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 2007, 당신의 알라딘 머그컵을 자랑해주세요!

누군가 집으로 찾아오면 어김없이 차 한 잔을 내놓게 됩니다. 신혼 초에는 결혼하면서 사온 예쁜 세트 커피잔들이 있어서 나름 폼도 내면서 차를 마셨던 것 같아요. 하지만 아이 둘을 낳아 키우면서 예쁜 컵들은 하나둘 산산조각이 나서 사라지고 지금은 찻잔 받침만이 남아 그 흔적을 말해 줍니다.  

더구나 힘은 세고 조심성은 없는 아들 녀석도 하나 키우다 보니 저에게 좋은 컵의 기준은 어느새 튼튼한 컵이 되고 말았지요. 부딪쳐도 굴려도 집어던져도 안 깨지는 컵 말이지요~  

어느 해부턴가 연말이면 알라딘에서 컵을 선물로 주었습니다. 책을 사면서 받은 알라딘 컵은 튼튼 그 자체였고 제가 애용하는 컵이 되고 말았답니다. 첫해와 두 해째 받은 컵은 사용하다 깨져서 버린 걸 보면 그후에 받은 컵보다 좀 덜 튼튼했던 모양입니다. ^^ 

동네 아줌마들이 놀러 와도 당연 알라딘 컵이었지요. 믹스커피에 녹차, 아이스커피까지 모든 종류의 차를 소화해내는 알라딘 컵... 튼튼하고 예쁘다며 컵을 사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늘 오는 기회가 아니니 연말까지 기다렸다가 책을 사라고 권하면서 알라딘 자랑을 늘어놓기도 했지요. 알라딘을 모르는 사람들은 "알라딘? 그게 뭔데?" 하다가 서서히 알라딘 팬이 된 이웃도  있답니다. 정기엄마, 현주엄마, 태현엄마...  

또 알라딘 컵 덕분에 처음 만난 사람과 금방 친해진 기억도 있으니... 작년에는 이사한 우리집에 남편보다 서너 살 많기는 하지만 어렵디 어려운 시당숙 부부가 놀러 오셨는데 고를 예쁜 컵도 없으니 알라딘 컵에 차를 대접해 드렸지요. 그런데 찻잔을 본 순간 당숙이 하시는 말씀 "이 집도 알라딘 하나 보네!"  "아, 네~~"  

그냥 알라딘이라는 한마디에 얼마나 반가웠는지... 시댁 어른이라는 어려움마저 스스르 녹아내려서 분위기가 금방 좋아졌고 한동안 서로 어떻게 알라딘을 이용하는지, 누가 더 알라딘을 좋아하는지 이야기했다는 거 아닙니까? 시당숙은 고등학교 국어 선생님인데 알라딘에서 책을 무지하게 많이 사신대요.

그리고 원주로 이사 와서 만난 알라디너 배꽃 님이나 엘리자베스 님이 놀러왔을 때도 알라딘 컵으로 차를 마시면서 처음 만난 서먹함 대신 아주 찐~한 공감대와 가족 의식마저 느끼게 해주었으니 알라딘 컵의 고마움을 이루 다 말할 수가 없네요. 

올해 받은 컵과 더불어 남아 있는 알라딘 컵 4형제입니다. 올해 나온 새로운 로고가 찍힌 컵 중 파란색이 받고 싶어서 책 주문을 더 해야겠어요.

그런데 새로 나온 컵은 모양도 그렇지만 로고가 정말 마음에 안 든다. 은근한 맛 하나 없이 엄청 크고 너무 진한 글씨에 시선을 돌리게 된다. 

모난데 없이 둥글둥글해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알라딘 컵. need something? 차를 마실 때마다 나에게 말을 걸어주고 read something! 하고 대답까지 시원하게 해줘서 외롭지 않게 해주는 고마운 알라딘 컵!!!  

올해는 이리저리 바쁘게 뛰어다니느라 책도 많이 못 읽었는데 내년에는 알라딘 컵에 차를 마시면서 차분히 앉아 책 읽는 시간을 더 많이 가져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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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12-18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는 빨강 파랑 주황에 홀려 3종세트 다 받으려고 날마다 질렀는데~ 주황이 두 개에 파랑만 있고 빨강은 아직 없어요. 오늘 택배 1분 후에 도착한다고 전화왔는데~ 빨강이면 좋겠어요. 그러면 나도 페이퍼 올리려고요.^^

순오기 2010-12-18 14:17   좋아요 0 | URL
와아~ 드뎌 빨강이 왔어요. 올해는 3종세트 다 챙겼어요.ㅋㅋ

소나무집 2010-12-20 16:43   좋아요 0 | URL
이번 컵은 색깔에 홀리기는 하는데 디자인은 별로예요. 로고 글씨도 마음에 안 들고...

엘리자베스 2010-12-18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나무집님 댁에서 알라딘 컵 봤을때 정~~말 반가웠어요.
통한다는 게 어떤 건지 그날 느꼈다니까요.
놀러가면 꼭 "알라딘 컵으로 줘야지" 하면서 귀한 녹차 주실때 저도 뜨거운 가족애를 느낀답니다.^^

소나무집 2010-12-20 16:43   좋아요 0 | URL
또 차 마시러 오세용~

울보 2010-12-18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빨간색만세개예요너무해 알라딘ㅎㅎ

소나무집 2010-12-20 16:44   좋아요 0 | URL
저도 컵 색깔의 유혹에 넘어가서 책 마구 살 뻔하다가 간신히 하나로 참았어요.
 

저는 2006년 봄에 베트남에서 남편을 만났어요. 그래서 결혼하고 한국에 왔어요. 한국에 와서 많이 외로웠지만 남편이 친구 역할을 했어요. 말은 안 통했지만 마음은 통했어요. 남편이 직장을 다니고 있었는데 저는 일요일만 기다렸어요. 왜냐하면 제가 한국 음식을 다 못 먹었는데 매운탕은 먹었어요. 그래서 일요일마다 매운탕을 먹으러 갔어요.  

집에서 먹는 음식은 모두 못 먹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한국 음식을 다 좋아해요. 한국 음식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은 된장찌개예요. 처음에는 싫어했는데 지금은 무지 좋아하게  되었어요. 그 이야기를 해볼게요.  

한국에 처음 왔을 때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라서 어머니께서 밥을 다 해주셨어요. 반찬이 여러 가지 있었는데 특히 된장찌개가 좀 이상했어요. 냄새가 너무 강하고 색깔도 약간 누렇게 생긴 것이 어떻게 보면은 사람의 대변 같았어요. 그런데 어머님이랑 남편은 너무 맛있게 먹었어요. 그때 저는 그냥 멍하게 앉아만 있었어요. 

남편은 밥을 먹을 때마다 "이거 먹으면 몸에 좋아" 하고 말했어요. 하지만 저는 한국 음식을 아무것도 못 먹었어요. 그래서 어머님과 남편이 늘 걱정을 했어요. 저도 언제나 한국 문화, 한국어, 한국 음식 등에 적응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그래서 저는 결심했어요. 별것 있겠어요. 음식인데 한번 먹어 보자고요. 그래서 먹어 봤어요. 그런데 먹어 보니 마음 같지가 않았어요. 마음속으로 한 그릇을 다 먹겠다고 했는데 딱 한 번 먹고는 숟가락이 안 갔어요. 그때가 살아오면서 가장 힘든 시간이었어요. 

그런데 어머님과 남편은 하루에 세 번이나 된장찌개를 먹어서 말이 안 나왔어요. 그때는 베트남 쌀국수가 정말로 먹고 싶었어요. 친정엄마도 보고 싶고 쌀국수도 먹고 싶어서 몰래 울었어요.  

하지만 어머님을 모시고 살면서 이대로 살면 저만 힘들었어요. 그래서 하나하나 배웠어요. 된장찌개를 잘 못 먹었지만 만들었어요. 어머님이 맛있게 끓였다고 칭찬을 하셨어요. 그리고 저도 조금씩 먹을 수 있었어요.  

제가 된장찌개를 안 먹을 때 어머니께서 말씀하셨어요. "된장을 만드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면 먹게 될거야." 저는 그냥 웃었어요. 그리고 한국에 오고 1년이 지나고 메주를 만들었어요. 메주콩을 깨끗이 씻고 가마솥에 넣고 물을 넣어요. 그리고 불을 때기 시작했어요. 콩이 익는 동안 고구마도 구워 먹고 기다렸어요.  

고구마를 먹으면서 어머님이 이야기를 하셨어요. 옛날에 어머님이 할머니께 배웠던 된장 담그는 방법을 가르쳐주셨어요. "앞으로 나 살아 있는 동안은 된장 담글 때 꼭 옆에 있어야 돼. 그래야 네가 배울 수 있어." 

콩 익는 냄새가 났어요. 어머니는 불을 끄고 볏짚을 가져왔어요. 

"어머니, 볏짚으로 뭐하는 거예요."   

"이것을 밑에 깔아주면 메주가 잘 마르지." 

그리고 불을 또 땠어요. "이따가 불을 또 때자."  

"왜요?"  

"콩을 여러 번 끓여야 돼."  

그래서 네 번이나 계속 반복했어요. 제일 힘든 것은 콩을 찧는 거였어요. 큰 절구로 막 찧었어요. 시작했을 때는 쉬웠는데 나중에는 힘이 빠져서 절구를 못 들었어요. 네모 모양으로 만든 메주를 방에서 겨울 내내 말린 다음 항아리에 담았어요.  

어떻게 담갔느냐면 소금물에다 메주를 넣고 고추 3개, 대추 5개, 숯 한 개, 계란 한 개를 넣었어요. 계란은 소금물 간을 보는 거예요. 계란이 물 위로 조금 보이면 간이 딱 맞아요. 그리고 햇빛이 나는 날 뚜껑을 열었다 덮었다 1년이 지나면 간장물을 떠내요. 그러면 나머지가 된장이 되는 거예요. 

된장 만들기 참 힘들어요. 처음에는 된장 한 그릇을 가볍게 생각했는데 지금은 독특하고 맛있는 예술 작품 된장을 자랑하고 싶어요. 지금 저는 두부와 호박을 넣은 된장찌개를 정말 좋아해요. 기회가 있으면 베트남에도 된장을 소개하고 싶어요.  (2010년 12월 레티김탄) 

 ***  한국인인 나도 제대로 모르는 된장을 해마다 만들고 있는 탄이 너무나 대견하고 예뻐서 그녀가 쓴 글을 소개합니다. 처음 한국에 와서 적응하려고 얼마나 애썼는지도 느껴지는 글이네요.  표현이 어색한 부분이 많지만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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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0-12-08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나무집님 너무 좋은 일 하고 계시네요. 이 글 읽는데 마음이 너무 짠해요. 한국음식, 문화 모든게 낯선 새댁의 고충이 느껴지네요.ㅎㅎ 이젠 된장찌개를 정말 좋아한다니 다행스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그러네요.ㅎㅎ 재미있게 잘 읽었어요.

소나무집 2010-12-09 09:16   좋아요 0 | URL
한국에서 적응 기간이 2년 정도인 것 같더라구요. 2년만 지나면 그런대로 살아가요. 가족들과 이웃들이 관심을 갖고 따듯하게 해주면요. 이젠 한국 음식이 베트남 음식보다 더 맛있대요.

프레이야 2010-12-08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문화가정 여성들에게 한국어 가르치는 봉사를 하고 있는 친구가 있어요.
소나무집님도 그런 일 하시나요?
친정엄마도 보고 싶고 베트남 쌀국수도 먹고 싶어 울었다는 글귀가 특히 찡하네요.

소나무집 2010-12-09 09:02   좋아요 0 | URL
네, 다문화가정지원센터에 소속되어 일하고 있어요. 힘든 일도 많고 그래서 한 학기만 하고 그만두어야지 했는데 일년이 다 되어가네요. 정이 드니까 쉽게 못 그만두겠어요. ^^

마노아 2010-12-08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아아아, 정말 대단한 걸요. 한국인도 된장 직접 담그기 힘드는데 그걸 손수! 게다가 글도 잘 쓰는 걸요. 감동이에요. 브라보!!!

소나무집 2010-12-09 09:05   좋아요 0 | URL
이런 학생을 보면 정말 부끄러워요. 나중에는 전통 음식 만드는 법을 후손들에게 이어줄 사람들도 농촌에서 어른들께 제대로 배운 다문화 가정 여성들이 아닐까 싶어요.

엘리자베스 2010-12-09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베트남 새댁들때문에 얼굴이 화끈거리네요.
김장에 된장까지...정말 대단하네요.
가르치러 갔다가 배우고 돌아온다던 소나무집님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소나무집 2010-12-10 00:25   좋아요 0 | URL
처음에는 내가 뭐 대단한 거라도 가르치는 선생인 줄 알았는데 지금은 정말 겸손한 마음이 되었고, 묵묵히 살아가는 그녀들이 오히려 고마워요.

순오기 2010-12-09 0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낯선 곳에 시집와서 적응하기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하니 짠하네요.

나도 얼굴이 화끈거려요. 나이 오십이 되도록 만들어 볼 생각도 안 하고 살았어요.
정말 이젠 배워서 담가야 나중에 우리 애들한테도 퍼주고 그럴텐데...
우리 모두 된장 간장 고추장 담글 줄 아는 주부가 됩시다!! 캠페인이라도 벌여야 될 듯.

소나무집 2010-12-09 09:10   좋아요 0 | URL
첫해에 메주를 만들 때 힘들다 말도 못하고 절구질을 시키는 대로 했나 봐요. 며칠 동안 팔을 들 수도 없을 정도로 아팠다고 그러더라구요. 힘든 일 정말 많았는데 시어머니 알면 서운해할까 봐 방에 들어가서 몰래 울고 안 힘든 척하며 살았대요.

마녀고양이 2010-12-09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우, 저보다 훨씬 낫네요.
하기사 저희 세째 형님은 태국 분인데,
김치 담그기 예술이예요. 저는 제대로 못 담그는데. 창피.

그런데, 이분 글 너무 잘 쓰시네요. 멋진 글 감사합니다.

소나무집 2010-12-10 00:31   좋아요 0 | URL
저도 탄에게 나중에 된장 만드는 거 배우러 가겠다고 했어요.
그죠? 잘 쓰죠? 맞춤법 틀린 건 제가 교정을 해줬어요.

qualia 2010-12-10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티김탄 님,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여성분들은 베트남 분이든 한국 분이든 정말 위대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숱한 말 못할 고난/고초/고통/시련을 꿋꿋이 감내하고, 결국은 저렇게 많은 사람한테 뭉클 감동을 선사하잖아요. 레티김탄 님, 아, 얼마나 고생이 많았을까요. 탄 님, 힘 내셔요. 마음으로 응원합니다.

그런데 베트남 여성분 얘기를 들으니, 한 베트남 여성이 또 한 분 생각나네요. 제가 반찬거리를 잘 사러 가는 할인 마트가 있는데요. 그곳에 아주 예쁘신 베트남 한 분이 점원으로 일하고 계셨죠. 정말 친절하고 상냥하셨어요. 우리 한국말도 잘해서 (주인 아주머니 말씀에 따르면) 근무를 똑떨어지게 아주 잘하셨답니다. 그런데 어느날 반찬거리를 사러 갔더니 그 베트남 분이 안 보이시더라구요. 제가 반찬거리를 사러 갈 때마다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정말 좋았는데요... 어찌된 일일까... 그 가게 갈 때마다 예쁘고 상냥하셨던 그 베트남 분이 항상 생각난답니다...

(2010-12-09 21:59 ― 저도 맞춤법에 틀린 게 있어서 다시 고쳐 썼어요.ㅋ)

소나무집 2010-12-10 00:37   좋아요 0 | URL
정말 존경스런 다문화 가족 외국인 여성들이 많아요. 요즘 한국 며느리들은 꿈도 못 꾸는 일을 어린 나이에 척척 해내더라구요. 탄도 이제 스물다섯이에요. 반찬 가게 그분도 궁금하네요.

BRINY 2010-12-09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국어를 잘하는 사람은 모국어 실력이 뛰어나다라고 하던데, 이 분도 그러신가봐요. 저 정도 글을 아무나 쓸 수 있는 게 아니지요.

소나무집 2010-12-10 00:47   좋아요 0 | URL
아마 저 글 쓰느라고 밤을 새웠나 봐요. 수업 하면서 보니까 눈이 빨갛더라구요. 외국인이기 때문에 글을 쓸 때 한 문장 한 문장 오래오래 생각하다 보니 더 좋은 글이 나오는 건 아닌지...
 

미국 자이언 국립공원에 갔을 때 하룻밤을 묵은 교포 써니 선생님께서 아이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보내왔다. 올 한 해 이것저것 정신없이 사는 바람에 안부 편지도 자주 못 드렸는데 어찌나 미안한지...   

이제 한국을 생각하면 우리 아이들이 떠오르나 보다. 나도 서둘러 크리스마스 선물을 보내야겠다. 뭘 보내나... 박경리의 소설 <토지>를 한 질 보내 드리고 싶은데 택배비가 장난이 아니니 원.

 타란튤라 인형, 퍼즐, 보온 도시락 가방 2개, 7가지 기능이 있는 호루라기 2개, 미국 협곡을 볼 수 있는 CD, 은하수가 깔린 자이언의 밤하늘 사진, 그리고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정성이 담긴 편지...

 자이언 국립공원의 모습을 담은 천 피스짜리 퍼즐. 기험 시험 끝나면 맨날 이것만 붙들고 있을 듯.

 울 아들을 감동시킨 타란튤라 인형. "써니 아줌마,  고마워요.!"

 독이 있는 요녀석한테 물리면 죽을 수도 있다는데 인형은 귀엽기만 하다. "하나도 안 무섭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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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집 2010-12-04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국으로 <토지> 한 질(21권임)을 가장 저렴하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아는 분 알려주세요. 미국 주문인지 아님 한국에서 사서 보내는 건지... 미국으로 택배를 보내보니 가벼운 상자도 십만원 가까이 나오더라구요. 책무게가 장난이 아니라서...

엘리자베스 2010-12-09 00:21   좋아요 0 | URL
그런 방법 알고 계신 분 있으면 저도 좀 알려주세요.
미국으로 뭐 보낼려고 하면 배보다 배꼽이 훨씬 더 커서 정말 마구마구 화가 난답니다.
배로 보내면 좀 싸다는 이야기를 어디서 들어보긴 했는데 정확히는 모르겠어요.

순오기 2010-12-08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인연을 이어가는 훈훈한 모습 보기 좋으네요.
선우랑 지우가 엄청 좋아하겠네요~ 퍼즐도 타란튤라 독거미 인형도...^^

소나무집 2010-12-09 08:56   좋아요 0 | URL
자식들도 다 멀리(하나는 독일, 하나는 샌프란시스코) 떨어져 살고 그래서 좀 외롭기도 하고 그런가 봐요. 제가 보던 <토지>라도 보내 드리고 싶은데 택배비 때문에 선뜻 못 보내겠어요.

꿈꾸는섬 2010-12-08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새 크리스마스네요.ㅎㅎ 아이들이 참 행복해보여요.^^

소나무집 2010-12-09 08:57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벌써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네요. 울 얘들 거미 인형에 완전 넘어갔어요.^^
 

<백두산 이야기> <노란 우산>으로 유명한  류재수 선생패랭이꽃그림책버스 초청으로 원주에 오셨다. 이런 작가들의 강연회가 있을 때마다 원주가 사람들이 별로 주목하지 않는 소도시 맞나 의심스러우면서도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그림책을 좀 아는 사람이라면 류재수의 <백두산 이야기>가 갖는 의미가 남다르다는 것을 알 것이다. 우리나라 창작 그림책의 시작이 바로 1988년에 출간된 <백두산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도올 김용옥 선생은 초판본(통나무 출판사) <백두산 이야기>에서 70~80년대 방문 판매하는 전집 속에 들어 있던 <소공녀>나 <엄마 찾아 삼만리>를 읽히며 자식들의 영혼이 좀먹히는 줄도 모르던 끔찍한 교육열을 비판하며 류재수 선생의 <백두산 이야기>의 출간 의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강연회는 박경리문학공원 박경리 선생의 옛집에서 진행되었는데 2층 사랑방이 가득찼을 정도로 인기가 대단했다. 심지어는 학교 대신 엄마와 함께 강연을 들으러 온 아이도 있었다.  

  

선생은 우선 그림책의 기본에 대해 이야기했다. 많은 명화를 보여주고 누구나 같은 해석이 필요한 그림보다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그림이 더 좋다는 이야기를 구구절절~ 특히 <구걸>이라는 그림을 보여주며 흠잡을데 없이 잘 그렸지만 놀라운 묘사력만 보여주는, 구걸의 느낌이 전혀 안 나는 소재주의 작품이라며 현재 나오는 많은 그림책들 역시 소재에만 치우친 경향이 있어서 아쉽다는 말씀을 하셨다.

  

사랑에 대한 표현법으로 직유와 은유를 설명했다. 남녀의 키스 장면을 노골적으로 그리는 것이 직유고, 사람은 수풀 속에 숨겨놓고 벗어놓은 신발 두 켤레로 표현하는 것이 은유라고. 직접적인 표현보다는 은유적인 표현을 할 때 더 많은 상상과 새로운 이야기가 가능하다고. 그림책도 그러해야 한다는 말씀.

  

내가 사랑하는 <노란 우산>. <노란 우산>은 2001년 출간되었지만 출간 15년 전에 시작된 책으로 일본 출장길에 순식간에 떠오른 이미지라고 했다. 15년 동안 5개의 버전을 거쳐 완성작이 나온 것이라고 하니 작가의 정성이 얼마나 깃든 책인지 알 만하다.

  

류재수 선생은 <노란 우산>에 아무것도 아닌 것을 담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한 장면 한 장면, 붓터치 하나하나 고심을 했고, 특히 비 오는 날의 습도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40~50장이나 그린 중에서 첫 장면이 나오게 되었다고. 하지만 그 아무것도 아닌 것에서 아이들은 수많은 상상과 이야기를 끌어내고 있으니... 결국 작가가 너무 많이 설명을 하고 참견을 하면 안 된다는 얘기 같았다.

그 결과 볼로냐 도서전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책'이라는 평을 받았고, IBBY 그림책으로 선정되면서 '세상에 문자가 없는 그림책은 많다. 그러나 스토리조차 없는 책은 없다. 전세계 어떤 나라 어린이들이 봐도 다 느낄 수 있는 책이다.'라는 호평을 받았다. 

    

류재수 선생의 그림책에 대한 열정은 80~90년대 해송이라는 빈민 탁아운동 단체에서 일을 하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 당시 창신동(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당시에는 청계천이 가까운 달동네였음) 해송에서 일한 대학 동기가 있어 더 반가웠다. 삭막한 환경의 아이들에게 자신이 해줄 수 있는 일을 생각하다가 그림을 그렸고, 동심을 심어주기 위해 그림책 작업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80년대 처음으로 그렸던 해송 아기둥지 간판과 <노란 우산>의 한 장면을 보여주고 있다. <노란 우산>이 태어나게 된 계기도 해송의 아이들과  그 골목길을 떠올리며 시작된 것이라고 하니 사람의 경험이 얼마나 중요한지... 지금은 북한 어린이들을 위한 일을 하고 있다고.  

류재수 선생의 고집과 열정, 예술혼마저 느낄 수 있는 감동적인 강연이었다.

*** 류재수 작가의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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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02 09: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03 20: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0-12-02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 류재수님의 강연을 들었다니 부럽네요~ 후기 고마워요!^^
위 세 권은 봤는데 자장자장만 갖고 있어요.
다른 책들은 도서관에서 찾아볼게요~

소나무집 2010-12-03 08:53   좋아요 0 | URL
예술이나 창작의 기본, 더 나아가 삶의 자세까지 가르쳐주는 정말 좋은 강연이었어요.
서점에 가면 나 좀 사주세요. 하고 애원하는 책이 너무 많은데, 그런 책들을 보면 부끄럽대요.

2010-12-02 16: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나무집 2010-12-03 08:54   좋아요 0 | URL
나도 넘 궁금해요. 창비어린이 홈피에 가서 목록을 다 확인했는데 없더라구요. 아마 다른 잡지를 잘못 알고 계신 건 아닌지...
주말에 시립도서관 가면 한 번 찾아볼게요.

꿈꾸는섬 2010-12-08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정말 멋진 강연회였겠어요. <노란우산> 보고 참 멋지다고 생각했거든요. 저도 다른 책도 찾아봐야겠어요.^^

소나무집 2010-12-09 08:53   좋아요 0 | URL
한 가지 일을 오래 한 사람들을 만나보면 모두 멋지더라구요. 특히 류재수 작가님은 요즘 그림책들이 너무 상업적인 쪽으로 치우친다고 걱정을 많이 하셨어요. 그게 길게 보면 아이들에게 좋은 게 아이라고요.

김민정 2011-08-12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육아잡지 Babee베이비의 김민정 기자입니다. 류재수 작가님 관련 기사를 준비중이라 블로그에 있는 강연회 사진을 쓰고 싶어서 쪽지 남깁니다. ^^ 사진을 사용해도 괜찮을까요?

2011-08-15 22: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원주는 겨울이 참 빨리 오는 느낌이다. 그닥 추운 것 같지도 않은데 오리털 파카를 입고, 11월이 되자마자 김장도 서둘러 한 집들이 많다. 김치가 떨어졌다는 소식에 배꽃 님네서도 한 통을 가져왔고, 같은 아파트에 사는 딸아이 친구네서도 김치 몇 쪽을 보내왔다. 

그런데 며칠 전 베트남 새댁인 티미옌의 집에서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데 비닐 봉지 하나를 건네주었다. "선생님, 제가 담근 김치예요." 그러길래 "형님들이랑 같이 했어요?" 하고 물으니 배추 10포기를 사다가 모두 혼자 했다고 한다.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솟았다. 가끔 김치를 직접 담갔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 김장까지 해낼 줄은 몰랐다. 정말 장하다 싶었다.  

티미옌은 4형제 중 막내며느리. 사정이야 있겠지만 위로 형님이 셋이나 있는데도 86세의 병든 시어머니랑 함께 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제사도 명절도 모두 티미옌의 차지인 듯했다. 처음에는 종종 다니며 한국 음식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던 형님들도 1년이 지나면서 바쁘다며 발길이 뜸해졌다고 한다.  

그래서 이젠 제법 제사 음식도 하고, 명절 때는 갈비찜이랑 잡채 같은 것도 직접 했다고 해서 칭찬을 해주었다. 한국 생활 2년차가 그 정도 음식을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에 온 지 2~3년이 되어도 한국 음식을 만들기는커녕 먹지도 못하는 외국인도 많던데...

먼 타국땅에 시집 와서 처음으로 하는 김장인데 누가 와서 함께 거들어주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 진짜로 한국이 살만한 나라라고 느꼈을 텐데... 본인은 먹지도 않는 김치를 담그기 위해 며칠 동안 신경 쓰고 애를 썼을 티미옌의 마음을 생각하니 짠한 생각이 들어서 김치 봉다리를 안은 손으로 꼭 안아주었다. "고마워요. 귀한 김치 정말 맛있게 먹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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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0-11-23 0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귀한 김치네요
정말요

소나무집 2010-11-25 00:25   좋아요 0 | URL
도와주는 사람 없이 혼자 김장 하면서 별별 생각을 다 했을 거 같더라구요.

하늘바람 2010-11-23 0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나무집님 다문화가정에 다니시며 수업을 하시나요?
정말 뜻깊고 좋은 일을 하시네요
소나무집 님 아이들은 참
보고 배우는 게 보람되고 뜻깊어서 바르고 올곧게 자라겠어요

소나무집 2010-11-25 00:26   좋아요 0 | URL
네, 원주 와서 고민하다 시작한 일이에요. 한국어를 가르친다고 하지만 사실은 제가 더 큰 인생 공부를 하고 있어요.^^

세실 2010-11-23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특도 하지. 혼자 김치 버무리면서 얼마나 외로웠을까요.
님이 좋은 언니, 선생님 되어주셔서 덜 외로울 거예요. 에구.....

소나무집 2010-11-25 00:27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참 많이 외로웠을 것 같아요. 그래도 늘 씩씩한 베트남 새댁이에요.

울보 2010-11-23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울컥하셨겠어요,
님이 잘해주셔셔 또 그분도 님에게 고마움을 표현한것이겠지요,
참 따뜻한 마음이 느껴집니다
타국에 사는 이들의 친구가 되어주시는 님 참 멋지네요,,

소나무집 2010-11-25 00:30   좋아요 0 | URL
아마 일 년 가까이 같이 공부하면서 정도 많이 들고 그래서 뭐든 주고 싶은 마음이었나 봐요. 사실 선생님이면서 친구이기도 해요. 가족 이외에는 한국인 말벗이 거의 없는 그녀들이기에...

꿈꾸는섬 2010-11-24 0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울컥했어요.ㅠㅠ
자신이 먹지도 않을 김치를 혼자 담갔다니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그 김치를 소나무집님께 나눠주는 그녀의 마음이 너무도 예쁘고 소중하네요.^^

소나무집 2010-11-25 00:32   좋아요 0 | URL
힘들었을 텐데 늘 괜찮다고 말하는 씩씩이 아줌마예요. ^^

엘리자베스 2010-11-25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좀 속상하네요. 형님들 미워~~~~~

김치 드린다고 약속해놓고 저는 드리지도 못했는데...죄송해요.
김치냉장고가 없는 관계로 저희는 맛김치만 조금 먼저 가져왔어요.
조만간 집으로 놀러갈께요. 김치 갖고^^

소나무집 2010-11-26 09:37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이젠 김치 걱정 뚝~이에요.
이번 주말에 친정으로 김장하러 가니까 그냥 놀러 오시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