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김치째개를 불 위에 올려놓은 것을 깜빡하고 장 보러 나간거야. 중간에 생각나서 황급히 귀가했는데, 인덕션이 알아서 꺼졌더라고."이것은 초단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내가 김치찌개를 좋아 하잖아. 어제도 김치찌개를 먹었어."와 같은 잡담은 초단편이 될 수 없다. 최소한의 사건이 존재하고 듣는 이의 흥미를 일으켜야만 초단편이다.(18p) 


 



   

 인생의 대부분을 통계 역학을 연구하며 보냈던 루트비히 볼츠만은 

 1906년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의 일을 이어받은 파울 에렌페스트 

 역시 1933년에 자 살로 생애를 마감했다.   

 이제 우리가 통계 역학을 배울 차례다.

 -데이비드 L. 구드스타인, <물질의 상태> 1975


전공서적이지만 어떠한 소설 보다 더 흡입력이 있지 않은가.(2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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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21-11-04 15: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통계 역학을 공부하면… 높은 확률로 자살로 생을 마감하게 되는건가요?? ㅠㅠ 정말 몇 문장 아닌데 흡입력 장난 아니군요.

stella.K 2021-11-04 15:29   좋아요 1 | URL
글쵸? 저런 문장을 하루에 하나씩만 구사를 해도...ㅋㅋㅋ

기억의집 2021-11-04 23: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파울 에렌페스트는 지적 장애의 아들을 기관에서 데리고 나와 아들하고 함께 자살했어요 저는 얽힘이란 책을 읽다가 에렌페스트의 자살 대목에서 너무 맘이 아팠던 기억이 나네요. 히틀러의 우생학 정책에 따라 아들이 수용소에 보내질까봐 아들하고 같이 자살하는데, 그 때 아 저렇게 세계적인 과학자도 자식에 대한 사랑은 어쩔 수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stella.K 2021-11-05 06:43   좋아요 0 | URL
오, 고맙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자살한 두 사람 궁금했는데...불운한 시대 불행한 사람이었군요.ㅠ

바람돌이 2021-11-05 0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런 문장을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은 이미 작가죠. 부러운 사람들.... ㅎㅎ

stella.K 2021-11-05 06:49   좋아요 0 | URL
김동식 작가는 어디서 저런 구절을 찾아냈는지 모르겠습니다. 물질의 상태는 알라딘에선 찾아 볼 수도 없던데ᆢㅋ 우리도 잘만 생각해 보면 비스무리하게 구사할 수도 있어요. 🤔 멍멍-
 

아침 뉴스를 보는데, 5살 여자 아이의 부고 소식을 들었다.

2년 전, 키즈 카페에 갔다가 물에 빠져 뇌사 상태에 있다 결국 사망했다고 한다.

어렵게 얻은 아이라고 했다. 그 아이는 죽으면서 3명의 아이들에게 장기를 기증하고 떠났다.

그건 전적으로 아이의 아빠의 결정이었는데 그렇게 하면 내 아이의 육체의 일부가 살아있는 거 아니냐며 스스로를 위로 한다. 

더 안타까운 건, 그렇게 아이가 뇌사 상태에 있는 동안 아이의 엄마는 암에 걸려 먼저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마음이 아팠다.  

참 소설 같은 일이다.

가끔 나 보다 늦게 세상에 와서 나 보다 일찍 세상을 떠난 사람에 대해 생각해 볼 때가 있다. 오늘은 그런 사람들 중에 최연소는 아닐까 싶다.

그 조그만 아이도 그렇게 하고 세상을 떠나는데,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숙연해 진다.

난 다른 건 모두 생략하고, 무조건, 그저 무조건  

아이 아빠가 용기를 잃지 말았으면 좋겠다. 

힘을 냈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세상을 먼저 떠나간 그의 아내와 딸이 그러길 바랄테니까.

당신은, 아빠는 조금 있다가 와.

그럴 것 같다.

슬픔 보단 서로 사랑했던 기억만 가지고 살았으면 좋겠다.   

힘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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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1-11-03 21: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먹먹하네요~~
저도 아이아빠에게 위로를 전하고 싶어요.
한번씩 이런 생각을 해봐요
삶을 제 명대로 사는게 아니라 덤으로 산다는 생각요~~
저도 친구 둘이 암에 걸려 저세상으로 먼저 갔거든요^^
착하고 선하게 잘 살아야겠어요**

stella.K 2021-11-03 21:45   좋아요 1 | URL
그런 일이 있으셨군요. 많이 슬프셨겠어요.
덤으로 사는 거니까 더 잘 살아야 하는데 조금만 힘들어도 죽겠네 살겠네 하니 큰 일입니다. 아,제 얘기 입니다. ㅎ 우리도 언젠간 갈텐데 말이어요.

희선 2021-11-04 01: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끔 인터넷에서 누군가 죽었다는 말을 보면, 이런 나도 아직 살아 있는데 하는 생각을 합니다 사고나 병으로 죽은 거지만... 그런 거 보면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할까 대충 살아서...

아이 엄마도 떠나다니, 아이 아빠 힘들겠습니다 힘들어도 살았으면 좋겠네요 아이 엄마와 아이를 기억하고 살아야죠


희선

stella.K 2021-11-04 06:30   좋아요 1 | URL
대충 산 사람은 살아야지 뭐 이렇게 위로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세상이 꼭 슬픈 것만도 고통스러운 것만도 아니라는 걸 아이 아빠가 순간순간 깨닫고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네요.

hnine 2021-11-04 05: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기사 봤는데, 엄마도 세상을 떠난 것을 몰랐네요.
보살핌을 받는 사람보다 보살필 상대가 있는 사람이 더 강한 법인데, 아버지가 보살필 상대가 있었을때보다 더 무너지지 않고 잘 살아나가셔야할텐데요. 자신을 잘 보살피면서요.

stella.K 2021-11-04 06:36   좋아요 0 | URL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래도 누군가는 또 이 사람을 보듬는 사람도 있지않을까요? 사람은 또 그렇게 한 세상을 살아가지 않을까 싶어요. 우리도 서로서로 보살피면서 살아요.^^

책읽는나무 2021-11-04 09: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유~~남겨진 사람이 너무 힘드시겠어요ㅜㅜ
가족의 소중함을 절로 깨닫게 되네요.

stella.K 2021-11-04 12:32   좋아요 1 | URL
맞아요. 우린 평소엔 가족의 소중함을 잊고 살다가 이런 얘기들으면 다시한번 생각하게되요.
아이 아빠도 언젠가 다시 일가를 이루며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바라게 되요. 아직 젊던데...

얄라알라 2021-11-04 13: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기사 읽으면서, 안타까움과 슬픔.
그리고 어린 아이의 아버님께서 정말 대단하신 분이라는 감탄...

stella. K님께서 아름다운 글로 다시금 이분들의 고귀한 결단과 아픔을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stella.K 2021-11-04 13:52   좋아요 1 | URL
아유, 감사는요?
우리 사회에 이런 사람이 더 많아져야 하는데...
제 주민등록에 장기기증한다는 스티커는 잘 붙어 있는지 모르겠어요.
그런 것도 같은데...ㅋ
 

지난 주 리모컨 운전을 하다 한 영화 전문 채널에서 이 영화를 막 시작하길래 볼 마음이 생겼다. 그 채널에서는 부제를 달고 보여주는데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브레드 피트>였다. 젊은 시절의 브레드를 볼 수 있어 눈호강이긴 했다.


그 옛날 개봉관에서 첨 보고 이번이 세 번째던가.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뭐가 그렇게 어려운지 모르겠다. 예술 영화라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데이빗 핀처 아저씨는 영화를 넘 어렵게 만드는 것 같다.




이 영화는 제프리 초서의 <켄터베리 이야기>를 모티프로 했고, 실제로 영화에 나오기도 하는데, 형사로 나오는 우리의 빵 피트 미스터리한 살인 사건을 풀어 보겠다고 안 읽던 이 책까지 읽는다. 그런데 왠걸, 가뜩이나 사건이 안 풀려 끙끙거리는데 책마저 어려우니 빡치고 만다. 그 장면이 새삼 웃겼다. 결국 그는 누군가를 통해 요약판을 입수한다. 그렇지. 시간없고, 이해 안 되면 요약판을 읽어 보는 것도 방법이긴 하다.


얼마 전, 드라마 <로스쿨>을 봤다. 더구나 내가 좋아하는 배우 김명민이 교수로 나오는데 어떻게 안 볼 수가 있겠는가. 제목이 암시하듯 법정 대학교를 배경으로 하고, 풋풋한 젊은 배우들이 많이 나와 한마디로 훈훈한 드라마다. 김명민은 예전에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강마에로 나왔는데 그것의 또 다른 버전으로 나온다. 그도 나이를 피해 가지 못하는지 좀 쳐져 보인다. 짜임새가 좋은 드라마다. 단, 단점이 있다면 역시 거의 전무하다시피한 법 지식 때문에 쫓아가기가 조금은 버거운 정도? 나중에 대본집 나오면 그거 가지고 법 공부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언젠가 알라딘에서 대본집이 나온 걸 본 것 같은데 찾아보니 없다. 안 나왔다. 나오지 않을까?


<하버드 대학의 공부벌레들>이 생각이 났는데 너무 올드한가? <로스쿨>에 양 크라테스가 있다면, 그 시절 우리에겐 킹스필드가 있었다. 특히 TV 외화 시리즈는 단 한회도 빠지지 않고 봤을 것이다. 보면서 저러면 공부할 맛 나겠다 했는데 요즘 젊은애들 공부하는 거 보면 왜 그리 안쓰러운지. <로스쿨>보면서 다시 저 시절로 돌아가면 열심히 공부할 수 있을까? 이번 생은 대충 살았으니 혹시 다음 생이 있다면 열심히 공부하면서 쫀쫀하게 열심히 살아보고 싶긴하다.   


   


이 책은 현재 절판된 상태지만 우주점에서 구입이 가능한 것으로 안다.

책으로 읽으면 재미있을까?



      

                

책을 꼭 사야하는가 말아야 하는가를 결정해야할 때가 있다. 이 책도 나의 오래된 지병인 결정장애를 한껏 자극시켰던 것도 사실이다. 처음 봤을 때 가슴이 좀 떨렸다. 그럴 때 나는 처음 들었던 마음이 나중까지도 가고 있는가를 생각해 본다. 나중에도 변하지 않는다면 그건 사야할 책이다. 가면 갈수록 마음이 차분히 가라 앉으면 안 사도 되는 책이고. 그래서 안 산 책이 되게 많다. 그래도 결정장애라면 사람들이 그 책을 두고 무슨 말을 하나를 본다. 물론 이 책은 다른 사람의 후기를 들을 때쯤이면 더 이상 구입을 못 할 수도 있다. 또 그렇다면 안타깝지만 나와는 운이 없는 책이라고 봐야할 것이다.  


그런데 이 책 때문에 피해 보는(?) 다른 출판사도 있지 않을까. 지금쯤 책 좀 읽는다는, 또 도 선생을 좋아하는 사람은 하나 같이 이 버전의 책을 만져보게 되길 학수고대하고 있을 텐데 도 선생님의 다른 출판사들은 당분간 이 상황을 그저 지켜 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천 장정이라면 작년에 코너스톤에서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벨벳 장정이 나왔다. 작년에 이거 보고 가슴이 떨리긴 했는데 아무래도 한 질이 그런 것과 한 편의 소설이 그렇게 나온 것과는 같은 게 아니겠지? 





이러고저러고 지간에 난 열린책의 저 악마 같은 책이 나중에 보급판으로 싸게 낱권으로 나오면 좋겠다. 전에 언젠가 솔제니친의 <수용소군도 6권> 한정판을 산다고 난리였다 작년에 다시 나오는 거 보고 뭐야 하지 않았던가. 더구나 이 새로운 번역을 한정판에만 묶어 두겠다고? 그건 말이 안 되지 않나. 아니면 우리나라 어느 유수의 출판사가 가만 안 있을 거다. 그러고 보면 도스토옙스키는 잠들 날이 없겠다 싶다.     


그렇지 않아도 <그래봤자 책, 그래도 책>을 내신 박균호님은 책에서 채수동님의 번역을 극찬하셨는데 뭔가 좀 안쓰럽단 생각이 든다. 다소 번역이 마음에 안 들더라도 이 책도 좀 애장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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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르바나 2021-11-03 12: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맞아요. 우리 시절에는 하버드 대학에 킹스필드 교수가 있었지요.
그래도 인생100세 시대에 스텔라님은 올드하지 않습니다. ㅎㅎ

저는 스타벅스 커피를 지금까지 한잔도 마시지 않았지만
(한번도 스타벅스 매장에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스타벅스 커피숍에 커피마시러 한 보름간 출근 도장 찍었다고 생각하며
고급한정판이라고 선전해되는 <도스토옙스키 탄생 200주년 기념판 세트>를
구매했습니다.
물론 저에게는 이것 말고도 2007년에 나왔던 수집가용 한정판인
18권짜리 <도스또예프스키 전집>(이것도 빨간색 천 장정이었네요)과
낱권으로도 판매된 25권짜리 <도스또예프스키 전집>도 있습니다.

그러나 도스또예프스키면 어떻고 도스토옙스키면 어떤가요.
오렌지인지 아렌지인지가 중요한게 아니라 그 과일을 맛보는게 중요하듯이
스텔라님 처럼 책을 읽는게 중요하지 무엇이 중하겠습니까.
이것은 책 수집가 니르바나의 속내입니다.^^


stella.K 2021-11-03 14:41   좋아요 1 | URL
아, 그렇군요. 스벅 커피 매일 한 잔씩 한달 보름 마신다 치면
나오는 값이었군요.ㅎ 솔직히 그리 비싼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저는 아무리 생각해도 책의 실용성을 먼저 생각하지 장식적 측면은
결국 포기하게 되더라요.
천으로 만들었다니 분명 때가 탈 것이고, 여름엔 땀나서 들고 읽을 수도
없을 것 같아요. 두께가 만만찮아 못 들겠지만.
한 10년 후엔 버릴 것 같기도 한데 천 소재라 환경에도 좋을 것 같진 않습니다.
물론 책이 환경에 미치는 건 다른 것에 비하면 그리 큰 것도 아닐테지만요.ㅋ
게다가 요즘 책 디자인 심박하게 잘 나오잖아요.
저는 창비에서 나온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표지가 맘에 들어 요거 살까
생각중에 있어요. 물론 열린책들 빨간 거 있긴하죠.
이렇게 표지땜에 책을 주기적으로 바꿔주는 맛을 누리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어요.ㅋ
근데 대단하십니다. 도 선생님의 전집을 종류별로 가지고 계시다니!
진정한 장서가시네요. 부럽습니다.
잘 지내시죠?^^


2021-11-04 13: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1-04 13: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21-11-03 13: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도선생 전집의 유혹을 받긴 했으나 과감히 단념했어요. 제가 갖고 있는 책과 겹치는 책이 몇 권 있기도 하고,
카라마조프~ 책 세 권을 민음사 걸로 구매하고 싶어서요.
하나씩 읽으며 사는 걸로...^^

stella.K 2021-11-03 14:34   좋아요 2 | URL
ㅎㅎ 잘 생각하셨어요.
저는 사 놓은 책도 산더미고 잠깐 뿌듯할 수는 있겠으나
그도 꽤 부담스러울 것 같더라구요.ㅋ
창비꺼 한 번 보시지요. 표지 괜찮던데.
역자가 홍대화 씨던데 이번 프로젝트에도
이름이 올라가 있더라구요.
저는 민음사는 이제 쫌 마음이 떠...ㅋㅋ

레삭매냐 2021-11-03 15: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니 맨 끝에 등장한 책의 제목이
왤케 마음에 와 닿는지요...

그래봤자 책, 그래도 책이라 허허

stella.K 2021-11-03 16:07   좋아요 1 | URL
아니, 이 책 모르셨나요? 허허
박균호님이 쓰신 책인데...ㅎㅎ

얄라알라 2021-11-03 23: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새는 본격 리뷰보다도, 책과 맺는 내밀한 관계를 보여주시는 플친님들의 글이 이렇게나 착착 와서 붙습니다! 넘 재밌게 읽고 갑니다

stella.K 2021-11-04 12:40   좋아요 1 | URL
아, 이런 글 좋아하시는구나. 하긴 웹에선 그렇다는군요. 저도 가급적 간단명료하게 써야할 것 같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

얄라알라 2021-11-03 23: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브래드 피트는, 지금도 매우 아름답습니다^^

stella.K 2021-11-04 12:43   좋아요 1 | URL
지금은 넘 많이 늙었던데요? 처음엔 애처롭다가 이내 저 나이 먹은거 생각하면 위로가 되기도 해요. 한때 스크린에서 빛났던 사람도 저런데 하면서.ㅋ

희선 2021-11-04 01: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다른 분들처럼 책을 아주 좋아하지 않는가 봅니다 저런 책이 나오는구나 했을 뿐입니다 번역이 달라진다니 그건 좋을 듯합니다 그건 열린책들에서 나온 것에 반영한다는 말이 있더군요 도스토옙스키 책 한권도 안 봐서 번역이 어떤지 그런 것도 잘 몰라요 예전에 한번 보려다 그만뒀군요 언젠가 보게 될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희선

stella.K 2021-11-04 13:40   좋아요 2 | URL
그러게요. 나쁜건 아닌거 같긴한데 아무래도 사람 마음이 그렇지 않은지라 좀 따라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죠?ㅋ
책은 저보다 훨씬 많이 읽으시는구만. 도 선생님 책이 쉽진 않죠. 저도 생각해 봤더니 <죄와벌> 밖에 읽은 게 없더라구요.
<카라마조프의 형제>는 일단 영화로 마스터했고.
나중에 책으로 읽으로 좀 쉽게 읽히지 않을까 기대하면서.ㅎ
얼마전 단편 하나 읽었는데, 머래? 그러고 겨우 덥었습니다.
그래도 우리에게 오를 산이 있다는 건 좋은 일 아니게습니까?ㅋㅋ

2021-11-04 13: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21-11-04 13:37   좋아요 0 | URL
ㅎㅎㅎ 빵 피트 좋아하시는군요.
저도 그 영화 좋아해요. 그 영화로 데뷔했던가 암튼
거기서 존재감 뿜뿜했죠.
제2의 로버트 레드포드라고 극찬을 받으며.
하지만 나중에 로버트완 다른 이미지를 보이면서 그만의 세계를
구축하지 않았나 싶어요.
그래도 전 로버트 레드포드를 조금 더 좋아하죠.^^.

프레이야 2021-11-07 13: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도선생 전집 기대하고는 있는데 괜한 허영은 아닌가 잠시 고민하기도 하고
저도 결정장애를 앓고 있네요.ㅎㅎ 니르바나님처럼 진짜 애서가다운 태도는
아닌 것 같고 뭐 이래저래 생각이 겹칩니다.
빵피트는 증말 저래 우월해도 되나 싶지요. 외모가. 60이 다 됐는데도 멋지고
게다가 요샌 제작에도 많이 관여하더군요. 미나리도 그렇고.
흐르는 강물처럼, 가을의 전설, 조 블랙의 사랑...
파이트클럽이랑 등등에서는 또 다른 모습.
그래도 졸리한테 차였잖아요. 똑똑한 졸리!

stella.K 2021-11-07 14:19   좋아요 0 | URL
ㅎㅎ 찰 것 같으면 좀 더 일찍차지 그동안 마음 고생은 또 얼마나했을까요?
나에게 주는 선물하며 질러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텐데요. 저는 둘 공간도 없고 해서요. 🥺
 
재미가 없으면 의미도 없다 - 다르거나, 튀거나, 어쨌거나
김홍민 지음 / 어크로스 / 2015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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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너무 모범적인 독서를 하는 당신에게


나는 장르소설을 (거의)읽지 않는다.

그래도 내 길지만 가는 독서 역사에서 아주 잠깐 장르소설 그것도 추리소설을 읽은 적이 있긴 하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내 앞에 앉은 남자 아이를 조금 좋아했는데 그 아이 눈에 띌려고 읽었다. 그 때 루팡과 셜록이 나오는 얇은 어린이용 추리소설이 있었다. 두 인물 아니면 변변한 추리 소설도 없었던 때였다. 하지만 훗날 생각해 보면 보통 이 두 인물을 접하면서 추리소설에 입문하게 되지 않나.


녀석의 눈에 띌려고 책을 가슴 높이도 아닌 거의 코높이까지 들고 읽었다. 그러자 역시 걸려 들었다. 검지 손가락으로 나의 이마 정중앙을 살짝 밀더니 "이 책 나 빌려 줄 수 있어?" 한다. 나는 웃으며, "그럼.빌려 줄게." 이렇게 말하면 얼마나 싸 보이겠는가. 나는 최대한 시크하게, "그래? 알았어. 다 읽고." 이렇게 대답했지만 속으론 쾌재를 불렀다. 그 아이는 여자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았는데, 나중에 좋아하는 아이가 따로 있다는 걸 알았다. 가질 수 없다면 버리랬다고 난 당연히 녀석을 버렸다. 하지만 너무 많이 버렸다. 추리소설은 버리지 말았어야 했는데 난 그것까지 버리고 만 것이다. 그게 무슨 죄라고.


그래도 살아오는 동안 추리를 읽어 보려고 한 적이 아주 없지는 않다. 그래도 마음 같지가 않아 알만한 유명한 작품들을 안 읽고 방치하다 결국 중고샵에 팔아버린 적도 있다. 추리 소설도 안 읽는데 판타지나 SF를 읽었겠는가. 그래서 그런지 난 장르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약간의 열등감을 가지고 있다. 어떻게 그렇게 장르물을 척척 잘 읽을 수 있을까. 철학책 좋아하는 사람에겐 열등감이 없는데 말이다.


이 책에 <터무니없는 책들을 좀 더 부지런히 읽어왔더라면>(196p~)이란 글이 나온다. 이 '터무없는 책'의 범위는 고전과 순수 문학을 제외한 SF나 판타지, 특히 만화 따위를 이르는 말이다. 또 이것을 저자는 '사회적으로 핍박 받아온 책'이라고 까지했다. (적어도 내가 알고 있는 그런 책은 이른바 80년대 빨간 책들 즉 사회과학 도서들인줄 알고 있는데, 또 다른 의미에서 생각해 보면 저자의 말이 맞기도 하다.) 저자는 간혹 듣기 힘든 독창적인 의견을 개진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곤 하는데 그럼 감탄하게 되곤 한다. 물어보면 그들은 바로 그런 '터무니 없는 책'을 어려서부터 탐독해 왔다는 대답을 많이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책은 뼈대없는 책, 킬링타임용으로 폄훼해 온 것도 사실이다. 특히 만화나 하이틴 로맨스는 더더욱. 이런 책을 학교에 가져가 담임 선생님 눈에 띄면 압수를 당하거나 그 자리에서 사지가 찢겨졌다. 것도 나름 트라우마다. 책 읽으라고 하곤 책을 찢는 건 어느 나라 법이란 말인가. 사회적으로 핍박 받아 온 거 맞다. 하지만 지나놓고 보면 그런 추억 하나쯤 있어야 어디 가서 왕년 소리 하면서 가오를 잡을 수도 있지 않을까.


저자가 이렇게 말하니 이 부분에서 어지간히 힘든 시절을 견뎌 왔나 보다. 왜 장르물의 훌륭함을 몰라주냐고 툴툴거리는 것을 넘어, "우리 이대로 사랑할 수 있게 해 주세요."라고 외치는 것도 같다. 가히 장르물 전문 출판사 사장님답다.(저자는 출판사 북스피어의 사장님이시다.) 그러면서 저자는 '라이트 노벨'에 주목해 달라고 한다. 라이트 노벨이란 무엇인가. 몇마디로 설명할 수 있나? 뭔가 알 것 같긴한데 설명하기는 애매하다. 그것은 문고본 판형으로 표지가 만화적 일러스트가 더해진, 중고생을 주요 독자층으로 하는 엔터테인먼트 소설이다. 미스테리, 판타지, 로맨스, SF가 혼재되어 있지만 '장르소설'로 분류할 수 없다. 더 나아가, 라이트 노벨의 범위는 매우 넓어서 때로는 장르나 순수문학까지 커버한다(202p~).


그러니까 어른들이 사춘기 아이들에게 죽어라 고전을 읽으라고 할 때, 죽어라고 안 읽고 다른 책을 읽고 있다면 그게 라이트노벨일 가능성은 거의 백퍼다. 예전에 이런 건 문학의 범주에 들어가지도 못했다. 그걸 저자는 무려 7페이지 반에 걸쳐서 설명해 놨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에 문학사대주의가 엄청났겠구나 싶기도 하다. 저자의 '터무니없는, 사회적으로 핍박 받은 책'이 그냥 볼멘 소리가 아니었다. 그러면서 그 글 말미에 이런 말을 한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의 문학 베스트 10위 안에 절반 이상이 라이트노벨이다. 상황이 이렇다면 라이트노벨이 한국의 독자(아마도 청소년)들에게 어떻게 소비되고 있는지, 그것이 어떤 의미이고 장차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 등에 대한 논의가 조금은 필요한 것이 아닐지.(그래서 그동안 한 번이라도 했나?) 지금부터 꼭 10년 전(이 책은 2015년 생이다) 장르소설도 라이트노벨 같은 흐름으로 '수입'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에 대한 아무런 논의도 없다가 뒤늦게 '한국의 스티븐 킹을 키워야 한다느니', '한국의 서점 매대가 외국 추리소설로 뒤발해 있다느니' 하는 호들갑과 개탄이 여기저기서 쏟아졌던 기억이 난다. 언제까지 '한국 소설의 경쟁력' 타령만 할 것인지, 한번쯤 진지하게 생각해 볼 일이다.(206p)

좀 뼈때리는 얘기 아닌가. 사람에게 족보와 민증이 중요하듯, 책도 계통과 체계를 만들면 누구도 감히 뭐라고 하지 못한다. 라이트노벨의 역사가 얼만데 언제까지 족보없고, 체계없다는 소릴 들어야 하는가. 마치 문학의 서자 혹은 이유없이 미움 받는 며느리 같다. 책 가지고 자기검열이 심하면 한국의 스티븐 킹, 한국 소설의 경쟁력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언제 스티븐 킹이 프로젝트가 낳은 적자라고 하던가. 좋은 책, 나쁜 책 구분하지 말고 무슨 책이든 맘껏 읽을 수 환경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근데, 우리가 잘 아는 철학자들은 철학책만 읽을 것 같지? 천만에. 비트겐슈타인은 그의 잘 생긴 평전에서, 제자 맬컴이 보내주는 미국의 대중 잡지에 실린 추리소설을 읽었다 한다. 그러면서 그는 수 백권의 소설 중 좋은 책이라 부를 만한 책이 두 권있는데 그 중 하나가 노버트 데이비스의 추리소설 ('두려운 접촉')이라고 했단다. (이 책은 현재 <탐정은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란 이름으로 나와있다.)


어디 그뿐인가, 헤밍웨이나 카뮈도 추리소설에서 영감을 얻었음을 굳이 부인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저자는 모든 사람이 추리소설을 읽을 필요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추리소설이 무익하거나 해악이라고 여기진 말라고 호소한다. 그러고 보면 저자가 맺힌 게 정말 많구나 싶다. 그러니까 다른 말로하면 음지에서 읽을 걸 양지에서 읽자는 말인 것 같다.


이 책은 라이트노벨뿐만 아니라 장르물에 대해 정말 맛깔스럽게 잘 써 놨다. 읽고 있으면 나 같은 문외한도 한번쯤 읽고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고, 저자가 '터무니 없는 책(장르물) 어딨까지 읽어 봤니?' 하며 잘난 척하는 것도 같은데 그게 밉지가 않다.


인터넷 서점에 하루면 몇 편씩 올라오는 리뷰(또는 페이퍼)를 보면 고전 아니면 신간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런 걸 보면 뭔가의 스토리가 읽혀지기도 한다. 이를테면, 사춘기 때 읽지 않은 고전을 성인이 되어 속죄하는 마음으로 읽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짐작해 본다. 그게 아니더라도 책이 좀 예쁜가. 그런데 오늘 지구에서 고전을 읽었다면 또 다른 행성을 개척한다는 마음으로 장르물도 읽어주는 것도 좋지 않을까. 그런 책 중엔 희대의 걸작도 있는 것으로 안다. (알고 있으면 공유해 주시라.)


이제 서평집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이 나왔다. 이 책은 그런 책 가운데 단연 블루오션이다. 나 같이 장르소설 안 읽는 사람이 읽기 딱 좋다. 그리고 어디가서 꿀리지 않고 아는 체하기 딱 좋다. 장르물에 대해 아는 체 하고 싶으면 이 책을 읽어라. 이 책에 소개된 책을 읽으면 더 좋고.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표지가 좀 구리다. 신경 좀 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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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1-10-31 22: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에게 추리 소설은 유익하다고 생각해요. 책을 읽으며 추리한다는 것 자체가 공부가 되지요. 청소년들에게 오히려 지루하게 읽힐 고전을 필독서로 선정하여 읽게 하는 교육이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책은 무조건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부터 읽히는 게 옳은 순서라고 생각해요.
통통 튀는 아이디어는 만화에서 많이 얻을 수 있는데 학부모들은 만화를 보면 질색하는 경향이 있죠.

stella.K 2021-11-01 10:35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그런 부모가 아직도 있다는 게 놀라워요.
그들도 어렸을 땐 다 만화 보고 자랐을텐데 말이어요.
사실 추리가 생각의 확장이란 측면에선 좋긴한데
밝은 느낌은 아니잖아요. 살인에서 시작하는 것도 많고.
아마 그래서 부모들은 권하지 않는 것 같아요.
저도 그런 건 좀 즐기는 편이 아니라서...ㅋ
학습 만화는 권장할 거예요.

새파랑 2021-10-31 23: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고전은 장르소설에 안들어가는 군요 ㅎㅎ 전 예전에는 추리소설을 가끔 읽었는데 어느 순간 잘 안읽게 되더라구요 ㅜㅜ 혹시 좋은 장르소설 있으면 알려주세요 ^^

stella.K 2021-11-01 10:38   좋아요 1 | URL
근데 셜록이나 루팡은 벌써 나온지 200년쯤 되지 않았나요?
그럼 뭐 고전이라고 해야겠죠.
새파랑님도 저랑 비슷하시네요.ㅎ

잠시만 기다리소서. 내 언제고 이 책에서 실한 것으로 사시미를 떠서
진상해 올리리다.ㅋㅋ

책읽는나무 2021-11-01 17: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초딩 6학년 짝꿍이 잘못했네...ㅜㅜ
서로 오작교 연결만 되었어도 추리소설로 시작해 장르의 깊은 세계로 빠졌을텐데 말이죠ㅋㅋㅋ
저도 어릴 때 셜록 홈즈 그 시리즈 읽어 대느라 정신 없었었네요.옆집 친구랑 같이 읽으면서 앞서거니 뒤서거니...경쟁하 듯 읽었고,맨날 둘이서 저 사람 어쩌고 저쩌고 추리 흉내내고..갑자기 그랬었던 추억이 돋네요^^
그랬었는데도 생각해 보니까 성인이 되면서 갑자기 장르쪽은 그리 많이 안읽어졌던 것 같아요.왜 그랬을까??
몇 년 전부터 스티븐 킹 책을 찾아 읽으면서 어머나~~숨어 있었던 추리극이 좀 살아나는 느낌이 들긴 하더라구요.
저자의 말처럼 폄하시 된 사회 분위기 탓도 작용해온 듯 합니다.잘 만들어 내는 북스피어 같은 출판사가 많아지고...그리고 우리나라에도 장르쪽 작가들이 더 많아진다면 기꺼이 읽을 수 있는 분위기가 되지 않을까요?
이제부터는 찾아서 읽어볼 노력을 해야겠네요^^

stella.K 2021-11-01 18:01   좋아요 1 | URL
ㅎㅎ 옛날 초딩하고 지금 초딩하고 좀 다르지 않을까요?
그땐 대놓고 하는 분위기가 아니라 알아서 하는 거죠 뭐.
저는 추리는 영화나 드라마로 본지라 책으로는 별로 읽은 게 없더라구요.
이 책 기회되시면 한 번 읽어보세요.
저자가 정말 재밌게 글을 잘 써요. 저는 기회가 좋아서 중고샵에서
천원에 샀는데 그런 기회 다시 있을까 싶어요.^^

희선 2021-11-02 00: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추리소설이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루팡이나 홈즈 알았지만 그런 게 책인지도 몰랐습니다 나중에 책이 있다는 거 알았을지도 모르겠네요 책을 보고도 시간이 흐른 다음에야 추리소설이라는 게 있다는 거 알았습니다 지금까지 본 거 많다고 할 수 없지만, 일본 소설이 많네요 어떻게 사람을 죽였는지 그런 건 몰라도 읽다보면 범인은 알기도 했어요 그런 것도 읽다보니 사람이 죽는 거 별로기도 하더군요 그래도 사회파 소설도 있으니 괜찮습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도 하니...


희선

stella.K 2021-11-02 16:08   좋아요 1 | URL
그러니까요.ㅎㅎ 부모가 추리소설을 자녀에게 권하지 않는 게
그런 거 때문인 것 같아요. 사람 죽이는 거 아무렇지도 않은 뭐 그런 이유.
그건 포르노 잡지나 폭력물을 염려하는 수준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그래도 살인 사건을 파헤치는 과정은 진짜 흥미진진하잖아요.^^

 

17살 소녀가 어느 날 납치되어 무려 7년 동안 방에 감금된다. 제목이 그래서 그렇지 사실은 가로 X 세로 3.5미터 남짓의 컨테이너 박스 같은 공간이다. 거기에 없는 것이 없다. 화장실은 물론이고, 샤워 시설도 있고, 간이 싱크대와 침대, 벽장도 있다. 그뿐인가, TV도 있고, 천정엔 조그만 창문도 뚫려있다. 더구나 그녀를 납치한 남자는 일주일에 한 번씩 생필품을 가지고 온다. (가지고 오면 한나절을 지내다 간다.)


처음에 소녀는 반항도 하고, 탈출도 감행하지 않았을까. 그러면서 서서히 납치범에게 길들여져 갔을 것이다. 소위 말하는 가스라이팅. 그러나 영화는 그 모든 있을 법한 상황들을 배제하고 그녀의 아들 닉의 5살 생일이 되는 날부터 시작을 한다. 사실 성별을 말하지 않으면 여자 아인 줄 착각하겠다. (이 아들 역은 '굿 보이즈'에 나왔던 제이콥 트렘블레이다.) 곱상한 외모에 머리를 태어나 한 번도 자르지 않았다. 이것은 또 이들 모자가 얼마나 오랫동안 갇혀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되기도 한다.


가스라이팅이 될 수밖에 없는 건 납치범 닉의 완력도 있겠지만 좀 허접해서 그렇지 방에 있을 건 다 있다. TV가 있어 세상 소식을 들어 볼 수 있고, 작지만 하늘도 바라볼 수 있다. 더구나 생필품을 공수해 주지 않는가. 최소한 굶어 죽을 일은 없다.


그러나 소녀 조이는 어느새 여인이 되었고 자신의 아이가 자라고 있다. 그것은 그녀가 언제까지나 무력하게만 있을 수 없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동시에 완전범죄는 결코 성공하지 못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되기도 한다. 다시 말하면 납치범 닉은 어설픈 납치범이라는 말이다. 그는 조이를 납치하는 데 성공을 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납치가 성공하려면 그녀에게 임신을 시키지 말았어야 했다는 말이다.


여자는 약해도 어머니는 강하다고, 룸에 자신만 있는 것 같으면 탈출 같은 건 꿈도 꾸지 않았을지 모른다. 자신은 룸에 갇힐지라도 아들은 그렇게 할 수가 없다. 어떻게든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게 해 줘야 한다. 하지만 잭은 이제 막 5살이 되었다. 탈출을 감행하기엔 아직 어린 나이다. 엄마와 TV가 전부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아이가 이 방을 나가야 한다는 걸 무엇으로 납득할 수 있겠는가. TV로 사물을 인식하는 것과 세상에 나가서 직접 몸으로 체득하는 건 확실히 다른 것이다. 바로 그것을 조이는 엄마로서 아들에게 길을 열어줘야 하는 것이다. 그럴 때 이들에게 필요한 건 용기다.


어느 날, 아들이 갑자기 고열에 시달리다 죽은 것으로 가장하고 카펫에 돌돌 말아 닉에게 맡긴다. 그러면 닉은 그런 줄만 알고 장례든 매장이든 한다며 잭을 바깥으로 반출할 것이 아닌가. 그렇게 룸을 빠져나간 잭의 시선이 참 인상적이다. 닉이 운전하는 차에 짐짝처럼 실려서 처음으로 본 세상과 하늘은 그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이고 동시에 벅찬 일이었을 것이다.


아무튼 잭의 탈출극은 처음 시도한 것치고는 아슬아슬했지만 성공적이었다. 그 덕분에 조이도 구출이 되고 납치범의 만행이 세상에 드러나게 된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거기서부터다. 조이는 방을 나가면 그리운 부모도 만나고 모든 것이 다 좋을 줄만 알았다. 하지만 막상 나오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 모든 것이 낯설고 새롭게 적응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더구나 그녀의 아버지가 무조건 자신을 받아주고 좋아해 줄 줄 알았는데 뭔가 모를 벽이 느껴진다. 거기서 오는 괴리감. 자신이 그럴진대 아들은 과연 세상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불안하기도 하다. 결국 그것을 폭발시킨다. 그런 불안한 엄마와 딸의 중첩된 감정을 조이 역을 맡은 브리 라슨은 실감 나게 연기한다.


어쩌면 아이는 어른 보다 현실 적응이 빠를지도 모른다. 어른이 된다는 건 자주 길을 잃어버린다는 것인지도 모르고. 영화는 어린아이의 심리를 잘 표현했다. 사회성이 아직 발달되지 않은 아이들은 종종 사물을 의인화한다. 잭도 갇혀있는 동안 그 안에 있는 사물을 모두 의인화한다. 그게 참 특별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오죽 친구가 그리웠으면 사물을 의인화할까 싶기도 하고, 어디서 들어왔는지 모르겠지만 쥐에게조차 친절을 베풀지 않는가.


여담이지만, 사물을 의인화하는 꼭 어린아이의 특징이라고 보여지지는 않는다. 어른도 가끔은 의인화한다. 단지 다른 게 있다면 아이들은 눈에 띄는 모든 걸 의인화하지만 어른은 선택적으로만 한다는 정도? 가령 나 같은 경우엔 버려지는 음식을 보면 이상하게도 안쓰러움이 있다. 이것들도 누군가의 위로 들어가 영양을 공급하는 에너지로 바뀌길 소망했을 것이다. 그런데 어떤 건 무사히 사람의 위에 도착이 되고 어떤 건 사람의 입에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버려져야 한다니 그것들의 입장에선 좀 억울하고 원통할 것도 같다. ㅋ 그뿐인가? 책의 원성은 어떻고.


별것 아닌 장면 일 수도 있는데,(사실 영화에서 별것 아닌 장면은 없다. 모든 건 철저하게 짜인 각본대로다. 별것 아닌데 지나칠 수 없다면 그걸 디테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잭이 엄마의 집에서 계단을 오르지 못해 비틀거리는 장면이 있다. 순간 아, 나도 저럴 때가 있었지 하며 잊고 있었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어렸을 때 살았던 집은 마당이 좁은 대신 옥상이 있었다. 거기에 오르는 계단이 제법 길었는데 난 너무 어려서 한동안 오르지 못했다. 그러다 조금 더 자라서 오르기 시작한 옥상은 아래에서 보던 세상과 너무 달랐다. 그렇게 세상을 깨우쳐 가기에도 아이는 너무 바쁘다.


조이가 그렇게 부모에게 화를 내고, 나는 좋은 엄마가 못 되는 것 같다고 자책한다. 그때 잭이 딱 한마디 한다. 그래도 엄마잖아. 그게 또 마음을 울린다. 세상의 모든 엄마는 자신이 좋은 엄마가 못 된다는 걸 너무 잘 아는지도 모른다. 그걸 아이도 알고. 그래도 엄마란다. 엄마는 역시 스스로 되는 게 아닌지도 모르겠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라고 한 김춘수의 시처럼 누군가 엄마가 되도록 해야 엄마가 되는가 보다.


영화는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요즘 들어 자발적 은둔자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사실 요즘의 세상이 굳이 사람을 만나거나 사귀지 않아도 크게 불편함이 없는 시스템이기도 하다. 인터넷과 sns가 있는데 뭐 굳이 귀찮게 사람을 만나고 사귄단 말인가. 게다가 인간이 좀 복잡한 구조로 되어있는 생물체인가. 오해도 잘하고, 삐지기도 잘 하고. 그걸 일일이 맞추기도 피곤하다. 우정이니 사랑이니 하는 것도 오래 지속되는 것도 아니고. 스스로 방에 갇히고 싶을 지경이다. 더구나 지금의 팬데믹은 자발적 은둔자를 만들기에 최적 아닌가. 자꾸 사람을 만나지 말라고 하니.


하지만 지금의 팬데믹이 어디 그렇기만 하겠는가. 그것의 전제는 은둔을 합리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배려를 바탕으로 한 거리 두기다. 인간은 절대로 혼자서 살 수 없다. 다소 힘들고 어렵더라도 함께 있는 이득이 혼자 있는 것보다 크다.


방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방은 혼자 있기 좋은 공간임에 틀림없다. 방은 깃들이고 쉬기 위한 공간이라고 생각해 왔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누구에겐 탈출을 위한 공간이고, 누구에겐 세상으로 나가기 위해 출격을 다짐하는 공간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한 가지 기억해야 하는 건, 어떤 의미가 됐든 거기에 언제나 머물 수 없다는 거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라고 한다. 소설이 먼저 나왔고 소설을 쓴 작가 엠마 도노휴가 시나리오를 써서 여러 유수한 영화제 각본상 후보에 올랐지만 실제로 수상으로 가지는 이어지지 못한 것 같다. 그래도 후보가 어딘가. 우리나라에 번역본이 나오긴 했지만 절판됐고 그나마 중고샵에선 일부 돌고 있는 것 같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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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1-10-29 01: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실제로는 더 오래 갇혀 살았나 봐요 뭐든 다 있다고 해도 한곳에만 갇혀 살면 답답할 듯합니다 사람 만나지 않는다 해도 사람은 밖에 나가기도 하잖아요 아이한테 세상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겠습니다 아이가 있어서 용기를 냈겠네요 밖으로 나왔을 때 다 좋기만 하지 않았군요 그것도 잘 넘겼겠지요 갇힌 것보다는 마음대로 다닐 수 있는 게 좋지요


희선

stella.K 2021-10-29 10:03   좋아요 1 | URL
솔직히 모든 것엔 양면성이 존재하잖아요.
알을 깨고 나온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니죠.
알을 깨고 나왔을 때 얻는 이익이 그전보다 더 크다면
다소간의 어려움이 있어도 나와야 하는 거죠.
직장생활이 그런 것 같아요. 분명 귀찮고 번거로운 일들이
많지만 그 자체는 꼭 나쁜 것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균형을 맞추는 게 어려운 거죠.
영화 괜찮습니다. 전 범죄 스릴런줄 알았는데
휴먼 드라마 같아요. 감독이 연출을 잘 했더만요.^^

페크pek0501 2021-10-30 14: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절판된 건 아쉽네요. 먼저 책을 보고 나서 영화를 보면 좋을 듯합니다.
가스라이팅. 이런 얘기 접할 때마다 인간의 비밀스런 실체가 한 꺼풀씩 벗겨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인간은 완전히 아는 게 불가능한 존재 같아요. 또 뭐가 있을지...

stella.K 2021-10-30 16:44   좋아요 1 | URL
그래도 중고로는 살 수 있어요.
그렇죠? 인간은 참 알다가도 모를 존재여요. 언니도 저 너무 많이 좋아 하지마세요. 그러다 언니 뒤에서 어흥~할 수도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