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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상자 - 하나님의 산 역사 ㅣ 갈대상자
김영애 지음 / 두란노 / 2004년 4월
평점 :
나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우리나라에서 대학 하나가 세워지고 그것을 운영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돈이 들어 가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 못했다. 물론 적지않은 돈이 들어간다는 것쯤이야 가늠하기 어려운 건 아니겠지만, 그것 때문에 대학의 총장이 취임 때부터 그토록이나 시달림을 받게될 줄은 몰랐다는 것이다.
이 책은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과학자(표현이 좀 진부하긴 하지만) 김영길 박사가 명예와 어찌보면 노후까지도 보장된 좋은 길(카이스트 교수의 길)을 버리고, 한동대학 초대 총장이 되면서의 대학의 재대로된 모습을 갖추기까지(외형적으로나 실력으로나) 파란 많은 과정을 그의 아내 김영애씨가 쓴 책이다.
사실 난 이 책을 읽으면서 몇 번이나 누시울이 느꺼워지고, 울지 않을려고 몇 번이나 한숨을 내쉬었는지 모른다. 때로는 마음이 아파서, 때로는 너무 감격스러워서.
사실, 가장 어렵고 힘든 직업을 얘기할 때 보통 ‘3D업종’이라는 표현을 쓴다. 아마도 어느 때부턴가 이 3D업종에 ‘대학 총장’도 들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만큼 총장이란 직함이 명예롭긴 하지만 꽤나 힘든 일인가 보다. 이렇게 힘들고 어려운 일을 누가 감당하겠는가?
나중에 김영길 총장은 이 돈 때문에 교도소에까지 부총장과 함께 들어가게 된다.
나는 그들의 고난도 눈물겹지만, 그러면서도 저자가 전하여주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려줄 때, 정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몇가지만 적어보자면, 한동대는 무감독 시험으로도 유명한 대학이다. 그것은 하나님 앞에서 정직한 사람을 길러내고자 하는 대학 이념을 반영한 것으로서, 실제로 내가 주일학교 교사시절 내가 가르치던 몇몇 학생이 그 학교를 들어갔는데 그들은 그 점에 적지 않은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있었던 것을 기억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그곳 학생들이 감동이었다. 몇부분만 소개를 해 보면,
어느 날 대학내 물과 전기를 내보내는 시설이 갑자기 고장이 났단다. 그로인해 모든 것이 마비가 되고 며칠을 학생들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나 보다, 물이 안 나와 학교는 화장실 조차 쓸 수가 없었는데 이대로 뒀다간 전염병이 돌지도 모른다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학생들은 그것에 전혀 동요하지 않고 침착하게 이를 대처해 나갔고 누구하나 불평하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후 기계제어학과 학생들은 몇 개의 조를 짜서 다시는 그런 일이 발생되지 않도록 돌아가면서 점검을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그것을 귀찮아하지 않고 있다고 하니, 태어나서 한번도 학교를 사랑해 본적이 없는 나로선 그들이 학교에 대한 애교심(愛校心)이 부러울 따름이다.
또, 지금도 온누리 교회를 가면 ‘한동홀’이란 곳이 있는데, 그다지 화려하거나 멋드러진 곳은 아니다. 그냥 온누리 교회와 한동대학과 관련히 깊어서 그렇게 지었겠거니 했는데, 이 책을 읽는 중에 그 대학 학생 중에 두명이 피지에 선교를 갔다가 사고로 아까운 목숨을 잃고 그것을 기념해 지은 거라고 해서 정말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결국엔 김영길 총장과 부총장이 교도소에 들어가 있을 때 마침 스승의 날을 맞았다고 한다. 그때 학생들이 경찰에 자진해서 집회신고를 하고 총장과 부총장이 있는 교도소로 가 그들을 위로했다고 했을 때, 읽는 나로서도 정말 감동이 밀려왔다.
이렇게 적고 읽어보면 어찌보면 뭐가 감동이었을까 싶기도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곳 학생들이 보여준 감동의 에피소드들과 총장과 저자를 둘러싼 이야기들은 인간이 보여줄 수 있는 그 어떠한 포퍼먼스 보다 더 진한 감동이 있다.
이 책은 글 자체로 보았을 땐 문학적 가치가 있는 것도 아니고 무슨 연구 성과가 담긴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내가 별 다섯 개를 주는 건, 인간이 고귀한 가치를 위해 희생하고 고군분투하는 과정은 결코 별점으로 평가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줄 수 밖에 없는 건 별을 주지 않으면 리뷰에 올라갈 수 없기 때문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