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10월 24일 토요일)에 친정아버지의 칠순이 있었다. 어떻게 해 드릴까 묻는 자식들에게 "잔치고 뭐고 다 그만두고 내려와서 일이나 거들다 가라"시던 친정아버지. 어려운 시절(1941년생)에 농촌에서 외아들로 태어나 고생만 하신 친정아버지이기에 좀 의미 있는 칠순 잔치를 해드리고 싶었다. 더구나 환갑 때는 동생 결혼식과 같은 달에 생신이 있어서 삼남매하고 저녁 식사만 한 게 다여서 엄마가 내내 서운해하셨던 기억도 있고.  

그래서 태안에서 제일 좋다는 한정식집(비원)을 예약해서 부모님 양쪽 형제분들만 모시고 저녁 식사를 했다. 모인 손님이라고 해봐야 아이들 포함해서모두 30명도 안 된다. 식사를 하기 전에 간단하게나마 칠순 행사를 했다.    

식당 겉과 내부 인테리어는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음식은 훌륭했다. 일식과 한식이 반반씩 나왔는데 정말 마음에 들어서 다음에 또 이용하고 싶을 정도. 1인분에 35,000원이었는데 비싼 음식 많이 먹고 다니는 오라버니 말에 의하면 서울에서 7만원짜리 한정식보다 낫다고 했다. 상차림은 태안의 유일한 이벤트 회사에 부탁(20만원)했는데 예쁘긴 한데 과일이 좀 부족해서 수박이랑 메론 두 개는 내가 추가.

 중3인 큰조카가 할아버지께 꽃바구니를 드렸다. 어느새 키가 180센티나 되어버린 큰 손자가 할아버지는 내내 대견하기만 하다.

 케익 자르기. 두 분 머리가 오랜만에 새까맣다. 전날 저녁 칠순 생신을 드시기 위해 두 분이 마주앉아 염색을 하셨다고 한다. 친정아버지와 친정엄마의 피부색이 정말 대조적이다. 그 옛날 처음 선보러 갔던 날 신랑감의 까만 얼굴이 너무 싫어서 말을 한마디도 안 했다는 울 엄마~ 하지만 그런 아버지의 사랑을 받으며 평생 잘 살고 계신다. 

 7명의 손주들을 대표해서 큰조카가 "사랑하는 할아버지께"로 시작되는 편지를 읽어 드렸다. 할아버지의 사랑에 감사한다는 내용을 제법 감동스럽게 써서 많이 컸음을 느꼈다. 

 큰딸인 내가 감사패도 드렸다. 우리 삼남매도 부모님도 모두 사근사근한 성격들은 아니라서 어려서부터 사랑한다는 표현 같은 걸 하면서 살지 못했다. 특히 아버지께는. 그래서 감사패에 그런 내용을 담아 드렸다. 내용을 읽는데 목이 메어서는... 

"사랑하는 부모님께 항상 저희를 위하여 고생하시는 부모님을 지켜보면서도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못했습니다. 지금껏 주신 큰 사랑 가슴에 담고 조금씩이나마 보답하겠습니다. 항상 건강하신 모습으로 오래오래 저의 곁에 있어 주세요. 아버님 고희일을 맞이하여 자식들의 마음을 담아 드립니다.아버지, 어머니,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자식들이 따라 올린 술로 건배도 하셨다. 울 친정엄마는 와인잔에 건배하는 게 뭐 특별한 거라도 되는 양 굉장히 좋아하셨다.  

큰절도 올리고, 오빠네는 삼배, 나머지 두 딸네는 일배씩~

 어머님 노래도 불러 드리고 - "나 실제 괴로움은 다~ 잊으시고 ~" 하지만 어찌 잊으리~

 바쁜 농사일 중에도 손주들이 오면 함께 매미도 잡으러 다니고, 노래도 불러주면서 놀아주시던 모습이 정말 고맙고도 좋았다. 친정아버지는 우리 삼남매를 키울 때는 어른들 앞이라서 예쁘다는 말 한마디 못했다고 한다. 그 때문인지 친정아버지는 손주들은 유난히 예뻐하신다.

 삼남매가 다 모인 가족 사진도 이렇게 단촐하다. 친정아버지는그 당시 '셋만 낳자!!!' 가족 계획의 피해자라고 더 낳지 못한 걸 늘 억울해하신다.

 큰딸인 우리 가족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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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2010-11-11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더분이 너무 정정해보이시네요 참 보기 좋아요,,
아버님 어머님이 흐믓하셨겠어요,,

소나무집 2010-11-12 19:14   좋아요 0 | URL
늘 농사일을 하다 보니 건강해 보이셔도 여기저기 아픈 데가 아프시답니다. 부모님이 하지 말라고 하셨지만 좋아하셨어요.

치유 2010-11-11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넘 잘했다..
어쩜 친정엄마가 저리 고우신지...
오래 오래 건강하게 지내시길.

소나무집 2010-11-12 19:14   좋아요 0 | URL
난 왜 울 엄마 피부를 안 닮은 건지...

순오기 2010-11-11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기 좋은 모습인요~ 두 분이 건강하게 오래 오래 사시길 기도해요.
소나무집님이 엄마를 많이 닮은 거 같아요.

소나무집 2010-11-12 19:15   좋아요 0 | URL
늘 티격태격하시는 모습을 보면 일부러 투정 부리는 것 같아서 귀여워요.^^

hnine 2010-11-11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모님 두분 모두 오래 오래 건강하시기를 저도 기원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부모님께서도 자제분들께서도 얼마나 흐뭇한 시간이었을까요. 사진 속의 가족들 모두 웃음꽃이 활짝 피었어요.

소나무집 2010-11-12 19:1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정말 오래 사셨으면 좋겠다 싶은데 이젠 농사일 하느라 너무 힘들어하세요. 농사를 그만둘 수도 없고... 부모님 좋아하시는 걸 보니까 자식들 마음도 좋았어요.

프레이야 2010-11-11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두모두 다복해보입니다.
한복을 곱게 입으시고 참 보기 좋으네요.
전 얼마전 시어머니 칠순이었는데 저렇게 큰절 올리기 이런 거 없고
좋게 말하면 완전 현대판으로 했네요. 좀 서운하셨을 듯해요.

소나무집 2010-11-12 19:19   좋아요 0 | URL
지금까지는 삼남매가 별 탈 없어 잘 살고 잇는데 요즘은 그게 효도라고 하시더라구요. 옷도 한 벌씩 해드린다고 했더니 다 필요없대요. 행사용 옷 그런 거 입을 일 없다고... 그래서 있던 거 그냥 입으셨어요. 저희 부모님이야 시골 사니까 시골 분위기에 맞춰서 했어요.

세실 2010-11-12 0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어머님 참 고우세요.
감사패 받으시며 얼마나 흐뭇하셨을까요.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소나무집 2010-11-12 19:19   좋아요 0 | URL
불현듯 감사패 같은 걸 해드리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했는데 은근히 좋아하셨어요.

BRINY 2010-11-12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모님께서 행복하시겠어요.
소나무집님 한복이 예쁘네요.

소나무집 2010-11-12 19:21   좋아요 0 | URL
네, 내내 좋아하셨어요. 손님들께 은근히 자식 자랑도 하시고... 시골 분들은 자식 자랑하는 재미에 살거든요.^^ 한복은 대여점에서 딸 둘만 똑같은 걸로 빌렸어요.^^

꿈꾸는섬 2010-11-12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맘이 다 짠해요.^^
친정부모님께 감사패도 올리시고, 큰손주의 편지는 정말 감동적이었겠단 생각을 했네요.
가족들만의 단촐한 잔치 정말 좋았겠어요.
친정부모님 건강하시길 바랄게요.^^

소나무집 2010-11-13 07:41   좋아요 0 | URL
손님이 많으면 저렇게 못했을 거예요.
이젠 자식들보다 손주들이 뭘 해드리는 걸 더 좋아하세요.^^
고마워요.
 

다문화 가족 외국인들에게 한국어 가르치는 일을 10개월째 하고 있다. 늘 한국어를 쉽고 재미있게 가르치기 위해 노력하지만 우리말로 익힌 언어를 외국인에게 가르쳐 보니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언어가 한국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녀들은 한국 생활에 적응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한국어까지 척척 배워내고 있다. 정말 열심히 사는 훌륭한 엄마들이 많다. 만나 보지도 않고 다문화 가정 외국인들에게 편견을 갖지 말았으면 좋겠다.

내가 그녀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강조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책을 많이 읽어주라는 것이다. 사실 본인이 한국어를 배우기도 벅차 아이들에게 책 읽어주는 것은 생각지도 못한다. 더구나 어떤 책이 있는지도 모르는 그녀들을 위해 나는 집을 나설 때마다 그림책 한두 권씩을 챙기는데 한국어가 익숙치 않은 그녀들도 그림책을 보여주면 아주 좋아한다.  

그림책을 읽어주면서 아이에게 '이 책 꼭 사서 읽어주라'고 말은 하지만 쉽게 책을 살 수 있는 형편들은 아니다. 그래서 이미 우리 아이들이 보던 책과 동생네 아이들이 보던 책까지 모두 수거해서 깨끗이 닦은 후 아이들 연령에 맞춰서 나누어 주었다. 그녀들에게 새 책을 선물해주고 싶은 마음에 문학동네 이벤트에 참여한다.  

현재 내가 가르치는 학생은 모두 4명이다. 그 중 베트남에서 온 지 4년 된 탄은 딸이 둘이다. 그동안 시어머니께 한국어를 배운 탄은 발음도 상당히 좋고 농담까지 할 정도로 말도 제법 잘한다. 생긴 것처럼 성격도 둥글둥글한 그녀는 지난 10월 원주시 외국인 주부 말하기 대회에 나가서 입상까지 했다.  

 

 

 

그녀의 두 딸을 위해 고른 책은 <구름빵>. 어린이집에 다니는 세살 영현이는 엄마가 동생만 예뻐한다고 시샘이 보통이 아니다. 엄마가 동생을 안고 젖을 먹이는 것도 싫어한다. 엄마가 젖을 먹이는 동안이라도 팝업북이랑 인형을 가지고 놀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골랐다. 

  19,490원  

 

베트남에서 온 지 1년 10개월 된 미안이다. 성격이 조용하지만 속정이 아주 깊고 깔끔하다. 나와 만난 지 10개월이 되어간다.  

 

 

 

 

  

지난 달에 돌이 지난 건복이는 내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 달려와 폭 안긴다. 말도 빠르고 행동도 재빨라 엄마 공부를 방해하는 1등 선수다. 공룡이라면 건복이의 시선을 확~ 끌 것 같다.  

 

 9,630원

 

 

 

베트남에서 온 지 1년 11개월 된 미옌이다. 성격이 활발해서 즐거운 수다로 수업을 시작하곤 한다. 병환중인 86세의 시어머니 돌보랴, 남편과 함께 가게 일 보랴, 아기 키우랴 정신 없이 바쁘다. 

 

 

 

  

10일 후면 돌이 되는 아들 하연이를 위해 고른 책은 <열두 띠 까꿍놀이>. 처음에 베트남어판으로 골랐는데 가격이 넘치는 바람에 한국어판으로 바꿨다. 베트남어가 같이 나온 책을 보면 엄마가 정서적인 느낌을 더 잘 전달해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쉽다.    

 한국어판  5,520원

베트남어판 7,650원

베트남에서 온 지 9개월 된 항이다. 베트남에서 결혼식을 했지만 지난 토요일 한국 친지들을 모시고 한국식 결혼식을 올렸다. 

공부 욕심이 많아 예습도 열심히 하고 두 시간 동안 잠시도 자세를 흐트리지 않는 모범 학생이다.   

 

 

  

  

임신 7개월째인 항을 위해 고른 책이다. 시어머니가 함께 살고 있어 많은 도움을 주긴 하지만 어머니 세대랑 아이 키우는 게 많이 다르니까 함께 책을 보면 더 좋을 것 같아서 골랐다. 

 

12,390원 

 

 

좀더 나은 삶을 꿈꾸는 아름다운 그녀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나를 위해서도 문학동네에서 나온 <책과 노니는 집>을 골랐다. 추천도서를 고르면 가격을 맞출 수 없고, 또 그녀들에게 줄 수 있는 문학동네 책도 없어서.^^

 

4,750원 

 

 

  

그래서 전체 책값은  ---> 51,780원 

***  책을 만나는 일이 귀한 그녀들에게 꼭 책선물을 해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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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0-11-06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꼭 당첨되었음 싶은 분 여기 추가네요! 하나같이 미인들에 미모로운 아이들입니다. 이분들에게 한국이 따뜻한 나라가 되었음 해요.

소나무집 2010-11-07 16:46   좋아요 0 | URL
네 분 모두 모범적으로 살고 있는 다문화 가정이랍니다. 한국 정부에서 노력을 많이 하고는 있지만 아직은 따뜻하게만 생각하는 것 같지 않더라구요. 험한 일들이 가끔 있다 보니. 제가 한국어 선생님이지만 그분들에게 배우는 것도 많아요.

같은하늘 2010-11-06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나누시는 분들은 꼭 뽑아줘야 할텐데...
나만을 위해 책을 고를제가 자꾸 부끄럽다능~~ -.-;;

소나무집 2010-11-07 16:48   좋아요 0 | URL
마음 같아선 집에 있는 책장이랑 책까지 모두 갖다 주고 싶은 마음이에요. 그래서 기회 있을 때마다 책선물을 하곤 해요.^^

무스탕 2010-11-06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당첨되시길 저도 간절히 바랍니다. 문동에서도 알아줄거에요 ^^

소나무집 2010-11-07 16:48   좋아요 0 | URL
간절한 마음에 감사^^

양철나무꾼 2010-11-07 0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님이 꼭 당첨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소나무집 2010-11-07 16:49   좋아요 0 | URL
그럼 좋을 텐데...

마녀고양이 2010-11-07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추천 꾸욱!!!!

2010-11-07 11: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나무집 2010-11-07 16:54   좋아요 0 | URL
응원 감사합니다.
현재 결혼하는 10쌍의 부부 중 한 쌍이 다문화 가정이래요. 머지않아 초등학생 5명당 1명이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될 거라고 하더라구요. 탄의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는 한국인 엄마가 딱 한 명밖에 없대요. 한국인 부부들은 아이를 점점 안 낳는 현실...함께 잘 어울려 살아야겠지요.^^

순오기 2010-11-07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그인을 부른 페이퍼, 추천 꾹~ 누릅니다.
문학동네의 책선물이 이들의 한국생활에 소중한 추억이 되기를 바라며...

소나무집 2010-11-07 16:57   좋아요 0 | URL
사실 저는 아이들 백일이다 돌이다 할 때마다 책선물을 하고 있어요.
또 책선물을 해주고 싶은 마음에 응모했어요.^^

BRINY 2010-11-07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요 추천~

소나무집 2010-11-07 16:57   좋아요 0 | URL
응원 감사.^^

blanca 2010-11-07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과 함께 꼭 당첨되기를 기원합니다. 엄마들과 아기들이 참 이뻐요...페이퍼도요.

소나무집 2010-11-07 16:59   좋아요 1 | URL
모두 잘 살고 있는 다문화 가정이에요. 이 가정들의 공통점은 남편과 그 가족들이 그녀들에게 고마워하고 정성을 들이고 노력한다는 거예요.^^

엘리자베스 2010-11-07 21: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꼭 당첨될거라 믿습니다!!!
도은이, 용채가 보던 유아용 그림책도 혹시 도움이 된다면 드리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소나무집 2010-11-08 21:24   좋아요 1 | URL
책 주시면 넘 고맙죠.^*^
주시면 필요한 집에 잘 나누어 줄게요.
아이들이 어리긴 하지만 책이 있는 집이 없어요.
아빠들도 나이가 많다 보니 책에 대해선 잘 모르는 집들이 대부분이더라구요.

순오기 2010-11-10 08: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참가자가 245명이나 되던데...우리 모두 미역국 먹었어요.ㅜㅜ
과연 페이퍼를 다 확인은 했을까? 심히 의심스러운...

소나무집 2010-11-10 08:37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장바구니 대신 결제해주는 취지가 독서 취약자에게 베풀고 싶어하는 순오기님이나 저의 생각과는 달랐나 보다 싶어요. 알라딘 독자들에게 더 많은 독서를 시키고 싶은 건 아니었는지...ㅜㅜ
응원해주신 분들도 이렇게나 많았는데...

감은빛 2010-11-10 23: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뒤늦게 이 글을 보네요.
문학동네에서 그런 이벤트를 했군요.
이왕이면 소나무집님이 당첨되었으면 참 좋았을텐데,
아쉽습니다!

소나무집 2010-11-13 07:37   좋아요 1 | URL
출판사에서 이런 이벤트도 하더라구요.
떨어져서 아쉽긴 해요.^^
감은빛님, 반가워요.

꿈꾸는섬 2010-11-11 12: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도 소나무집님도 모두 미역국...문학동네에서 어떤 분들께 장바구니 대신 결제해주는건지 갑자기 궁금해졌네요.
늘 좋은 일에 앞장서시는 소나무집님^^ 너무 멋져요.^^

소나무집 2010-11-13 07:39   좋아요 1 | URL
저도 궁금해요. 어떤 기준으로 뽑았는지요.
좋은 일에 앞장서긴요 뭐...
저도 일을 하다 보니까 훌륭한 다문화 가족이 많더라구요.^^
 

오늘은 아들 생일이다. 2000년 11월 4일, 아들은 출산 예정일을 3주씩이나 땡겨서 태어났다. 첫아이를 수술해서 낳았기 때문에 둘째도 수술하기로 했는데 쭉~ 진료를 받던 의사가 미국으로 연수를 가야 한다며 다른 의사에게 낳던지 아님 땡겨 낳으라고 했다. 예정일이 삼주씩이나 남았는데...  

막달에 독감까지 걸려 한 달 가까이 골골대고 있던 나는 낯선 의사가 싫어서 담당 의사의 권유대로 출산일을 잡았다. 그렇게 의사의 스케줄이 우리 아들의 출생 운명을 바꿔버렸다. 3.1킬로그램, 55센티의 키로 태어난 아들은 유아기 내내 몸이 약했고 행동 발달마저 심하게 늦어서 3주나 땡겨 낳은 죄책감에 시달리게 했다. 

거기다가 삼칠일이 지나면서 벌긋벌긋 조짐이 보이던 태열(병원에서는 아토피라고 함)이 심해져 온몸에서 진물이 줄줄 흘렀다. 그 모습이 기가 막히고 안쓰러워 사진조차 찍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울 아들 백일 때까지 찍은 사진이 몇 장 없음. 그런 아들 때문에 젖을 먹이려고 안고 앉아서 '엄마가 잘못했어, 미안해.' 하면서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는지 원.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진물이 흐르는 아이를 보며 난 그때 아들이 어떻게 되는 줄 알았다. 휴~

태어난 지 한 달도 안 된 것을 안고 서울에 있는 대학 병원을 일주일에 한 번씩 들락거렸다. 하지만 너무 어린 것에게 약을 먹이는 것이 내키지 않아 약을 방 한구석에 치워놓고 아토피나 태열에 좋다는 민간 처방으로 대신했다. 그리고 약효가 있다고 소문난 약수터의 물을 길어다 식수는 물론 목욕까지 시키기를 10개월, 아들의 피부는 어느새 새햐얗게 보들보들하게 변해 있었다. 그 약수 덕인지는 몰라도 지금도 우리 가족 중 아들의 피부가 가장 뽀~얗다.  

이렇게 지극 정성을 들인 아들은 자라면서 엄마에게 더 넓고 거친 세상(?)을 보여주기 위해 시시때때로 애를 쓴다. ㅜㅜ 고럴 땐 정~말 밉지만 한글도 제대로 못 떼고 학교에 들어간 녀석이 책 보는 걸 가장 좋은 취미로 알고, 시험 공부 같은 거 특별히 안 해도 평균 90점 이상 받아오고, 놀이터에 나가서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친구들과 어울려 놀 줄도 아니 11살짜리에게 무엇을 더 바라랴 싶다.  

근데 오늘도 저녁 먹고 누나가 생일 선물로 준 손난로가 불량품이라며 한바탕 울고불고 난리를 친 아들. 생일인데 참으려다가 교양이고 뭐고 다 집어던지고는 이놈 저놈 하며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부모 교육에 대화법 교육까지 수료한 엄마건만... 화를 삭이고는 화장실에 갔는데 거울에 "엄마, 죄송해요."라고 써 놓았다. 아우, 정말 미워할 수 없는 아들... 

"아들아, 생일 진짜 축하한다. 아까 네가 화를 너무 많이 내서 아들 낳은 거 후회할 것 같다고 한 말 취소할게. 아들아,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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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0-11-05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모나 생일 축하해요

소나무집 2010-11-05 21:25   좋아요 0 | URL
네, 고마워요.

프레이야 2010-11-05 0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숨에 읽었어요.
여자들 아이 낳은 이야기는 어딜 가나 구구절절하지만
소나무집님 아들 이야기는 또 남다르네요.
고생하셨군요. 소나무집님의 정성으로 제일 뽀얀 피부도 갖게 된 아들~
생일 축하해요~~~~

소나무집 2010-11-05 21:28   좋아요 0 | URL
친정엄마께서 너희들 키운 이야기하려면 책으로 몇 권이라는 말을 종종 하셨는데 그때는 그냥 우스개로 알아들었거든요. 근데 제가 엄마가 되어 보니 그 마음 알겠더라구요. 특히나 아들 키우는 건 딸보다 이야기가 몇 배 더 많아요.

마녀고양이 2010-11-05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드님 생일 축하드려요!

저희 딸 코알라두 2000년 생이라, 같은 용띠 맞네요. ^^
코알라도 2.9kg 밖에 안 되어 작았는뎅.
빨리 커서 좀 아쉽기도 해요..
요즘 껴안으면서 언제까지 이럴 수 있지 하는 생각이 불쑥불쑥 든답니다.

피부가 뽀얀 아들이라니,, 아유 부러워요!

소나무집 2010-11-05 21:30   좋아요 0 | URL
네 , 고마워요. 맞아요. 아이들은 발리 크고 엄마들은 늙어가고...
저도 시간만 나면 아이들을 안아줘요.

꿈꾸는섬 2010-11-05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읽으며 제 마음이 다 짠해요. 우리 아이들 낳던때가 생각나네요.ㅎㅎ
생일 축하해요.^^

소나무집 2010-11-05 21:31   좋아요 0 | URL
아이들이 잘못되면 모두 엄마 탓인 것만 같더라구요. 지금도 그 마음은 여전하구요. 님은 어떤 사연이 있을지 궁금해요.

무스탕 2010-11-05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나하나 적어보니 더 이쁘시죠? ^^
아드님 새일 축하합니다~

소나무집 2010-11-05 21:32   좋아요 0 | URL
적을 게 더 많았는데 쓰다가 졸려서 많이 생략했어요.^^

순오기 2010-11-05 1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유~ 눈물이 막 날려는 찰나에 거울에 쓴 "엄마, 죄송해요!'를 보고 뿜었어요.
정말 미워할 수 없는 아들~~~ ㅋㅋㅋ
우리 모두 아들 딸, 낳은 거 후회하지 맙시다!!^^

소나무집 2010-11-05 21:37   좋아요 0 | URL
아이들 잠든 뒤에 나와서 이 글 올려놓고 보니까 포스트잇에 쪽지글도 써 놓았더라구요.
죄송하다. 앞으로는 절대 안 그러겠다 뭐 그런 얘기.. 그런 쪽지 받은 거 11년 만에 처음이었어요.
하루도 안 되어 언제 그런 말 했냐는 듯해지겠지만 글씨 한 자 쓰는 것도 싫어하는 아들인지라 감격스러워서 잠이 안 오데요. ㅋㅋ

울보 2010-11-05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인사드립니다,,
그 아드님이 엄마의 마음을 잘 알고 있을거란 마음이드네요,,
엄마들은 가끔 아이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랄때가 있는것 같아요 저도 그렇군요,
그래도 저렇게 멋지게 사과 할 줄도 알고 아드님이 참 의젓하게네 우리딸도 저 나이가 되면 저렇게 해줄까요,,ㅎㅎ
지났지만 힘들게 아이 낳느라 고생하셨구,,힘들게 태어난 아드님이 건강하게 언제나 행복하기를,,

소나무집 2010-11-06 14:17   좋아요 0 | URL
울보님, 반가워요.
엄마 마음이야 알고 있지만 아는 만큼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으니 늘 시끌벅적이지요 뭐. 저는 워낙 아들에게 바라는 게 없다 보니 조런 것 하나에도 그냥 마구마구 감동하게 됩니다.

마노아 2010-11-05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축하합니다. 어쩐지 함께 감사하고픈 마음이 들었어요. 진한 감동이 밀려옵니다.

소나무집 2010-11-06 14:19   좋아요 0 | URL
고마워요. 저는 아들이 어찌 되는 줄 알고 백일이 될 때까지는 정말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살았더랍니다.

엘리자베스 2010-11-05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리 생일이라고 소문 좀 내시지...
늦었지만 생일 축하한다고 센스쟁이 아들에게 꼭 전해 주세요~~

소나무집 2010-11-06 14:20   좋아요 0 | URL
네, 꼭 전해 줄게요.
생일을 3일 동안 축하해주었다는거... 2일 날 아빠가 내려와서 아이스크림 케익 사주면서부터...

같은하늘 2010-11-06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산에 대한 사연이라면 참............
늦었지만 생일 축하한다고 전해주세요.^^

소나무집 2010-11-06 14:22   좋아요 0 | URL
엄마가 된 사연들 누구나 구구절절할 것 같아요. 엄마가 된다는 거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일이면서 가장 힘든 일이기도 해요.그죠?
 

어제 딸아이가 경주로 2박 3일 수학 여행을 갔다. 남편은 서울에 있으니 아들과 단 둘. 아들과 좀 특별하게 보내고 싶었다.  

눈치 빠르고 야무진 누나에 비하면 융통성도 없고 고집 센 아들 녀석 덕분에 우리 집은 늘 시끌시끌하다. 엄마가 뭐라고 하면 한마디도 지지 않으니 아들과 엄마의 화딱지가 하늘을 찌르는 날이 많다. 거기다가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엄마 가슴을 덜컥 내려앉게 하는 사고를 일으킨다.  

3주쯤 전엔 놀이터에서 축구를 하다가 한 학년 형에게 눈치코치 없이 대들다가 한 대 맞은 것이 눈텡이가 밤텡이가 되고 얼굴 반쪽이 시커멓게 멍이 들어서 들어왔다. 병원으로 달려가서 눈검사하고 난리법석을 떤 생각을 하면 지금도 휴~  멍 덕분에 학교에서 스타가 됐다고 자랑하던 어이없는 울 아들...  

맨날 투닥거리는 이 아들이 난 그래도 참 예쁘다. 아들이 아니었다면 난 세상의 반쪽밖에 몰랐을 거라는 생각에 고맙기도 하다. 누나가 없는 동안 아들을 행복하게 해줘서 엄마는 누나만 예뻐한다는 생각을 고쳐주고 싶은 마음에 '누나 몰래'를 강조하며 데이트를 하자고 했더니 신이 나서 매달렸다.   

첫날 저녁은 박경리문학공원 산책하고 들어와서 한 이불 속에 누워 서로에게 그림책 한 권씩 읽어주기를 했다. 오랜만에 책을 읽어주니까 실감이 안 나게 읽는다는 아들의 지청구를 들어가며.

둘째날은 저녁으로 먹고 싶은 게 뭐냐고 물으니 피자도 치킨도 아닌 알탕~ 웬 알탕? 자기는 알탕을 좋아하는데 원주에 와서 한번도 못 먹었단다. 그래서 집 근처 일식집에 가서는 알탕을 시키니 엄청나게 큰 뚝배기에 한 가득. 난 먹다 먹다 남겼는데 아들은 그 많은 걸 배불러 소리도 안 하고 먹어서 신기~ 

밥을 먹고는 영화를 보러 가자고 했다. 방가? 방가! 영화 제목만 듣고 싫다더니 극장에 가서는 혼자 웃고 난리 치던 아들. 11세인 울 아들 12세 관람가인 이 영화를 보다가 좀 걸리는 장면, 즉 방가방가랑 장미가 분위기 좀 잡으려고 하면 어색했는지 "엄마, 졸려요." 요렇게 말하면서 눈 감는 센스를 보여주기도 하고~   

(이 영화 많은 사람들이 보았으면 좋겠다.)

영화를 보고 10시가 넘은 시간, 둘이 팔짱을 끼고는 신나게 떠들면서 왔다. 집에 돌아온 아들, 오늘 할 일을 하나도 안 했다 싶은지, "수학 공부할까요?" 하길래 "아니, 이젠 잘 시간이야." 그래서 아주 행복한 기분으로 잠든 아들. 

"아들아, 행복했니? 엄마도 행복했단다." 이렇게 행복하려고 생각하면 행복해질 수 있는 걸 그동안 아들에게 알게 모르게 상처 준 것이 미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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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0-10-22 0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아들이 한살만 더 먹었어도 저 영화 같이 보러가는건데...(제 아이는 방년 10살이라서요 ^^)
아들이 오늘 엄마를 독차지했으니 얼마나 기분이 좋았을까요.

소나무집 2010-10-22 09:31   좋아요 0 | URL
좀 심한 욕 시리즈들이 나오긴 하는데 그닥 듣기 거북하진 않았어요. 울 아들보다 훨씬 어려 보이는 아이들도 부모네랑 와서 함께 보던걸요.

꿈꾸는섬 2010-10-22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나 몰래...데이트...아드님이랑 소나무집님이랑 모두 행복하셨겠어요.
방가방가는 남자 아이들이 재미있어할 것 같아요.^^

소나무집 2010-10-25 08:55   좋아요 0 | URL
네, 행복했어요. 근데 아들 수련회 갔을 때는 딸이랑 비밀 데이트 같은 건 안 하게 되더라구요.

치유 2010-10-22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귀여운 아들램과 행복한 데이트, 눈에 그 모스들이 선하네요..
참 잘했어요.^^_

소나무집 2010-10-25 08:55   좋아요 0 | URL
뭐든지 잘 속아주는 순진한 울 아들 땜에 더 행복했답니다.

마녀고양이 2010-10-22 1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소나무님. 첨 뵙습니다.
아는 분 서재 타고 왔는데, 글을 읽다보니 11살 이라는 문구에 와닿았답니다.
저희 딸이 11살이거든요.
데이트 즐거우셨겠어요. 방가방가는 혼자 보려 했는데, 딸아이랑 봐도 될까요?

이쁜 서재 잘 구경합니다. 종종 놀러오겠습니다.

소나무집 2010-10-25 08:57   좋아요 0 | URL
아,네, 저도 반가워요.
열한 살 아들과 딸은 천지 차이랍니다. 딸이 11살일 때는 다 컸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아들은 어림없어요. 방가방가는 따님이랑 봐도 괜찮아요. 욕이 좀 많이 나오지만 그냥 패스하면 됩니다.

순오기 2010-10-23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드님과의 몰래 데이트 즐거웠군요. 가끔은 이런 분위기도 연출하며 살아야 하는데...
방가방가 12세 관람가지만 부모가 동행하면 괜찮아요~ 영화보다 현실은 더하니까 외국인노동자의 현실을 아는 것도 좋아요. 모든이에게 강추합니다~

소나무집 2010-10-25 08:58   좋아요 0 | URL
그죠? 강추하고 싶은 영화죠? 제목만 좀더 근사하게 붙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결코 가벼운 영화가 아닌데 넘 가벼워 보여서 땡기지 않게 만들어요.

프레이야 2010-10-23 1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들이랑 방가방가도 보고 알탕도 배불리 드시고 좋으시겠어요.^^
전 아들이 없어서 세상의 반밖은 이해하지 못할지도 몰라요.
이성을 알아야 세상의 나머지 반도 아는 거라고 하던게 말에요.
전 아들 가진 부모 마음은 잘 모르겠지요. 아마?ㅎㅎ

소나무집 2010-10-25 09:06   좋아요 0 | URL
네, 오랜만에 좋았어요. 아들 녀석이랑은 맨날 투닥거리고 싸우거든요.
조용 조용히 커주는 딸에 비하면 아들은 질풍노도에, 천둥번개예요.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늘 가슴 졸인다니까요. ㅜㅜ

같은하늘 2010-11-02 0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나몰래 데이트한 아드님 마음이 정말 행복했겠지요.
전 동생만 이뻐한다고 생각하는 큰넘과 데이트를 한번 해주어야 할것 같은데, 마음처럼 쉽지가 않아요.^^

소나무집 2010-11-05 00:56   좋아요 0 | URL
울 아들 아직도 비밀 데이트 누나한테 들킬까 봐 노심초사해요.ㅋㅋ
 

금요일 딸아이 포함 친구들 다섯을 데리고 원주시의회 견학을 다녀왔다. 수업중 직업인 인터뷰가 있는데 딸아이는 제가 아는 시의원(용정순 의원)이 있다며 정치인 인터뷰를 추천했단다.   

시의회에 도착해서 앞서 걸어가는 다섯 여자 아이들의 옷차림을 보니 우리 딸 빼고 넷이 모두 얼룩얼룩한 일명 곰팡이 바지를 입고 있었다. 그런 바지가 유행인 줄은 알았지만 내 눈엔 그닥 예뻐 보이지 않았기에 사줄 생각도 안 했다. 

집에 와서 너도 그런 바지 입고 싶으냐고 물어보니 "당연하지~"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인데 엄마 성향 때문에 입고 싶다는 말도 못했구나 싶은 마음에 하나 사주기로 결정.

그리하여 토요일 오후 바지를 사러 갔는데 요것도 아니요, 조것도 아니요, 열 개 이상의 가게를 들르다 마지막 집에서 마음에 드는 바지를 고르긴 골랐다. 그런데 문제는 사이즈~ 

제 사이즈인 15호를 입어본 딸이 통이 너무 크단다. 워낙 허벅지에 살이 없으니 약간 여유가 있어 보이긴 했지만 내 눈엔 스키니가 틀림없었다. 올해 입고 내년까지 입으면 되겠군. 가격도 만만치 않으니...

하지만 딸아이는 허벅지와 종아리에 딱 달라붙는 바지가 입고 싶었던 모양이다. 입이 나와서는 아무 말도 안 하고 바지만 바라보며 30여 분을 꼿꼿이 서 있던 딸, 주인 아줌마가 그럼 한 칫수 작은 걸 입어볼래?  

그래서 13호를 입어보니 종아리와 허벅지는 붙는데 길이가 발목... 키가 쑥쑥 크는 중인데 내년엔 도저히 못 입을 것 같은 길이감. 두 사이즈의 옷을 번갈아 입어보던 딸, 결국 13호를  선택해서는 즐거운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다. 하지만 엄마는 너무 지쳐서 저녁할 마음도 상실한 채 거실에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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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2010-10-18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저도 얼마전에 곰팡이 바지 사줬는데... 그런데 울 딸도 워낙 마른터라 스키니를 입어도 폼이 안난답니다.
엄마 허벅지 살 좀 떼어가라고 했더니 그걸 지금 농담이라고...하는 표정으로 저를 보더라구요.쩝~
에구~~ 이제는 농담도 딸 눈치보면서 해야 하니 원...

소나무집 2010-10-19 08:53   좋아요 0 | URL
우리 학교 다닐 때도 곰팡이 바지가 유행한 적이 있어요. 그때는 일명 날라리라 불리는 친구 한둘이 입었지요. 제 주변에 락스에 담가서 물빼는 친구도 있었어요.^^ 그 친구는 지금도 여전히 멋쟁이일 듯...

BRINY 2010-10-18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여자아이는 어릴 때부터 자기가 옷을 고르는 행복이 어느 정도는 허용되었으면 좋겠어요. 전 대학 졸업하고나서야 겨우 제가 번 돈으로 제 옷 사기 시작했거든요. 그 전까지는 제 스타일이란 게 없었어요.

소나무집 2010-10-19 08:50   좋아요 0 | URL
6학년이 되면서부터는 티셔츠 하나 엄마 마음대로 못 고르게 하네요.^^ 엄마보다 훨~씬 감각이 있어서 제 옷 고를 때도 늘 물어보게 돼요.

전호인 2010-10-18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 따님과의 쇼핑에 지친 소나무님의 힘든 얼굴이 보여요.
울 딸래미의 취향도 워낙 다양해서 옆지기가 심란해 합디다.
한참 중딩 사춘기인지라......

소나무집 2010-10-19 08:57   좋아요 0 | URL
어떤 때 그런 모습이 예쁘기도 하고 어떤 땐 되게 밉기도 하고 그래요.^^ 아이들이 자라느라고 그러겠죠? 다음엔 아빠랑 나가서 옷 사보라고 해야겠어요. 이런 모습을 직접 본 후 아빠의 반응은 어떨지 궁금해요. ㅎㅎ

전호인 2010-10-21 13:39   좋아요 0 | URL
우리 아이들은 돈으로 달라던데요.
친구들과 같이 알아서 쇼핑하겠다면서......
저요, 절대 안갑니다.
특히 옷 살때는 옆지기랑도 안가요
제 성격이 마음에 들면 즉석에서 걍 사버리는 스타일인데 어휴 여자분들은 살것처럼하면서 매장을 다 돌아다닌 후 다시 처음에 있던 곳에 와서 사드라구요. 따라 다니는 것이 느무느무 힘들어요.ㅠㅠ

소나무집 2010-10-22 09:24   좋아요 0 | URL
살 것처럼 하면서 매장을 다 돌아다닌 후 다시 처음에 있던 곳에 와서 사 드라구요. --> 요 대목에서 공감의 웃음. 안 그러면 왠지 손해 볼 것 같은 여자들의 마음이라지요. 여자들도 남편이 옆에 있으면 신경 쓰이긴 마찬가지.^^

꿈꾸는섬 2010-10-22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이들 취향은 엄마들과 다르죠.ㅎㅎ
곰팡이 바지 저도 별로인데...그리고 자라고 있으니 좀 넉넉한 걸 사면 좋은데 아이들은 엄마 마음을 모르죠.ㅎㅎ

소나무집 2010-10-25 09:03   좋아요 0 | URL
엄마 취향이 아니어도 친구들이 입으면 입혀줘야 되는 것 같아요. 안 그러면 슬쩍 왕따가 되는 것 같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