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매지리 토지문화관에서는 매달 한 번씩 작가들을 초대해서 강연을 하는데 이번 달에는 소설가 한강이었다. 원주에 살면서도 이런 작가들을 만날 수 있다는 건 정말 행운이다. 그녀의 작품을 읽은 건<채식주의자>가 처음이었고, 이번 강연을 들으러 가기 위해 <바람이 분다, 가라>를 구입했는데 다 읽지도 못한 채 강연에 갔다.   

며칠 전부터 배꽃 님한테 전화해서 같이 가자고 했더니 딸래미랑 시간에 맞춰 나를 데리러 와 주었다. 소라언니가 왔다는 말에 우리 딸도 따라나서고... 그래서 여자 넷이서 비 오는 토요일 오후 매지리 토지문화관으로 갔다.  

 작작가는 책표지에 나와 있는 사진보다도 더 어리고 또 더 여려 보였다. 책에서처럼 이야기가 줄줄 쏟아져 나올 줄 알았는데 조용조용 사분사분 말을 아꼈다.  

어렸을 때부터 졸곧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글을 썼고, 등단하겠다는 마음보다 그냥 글을 쓰는 게 좋아서 글을 썼고, 경험삼아 투고를 했고... 작가가 되었는데 나이가 들어갈수록 사는 것도 글을 쓰는 것도 더 조심스럽고 어려워진다고 했다. 아버지(한승원)가 소설가이니 글을 쓰는 게 조금은 쉽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글은 아무나 쓰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또 든다.

올해 나온 <바람이 분다, 가라>의 경우 4년 반이 걸렸을 정도로 힘들었다고...  진실된 무엇인가를 쓰고 싶은데 자꾸 소설과 작가 자신이 싸우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일 년 동안은 아예 글을 쓰지 않고 소설에 대한 생각만 하며 지냈단다. 그러고 나서야 소설을 마무리할 힘이 생겨났다고.

 1970년생이니 작가의 나이 마흔을 넘었는데 독자들의 질문을 받으며 웃는 모습이 소녀처럼 맑고 예쁘다.  

<바람이 분다, 가라>에 보면 '나는 1970년 11월 27일생이다.'라는 문장이 나오는데 싸인 받을 때 작가의 생일이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했다. 나와 생일 날짜가 같아 반가웠다. 앞으로 내 생일이 되면 작가 한강이 생각날 것 같다.^^

 강연이 끝나고 책에 싸인을 받았는데 딸아이 이름과 멋지게 성장하세요.라고 써주며 "이건 아이들이 읽으면 안 되는 책이야." 그런다. 울 딸 "엄마 책이에요."

작가는 강연 중에 아이를 키우다 보니 이젠 19금의 책보다 아이들과 함께 읽을 수 있는 책을 쓰고 싶다고도 했다.

싸인을 받고 있는 배꽃 님 모녀. 

강연이 끝나고 토지문화관 앞에서 배꽃 님과 함께.

강연을 들으며 우리 딸이 뭔가를 끄적대고 있더니 작가 한강의 모습을 그렸다.  

**** 한강의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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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강..
    from 배꽃이 꿈꾸며 머무는 곳. 2010-08-28 23:55 
    소나무집님 따라 한강 작가님의 "글쓰기의 경험"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듣고 왔다.  비오는 날 나긋나긋한 작가님의 목소리가 맘에 들었다는 딸램...엄마 목소리가 워낙 커서인지 사분사분한 목소리가 더 맘에 들었던가 보다.
 
 
2010-08-29 01: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나무집 2010-08-30 08:54   좋아요 0 | URL
작가는 보는 순간 딱 문학 소녀의 이미지 그대로였어요. 얼마나 고요하고 순수하고 맑아 보였는지 몰라요. 20대쯤으로 보여서 불혹이라는 게 믿기지 않았어요. 글을 쓰면 쓸수록 나이가 들어갈수록 글쓰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는 고백을 했어요.
다녀와서 밤새 <바람이 분다, 가라>를 마저 읽었는데 여기서 힘들었구나, 여기서 고민했구나, 다시 시작한 부분이구나... 하는 작가의 섬세한 호흡 같은 게 다 느껴지더라구요.

엘리자베스 2010-08-29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웃는 모습이 정말 예쁘네요.
선우가 그린 작가의 모습 또한 훌륭하구요^^
다음엔 저도 데려가 주세용~~~
참, 9월 27일 월요일 사랑방에서 강무홍 선생님 강연회 있어요. 시간 되시면 함께 가요.

소나무집 2010-08-30 09:02   좋아요 0 | URL
평소 인상은 무표정인데 웃을 때 정말 예뻤어요.
딸래미가 강연중에 끄적대길래 뭘 적고 있나 보다 했는데 작가 캐리커처를 했더라구요. 님께 연락할까 하다가 아들래미가 어려서 못 가겠지 했는데 가보니까 아이들 데려온 엄마들이 여럿 있더라구요. 혹시 다음 강연에 가게 되면 같이 가요.

순오기 2010-08-30 2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승원 선생님 작품은 많이 읽었는데, 한강 소설은 하나도 안 읽었네요.
아버지보다 엄마를 더 닮은거 같아요.
배꽃님은 미모로우셔라~~~~ ^^

소나무집 2010-09-01 15:07   좋아요 0 | URL
아버지보다 인간의 본질에 접근하는 작품을 쓰는 것 같아요.
가을에 오심 배꽃님도 만날 수 있어요.^^
그런데 순오기님이 바빠서 원주에 오실 시간이 날지 모르겠어요.^^

2010-08-30 22: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01 15: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씩씩하니 2010-09-03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맞아요,,강연 있다하셨지요..
배꽃님이랑 정말 자주 만나시네요...좋당!!!
그나저나 정말 여유롭게 친정가는 시간에 한번 토지문화관 가고 싶어요...
글구..님 그림은 모에요..너무 잘그려...음..기죽어라!!

소나무집 2010-09-05 15:45   좋아요 0 | URL
님, 언제 올 거예요? 배꽃님이랑 함께 만나요.^^

2010-09-08 11: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08 22: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화요일, 아이들이 개학을 했다. 방학 때마다 내가 나서서 영어 공부는 이만큼, 수학 공부는 이만큼 하자면서 다 지키지도 못할 계획표를 만들곤 했는데 올해는 몽땅 아이들에게 맡겼다. 이제 6학년이니까 알아서 하라고 했지만 사실은 내가 귀찮아서였다. 그 결과 딸은 계획표를 만들었지만 아들은 무계획이 상팔자임을 알고는 모두 패스 ~

그래도 아이들은 나름대로 영어는 늘 하던 대로 했고, 수학은 2학기 예습용 학습지를 한 권씩 사 달라고 하더니 나름 거의 다 푼 것 같다. 공부를 했나 확인 같은 것도 안 하고 그냥 내버려두었다. 어떨 땐 내가 넘 방치하나 싶었지만 덕분에 아이들도 나도 행복한 방학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칭찬해주고 싶은 건 아침 8시에 시작하는 수영 강습을 다녔는데 휴가 때 빼놓고는 한 번도 빠지지 않았을 정도로 열심이었다. 방학이라 늦잠도  자고 싶었을 텐데 "수영 가야지!" 하면 벌떡 일어나던 아이들...  

내가 오전에 일하러 나갔다가 서너시가 넘어 들어왔기 때문에 수영 다녀와서 저희들끼리 아침, 점심 먹고 설거지까지 해놓는 게 얼마나 기특했는지 모른다. 반찬 투정 한 번 없이 일품 요리(한 가지 요리로 구성된)를 먹고 활기차게 하루를 시작하곤 했다. "오늘은 뭘 하고 놀까?" 이게 우리 아들의 고정 멘트~ 

개학이 다가와도 엄마가 숙제에 대한 언급이 없으니 저희들이 알아서 숙제를 챙기기도 했다. 내가 내세운 원칙도 "방학 숙제는 너희들이 할 수 있는 만큼만 해라"였다. 아들은 역시나 따로 시간을 투자한다거나 글씨를 쓰는 숙제는 최대한 안 만들었다. 일주일에 의무로 두 번씩 쓴 일기하고 토지의 날 행사 때 손톱에 봉숭아 꽃물 들인것과 독서 기록 남긴 것이 숙제라고 했다. 내 눈에 숙제처럼 보인 건 하나도 없었지만 아들의 선택을 존중하기로...  

딸은 독서록에 뭐에 체험학습 보고서까지 알아서 꼼꼼하게 만들어 갔다. 엄마라는 사람은 "체험 학습 보고서 만들 때 엄마한테 도와달라고 할 거면 아예 하지 마!" 이렇게 엄포를 놓았고, 제법 근사하게 만들어놓은 결과물을 읽어보지도 않았으니... 음, 요즘 내가 엄마이길 반은 포기한게야!!! 

방학 마지막 날 아이들은 "엄마, 올 여름 방학은 정말 실컷 놀았어요." " 정말 재미난 초등 마지막 방학이었어요!"라며 결론을 내려주었다. 그래, 그럼 됐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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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임이네 2010-08-27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이 대견하네요 요즘은 스스로 하는아이가 없는것같아요님 .저또한 조금은 도와주는걸요ㅠㅠ

소나무집 2010-08-28 21:19   좋아요 0 | URL
워낙 뭘 많이 하라고 시키질 않았어요. 영어도 수학도고 30분 이내에 끝낼 수 있는 분량이거든요.

마노아 2010-08-27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모범적인 방학 시간이었는걸요. 이런 방학 시간이 퍼져야 해요.^^

소나무집 2010-08-28 21:20   좋아요 0 | URL
그냥 많이 놀아서 신났던 아이들, 딸아이는 이제 중학교 가는데 마음의 부담이 좀 적을 때 실컷 놀라고 그랬어요.

엘리자베스 2010-08-27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칭찬받아 마땅하네요.
요즘 많이 궁금했었어요. 잘 지내시죠?
이제 개학도 했으니 조만간 밥 한번 같이 먹었으면 좋겠어요.
전 한가하니 언제라도 연락주세요^^

소나무집 2010-08-28 21:22   좋아요 0 | URL
목요일까지 일하고, 금요일에 박경리문학공원에서 자원봉사하고 있어요. 한 주가 어떻게 가는지 모르겠어요. 금요일에 공원으로 놀러 와요.

세실 2010-08-28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즐겁게 보냈군요.
우리 아이들도 이번 여름방학엔 그저 기본만 하기로 했어요.
일기랑 독서록^*^ ㅎ
책은 많이 읽었어요.

소나무집 2010-08-28 21:23   좋아요 0 | URL
그냥 놀았답니다. 저렇게 글로 써놓으니 공부도 꽤 한 것 같지만 시간으로 따지면 하루 한 시간 미만이었어요. 책은 수도 없이 읽는데 독서록은 거의 안 쓰고요.

순오기 2010-08-30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름방학 실컷 놀았으면 됐네요~ ^^
우리집에서도 방학마다 나오는 소리.ㅋㅋ

소나무집 2010-09-01 15:09   좋아요 0 | URL
너무 놀고 있는 것 같아서 좀 걱정도 돼요. 중학교 준비한다고 주변에서 난리들이 났더라구요.
 

올 들어 다문화 가족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교재 수업 중간에 함께 읽어주면 좋을 것 같은 우리 문화 관련 그림책들을 모아 보았다.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된 그녀들에게 우리 문화에 대해 말로 열 번 설명하는 것보다 이런 그림책 한 번 읽어주는 게 훨씬 효과적이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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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2010-08-22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궁..우리 그림책인데도 읽은 책이 몇 권 안되네요. 6권 정도...

소나무집 2010-08-22 22:42   좋아요 0 | URL
저는 초방에서 나온 열두띠 빼고는 다 읽었어요. 외국인 엄마들이 그림책 읽어주는 걸 좋아해서 요즘 함께 읽고 있어요.

같은하늘 2010-08-25 0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고... 전 다섯권밖에 못 봤네요.
우리 그림책에는 예쁜 그림들이 가득해요.^^

소나무집 2010-08-26 08:52   좋아요 0 | URL
다 넘 좋은데 아이들이 크니까 그림책은 잘 안보게 되더라구요. 그러다 요즘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다시 그림책을 뒤적뒤적하는 중이랍니다.

꿈꾸는섬 2010-08-25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그림책 너무 예쁘네요. 우리 아이들에게도 필요한 책이겠어요.^^

소나무집 2010-08-26 08:53   좋아요 0 | URL
그죠. 정말 예뻐요. 외국인들에게도 아이들에게 읽어주듯 감정을 살려서 구연해주면 넘 좋아해요.

순오기 2010-08-27 0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문화를 알기에 좋은 책들이죠.
11권 읽었고, 갖고 있는 책은 8권.

소나무집 2010-08-27 09:38   좋아요 0 | URL
저도 열 권은 집에 있는데 수업 자료로 쓰려면 모두 구입해야겠다 싶어요.
 

평소에도 놀러 다니기를 즐기는 우리집은 휴가라고 해서 특별한 계획 같은 건 없다. 그래서 휴가 때는 늘 친정집에 가곤 했는데 이번에도 4일을 보내고 왔다. 나이 들어갈수록 자식들 얼굴 보는 걸 가장 큰 낙으로 사시는 엄마인데 멀리 산다는 핑계로 자주 못 가니 늘 죄송스럽기만 하다. 갈 때는 일도 도와 드리고 함께 놀러도 가고 맛있는 것도 사 드려야지 하는데 돌아올 때 보면 우리가 해 드린 것보다 얻어 가지고 오는 게 더 많다. 이번에도 역시나...

첫째날, 우리가 친정에 가서 가장 먼저 한 일은 마당 잔디밭에 텐트를 친 일이다. 남편은 봄부터 텐트를 사놓고 야영을 가자더니 주말마다 왜 그리도 바쁜지 결국 펼쳐보지도 못했다. 아이들은 외할머니집에서의 첫날 밤을 마당가에 집을 마련하고 있는 강아지 4마리, 토끼 2마리, 소 6마리의 숨소리를 들으며 텐트에서 잤다.   

둘째날, 오후에 친정집에서 20분 거리에 있는 신두리해수욕장에 갔다. 신두리 사구(따로 소개하는 페이퍼 쓸 예정임) 때문에 더 유명해진 곳이다. 가서 보고는 정말 깜짝 놀랐다. 예전엔 해수욕장도 아니었고 우리집에서 가려면 태안읍으로 나가서 빙빙 돌아가야 했는데 바다를 이어주는 길이 생겨서 20분이면 갈 수 있었으니...  

깔끔하고 이국적인 느낌의 펜션 거리, 드넓은 모래사장, 거기다가 사구까지... 와, 감탄사가 절로 나왔으니 서해로 놀러 가는 분들에게 꼭 들러보라고 추천해주고 싶다. 단점이라면 모래에 뻘이 섞여 있어서 오랫동안 물놀이를 하다 보면 흙탕물이 된다는 것. 

      

셋째날은 부모님도 한 번도 안 가보셨다고 하길래 신두리해수욕장 구경시켜 드린 후 만리포해수욕장에 가서 놀다가 횟집에서 저녁까지 먹고 들어왔다. 만리포는 2년 반 전에 시커먼 기름으로 뒤덮였던 바다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물이 깨끗했다. 맑은 물속에서 몰려다니던 여러 종류의 물고기떼, 모래를 들썩이기만 하면 나오던 조개, 고동들을 보니 왜 그리도 고맙던지...  

  

넷째날은 전날 밤에 내려온 오빠네 가족과(중3 조카가 수험생(?)이라서 올케랑 둘은 못 내려오고) 아침부터 만리포해수욕장(집에서 10분 거리에 있음)에 또 갔다. 3일을 연달아 바다에 갔는데도 우리 아이들은 지치지도 않고 잘 놀았다.  

바닷가에 텐트 쳐놓고 라면도 끓여 먹고 삼겹살도 구워 먹고...  덕분에 온 가족이 시껌둥이가 되었지만 아들딸 손주들과 함께 물놀이를 하며 즐거워하던 부모님을 생각하면 오랜만에 효도한 것 같아 기분이 좋다.    

 

그리고 일 안 한 사람은 밥도 먹지 말아야 한다는 외할아버지의 압력에 의해 아침에 일어난 아이들은 논에도 가보고, 고추도 따고, 옥수수랑 참외도 따고, 소밥도 주는 나날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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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2010-08-11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서재에서 통 모습을 볼 수 없기에 휴가이신줄 예감했었죠. 즐거우셨죠?
마당에 텐트 치고 야영했다는 이야기가 제일 부럽네요.
귀차니스트인 아빠와 엄마덕에 우리 아이들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죠.
텐트치고 야영하자는 말 했다간 '해서는 안 될 이유 100가지' 정도는 만들어 낼꺼예요.

소나무집 2010-08-13 17:36   좋아요 0 | URL
휴가 다녀와서 다시 일 시작하니까 넘 힘들어요. 나도 놀아야 되는 체질인가 봐요. 텐트 치고 뭐 그런 귀찮은 일은 모두 남편이 하니까 전 옆에서 잔소리나 하면 되고~~

BRINY 2010-08-11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 맑네요!
어릴 때 집 마당에서 여름이면 늘 텐트치고 살았던 기억 납니다. 비오면 물 찬다고 엄마가 뭐라하셨지만, 아빠는 꿋꿋하게 텐트를 쳐주셨어요 ㅎㅎ

소나무집 2010-08-13 17:37   좋아요 0 | URL
만리포해수욕장 물이 정말 물이 맑았어요. 물속에 물고기떼들도 정말 많았구요. 저희도 남편이 아이들 어릴 때 추억을 많이 만들어주고 싶어하다 보니...

꿈꾸는섬 2010-08-11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나무집님 친정이 서해안 태안쪽이군요. 좋으시겠어요.^^ 부러워요.ㅎㅎ
예전에 현준이 돌무렵에 만리포 해수욕장에 데려갔었는데 참 좋았어요.^^
집에서 10분거리라니 어디 멀리 가실 필요 없겠어요.^^
저희도 요새 텐트하나 구입해서 야영해보자고 그러고 있어요.^^ 아이들에게도 색다른 재미를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전 귀찮겠지만요.ㅎㅎ

소나무집 2010-08-13 17:38   좋아요 0 | URL
시댁은 제주에 친정은 태안, 남편 일터는 국립공원~ 저희는 놀아야 되는 팔자예요.^^ 아이들이 어리면 야영이 더 재미있을 거예요.

세실 2010-08-12 0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운치있으신 님. 친정 마당에 텐트라니 멋집니다. 아이들에게 최고지요.
결혼해서 지금까지 딱 한번 텐트가지고 놀러 갔습니다. 그후엔? 귀찮아요. 헤헤.
부모님과 행복한 휴가 보내셨네요.

소나무집 2010-08-13 17:39   좋아요 0 | URL
운치까지는 아니고 남편이 노는 걸 좋아하고 아이들에게 어린 시절 추억을 많이 만들어주고 싶대요.

전호인 2010-08-12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시골의 마당에 텐트쳐본 적이 있습니다.
나름 운치가 있어요. 더구나 텐트속에서 듣는 풀벌레소리며, 자연의 소리는 항상 신선함과 맑음을 주지요. 마음 속 더러운 공기가 정화되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아무튼 그랬습니다.^*^

소나무집 2010-08-13 23:22   좋아요 0 | URL
마당에 누워서 하늘도 보고 자연의 소리도 들을 수 있으니 좋은 것 같아요. 사실 이런 일이 귀찮은데 남편이 자꾸만 일을 벌이네요.

순오기 2010-08-13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린 도시에서 마당에 텐트 치고 잤어요. 처음 텐트 샀던 그 해 여름에...
애들이 아주 좋아했는데 진짜 산에 가서 텐트 치고 자는 건 황홀했고요.
우리도 놀아야 되는 체질인데...돈이 없어 못 놀아요.ㅜㅜ

친정 부모님 두분이 걷는 저 모습이 너무 좋아 보여요.
함께 늙어간다는 것...축복이죠.
다른 아이들은 농촌체험도 돈내고 하는데 선우랑 지우는 외가에 가면 모든 게 충만해요.
선우는 신이 났군요~~~~ 부러워라!!^^

소나무집 2010-08-16 08:49   좋아요 0 | URL
돈 없어도 꾸역구역 놀고 있는 우리집... ㅜㅜ
제가 우리 아이들만 했을 때는 부모님이 농사 짓는 게 좀 창피하고 그랬어요. 하지만 어른이 되면서 농사 짓는 것의 가치를 알게 되었고, 지금은 아이들에게 살아 있는 교육의 장이 되는지라 부모님이 농사 짓고 계시다는 사실이 정말 너무나 감사하답니다. 힘들게 농사 일 하시는 걸 보고 집에 돌아오는 차 안에서 울 때도 있었어요. 부모님이 건강하게 오래 사시길 바랄 뿐이에요.

희망찬샘 2010-08-14 0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끝내주는 휴가였네요. 한적한 바닷가가 무척 인상적입니다. 선우지우에게도 좋은 추억이 되었겠어요. 부모님도 너무 좋으셨겠어요. 두루두루 좋은 딸에 좋은 엄마시네요.

소나무집 2010-08-16 08:50   좋아요 0 | URL
모두 시골 살고 계신 부모님 덕분이랍니다. 저는 절대 좋은 딸은 아니예요. ㅜㅜ
아이들 말에 의하면 가끔만 좋은 엄마라는데요.

하늘바람 2010-08-14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웅 넘 부럽네요
부모님께 잘하시고 아이들께 잘하시는 님과 옆지기님
참 부럽습니다.

소나무집 2010-08-16 08:52   좋아요 0 | URL
저도 부모님께 잘 해드리는 편은 아니예요. 늘 부모님께 받기만 해서 죄송한 마음이랍니다.

2010-08-14 09: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16 08: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16 12: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16 2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0-08-17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남편 분이 저희 남편이랑 똑 같아서 키득거렸어요~

저흰 아들도 없는데,
지산 락페에서 사용할 텐트를...
시댁가서 시험 삼아 쳐봤어요~

첫 사진의 구름도 그림 같은데,
나머지 사진들도 다 저희 시댁을 보는 것 같아...은근 친근해요~^^

소나무집 2010-08-17 18:12   좋아요 0 | URL
놀기쟁이 남편이에요. 혼자 못 놀고 꼭 식구들을 끼고 다니면 놀아서 좋을 때도 있고, 안 좋을 때도 있고 그래요.
한국의 시골 풍경은 어디나 비슷한 것 같아요. 참 아름답지요?
 

7강이 끝나고 3주가 지나서야 이루어진 이 강의를 많이 기다렸다. 여러 출판사를 거친<토지>가 마지막 닻을 내린 곳이 바로 나남출판사였기 때문이다. 조상호 나남 사장님은 사모님과 따님을 데리고 오셨는데 박경리 선생님이 계실 때부터 늘 있었던 일이라고 했다. 나중에 보니 출판사 편집장을 비롯해 직원도 몇 분 와서 강의를 듣고 계셨다. 토요일 아침 원주까지 달려온 그분들의 정성을 30년 동안 나남을 일군 사장님에 대한 존경심으로 해석하고 싶었다.

 우리 센스쟁이 교장선생님은 나남 사장님을 위해 선물 두 가지를 준비하셨다며 강의 전에 드렸다. 하나는 나남에서 맨 처음, 아니 사장님 말씀에 의하면 0순위로 나왔던 러셀의 <희망의 철학>이라는 책이었다. 교장샘이 전국의 중고서점을 다 뒤져서 구했다고.

 두번째 선물은 나남 사장님이 사모님과 함께 박경리 선생님을 뵈러 와서 이 방에서 찍은 사진이었다. 조상호 사장님은 교장샘이 특별한 방식으로 사람으로 감동시키는 재주가 있는 사람이라며 찬사를 보냈다.

 자리에 앉자마자 박경리 선생님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저 사진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했다. 선생님이 돌아가시기 몇 년 전 선생님의 영정 사진을 만들어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선생님의 허락하에 고른 사진인데 사진을 찍은 이를 알 수 없었다고. 저작권 문제가 있어 사방으로 알아보았고 나중에라도 나타나겠지 했는데 아직까지 "내가 찍은 사진이오!" 하고 나타나는 이가 없다고... "저 사진 찍으신 분 빨리 연락하세요!"

사장님은 원주, 박경리, 토지와의 인연을 들려주시는 것으로 강의를 대신했다. 친하게 지내던 김지하 시인과의 인연으로 따님 김영주의 <한국미술사>를 내게 되었는데 이를 고맙게 여긴 박경리 선생님이 <김약국의 딸들> 출판을 권해 왔다고 한다. 30년 전에 나온 책이지만 드라마로 제작될 예정이니 화제가 되지 않겠느냐며...  

그때까지 한번도 뵌 적이 없는 박경리 선생과의 인연의 시작이었고, 언론 매스컴 전문 출판사에서 문학 책이 나온 계기였다고. 1993년 1월에 첫 출간한 <김약국의 딸들>은 지금도 소리 소문 없이 팔리는 스테디셀러란다. 자식의 일을 도와주었다고 마음이 움직인 걸 보면 박경리 선생님도 천상 '어머니'였구나 싶다. 

그리고 그후 따님 김영주가 솔출판사에서 나오다 인지 문제로 중단된 <토지> 출판 의향을 물어왔다고 한다. 솔직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작가의 대표 작품을 출간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아니 그런 제의를 듣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터질 듯했지만 나남 사장님은 그 제안이 있고 10년이 지난 후에야 <토지>를 출간했다. 성공이 보장되는 출판이었지만 당시는 박경리 선생의 책을 출판할 정도로 문학적 출판 역량을 갖추지 못했다는 게 그 이유였다고 하니 참으로 양심적인 출판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10년 동안 조지훈 전집을 출판하는 등 문학적 기반을 다져놓고서야 <토지> 출판에 당당할 수 있었다고.  

나남에서의 <토지> 출판은 여러 가지 면에서 화제였단다. <토지>를 계약하면서 당시 출판계에서 당연시되던 인지 계약을 하지 않고 5년 동안의 선인세(5년 동안 김약국의 딸들을 판 대금과 맞먹는 금액)를 지급해 오히려 박경리 선생의 걱정까지 들었단다. 두번째는 당시 소설책 표지 형식을 파괴하고 양장본으로 만들었는데 이는 박경리 선생의 권위를 최대한 살려주고 싶은 마음의 표현이었다고 한다. 요즘 소설책에서는 양장이 당연시되고 있으니 자신이 유행의 선구자라며 껄껄껄...   

1969년 9월 <현대문학>으로 시작해서 1994년 완간되기까지 수많은 잡지와 출판사를 거치면서 방황(?)하던 <토지>가 이런 과정을 통해 나남출판사에 안착하게 된 것. 표지 제작 과정 등 <토지> 출판에 얽힌 감동스런 이야기들이 많았는데 본인이 쓴 <언론 의병장의 꿈>이라는 책에 다 나온다며 학생들에게 한 권씩 선물해 주셨다.  (2010년 7월10일 강의)

  나남 사장님과 함께. 오른쪽에 붉은 빛깔의 옷을 입으신 분은 사모님.

 *** <언론 의병장의 꿈>은 나남출판사 조상호 사장님이 30년 동안 출판하면서 만난 아름다운 사람들의 이야기가 실린 책이다. 출판가의 뒷이야기들이 아주 흥미롭고도 재미있어서 한 번쯤 읽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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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7-28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남과의 만남은 그런 인연이었군요~ 자식 일에는 어느 어미나 같은 맘인가 봐요.^^
언론 의병장의 꿈...기회되면 볼게요.

소나무집 2010-07-29 15:18   좋아요 0 | URL
나남 사장님이 박경리 선생 덕분에 돈도 많이 번 모양이에요.김여주 선생과는 지금과 여전히 누나 동생으로 지낸답니다.

꿈꾸는섬 2010-07-28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나무집님 상세한 이야기 재밌어요.^^

소나무집 2010-07-29 15:18   좋아요 0 | URL
더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았는데 너무 길어져서 그만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