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 : 완도수목원을 처음 찾아온 일반인
인원 : 10명
시작 장소 : 완도 수목원 전시관 입구
소요 시간 : 1시간
(처음 만나서)
안녕하세요? 완도수목원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완도수목원의 새내기 숲해설가*** 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행복한 장소에서 여러분을 만나 뵙게 되어 정말 반가워요. 혹시 그동안 완도를 한 번이라도 방문해 보신 분 계신가요? (없다는 대답) 아, 없으시군요. 모두 오늘 처음 완도를 방문하셨는데 완도 여행이 즐거우셨나요? 즐거워서 저절로 빙그레 웃음이 나오지 않았나요? 그리고 여기 완도수목원에 오니까 마음이 더 편안해지는 것 같지요? 이제부터 저와 저 위쪽으로 보이는 탐방로를 함께 하겠습니다.
(입구 다리 앞에서)
완도수목원에 오시면서 멋진 단풍을 보겠다고 잔뜩 기대하신 분 있으면 손 들어보세요. 아, 세 분 계시네요. 이 분들은 좀 실망을 하셨을 것 같아요. 지금 한참 단풍철이라고 난리들인데 완도수목원은 어째 좀 심심하다 싶죠? 완도수목원은 우리나라에 하나밖에 없는 난대 수목원이라서 그래요. 우리나라 산림은 한대림, 온대림, 난대림으로 나누는데 완도는 난대림 지역에 들어갑니다. 학교 다닐 때 시험 보느라고 억지로 외운 기억 있으시죠? 한대림은 한반도에서 제일 추운 함경도랑 평안도 지역이구요, 한대림과 난대림을 뺀 대부분의 지역이 온대림인데 가장 넓죠. 그럼 난대림은 어디냐? 바로 여러분과 제가 서 있는 이 지역이 난대림에 들어갑니다. 난대림은 연평균 기온이 14도 이상이고요, 1월 평균 기온이 0도 이상인 지역을 말해요. 한마디로 겨울에도 따뜻하다는 얘기지요. 그래서 완도수목원의 진가를 보려면 겨울에 방문하라고 권해 드리고 싶어요. 겨울에 오셔도 푸른 산을 만날 수 있거든요.
여기서 올려다보니까 도대체 어디까지가 수목원인지 알 수가 없죠? 여러분 눈에 보이는 부분이 전부 수목원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완도수목원은 오봉산의 1/3을 차지할 정도로 넓은 면적에 3700여 종류의 나무가 자생하고 있어요. 그 중 붉가시나무가 70%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가장 많고, 후박나무, 동백나무, 감탕나무, 생달나무... 등의 상록 활엽수가 자라고 있습니다. 이쪽으로 와 보세요.
(후박나무 앞에서)
수목원 입구부터 쭉~ 심어져 있는 이 나무는 후박나무예요. 후박(厚朴)이라는 이름에 정이 듬뿍 담겨 있지요? 후하면서 소박하다. 전 이 나무의 이름이 참 마음에 드는데요 여러분은 어떠세요? 후하다는 이름처럼 이 나무 껍질의 쓰임이 아주 다양해요. 며칠 있으면 수능 시험인데요, 시험 치는 학생들에게 꼭 선물해야 하는 게 있는데 뭐죠? (엿이라는 대답을 듣고) 맞아요. 엿이죠. 그리고 엿 하면 또 어떤 엿이 떠오르죠? (울릉도 호박엿이라는 대답을 듣고) 예, 얘들도 다 아는 울릉도 호박엿. 그럼 이 울릉도 호박엿의 재료는 뭘까요? 당연히 호박이라고 알고 계신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요, 원래 울릉도 호박엿의 재료는 바로 이 후박나무랍니다. 그럼 왜 후박엿이 아니고 호박엿이 되었을까요? 원래 울릉도 사람들은 후박엿이라고 불렀다고 해요. 그런데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 후박엿이 알려지면서 후박보다 호박이 발음하기가 쉽다 보니 호박엿이 된 거죠. 후박나무에는 소화가 잘 되게 하는 성분이 들어 있는데요, 약이 귀한 시절 이 나무의 껍질이나 열매를 달여서 엿을 만들어 먹었다고 해요. 지금도 위장약 중에 이 후박나무를 재료로 쓰는 약이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 울릉도 특산품으로 팔리고 있는 호박엿은 진짜 호박으로 만드는 거래요. 만약에 지금도 후박나무로 엿을 만들었다면 후박나무의 씨가 말랐을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보면 잘된 일이지요? 후박나무가 호박한테 고맙다고 절을 해야겠어요.
이쪽 나무가 제법 큰데 나이가 몇 살이나 되었을까요? 50살이라고요? 너무 많이 쓰셨네요. 이 나무의 나이는 이제 20살 정도밖에 되지 않았대요. 처음 수목원이 생길 때 심은 녀석들인데 이렇게 잘 자라고 있는 거라고 하네요. 정말 빨리 자라는 나무지요? 후박나무는 상록활엽수 중에서 가장 잘 자라다 보니 요즘 남부 지방에서는 가로수로도 많이 심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혹시 여러분 중에 내가 아는 후박나무랑은 좀 다르다고 생각하시는 분 계세요? 알고 계신 나무는 어떻게 생겼지요? (목련처럼 생겼다는 대답을 듣고) 맞아요. 중부 지방에서는 일본목련을 후박나무라고 부르기도 해요. 조경업자들이 일본에서 목련을 수입해 오면서 일본식 한자 표기대로 후박나무라고 불렀다고 하네요. 남부 지방에 진짜 후박나무가 있는 줄도 모르고 말이죠. 나무에 대해 잘 모르는 무식한 조경업자들 탓에 우리 같은 사람들만 헷갈리게 된 거죠. 누가 일본목련을 후박나무라고 하거든 완도수목원으로 가라고 하세요. 거기 가면 진짜 후박나무를 실컷 볼 수 있다구요. 이런 경우랑은 좀 다르긴 한데 예쁜 우리 이름을 가진 나무들이 미국이나 일본으로 가서 엉뚱한 이름을 얻어 가지고는 역으로 수입되는 경우도 많은데요, 수수꽃다리가 미스김라일락이 되고, 똥낭이 돈나무가 되는 등 정말 가슴이 아파요. 앞으로는 우리 나무를 잘 지켜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되겠지요?
(전시관 앞 완도호랑가시나무 앞에서)
이쪽으로 와서 이 나무의 이름표를 한 번 봐 주실래요? 뭐라고 써 있나요? (완도호랑가시나무라는 대답을 듣고) 뭐, 특이한 거 발견하지 못했나요? (완도라는 대답을 듣고) 호랑가시나무 앞에 완도라는 지명이 붙어 있지요? 이 나무는 미국을 가도 영국을 가도 완도호랑가시나무예요. 이 나무는 크리스마스 장식할 때 많이 쓰는 호랑가시나무랑 저 앞에 보이는 감탕나무랑 자연 교배가 돼서 생긴 잡종인데요, 완도에서 처음 발견되었기 때문에 완도라는 지명을 넣어서 명명하게 되었다고 해요. 이 나무는 천리포수목원을 가꾸신 밀러 씨가 처음 발견했다고 하네요. 제가 지난 여름 천리포수목원에 갔을 때 보니까 그곳에도 완도호랑가시나무가 많이 자라고 있어서 아주 뿌듯했어요.
여러분이 아는 나무 중에 암나무와 수나무가 따로따로 있는 나무는 뭐가 있나요? (은행나무라는 대답을 듣고) 은행나무처럼 완도호랑가시도 암나무와 수나무가 따로따로 있어요. 여기 전시관 앞에 두 그루 중 어떤 게 암나무고 어떤 게 수나무일까요? (왼쪽 나무가 암나무라는 대답을 듣고) 맞았어요. 어떻게 암나무라는 걸 알았지요? (열매가 있어서라는 대답을 듣고) 와, 여기 계신 분들 모두 숲해설가 하셔도 되겠네요. (웃음)
(동백나무 앞에서)
겨울이면 눈 속에서도 새빨간 꽃을 피워서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나무가 있는데 뭘까요? (동백나무라는 대답을 듣고) 맞아요. 동백나무예요. 동백나무는 완도군목이구요, 동백꽃은 완도군화이기도 해요. 저도 사실은 완도에 와서 산 지 3년 정도밖에 안 되었는데요, 완도 오기 전에는 동백꽃을 보려면 여수 오동도나 고창 선운사에 가야 되는 줄 알았어요. 다 노래 덕분이지요. (동백 아가씨, 선운사에 가 본 적이 있나요? 노래 유도) 그런데 완도에 와서 살다 보니 학교 담장도 동백꽃, 아파트 정원에도 동백꽃, 공원에도 동백꽃... 10월부터 피기 시작한 꽃이 2, 3월이면 사방천지에 붉게 피어나서 사람을 황홀하게 만들더라구요. 그래서 지금은 다른 도시에 사는 친구들에게 동백꽃을 보려면 완도로 오라고 말하곤 해요. 예전에 서정주 시인이 완도에 와서 동백꽃을 보셨더라면 더 멋진 시를 쓰지 않았을까 싶어요. 오늘 우리 수목원을 찾으신 여러분이 멋진 시를 한 편씩 써서 돌아가신다면 더 좋구요.
동백은 나뭇잎도 유난히 반짝반짝 빛이 나지요? (미리 준비한 낙엽활엽수와 동백나무 잎을 비교하면서) 두 나뭇잎의 차이점이 뭘까요? (사람들의 다양한 대답을 듣고) 가장 큰 차이점은 나뭇잎의 두께예요. 겨울을 날 수 없는 얇은 활엽수들은 가을이 되면 단풍이 들면서 떨어지지만 상록수는 겨울 날 준비를 해야 합니다. 여러분은 겨울 준비를 어떻게 하고 계시나요? (대답을 듣고) 네, 나무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겨울을 날 준비를 해요. 상록수의 경우 낙엽이 지는 나무와 달리 옷을 한 겹 두툼하게 더 입고 겨울 준비를 합니다. 반짝반짝 빛나는 이 큐티클층이 바로 그 옷인데요, 이 큐티클층은 여름에는 강한 햇빛과 수분 증발을 막아주고 겨울에는 추위를 견디게 해주는 역할을 하죠. 큐티클층은 사람의 몸에도 있는데 어떤 부분일까요? (손톱이라는 대답을 듣고) 맞아요. 큐티클층은 손톱과 발톱을 보호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자기 몸을 보호하려는 본능은 사람이나 식물이나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산책을 마치고 헤어지기 전에 마무리)
숲길을 걷고 나니 정말 기분이 좋지요? 제가 얼마 전 장성 편백나무 숲의 치유 기능에 관한 다큐를 본 적이 있는데요, 여러분도 보셨나요? 저는 아픈 분들이 숲에 들어와서 걷고 휴식을 취하면서 조금씩 건강을 되찾아가는 모습을 보며 가슴이 찡해지는 감동을 받았어요. 여러분, 심호흡 한 번 해보실래요. (심호흡을 하고 나서) 특정한 나무가 아니더라도 숲에 오면 마실 수 있는 맑은 공기는 사람들에게 두뇌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정서적인 안정을 준다고 합니다. 나무들이 내뿜는 피톤치드와 테라펜이라는 성분 때문인데요, 사실 이 성분은 사람들 좋으라고 내뿜는 게 아니고 나무들이 숲에 있는 수많은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살아남기 위한 방어 수단이라고 해요. 소나무 아래에서 다른 식물이 못 자라는 이유가 바로 그런 거라고 합니다. 특히 완도수목원에 많은 난대 상록수에서는 일반 활엽수보다 1.5배나 많은 피톤치드가 나온다고 하니까 자주 오세요.
이 외에도 나무가 인간에게 주는 혜택은 수도 없이 많아요. 뭐가 있을까요? (다양한 대답을 들고) 맞아요. 숲은 우리에게 정말 많은 것들을 줍니다. 요즘 세계인들의 최대 관심사인 지구온난화를 막아줄 수 있는 것도 숲이라는 거 다 아시죠? 그리고 여러분도 오늘 숲에 오니까 저절로 긴장이 완화되면서 마음이 편안해지고 피로가 풀리지 않았나요? 그렇다면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 없겠죠? 우리가 숲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다양한 대답을 듣고) 숲은 우리에게 인간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들을 주면서도 불평 한마디 안 하잖아요. 이렇게 고마운 숲을 위해 함부로 자연을 훼손하지 않아야겠다는 마음과 후손들에게 잘 물려줘야겠다는 마음만은 잊지 않고 살아야겠어요.
오늘 완도수목원에서 한 삼림욕 덕분에 도시로 돌아가서 열심히 살아갈 수 있는 에너지를 얻으셨길 바랍니다. 그리고 에너지가 좀 딸린다 싶으면 세계 제일의 난대 수목원인 완도수목원을 다시 찾아주세요. 오늘 여러분과 함께해서 정말 즐거웠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