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의 수업
수산나 타마로 지음, 이현경 옮김 / 판미동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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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수산나 타미로는 나에겐 낮선 작가다. 이미 여러 권의 작품을 내놓았고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고 하는데 나는 이 작품이 처음이다.  서간문 형식을 취했다고 하는데 어찌보면 일종의 서사시처럼도 읽힌다.  그래서 문장이 서정적이고 아름답다.

 

그렇지. 사람은 몇몇개의 형용사와 명사로 자신을 규정하고 그속에 안주하길 바란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또 생각 보다 많은 사람들이 언제나 그속에 안주하도록 되어 있지 못하다. 소설속 주인공처럼 또는 그 보다 더한 고통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그랬을 때 소설속 주인공은 어떻게 그 고통을 벗어나는가 그 과정을 시적인 언어로 그렸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에겐 아니 어쩌면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에겐 불행은 가장 행복할 때나 평안할 때 또는 이제 겨우 살만하다 싶을 때 다가오지 않는가? 이렇게 얘기하면 각본 같다는 느낌도 든다. 하지만 불행은 누구도 피해가지 않는다는 건 진리다. 가족중 그렇게 불의의 사고가 아니더라도 같이 살다 평안속에 사별하게 되어도 그것 자체만으로도 슬픔이고 불행이 된다. 떠난 사람은 떠난 것이지만 남아 있는 사람에겐 많은 숙제가 남는 것이다. 인간은 왜 죽어야 하는가? 이렇게 고통스러울 때 신은 있는가? 우린 그 슬픔을 견디고 잊기 위해 무엇을 해야하는가? 아마도 이 질문이 작가에겐 제목대로 '영원의 수업'이 되었을 것이다. 

 

물론 우리도 꼭 책의 주인공처럼 따라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단 그런 슬픔이 닥쳤을 때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한 답은 각자가 가지고 있는 것이 좋지 않을까? 대부분은 시간이 가면 잊혀진다고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삶은 그러한 고통속에 또 다른 차원의 성숙으로 가는 티켓을 숨겨두고 있다. 그것을 알아가는 것이 이 수업의 목적은 아닐까?

 

삶 자체는 평안히 살기 위함도 아니고, 고통 자체로만 점철되어 있는 것도 아닐 것이다. 내 삶을 성숙시키기 위한 것이라면 그건 수업이 될 것이다. 인생은 평생 배우기 위함이라고 하지 않던가? 죽을 때까지 배우는 것이 인생이고, 사는 것 아니 살아내는 것 자체가 수업이라면 그건 배울만한 것이 될 것이다. 난 이 수업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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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5-03-12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수업이란 말이 좋습니다.
늘 인생 수업 중이에요.

stella.K 2015-03-13 10:41   좋아요 0 | URL
오, 언니! 이 짧고 못 쓴 리뷰에 댓글 달아 주시고
황송하옵니다.ㅎ
저는 학교 수업은 젬병인데 그 나머지는 다 수업 받는다고 생각하고
살고 있습니다.ㅋㅋ
 

나 같은 사람이 불금이 기다려지는 건 여느 사람의 그것과 같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불금하지 말란 법있나?  과거 토요일도 쎄 빠지게 일해야 하는 시절엔 일요일 보다 토요일이 더 좋은 것처럼 지금은 토요일도 휴일이 되다보니 금요일이 더 좋아지는 것 같다.

 

그건 꼭 <삼시세끼>에서 차승원의 현란한 요리 실력을 볼 수 있어서만도 아니다. 예전에 시즌1 때는 뭐 이런 프로가 있나 해서 <미생>과 함께 이어 보기에 좋았다. 하지만 지금은  <미생>이나 그에 버금가는 드라마를 하는 것도 아니라 차승원의 현란한 요리 솜씨에도 불구하고 띄엄띄엄 보게 된다. 그거야 본방이 아니어도 삼방, 사방까지도 하니까.

 

또 그렇게 된데는 난 역시 예능 보단 드라마를, 드라마 보다는 영화를 더 선호하는 편이라 역시 비슷한 시간대 괜찮은 드라마를 하게 되면 그걸 선호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내가 요즘 보는 드라마는  K2에서 하는 <스파이>란 드라마다.

 

이걸 보고 있노라면 정말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모든 건 돌고 도는 걸까? 과거 이념의 시대엔 이런 드라마가 먹히던 시절이 있었다. 옛날 나 어렸을 때 이미 고인이 된 이낙훈이란 탤런트가 반장을 맡았던 <추적>이란 드라마가 있었다. kbs도 제목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비슷한 반공 드라마가 있었다. 그런데 그게 80년대 중반 무렵부터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런데 최근 다시 등장한 것이다. 옛날엔 그야말로 반공 의식을 고취시키기 위한 거라면 지금은 본격 첩보 액션 드라마라고 해야하지 않을까? 

 

시작할 때 시그널 음악도 좋고, 배우의 연기력도 좋고 특히 사랑과 모성을 적당히 버무려 놓은 스토리 라인도 좋고 아무튼 제법이란 생각이 들어 오늘 밤도 기다려진다.    

 

                               

 

또한 JTBC에서 하는 <하녀들>이란 드라마는 정말 스토리가 좋다 싶다. 언제고 방송 드라마가 하녀라는 하층민을 소재로 삼은 적이 있던가? 옛날에 하층민 그것도 여자는 그것도 노비는 더더더군다나 주목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그것을 드라마 소재로 삼았다는 게 신선해 보인다. 특히 하인들이 양반을 골려먹는 장면은 깨알 같은 재미를 선사하고 통쾌함마저 든다. 정말 하층민이라고 순순히 당하기만 했을까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사실적이다. 

 

또 어찌보면 이 드라마는 예전에 TV 시리즈 보았던 <뿌리>를 연상케도 한다. 억압받는 흑인이나 우리나라 노비들이나 무엇이 다를까 싶은 것이다.

 

배우의 연기도 좋긴 한데 배우 박철민의 연기 변신은 실로 놀랍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한 그저 억지 웃음을 자아내는 정도의 능청스런 조연에 머물다 이번엔 양반으로 거듭나서 선인과 악인을 왔다갔다 하는 좋게 말해 냉철한 이미지의 소유자로 그 연기력을 뽐내고 있다. 

 

이 드라마는 예정대로라면 지금쯤 종영했을 드라마였다. 하지만 촬영장이 불이나는 바람에 겨우 1회를 하고 한동안 하지못하다가 다시 방송하는 드라마다. 예기치 않은 불운을 겪은 드라마인만큼 멋진 유종의 미를 거둬 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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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5-03-06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맞다. 하녀 불났지요. ㅎㅎ 하녀`라는 제목만 들으면 이제는 화제만 연상된다는...
왜 하녀를 만든 김기영 감독도 화재로 돌아가셨습니까....

stella.K 2015-03-06 18:46   좋아요 0 | URL
헉, 김기영 감독이 화재로 돌아가셨나요?
그것까지는 몰랐네요.
그러고 보면 촬영장이 그런 화재에 취약한가 봅니다.
제작비 아끼겠다고 촬영을 위한 구조물들이 싼 재질로 만들어서
그런 건 아닌지...

cyrus 2015-03-06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만간 드라마 비평문 몇 편이 나오겠어요. 혹시 새로 시작하는 주말 드라마도 보세요?

stella.K 2015-03-07 11:32   좋아요 0 | URL
ㅎㅎ 주말엔 드라마 잘 안 보는데...
하녀들이 토요일에 걸쳐서 하니까 아주 안 본다고 할 수는 없고.
이것때문에 징비록을 못 봤는데 다시보기로 볼 참이야.ㅋㅋ

yamoo 2015-03-13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드라마를 통 못봐서뤼~ 머라 드릴 말씀은 없습니다만...스텔라님의 페이퍼로 요즘 드라마가 뭐가 있는지 대충 알았네요..ㅎㅎ

사이러스님 말마따나 드라마 종영하면 비평문 하나 올려도 될듯합니다~ 기대하겠습니다!^^

stella.K 2015-03-13 20:03   좋아요 0 | URL
전 그저 생각나는 거 낙서처럼 올린 것뿐인데 비평문이라뇨?
당치 않으십니다.ㅎㅎㅎ
저의 비문을 이리도 기다리시는 분이 계신 줄은 몰랐습니다.
더 공들여서 잘 써야겠는데요?ㅋㅋ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기술 - 진정한 사랑을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연애 교과서’
안토니 보린체스 지음, 김유경 옮김 / 레디셋고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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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 제목이 여느 연애에 관한 책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책에 대한 호불호가 있지 않나 싶다. 연애를 갈망하는 사람은 그런 책에서 방법을 터득하고 실전에 써 먹기도 할 테지만, 싫어하는 사람은 사랑하는데 무슨 그런 책이 필요하냐고 손사래를 칠지 모르겠다. 마치 사랑의 욕구는 본능이며 굳이 책을 읽지 않아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 자존심이 걸린 문제가 아닌가? 그런 책(나부랭이)이나 읽고 연애를 해야한다면 나답지가 않다고 허세를 부려 보는 것이다. 자신이 무슨 돈 후앙의 후예쯤으로 착각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또 그런 것과 달리 막상 남이 하는 사랑은 낭만적이고 멋있어 보이는데 내가 하는 사랑은 어렵고 고난의 연속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이것을 인정하기가 싫은 것이다. 그렇다. 사랑은 의외로 어렵다. 내가 마음에 있어하는 상대는 다른 사람을 이미 좋아하거나 나에게 관심이 없고, 내가 관심 없어 하는 상대는 나를 좋다고 한다. 이런 경우는 더 심하다. 그 사람이 객관적으로든 주관적으로든 좋은 사람이긴 한데 막상 사랑의 순간이 오면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상대가 다가오는 것을 차단한다. 사랑을 원치 않는 것도 아닌데 왜 막상 다가오면 순간 뒤로 한발 물러서게 되는 것일까? 사랑을 시작하기도 전에 깨질까봐 두려운 것이다. 아니면 내가 이런 사람인데 이러고도 나를 좋아할까 시험하고 확인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이건 주로 개인의 문젠데 요즘엔 이것이 사회적인 문제가 되기도 한다. 돈과 스펙이 없으면 사랑할 수 없는 세대로 바뀌고 있다. 그래서 그것에 자격미달인 사람은 아예 사랑은 꿈도 꿀 수가 없다.  오래 전 들었던 말 중에 잊혀지지 않는 말은 '사람은 영이 있어서 (직감적으로)그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를 안다'는 말이었다. 그런데 이건 솔직히 낭만의 시대에나 통용될 수 있는 말은 아닐까? 요즘은 그렇지 않다보니 남녀관계를 너무 쉽게 규정하고 남자는 이렇더라, 여자는 저렇더라 하며 서로 험담한다. 사랑할 수 없는 바에야 그렇게라도 해서 나의 처지를 보상 받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이 낭만의 시대가 다시 회귀되었으면 하고 바라는 사람중의 한사람이다. 즉 갑순이와 갑돌이가 한 마을에서 사랑한다는 말이 폴폴 퍼져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 것이다. 그래도 이 낭만적 풍경이 아직 가능한 공간이 있다. TV 브라운관이 그것이다. 즉 남녀의 사랑을 미화시키기에 더 없이 좋은 드라마가 그것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를 보고도 대리만족을 하기보다 요즘 저런 사랑이 어딨냐고 반문한다면 우린 너무나 사랑없는 삭막한 세대에 사는 것이 될 것이다.

 

 그런데 더 문제는 사랑과 집착을 혼동하는 정신적 상태다. 이것 때문에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죽임을 당하기도 한다. 사랑을 하면 그 사랑을 가꿔 나가도록 해야하는데 나는 하나도 변하지 않으면서 사랑은 있는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이라며 내가 상대에게 받아들여지길 바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안 되면 서로 싸우고 상처를 내는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에 '우리는 사랑받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좋아해 달라고 요구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들인다. 하지만 사랑을 얻기 위해서는 그럴만한 사람이 되는 것이 가장 사랑하는 방법이다.(41p)'란 말이 정확히 맞는 얘기라고 생각한다. 왜 사랑하려고 노력하지 않는가? 사랑은 저비용 고효률이란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사람이 사랑하지 않고 어떻게  살 것인가? 사랑이 인생을 풍요롭게 하고 세상을 여유롭게 보도록 한다는 말에 누구든 동의할 것이다. 

 

이 책은 여느 자기계발류의 연애 방법을 나열한 책이 아니다. 사랑이 예술적 창의력의 산물이라면 심리학자가 쓴 과학적 기술을 서술한 책이다. 저명한 사회심리학자인 에히리 프롬이 '사랑의 기술'을 썼다. 우리는 사랑의 속성에 대해 소설이나 영화같이 감성적 사례로 알 수도 있겠지만 심리학 같은 과학적으로 측정 가능한 것으로도 알아야 한다. 이 책은 그것을 알기에 참고가 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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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15-03-06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목차를 보니 실험심리학에 충실한 책인거 같습니다. 프롬의 <사랑의 기술>과는 성격이 많이 다른 듯해 보입니다. 제가 가진 책 <첫 눈에 반하는 사랑>과 좀 비슷한 거 같습니다. 그런데, 이런 류의 책을 읽으면 많은 한계가 보입니다. 왜냐하면 성과 사랑을 `환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과학적 분석이 쓰잘데기 없는 것처럼 보이거든요~

어쨌거나 사랑이나 행복 같은 추상적인 것들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책들은 그 자체만으로 대단하긴 하지만 수긍하지 못하는 부분들이 산재합니다. 아무리 실험으로 뒷받침한다지만...뭐랄까, 그 전제에 동의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할까요..

여튼, 이런 류의 책은 그 의의와 한계가 명확하여 호불호가 확실히 갈립니다. 사랑을 책으로 논해봤자 쓰잘데기 없는 것 같지만 서도..ㅎ

신간인데, 미리 맛보기한 느낌입니다..ㅎ 잘 읽었어요~^^

stella.K 2015-03-06 18:05   좋아요 0 | URL
저도 이런 류의 책을 그리 선호하진 않습니다.
그런데 왠지 심리학자가 썼다니까 읽어보고 싶더라구요.
협찬 받은 책이거든요.
생각 보다 재미는 없었는데 다른 블로거들보면 별 다섯 개도 줬더라구요.
그런데 또 생각해 보면 우리가 정말 사랑을 잘하고 살까?
뭐 그런 생각이 들어요. 사랑과 집착을 혼동하기도 하고
아예 사랑을 못하는 사람도 있고. 그런 걸 생각하면 이런 책이
전혀 무익하다고도 할 수 없을 것 같고.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대충 쓴 리뷴데...
 

1. 아침에 영화를 보는 일이 여간해서 없는데 오늘은 영화를 봤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좋아하는 배우 오드리 헵번의 <티파니에서 아침을>을 하는데 어떻게 이걸 보지 않을 수 있을까?

 

 

나는 이 영화를 지금까지 두 번 정도 본 것 같다. 볼 때마다 오드리 헵번은 정말 매력적이란 생각이 든다. 그녀가 입고 나온 의상이나 머리 모양은 지금봐도 꽤 세련됐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오늘은 전체를 다 보지는 못했지만 어쨌든 보면서 든 생각은 영화가 정말 계산적으로 잘 짜여졌다는 것이다. 어쩌면 감독이 의도적으로 장면을 나누고 영화는 쇼라는 것을 보여주려 했는지도 모른다. 지금은 너무 작위적이어서 어떤 감독도 그렇게 할 생각을 안하겠지만 당시로는 나름 파격은 아니었을까? 

 

영화에서 보면 조지 페파드가 작가로 나오면서 어느 돈 많은 여자로부터 후원금을 받던데 작가가 후원금을 받는다는 건 생각 못해 봤는데 문예 발전을 위해 그런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들었다. 물론 이 영화에선 명목은 후원금이지만 그에 대한 댓가로 마음에도 없는 애인 노릇을 해야한다는 건 좀 거시기 하지만.

 

2. <하얀거탑>과 <밀회>를 연출한 안판석 PD가 새로운 드라마를 TV에서 보여주고 있는데 이번 드라마는 왠지 짜증이 난다. 뭐 드라마 연출자마다 자기 패턴이 있기 마련인데 안판석 역시 자기 패턴은 분명해 보인다. 상류층의 욕망과 위선, 오프 더 레코드를 의도적으로 보여준다는 건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것 같다.

 

그런데 이번 <풍문으로 들었소>란 드라마는 시작부터가 이상하게도 나를 짜증나게 만든다. 전작과 달리 드라마의 속도를 의도적으로 느리게 풀어 간다는 느낌도 드는데 그러다보니 쓸데없는 것에 너무 많은 공을 들인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특히 상류층의 부모가 자식의 불 같은 사랑에(물론 이럴 경우 단골 메뉴로 상대는 가난한 서민 출신이다) 이제까지 보여주지 않은 말하자면 '그들도 당황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면서 그들의 위선은 위선대로 보여주려고 하는가 본데 전체적으로 드는 생각은, 이 드라마가 무엇을 보여주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특히 사랑은 순수한 영혼끼리의 교감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부잣집 도령을 자처한 이준이 어설픈 사랑을 연기하는데 꼭 부자연스럽다고는 할 수 없어도 자연스러운 것 또한 아니란 생각이 든다. 요는 그동안 매스컴에서 직간접적으로 보여준 부자들과 그들 2세의 이미지가 워낙 고정된 것이 있어 이런 새로운 캐릭터가 눈에 거스리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이준의 연기가 좀 답답하다. 사랑해서 애까지 만들어 놓고 설설기는 게 누가 봐도 연기하는 티가 팍팍난다. 특히 대사빨 역시 죽이던데, 태어나고 보니까 우리집이라고 했던가? 뭐 그런 순수한 영혼이 내뱉을만한 대사를 날리던데 듣고 있으면 난 '태어날 때부터 진골이었어'란 말과 무엇이 다를까 싶었다. 

 

지금까지 4회를 했고, 어제는 보다가 아예 잠이 들어버렸다. 이 정도면 됐다 싶다. 솔직히 1, 2회 때 시청자를 사로잡는 뭔가가 없다면 아무리 좋은 연출가와 배우 그 다음에 보여질 이야기가 기가막힌 반전이 기다리고 있을지 몰라도 안 보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안 보는 드라마가 지성이 나오는 <킬미 힐미>고, 현빈이 좋지만 일찌감치 작파해버린 <지킬과 하이드와 나>다. 스토리가 하도 거지 같아 이 배우들의 연기를 보지 않는다는 건 좀 아쉬운 일이긴 하지만 난 이제 배우가 좋으면 무조건 보는 때는 지난 것 같다. 또 그런데 비해 오지호나 정유미 같은 탤런트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아닌데 그들이 나오는 <하녀들>이란 드라마는 눈에 불을 키고 본다. 왜? 스토리가 탄탄하고 좋아서.

 

이제 제발 어떤 배우가 좀 인기가 있다 싶으면 발정난 개마냥 카메라 앞에서 똥폼 잡게 만드는 연출가의 그 작위적인 연출은 좀 지양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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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5-03-04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도 여전히 오드리 햅번이 제일 미인인 거같습니다. 불변임... 거의 완벽함....

stella.K 2015-03-04 17:50   좋아요 0 | URL
제가 초기 이곳에서 서재활동을 할 때 서재 이미지를
오드리 헵번으로 했던 거 모르죠?ㅋㅋ

yamoo 2015-03-06 17:07   좋아요 0 | URL
저는 잉그리드 버그만..ㅎㅎ 불변임... 거의 완벽함...

stella.K 2015-03-06 18:30   좋아요 0 | URL
ㅎㅎㅎ 두 여인이 당대 최고 아니겠습니까? 쌍두마차.
저도 오드리 못지 않게 버그만을 좋아하죠.
다음은 리즈 테일러. 뭐 그런 순 아니겠습니까?^^

cyrus 2015-03-04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보는 유일한 드라마는 매주 8시 30분에 시작하는 ‘당신만이 내 사랑’이에요. 요즘 ‘압구정 백야’가 미디어에 많이 부각 되다보니 ‘당신만이 내 사랑’의 막장 설정도 별 거 아니더라고요. 역시 막장 드라마를 막장이라고 욕해도 끝까지 보게 되어 있어요.. ㅎㅎㅎ

stella.K 2015-03-04 17:59   좋아요 0 | URL
그 드라미 매일하는 일일 연속극 아닌가?
암튼 난 일일극은 안 봐.
매일 본방사수한다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아서.
미니시리즈도 이건 좀 땡긴다 싶은 것만 보지.
지성이나 현빈이 좋아하는 배운데 요즘 하는 드라마는 안 본다.
뭔가 손해인 것 같은데 내가 손해지 방송국이 손해는 아닌데
왠지 방송국 손해라고 비난하고 싶은 심보는 또 뭔지...ㅎㅎ

붉은돼지 2015-03-04 19:13   좋아요 0 | URL
역시 드라마는 일일드라마죠.
저녁이 있는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고 봐요~~
저도 요즘은 당신만이...보고 있습니다

stella.K 2015-03-05 11:24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저는 하루 일과를 마치고 이부자리 깔고 편안하게 보는
미니시리즈가 좋더라구요.
더 좋은 건 그 이후 불 끄고 보는 영화가 좋구요.
그런데 요즘엔 그것도 좀 힘들더군요. 잘 때가 많아서.
주말을 이용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ㅋㅋ

transient-guest 2015-03-05 0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드리 햅번의 리즈시절을 보면 지금 누구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죠. 예전에 전쟁과 평화에서 나타냐로 나왔던 기억, 그리고 나타샤 왈츠라는 그 음악을 국민학교 쉬는시간이 시작되는 음악으로 처음 접한 기억이 납니다.

stella.K 2015-03-05 11:26   좋아요 0 | URL
아, 맞아요. 전쟁과 평화에 나왔던 오드리 헵번 저도 기억해요.
그거 딱 한번 밖에 못 봤는데 ocn이나 cgv 같은데서 왜 안 해주나 모르겠어요.ㅠ

transient-guest 2015-03-06 06:39   좋아요 0 | URL
옛날에 해외영화는 극장/비디오보다 토요명화, 명화극장, 그리고 주말의 명화로만 보던 시절에는 단골프로들 중 하나였는데요.ㅎㅎ 이렇게 말하면 저도 연식이 좀 되어보이네요...
 

 

 

 

명절 연휴 동안은 각 방송사는 누가 누가 좋은 영화를 보여주나 경쟁에 돌입한다. 하지만 난 몇 편을 제외하고 이미 본 영화들이라 시큰하다. 한 영화 전문 채널에선 <조선 미녀 삼총사>를  해서 볼까 했는데 결국 10분만에 안 보는 걸로 결정했다. 나오는 여배우들이 미녀일지는 몰라도 난 그렇게 MSG 팍팍 쳐대는 영화는 이제 별로다. 

 

그렇게 <조선 미녀 삼총사>를 했던 같은 시각 또 다른 방송사에선 <끝까지 간다>란 영화를 했다. 이것 또한 딱히 끌렸던 영화는 아니다. 이건 제목만 봐도 엎어치고 매치는 남자 영화라는 게 자명한데 굳이 봐 줘야할 필요가 있을까 끝까지 선택을 유보한 영화였다. 그래도 <조선 미녀...> 보단 낫겠다 싶어 봤다. 그렇게 해서도 선택되는 영화가 있다니 역시 상대적이란 건 대단한 것 같다. 특히 선택의 범위가 다양한 가운데서 무엇은 무엇 보다 나아서 선택된다라니.

 

어쨌든 이 영화 웬지 모르게 스토리는 어디서 본듯하다. 그래서 새롭지는 않다. 중간중간 말도 안 되는 설정도 그렇고. 교도소 가고 싶지 않아 사체를 트렁크에 숨기고 나중엔 돌아간 자기 엄마 관에 같이 담아 땅에 묻는다는 설정과 그 과정이 솔직히 영화니까 봐주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더구나 대못 친 자기 엄마 관을 다시 뽑아내는 설정이라니. 가히 눈물 없인 봐 줄 수가 없다. 

 

제목 또한 애매하다. 누가 누구를 위해 끝까지 간다는 걸까? 이 영화는 이선균과 조진웅을 위한 영화고 더 자세히 보자면 조진웅이 이선균을 받혀주는 영화다. 쫓고 쫓기는 영화 그렇다면 이선균이 조진웅을 쫓는 건가, 아니면 조진웅이 이선균을 쫓는 건가? 물론 반전이 있긴 하다. 하지만 반전은 영화 3분의 2를 거진 다 보낸 상태에서 일어나는데 이걸 두고 끝까지 간다는 말이 나올 수 있는 건지 모르겠다.

 

아무튼 그건 고사하고 내가 말하려 하는 건 스토리는 그럭저럭한데 이 영화는 배우의 연기가 좋은 영화라는 것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이선균의 연기 보단 조진웅의 연기가 압권이다. 원래 스토리의 이론에서 보면 주인공 보다 적대자가 (때로는)더 매력적이어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이 영화는 그것에 충실하다. 조진웅이 몇년 전 모 주말 연속극에 조연으로 나올 때부터 눈빛이 남다르다 했더니 이 영화에서 이렇게 재대로 보여줄 줄이야. 그의 광기 어린 연기가 영화 샤이닝에 나왔던 잭 니콜슨을 연상하게도 한다.

 

조진웅이 장가를 가더니 살이 찐 건지 아니면 영화를 위해 살을 찌웠는지는 모르겠지만 대단한 마력을 발산한다.         

 

860만이 들었단다. 언젠가 한 번은 봤으면 하는 영화였는데 이번 연휴 때 한을 풀었다. 그런데 앞부분은 보지 못했다. 원래 판타지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지라 앞부분을 좀 보지 못했다고 해서 아쉬울 건 없다. 

 

어느 날 할머니가 20대 꽃처녀가 되었다. 누구는 인생을 다시 산다해도 20대는 안 산다고 쫑알거리지만 점점 나이들어 봐라. 다시 살고 싶은 때가 20대라는 걸 절감하게 될 것이다. 이것을 다시 살게 되었으니 어찌 아니 기쁘지 아니할까. 그래도 몸만 20대지 생각은 70대 할머니 그대로다. 그것도 막나가는. 

 

그런데 의문인 건  남자들이 과연 이런 캐릭터의 여자를 실제로 좋아할까 하는 것이다. 하긴 남자들 무조건 잘 한다고 엉덩이 두들겨 주는 사람 좋아한다고 하던데 영화에선 심은경이 딱 그 캐릭터다. 남자들은 요즘 여자들 같지 않다고 좋아한다는데 다른 배우가 이 역할을 맡았으면 어땠을까 상상이 안 갈 정도로 심은경은 배역을 잘 소화해 냈다.

 

솔직히 그녀는 분명 어린 아역 배우에서 숙녀로 성장한 건 분명한데 김유정이나 진지희 같은 아역 배우들하곤 차별성이 있다. 물론 김유정이니 진지희가 심은경 보다 어리고 아직 아역 배우란 꼬리표를 떼지 못했지만 얘네들이 앞으로 2, 3년만 지나면 어떤 배우가 될지 좀 빤하게 보이는 게 있어 별로 기대가 가지 않는다. 특히 진지희는 더 하다. 빵구똥구를 마구 외쳐대던 그 천방지축 귀여운 캐릭터는 어디로 가고 언제부턴가 자기 속을 내보이지 않는 그렇고 그런 깍쟁이 스타일로 가고 있다. 배역이나 실제로나. 이해 못하는 건 아닌데 배우는 카메라 앞에서 어떻게든 예쁘게 보이려고 안달을 내서는 안된다. 배역다워 인정 받는것이다.  그래서 과연 은 배우가 될지는 다소 의문스러워졌다. 그런데 비하면 심은경은 아역 때부터 자기 페이스를 잘 유지하며 가는 배우 같아 난 이 배우가 좀 기대가 된다.    

 

어쨌거나 스토리는 웬지 익숙해 보인다. 어디서 봤더라? 특히 종반부에 손주가 교통사고가 났는데 피가 모자라 전전긍긍할 때 수혈은 같은 혈액형인 할머니 즉 심은경이 해줘야 한다.  피를 쏟아내면 다시 할망구로 돌아가야 하고 생애 처음으로 가슴 두근 거리는 사랑을 만났는데 그 사랑도 쟁취하지 못하게 된다. 하지만 기꺼이 손주를 위해 늙어짐을 감수한다. 빤하지만 이해가 가는 대목이긴 하다. 솔직히 20대를 다시 경험해 보고 싶은 것뿐이지  실제로 20대를 다시 살고 싶은 것은 아니다. 20대를 다시 살면 똑같이 실수하고 어리버리하게 살 것을 아니까. 인생 자체가 원래 죽을 때까지 어리버리 한 거다. 그런 걸 누가 또 반복하고 싶겠는가 말이다. 그래서 다시 할머니로 돌아갔을 때 (청춘)놀이 잘했다고 하지 않는가. 인생을 놀이로 보는 여유도 나쁘진 않아 보인다. 그래서 이 영화는 공감을 얻을만하다. 

 

이진욱의 역할은 확실히 여자의 로망일뿐 실제로 이런 사람이 존재할 확률은 그렇게 많지 않아 보인다. 왜냐하면 남자들이 요즘 여자 같지 않아 심은경을 좋아하는 것처럼 여자 역시 요즘 남자들 안 좋아한다. 그래서 자꾸 영화나 드라마 같은데선 이진욱이 맡은 배역을 재생산 하는 거다. 그래서 왠지 시나리오를 쓴 작가가 여자는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아니면 여자 영화니까 여자를 잘 아는 남자 작가가 썼거나. 그런 의미에서 남자가 남자를 그리는 것돠 여자가 남자를 그리는 것엔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이 영화도 반전이 있는데 맨마지막 노인 박인환이 젊은 청년으로 변하는데 그게 또 하필 김수현이다. 진짜 어이없어 빵 터졌다. 자신이 젊어졌어도 아씨라 부르며 평생 사모한 할망구를 변함없이 좋아할 거라나? 진짜 웃기고 자빠졌다. 그걸 믿을 여자가 어딨겠는가? 할망구는 여자 아닌가? 뭐 웃자고 하나 만든 장면이긴한데, 어찌보면 다된 죽에 코 빠트린 것 같기도 하고, 순정을 은근 강요하는 것도 같고. 아무튼 과유불급이다. 어차피 영화가 다 그렇지 하며 입맛 다시면 그만이긴 하지만. 

 

아무튼 두 영화 모두 별점은 3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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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돼지 2015-02-22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수상한 그녀 한번 보고 싶었는데 이번에 잘 봤습니다~~ 나름 재미있게 봤어요 저는 별 4개... ㅎㅎ

stella.K 2015-02-23 10:25   좋아요 0 | URL
오, 점수가 후하신데요? ㅎㅎ
저는 영화에 그닥 점수가 후한 편이 아니라 3개도 비교적
높은 수준에 속하죠. 괜찮았어요.^^

페크pek0501 2015-02-23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글 많이 올리셨네요. 글 스피드가 날아다니시네요.ㅋㅋ

영화는 스토리뿐만 아니라 음악, 배경, 연기 등 여러 변수가 작용하는 거라서
좋은 영화를 만드는 것도 그만큼 힘들 것 같아요.

제가 가장 관심 갖는 건, 이런 상황에 놓이면 인간은 이렇게 된다 라는 것.
그런데 그게 의외의 결과이면서 동시에 공감이 갈 때 높은 점수를 주게 되어요.
인간에 대한 통찰력을 감상할 수 있는 대목이거든요.
예를 들면 <밀양> 같은 영화요.

영화이야기, 잘 읽고 갑니다. ^^

stella.K 2015-02-23 17:54   좋아요 0 | URL
아, 언니! 시댁을 잘 갔다 오셨습니까?
제가 날아다니나요? 그래도 투데이 참 안 올라가요.
옛날엔 쓰지 않는 날이 많아도 하루 100은 거뜬히 넘겼는데
요즘은 100 넘기기가 하늘의 별따기여요.ㅠ

맞아요. 그런 영화가 남죠.
옛날에 비해 영화 많이 안 보는 것 같아도 여전히 보게 되네요.
솔직히 tv에서 영화나 드라마 아니면 볼만한 게 없더라구요.
예능도 시큰하고.
어쨌든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