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게 자유를 선물한 패션의 혁명가, 코코 샤넬 역사를 만든 사람들 12
미셸 퓌에크.브리지트 라베 지음, 이세진 옮김 / 다섯수레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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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어릴 때 만해도 위인이라고 하면 전쟁영웅, 정치적 인물 그리고 일상에 혁명을 가져다 준 과학자등 대개 남자들이 위인 반열에 올랐었다. 끽해야 여성 위인을 들라하면 퀴리부인 정도 아니면 신사임당.  

 

요즘 아이들을 위해 발간되는 위인전을 시리즈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어떤 특정 분야나 성(gender)에만 치중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세계사의 흐름속에서, 나름대로 자신의 세계를 가지고 업적을 세운 사람들을 많이 다루고 있다. 어떻게 보면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고 아이들에게 더 다양한 위인의 스펙트럼을 보여줌으로써 비젼을 제시한다는 점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다섯 수레의 위인 시리즈인 역사를 만든 사람들 12번째 인물은 오늘 날, 많은 여성들이 갖고 싶어하는 명품가운데 하나를 창조해낸 코코 샤넬이다. 평전이나 자서전에 관심이 많은 나로서는 당연히 코코 샤넬이라는 인물에게 이끌릴 수 밖에. 코코 샤넬은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시자 아버지 손에 이끌려 들어간 고아원에서 불우한 어린시절을 보냈다. 아마도 훗날 그녀의 독선적이고 괴팍한 성격의 소유자란 평은 고아원의 불우한 어린시절에서 기인한 것이 아닐까 싶다. 나이가 차 고아원에서 나온 샤넬은 생트마리 상점에서 봉제일을 하게 되는데, 바로 그 일이 훗날 그녀의 운명의 첫 출발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녀는 봉제일을 하면서도 가수가 되고 싶어 카바레에서 노래을 부르며 인기를 끌어 지금 보다 더 나은 비시라는 도시로 가 노래부르는 일을 하려고 했지만 그 곳에서 인기가 시들해지자 가수일을 그만두고 다시 봉제일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카바레에서 만난 에티엔등의 상류층 인사들과 사귀면서,남자들의 일개 성적 노리개로 전락하지 않고 자신이 무엇을 해야하는지 분명하게 알 게 된다. 그녀는 보이라는 남자의 도움으로 모자를 만들어 파는 상점을 갖게 되고, 그 모자가 당시의 여성들에게 인기를 끌자 상점은 아이템을 확장시키며 점점 커져간다. 그녀는 모자에만 만족하지 않고 당시 화려하고 장시적인 옷에서, 단순하고 우아한 실용적인 옷(53p)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그녀의 패션은 당시에는 혁명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옷감의 재질도 당시에 사용하지 않는 저지라는 옷감으로 옷을 만들었고 여성이 움직이기 편하고 착용감이 편한한 옷을 만들면서, 당시의 여성들의 실용성과 세계관이 맞아 떨어지면서 그녀의 옷은 세계 여성 패션을 바꾸어 놓았다. 어떻게 보면, 그녀가 자리잡고 있는 유럽 프랑스에서도 그녀의 옷이 인기를 끌긴 했지만 바다 건너 미국내에서의 그녀의 패션에 열광이 그녀를 확고한 패션계의 총아로 만들었지 않나 싶다.

 

지금 우리들이야 옷을 맘껏 편하게 입고 지내지만, 20세기 초반만 해도 여성은  남자들에게 장식적인 액서사리와 다름없었다. 그런 장식성에서 탈피하여 여자가 여성만의 일을 갖고 편안하게 활동하며서 자유를 누리게 했다는 점에서, 그녀는 20세기 낳은 혁명적인 여성임에는 틀림없다.

 

이 책에서 아쉬운 것이 있다면 샤넬이 가져온 여성상의 혁명이 가져온 결과적인 시대상도 어느정도 설명해주었으면 했는데, 샤넬의 일대기만 전반적으로 갼락하게 그렸다는 것이 좀 아쉬움으로 남는다. 아이들이 위인을 인식하고 비젼을 갖는 나이가 몇살 부터일까. 이 책 읽으며서 아이들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세상과 그 세상을 구성하는 인물들에게 서서히 관심을 갖고 그들로부터 영향을 받아 자신만의 세계와 꿈을 갖고 실천해 나갈 수 있다면 이 책은 위인전으로 역활을 톡톡히 한 것이다. 요즘 아이들은 성장도 빠르고 세계관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이 빨라, 이 정도의 위인전은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어른인 내가 읽기엔 이 책은 또 다른 그녀의 평전으로 이끌고, 어린 아이들에게 이 정도의 설명이면 충분한 것이 아닐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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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모시의 유산 VivaVivo (비바비보) 1
시오도어 테일러 지음, 박중서 옮김 / 뜨인돌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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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기 전에는 비참할 정도로 외로웠다. 형제자매들이 결혼하기 전, 같이 살 때는 외로움이라는 것을 몰랐었는데, 그들이 결혼해 나가 집안에 부모님과 나 셋이서 같이 살기 시작하기하자마자 집이 텅 비어 버린 것 같아 외롭다라는 느낌을 본격적으로 타기 시작했다. 글쎄, 그 때는 제법 규모가 있는 회사를 다니고 있어(그래봤자 회사직원 40명 조금 넘는) 살갑게 구는 회사후배와 여기저기 싸다기는 했고 여자친구와 늘 만나기는 했지만 마음 한 귀탱이는 늘 허전했다. 게다가 여중,여고,여대를 나오는 바람에 20대후반까지도 연애다운 연애는 커녕 남자라고는 사귀어 본 적도 없어(물론 한 두번 만나는 소개팅정도는 해보았지만) 연애를 어떻게 걸어야하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20대 후반까지도 말이다. 윽! 지금 생각해보면 내 20대 인생 후졌다라는 말이 절로. 

그러다 거래처 직원인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하고 애를 낳자마자 외로움은 커녕 정신을 어디다 두고 사는지 알 수 없는 시절을 보내고 지금은 그런데로 아이들이 커서 책도읽고 영화도 볼 수 있을 정도로 여유로와지기 했지만 말이다. 뭐랄까. 그래도 아이들하고 떨어져 나 혼자 만의 시간을 갖고 싶다는 생각은 간절하다. 둘째가 다니던 유치원을 그만두자 큰 애가 학교 간 사이에도 둘째랑 어쩔 수 없이 같이 있으니깐, 집에서 혼자 있고 싶다라는 생각이 부쩍 간절해졌다. 그러다 보니 별 것도 아닌일로 아이한테 신경질내고... 좀 포악해졌다고 해야하나.  

이 책 <티모시의 유산>은 내가 아이들한테 받은 스트레스가 한창 하늘을 찌를 때, 아직까지 신간 서적에 1000원 쿠폰이 남발할 때 사서 읽은 책이었다. 올 해 안으로 이 책 리뷰나 써야지 했는데, 지금에서야 쓰게 되네. 

" 나는 한동안 티모시의 곁에 머물고 있었다. 너무 지쳐 있었기 때문이었고, 또 한편으로는 혹시 이미 그가 가버린 그곳에 나도 같이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 때는 울음도 나오지 않았다. 살다 보면 정말 그렇게 울음조차 나오지 않는 순간이 있는 법이다.
 나는 또 다시 잠이 들었다. 다시 잠에서 깨었을 때, 어디선가 휘미하게 야옹 소리가 들렸다. 그제야 스튜를 끌어안고 한참을 울고 또 울었다. 죽어 버린 티모시 곁에서. 아무도 찾이 않는 외딴 섬 한 가운데 눈이 멀어 버린 채 혼자서."
 

언제부터인가 혼자 있고 싶어 아이들한테 포악스럽게 굴때, 책장에서 꺼내서 읽는 대목이다.  빌레스타트라는 곳에서 사는 필립은 2차 세계대전 적국의 위협으로부으로 피신하기 엄마의 고향 버지니아로 가기 위하여 배를 타고 가다가 적의 공격을 받고 난파당한다. 의식을 되찾자 그는 흑인 티모시와 함께 뗏목위에서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필립과 티모시 그리고 고양이 스튜와 망망대해에서 떠다니다가 필립은 적의 공격을 받을 당시 뮌가에 강타당했는데 그로 인해 시력을 잃어 버린다.  티모시가 흑인이라는 것과 평상시 엄마의 흑인비하로 필립은 그를 경멸하지만 악마의 아가리라는 작은 섬에서 같이 살게 되면서 그를 친구라고 생각하기에 이르른다. 티모시가 눈이 앞 보이게 된 필립을 위해 섬 곳곳에 밧줄을 설치하고 먹을 것을 잡는 법을 가르친다. 이 대목은 섬에 태풍이 불어오고 그 태풍으로 티모시가 죽자, 무서움보다는 혼자라는 두려움에 죽은 티모시의 시체옆에 있는 필립의 한 장면이다. 
 

아이들이 귀찮아 질때, 혼자 있던 20대 후반을 생각하고 필립을 생각한다. 지도에도 없는 섬에 혼자 남아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는 필립을 말이다. 소년의 시급은 당장 외로움보다 생존이 먼저였겠지만 아이들의 쌈박질과 텔레비젼 소리로 나날이 신경이 날카로워진 나에게 "아무도 찾지 않는 외딴섬 한 가운데 눈이 멀어 버린채 혼자서"라는 대목은 아이들하고 지지고 볶고 하는 나의 처지가 그래도 필립보다는 낫구나하는 쓴 웃음일지언정 위안을 주기 때문이다. 

 
이 책 읽고 어쩌면 책이란 저마다의 개인적인 해석을 부여할 수 있구나 싶었다. 이 책의 의도는 흑백가의 인종 화해라는 측면이 강하던데 그래서 "두 눈을 잃고 나서야, 소년은 비로소 진짜 세상을 보게 되었다"라고 소개되었을 정도니.... 근데 말이다. 난 흑백의 갈등으로도 읽히지만 내가 처한 상황에서 입맛에 맞게 읽히니.... 그래서 생각난 게 "볼 수 있다는 것"은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이구나, 생각이 들었다. 색을 구분하고 미와 그렇지 못한 것을 구분하고, 잘난 놈과 못난 놈을 가릴 수 있고 살아가면서 볼 수 있는 능력은 편견도 같이 자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본다는 게 다는 아닌데, 우리는 너무나 겉만 보고 판단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눈이 없다면 세상은 지금보다 휠씬 나은 세상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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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악, 거미다!
리디아 몽스 글 그림, 노란잠수함 옮김 / 홍진P&M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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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는 마이너급인 리디아 몽스라는 그림책 작가를 알게 해 된 것은 한솔에서 한달에 한번 받아보는 북스북스를 통해서였다. 북스북스에서 나오는 그림책들 중한권인, <웃기는 내고양이>라는 유머스러우면서도 귀엽고 이쁜 그림책은 나와 아이들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고양이가 뚝딱뚝딱 비행기를 만들어 주인공 소년과 아프리카와 남극 여행을 떠난다는 모험이야기는 사내아이인 아들의 맘을 사로 잡았는지, 한 때 이 책만 들고와 읽어 달라고 떼를 쓰는 바람에, 지금은 읽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너덜너덜해졌다. 얼마나 많이 읽어주었는지, 페이퍼백으로 나와 몇 번만 읽어도 낱장으로 뜯어져 스카치 테이프로 여기저기 땜질 공사하다가 하다가 나중엔 포기하고 말 정도였다. 

여하튼 그 이후로 이 작가을 눈여겨 보게 되어 <못된 개가 쫓아와요>, <분홍돼지의 행복찾기>, <에스메렐다>, <개가 되고 싶어> 그리고 <으아아악, 거미다>를 사다 읽게 되었는데, 몽스는 아주 뛰어난 글을 쓰는 작가는 아니라서 대부분의 그녀의 작품은 글을 쓰는 작가가 따로 있다. 하지만 이 <으아아악, 거미다>는 글과 그림을 동시에 해냈는데 아주 뛰어난 글을 쓴 것은 아니지만 아이디어가 독특하고 그림책의 색감은 참조할 만 하다. 대담하게 색을 크게 크게 쓰기보다는 작게작게 색을 쓰면서 전반적으로 그림책의 색채가 화려하다.  

<으아아악, 거미다>는 거미가 자신도 가족의 한 일원으로 받아달라며 온갖 갖은 재롱으로 가족들에게 어필하고 싶어하는 거미를 가족들은 집 밖으로 쫒아낸다. 나중에 거미가 집앞의 나무에 은빛 거미줄을 친 것을 보고 가족들이 거미를 받아들인다는 그런 내용인데, 이 책을 한층 더 재미있게 읽기 위해서는  가족들이 거미를 보고  "으아아악 거미다 당장 밖으로 나가"하는 장면에서 아이들하고 큰 소리로 "으아아악, 거미다 당장 밖으로 나가"를 동시에 외치면 더 재미있다. 그리고 더 재미난 놀이, 우리도 이 책의 거미처럼 방에다 은빛거미줄을 쳐 봤다. 

일단 그림책을 펴보면,


거미줄을 치자~ 거미줄을 치자!



 
 
은빛풀로 칠하고 있는...

처음엔 거미줄을 알록달록 여러가지 색으로 칠하려고 했다가 은색으로만 칠하자고 해서 은빛풀로 칠하고 있다. 사진을 찍어보니 잘 나타나지 않았는데 실제 스카치테이프로 거미줄을 만든 다음, 은색빛 나는 풀로 칠하면 제법 그럴싸하다. 나름 아이들도 재미있는지 몇 번 더 거미줄 놀이를 했는데 이 놀이의 단점은 스카치테이프의 접착력때문에 가구가 끈끈해진다는 점. 놀이가 끝나면 아이들의 항의와 서운함을 뒤로 하고 무조건 떼야내야한다. 사실 이렇게 사진으로 남길 생각을 했던 것도 테이프 떼어내면서 사진으로 찍어두면 영원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놀이가 끝나고 아이들이 투니버스 보는 사이에 다 떼어내버렸다. 몹쓸 엄마같으니라구.....

참고로 아직 출간 안된 리디아 몽스의 다른 작품,

  

 

그림형제의 라푼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라푼첼은 왕자를 기다리지도 않고, 왕자는 라푼첼을 선택하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작가나 그린이가 페미니즘의 관점으로 이야기하려고 들지도 않는다. 일단 왕자가 선택권이 있기 때문이다. 왕자는 라푼첼이 아니고 라푼첼의 하녀를 선택한다. 이야기의 반전이 경쾌하고 유쾌하게 그려져있다. 물론 그림도 이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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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의 배냇저고리 높새바람 17
하은경 외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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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모르고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기 시작하다가, 그림책 세계의 마력에 빠져들어 본격적으로 그림책이라는 생소한 장르의 세계에 입문할 때, 가장 참조했던 어린이 평론가가 바로 이 책을 낸 최윤정이었다. 그녀의 평론집 <그림책>, <책밖의 어른 책속의아이>, <슬픈 거인>과 <미래독자>를 읽고, 그녀가 언급한 그림책이나 동화책들을 사서 보면서, 최윤정의 어린이 문학에 대한 남다른 시선과 애정을 감지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우리 어린이 문학을 발굴하기 위하여 바람의 아이들이라는 출판사를 차렸을 때, 솔직히 그녀의 그런 행보에 별반 관심을 갖지 않았다. 번역이나 평론하기도 바쁠텐데 뭘 출판사까지,라고 속마음으로 되내이기까지 했는데, <공주의 배냇저고리>를 읽으면서, 정말이지 난 그녀에게 미안함 마음을 안 가질래야 안 가질수가 없었다. 단 한편이라도 좋은 우리 어린이문학을 발굴하고 싶어하는 그녀의 진정성을, 그리고 그녀의 적극성을 왜 이리도 몰라주었던 말인가.

 

난 우리어린이문학계를 주름잡은 작가들의 작품들을 꽤 많이 읽어보았지만, 솔직히 기성작가들의 실력이 과대포장되었다는 생각과 어린이문학이 몇몇의 기성작가들에게 편중되어, 참신한 사고와 상상력의 젋은신인작가들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던 찰나에, 이 작품집을 만나게 되었다.

 

이 단편집은 열한편의 젋은 작가들이 등단이라는 관문을 거치지 않고, 좋은 작품을 기다리는 바람의 아이들 출판사의 눈에 띄여 실리게 된 작품들이다. 각기 아주 뛰어난 단편들은 아니지만 단편임에도 불구하고 이야기의 완결성이나 완성도도 뛰어나, 어느정도 일정한 수준의 작품이었고 미래의 우리 어린이문학계를 이끌어갈 젋은 작가들임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

 

<까탈마녀에게 무슨 일이?> 는 아웅다웅하는 남매의 이야기이다. 병으로 엄마를 잃은 가훈이가 가달이를 카탈이라고 부르는 누나의 첫 생리 배앓이를 큰 병 난 줄 알고 오해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따스하게 그리고 있다. 그리고 말을 장난스럽게 가지고 놀아, 언어의 조어에 관심이 많은 아이들에게는 재미나게 읽을 수 있다

 

<난 꼭 유명해져야 돼>는 부모를 사고로 잃고 고아원에서 살게 된 태양이가 고아원에 들어오면서 외국으로 입양된 동생을 만나기 위하여 축구 선수로 유명해지고 싶어한다는 이야기인데, 주변적인 상황을 어두운 쪽으로 비중을 두지 않고 낙관적으로 그리고 있다.

 

<곰인형의 장례식>은 아이들에게 좀 어렵지 않을까싶다. 우리가 주변에서 흔하게 보는 사물들의 입을 통해 곰인형이 떠나는, 죽음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아이들 시선에 맞춰서 이야기하기는 하지만 어른인 나도 어렵다는 생각이 든 작품이다.

 

<바다로 간 로또 할아버지> 동화의 미덕이 해피앤딩인데, 이 작품은 구차한 우리네 일상을 더욱더 구차하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아버지가 로또에 당첨된 것 까지는 좋은데 이왕 당첨된 거 가족들을 위하여 썼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에구구. 주식이 뭔지..

 

<바람나라에 떠도는 소문의 진상>은 작가만의 독특한 싯점으로 아기의 탄생에 대해 풀어낸 이야기이다. 바람같은 아이라는 말에서 상상력의 씨앗이 움튼 게 아닌가싶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

 

<얍! 컴지통지 나가신다> 이 작품 읽으면 작가의 맞벌이 부부의 아이에 대한 관심을 느낄 수 있었는데, 주인공 상우의 SF적 상상력을 허황으로 몰아부치는 것이 아니고 한 아이의 재능이라고 치켜세우는, 격려하고 생각하고 싶다. 어느 곳 어딘가에는 상우처럼 기다림을 SF적 상상력으로 채우는 아이가 있을 지 모르므로.

 

<개구리> 따돌림에 대한 단편인데, 이 작품 읽으면서 꼭 또래 친구가 필요한 것일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친구 말고 다른 대안은 없었을까. 친구가 학창시절의 전부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하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

 

<장구소리> 삐그덕 거리는 불협화음을 거쳐 화해에 도달하는 이야기이다. 민지는 동생의 수두때문에 큰 어머니집에 머무르게 되었지만 그 곳에는 란이라는 두살 많은 좀 모자란 언니가 있었다. 란이는 장구에 맛들려 비오는 날 빼고는 장구를 치는데, 민지는 그 소리가 듣기가 싫다. 그래서 민지는 비가 오라고 푸우푸우거리다가 갑자기 우박이 섞인 비가 내리자 큰댁 고추 농사가 망치게 된다. 비가 오기만을 간절히 바라게 된 것이 이런 결과를 가졍 온 것 같아 죄책감이 드는 민지가 고추가 다시 살아나길 빌며 쳐대는 장구소리에 그동안 모자르다고 무시한 란언니와 마음속으로 화해한다.

 

<공주의 배냇저고리> 일단 공감이 무지 가는 작품이었다. 딸을 사랑하는 엄마의 맘과 그리고 그 사랑에 투정부리는, 아직은 그 사랑을 폭 넓게 이해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우리의 사랑스러운 뚱공주이야기. 우리도  조카가 뚱공주마냥 살이 쪄서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내가 조카에게 살얘기라도 조그만 할라치면 얼굴이 확 구겨지는 조카의 얼굴이 읽는 내내 떠올랐다. 얘야, 너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너의 살이 삐져 나오든 터져 나오든 신경도 안 쓴단다. 다 너를 사랑하는 거라니깐.

 

<고추 따 간다> 무한 확장된 남녀의 역활을 할머니의 할아버지의 사랑으로 변화해가는 상황과 이해가 재밌다.

 

<싱싱지구환경고물상> 구김살 없는 어린 삶의 낙관적인 비젼이 보여 씨익 웃음이 나온다. 고물상을 하는 아버지에 대한 자랑까지는 아니지만 그 아버지를 받아들이는 주인공과 우리 시대의 힘든 자화상을 긍정적으로 그리고 있다.

 

등단을 거치고 않고 좋은 원고를 모집한다는, 파격적인 기획으로 이 단편집은 탄생되었다. 완성도 높은 이야기로 우리에게 다가 온 어린이 작가들의 이야기 하나하나에는, 고학년이면 충분히 소화낼 수 있는 어린이 친구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하는 젋은 작가의 간절함과 다양함이 이 작품에는 들어있다. 아니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린이문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요즘 젋은 신인작가들의 경향을 알 수 있는 작품집이다. 그들이 좀 더 좋은, 아주 뛰어난 작품이 탄생하기를 기대하면서, 그들의 작품에 반가움으로 맞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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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싹 내인생의책 그림책 5
스티브 브린 지음, 강유하 옮김 / 내인생의책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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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읽어줄 필요가 없는, 걍 아이들이 알아서 그림보고 이해하겠지 뭐, 하는 단순무식한 이유 하나만으로 글자 없는 그림책을 열심히 사들인 때가 있었다.  하지만 이거 완전히 나의 착각. 아이들이 그림 보고 쉽게 책장을 넘길 수 있을 것이라는 나의 단순한 착각은 유명 작가들의 뛰어난 글자없는 그림책을 만날수록 오히려 엄마의 맛깔스러운 입담과 아이들의 상상력을 요구하는 탓에, 아이가 글자 없는 그림책을 가지고 와서 읽.어.달.라.고 할 때 마다 등골이 서늘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이건 그냥 그림 보고 네가 맘대로 이야기를 꾸며내는거야,라고 말해도 엄마가 꾸며서 읽어달라는, 얌체 무임승차를 강행하는 아이들의 성화에 못 이겨, 할 수 없이 매 시츄에이션때마다 대본이 다른 말을 지어내곤 했다. 속으론 엄마인 나에게 떠 넘긴 그림책 작가의 직무유기를 원망하면서 말이다.  

카툰으로 플리처상을 받았다는 스티븐 브린의 첫 그림책 <찰싹>도 거의 글자가 없다. 아이들은 눈으로 찰싹이라는 개구리의 여정만 쫓아가기만 하면 된다. 결국 이 말은 엄마인 내가 아이들에게 이야기의 장면장면을 지루하게 설명해야... 아니 아니, 맛깔스럽게 이야기를 꾸며내야 한층 더 재미나게 보고 읽고 들을 수 있다는 말이다(아이들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신나고 재미난 일일꼬.) 

(아따맘마의 동동이 버전으로) 
난 개구리 찰싹이야.  이름 한번 독특하지. 난 말이야. 뭐든지 엄마 도움없이도 혼자 할 수 있어. 볼래. 내가 얼마나 다이빙을 잘하는지 말이야. 봐봐. 헉, 거북이 등에 부딪히는 것은 실수. 다음엔 더 잘 할 거야.

햐~ 눈에 어른거리는 모기 한마리 무지 맛있겠는걸. 혀를 쑤욱 내밀고..어어어 어떻게 된거야. 잠자리 배에 내 혀가 붙었잖아. 앗, 내가 잠자리와 함께 날아오르네. 으악, 악어야. 나 잡어먹는다고 배부르겠어.

할머니 놀라지 마세요. 커피 흘리면 빨래 다시 해야해요.

멍멍아, 너 차 창문밖으로 나보다 가 사고 난다. 조심해.

여기는 도시 같은데... 피부가 검은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음악을 연주하고 있어.

재즈라는 것일까..

슈우웅. 말아 미안해. 화낼 것까지는 없잖아

휴. 다행이다. 저기 풍선이 날아오르네. 찰싹.

왜 이렇게 날 쫓아오는 사람들이 많아. 점점 더 높이 날아오르네. 으으윽, 떨어진다. 떨어져.. 자동차 앞 유리에 착지. 운전자분께 죄송. 다시 한번 날아오르고 이번에는 오토바이다. 이번엔 비행기. 애들아, 따라하지마.

갈매기 입에 완전하게 달라 붙어 멀리 멀리 날아가네.

여기가 어디지. 혼자라서 외로워. 왜가리야, 저 있잖아 나 좀 도와줘.

엄마가 보고 싶어. 데려다 줄 수 있어? 

왜가리의 주둥이에 타고서 자, 출발.

둥근달이 뜨고 고향으로 가는 길. 드디어 엄마다. 엄마. 이제야 집에 돌아왔네.

아~ 배고파. 저기 모기 한마리가 알짱 거리네. 자 다시 한번. 쑤우욱. 이번엔 또 뭐야. 오잉! (여기서 문제하나 : 찰싹이는 어떻게 변했을까요?) 

모기가 먹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찰싹은 모기 한마리 때문에 집을 떠나, 미국 남부 미시시피강, 뉴올리언즈, 브르통해협, 그랜드 아일 그리고 마침내 애캐팰래야 만을 지나 웨스트 코트에 이르는 긴긴 대장정의 길을 떠돌아 다닌다. 미국 작가들은 역마살이 끼었는지 장르를 막론하고 이런 로드 무비식의 길 떠나는 이야기를 선호하더라. 이 그림책 <찰싹>도 개구리 찰싹의 로드무비식 스타일이며 보편적인 이야기보다는 미국적이다. 배경은 미국의 30년대쯤. 정확한 시간적 배경은 알 수 없지만 현대적이라기보다는 전쟁전의 미국적 노스탤지어가 강하게 풍긴다. 수채화풍의 그림은 신나는 스윙재즈음악이 들리는 듯이 경쾌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녹턴처럼 고요하다. 실지로 그림은 그림책을 받아봐야 그 진가를 알 수 있을 듯. 

아이들은 찰싹의 우연찮은 신나는 모험이야기에 흠뻑 빠져들어 웃음꽃이 피어오른다. 읽어달라고 할때마다 엄마식 대본이라 틀리겠지만 이 작가가 곳곳에 그려내는 유머와 재치는 언제나 읽어줄 때마다 빙그레 미소 질 것 같다. 약간의 과장과 반전은 상상력의 미덕이므로. 이 책 신간으로 나왔을 때 눈여겨 보던 책이었는데, 브린의 다음 작품은 얼마나 많은 유머가 담겨있을까 싶을 정도로 그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내가 찰싹한테 묻고 싶은게 있다. 집떠나 보니 어떻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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