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의 음악편지 - 교양 있는 초등학생을 위한 클래식 음악동화 지식을 여는 아이
신경애 지음, 조현경 그림 / 주니어중앙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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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를 읽었다.
실생활과 밀접한 사회과학이나 인문학 서적을 읽을 때와는 달리 동화나 시를 읽으면 어린 아이의 순수한 눈빛으로 되돌아 가는 느낌이다.  머리도 마음도 평온한 휴식을 취하는 듯 한없이 평화롭다.  
이 책의 부제는 <초등학생을 위한 클래식 음악동화>라고 적혀 있다.
대중가요와 팝에 익숙한 아이들이나 클래식 음악에 거북함을 느끼는 어른들이 이 책을 읽고 클래식과 조금 더 가까워지기를 작가는 바랐으리라.  책 읽는 것과 음악 듣는 것을 아주 좋아하고, 가장 좋아하는 것은 어린이들이 자라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라고 말하는 작가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음악만 들으면 하품을 하는 장난꾸러기 훈이는 어느 날 예술 중학교에 입학하게 된 누나 현이를 따라 엄마와 함께 현이의 학교를 구경하러 간다.  그다지 내키지 않는 발걸음을 하였던 훈이는 컴퓨터 게임이나할 요량으로 들어선 학교 도서실에서 자물쇠가 달린 먼지투성이의 책을 한 권 줍게 된다.  제목도, 지은이도 없는 이상한 책이었다.  집으로 돌아와 책을 꺼냈을 때 누나가 연주하는 피아노 소리가 들려오자 표지에는 신기하게도 <쇼팽의 음악편지>라는 글자가 새겨지는가 하면 잠겨 있던 자물쇠가 저절로 열리고 책갈피 사이에서 한 장의 시디가 빠져나왔다.
공중에서 빙빙 도는 시디에서는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과 함께 쇼팽의 영혼이 나타나 훈이에게 자신의 인생과 자신이 작곡한 음악 이야기를 들려준다. 
1810년에 태어나 러시아의 지배를 받던 바르샤바에서 성장한 프레데리크 쇼팽.  피아노 연주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던 그가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위해 사랑하는 가족과 이별한 채 오스트리아 빈으로 그리고 프랑스 파리로 떠돌며 이방인으로 살아야 했던 불운한 삶.  사랑했던 연인 마리아와의 이별 그리고 쇼팽의 연인으로 잘 알려진 조르주 상드와의 만남.  섬세하고 연약했지만 불꽃같은 예술혼으로 삶을 불태웠던 피아노의 시인 그리고 결핵으로 점철된 불운했던 생애와 조국 폴란드와 가족에 대한 그리움.  서른아홉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날 때까지 위대한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로 살았던 쇼팽의 삶과 음악 이야기를 듣게 된 훈이는 이제 음악을 좋아하는 어린이가 되었다.

내가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게 된 계기는 대학시절 만난 한 선배형 때문이었다.
클래식 음악을 듣고 즐길 수 있으려면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  음악 감상에 무슨 공부가 필요하랴 싶겠지만 누군가와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그 사람을 잘 알아야 하듯 클래식도 그랬다.  우리의 귀에 익숙한 피아노 소품이나 바이올린 소품서부터 관현악곡과 성악곡의 감상에 이르기까지 나는 그 순서를 밟아 <클래식 백과 대사전>을 밑줄을 그으며 공부했었다.  그리고 짬이 나면 KBS 제1FM을 들으며 내가 공부한 내용을 떠올리며 그 리듬을 되새겼다.  그렇게 반복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그토록 멀리하던 클래식과의 간격은 점차 좁혀졌고 선배형과  연주회에도 동행하게 되었다.   음악은 리듬의 언어로 들려주는 이야기이며 박자의 붓으로 그리는 풍경이다.  그 숨겨진 언어를 이해하면 아름다운 풍경과 감동적인 이야기를 마음으로 듣고 영혼으로 보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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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 / 갈라파고스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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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나의 이야기를 들려 주면 아마 지어낸 이야기 쯤으로 생각할 것이다.
내가 쌀밥을 처음 먹어 본 것은 초등학교 1학년 무렵이었다.
강원도의 산골에서 다섯 남매의 막내로 태어난 나는 맷돌에 간 옥수수와 감자를 섞어 지은 밥으로 끼니를 해결했었다.  지금이야 그렇게 먹는 사람도 없으려니와 쌀밥만 먹던 사람들은 건강식이라고 부러워 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옥수수밥이라는 것이 워낙 소화가 빨리 되는지라 할머니께서는 우리 형제들에게 배 꺼진다며 뛰지 말라는 당부를 입에 달고 사셨다.
한창 에너지가 넘치는 시기에 뛰지 말라는 할머니의 당부는 늘 잔소리로 들렸었고,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던 우리집은 저녁만 먹으면 잠자리에 들어야 했었다.  산촌의 해는 유난히 일찍 진다.  그렇게 이른 저녁을 먹고 잠자리에 들면 새벽에는 허기로 잠이 깨곤 했었다.
간혹 간식으로 고구마를 삶아 놓을 때도 있었지만 그것마저 없을 때에는 주린 배를 쓸어내리며 해가 뜰 때까지 달아난 잠을 원망하며 이리 저리 몸을 뒤척여야 했었다.
그 첩첩산중에서 도시로 이사를 하고 나는 처음으로 쌀밥을 먹어 보았다.  반찬이라고는 왜간장 하나였지만 나는 반찬 없는 맨밥으로도 그 하얀 쌀밥을 다 먹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었다.
그 후로 배를 곯는 일은 거의 없었지만 지금도 제 시간에 끼니를 챙기지 못하면 나도 모르게 짜증이 나고, 그런 나의 모습을 아내는 어른이 되어서 괜한 일로 짜증을 내는 이상한 사람으로 쳐다볼 때가 있다.  나는 여전히 배고픔의 기억을 다 지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유엔 인권위원회의 식량특별조사관으로 활동하고 있는 장 지글러에 의해 씌어졌다.
제목만으로도 짐작하겠지만 2005년 기준으로 10세 미만의 아동이 5초에 1명씩 굶어 죽어가고, 비타민 A 부족으로 시력을 상실하는 사람이 3분에 1명 꼴로 발생하며, 세계 인구의 7분의 1에 이르는 8억 오천만 명이 심각한 만성적 영양실조 상태에 있는 비극적 현실을 고발하고 있다.  지구의 한쪽편에서는 비만으로 죽어가고, 단른 한쪽편에서는 부족한 식량으로 생명을 선별하는 현실, 삼림파괴로 메말라 가는 농토와  기아를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하는 국제기업들, 쓰레기 더미를 뒤져 생존을 갈망하는 그 사람들의 배고픔을 테러의 도구나 전쟁의 잔해 쯤으로 치부하는 정치인들, 소는 배불리게 먹이면서 사람은 굶어 죽게 만드는 신자유주의 신봉자들의 행태를 우리는 맬서스적 자연도태로 이해할 수 있을까?  가난 구제는 임금님도 못한다는 우리의 속담처럼 그들의 배고픔을 먼 나라 이야기로 눈 감아야 하는 것일까?
저자는 기아로 죽어가는 끔찍한 현실을 아들 카림에게 들려주는 대화 형식으로 차분하게 풀어가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현실의 배후에 신자유주의와 세계화라는 거대한 괴물이 지배하고 있음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불평등이라는 부당한 역동성이 현재의 세계질서를 결정하고 있다.  한쪽에는 민족을 초월한 소수의 과두체제에 지배되는 정치적, 경제적, 이념적, 학문적, 군사적 힘의 집중이 있다.  그리고 다른 한쪽에는 미래가 불투명한 삶, 몇 억 인구의 절망과 기아가 있다.(P.162)
저자는 희망이 없어 보이는 이러한 현실을 바라보며 세계 여론이 동원되어 현재의 경제 지배자들이 각성하고 연대하여, 기아를 극복하고 지구상의 모든 거주민이 충분한 식량을 확보하는 데 힘쓰자고 간절히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그냥 방치되어서는 안 되는 정글 자본주의다.  세계경제는 식량 생산, 판매, 무역, 식량 소비로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기아에 관한 한 시장의 자율성을 맹신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못해 죄악이다.  우리는 기아와 투쟁해야 한다.  기아 문제를 시장의 자유로운 게임에만 방치할 수는 없다.(P.169)
우리는 장 자크 루소가 그의 저서 <사회계약론>에서 밝힌 말을 기억해야만 한다.
"약자와 강자 사이에서는 자유가 억압이며 법이 해방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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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경제학
세일러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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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 교육에 있어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은 어려서부터 경제에 대한 체계적 학습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만큼 소중한 가치로 대우받는 것이 있을까?  그럼에도 우리의 교육에서 경제 부분은 항상 뒷전이었다.  성인으로 성장하면서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이상은 점점 높아지는 반면 경제적 지식은 아주 보잘 것 없는 수준에서 머물고 있는 이러한 현실에는 누군가의 숨겨진 의도가 있지 않나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왜냐하면 경제적 지식이 높은 사람이 그 지식을 바탕으로 더 많은 경제적 부를 획득하고 위기 상황에서도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른 학문과 마찬가지로 경제학도 근대 산업사회 이후 놀라울 정도로 발전을 거듭해 왔고 신자유주의와 세계화로 개인이 갖추어야 할 경제 지식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데 우리 나라의 초,중,고에서 가르치는 경제 교육은 애덤 스미스의 고전 경제학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런 까닭에 경제 뉴스를 들어도 그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허다하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잉글리쉬 디바이딩 현상을 언급하면서 영어를 강조하기는 해도 이코노믹 디바이딩 현상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언급하지 않는다.  물론 경제적 지식이 부족하다고 해서 살아가는 데 큰 불편이 있는 것은 아니다.  실생활에서는 돈 계산만 잘하면 누구나 경제 생활을 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 구성원의 대부분이 바라는 것은 경제적 풍요이다.  그 목표가 높다는 데 문제가 있고 자본주의가 발달할수록 이코노믹 디바이딩 현상은 한층 심화된다.  경제 지식을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사이에 넘을 수 없는 장벽이 가로 놓이는 것이다.  소위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면 심화되었지 약화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수에 의한 부의 집중, 그리고 서민 경제의 붕괴는 피할 수 없는 결과로 굳어지는 것이다.  경제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말은 소수 재력가에게는 100 % 맞는 말이다.  어쩌면 위기의 반복은 부의 집중을 가속화 시키는 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즉 서민의 경제적 손실이 고스란히 소수 자본가에게 부의 증가로 전이되는 것이다.  경제는 낭만이나 감성이 아닌 냉정한 현실임을 보여준다.
이러한 현실의 이면에는 돈을 터부시하는 우리 나라의 국민적 정서와 소수 권력자의 의도가 숨어 있는 듯하다.

이 책의 저자는 2008년 말부터 Daum 아고라 경제토론방에서 인기를 끌었던 사람이라고 한다.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던 '미네르바'가 떠오른다.  그러나 저자는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기업의 임원을 지낸 분이라고 한다.  저자는 일반인을 위한 경제 상식 및 말못 인식하고 있는 개념들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챠트와 통계적 수치로 독자들을 이해시키고 있다.  인플레이션과 저축, 시장의 원리와 부동산 및 환율의 전망,  경제위기의 원인과 미래에 다가 올 대공황과 우리의 생존 전략 등을 자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경제학 분야의 서적은 가독성이 떨어지는 이유로 수작을 찾기 어렵다.  맨큐의 경제학이 학문적 입장에서 좋은 책이라면 이 책은 분명 실생활에 있어 잘 씌어진 책이라 말할 수 있다.
600 페이지가 넘는 책의 분량이 다소 부담스럽기는 해도 여유 시간에 파트별로 나누어 읽어도 좋을 듯하다.  

경제적 이상과 실제적 경제 행위의 격차를 좁히는 것은 경제적 지식이 밑바탕이 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우리는 자신이 꿈꾸는 경제적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 전적으로 ’운’에 의존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운’이란 일상에서 반복되는 습관적 현상이 절대 아님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우리 앞에는 항상 행운이 따라 줄 것이라 굳게 믿고 있는 것이다.  그로 인해 우리는 습관적 ’좌절’만 맛보게 된다.  자신의 경제 행위를 단순히 ’운’에 맡길 것이 아니라 올바른 경제 지식을 바탕으로 자신의 경제 행위를 반성하고, 자신이 세운 목표를 향해 한발 한발 내딛는 것이 그 목표에 도달하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 될 것이라 믿는다.  "모든 사람들이 행운을 움켜쥐려 하지만 정작 찾아 나서는 사람은 없다."는 말은 준비된 자에게만 행운도 미소를 보낸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적 목표와 계획을 세운 사람이라면 그 안내서를 보고 자신이 향하는 길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그 길에 존재할지 모르는 위험성도 살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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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위한 두뇌 트레이닝
고이즈미 스미레 지음, 이은주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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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소설을 읽는 것은 아주 오랫만의 일이다.
그것도 내가 가장 싫어하는 타입의 소설을.  
내가 일본 소설을 싫어하게 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야마오카 소하치의 소설 <대망>이나 시바 료따로의 <후대망>을 워낙 흥미진진하게 읽었던 터라 단행본의 일본 소설 두어 권을 더 읽었었다.  지금은 그 제목도 기억나지 않지만 그때 읽었던 소설의 내용이나 작품성이 <대망>과 <후대망>에 비하면 비교할 수 없을만큼 현저히 떨어지는 것이었다.  그 후로 나는 일본 소설이라면 머리를 젓게 되었다.  그때 내가 읽었던 소설도 사랑 이야기였을 것이다.
같은 아시아권이지만 일본 소설은 중국이나 우리 나라의 소설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무례하다 싶을 정도로 제멋대로인 사람들이 많은데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너무 점잖고, 엄숙하게 그려지는가 하면, 일본인들은 지나칠 정도로 예의 바르고 상냥한데 반해 소설 속의 인물들은 가볍고 무례하다.  마치 일본인들은 현실에서 억눌린 행동을 소설에서 한풀이를 하는 것처럼 경박하게 그려낸다.  어쩌면 그들은  실생활에서 상상으로만 그치는 자신들의 억눌린 모습을 소설이나 영화에서 대리만족을 얻는 듯하다.  ’은밀한 문화’를 즐기는 것처럼.  
소설을 읽는 독자들 대부분은 묘사를 통하여 공감하고, 그 소설을 끝까지 읽어낼 힘을 얻는다.  그리고 대사에서 감동한다.  그러므로 소설 읽기는 묘사 읽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것이 심리묘사든 배경묘사든.
내 얘기가 너무 길었다.  소설 속으로 들어가 보자.
아역 배우의 경험이 있는 웨딩 플래너 야마다 마유는 교통 사고로 죽은 입사 동기 가오루의 유품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그의 쌍둥이 형 다케루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다케루에게는 어릴 적부터 친구로 지내다 3년 전부터 연인으로 발전한 네일리스트 여자 친구 마리에가 있다.  네일 살롱을 경영하는 마리에 어머니의 후광과 그녀의 미모와 명성에 마유는 질투를 느끼고 고민에 시달린다.
사랑에도 개인 트레이너가 있으면 좋겠다.  나에게 올바른 워크아웃을 가르쳐 주면 좋겠다.  질투 근육을 훈련시켜서 사랑으로 인해 생기는 과체중을 단호히 없애는 내가 되고 싶다.(P.39 - 40)  
마유는 20년 넘게 사귀어 온 절친 에미와 언니 나오미에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고 조언을 구한다.  그녀가 다니는 회사가 마리에의 네일 살롱과 협력하게 되면서 마유는 마리에를 만나게 되고, 질투심에 불타는 마유는 다케루와의 만남도 점차 뜸해지면서 자신의 일에만 몰두한다.  다케루를 포기하지 못하는 마유는 에미의 주선으로 단체 미팅도 나가고 여행도 해보지만 시선은 늘 그에게로 향한다.  호텔을 경영하는 다케루의 아버지 회사에서 근무를 하는 다케루는 항상 바쁘게 지내고 자신의 생각을 잘 표현하지 않는다.
누군가를 기다리다가 만나고, 또 기다리고.  그러는 동안 싸워서 만나지 않게 되고, 어느 한쪽이 만나자면 망설이기도 하고.  이렇게 늘 기다리지 않으면 만나지 못하는 인생인 건가. 난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이미 지쳤어.  어딘가에서 불쑥 갑자기 만날 수 있는 거리에서 살면 좋은데.(P.286)
다케루는 마리에 보다는 마유에게 끌렸었지만 이런저런 오해로 마유와 멀어지지만 결국 마리에는 다케루와 헤어지게 되고 서른 살이 된 크리스마스 이브에 다케루가 그녀의 집으로 찾아옴으로써 사건은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너무나 평범하고 진부한 스토리와 특별할 것 없는 구성.  대학 졸업 후 출판사와 패션 잡지에서 에디터로 일했었다는 작가는 마치 스토리 텔러인 듯하다.  전지적 작가 시점의 소설은 심리묘사가 치밀하고 뛰어나지 못하면 신파가 되고 만다.

오타가 눈에 거슬려 적어 본다.
            1. 여 중의 여우(P. 31)
            2. 가을은 어느 곁에 와 있다.(P.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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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인 캐나다 - 순수한 열정으로 캐나다를 훔쳐버린 당찬 20인의 이야기
임선일 지음 / 라이카미(부즈펌)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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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는 탄생과 더불어 마음속에 작은 위성 안테나를 갖게 되나 보다.
그것을 통하여 다른 사람의 마음을 가슴으로 듣고, 별과 하늘과 나무와 대화하고, 알 수 없는 미래를 향해 두려움 없이 걷게 되는가 보다. 
젊은 시절 안테나는 언제나 밖으로 향한다.  내가 아닌 네가 궁금하고, 내 나라가 아닌 낯선 나라에 살고 싶고, 내 삶이 아닌 다른 사람의 삶을 동경하고...
그러다 점차 나이가 들면 그 안테나의 방향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의 집과 가족에게로  향해 있었다.  밖에 나가도 집에 가고 싶고, 가족이 궁금하고...
내가 그랬다.  대학 시절 마음속 주파수가 이끄는 곳 호주를 향해 어학연수를 떠났었다.
사진으로만 겨우 보았던 그 먼 나라를 향해 떠날 때의 두려움.
그 두려움을 잠재운 것도 내 마음속 깊은 곳의 작은 울림이 아니었을까?

<20 in Canada>, 이 책은 마음속 위성 안테나의 가녀린 주파수에 의지해 캐나다로 떠났던 유학생과 그곳에 정착한 사람들, 그리고 산업 디자인을 공부하는 저자의 이야기이다.
저자는 자꾸만 어정쩡해지는 자신의 상태를 뛰어넘기 위해 캐나다로 향했고,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또 떠나는 캐나다에 와서야 다양성과 열린 마음을 배우게 되었다고 한다.   남부럽지 않을 열정과 뜨거운 도전정신을 가지고 캐나다에 갔지만, 해가 갈수록 얻는 것보다는 잃은 것에 집착하는 자신을 보면서 꿈을 잃어가는 것은 아닌지, 인생을 낭비하며 보내는 것은 아닌지 불안한 마음에 캐나다에서 뜨거운 열정으로 찬란한 꿈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을 보며 희망과 용기를 얻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1년이 넘도록 캐나다에서 행복한 꿈을 꾸고,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하면서 당차게 도전하는 사람들의 행복한 꿈 이야기를 듣고 싶었단다.
이 책은 그들과의 인터뷰를 대화 형식으로 기록하여 책으로 엮은 것이다.
십대에서부터 삼십대의 다양한 연령층의 여러 나라 사람들이 들려주는 자신의 꿈과 캐나다 적응기, 그리고 캐나다를 찾는 이방인들에게 들려주고픈 자신만의 노하우를 신세대의 어투로 재미있게 그리고 있다.  화려한 사진과 함께.
인터뷰에 응한 사람들 중에 캐나다 현지인 프랭크는 유독 눈길을 끈다.  그는 길바닥에 그림을 그리며 자유롭게 사는 캐나다인이다.
난 있잖아.  꿈을 가지고 이 나라에 와서 일하고 공부하는 사람들이 너무 멋있어 보여.  꿈을 위해서 자기 세상을 박차고 떠나온 사람들만 가지고 있는 형형한 빛 같은 게 있거든.  모두들 겉으로는 너처럼 피곤에 찌들어 비틀비틀거린다고 해도, 목표를 이야기할 때면 빛을 내뿜는 사람이 되곤 하는게 내 눈엔 너무 좋아 보였어.  뭐, 그 빛은 희망 때문에 반짝반짝 빛나는 걸 수도 있고 너무 절박해서 독기로 시퍼렇게 빛나는 걸 수도 있지만, 하하.
그래서 나도 이 땅을 박차고 다른 곳으로 나가려고 하는 거야.  네가 꿈을 이루기 위해 너희 나라를 떠나서 캐나다에 온 것처럼, 나도 내 꿈을 가지고 다른 세상으로 나가고 싶어.(p. 180)
삶의 도피처가 아닌, 자신의 삶을 개척하기 위해 젊은 날에 떠나는 낯선 곳에서의 생활은 이방인으로 겪게 되는 고단함과 실수 연발도 아름다운 추억으로 자리잡게 될 것임을 나는 알고 있다.  
다만,언제나 그렇듯 삶에는 필요한 만큼의 비용이 따른다.
너무 부족해도, 지나치게 풍족해도 문제가 생기게 마련이다.  얼마라고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생활을 지속할 적당한 액수의 돈은 우리에게도, 낯선 나라의 그곳에서도 필요한 것이 아니겠는가.  그 필요한 비용을 스스로 계산하고, 떠나기 전에 자신의 노력으로 그 비용을 벌 수 있다면 더욱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그랬고, 나는 이국땅에서도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뜨거운 열정으로 떠나고 치열하게 살아가는 현지 생활이 넉넉한 집안에서 태어나 선택받은 사람들만 누리는 특권쯤으로 비춰져 그 가치와 필요성이 퇴색되는 일은 없어야겠다.
고등학교까지는 부모의 책임이라지만 대학생은 분명 자신의 인생을 누구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개척해야 하는 성인이 아니겠는가.  무일푼으로도 떠날 수 있는 용기와 도전정신이 그들의 특권이고 삶의 시간대에서 그 시기에만 가능한 소중한 자산인 것이다.
가볍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그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는 잠시 젊었던 시절의 그 치열했던 경험을 아련한 추억으로 떠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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