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의 비밀 작은거인 15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 지음, 한미희 옮김 / 국민서관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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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의 시대배경은 2차 세계대전 오스트리아, 적군의 폭격으로 울려 퍼지는 공습경보 그리고 생활물자와 먹을 것이 부족했던, 힘겨운 나날들이었던 그 시절을, 한 소녀가  밝게 사고하고 낙천적으로 살아가면서 견딜 수 있었던 것은 할아버지와 함께한 공상의 힘이 아니었을까. 게블러거리의 비밀방송, 두 막대사탕 산 사이의 후버아이들의 비밀기지, 할아버지의 여자친구 율리쉬카, 미래와 과거를 볼 수 있는 서진, 말할 수 있는 개등.

읽는 동안, 할아버지와 손녀가 나눈 이야기들이 현실의 한 자락이 아니고 그들이 꿈꾸고 공유하는 공상이구나 하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 어의 없음보다는 할아버지 마음 속에는 두 개의 마음이 존재하는구나 싶었다. 단순히 손녀를 사랑하는 멋진 할아버지구나라고 치부하고 싶지 않다.   손녀를 사랑하는 할아버지는 많다. 먹고 살기 바빠 자식은 이쁜 지 몰랐는데, 손주는 벅찬 감격과 환희를 가져다 준, 너무나 사랑스런 존재라고 말하는 것을 수 없이 들어왔다. 하지만 이렇게 손녀와 기꺼이 공상을 나누며 자신의 공상까지 나눠 줄 수 있는 할아버지가 과연 몇 이나 될까.  

아이들 책을 가까히 하면서, 그림책작가나 동화작가는 비록 가슴은 하나지만 두개의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이라는 거대한 시공간의 뿌리에 내리며 소통할 수 있는 마음과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이해하고 그들의 세계를 최대한 공감하며, 아이들의 상상의 세계를  함께 공유하는 또 다른 마음, 이 두개의 마음이 있어야  아이들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 그림책 작가나 동화작가가 될 수 있겠다 싶은 것이다. 어린이문학은 예술적 승화라든가 문학적 가치라는 잣대로 재는 것이 우스운 것이, 아무리 예술적으로 문학적으로 뛰어난 작품이라고 하더라도, 그들 마음속에 아이들을 이해하는 바탕이 없다면,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그 작품을 공감하고 공유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하기사 문학적 가치를 가지고 문학판으로 뛰어든 사람이라면  동화세계로 뛰어들리가 없겠지만. 이쪽 세계는 자신의 한번 경험해 보았지만 잊혀진 세계이기에, 그 세계를 기억하고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따스한 마음을 가진 자만이 할 수 있는 세계이고 그 어린시절의 따스한 마음이 어느 순간 자신의 마음속에 되 살아난 사람만이 쓸 수 있는 쟝르니깐. 

이 책 꽤 오래 전에 나왔다, 뒤에 있는 저작권 설명을 보니 1986년에 출간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소재와 주제가 그 때는 신선했을 지 몰라도 지금은 아무래도 구닥다리가 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손녀가 세계대전이라는 어렵고 불안한 현실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판타지을 기꺼히 받아준, 여백의 동화책을 언제나 활짝 펼쳐 준 할아버지이었다는 사실은 빛을 바래진 않을 것 같다.  손녀도 언젠가 다른 사람의 동화책같은 존재가 될 지모른다. 비록 마지막 장에서 훌쩍 커 버려 더 이상 할아버지와 놀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할아버지를 사랑하는 다른 방식을 배워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지금  다 커버린 소녀의 마음이 하나일지 몰라도, 언젠가는  할아버지가 자신에게 해 주었던 것처럼 다시 공상이 가능한 마음으로 쪼개질지도, 그건 모르는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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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듀로이 재킷과 청바지, 그리고 가족 스캔들
데이비드 세다리스 지음, 박중서 옮김 / 시공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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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한 감정의 과잉을 뿜어내지도, 그렇다고 메말랐다거나 건조하지 않은, 어느 정도  적당한 선에서 머무르며  글을 썼기에, 뭐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았다. 재미와 유머를 두루두루 갖추었고 흡입력도 있다. 근데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글은 아니다라는 생각이 읽으면 읽을 수록 드는 것이다. 아후, 정말 글은 죽이게 잘 쓰네,라는 생각은 들어도 정서적으로 , 심적으로 그의 글에 공감이 안 된다. 알고 봤더니.. 그가 커밍아웃한 게이라서.. 흐흐흐 그건 아닌 것 같다.  솔직히 책 받자마자 "휴에게"라는 헌사를 보고, 이 작가 혹 게이아닐까,하고 지레짐작하고 있었고, 워낙 그런데는 무개념으로 사는데다 타인의 성적 취향까지 일일히 간섭하면서 사는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에, 작가가 게이라는 이유만으로 읽는데 정서적 거부반응을 보였던 것은 아니었다.  넘 미국적인 글쓰기라서 그런가. 아마도 미국물이나 좀 먹고 그들의 생활스타일을 직접 부딪혀봤더라면, 그의 글에 나타난 정서적 바탕에 공감이 되겠지만,  온전히 한국땅에서 나고 자란 나로서는 그의 글에 공감하기가 참으로 힘들었다.  일반적인 상식이 통하는 않는, 제리 스프링쇼에나 나올만한 사람들을 등장시킨 에피소드식 에세이들이나 게이의 성적 판타지를 낯뜨거울 정도로 다룬 에세이는 민망하기 그지 없었다. 때에 따라서는 커밍아웃한 게이로서 솔직하고 담담한 글이고 유머스러운 글이겠지만, 글쎄, 난 그의 유머조차 유머로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무딘 공감력을 가지고 있다보니, 읽어도 그만, 안 읽어도 그만이었을 뿐인 그저 그런 책으로 나중에 기억될 책이 아닌가 싶다. 그가 커밍아웃한 게이로서 자신의 처지를 감상적으로 쓰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문장력은 탄탄해 미국식 에세이란 것이 어떤 스타일인지 알고 싶다면 읽어볼 만 하다. 나도 최근의 미국식 에세이는 어떤 스타일일까 싶어서 구입한 것이니깐. 

PS - 세다리스 자신의 자전적 에세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책은 가족 구성원들의 이야기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읽다 보면 남다른 가족애을 느낄 수 있고 나이가 들어서도 가족간의 따스한 친밀감을 느낄 수 있다. 근데 이 책 <코듀로이 재킷과 청바지, 그리고 가족 스캔들>을 자신의 동성애자인 휴에게만 헌사한 것은 꽤심하다. 가족의 사생활을 떠벌리고 다니는 것도 참아주었건만 헌사는 엉뚱한 휴에게만 하다니.... 여동생 에이미 세다리스도 유명하던데, 오히려 에이미에 대한 글은 없다. 뭐 이래! 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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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당탕탕 과학 습격사건 1 - 대형마트가 들썩들썩
강철 지음, 이태영 그림, 김진규 감수 / 대교출판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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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그림책은 아이들에게 낯설은 시장과 장터 이야기가 대세인데, <우당탕탕 과학 습격 사건>이라는 초등학교 저학년들이 보는 학습만화는 본격적으로 대형마트에 관한 것들과 그 대형마트에서 파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고 사용하는 물건들에 대하여, 아이들이 가질 수 있는 호기심과 의문 사항들을 현실적으로 다루고 있는  있다. 대형마트가 현재 우리 생활의 일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반하면, 이런 책이 지금 나온 것은 좀 늦은 감이 없지 않나 싶다. 지금 아이들은, 시장이나 장터에서 엄마손 잡고 장을 보기 보다는 카트 끌고 여기저기 편안하게 장을 볼 수 있는 대형마트 세대니 말이다. 아마도 태어나자 마자 처음 가는 곳이 엄마나 아빠한테 안겨서 가는 곳이 대형마트 아닐까 싶다.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다보면 갓 태어난 아기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으니깐. 

언젠가 방송에서 소아정신과 신의진 교수가 나와 미국유학생활을 잠깐 언급하면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온 가족이 미국의 커다란 대형마트에 가서는 두 아이들을 카트안에 가둬두는 것이 아니고 두 아이들에게  어떤 물건들이 있는지 이것저것 살펴보고 만져볼 수 있도록 자유롭게 풀어놓는다고(?) 말한 것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  말이 일종의 계시가 되어, 아이들을 데리고 대형마트을 갔을 때는, 되도록이면 카트에 앉혀두기보다는 대형마트에서 파는 물건들이 무엇이 있나 더 자세히 보게끔 권장한다. 이것도 다 학습이나 교육의 일부분이겠거니,하면서 속으로 흐뭇한것도 잠시, 장난감 파는 파트에 가면 좀 난감해진다. 견물생심이라고 구경이나 하라고 했지 물건을 사 준다고는 안 했는데, 장난감을 하나씩 들고는 사 달라고 할 때면 왜 내가 대형마트에 애를 데리고 왔는지, 남의 자식은 대형마트에서 파는 물건들이 뭐가 있나, 왜 그런 식으로 작동되나하는 의문과 호기심으로 헤집고 다니며 교육 효과를 단단히 본 다는데, 우리 아이들은 장난감 앞에서만 침을 질질 흘리니, 이게 뭐야!

여하튼, 대형마트를 제 집 드나들듯이 자란 아이들에게 딱인 <과학습격사건>은  마트 도둑 지킬과 대형마트를 지키기 위하여 고분분투하는 과학탐정단의 대결을 그린, 중간중간에 과학이야기를 삽입하는 센스를 발휘해가며 재미와 호기심, 두마리의 토끼를 다 잡고 있는 학습만화 <과학습격사건> 되시겠다. 

10개의 장으로 나눠, 우리 일상 생활에서 사용되는 혹은 마시는 음료를 통해 과학적 접근을 용이하게 하는데, 탄산음료의 캔에 열을 가하면 폭탄이 되는 과정(솔직히, 이 사실 알고 걱정 한가득이었다. 혹시나 잠깐 집을 비운 사이에 아이들이 탄산음료 캔으로 장난 칠까봐,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 장난이라고 다짐 또 다짐을 받아놓을 정도였다) 에서부터 아이스크림 냉동고의 성에의 물질변화, 자동문의 원리, 우리가 먹는 라면이 꼬불꼬불한 이유(게다가 팁으로 라면을 맛있게 끓이는 방법도 있고), 과자 봉지안의 질소등. 좀 어렵고 접근이 쉽지 않는 용어들이 쏙쏙 머리속에 들어오게 하면서, 우리 주변의 일상의 과학을 자세하게 설명해 놓고 있다. 

여자애들보다 사내아이들이라면 아마도 누구가 이 책 좋아할 것이다. 어느  정도 치고 받고 싸우는 무협지나 액션 영화의 본을 그래도 따랐다. 악당 지킬과 과학탐정단의 대결이 그냥 대결이 아닌, 마트가 떠들썩한 한바탕의 우당탕탕 대결이니 말이다. 참고로 아들애는 이 책 받자마자 재미있어 했다. 하지만  아직 저학년이다보니, 교과와 연계된  과학용어는 적잖이 받아들이기 힘든 모양이었다. 반면에. 엄마인 난 아주 만화 줄거리보다는 뒤의 과학설명에 눈독을 들였고 읽을수록 몰랐던 과학사실을 알게 되면서 아하! 그렇구나를 연발했다. 이 학습만화 읽으면서, 요즘 아이들은 지식을 다루는 책조차 물질적인 풍요로 넘쳐나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세대에는 기껏해야 전과가 전부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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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 프랑스 비룡소 세계의 옛이야기 39
샤를 페로 지음, 이다희 옮김, 로베르토 인노첸티 그림 / 비룡소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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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하게 4년전, 바리데기 신화를 아들에게 읽어주고 싶어 바리데기의 여러 그림책판본을 찾았지만 실패했다. 그림책으로 발간된 바리데기 관련책은 단 한권도 없었다.  한겨레에서 나온 고학년용 바리데기와 전래동화를 묶어 놓은 파는 동화전집뿐. 찾다가 찾다가 못 찾고 할 수 없이 동네에서 친하게 지내는 엄마의 집에서 전래동화 전집으로 묶어 나온 바리데기를 읽어주었다. 세트로 파는 전집용 그림이 다 그렇듯이, 바리데기의 그림은 별 특징없는, 글에 충실한 묘사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수수께끼같은 바리데기의 굴곡 많은 삶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남성위주의 신화에 여성이 등장했다는 것도 그렇고 이승과 저승을 연결하는 무당녀(?)의 이야기가 조선이란 유교사회에서 멸시받지 않고 수 백년씩 이어져 내려온 것에 대한 경외감이라고 해야하나. 이런저런 이유로 그 때 무슨 강박인지, 바리데기의 버림받은 삶을 아들에게 읽어주고 싶었었다. 후에 비룡소에서 <바리데기>가 그림책 판본으로 나와 구입했지만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아들이길 바라는 부모밑에서 일곱번째로 태어나, 또 딸이라는 이유만으로 부모에게 버림받은, 한많은 바리데기가 그 부모의 병을 고쳐주기 위하여 찾아 나선 저승의 여정이 비록 남성신화와 달리 치고 받고 싸우는 칼부림의 험난한 동적 신화라기보다는, 참고 인내하는 정적인 신화라고 하더라도 길위에서의 모험을 끝끝내 이겨냈건만 그림은 순정만화의 라인처럼 가늘고 여리다 보니 힘찬 글을 받쳐주지 못했다고나 할까. 여하튼 강렬하고 모진 삶의 바리데기의 고단했던 삶을 한낱 눈물이 글썽거리며 동정을 자아내는 순정만화의 주인공처럼 그린 것은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바리데기를 내준것이 어디냐싶어 두말 않고, 우리 그림책 단행본 시장의 활성화(?)을 위해 구입을 주저 하지 않았다. 바리데기의 이런저런 그림책 판본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독자의 따가운 비난을 받더라도 자신만의 독특한 일러스트를 가진, 자신만의 색채를 가진 그림작가의 출연이 자꾸 기다려진다. 

 (음... 리뷰는 신데렐라인데..바리데기만 열나 쓰고 있네.) 

신데렐라가 부러워서 그랬다. 우리의 여성신화 바리데기의 그림책 판본은 딱 두개밖에 안 나왔는데, 신데렐라는 사방팔방에서 욕을 먹으면서도, 수 백년씩 이어져 내려오는 신데렐라 이야기에 뻑간 동서양의 작가들이 그려낸, 수십권의 그림책 판본이 나와 있는 외국의 그림책 시장이 부러워서 그랬다. 외국의 경우, 수 백년된 이야기의 그림책 판본이 수 없이 많다는 사실을 몇 년 전에 알았다. 그런 그림책이 어디 신데렐라뿐이랴. 한 권의 그림책 판본만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부모의 이야기를 듣고 자란 작가들이 자신만의 터치로 그린 이야기 그림책을 낸다는 현실이 못내 부러워서. 여자라는 설움과 온갖 고난을 다 물리치고 이겨낸 바리데기는 한국시장에서 단 두권의 그림책 판본밖에 없는 현실이 아쉬워서 이 자리를 빌어 한탄하고 싶어서 그런다. 그 많은 우리 나라 그림작가들과 출판사들은 무엇을 하는 것인지. 왜 우리 나라는 작가들은 우리의 이야기를 자신만의 세계로 이끌어 가지 못하는지. 왜 우리 나라 이야기는 우리 나라에서조차 널리 퍼지지 못하는지. 신데렐라가 전 세계적인 이름을 얻은 이유는 이런 작가들의 힘이 아닐까.  안데르센의 작은 전나무에서 잠깐 이야기했지만, 한 이야기가 계속해서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져 내려가는 이면에는 이런 작가들이 있어서 일 것이다. 전 세대와 다음 세대를 공감하고 이어줄 수 있는 이야기의 힘.  

샤를 페로의 원작인 신데렐라는 페미니스트들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영원히 사랑받고 있는 세계적인 캐릭터이다. 아무래도 신데렐라하면 디즈니의 신데렐라를 떠올리겠지만 신데렐라 그림책 판본은 생각보다 많다. 작년 하반기에 출간된 인노첸티의 신데렐라는 기존의 시대배경을 무시하고 1920년대 런던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신데렐라를 중심으로 장식적인 옷차림보다는 20년대의 시대배경과 분위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인노첸티의 그림이 다 그렇듯이 화면은 꽉 차있고 진지하면서 촘촘하다. 인노첸티식 신데렐라는 위대한 캐츠비의 미아 패로우를 연상되는데, 아마도 신데렐라를 가장 현대적으로 그린 작품이 아닐까싶다. 고전적인 신데렐라의 배경이 19세기라면, 인노첸티는 신데렐라를 20세기로 초대한다. 인노첸티의 그림은 대체로 색감이 어둡다기보다는 전체적인 그림의 분위기가 차분하고 조용하다. 마치 늘어진 재즈음악을 듣고 있는 기분이랄까. 그의 그림은 역동적이지도 경쾌함을 주지는 않지만 20세기 초반 여성들에 대한 낭만적인 느낌이 물씬 풍긴다.  마차는 자동차로, 화려하고 장식적인 드레스는 몸에 착 달라붙는 이브닝 드레스로 그리고 환상적인 결말은 모노톤의 흑백사진의 한 장면으로 바꿔, 신데렐라를 재해석해서 그리고 있다.  

1940년 이탈리아 태생인 인노첸티는 공식적인 미술교육은 받지 못한 채 독학으로 그림을 그려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가 되었다. 우리나라에 발간된 책은 <백장미>,<마지막 휴양지>, <호두까기 인형>이 있는데 검색해보면 알겠지만 이 사람 이름이 인노센티, 이노센티, 인노첸티로 검색된다. 도대체 이 사람 이름을 어떻게 발음해야하는건지?


 










 

 
지금까지 수집하고 있는 여러 작가의 신데렐라 그림책 판본들. 스토리는 하나지만 작가들마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촛점은 각기 다 다르다.

1.
  
룩 코스만스의 신데렐라. 인물의 표정이 생동감이나 사랑스럽지는 않지만 신데렐라의 마법의 시간이 풀리는 순간을 가장 멋지게 그려내고 있다.쉬폰소재의 드레스가 계단을 미끄러지며 내려갈 때 우아하게 펼쳐지는 장면은 정말이지 압권이다.



2.
     Hilary Knight's Cinderella 
 
힐러리 나잇의 신데렐라는 편안하고 익살스럽다. 신데렐라를 그린 작가 중  의외로 남자들이 많은데 인노첸티도 그렇지만 힐러리 나잇도 남자다. 이 책은 그의 어머니에게 헌사하는 그림책이다. 다방면에서 뛰어난 활동을 한 그의 어머니도 그림책작가였으며 그는 어머니에게 상당한 영향을 받은 듯. 우리나라에서는 그의  엘로이즈시리즈가  작년에 나왔다.  
  
 


 
 

 
3.
Cinderella
K.Y. Craft는 일본태생의 그림책작가지만 해외에서 활동하는 여성작가이다.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화려하며 장식적이다. 고전적인 신데렐라라고 해야하나. 그녀의 이 책을 꿈꾸는 자를 위한 책이라고 썼다. 한장면 한 장면이 로코코 시대의 유화 그림을 보는 것 같다. 크래프트는 아마도 이 방면에서 뛰어난 그림책작가같다.  그녀는 자신의 창작동화보다는 전래동화를 전문으로 그리는 작가인데, 자기의 구미에 맞게 각색한다. 아마 이 고전적인 시대에 매혹되어 있는 듯. 인물위주의 화려하고 장식적이며, 전체적으로 색이 통일감 있다라는 생각이 든다.
 












4. 
Cinderella루스 샌더스의 신데렐라는 크래프트만큼이나 화려하며 고전적이다. 크래프트의 그림과 전반적으로 비슷한데, 크래프트가 장식적인 인물위주의 그림을 그렸다면 루스 샌더스는 인물과 배경 모두 비슷하게 안배했다는 느낌이 든다.
 
 

 

 

5.

 
 

일본그림책 작가 코미네 유라의 신데렐라. 종이인형처럼 나약하고 순정만화처럼 라인이 흐늘흐늘한 병약한 신데렐라가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색채는 파스텔풍처럼 온화하고 몽환적이다. 그녀의 작품에는 인상적이거나 강렬한 씬은 없다. 신데렐라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장면장면은 간단하고 단순하다. 솔직히 페이지 수가 많지도 않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력적인 이유는 코미네 유라 자신만의 독특한 그림세계를 가지고 있다라는 점이다. 누가 뭐라고 해도 유라의 작품은 한 눈에 그녀의 작품임을 알 수 있다. 그림책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남과 다른 그림스타일을 가지고 있어야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라인, 자신의 색채, 자신만의 터치을 확립해야 시선을 끌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7.


 

에롤 르 케인이 어떤 작가인지 솔직히 일본어를 몰라서 모르겠다.단지 그 또는 그녀가 우리가 흔히 말하는 명작동화들을 자기식으로 각색한다는 것이다. 르 케인의 신데렐라는 이 작가만의 신데렐라는 신데렐라가 주인공이기보다는 현란한 색이 주인공이구나 싶을 정도로 어질어질하다. 여기에 모인 신데렐라 중에서 그 역활이 가장 비중이 없다구나 할까나. 장면장면은 실험적이고 기하학적인 무늬와 색은 현란한 가운데 상당히 일본적인 냄새가 물씬 풍긴다. 흑백의 그림과 어질어질한 색채의 대비가 인상적. 


실제 이 그림은 호박마차를 타고 궁으로 가는 장면인데, 색이 무지 아름답다. 나의 사진실력이 이렇게 형편없구나,뼈저리게 느낄 정도로 이 장면을 다 망쳐놓은 것 같다.


8.  
 

레인하트의 신데렐라 팝업북. 지금까지 나온 신데렐라 팝업북중에서 가장 가위질을 잘한, 정말이지 멋들어지게 만들어진 신데렐라가 아닐까싶다. 이 팝업북은 두말하면 잔소리.

 


9.
   

우리의 사랑스런 베벳 콜여사가 신데렐라를 남자로 바꿔버렸다. 자신만의 독특한 수채화 터치기법을 가지고 있는 콜여사는 신데렐라를 남자로, 옛 시대를 현재 시대로 배경을 바꾸며 아주아주 유머스럽게 이야기한다. 이 그림책 떼굴떼굴 구를 정도로 재미있었다. 이 책은 넘 유명해서 사진 생략. 
 
신데렐라의 그림책 판본을 수집하게 된 뚜렷한 계기는 없었던 것 같다. 단지 전해내려오는 이야기에 대한 그림책 작가들 각자의 스타일이 존재한다는 것에에 흥미를 느꼈다고나 할까. 이야기는 동일할지 모르겠지만 그들이 표현해내는 장면 한장한장을 넘길 때마다 작가마다의 신데렐라의 차이와 다름을 확연하게 볼 수 있다. 어떤 작가는 요정할머니가 신데렐라를 변신시키는 장면에서, 또 어떤 작가는 마법의 시간이 풀려 계단을 내려오는 신데렐라에, 또 어떤 작가는 유리 구두 신는 장면에 초점을 맞춰 자신의 신데레라를 강조한다. 물론 인노첸티처럼 신데렐라를 20세기 초반 영국런던으로 바꾸기도 하도 콜여사처럼 여자를 남자로 바꾼 경우도 있지만. 어렸을 때 들었던 이야기의 매력이 어떻게 그림책 작가들의 그림을 예술의 경지까지 올라갈 수 있는지... 항상 궁금했다. 우리 나라 그림책 작가도 많은 신데렐라를 그리긴 했지만 유아틱한 수준을 넘지 못해서 수집대상에서 언제나 제외되었다. 언제쯤 우리 그림책 작가도 자신만의 신데렐라나 바리데기가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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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8-01-23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신데렐라 판본을 여러권 가지고 계시네요~.(오~~ 팝업북까지!!!) - 크래프트의 화풍은 미다스 왕과 황금 손길에서, 루스 샌더슨 그림 화풍은 나온 세익스피어 그림책(폭풍우) 시리즈에서 본 적 있네요. 이런 그림작가 책들도 소장하고 계시다니 부럽사옵니다.

기억의집 2008-01-23 16:37   좋아요 0 | URL
저의 살림 찌부러지기 일보직전입니다. 헤헤~
대신에 맨날 입고 있던 옷만 입고 다니잖아요. 요즘은 책 사는 거 줄이고 멋 좀 부려 볼려구요. 파마도 새로 하고 화장도 좀 세련되게, 스모키 화장하고 싶어요. 나이가 드니깐 좀 변하고 싶은데...어떻게 해야 변할 지 모르겠어요.
크래프트와 루스 샌더스의 그림 한번 검색해 봐야겠어요. 좋은 정보 감사^^*
 
달은 우유일지도 몰라 - 장독대 그림책 9
리자 슐만 글, 윌 힐렌브랜드 그림, 서남희 옮김 / 좋은책어린이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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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소리소문 없이 모양이 바뀌는 달의 변화가 매혹적인가봐요. 지난 밤에 본 달은 둥근 달이였는데, 앗, 오늘은 초승달이다라고 아이들이 들뜬 목소리로 소리치니 말이예요.  

문득 아이의 외침에서, 이제 7살짜리도 달을 신화나 전설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과학적으로 인식하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 어릴 때, 좀 맹한 구석이 있어서 꽤 오랜동안 달에 토끼가 산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암스트롱이 달에 도착한 시기가 한참 지났지만, 사진 자료가 귀했던 시절이라서, 달에 대한 이미지는 동요나 동화책을 통해서니 당연히 과학적인 접근 방식보다는 신화를 더 철썩같이 믿었던 것이죠. 그러니 초승달이니 보름달이니 이런 용어들이 낯설기만 했지요.  

이 책의 주인공 로지는 밤하늘의 달을 보고, 달은 무엇으로 만든 것일까?하고 고양이에게 묻습니다. 그러자 고양이는 달은 우유가 담긴 접시야하고 대답하자 로지는 아닐 수도 있다며 암탉에게 물어보자고 합니다. 암탉에게 가서 달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물어보면서, 로지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후렴구처럼 나비에게,개에게,생쥐에게 찾아가 반복적으로 물어봅니다. 동물들은 자기가 상상했던 달을 자기가 좋아하는 사물에 빗대어 대답하죠. 달은 달걀이야, 달은 버터야, 달은 밀가루야라고 말입니다.


이 책 읽고 달은 무엇일 것 같아?하고 물으니, 아이들이 씩씩하게 대답할 줄 알았더니, 망설이네요. 큰 애는 확실히 10살이다 보니, 이 책에서처럼 엄마, 달은 하애니깐 우유야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지딴에는 보고 읽고 듣은 것이 많으니, 황당한 답을 내 놓기가 무안했겠지요. 그래도 일단 큰애와 둘째를 골려주려고 달에는 토끼가 산대. 계수나무 아래에서 떡방아 찧는다고 하던데!라고 말해주니깐, 아이들이 왜 토끼가 달에 살아?하고 오히려 반문하더군요. 그런가?

이 책에 나온대로 달과자를 만들려고 준비 다 했는데, 저희 집에는 오븐이 없다는 사실을 준비를 다 한 다음 깨달았습니다. 이왕 밀가루로 달과자 만들려고 준비한 거 치우기도 그렇고 아이들이 하도 실망하길래 "그럼, 우리 밀가루로 달놀이 하자 "고 꼬드겨 밀가루 가지고 달놀이 해 봤습니다.
 

  
            밀가루를 가지고 일단 꾹꾹 누릅니다. 보름달 모양 만든다고 하더라구요.  


자기가 처음 달에 도착한 역사적인 순간이라며 기념으로 이름을 새겼습니다.  


저의 딸이 눌러 찍은 달의 해골입니다

  

자기도 보름달을 만들어 보겠다는군요 

 

달에 도착해 발을 내딛는 역사적인 순간입니다.

조카도 열심히 달을 만들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멋진 둥근 달을 만들려고 하나 했더니

 

엄마, 달은 가면일지 몰라 

아냐, 모자야

달이 가면이든 모자든 아이들이 상상할 수 있는 달이 되었으면 해요. 달을 너무 과학적으로 접근하기 보다는 달을 보며 꿈꾸고 상상할 수 있도록 말이예요. 저희 한바탕의 달놀이 잔치를 벌이니 시간가는 줄도 몰랐네요. 잠깐 오늘은 무슨 달이 떳는지 까만 밤 하늘을 내다 볼까요!  달달 무슨 달 쟁반 같이 둥근 달 어디어디 떳니 우리집 지붕 위에 떳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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