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포스팅 마지막 부분에서 가방이나 신발에 있는 찍찍이velcro가 인간이 발명한 게 아니라 자연에 있는 식물이 개발해놓은 것을 인간이 베낀거라는 얘기가 나왔었는데, 이것과 관련하여 저자는 자연을 표절하는 건 합법이라며 자연에 있는 것을 언제든지 벤치마킹할 것을 독자들에게도 권한다.

이런 것들을 보면 일개 인간인 내가 이루 다 알 수는 없지만 인간이 자연에서 배울만한 가치있는 것들이 무궁무진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표절은 불법입니다. 그런데 자연을 표절하는 건 합법입니다. 자연이 우리를 고소하지 않아요. 자연은 마구 베껴도 된다는 겁니다.

자연을 표절하는 것은 엄연한 발명입니다. 열심히 하십시오.

설계도가 있다면 이 세상의 흰개미 탑은 다 비슷하게 생겼겠죠. 그런데 설계도가 없이 서로 조율하면서 만들었기 때문에 결과물은 무지하게 다양합니다. 어쩌면 그게 흰개미들의 가장 기가 막힌 장점일지도 모릅니다.

그냥 각자 알아서 합니다.

잠언 6장 7절에서 8절에 보면 이런 대목이 나오죠.

"개미는 두령도 없고 간역자도 없고 주권자도 없으되 먹을 것을 여름 동안에 예비하며 추수 때에 양식을 모으느니라."

개미나라에는 여왕 개미가 있지만, 여왕 개미는 현장에 나와 진두지휘하지 않습니다. 여왕개미는 그저 알을 낳을 뿐이죠. 그리고 여왕 물질이라는 걸 분비해서 개미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는 일만 할 뿐, 직접 나와서 "이쪽으로 잡아당겨, 저쪽으로 밀어" 이런 걸 안 하거든요.

여왕개미는 굴의 중앙쯤에 앉아서 알 낳는 일에만 전념합니다. 그래서 실제로 개미 사회의 작업 현장에는 리더가 없습니다. 흰개미 사회의 작업 현장에도 리더가 없습니다. 없는데도 저렇게 기가 막히게 잘한다는 겁니다. 그게 어떻게 가능할까요?

셀프 오거니제이션Self-organization, 쉽게 얘기하면 일개미 한 마리 한 마리가 각자 알아서 한다는 것입니다. 이게 답입니다. 십몇 년 연구해서 꺼내놓은 대답이 결국은 각자 알아서 한다는 겁니다.

자가 조직의 원리라고 경영학에서는 얘기하잖아요. 각자 알아서 하는 겁니다. 우리는 많은 경우에 일을 시켜서 합니다. 그런데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라 문제를 찾아서 각자 그리고 함께 푼다는 겁니다.

실제로 그렇게 하지도 않으면서 왜 그렇게 억지 평등을 자꾸 주장하는지 몰라요. 기회의 평등을 주장해야 하는데, 엉뚱한 평등을 주장하는 경향이 있어요.

다섯 분이 캠핑에 가셨어요. 우리 알아서 하지 않나요.

우리는 기가 막히게 분업을 잘하는 동물입니다. 알아서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합니다. 그걸 개미도 할 줄 알고 흰 개미도 할 줄 알고 벌도 할 줄 안다는 겁니다. 자기가 할 일을 찾아서 남이 하는 일과 조율하는 겁니다.

몇 사람이 모여 앉아서 어떻게 풀면 될까 고민하는 거죠. 알아서 횡적으로. 그걸 레터럴 리더십lateral leadership 이라고 하는데요. 그런 데서 오히려 창의성이 발휘된다는 겁니다.

"자연에 널려 있는 아이디어들은 이미 오랜 세월 동안 자연 선택의 혹독한 검증을 거쳤으며, 더욱 신나는 것은 거저라는 점이다."

솔직히 우리가 사는 삶의 대부분이 아이디어를 내놓는 일이에요.

다윈 선생님의 말씀으로는 자연에 있는 아이디어들은 수천만년의 자연선택이라는 혹독한 검증을 이미 다 거쳤다는 겁니다. 검증에서 실패한 놈들은 다 멸종했어요. 그래서 안 보여요.

지금 우리 눈에 보이는 것들, 까치, 은행나무, 개미들은 다 그 혹독한 검증을 거친 것들 입니다. 그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나, 그들이 뭘 갖고 있나를 들여다보고 그걸 가져다가, 그냥 주워다가 우리 입맛에 맞게 조금만 각색하면 그 아이디어가 여러분이 애써 짜낸 아이디어보다 대부분 훨씬 탁월하리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그래서 자연에 있는 아이디어를 베끼자는 겁니다. 자연에 있는 아이디어를 표절하자는 겁니다. 자연에 있는 아이디어를 제가 주워 갔다고 해서 자연이 제게 "내 걸 가져 갔으면 돈을 내야 할 것 아니야" 그런 소리 안 합니다. 거저입니다. 이게 굉장히 중요한 일일 것 같아요.

자연을 주의깊게 관찰하다보면 베낄 게 한두 개가 아닐 겁니다.

자연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잘 들여다보고 자연과 함께 사는 방법을, 자연에 순응해서 그 친구들처럼 우리도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 이게 바로 의생학입니다.

생물학자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바이러스라는 존재는 생물도 아닙니다. 혼자서 생명현상을 이루어나갈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에요. 어떻게 보면 유전자 쪼가리거든요. 공기 중에 떠다니다가, 어디 묻어 있다가 다른 세포 안으로 파고 들어가서 그 세포의 유전체 안에 끼어 앉아서는 그놈이 복제할 때 은근슬쩍 같이 복제되는, 되게 수동적인 방식으로 살아가는 놈입니다.

지구상에 사는 포유동물 전체 종수의 절반이 쥐입니다. 그리고 나머지 절반의 절반이 박쥐입니다. 지구에 사는 포유동물의 넷 중 하나가 박쥐이다 보니까 박쥐로부터 무슨 일이 벌어질 확률이 높은 것뿐입니다. 박쥐가 특별히 나쁜 동물이라서 그런 게 아니고요.

모름지기 모든 생물은 면역계라는 시스템을 진화시켰습니다. 그렇겠죠. 생물로 살면서 외부에서 들어오는 이물질을 아무 거름 장치 없이 들어오게 하고 살 수는 없습니다.

만약 면역계의 민감도를 가지고 생물들을 줄 세운다고 하면, 저는 우리 호모 사피엔스가 금메달을 따지 않을까 싶어요. 이렇게 까지 예민한 동물을 저는 아직 본 적이 없습니다. 우리가 얼마나 예민하면 ‘자가 면역 질환‘ 이라는 것까지 있겠어요. 에이즈도 그런 병이고요.

우리가 지나치게 예민한 면역 시스템을 갖고 있다 보니까, 내가 내 몸에게도 반응을 잘못해서 시작된다는 거죠.

세계면역학회지의 논문을 읽어보니, 박쥐는 우리 인간에 비해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물질을 인식하고 방어하는 데 관여하는 유전자의 개수가 훨씬 적답니다. 무슨 얘기 입니까? 우리만큼 신경질적으로 반응하지 않는다는 거죠. 우리보다 훨씬 느슨한 방역 체계를 가졌다는 겁니다. 그러다보니까 박쥐는 모르는 거예요. 바이러스가 자기 몸에 들어와있는지도 모르고, 별 영향을 받지 않으니 그냥 날아다니면서 여러 동물에게 옮겨주는 겁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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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ky라는 단어가 까다롭다는 뜻이라는 걸 오늘 처음 알았다. 물론 아셨던 분들도 계시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처음 배우게 되서 유익했다. pick은 동사로 뽑다, 집다 뭐 이런 뜻이 있는 거로 알고 있고, 무슨 TV프로그램 같은데서도 누구를 pick 했다 그러는 걸 많이 봐서 비교적 익숙한 편인데, picky는 pick에 단지 y하나 붙였을 뿐인데 생소하게 느껴졌다. 영단어 공부를 포괄적으로 하지 못하고 지엽적 혹은 단편적으로만 했던 과거의 내 자신에게 괜히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아무튼 미안한 감정은 차치하고, 또다른 표현 중에 비교적 생소하게 느껴졌던 건 be up for sth(something)이었다. 이 책에선 ‘~을 먹고 싶다‘는 의미로 나와서 sth의 자리에 커피같은 먹을 게 들어갔는데, 개인적으로 이 숙어의 의미가 직관적으로 와닿게 느껴지지 않아서 인터넷에 검색해봤더니 유의어로 willing to do sth(something) 라고 하여 ‘기꺼이 ~을 하려고 하다‘라는 뜻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책에 나온 예문에 이 뜻을 대입해보니 완전히 동일하진 않지만 어느정도 뜻이 통한다는 게 느껴져서 신기했다.

검색해서 찾아본 것과는 별개로 이 be up for sth (something)을 그냥 직역해서 생각해보면 ‘sth에 대해 위쪽에 있다‘ 뭐 이렇게 생각해볼 수도 있을듯한데(지극히 주관적인 의견임을 양해바랍니다), 이걸 이 책에 나온 예문인 커피에 적용해보면 커피에 대해 위쪽 있다(?), 좀 더 의역하면 커피에 대해 호의적이다(그래서 커피를 마시고 싶다) 정도로 해석해볼 수 있을 듯 하다. 또한 유의어로 나왔던 willing to do sth(something)에 적용해보면 기꺼이 커피를 마시고 싶다 정도로 해석해 볼 수 있을 듯 하다.

오늘 나온 표현 중에 마지막으로 인상적이었던 표현은 get that a lot 이라는 것이었다. ‘그런 말 많이 듣는다‘는 뜻인데, 의역이 아닌 직역으로 의미가 느껴져서 좋았고, 본문에 나온 I get that a lot 이라는 문장은 그냥 일상회화에서 대화 상황에 맞게 그대로 써도 아주 자연스러운 느낌이 들어서 유용할 듯 하다. 추가로 인터넷 상에 이 표현을 검색해보니 이미 많은 곳에서 활용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긴 그러니까 저자께서도 책에 이 표현을 수록하지 않으셨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I‘m not picky about food 난 뭐든 잘 먹어
be picky about sth은 ‘~에 대해 까다롭다‘라는 뜻입니다. 쉽게 결정하지 않고 ‘자꾸 고른다‘는 의미죠. 요구사항이 많다‘라는 뜻으로도 자주 사용됩니다. ‘우리 사장님은 매우 까다로워‘는 My boss is very demanding.과 같이 말합니다.

유사표현: I‘m not a picky eater - P142

A How old do I look?

B Well, I thought you‘re in your mid-30s*.

A Actually, I‘m pushing 40*.

B Really? You look young for your age.

A Thanks. I get that a lot*. What are you up for?

B Anything. I‘m not picky about food.

A 제가 몇 살처럼 보여요?

B 글쎄요. 30대 중반이라고 생각했어요.

A 사실 곧 40이 됩니다.

B 정말요? 나이에 비해 동안이세요.

A 고마워요. 그런 말 많이 들어요. 뭐 드실래요?

B 뭐든지 좋아요. 음식은 안 가려요.


기타표현체크

be in one‘s mid-30s 30대 중반이다

get that a lot 그런 말 많이 듣는다

be pushing 40 곧 40세가 되다 - P142

How (old) do I look? (나이가) 어때 보여요?

A How do I look? Do I look all right?

B You look great today. Anything good?

A 나 어때요? 괜찮아 보여요?

B 오늘 멋진데. 뭐 좋은 일 있어? - P143

look young for one‘s age 나이에 비해 어려 보이다

A You look really young for your age.

B Thanks. I‘ll take that as a compliment.

A 나이에 비해 정말 젊어 보이네요.

B 고마워요. 칭찬으로 받아들일게요. - P143

be up for sth ~을 먹고 싶다

A You want to take a break for a while?

B Sure. I‘m really up for some coffee.

A 잠시 휴식시간을 가지는 건 어때요?

B 좋아요. 커피가 정말 마시고 싶네요. - P143

be picky about sth -에 대해 까다롭다

A He‘s so picky about food.

B No kidding. He‘s very hard to please.

A 그 사람은 식성이 정말 까다로워.

B 정말 그래. 비위 맞추기 힘들다니까. - P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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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포스팅에서 팬옵티콘 그리고 개선문을 중심으로 한 파리의 도시 구조를 살펴보았었는데, 오늘은 이와 관련하여 펜트하우스가 비싼 이유에 대한 논의가 이어진다. 읽으면서 팬옵티콘이든 개선문이든 펜트하우스든 대상만 다를 뿐 본질은 동일한 것처럼 느껴졌다. 핵심은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본다는 것이 일종의 권력을 가져다 준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이와 관련된 다양한 사례들이 등장하여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펜트하우스는 부자들이 권력을 갖는다는 자본주의 사회의 권력 구조를 확실히 보여주는 주거 형태라고 할 수 있다. 볼 수 있는 사람은 권력을 갖게 되고, 보지 못하고 보이기만 하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지배를 받는다고 할 수 있다. - P77

우리는 이렇듯 남이 자신을 보지 못하면서 동시에 나는 다른 사람들을 볼 수 있는 상황을 즐기기도 한다. 다른 말로 관음증 혹은 보이어리즘(Voyeurism)이라고 하는데, 관음증이라고 하면 보통 변태성욕 중 하나를 지칭하는 것으로 알지만 실상 우리의 일상생활에는 이 같은 관음증이 넘쳐난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우리가 자주 가는 영화관이다. 영화관은 어두운 곳에서 화면을 통해서 다른 사람의 생활과 이야기를 훔쳐보는 것이다. 일종의 관음증이다. - P77

연극 극장 같은 경우에는 더욱 확실하다. 배우들은 관객이 있는 줄 알면서도 없는 ‘척‘하면서 연기를 한다. 배우가 관객에게 돈을 받고 일정 시간 동안 권력을 이양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 P77

이러한 행위들은 인터넷에서 극치에 달한다. 웹서핑을 하고, 다른 사람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고, 익명으로 댓글을 다는 행위는 보이어리즘이 팽배한 현대 사회의 단면을 보여 준다. 게다가 때로는 악플로 개인이나 사회에 대해서 밴덜리즘(vandalism)을 하기도 한다. - P78

밴덜리즘: 문화재나 예술품 또는 공공장소에 낙서를 하거나 훼손하는 행위를 뜻한다. - P386

다른 집을 다 내려다보는 옥탑방의 가격이 싼 경우에서 알 수 있듯이 공간의 권력이라는 것은 그렇게 시각적인 관계성만을 가지고 설명할 수 있는 단순한 문제는 아닌 것을 알수 있다. - P78

옥탑방의 가격이 펜트하우스와 다른 이유를 찾는다면 보안상의 문제와 연관시켜서 볼 수 있을 것이다. - P78

수공간(水空間)은 확연히 다른 공간으로 건너갈 때 쓰는 건축적 장치이다. - P79

누군가를 볼 수 있는 자유를 갖는 것은 그 만큼 권력을 가진다는 것이다. - P80

자금성의 여러 겹의 담장처럼 보안상의 단계가 많을수록 안쪽 공간은 더 많은 권력을 가진 공간이 된다. - P80

클럽의 경우 그 선은 단순히 입장료만 낸다고 해서 넘어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경우 젊음과 외모로 판가름 난다. 우리가 유명 클럽에 들어가는 이유들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공간에 들어갔을 때 통과한 사람은 자신이 차별화된 권력을 가졌다는 것을 확인받는 것이다. 클럽 주인은 그런 달콤한 경험을 파는 것이다. - P82

공간에 들어가는게 쉽다는 것은 그만큼 중요한 공간이 아니라는 뜻이며, 동시에 권력을 가진 공간도 아니라는 것이다. - P82

공간의 디자인은 권력의 창출 및 재분배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따라서 건축가들이 도시 구조를 디자인하고 건물을 디자인하는 것은 향후 수백년간의 권력 구조를 구성하는 중요한 작업이다. -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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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가장 먼저 buy가 일반적으로 많이 알고 있는 ‘구입하다‘는 뜻 외에 ‘믿다‘라는 뜻으로도 쓰인다는 걸 새롭게 배웠다. 이와 관련하여 이 책에 추가적인 설명이 별도로 더 나오진 않지만, 독자인 나의 주관적인 생각을 좀 덧붙여보자면 어떤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입하거나 산다‘는 것이 그 구입하려는 대상이 가치가 있다고 믿기 때문에 사는 것이라는 측면에서 buy라는 단어를 ‘믿다‘ 라는 뜻으로도 쓰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이니 뭐 저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구나 정도로 봐주시면 감사하겠다.

또한 뒤이어 나오는 표현 중에 play the field라는 표현이 직역하면 ‘어떤 분야에서 활동한다‘는 의미정도로 볼 수 있는데 이것이 ‘여러 사람과 사귄다‘는 의미로 관용적으로 쓰인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의역해도 직역한 것과 딱히 큰 차이가 있는 것 같지는 않고 단지 의미를 좀 더 확장해서 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뒤이어 예문에 나온 단어중에 pushover라는 것도 있는데 이것이 여기서는 명사로 만만한 사람이라는 뜻으로 나오는데 이 단어를 쪼개서 생각해보면 push 가 누른다 혹은 민다 는 느낌이고 over는 위에서 라는 느낌이므로 이 둘을 합치면 위에서 누른다 혹은 위에서 민다 정도의 의미로 생각해볼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pushover 라는 단어가 (위에서 눌러도 될 정도로) 만만한 사람이라는 뜻이 된게 아닌가 조심스레 추측해보게 되었다.

오늘 배운 표현 중에 stand sb up이라는 표현도 있는데 ‘~를 바람맞히다‘ 라는 의미라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표현이 직관적으로 느낌이 오지 않아서 인터넷에 검색해봤더니 stand sb up을 직역하면 ‘~를 세워두다‘ 라는 뜻인데 이것이 sb(somebody, 누군가)를 기다리게 해놓고 나타나지 않다는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를 바람맞히다‘라는 뜻이 있다고 하는데 이해는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뭔가 특정 상황을 상상해야 하는 단계가 하나 더 추가돼서 그런지 해설 같은 걸 보고서도 입에서 바로 튀어나오는데는 시간이 좀 걸릴것 같은 느낌입니다. 그래도 자주 봐서 익숙해지면 좋겠습니다.

I don‘t buy it 믿을 수 없어

buy는 ‘구입하다‘ 외에 ‘믿다‘라는 뜻으로도 사용됩니다.
눈앞의 상황을 믿지 못할 때 I can‘t believe my eyes[ears]와 같이 말하기도 하고, ‘너무 좋아서 믿기지 않아‘는 That‘s too good to be true.라고 표현합니다.

유사표현 : I can‘t believe it - P140

A You‘ll never guess what happened last night.

B What? She stood you up* or what?

A Exactly. Don‘t you think she plays hard to get*?

B I‘m sure she really likes to play the field.

A According to rumors, she has feelings for you.

B I don‘t buy it*. I have a lot on my mind.

A 어젯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상상도 못할걸.

B 뭔데? 그녀에게 바람이라도 맞은 거야?

A 맞아 걔 너무 튕기는 거 아냐?

B 확실히 개는 여러 사람과 사귀는 걸 좋아해.

A 소문에 걔가 너한테 마음이 있다고 하던데.

B 믿기질 않아, 머리가 복잡해진다.


기타표현체크

stand sb up ~를 바람맞히다

play hard to get 까다롭게 굴다/튕기다

don‘t buy it 믿지 못하다
- P140

You‘ll never guess 의문사+주어+동사

~했는지 상상도 못할걸

A You‘ll never guess what my parents got me today.

B How should I know? What did they get?

A 오늘 우리 부모님이 뭐 사 주셨는지 상상도 못할걸.

B 내가 어떻게 알아? 뭘 사 주셨는데? - P141

play the field 여러 사람과 사귀다

A When are you going to marry?

B I‘m too young to settle down. I want to play the field.

A 언제 결혼할 거야?

B 난 정착하기엔 너무 어려. 여러 사람과 사귀고 싶어. - P141

have feelings for sb ~에게 마음이 있다

A I think he still has feelings for you.

B Nonsense! I‘m not such a pushover.

A 그가 아직 널 좋아하는 것 같아.

B 말도 안 돼. 나 그렇게 만만한 사람 아니야. - P141

have a lot on one‘s mind 생각이 많다 / 머리가 복잡하다

A You‘re acting weird today. You‘re not yourself.

B I have a lot on my mind these days.

A 오늘 좀 이상하다. 평소 너답지 않아.

B 요즘 생각이 많아서 머리가 복잡해. - P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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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지난번 포스팅의 마지막에 자연계의 가장 위대한 성공사례로 식물과 곤충간의 협력하는 관계를 언급했었는데 이는 저자가 이 책에서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공생이라는 관점에 정확히 부합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자연속 공생관계를 보면서 한편으로는 왜 우리 인간은 서로 손을 잡는데(서로 협력하는데)인색할까 라는 질문을 던지며 마치 철학자들이 가질법한 궁금증을 품는다. 이는 저자가 자신의 전공인 자연과학(생태학)뿐만 아니라 인문학 분야에도 조예가 깊기 때문이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또한 위 내용과는 별개로 독서에 관한 저자의 소신을 밝히는 부분이 있는데, 저자는 머리를 비우는 취미 독서보다는 자신이 모르는 분야를 배워나가는 기획 독서를 할 것을 독자들에게 권면한다. 사람들이 일상을 살아가며 지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머리를 식히기 위해 취미 독서를 한다고 하는데, 저자는 이런 오락적인(?) 취미 독서보다는 독자 개개인이 잘 모르는 분야를 알아가는 기획 독서가 더 가치있는 것임을 얘기하고 싶었던 것 같다. 이러한 주장의 근거는 바로 DNA에 관한 얘기를 하다가 나온 것인데, 인간의 DNA에는 다른 동물들과 달리 ‘앎‘이라는 것을 추구하는 본능이 있다는 점에서 착안한 생각이다. 독자인 내가 저자의 사고의 흐름을 역추적해보자면 새로운 지식을 배운다는 것은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DNA인지라 이 DNA를 발전시키고 더 나은 DNA로 개발시키기 위해서라도 단순한 재미만을 추구하는 취미 독서를 하기보다는 뭐라도 하나 더 배우는 기획 독서를 하는 것이 진화생태학자인 저자의 생각에서는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 지식을 많이 배워둬야 DNA를 더 좋은 쪽으로 진화시킬 수 있다는 생각이 밑바탕에 깔려있는 것 같기도 하다.


연이어 나오는 내용 중에는 ‘공진화‘라는 개념이 눈에 띄었는데, 자연에 존재하는 각종 식물들과 저자의 연구 대상인 개미가 서로 협력하면서 함께 진화해나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 일일이 밑줄치진 않았지만 본문을 읽다보면 다양한 형태의 개미들이 등장하고 각자의 역할들이 있는 것들을 보게 되는데 개미들의 사회가 인간사회와 유사한 면도 있고 종의 개별 특성에 따른 차이점도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저자는 자신의 연구분야인 개미와 인간을 비교하며 살펴봄으로써 개미들로부터 협동하는 것을 우리 인간들이 배웠으면 하는 바램을 나타내는데, 인간사회에서 협동이 쉽지 않은 이유가 희생하는 것에 대해 인간들이 꺼리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덧붙인다. 이외에도 저자의 연구분야인 개미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들을 통해 자연에서 우리 인간들이 배울만한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잠시나마 가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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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포스팅의 후반부에선 ‘진사회화‘라는 개념이 눈에 띄었는데 이는 개미나 꿀벌같은 종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인간과는 달리 자신들이 가장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특정한 개체에게 전적으로 번식의 역할을 맡기고 나머지 개체들은 이 특정한 개체의 번식활동을 옆에서 돕는 그런 방식을 말한다. 책에 직접적으로 나온 표현은 아니지만, 진사회화를 독자인 내가 이해한 말로 풀어보자면 ‘될성싶은 개체한테 모든 것을 몰아주는‘ 것이라고 생각해보면 될 것 같다. 즉, 우월한 유전자를 가진 개체를 번식의 도구로 써서 후세대에게 그 우월 유전자를 물려준다는 의미다. 어찌보면 굉장히 현명한 선택을 개미나 꿀벌들이 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을 듯 하다.


오늘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선 저자가 미국 유학생활을 하면서 현지인 친구로부터 배웠던 과학적 글쓰기와 관련된 에피소드들이 나오는데 문학적 감수성이 풍부했던 저자가 과학적 글쓰기와 자신이 기존에 갖고 있던 글쓰기 방식이 배치되면서 겪었던 혼란들에 대한 일화들이 나온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는 저자가 했던 여러가지 고뇌들이 지면 너머로 조금이나마 느껴졌던 것 같다.

자연계에서 가장 무거운 존재가 누군인지 아십니까? 무게로 가장 성공한 존재.

자연계의 모든 동물을 다 모아본들 식물의 무게에 비하면 그야말로 조족지혈입니다. 지구는 식물이 완벽하게 장악한 행성입니다. 무게로 가장 성공한 집단이 식물이고, 숫자로 가장 성공한 집단이 곤충입니다. 이 어마어마하게 성공한 두 집단이 만나 서로 잡아 죽여서 성공한 게 아니고, 손을 잡았다는 겁니다.

이렇게 대단한 경우(식물과 곤충의 공생관계)가 있는데, 왜 우리는 이걸 연구하면서도 손 잡고 가는 것에 인색할 수밖에 없게끔 살고 있을까? 이게 생물학자인 제가 ‘나는 누구냐?‘ ‘우리는 누구냐?‘하는 차원에서 던지는 질문입니다. 도대체 우리는 어쩌다가 이런 식으로 프로그래밍 되고 말았을까.

최근 몇 년 동안 굉장히 열심히 생각하는 단어가 있습니다. 영어로 ‘coopetition‘이라고 하는데요. 경쟁competition 이란 단어와 협력cooperation 이란 단어의 합성어입니다. 경쟁하는 듯, 협력하는 듯, 이런 뜻이죠.

어떻게 경쟁과 협력이 기가 막히게 조화를 이루느냐, 이게 결국 우리의 삶 아닌가요?

우리 평소에 같이 삽니다. 어느 정도 돕고 삽니다. 그래도 마지막 순간엔 남들보다 내가 요만큼은 낫고 싶은 거죠. 그래서 그 순간에 우리가 남을 해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전문인들이 사는 21세기에 진정한 전문인은 치열하게 공부하고 치열하게 일한다. 그냥 놀고 먹으면서 성공하려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상대를 존경하고 따뜻하게 대하면서도, 치열하게 일하고 공부해서 이기는 거다."

함께 가면서 더 열심히 일한 사람이 성공할 겁니다.

호모 사피엔스는 자기와 비슷하게 생긴 놈들이 주변에서 얼쩡거리는 꼬락서니를 못 봐줍니다. 자연계에서 우리처럼 배타적인 동물은 처음 봅니다. 주변에 있는 비슷한 놈들을 몽땅 제거해 버리고 혼자 살아남았습니다. 그래놓고 스스로 ‘현명한 인간‘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사피엔스가 ‘wise‘라는 뜻입니다. 이렇게까지 자화자찬을 해도 되는건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자연계의 다른 생물과 공생하겠다는 뜻에서 ‘호모 심비우스Homo symbious‘로 거듭나야 한다

자연의 순리를 연구하는 학문이 ‘생태학‘입니다.

"인간은 DNA의 존재를 알아버린 유일한 동물이다."

DNA가 저를 만들어서 이 세상에 내놓은 겁니다. 제가 무엇을 한들 DNA의 손바닥 안에 있습니다. 기왕에 이렇게 된 거, 기가 막히게 한바탕 즐기고 가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게 DNA에게 끝내 도움이 되면 참 좋고요.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제가 꼭 뭘 이뤄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사라져요. 그렇다고 포기할 이유도 없습니다. 왜? 제가 포기해도 DNA한테는 별 상관 없습니다. DNA는 또다른 존재를 가지고 실험할 겁니다.

"유전자의 폭력에 항거할 수 있는게 인간이다."

유전자가 모든 걸 다 장악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이미 유전자의 존재를 알아버린 우리는 유전자가 폭력을 저지르는 것에 항거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인간이라는 동물은 DNA의 존재까지도 알아버린 대단한 존재입니다. 우리를 빼놓고 이 세상에 그 어느 동물도 ‘앎‘이라는 것을 제대로 추구하는 동물이 없습니다. 우리는 앎을 추구하게끔 허락받은 동물입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새로운 걸 알아가는 과정을 겪으며 삽니다.

책 안에 우리가 알고자 하는 인류의 모든 지식이 담겨 있습니다.

취미 독서만 하지 마세요.

지식을 전달하라고 책을 만들어 놨는데, 왜 머리를 비우세요?

취미 독서만 하지 말고 기획 독서를 하십시오. 내가 모르는 분야를 공략하셔야 합니다. 나는 분석철학에 대해 제대로 공부한 적이 없다, 나는 진화심리학이 뭔지 모른다, 나노과학이 뭘까, 공략하십시오.

모르는 책을 붙들었는데, 잘 넘어간다? 천하의 거짓말입니다. 안 읽힙니다. 하지만 그걸 붙들고 씨름하다보면 첫 책은 안 읽혀도 두 번째, 세 번째 책쯤 가면 신기하게 책장이 넘어가기 시작합니다. 그러면 어느덧 그 분야에 발을 들여 놓으신 거예요.

내 지식의 지평을 넓혀가는 겁니다. 그게 바로 인문학이 원하는 겁니다.

자연에서 우린 정말 많은 힌트를 얻습니다. 자연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들여다보고 우리도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 이것 역시 호모 심비우스의 정신입니다.

개미 사회에서는 이런 합종연횡이 굉장히 흔해요. 여왕개미들끼리 손잡는 일들이 아주 비일비재합니다. 다만 문제는, 나중엔 여왕이 한 분만 남으셔야 해요. 한 나라의 통치자가 둘일 수는 없잖아요. 이건 인간 사회도 마찬가지고 동물 사회도 마찬가집니다. 통치자가 둘인 경우는 정말 드뭅니다. 그래서 천하를 평정하고 나면 서로를 숙청하는 피비린내 나는 정쟁이 벌어집니다.

‘공진화‘라고 합니다. 두 종이 서로 조율하면서 함께 진화한다는 겁니다. 개미가 혼자 진화하는 게 아니라 식물과 서로 조율하면서 서로에게 이득이 되며 함께 진화한 거죠.

마크 트웨인이 이렇게 얘기한 적이 있어요.
"실화보다 더 재미있는 소설은 없다."

인간과 가장 비슷한 동물은 영장류 중에서도 침팬디와 보노보입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유전자와 그들이 가지고 있는 유전자를 비교해봤더니 거의 99퍼센트가 똑같습니다. 자연계에서 이렇게 가까운 사촌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굉장히 가까운 사촌입니다.

우리(인간과 개미)가 얼굴이 닮았다는 건 아니고, 하는 짓이 엄청나게 닮았다는 겁니다.

개미와 인간이 지구를 양분하고 있는 두 지배자

1경이라는 게 10의 16제곱입니다. 0을 열여섯 개를 써야 그게 1경입니다.

협동하는 자가 성공한다

협동을 할 줄 아는 동물이 몇 안 돼요. 그 이유가 뭘까요?
협동하려면 희생이 따릅니다. 누군가가 희생해야 협동이 가능한 거지, 다 몸 사리고 손해 안 보려고 하면 협동이 안 됩니다.

이 희생이 어려운 거죠.

과연 우리 인간이 희생을 잘하는 동물일까요? 개미는 우리 인간에 비하면 기꺼이 희생하는 동물입니다.

꽃 안에만 꿀 샘이 있는 게 아니고, 식물 중에는 꽃 밖에도 꿀샘을 가진 식물들이 있습니다. 꽃 안에 있는 꿀샘은 벌과 나비를 위한 것이지만, 꽃 바깥에 있는 꿀샘은 오로지 개미를 위한 겁니다. 개미가 와서 그 꿀샘에서 단물을 채취하는데, 개미가 오르락내리락하기 시작하면 이 식물에 아무도 얼씬거리지 못합니다.

이 세상에 개미가 옮겨주지 않으면 발화하지 않는 식물이 수백 종입니다.

개미는 굉장히 많은 식물과 이런 관계를 맺고 삽니다. 굉장히 이로운 동물이고, 온갖 동식물과 손잡고 살 줄 아는 동물입니다.

개미들의 희생 정신, 조직력, 협동, 의지, 이런 것들은 충분히 배울 만한 것들이에요.

옛날 중국 사람들은 개미에 대해 뭔가 더 많이 알고 있었나봐요. 개미를 한자로 ‘의蟻‘라고 쓰는데요 의로울 의자에 곤충 부를 하나 붙여놨어요. 저 글자가 만들어진 게 적어도 3~4천 년 전일 텐데, 중국 사람들은 개미를 가리켜 의로운 곤충이라고 얘기했다는 거죠. 참 대단합니다.

우리가 보는 가시광선을 불편해하는 곤충들은 붉은 등을 켜놓고 관찰하면 전혀 영향을 받지 않고 하던 짓 다 하거든요. 개미는 붉은 등 안 켜도 되고요. 실험실에서 못 나오게 미끄러운 것을 바르고 풀어놓으면 연구가 가능해요.

"한번 생각해봐라. 굴에서 살고 여러 생태적 조건들이 비슷하면 그런 진화가 꼭 곤충에게서만 일어나야 한다는 법은 없다."

혼인비행을 마친 딸(꿀벌)이 집에 돌아오면 엄마가 집을 내줍니다. 자기 집을 내주고 자기를 따를 일벌의 절반을 데리고 나갑니다. 그게 분봉이에요.

개미나 꿀벌의 사회성을 ‘진사회성eusociality‘이라고 부르거든요. 누군가가 홀로 번식하고 사회의 다른 구성원들은 번식을 포기한 채 그 한 존재의 번식을 돕는 형태로 진화하는 걸 진사회성이라고 불러요. 사회성의 진화로 보면, 우리는 엄밀한 의미에서 진사회성에 도달하지 못한 사회성을 가지고 있는 거죠.

저는 여왕개미처럼 내 일개미를 키워서 그 일개미들과 같이 해야 하는 거예요. 그때부터 제자 키우는 일에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자를 키워서 동료를 만들어야 하니까..

과학 논문은 맨 앞에 초록abstract이 있잖아요. 내가 뭘 얘기한다, 뭘 발견했다는 것부터 짧게 쓰고 서론introduction, 방법method 쓰고 결과results와 고찰discussion을 쓰는 거잖아요.

다짜고짜 결론부터 얘기하고 나면 소설이 재미없잖아요. 그래서 저는 일단 숨기는 거예요. 하고 싶은 얘기를 꽁꽁 숨겼다가 맨 마지막에 꺼내놓는 거죠. 그런데 이게 과학 논문으로는 절대 안 맞는 겁니다.

"지면 비워놨습니다."

제가 의생학을 구상했습니다. 의자가 ‘헤아릴 의 擬‘ 자입니다. 의성어, 의태어 할 때. 다른 말로 하면 흉내낸다는 뜻입니다. 자연을 흉내내는 학문이다, 자연을 모방하는 학문이다, 자연을 표절하는 학문이다, 이렇게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 개념 중에 자연 모방biomimicry 이라는 말이 있어요. 자연에서 우리가 가져다 쓸 게, 배울 게 많다는 겁니다.

가방이나 신발에 찍찍이velcro 많이 붙어 있죠? 우리가 발명한 게 아닙니다. 도꼬마리 같은 식물이 동물의 털에 자기 씨앗을 붙여서 멀리 이동시키려고 개발해놓은 겁니다. 그걸 우리가 그대로 베꼈습니다. 현미경을 들여다 보면서 굉장히 비슷하게 베껴서 쓰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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