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왕모의 강림 - 2025 노벨문학상 수상 알마 인코그니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지음, 노승영 옮김 / 알마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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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맨 앞 부분이나 맨 뒷 부분에 나오는 저자의 프로필을 읽다보면 저자가 작품활동을 위해 체류했던 나라들이 굉장히 다양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것을 좀 더 잘 느낄 수 있게 해준 책이 바로 이 《서왕모의 강림》이었다.

책제목에 서왕모라는 키워드가 들어가있고 책의 페이지 수도 결코 적은 분량이 아니었기에, 처음에는 하나의 주제로 방대한 양의 스토리가 쭉 이어지는 소설인줄 알았는데, 실제로 읽어보면 17개의 스토리가 병렬식으로 배치되어 있고 서왕모는 일부 몇몇 스토리에만 잠깐 등장할 뿐 생각만큼 자주 등장하는 키워드는 아니었다.

하지만, 서왕모가 많이 나오는지 여부는 나에게 그닥 중요한 것이 아니었고 개인적으로 이 책을 통해 다양한 나라들의 지명과 문화, 건축물 등을 아주 폭넓게 만나볼 수 있어서 책을 읽는 내내 해당 나라들을 속속들이 여행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다만 이러한 느낌은 단순히 지면에 나온 글자만을 읽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배경지식이 어느정도 있는 독자라면 얘기가 좀 다를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책에 나온 지명이나 문화재 또는 고유한 어떤 것들에 대한 배경지식이 전무하다보니 인터넷 검색을 하지 않고서는 본문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물론 책을 읽다가 중간중간 스탑하면서 검색하고 하는 과정들이 번거롭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독자인 나는 이러한 번거로움보다는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답답함이 더 크다고 느꼈기에 독서 중간중간 키워드들을 검색해는 과정이 오히려 즐거웠다.

작품의 배경이 된 나라 또는 지명들을 생각나는대로 끄적여보자면 일본 교토, 이탈리아의 베네치아와 페루자, 그리스 아테네, 페르시아(이란, 인도), 러시아, 우크라이나 키이우,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와 그라나다 그리고 알람브라,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독일 프라이부르크, 스위스, 중국 등이 있다. 여기서 내가 일부 누락한 것이 있는지도 모르겠으나 그게 그닥 중요한 건 아니고, 이렇게 다양한 나라들과 그 안에 있는 좀 더 세부적인 문화들을 이 책을 통해 만나봤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싶다.

아무튼 위에 나열한 나라들과 지명들 그리고 그 안에 숨어있는 세부적인 문화들을 인터넷 검색을 통해 살펴보면서 본문에서 저자가 다루었던 혹은 의도했던 것들에 대한 이해의 밀도를 높일 수 있었다. 또한 검색을 많이 하다보니 인터넷 알고리즘에 관련된 블로그들이 자동으로 뜨면서 해당 국가나 지역 또는 문화재 등에 대한 관심도 자동적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이로인해 해외여행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럽게 생겨났고 관련된 책들에 대한 호기심도 생기게 되었다.

내가 검색하면서 만나봤던 블로그들 중에 어떤 분이 써놓은 글귀가 하나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굉장히 인상깊은 글귀라 여기 한 번 적어보자면,

‘여행은 서서하는 독서이고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다‘

라는 말이었다. 너무나도 공감이 되었고, 독자인 내가 비록 직접 해당 국가나 지역에 간 것은 아니었지만 책을 통해 앉아서 여행을 했다는 뿌듯함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수많은 여행 블로거들을 만나보면서 내가 직접 가보지 못한 다른 세상을 손수 몸으로 경험하고 그 경험을 공유해준 그들에게 감사한 마음도 생겼다. 물론 나도 직접 다 가보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렇게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렇게만 쓰고보니 이 책이 무슨 여행책인 것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으나 마냥 그렇지만은 않다. 각각의 이야기 마지막 부분에 가면 죽음이나 헤어짐에 대한 문장이 한두문장씩 들어가있는 것을 보게 되는데, 독자인 나는 이것이 저자가 인생의 허무함을 표현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는 저자가 자신의 다른 작품들에 나왔던 주제를 완전히 놓아버리지는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어떤 인생을 살고 어디서 살든지 관계없이 자신에게 주어진 인생에 날마다 감사하고 누릴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누리며 살아가는 삶이 행복한 삶에 조금이라도 가까운 삶이 아닐까 싶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 죽음이 다가올 때가 있겠으나 적어도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여기서 누릴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잘 누리다 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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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왕모의 강림 - 2025 노벨문학상 수상 알마 인코그니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지음, 노승영 옮김 / 알마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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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체류했다고 알려진 여러 나라들을 배경으로 하여 거기서 일어날 법한 이야기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소소한 일화도 있고 해당 국가의 도시와 관련된 고유의 문화 같은 것들을 폭넓게 만나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개인적으로 생소한 지명이나 건물 이름 또는 고유한 문화들이 많다보니 책을 읽으면서 해당 키워드들을 인터넷에 검색해가면서 읽었는데, 이 과정이 살짝 번거롭기도 했지만 덕분에 저자가 언급한 내용을 보다 심도있게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또한 부수적으로는 내가 가보지 못한 나라들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는 계기가 되었고 덕분에 해외여행 분야에도 관심을 갖게 해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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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24 11: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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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24 12: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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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24 12: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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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포스팅까지 해서 일단 이 책에 나왔던 17개의 스토리는 다 읽었다. 오늘은 옮긴이가 번역을 하면서 생각하거나 느꼈던 것들을 허심탄회하게 독자들에게 소개하면서 시작한다. 개인적으로 앞부분만 잠깐 읽어봤지만 번역이라는 게 정말 쉽지 않다는 것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한국어는 장문을 쓰기가 쉽지 않은 언어다. 고종석의 말마따나, 관계대명사를 이용하여 절을 무한히 늘어뜨릴 수 있는 영어와 달리 한국어에서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식으로 절을 연결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 P666

영어는 주어 바로 뒤에 동사가 나오고 나머지 문장 성분들은 동사가 미리 지정한 자리에 놓이기에 구조를 분석할 때 인지 부하가 크지 않지만, 맨 뒤의 서술어를 봐야 비로소 문장의 구조를ㅡ심지어 긍정, 부정 여부까지도!ㅡ파악할 수 있는 한국어는 끝까지 긴장의 고삐를 늦출 수 없으므로 문장이 길어질수록 인지 부하가 커진다. 그런 탓에 주어와 서술어 사이가 너무 멀어지면 미처 서술어에 도달하기도 전에 길을 잃고 헤매기 일쑤다. - P666

영어 문장은 대부분 명사로 끝나고 다음 문장 또한 명사로 시작하기에 두 명사를 똑딱이 단추처럼 결합하여 문장을 연결하는 방법을 쓸 수 있는 반면에, 한국어는 문장이 용언으로 끝나기에 연결 어미를 이용해야 한다. 이런 탓에 영어 복합문을 한국어로 번역하면 어순이 뒤죽박죽이 되기 쉽다. - P667

문법에 맞게 문장성분을 배열하면서도 시간적, 논리적 순서와 정보 구조(이미 아는 정보가 먼저 나오고 새로운 정보가 뒤에 나오는 원리)를 유지하는 것은 한국어 번역가라면 누구나 골머리를 썩이는 과제다. - P667

연결 어미를 써야 한다는 말은 (영어에서는 관계대명사절에서 암묵적으로 전제되는) 문장과 문장의 관계를 명시적으로 나타내야 한다는 뜻이다. 영어에서 ‘brother‘라고만 썼어도 한국어에서는 ‘형‘인지 ‘동생‘인지 알아내어 구분해줘야하는 것처럼 말이다. - P667

문장들이 대부분 ‘다‘로 끝나는 한국어 문어체는 낭독할 때 딱딱하게 들리며 교착어인 한국어의 풍부한 어미를 제대로 활용하지도 못하지만, 만연체를 구사하여 문장들을 연결하면 리듬감을 살리고 연결 어미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다. - P667

본문을 보면 접속사가 거의 쓰이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다. 연결 어미로 절과 절의 시간적·논리적 관계를 표시하기 때문에 접속사가 굳이 필요하지 않은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한국어가 영어에 비해 오히려 만연체의 본령에 가깝다고 볼 수도 있겠다. - P667

번역에서 골머리를 썩인 것 중 하나는 종속절의 주절을 파악하는 문제였다. 영어에서는 종속절이 주절 앞에 올수도 있고 뒤에 올 수도 있는데, 절이 두 개이면 종속절이 아닌 절이 당연히 주절이겠지만 종속절 앞뒤에 둘 다 절이 있으면 그중 어느 것이 주절인지를 문법적으로는 파악하기 힘들다. 종속절이 언제 끝나는지도 알 수 없기 때문에, 문장의 의미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 P668

영어판에서는 인칭대명사를 특이하게 구사한다. 영어에서는 인칭 대명사의 선행사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이기에 이를 위한 장치(성, 수, 인칭대명사와 선행사의 거리)에 주목하게 마련이지만, 이 책에서는 선행사를 알 수 있는 단서를 친절하게 알려주지 않는다. - P668

종속절 문제와 지금의 선행사 문제는 독자에게 더 능동적인 독해를 요구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것은 앞에서 말한 ‘명상으로서의 독서‘를 유도한다는 점에서 효과적인 글쓰기 전략이지만, 번역자는 자신의 해석을 신뢰할 수 없기에 끊임없이 고뇌에 빠지게 된다. - P668

드러남 또는 깨달음으로서의 에피파니(예술적, 종교적 경험)의 순간은 텍스트로부터 독자에게 직접 나타나는 것 - P669

‘가모‘의 한자 ‘鴨(오리 압)‘은 ‘압록강‘의 ‘압‘과 같다. - P669

주인공이 강렬한 햇빛에 눈이 머는 것은 일생일대의 목표에 사로잡혀 일상의 행복을 보지 못하는 현실을 돌이켜 보게 한다. 우리는 일상의 행복을 언제든 손에 쥘 수 있으리라 생각하여 하찮게 여기지만, 한번 놓치면 평생 다시는 만나지 못하는 것은 아크로폴리스만이 아니다. - P675

어쩌면 예술가의 임무는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그 존재들의 호소에 귀 기울이는 것 아닐까? - P679

쉼표의 ‘쉼‘은 잠시 멈추고 휴식하라는 뜻이기도 하고 숨을 쉬라는 뜻이기도 하다. 쉼표에는 ‘들이쉼표‘와 ‘내쉼표‘가 있는데, 구를 반복하거나 나열하기 위한 들이쉼표는 독자에게 긴장의 끈을 당겨야 할 때를 알려주는 반면에 하나의 의미 덩어리가 완성되었음을 나타내는 내쉼표는 독자에게 긴장의 끈을 늦추고 생각을 정리해야 할 때를 알려준다. - P6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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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서 저자는 인류가 수렵채집 사회에서 농경 사회로 바뀌면서 인간이 한 장소에 머물러 살 수 있게 되자 비로소 집과 가구라는 것이 생겨났다고 말했다. 특별히 가구 중에 ‘의자‘를 예로 들면서 의자의 본질적인 속성이 ‘노동하지 않는 자‘에게만 필요한 물건이라고 했었는데, 저자는 오늘 읽기 시작한 부분에서 기록하는 일을 담당하는 ‘서기‘를 예로 들며 직접적인 노동을 하지 않는 서기 같은 사람들에 의자가 필요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저자의 추론이 굉장히 논리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어떤 현상이나 상황 등을 설명하면서 그에 합당한 이유들을 사람들이 논리적으로 납득할 수 있게 추론해내는 저자의 능력이 굉장히 뛰어난 것 같다. 물론 저자가 추론해낸 이유들이 100% 모두 다 맞다고 단정할 순 없겠지만, 그래도 딱 읽었을 때 ‘아 그렇구나‘라고 납득할 수 있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농경 사회에서 빈부 격차가 생겨나면서 다양한 직업과 사회 계급이 생겨났다. 새로 생겨난 직업 중에는 소출물의 양을 기록하는 서기가 있었다. 인류 최초의 화이트칼라 직업이다. 문자를 이용해서 소출과 세금을 숫자로 기록하는 일이 서기의 주요 업무다. 그들은 아마도 의자에 앉아서 일했을 것이다. - P201

집에서 의자에 앉아 있었다는 것은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것은 곧 권력자라는 것을 보여 준다. 그래서 왕이나 귀족은 행차할 때도 가마 의자에 앉아서 이동했다. 이처럼 의자는 권력자만 사용하는 물건이었다. - P201

의자가 그리스 시대에 와서는 반원형 극장에 객석으로 만들어졌다. 그것도 모든 시민이 언제든 앉을 수 있게끔 말이다. 과거에는 사람들이 군집할 때는 왕이나 종교 지도자만 앉았고 시민들은 서 있었다. 지구라트 신전 주변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서 있어야 했다. 그런데 똑같이 사람이 모여 있는 공간인데도 그리스 반원형 극장에서는 객석 의자에 모두 다 앉는다. 오히려 무대에 있는 사람이 서 있다. 이는 권력이 일반인에게 분산되어 내려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 P202

공짜로 누구나 앉을 수 있는 의자가 많은 사회는 그렇지 않은 사회보다 더 민주화된 사회다. 현대 사회에서도 이러한 원리는 그대로 적용된다. 길거리에 벤치가 많은 사회가 그렇지 않은 사회보다 더 민주적인 사회라 할 수 있다. - P202

무게와 높이는 위치에너지를 만들고, 그것은 부와 권력의 척도가 된다. - P204

‘파르테논 신전‘은 1687년 오스만 제국이 그리스를 점령하고 있던 시절에 화약고로 사용하던 중 베네치아의 포격으로 인해 폭발해 지붕이 대부분 소실되었다. 하지만 원래의 디자인은 지붕이 덮여 있는 실내 공간이었고, 내부의 모습은 마치 모세의 성막처럼 어두컴컴한 곳에 횃불이 켜 있고, 그 뒤에 아테네 신상이 놓인 모습이었다. 한마디로 사람이 모이는 공간이 아니라 제사상이 들어가서 제사를 드리는 공간이었다. - P205

사회가 발전하면 기술이 발달하고 경제적 여유도 생긴다. 따라서 건축에서는 공공의 공간들이 실내화되는 경향이 생겨난다. 그리스 다음에 나타난 로마 제국의 건축물들이 그렇다. 그리스 반원형 극장은 지붕이 없지만, 로마 ‘콜로세움‘은 천막으로 된 지붕이 있었다. 그리스인들의 시장인 아고라는 주로 노천 광장이었지만, 로마는 바실리카라는 거대한 건축물의 실내 공간에서 상거래와 재판을 했다. 우리도 그냥 노천시장에서 장을 보다가 잘살게 되면서 비를 맞던 재래식 시장에 지붕을 덮었고, 더 잘살게 되자 주차장까지 있는 마트에 가서 장을 보게 된 것과 마찬가지다. - P206

시대와 지역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원칙이 있다. 도시의 대형 종교 건축물 앞에는 시장이 위치한다는 점이다. 일본의 신사를 가도 신사에 들어가는 입구에 가게들이 즐비하게 줄지어 있고, ‘밀라노 대성당 Duomo di Milano‘ 앞 광장 주변으로 상업 시설이 들어서있다. - P207

대형 건축물은 공사 기간이 길다. 그렇다 보니 공사장 주변에는 공사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식당 등의 상업 공간이 생겨난다. 자연스럽게 대형 종교 건축물 앞에 시장이 형성되는 것이다. 건물이 완성된 후에도 종교 건축물에 방문하는 사람이 많다보니 그 시설은 유지된다. 아테네의 시장 아고라가 신전과 극장근처에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 P207

같은 장소에서 같은 연극을 본다는 것은 관객 모두가 같은 감정 상태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같은 감정을 가지게 되면 서로 이해하기 쉬워지고 집단의 결속력이 강해진다. - P207

문학 연구가 브라이언 보이드는 "이야기는 사회에 대한 친밀감을 유도하고, 사회의 규모를 확장한다."라고 말했다. - P208

책이란 이렇게 다른 시간과 공간에 있는 지성들을 하나로 연결하는 도구다. 이것이 책이 만드는 창의적 시너지 효과다. - P212

문자는 정보를 책에 기록하고, 책은 정보의 수명 한계를 연장해주었다. - P213

책을 통해 독자는 다른 지역, 다른 시간대에 있는 사람과 문자를 통해서 소통하게 된다. 저자와 독자의 뇌가 링크되는 것이다. 그리고 다양한 정보들이 모이면 시너지 효과를 통해 스파크처럼 새로운 정보가 만들어진다. - P213

책이 한 곳에 모여 있지 않으면 사람들은 책을 구하기 위해서 여기저기 다녀야 한다. 그만큼 시간이 소모되고, 평생의 시간 동안 얻을 수 있는 정보의 양은 제한된다. 이는 책을 통해서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의 숫자가 줄어드는 것이다. 그만큼 인류의 발전은 늦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책을 만든 후에 도서관도 만들었다. 많은 책을 한곳에 모아 놓았고, 덕분에 도서관에 들어가는 사람은 짧은 시간에 수많은 저자와 연결될 수 있었으며, 정보와 지식은계속해서 재생산되고 발전하게 되었다. - P213

자연이 진화의 과정에서 두 개의 다른 성(性)을 만든 이유는 암수 다른 유전자의 우연한 조합을 통해서 더 다양한 유전자를 만들고, 이를 통해 생존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 P213

서로 다른 유전자를 섞기 위한 방법이 수정 혹은 교미다. 책을 읽는 것은 교미와 비슷하다. 책에는 저자의 뇌가 만든 각기 다른 종류의 정보들이 담겨 있다. 책 속 정보는 저자의 ‘생각의 유전자‘라고 할 수 있다. 책을 읽으면 그 생각의 유전자들이 우리의 머릿속에 들어와 섞여서 새로운 변종 정보를 만들어 낸다. 도서관은 이렇게 독자와 저자의 머릿속에 있는 정보라는 유전자의 조합과 재생산을 가속하는 건축물이다. - P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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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이후 그의 작품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이미 한 번 읽어본 작품도 있고, 읽고 있는 작품도 있으며 아직 읽어보지 못한 작품도 있다.

오늘 시작하는 이 작품은 요근래에 출간되어 아직 읽어보지 못했었는데, 우연히 좋은 기회가 되어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오늘 처음 밑줄친 문장은 이 책의 맨 처음에 나오는 문장인데, 개인적으로는 이게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았다. 아마도 희망은 긍정적인 의미이지만 실수는 뭔가 부정적인 뉘앙스로 느껴지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뒤에 나오는 이야기들을 통해 이 말의 진정한 의미를 알아볼 수 있기를 기대하며 시작해본다.

희망은 실수다.
A remény hiba. - 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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