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이 다 가고 있는 일요일 아침 남편은 출근하고 아이들은 자고 있다.
밖에는 비가 내린다.
내일 모레면 시월, 이렇게 9월이 다 가고 있다.
내게는 아깝기만 한 9월이다.
사계절 중에서 가을을 가장 좋아하는데
올해는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 중에 제일은 9월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선 9월에 결혼을 했고, 큰아이를 낳았다.
행복한 기억들이 많은 달이다.
그래서 기념하고 축하하다 보면 어느새 9월이 훌쩍 가는 게 보인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겨울이 점점 싫어진다.
원주로 이사 오면서 느껴지는 강원도의 겨울이 더 춥다 보니 겨울은 아주 서서히 왔으면 좋겠다.
특히나 해가 들어오는 시간이 짧은 우리 아파트는 너무 춥다.
혹시나 다음에 이사를 가게 되면 하루 종일 햇볕이 왕창 드는 집을 고르리라..
9월은 여름도 아니고 가을도 아닌 계절이다.
여름옷을 입어도 가을 옷을 입어도 좋은 계절이다.
그래서 여름옷, 가을옷을 섞어서 멋내기도 좋다.
주변에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차분한 느낌을 주는 가을꽃도 흐드러지게 피어나기 시작해서
눈과 마음이 다 행복하다.
내가 한국어를 가르치러 가는 한 다문화 가정 마당에는 없는 꽃이 없다.
시내에서 가장 먼 집인데 마당에 핀 꽃을 보는 재미에 먼 길을 달려가곤 한다.
100평은 되는 마당의 반 이상이 꽃밭이다.
코스모스, 맨드라미, 국화, 사루비아, 무궁화... 정말 꽃들이 많은데 이름이 떠오르질 않네..
다음 주에 수업하러 가면 사진이라도 한 장 짝어와야겠다.
비 오는 가을 아침,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