이미지만 보면 사탄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서 그런지는 몰라도 뭔가 고통스러운 게 나올 것 같은 느낌이다. 어쨌든 일단 시작해본다.


"그러면 차라리 기다리면서 만나지 못하렵니다." _F.K. - P5

유리창에 갑자기 불분명한 물체가 보이더니 점차 사람의 꼴을 갖춰갔다. 처음엔 그게 누구의 얼굴인지, 놀란 두 눈을 볼 때까지는 알지 못했다. 이윽고 그가 알아본 것은 자신의 초췌한 면상이었고, 순간 놀라고 당황한 것은 비가 창유리 위의 얼굴을 지워내듯이 세월이 그에게도 똑같은 일을 할 것이라는 예감이 들어서였다. 그 모습엔 무언가 엄청나고 낯선 궁핍이 어려 있었다. 수치와 자부심 그리고 두려움이 겹겹이 층을 이루며 그에게로 다가들었다. - P27

"이제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가는 걸 보게 될 거야." - P35

아, 그리고 남편 말이, 돈은 훔쳐가려면 맘대로 하래요. 그런 건 우리한테 아무것도 아니래요. 그렇게 말했어요. 남편 말이 옳지요. 숨어 다니고 시치미 떼고 밤잠도 못 자고... 우린 그러고 싶지 않거든요. - P38

"짜증 내지 말라고. 보란 듯이 잘살 수 있게 될 테니까! 홍청망청 마음껏 즐기며 살 거야!" - P38

어지러운 생각들이 몇 분 동안 소용돌이치다가 허약하고 고통스러울 정도로 쓸모없는 문장들이 만들어져 나온다. 그것은 급조된 다리처럼 세 걸음만 걸으면 부서지는 소리가 나고 그다음 내딛는 마지막 발걸음에 와장창 무너지는 것이어서, 결국에는 지난밤 관인이 찍힌 소환장을 처음 받았을 때 빠져들었던 소용돌이 속으로 거듭해서 휘말려 들고 마는 것이다. - P42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잖아." - P46

"지나간 일은 잊어주기로 하지. 단, 당신들이 미래에 관한 내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말이야." - P56

"저희에게도 권리란 게 있습니다" - P57

"어떤 법이냐고?" 대위의 얼굴이 음울하게 변한다. "강한 자의 법이지."  - P58

"빌어먹을 일은 그만 잊어버리는 편이 낫겠어!" - P62

"왜냐하면 시작한 건 끝을 봐야하는 법이거든." "그렇지. 흐리멍덩하면 안 되거든." - P66

"농부들은 언제나 뭔가를 쟁여두고 있지." - P70

자신이 저지른 실수를 관대하게 넘기는 일은 스스로 용납할 수가 없었다. 자신을 벌주지 않으면 나중에 그 자신이 손해를 보게 되는 이치였다. - P82

산만함이나 부주의로 저지른 실수는 일의 위험성을 높여 예상보다 심각한 결과를 불러왔다. 불필요한 동작 너머에는 안정함이 숨어 있지 않은가. - P82

관찰을 위한 최적의 조건이 완성된 것은 어느 한 순간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수년에 걸친 작업의 결실이었다. 날이면 날마다 자신을 닦아세우며 스스로를 벌주고 철회하는 일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다. 첫 시기의 불안정함과 때때로 찾아든 의심이 야기한 혼란이 지나간 다음에는 더 이상 자신이 개별적인 동작들을 통제할 필요가 없는 단계로 들어섰다. 그렇게 사물들은 마침내 최적의 위치를 찾게 되었고, 그는 자신의 행동을 별다른 생각 없이도 아주 사소한 부분에 이르기까지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 착각이나 과대망상이 아니라, 그가 자신의 인생을 완벽하게 만들었음을 자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 P83

시도는 무언가 변했으면 좋겠다는 욕구의 은밀한 현시거나, 혹은 기억력 쇠퇴의 증표일 뿐이었다. 실제로 그가 몰두한 것은 주변의 외적인 몰락에 맞서 자신의 기억력을 지켜내는 일이었다. - P87

아무리 애를 써도 모든 것ㅡ집들과 담장들, 나무와 들판, 공중에서 하강하며 나는 새들, 배회하는 짐승들, 육신을 가진 인간들, 욕망과 소망들ㅡ을 파괴하고 소멸시키는 힘에 맞설 수는 없었다. 그럴 능력이 없었다. 그는 인간의 삶에 대한 위협적인 공격에 헛된 저항밖에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돌이킬 수 없는 음험한 몰락에 자신의 기억으로 맞서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이곳의 모든 것, 벽돌공이 쌓고 목수가 만들고 여인들이 바느질한 모든 것이, 남자들과 여자들이 애써 이룬 모든 것이 저승의 물살에 어지러이 휩쓸려 형체가 불분명한 액체로 화한다 해도 오로지 기억만은, 그가 맺은 계약이 깨져 죽음과 몰락이 그의 뼈와 살을 공격하기 전까지는 살아 있을 것임을 그는 믿었기 때문이다. - P88

그는 모든 것을 주도면밀하게 관찰하고 기록하기로 마음먹었다. 아무리 하찮은 세부라도 놓쳐선 안 되었다.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고 간과하는 것은 몰락과 질서 사이에 놓인 흔들리는 다리 위에 아무런 대책 없이 서 있다고 고백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 P88

하지만 정직하게 기억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했다. 우두커니 기억만 하는 것은 무력하고 무능하므로 그것으로는 과업을 수행할 수 없었다. 기호들을 의미 있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연결할 방법이 있어야만 기억의 한계를 뛰어넘어 시간을 이겨낼 수가 있었다. - P88

‘관찰 대상을 늘리는 일은 최소화하는 게 좋겠군.‘ - P88

그는 갑자기 연속적인 시간에서 빠져나온 자신이 점처럼 왜소한 존재에 불과하다는 걸 자각했다. 자신이 지각의 요동에 무방비하게 방치된 무력한 희생자처럼 느껴졌다. 그의 출생부터 죽음까지의 시간이 가라앉은 대양과 솟아나는 산악의 말 없는 투쟁 사이에 내맡겨진 것이었다. - P93

고통의 증거는 흔적 없이 사라지는 일이 없다고 그는 믿고 싶었다. - 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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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램덩크 신장재편판 15 - 북산 전국대회 데뷔!
이노우에 타케히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15권에서는 전국대회에 처음 진출한 북산과 지난 전국대회 8강에 빛나는 풍전과의 치열한 혈투가 벌어진다. 지난 14권에서 강백호가 감독인 안 선생님에게 1:1지도를 받아가며 슛 연습을 했었는데, 오늘 풍전과의 경기에서 그 연습의 결과물을 보여준다. 물론 강백호의 천재적인 재능도 없진 않았겠지만 1주일간 2만개의 슛을 연습할 정도로 열심히 노력했던 강백호의 모습을 떠올려보니 어떤 결과물을 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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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권에서 강백호는 전국대회를 몇 일 앞두고 약점인 슛을 보완하기 위해 감독인 안 선생님과 슛 2만개를 연습했다. 오늘 처음 밑줄친 문장은 이런 강백호의 모습을 지켜봤던 채치수의 여동생인 소연이가 백호군단의 대장인 양호열에게 건네는 말이다. 그만큼 강백호의 농구 습득 속도가 빠르다는 비유적인 표현으로 보면 될 듯하다.

뒤이어서는 전국대회에 진출한 북산 선수들이 대진표를 보는 장면이 나오는데, 풍전, 산왕공업, 지학 등 강호라고 알려진 팀들과 같은 그룹에 속해있는 것을 본 선수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토너먼트의 특성상 지면 바로 탈락이기에, 무수히 많은 강호들을 꺾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본능적으로 느껴졌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뭐 어쩌겠는가. 어느 팀이건 간에 무조건 이겨야만 상위 라운드로 올라갈 수 있기에, 부담만 갖기보다는 부딪혀서 이겨내야 하는 것 말고는 다른 답이 없는 것이다.

뒤이어 북산 농구부가 전국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대회가 열리는 지역인 히로시마로 이동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기차에서 풍전 농구부 선수들을 만난다. 풍전 농구부는 1회전에서 북산과 맞붙기로 되어있는 팀이라 아마도 북산과 가는 방향이 같았던 것 같다. 아무튼 이들간의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는데, 소위 요즘 말로 ‘트래쉬 토크‘라고 해서 서로를 은근 슬쩍 무시하면서 자존심을 긁는 류의 대화들이 오간다. 이 과정에서 약간의 물리력이 동반되기도 하지만 다행히도 양 팀 주장들간의 대화로 큰 싸움으로까지 번지지는 않는다.

한편 전국대회를 앞두고 한 농구잡지에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출전팀들을 평가한 분석자료가 나왔는데, 다른 팀들의 평가는 비교적 높았지만 북산의 경우 아무래도 전국대회에는 처음 출전하다보니 상대적으로 저평가가 되어 있었다. 이를 본 북산 선수들은 처음엔 자극을 받았지만, 곧바로 안 선생님이 이 책이 틀렸다는 걸 보여주자는 말에 큰 소리로 화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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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전국대회 1라운드 북산과 풍전의 경기가 시작되었다. 풍전은 빠른 속공을 주무기로 하는 ‘런 앤 건‘을 구사하는 팀으로써 작년 전국대회 8강까지 진출했던 비교적 강호로 평가받는 팀이다. 경기 초반 북산 선수들이 어수선한 틈을 타 풍전은 빠르게 점수를 쌓아 나갔지만, 북산의 센터 채치수가 쾌조의 컨디션을 보이며 벌어졌던 점수차를 따라잡는데 성공한다. 이에 풍전은 채치수에게 무려 3명의 수비수를 붙이면서 그를 집중적으로 마크한다. 그러자 채치수도 자신이 직접 공격하는 것보다는 동료들에게 패스를 줘서 다른 동료들이 슛을 보다 쉽게 쏠 수 있도록 돕는다. 이에 부응하여 북산의 에이스인 서태웅은 연달아 점프슛을 성공시키는데, 이를 경계한 상대팀 풍전의 소위 에이스 킬러라고 불리우는 남훈이라는 선수가 우연인지 고의인지 판단하기 애매한 상황에서 서태웅을 팔꿈치로 가격한다. 이에 서태웅은 잠시 정신을 잃고 나중에는 눈이 퉁퉁 부어오를정도의 부상을 입게 된다. 경기 전 북산에게 서로 페어플레이를 하자던 풍전의 남훈은 이런 식의 행동을 보이면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기기만 하면 된다는 식의 다소 왜곡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그의 농구 실력은 훌륭했지만 거기에 걸맞지 못하는 인성은 다소 아쉬웠다.

이런 남훈의 비겁한 플레이는 전반적인 경기 분위기를 다소 거친 쪽으로 몰아가는 결과로 이어졌고 급기야 심판이 양 팀의 주장을 불러서 따끔하게 경고를 줌으로써 조금이나마 진정되었다.

한편 풍전에는 그동안 알지못했던 비하인드 스토리가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예전에 있었던 노 선생님이라 불리는 감독과 관련된 것이었다. 이 노 선생님은 풍전의 팀 칼라인 ‘런 앤 건‘을 심어준 사람인데, 이것이 전국대회 8강까지 풍전을 이끈 비결이기도 했다. 하지만 풍전의 경영진은 전국대회 8강에 만족하지 못하고 자꾸 더 나은 성적을 낼 것을 요구하다가 노 선생님이 그 요구를 더 이상 충족시키지 못하게 되자 그를 쫓아내고 젊은 감독인 김영중을 새롭게 데리고 온다. 이 젊은 감독은 이제껏 풍전에 뿌리내려왔던 ‘런 앤 건‘ 농구 보다는 수비 위주의 훈련을 할 것을 선수들에게 지시한다. 이것은 기존에 있던 선수들의 큰 반발을 샀고, 급기야 감독에게 항명하는 선수들까지 생겨나게 되었다. 기존에 노 선생님 밑에서 즐겁게 농구하던 선수들이 수비같이 다소 즐겁지 않은 농구를 할 것을 강요받게 되자 새로 온 젊은 감독의 말을 깡그리 무시하기로 작정한 것이었다. 이러한 갈등의 양상이 전국대회 1라운드인 북산전까지 이어져 급기야 작전타임 때 한 선수가 감독에게 불량한 태도를 보이자 감독도 더이상 참지 못하고 그를 주먹으로 때리는 지경에까지 이르고 만다. 내부 분열이 일어난 것이다. 이로 인해 기존에 경기를 잘 치르던 선수들의 멘탈이 나가면서 잘 들어가던 슛이 안들어가기 시작하고, 급기야 북산과의 점수차가 조금씩 벌어지기 시작한다.

경기 종료를 약 2분정도 남기고 풍전의 에이스 킬러이자 동시에 에이스인 남훈은 팀 내분으로 흔들렸던 멘탈을 다시 잡고 노 선생님이 알려줬던 순수한 농구의 즐거움에 대해 다시 생각하면서 기존에 자신이 보여줬던 퍼포먼스를 다시 보여주기 시작한다. 하지만 풍전 입장에서는 아쉽게도 그 사이 경기가 끝나게 된다.

물론 북산도 채치수, 서태웅, 정대만 등과 같은 기존 선수들의 활약에 더해 강백호가 안 선생님과의 슛 훈련을 바탕으로 미처 예상치 못했던 활약을 보여주면서 경기에서 승리할 수 있었지만, 이 승리는 상대팀 풍전의 내부분열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요소로 작용한 것처럼 보인다.

책 내용과는 별개로 독자인 나는 개인적으로 풍전이라는 이름을 보면서 ‘풍전등화‘라는 사자성어가 생각났는데, 이 사자성어의 뜻인 ‘바람 앞의 등불‘이라는 말처럼 팀의 내부 분열이라는 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전국대회 1라운드에서 탈락하게 된 풍전의 운명과도 그 이름이 어느정도 일맥상통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로인해 갑자기 좀 생뚱맞긴 하지만 이름이라는 것이 참으로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사람들이 모든 역에 정차하는 완행열차라면…
백호는 초고속열차 같은 느낌이야. - P11

사람에겐 저마다 적성에 맞고 안 맞는 것이 있는 법이니까. - P14

무엇보다도 중요한건.... 상대가 어디인지보다도 우리가 어떻게 해나갈 것인가니까요. - P18

어차피 쓰러뜨리지 않으면 안 되는 상대들이다. 빨리 오느냐, 늦게 오느냐의 차이일뿐이야. - P33

전국제패를 위해선 누가 상대가 되든 쳐부수는 수밖에!! - P33

미안한데... 누구냐, 넌? - P35

쓸데없는 싸움은 그만둬!! - P37

이기든 지든 서로 페어플레이 하자. - P38

난 최고다.
난 최고다.
난 최고다. - P41

오늘 지면 오늘로 끝이다. - P49

이미 승부는 시작됐어!! 여기서 겁먹으면 안 돼!! 무엇 때문에 우리가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하냐!! - P55

이젠 그 누구도 날 막을 수 없다. - P60

시합이 끝났을 때 알게 되겠지요. 이 책이 옳은지 틀렸는지를요. 이 책이 틀렸다는 걸 알려주도록 합시다. - P62

이대로 저들의 페이스대로 끌려가는 건 위험해요. - P107

자네가 모두를 컨트롤 해야하네. 알겠죠? - P107

침착하게 하나만 넣자!! - P113

※디나이: 마크맨에게 오는 패스를 저지할 수 있도록 서는 디펜스 - P119

무명이지만 진짜다...!! - P148

태웅 군의 플레이를 잘 보고... 훔칠 수 있는 건 전부 훔쳐야 하네. 그리고 태웅 군보다 3배 더 연습할 것. 그렇게 하지 않으면... 고교시절 동안 절대 그를 따라잡을 수 없어요. - P151

볼을 빼앗아서 달린다. 그리고 링에 집어넣는다. - P187

‘이기면 충신, 지면 역적‘이란 말이 있지.... - P198

바스켓 인터페어(공격)
슛이든 패스튼 간에 볼이 최고점에 이른 후 떨어지기 시작하면 링보다 높은 위치에선 그 볼에 손댈 수 없다. 이런 규칙대로라면 앨리웁도 반칙이 되고 말지만 실전에선 묵인하는 실정이다. - P213

우리나라 최고의 선수란 어떤 선수라고 생각하냐.... 아마 팀을 우리나라 최고로 이끄는 선수이겠지. 내가 그렇게 한다. 한 발자국도 물러설 생각은 없다. - P223

몸이 기억하고 있다. 몇 백만 개나 쏘아온 슛이다. - P225

몸의 감각을... 믿어라. - P234

지금이 승기를 잡을 수 있는 중요한 순간이잖아요. - P269

저쪽은 저쪽이고, 우리는 우리다. - P276

이제부터 1점이라도 많이 넣는 쪽이 이기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 번이라도 더 많은 공격 찬스를 만들고... 상대의 공격 찬스를 줄일 것. 리바운드를 제압하면 이길 수 있어요! - P278

무엇 때문에 우리가 지금까지 필사적으로 해왔다고 생각하는 거냐?! 무엇 때문에?! - P292

농구는 좋아하나? - P310

어쨌거나 즐겁게들 하고 있지. - P322

언젠가부터 난 가장 중요한 것을 잊고 있었다. 게임 그 자체를 즐긴다는 걸.. 계속 잊고 있었던 것 같다... - P335

포기하기엔 아직 일러. 이기자. 이기는 쪽이 100배 즐거우니까 말야. - P335

100% 게임에 집중하기 시작했군요. 이럴 때 기적이라는 것이 일어나는 것이죠. 만약 우리 선수들이 이겼다고 방심하고 있다면.... - P337

이건 전국대회다!! 절대 방심해선 안 돼!! 한순간이라도 방심하지 마라!!! - P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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