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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푸어 - 비싼 집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
김재영 지음 / 더팩트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9년 전부터 알고 지내는 후배가 있다.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을 졸업하여 보험회사에 근무하다가 비지니스 관계로 2002년 겨울에 우연히 알게 되었고 2003년부터 같은 회사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그 회사는 부동산 매매 등의 업종을 주로 영위하던 곳이었는데 그 해 겨울에 결혼을 하여 경기도(도시지역)에 전세로 신혼입을 마련했다. 생활 조건 때문에 경기도에 살았던 관계로 강남 사무실까지 출퇴근 하느라 고생이 많았음에도 결국 2006년 집주인이 전세금을 대폭 인상시키는 바람에 고민 끝에 집 근처에 은행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마련했다. 은행 대출금을 대출한도 가까이 받았기 때문에 매달 대출이자를 납부하는데 곤혹을 치렀고 수도권 다른 지역과 달리 그 지역은 개발 호재나 정부의 도시계획 정책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부동산 가격이 오르지 않았다. 급기야 2009년 부동산 침체기 이후에는 오히려 집값이 내려가기 시작하여 요즘에는 아파트 시세가 대출금 이하로 내려간 경우도 생겼다.
 
그 후배는 아이가 둘이고 각각 양측 집안에 홀어머니가 살아 계신다. 부부 합산 1년 연봉은 5천만원에서 조금 모자라니 제세공과금을 공제한 1년 소득은 약4천만원 가량 된다. 대출이자는 연간 약1,000만원 정도이고 아파트 보유세, 관리비, 공과금을 합한 거주비, 아이 둘에 대한 양육비, 의식비용, 부모임 생활비 보조까지 합하면  결국 부부 합산 1년 소득으로는 가계를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러니 당연하게도 대출이자와 신용카드는 종종 연체될 수 밖에 없다. 현재 상태의 소득과 지출이 유지된다 하더라도 조만간 후배가 소유하고 있는 아파트는 경매로 넘어가는 최악이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이 후배는 결국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전형적인 '하우스 푸어'다. 그 후배 말고도 내 주변에는 대출이자 때문에 정상적인 가정생활이 곤란한 이들이 적지 않아 보인다.
'하우스 푸어'는 말 그대로 '집을 소유하고 있는 가난한 사람'이란 뜻이다. 2010년 말 현재 강남 3구와 양천, 용산, 영등포 등지의 아파트 가격은 도시평균근로자가 월급을 20년 동안 한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살 수 있을 정도다(3인 가족 부양시 389만원/월, 4인 가족 부양시 445만원/월, 2010년 통계청 기준). '하우스 푸어'는 자신의 소득과 지출규모에 맞지 않는 집을 소유함에 따라 집을 보유하고 있지만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하기도 벅찬 가구를 말한다. 
 
한국에는 현재 '하우스 푸어'가 얼마나 될까? 저자와 김광수정제연구소가 국토해양부의 온나라부동산포털 자료에 근거하여 분석한 바에 따르면, 수도권에만 대략 95만 가구이고 전국적으로는 198만 가구 정도로 추산한다. 우리나라의 전체 가구수가 대략 1,400~1,500만 가구 정도 되니 가구수로만 계산하면 전체의 14% 정도가, 주택 소유자로만 계산하면 소유 가구수의 20% 이상(2009년 기준 한국의 자가주택 보유율은 약60% 전후..)이  '하우스 푸어'의 범주에 포함되는 것이다.(여기서는 다주택 보유자의 주택대출에 대한 수치는 개략적으로만 계산한 것임)
 
저자는 MBC [PD수첩]에서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재건축의 문제점을 연구하기 위해 직접 은마아파트의 4,424세대의 등기부등본을 모두 떼어 조사한 적이 있다. 저자는 방송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서 한국의 부동산에 사회경제적으로 커다란 문제점이 있음을 알았고 이 책은 그러한 경험을 토대로 '하우스 푸어'의 실상과 '하우스 푸어'가 양산된 이유, 한국의 부동산 시장구조에서 풀어야 할 숙제와 대안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펴낸 것이다.
 
책의 1부 [대한민국의 슬픈 자화상, 하우스 푸어]에서 저자는 한국에서 하우스 푸어가 얼마나 되는지, 하우스 푸어가 된 사람들의 여러가지 실례, 하우스 푸어에 대한 세대론, 하우스 푸어를 원하는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독자들이 현실적으로 냉정하게 계산기를 두드려야 할 시간임을 알려준다. 지난 2007~2008년 미국의 부동산 버블 붕괴 시점부터 미국에는 '하우스 푸어'가 무수히 나타났고 지금까지도 사회 문제화되고 있으며, 한국 역시 현재, 그리고 앞으로 하우스 푸어가 양산될 구조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부 [내 집을 꿈꾸는 사람들]에서 저자는 '대박의 꿈'이었던 재개발과 재건축이 실제 소유자들에게 어떤 비극과 슬픔을 안겨주고 있는지, 전국의 신규 분양시장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국제도시 송도의 허상, 그리고 기성 언론에서 감추어진 부동산 이야기를 말해준다. 이 글 속에는 멀쩡하게 집을 보유하고 살고 있다가 '하우스 푸어' 단계를 거치지도 않고 곧장 월세와 지하방의 도시빈민으로 전락한 사례들이 들어있다.
 
3부 [하우스 푸어를 낳고 있는 위험한 한국경제]에서는 세종대학교 김수현 교수와 시골의사 출신 경제학자 박경철씨가 애물단지 재건축에 대해, 김광수경제연구소 선대인 부소장이 한국의 위험한 부동산 경제에 대해, 경원대학교 홍종학 교수가 아파트 공화국의 위기를 진단한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어쩌다가 이런 최악의 부동산 구조가 만들어 졌을까? 저자는 "정부 + 금융기관 + 건설업체 + 언론 + 부동산 정보업체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위해 '부동산 덫'을 놓았다고 주장한다.
1. 1997년 IMF 금융위기 이후 한국은 정치,경제,사회,문화 등에 대한 전반적인 구조를 개혁할 수 있는 절회를 기회를 맞았으나 실패를 거듭했다. IT 붐과 신용카드 대란, 부동산 경기부양책을 쏟아부으면서 외형적인 성장에만 치중한 것이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는 개혁의 마인드와 의지는 갖고 있었으나 실질적인 정책내용과 실행방법을 가지고 있지 못했으며 재벌과 언론, 건설회사와 부정부패한 관료들의 속임수와 거짓정보에 넘어가 기회를 놓친 것이다. 특히, 국민의 공복으로서 건설업체, 재벌, 언론, 투기자들의 이익을 대변해 온 건설교통부, 국토해양부, 기획재정부, 금융감독원, 지자체 공무원,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각종 국책 연구소 등은 정부 책임자에게 거짓 정보를 제공하고 정책을 양산하여 부동산 거품과 서민들의 주택난, 금융기관의 대규모 부실을 가져온 것에 대해 막중한 책임이 있다.
2. 2000년 이후 시중은행들은 부동산 시장에 계속 펌프질을 해댔다. 박정희 정권 이래 계속되어 환란을 겪은 IMF 구제금융 사태 이후 관치금융이 사라졌음에도 금융기관들은 대출과 금융기법을 스스로 개발하지 못하고 외형적인 성장과 담보대출에만 목을 매어 집단대출과 '빌라깡' 등 무분별한 대출을 양산하여 금융기관의 본래 기능을 상실해 왔다.
3. 재벌과 건설업체는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진 이후 정부의 부동산 경기부양책과 은행들의 무분별한 대출에 편승하여 건설업체들은 분양가 상한제 폐지와 선분양제라는 두 가지 무기를 가지고 부동산 가격의 폭등을 유도하고 그 과정에서 엄청난 폭리를 취해왔다. '한탕'을 위해 부동산에 뛰어든
4. 조선,중앙,동아일보를 필두로 하는 언론은 광고수입을 목적으로 부동산 시장의 거품을 조장하고 신문 지면을 건설업체들의 광고지로 도배하면서 올바른 경제정책을 유도하기는 커녕 정부의 적절한 정책과 규제를 방해하고 저지하여 부동산 거품의 폭리를 건설업체들과 나누어 가졌다.
5. 부동산 정보업체
 
그렇다고 하더라도, 부동산 거품이 키워지는 과정에서 주택을 구입한 국민들은 책임이 없을까? 자본주의가 아니라 하더라도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선택과 결정에 책임져야 한다.  
나는 2000년부터 시작된 [부자아빠 신드롬]을 기억하고 있다. 로버트 기요사키의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는 IMF로 인하여 촉발된 중산층과 386세대의 사회적,심리적인 위기감을 자극하여 "가난한 아빠는 죄인"이라는 인식을 전국적으로 확산시켰다. 나 자신 역시 이 책을 통하여 기존에 가지고 있던 '소박한, 검소한, 성실한, 착실한' 가장으로서의 지위와 역할보다 '부자아빠'로서의 역할에 치우치고 말았다. 
 
겉으로는 '내 집 마련의 꿈'이니 '정당한 투자'라는 말로 포장했지만, 우리 세대들은 2000년 돈과 지위에 대한 거대한 욕망의 포로가 되어버린 것이다. 20세기 말까지 이어져 오던 저축과 소비절약은 사라지고 어느새 우리 머리 속에는 "부채도 자산"이라는 관념이 자리잡아 과도한 대출을 받아서라도 주식과 부동산을 사서 자산을 운용하는 것이 '부자아빠'가 되는 길이고 '부자아빠'로서의 적절한 재테크 행위가 되었다. 신문과 인터넷, 옆사람들에게서 주식이나 부동산을 통해 '벼락부자'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술자리에서 푸념하면서도 집에 가서 남편과 부인은 자신들의 재테크에 골몰했다. 한마디로 '부동산 불패 신화'의 덫에 빠져버린 당사자들도 스스로 되돌아 보아야 한다는 말이다.
 
물론, 그 많은 중산층과 486세대 중에서 주식과 부동산 투자를 통해 재산을 증식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가급적 빠른 시점에 시작한 사람들, 적절한 시점에 주식을 사서 적절한 시점에 주식을 팔아 돈을 번 운 좋은 사람들, 가급적 빨리 부동산을 처분하여 시세차익을 남긴 사람들...  하지만 대다수의 중산층과 486세대들은 그렇게 할 수 없었기에 주식과 부동산 투자로 적금을 날리고 빛만 늘어난 경우가 대다수일 뿐이다. 주식과 부동산에서 큰 돈을 벌려면, 엄청난 고급 정보와 십억대 이상의 현금과 자산을 소유해야만이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의 인사청문회에서 부동산 투기를 한 자들이 바로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 즉, 적법하고 합리적으로 주식과 부동산에서 돈을 버는 사람은 극히 운 좋은 일부 사람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저자에게 아쉬운 점은 안타깝고 절망스러운 '하우스 푸어'의 현 상태를 풀어내기 위한 적절한 방향과 대안을 책 속에 제시하지 못한 것이다. 물론 마지막 3부에 전문가 대담의 형식으로 부분적으로 '하우스 푸어'와 관련한 전체적인 부동산 문제에 대한 몇 가지 방법을 제시하기는 했지만 1부 및 2부와 논리적이고 일관되게 연결된 해법이 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 많은 '하우스 푸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ㅠ.ㅠ;;  좀 더 면밀하게 공부해야 할 숙제다.
 
* 책 속의 문장 : 

- 강남 3구와 양천, 용산, 영등포 등지의 아파트 가격은 도시평균근로자가 20년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살 수 있을 정도의 가격이다. 도시평균근로자의 10%의 고소득자들조차 10년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살 수 있을 정도이다. 이 가격이 정상인지 묻지 말자. 이 가격이 정상이라면 정상인 대로 거품이면 거품인 대로 쳐다보지 않고 살다 보면 결국에는 경제적 진실에 부딪힐 것이다. (p.8)

- 내 집 마련의 꿈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강력한 이야기이다. 은행에서, 언론에서 심지어 국가에서도 당신의 이 꿈을 도와준다며 광고하고, 약속하고, 내세운다. (중략) 내 집 마련의 여왕들이 수십 억 원, 수백 억 원을 벌었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우리를 들뜨게 만들고, 직장, 계모임, 교회를 통해 퍼진다. (p.10)

- 하우스 푸어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냉엄한 현실이 되고 있다. 강남 재건축 단지, 1기 신도시와 2기 신도시, 서울 도심의 뉴타운, 경제자유구역, 그리고 숱한 수도권 분양 시장에서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산 덕분에 집을 소유하고 있으나 빚에 짓눌려 삶이 피폐해진 사람들이 신음하고 있었다.(p.14)

- 물가 상승률이 15%라는 이야기는 집값이 액면으로 매매 시점 가격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해도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 가치로는 15%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략) 예금 금리를 최소 4% 정도 챙길 수 있었던 기회를 상실하고 금융 이자와 부동산 거래에 들어가는 수수료와 세금 등의 비용을 생각하면 2006년 이후 20~25% 이상 올랐어야 실질적으로 손해를 보지 않은 것이다. (p.33)

- 386세대는 정치적으로 독재의 압제에 시달렸지만, 경제적으로는 축복받은 세대였다. 3저 호황을 통해 국내 기업들이 급성장하는 시기여서 386세대는 취업걱정이 전혀 없었다. (중략) 386세대는 이렇게 대학 시절 열심히 데모하고도 마음 놓고 취업할 수 있었다. 상대적으로 탄탄한 직장에서 경제력을 비축했던 386세대는 2000년대 부동산 투기의 주력이 됐다. 일정한 경제력을 비축해놓았던 이들은 2000년대 초반 부동산 투기 붐에 뛰어들었다.(p.59)

- 하우스 푸어가 양산되는 이유는 일반 가계의 단순한 판단 착오 때문이거나 탐욕 탓으로 돌려버리기에는 매우 구조적인 근원을 갖고 있다. 정부-금융기관-건설업체-언론-부동산 정보업체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위해 일반 가계들을 부동산 덫이라는 거대한 매트릭스를 만든 것이다. (p.103)

- 2억 원을 20년 만기, 금리 8%, 거치 기간 없는 원리금균등분할상환 조건으로 대출시 한 달에 갚아야 할 원리금은 167만 2,880원이다. 매월 167만 2,880원씩 무려 20년 동안, 총 4억 원을 은행에 갖다 바쳐야 2억 대출이 종결된다, 반명, 한 달에 167만 원을 6.3% 복리금리, 일반과세로 저축하면 8.3년이면 약 2억 원을 모은다. (p.106)

- 강남 3구 재건축 아파트를 보유한 전현직 고위공직자는 모두 317명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보유하거나 보유했던 아파트의 숫자는 358채였다. 조사 대상인 1급 이상 고위공직자들의 약 10%는 강남3구 재건축 아파트와 직접 관련을 맺고 있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재산신고를 누락한 직계존비속을 포함한다면 그 비율은 휠씬 높아질 것이다.(p.145)

- GS건설은 미래가치, 브랜드, 그리고 완벽한 조망과 최고급 시설을 광고했다. 조망권에 대한 가격을 따로 매겨 2,000만 원에서 6,000만 원까지 지급됐다. 하지만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황량한 민둥산과 무덤이 시야에 들어왔다.건설사에서는 사업부지 이외의 땅이기 때문에 훼손된 상황에 대해서는 회사의 책임이 아니라고 해명했다.(p.157)

- (판교에) 분양받은 사람들 가운데 얼마나 그 아파트에 살고 있을까? 10세대 가운데 3세대 정도만이 실제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입주조차 하지 않는 세대가 4분의 1이 넘는 상황. 판교 분양자 가운데 얼마나 부채를 안고 있을까? 조사 가구의 약 70% 이상이 부채를 안고 있었다. 그렇다면 부채 규모는 얼마나 될까. 평균 3억 원가량의 금융 대출을 받고 있다.(p.161)
 

[ 2011년 4월 1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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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 흐름 읽는 법
김광수경제연구소 부동산경제팀 지음 / 더팩트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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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거품은 이미 커버렸고 경제 시스템을 너무 왜곡시켜서 문제야."
"그건 그래...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데?"
"부동산 가격을 떨어뜨려야지..."
"야! 그래도 우리집은 안돼!  지난 4년 동안 얼마나 올랐는데...ㅎ"
"형은 그 집을 가지고 무덤 속으로 가져갈거야? 애들이 결혼할 때가 되면 어떻게 할건데? 지금 집값으로 애들이 전세라도 들어갈 수 있겠어? 그동안 대출이자와 세금, 관리비는 어쩔거고?"
"그래도.................."
한 달 전쯤에 선배와 나눈 이야기다. 

자본주의가 신봉해왔고 사회주의도 부정하지 않았던 시장경제는 18세기에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에 의해 근대경제학의 핵심 개념으로 처음 사람들에게 소개되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무려 250여년 간 개인, 집단, 국가가 자본의 욕망을 위해 질주해왔다. 세계 전체 221~224개 국 중에서 국제적인 시장경제에 편입되지 않은 나라는 북한을 비롯하여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자본주의는 시장경제라는 포장으로 온 지구 표면을 덮어버린 것이다.
 
경제학자들이 이론적으로 수립해 온 시장경제는 ’완전경쟁’과 ’정보의 투명성’을 전제로 모든 사람들과 경제 전체로 최고의 선, 즉 ’경제적 정의’를 실현시켜주는 가장 이상적이고 유일한 시스템으로 신봉한다. 자유주의 시장경제라 함은 시장에 맡겨두면 시장경제 원리에 의해 최선의 결과가 도출된다는 것이다. 모든 제도가 다 그렇듯이 시장경제 역시 장점과 단점이 존재한다. 하지만 현실 세계에서 ’완전경쟁’과 ’정보의 투명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가진 자와 그렇지 않은 자의 마라톤 출발점은 다르며, 정보 격차 역시 엄청난 차이가 존재한다. 그렇기에 시장경제는 적절한 규칙과 질서를 제도화 시켜야 제대로 작동할 수 있게 되며, 그렇기 때문에 사람의 문제가 가장 크게 대두된다.
 
[김광수경제연구소]는 한국의 부동산 시장이야말로 시장경제의 단점이 가장 두드러지며, ’사람’의 문제가 심각한 경우라고 주장한다. 특히 시장경제가 제대로 작동되기 위해서는 "대통령이든 국회의원이든 관료든 사람을 잘 뽑아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사람’의 문제가 계속되었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최악의 상태까지 도달했으며 거품이 붕괴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진단한다.
 
부동산 거품의 붕괴는 단지 부동산에 투기한 사람에게만 국한되지 않고 거품이 해소되고 그 후유증이 완치될 때까지 한국 경제 전체와 자식세대의 장래를 망칠 것으로 내다본다. 그 기간은 최소 10년 이상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일본경제의 사례가 보여주듯이 부동산 문제는 부동산 그 자체 뿐 만 아니라 그 뒤에 엄청난 빚과 권력형 부정부패, 자원왜곡, 계층 간 갈등, 건설업계와 언론의 선동과 조작 등의 사기극을 동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부동산은 한국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면에 있어서 총체적 모순의 집합체인 것이다. 이런 희대의 사기극에 지난 10년 동안 한국 경제 전체와 대다수의 국민들이 놀아난 것이다.
 
이 책은 일반인들이 주택 구입이나 부동산 거래와 관련하여 잘못된 정보를 걸러내고 선동과 조작 정보로부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부동산 관련 지표 및 자료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해 설명한다.
 
부동산 주요 지표로는 왜곡된 집값 통계의 비밀을 알 수 있는 ’가격지수’와 집값의 향배를 결정하는 지표인 ’거래량’, 건설업계에게 퍼주는데 악용되는 ’주택보급율’의 허와 실, 실질적으로 부동산 정책에 반영해야 하는 ’자가소유율’과 투기와 실수요를 구별해주는 대표 지표 ’아파트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 등이 있다.
 
필요한 부동산 지표는 온나라부동산포털, 국토해양통계누리, 국토해양부 아파트 실거래가, 국민은행, 한국은행 경제시스템, 한국주택금융공사, 통계청, 대한 건설협회, 금융결제원 주택청약서비스, 대법원 경매정보 등에서 찾을 수 있으며, 책 속에는 찾아낸 정보를 어떻게 읽을 것인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한다.
 
그리고 연구소측은 부동산 시장과 관련된 경제원리와 정책에 대해서도 정리해 놓았다. 주택시장의 수요와 공급, 기준금리와 주택담보대출 금리, 부동산 버블의 일등공신인 신용과 가계부채, 인플레이션 및 디플레이션과 집값의 상관관계, 부동사 세금과 거래비용, 경기회복과 주택가격, 주택 수요층을 파악하기 위한 인구와 가구, 공공임대주택과 전세주택 정책, 건설업의 부양과 구조조정, 국토균형발전과 수도권 집중 등...
 
마지막으로 연구소는 한국 부동산 시장의 전망에 대해 이야기한다. 
2009년부터 시작된 전국의 아파트 거래량 감소는 2010년 들어 더 심해졌다. 거래량 침체가 현재와 같이 이어질 경우(이어질 수 밖에 없고...) MB 정부와 보수언론이 어떤 수단을 쓰더라도 매매가 하락은 계속될 것이다. 정부는 부동산 대출과 PF 부실의 뇌관이 터질까 두려워 은행 금리를 붙잡았지만 물가 인상 속도와 인플레이션 우려 때문에 올해 들어 벌써 두 차례나 금리를 올릴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몰렸고 DTI 규제도 원상태로 복귀되어 매매가 하락과 버블 붕괴는 시간 문제가 되었다. 주택 보급율 역시 단순 보급율은 2009년 말 현재 100% 수준에 이르렀고 실제로 주택을 구매할 능력이 있는 구매자를 기준으로 할 때 주택공급은 엄청난 초과된 상태다. 이 또한 주택 매매가를 더욱 하락시킬 것이고 현재 주춤한 전세가 역시 하락하는 것이 대세일 수 밖에 없다. 물론, 최근 10여년 동안 단독 가구와 소규모 주택 공급이 부족했기 때문에 소규모 주택에 대한 전세와 임대수요는 꾸준히 이어져 전세가 하락의 버팀목이 되지겠지만 전세가는 몰라도 오피스텔이나 다가구 주택의 임대료는 지난 몇 년동안 크게 변동이 없는 상태가 지속되었다.
 
나는 1980년대에 대학을 다닌 486세대이고 따라서 내 주변의 지인들 대부분은 486세대들이다. 486세대들은 7할~8할 이상이 자기 집을 소유하고 있으며 실업율도 낮고 거의가 자가용을 굴린다. 2채 이상의 주택을 소유한 사람도 종종 발견할 수 있으며, 상당수가 가구당 월 소득이 ’가구원수 X 일인당 GDP’에 근접한다. 그 정도면 여유있는 중산층에 속한다. 다소 진보적 관점에서 정치와 국제분쟁, 재벌들의 행태를 비판하지만 어울려서 술 한잔 먹으면서 호기를 부릴 뿐이다. 가정과 직장이 안정된 상태에서 미래에 대한 큰 걱정이 없으면 보통 사람들은 보수화된다. 그래서 조국 교수는 <진보집권플랜>에서 486세대를 ’정치진보, 생활보수’로 칭한 것 같다.
 
가족이 소유하고 있는 주택이 한 채 밖에 없다면, 장차 자식들이 결혼할 때 세대간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미 주택가격이 엄청나게 올라버렸고 대신 취업율이나 임금상승률은 호전되지 않기 때문이다. 10년 전에 비해 비정규직만 더 늘어났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주택가격 등락에 대해 물어보면 그들은 (매달 대출이자와 제세공과금에 시달리면서도) 집값이 내려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것은 2007년 대통령 선거에서 MB 집권을 자의반, 타의반으로 도와준 486세대들은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특정 후보가 "주택값을 2002년 이전 수준으로 낮추겠다"라고 공약을 발표하면 무더기로 반대후보를 지지하거나 기권할 지 모른다는 말이다. 그래서 우울하다...
 
지난 10~20년 동안 경제에 대해 잘못 생각해왔고 말과는 달리 ’혼자만의 미래’를 꿈꾼 것이야말로 잘못한 것이리라...
 
[ 2011년 3월 3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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