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호로역 심부름집을 꽤 오래 전에 읽어서 줄거리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재밌게 읽었다는 인상은 남아 있어, 번지없는 땅과 광시곡이 전자책이 출간할 때까지 기다린 후 전자책으로 읽었다.
번지없는 땅,의 초기 챕터를 읽는데, 확 끌어당기는 글의 맛이 아니여서 읽다가 접었다. 이상하다.미우라 시온의 작품 대부분을 재밌게 읽었는데 왜 이러지!!! 미우라 시온도 이제 나이를 먹어 이야기의 감이 완전 떨어졌나 싶어, 출간 연도를 살펴보니,13년도작이다. 작가가 76년 생이니 저 때만 해도 이야기의 감이 떨어질 나이는 아닌 것 같었지만, 첫챕터부터 끌어당기는 뭔가가 없어 일단 접었다.
그러다 며칠 전, 그래도 읽어보자 미우라 시온인데 싶어서 접었던 부분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역시 읽을 수록 재밌다. 나중에는 읽다가 웃겨서 죽는 줄 알았다. 꼭두 새벽에 다들 자고 있었을 때 잠이 안 와 읽던 책이나 읽는다고 읽었다가 주인공 다다의 사무실에서 더부살이 하는 쿄텐의 에피소드가 웃겨서 미치는 줄 알았다.
글을 재밌게 쓰는 작가인 줄 알았지만 이렇게 웃기는 작가였나? 빙그레 웃게 만드는 유머를 넘어 웃음 폭탄이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매립되어 있었다. 나이가 들수록 웃을일이 없었는데 이 책 읽으면서 한참 웃었다. 지금도 이 책의 교텐 생각하면 입가에 웃음이 저절로 지어질 정도로 말이다.
작가가 글쓰는 재주가 많다. 어떨 때는 감동적이고 어떨 땐 활기차고 이 책처럼 웃음 폭탄을 장착할 줄이야. 그리고 요즘 들어 나의 정치성향을 성찰 하는데, 쿄텐이 유아라는 초등학생에게 말한
“옳다고 느끼는 일을 하라고요, 하지만 옳다고 느끼는 자신이 옳은지, 언제나 의심해보라고 했어요(예스24전자책, 434p)”
라는 짧은 대목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나이가 들수록 편협하고 보수적으로 변할 수 있는 나의 정체성을 되돌아보게 할 수 원동력이 되는 말이었다. 어려운 말도 깊이 있는 말도 아니지만, 언제나 의심해 보라는 말, 인생에 있어서 그리고 나이가 들면서 자기 검증의 재생이 멈춤보다는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동력이 되었다.
간만에 책 읽으면서 실컷 웃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