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 BOOn 9호 - 2015년
RHK일본문화콘텐츠연구소 편집부 엮음 / RHK일본문화콘텐츠연구소(월간지)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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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사실 내가 이 잡지를 읽어 볼 생각을 했던 건 순전히 착각에서 였다. 

작년 이맘 때 나는 후지와라 신야가 쓴 <겪어야 진짜>란 책을 읽었는데 왠지 이 사람에 대해 흥미가 갔다. 그런데 이번호에서 이 사람을 다룬다지 않는가? 혹하는 마음에 집어 들었던 거다. 그런데 왠걸, 신야는 맞는데 잡지가 다루고 있는 신야는 내가 알고 있는 그 신야가 아니었다. '다나카 신야'였던 것이다. 일본에선 나름 알아주는 소설가인가 본데 나는 이 작가를 여기서 새롭게 알게 되었다.  

그러면 그렇지. 좋은 일은 그렇게 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내가 알고 있는 신야는 소설가는 아니고 일종의 문화 운동을 하는 사람이다. 

하긴, 후지와라 신야도 처음부터 알고 읽기 시작한 것은 아니니, 다나카 신야도 지금 알면 되는 거 아난가?  덕분에 모르는 작가도 알게 되었으니 나쁘지는 않다. 

사실 다나카 신야는 우리나라에도 그다지 많이 알려진 작가는 아니다. 지난 2010년 가와바타 나스나리 수상작품집이 번역된 적이 있는데 거기에 <번데기>란 작품이 실리긴 했지만 그나마 이책은 품절 상태라 구하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잡지에 실린 그의 사진을 보니 나름 꽤 다부진 인상이다. 그래서일까? 그는 일본의 권위있는 문학상인 가와바타 야스나리 상과 함께 몇번의 고배 끝에 <도모구이>란 작품으로 아쿠타가와 상도 받았는데, 그때 시상식에 참석한 도쿄도지사가 그런 말을 했단다. 지금의 젊은 작가들에게 리얼리티가 결여됐다(23p)고. 그러자 다나카 신야가 이렇게 받아쳤다고 한다.

"아마 셜리 맥클레인이었다고 생각합니다만, 몇 번이나 아카데미상 후보가 돼서 마지막에 받았을 때 '내가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는 것 같은데요, 뭐 대략 그런 느낌입니다. 네 번이나 떨어뜨려진 뒤니까 이쯤에서 거절해 주는 것이 예의라고 하면 예의입니다만 저는 예의를 모르므로, 혹시 거절했다고 듣고 소심한 심사 위원이 쓰러지거나 하면 도쿄도의 행정이 혼란하므로 도지사 각하와 도쿄도민 여러분을 위해 받아주겠다, 입니다. 저기, 얼른 끝냅시다" (23p) 

도쿄도지사가 요즘 작가에게 리얼리티가 없다고 일침을 가한 것도 놀랍기도 하지만 다나카 신야가 시상식에서 그런 말을 했다는 것 또한 놀랍다. 난 이 도지사가 문학평론가쯤 되는 줄 알았는데 일본은 일개(?)의 도지사가 이런 말도 하는가 보다. 요즘 우리나라는 어느 유명 작가의 표절로 시끄러운데 그 말은 우리가 들어야 할 말 아닌가? 우리나라 작가들 리얼리티가 떨어지니까 표절도 하는 거 아니겠는가?

그런데 작가가 이런 말로 받아치는 게 의외이긴 하지만 나에겐 일단 눈도장 한번 확실하게 찍는구나 해서 관심이 간다. 하지만 왠지 그의 작품은 쉽게 읽을 수 있을 것 같긴 하지만 말이다.

 

또한 소설 <일식>으로 유명한 히라노 게이치로의 인터뷰도 읽을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그렇다고 잡지는 일본의 문예지를 표방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일본의 주목 받는 작가도 소개하지만 문화 전반의 것들을 다양하게 다루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이번호에서 다루고 있는 두 편의 에세이가 눈에 띄었다. 그 하나는 '헤이안 시대 궁정 여인의 삶'과 또 하나는 '한일의 경계를 산 사람들, 세스페데스 신부를 기억하며'다.

특별히 '한일 경계를 산 사람들....'에서 세스페데스 신부는 1500년대를 살았던 스페인 신부로 일본인 60만이 카톨릭을 믿게 된 예수회 소속 신부라고 한다. 또한 그는 우리나라로 치면 임진왜란을 직접 겪고 본 신부이기도 한데, 지난 드라마 <이순신>이나 현재 방영되고 있는 <징비록>에서 익히 들어 알고 있는 고니시 유키나가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게 되서 이건 정말 꿀팁이다 싶다.

또한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일본에선 젊은이들이 어떤 유행어를 쓰고 있는지 비교해서 다룬 글이라든지, 우리나라에 현재 번역되어 나온 일본의 신간들과 주목 받는 책들의 서평을 읽는 것도 좋았다고 생각한다. 그밖에도 여러 읽을 것들이 쏠쏠하다.

 

솔직히 난 남의 나라 문화에 대해 그다지 관심이 없다. 내 나라 문화도 모르는 것이 많은데 남의 나라에 대해 뭐 그리 관심이 많겠는가. 하지만 이 잡지는 일본문화에 대해 나름 진지하면서도 흥미롭게 다루고 있어 앞으로 종종 관심을 같고 읽고 싶어질 것 같다. 흔히 우리나라는 일본과 정치적으론 그다지 좋은 사이는 아니지만 문화적인 면에선 많은 부분 비교가 되기도 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잡지 대비 가격도 적당한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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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6-23 1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님의 글을 읽다가 문득 이 생각을 했어요.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추리소설 같은 전문 장르문학 잡지가 활발히 나오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이런 잡지가 우리나라에 나온다면 장르소설 마니아들이 좋아할 것 같아요. 그런데 이런 특수 장르 잡지가 안 팔리면 1년도 못 가고 폐간되는 현실이 아쉬워요.

stella.K 2015-06-24 12:07   좋아요 0 | URL
솔직히 이 잡지도 얼마나 갈지 의문이야.
나름 괜찮은 잡지라고 생각해. 울나라랑 일본이랑
문화 비교도 할 수 있고.
격월로 발행한다는데 오래 갔으면 좋겠어.

이번에 문학동네에서 미스테리아 잡지 나왔잖아.
그리고 이와 비슷한 잡지가 언제부턴가 나오기 시작했는가 본데
지금은 우리나라도 순수소설 보다 장르소설을 선호하는 편 아닌가?
기대해 봐도 좋을 것 같다.

참고로 나도 미스테리아를 예스24에 주문했봤어.
창간호니까 어떤가 싶어서. 근데 며칠째 안 오고 있다.
다른 책과 함께 신청했는데 그게 나온지 좀 오래 된 책이거든.
완전 끝장이다.ㅠ

페크pek0501 2015-06-23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은 관심사가 다양하네요. 이런 책도 읽으시다니...

오래전, 루스 베네딕트 저, <국화와 칼>을 읽으면서 일본과 우리나라의 문화가 이렇게 비슷한 점이 있나, 그랬어요. 마치 우리나라에 대한 글을 읽는 느낌이 들었어요.
아마도 같은 동아시아의 나라이기에 그런가 봐요. 사실 그 책을 읽기 전엔 일본이 우리나라와 얼마나 다른가에 관심이 갔었죠.
그래도 두 나라의 다른 점은 분명히 있죠. 소설을 읽어도 참 많이 다른 것 같아요.
다른 나라와 비교함으로써 비로소 우리의 얼굴을 확실히 알게 되는 것 같아요. 소설을 통해서도요.

stella.K 2015-06-24 12:13   좋아요 0 | URL
ㅎㅎ 모처에서 협찬 받아서 읽어 본 거예요.
사실 우리나라랑 일본이랑 중국이 조금씩 닮아 있잖아요.
전 우리나라가 인간성은 중국이랑 많이 닮은 것 같고
문화는 일본과 많이 닮고 그런 거 같던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원래 음흉하잖아요. 아닌가?ㅎㅎ

같은 출판사에서 중국문화를 다룬 잡지도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같이 비교해 보면 좋을 것 같은데 제가 워낙 잡자를 안 보는 주의라
생각만...^^
 

모르긴 해도 당분간은 이 책이 뜰지도 모르겠다.

급한대로 문제적 작품으로 지목되고 있는 그 작품이 이 책에 수록되어 있으니.

 

그리고 어느 출판사는 발 빠르게 미시마 유키오의 작품들 재출간 한다고 하지 않을까?

미시마 유키오, 그는 누구인가? 떡 본 김에 제사 드린다고 이참에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덕분에 이문열도 좀 뜨려나?

 

이래저래 올해는 우리나라가 일본에 좋은 일 많이 시킨다.

메르스나 얼른 한풀 꺾였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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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5-06-19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님 덕분에 알게 된 게 있네요. 제가 <우국>을 읽지 않은 줄 알았어요.
미시마 유끼오의 작품은 <금각사>만 읽은 줄 알았어요.
그런데 이 책 시리즈 2번이라면 `죽음`편인데 이 책을 읽었으니 <우국>을 읽은 거죠.
이 책이 10권까지 있는데 그중 저는 다섯 권을 읽었답니다.
이렇게 좋은 단편소설만 집중해 놓은 책 시리즈를 발견하고 흥분하며 읽었던 기억이 나요.
이문열 작가의 얼굴이 새겨진 표지의 책이니 꽤 오래전에 나온 책입니다.
그 책이 이런 표지로 바뀌었네요.
(단편소설은 책 제목을 일일이 기억하기 힘들어요. 이 책만 해도 열 편의 단편소설이 들어 있으니...)

stella.K 2015-06-20 14:29   좋아요 0 | URL
아, 언니! 저는 언니 덕분에 무플을 면했어요. 얼마나 감사한지...ㅠㅠㅋ

저도 이번에 우국이 단행본으로 나와 있을 리는 없고 어디서 찾아 보나
했더니 의외로 쉽게 찾았어요.
전 솔직히 이책이 처음 나왔을 때 읽으면 좋겠다 생각하곤 오랜 세월
잊고 있었어요. 이문열이 어떠니 저떠니 해도 이런 책 편찬한 건
정말 고마워 해야할 일이지요.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읽어 봐야겠다 그런 생각이 드네요.
책값도 착하잖아요.^^

2015-06-21 13: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21 16: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21 17: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21 19: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23 1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23 13: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명작에게 사랑을 묻다 - 명사들의 삶과 사랑 그리고 위대한 작품
이동연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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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들의 감춰진 삶의 이면을 읽는다는 건 확실히 흥미롭다. 그 중에서도 그들의 연애사는 단연 으뜸일 것이다. 보통은 예술가들이 연애를 잘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그들의 정체는 뭘까? 연애를 잘 하기 때문에 예술가가 된 것일까 아니면 예술을 하니까 연애도 자연스럽게 잘하게 된 것일까? 

알다시피 뮤즈란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신 중 하나로 예술을 관장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것을 사랑하는 대상을 지칭할 때 사용하길 좋아한다. 그러나 예술가의 애인에게 이것만큼 잘 어울리는 대명사가 또 있을까? 이 책은 예술가들의 사랑하는 사람과 그것이 예술에 미친 상관관계를 소개한 책이다.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아내가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졌다고 생각해서 그 질투의 마음을 소설 <크로이처 소나타>란 썼던 톨스토이. 확실히 예술은 현실을 반영한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한다고나 할까?

전쟁의 참상을 알리고자 평생 다섯 곳의 전장을 누비며 총알 사이로 사진을 찍었던 로버트 카파. 그에게도 평생 사랑하는 연인이 있었지만 같은 사진 기자였기에 결혼을 하면 오히려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없을 거라는 연인의 말에 사랑을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그 사랑은 찰라에서 영원으로의 사랑으로 죽어서 이룬 신화 같은 사랑되어 버렸다.

또한 평생 빚을 갚기 위해 하루 60잔의 커피를 마시며 글을 써야했던 발자크. 그것이 위대한 문학혼을 낳았다고 우리는 단순히 알고 있었지만, 이 책을 읽어보면 더 크고 발칙한 사연이 덧붙여져 있다.

평생 빚을 갚기 위해서만 글을 써야 한다면 차라리 죽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창작의 고통을 안다면 말이다. 그러나 그는 죽지 않았고 더 많은 연인과의 염문과 향락을 위해 글을 쓰기도 했다. 그리고 그것은 소설계의 나폴레옹이란 야심을 품게 만들었다. 

역시 발자크답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난 그런 그에게 속으로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그것은 그의 허세스러움과 몽상 같은 꿈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어떤 방법으로든지 그것이 남에게 환영을 받던 비난을 받던 사람은 자기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고 확장시켜 나가야 한다. 그리고 그는 그것을 실천했던 사람으로 보여졌기 때문이다. 빚에 쪼들린다고 불행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는 살면서 나름의 낭만을 즐겼던 사람이다. 사람은 확실히 사는 낭만을 알아야 살 수 있다.

보들레르는 또 어떤가? 평생 잔 뒤발과 폴로니 사바티에 두 여인을 사랑하면서 하나는 밤의 감성을, 다른 한쪽의 낮의 이성을 오가며 어찌보면 사랑의 지옥과 천국, 어두운 면과 밝은 면, 선과 악을 동시에 경험하며 사랑과 정염의 화신이 됐던 건 아닐까?

이 책은 이렇게 총 25명의 역사에 길이 남을 예술가들의 삶과 사랑을 펼쳐보이고 있다. 약간의 아쉬움이라면 저 25명 중 3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남자라는 점인데, 역사라는 게 거의 대부분 남자의 이야기고 보면 이렇게 엮은 것도 무리는 아니겠다 싶다. 또 사랑이란 게 종종 벌이 꽃을 보고 달려 드는 형국으로 묘사되는 것을 보면, 사랑의 역사도 여자가 남자를 사랑하는 것 보다 남자가 여자를 사랑하는 게 주가 되지 않던가?

이 책은 평이하긴 하지만 내가 잘 모르는 부분을 확실하게 집어주고 있어 고맙기도 하다. 예를들면 조루주 상드 같은 경우 우린 흔히 여자 카사노바로 모든 남자를 첫눈에 무력화시키는 마력을 지닌 사람으로 알지만, 책을 보면 그녀가 사랑을 이루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가가 보여진다. 그걸 알고나니 상드에게 정감이 간다.

하지만 뮤즈로서 가장 확실한 인물은 역시 루 살로메는 아니었을까 싶다.

그녀는 당대 최고의 지성 이를테면 니체나 프로이트를 자신의 발 앞에 무릎꿇게 만들었던 사람이다. 더구나 사랑은 하되 육체는 허용하지 않는다는 연애 방정식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니 상대는 얼마나 애간장이 녹았을까? 그랬던 그녀가 릴케에게는 몸을 허락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릴케는 물론이고 그녀를 사랑한 사랑의 최후는 그다지 행복하지는 않았다. 그러니 루 살로메야 말로 뮤즈의 진정한 마성을 지녔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본인은 그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어쨌든 읽다보면, 예술하는 사람은 사랑을 잘할 거라는 환상이 이 책에서 다소 깨어지는 느낌이다. 연애를 잘하고 못하고는 그 사람의 성격에 달린 거지 예술을 하기 때문에 연애를 잘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물론 뭔가를 할 줄 안다는 것 또는 그것으로 인해 유명해지면 연애하는데 도움이 되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예술을 하기 때문에 연애도 잘할 것이라는 건 섣부른 판단인지도 모르겠다. 단지 그들은 사랑을 자신의 예술에 승화시킬 줄 안다는 면에서 확대 해석이 가능하지 않을까? 또한 예술인이라고 사랑을 더 아름답고 성숙하게 할 거란 편견도 삼가해야 할 것 같다.  

이 책은 사랑과 예술에 대한 빠르고도 얕은 꿀팁을 제공해 준다. 그냥 교양서 정도로 읽어주면 좋을 것 같고, 오타가 군데군데 눈에 띈다는 흠이 있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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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6-16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 한 번도 안 피고, 반려자 한 사람만 사랑하다가 살다 간 예술가를 꼽으라면 이중섭, 마그리트, 백석, 천상병이 떠올려요. 이 사람들 말고 더 있을 텐데 평범함을 뛰어넘는 열정적인(?) 사랑을 하다 간 예술가들이 너무 많아서 그런지 더 이상 생각이 나지 않네요. ^^;;

stella.K 2015-06-16 18:13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예술가들 바람둥이일 것 같지만 우리가 몰라서 그렇지
의외로 깨끗한 사람도 많아.
마루야마 겐지도 그렇고, 하루키도 있잖아. 박목월도 있고.ㅋ
난 작가도 성직자 못지않게 정결해야 한다고 봐.ㅋ

푸른기침 2015-06-18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술가가 아니라 예술가의 심정을 이해 못하고 오늘도 커피나 홀짝이고 있습니다. ㅎ

굿밤요~~~

stella.K 2015-06-19 11:55   좋아요 0 | URL
ㅎㅎ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어제 교회에서 모 대학 부속 병원에서 행정 일을 하는 지인으로부터 언론에서 듣는 메르스와 실제로 겪는 것과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를 들어 보았다. 그런데 그게 참 의외로 생각보다 놀라웠다.

 

같은 병원 간호사로 일하는 사람이 무슨 일 때문에 택시를 타고 출근을 하는데 그 택시가 그쪽으론 가지 않는다며 승차 거부를 당했단다. 말이 그쪽으로 가지 않는다는 거지 그 사람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또한 모 치킨 배달 업체도 그 병원엔 배달을 안 간다고 딱지를 놓고. 

격리된 환자들 현재 어떻게 지내고 있느냐고 물어 보았더니 그냥 병원에서 아무 일도 안하고 주는 밥과 간식 먹고 지낸다고 한다.

 

확실히 도가 넘는 공포란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승차 거부를 당하고 배달을 못한다면 이건 명백한 차별 아닌가? 또한 뭐 멀쩡한 것은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아주 환자라고도 할 수 없는 사람을 격리가 필요하다는 이유만으로 병원에 가두는 건 좀 우습지 않나?   

 

그렇다면 사망자는 어떻게 볼 것인가? 그건 그전부터 병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그 바이러스가 만나서 사망에 이른 것이지 순수하게 그것 때문에 사망자가 생긴 것은 아니라고 한다(물론 그런 상황에서 오늘 건강했던 30대 남자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은 것 같은데 아무튼).

 

옛적부터 바이러스는 항상 있어왔다. 메르스이기 때문에 특별히 더 위험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렇다고 이제와 백신을 만드는 것도 그렇고. 과거에도 여러 바이러스가 있어왔지만 그것을 이겨내는 방법은 잘 먹고, 잘 쉬고, 잘 닦고 그래서 면역력이 좋아지면 대부분의 바이러스는 이겨낸다고 한다.

 

지나치게 언론에서 공포를 조장하는 것도 문제가 있고, 언제나 그래왔듯이 이것도 대중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한 언론과 정치의 합작품은 아닌지 의심해 봐야하지 않을까? 그렇지 않아도 어제 한 소리 듣고 오긴했다. 그게 진짠지는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 여파를 감당하기에 서민들의 희생이 너무 크다. 장사가 안 되고 경제가 휘청거릴 정돈데 위에 계신 분들 적당히 좀 하셨으면 좋겠다. 자기네들 좋자고 나라를 망하게 해서야 되겠는가?  한숨이 절로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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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배운다 애거사 크리스티 스페셜 컬렉션 6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공경희 옮김 / 포레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추리의 여왕이란 수식어가 그냥 붙은 말이 아님을 새삼 깨닫는다.

물론 이 소설은 추리로만 자신의 소설을 다 표현할 수 없어 메리 웨스트매콧이라는 필명으로 본격소설을 쓴 것 중 하나다. 하지만 역시 약간의 추리 기법이 여기서도 언뜻 보여진다. 

 

무엇보다 애거사 크리스트는 인간의 심리를 예리하게 묘파하는 재주를 지닌 것 같다. 죽은 오빠대신 태어난 셜리. 동생이라 사랑하고 예뻐할 것 같지만 주인공 로라는 동생이 없어지길 바란다. 그래야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 할 수 있을 테니까. 그래서 몇번이나 지신이 동생을 놓쳐 바닥에 떨어트리는 상황을 상상한다. 이는 어쩌면 가인과 아벨 콤플렉스의 또 다른 변형처럼도 보인다.  

 

이 부분을 읽는데 솔직히 나 역시 약간의 마음의 찔림을 받았다. 솔직히 로라처럼 아기를 안다가 실수로 땅바닥에 떨어트리지는 않더라도 나의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형제 또는 자매를 언덕 비탈에서 밀어 굴려버리던가, 방문 모서리 틈에 일부러 손가락을 끼게 만들어 다치게 만드는 일을 상상하거나 슬쩍 해 버리는 실수(?)를 누구든 하지 않나? 

       

그러고 보면 아이들은 천사니 동심은 맑다는 둥 하는 말은 그렇게 되길 바라는 어른의 바람을 투사시킨 말은 아닐까 싶다. 아이들이 얼마나 이기적인지는 그 아이를 키운 부모는 이미 알고 있다. 그리고 그 아이들을 보면서 자신들도 어렸을 때 이런 마음을 가졌던 적이 있음을 발견하고 놀라기도 한다. 

 

사실 아기가 자라는 동안 부모는 가장 예민해져서 주의력이 최고조에 이를 것 같지만 의외로 그런 것에 취약하다. 비록 악의는 없다고 해도 은연 중 아이들에 대한 생각을 거침없이 말하는 그것이다. 누가 듣거나 말거나 간에. 그럼 그것이 아이들에겐 비수가 되는 것이다. 어린 로라를 두고 그녀의 부모가 뭐라고 말하는지 책에서 직접 확인해 보라. 아무리 소설이라고 하지만 우리의 부모들은 언뜻언뜻 비교하는 말을 서슴없이 잘 한다. 무의식스럽게.

 

그러다 어떤 계기에 이런 아이들의 형제에 대한 적의에 가까운 질투가 사랑으로 바뀌는 일이 있다. 로라는 그 계기가 바로 화재였다. 화마 가운데에서 건져낸 내 동생! 위험한 상황에서 극적으로 건져냈기에 내 동생은 미워할 존재가 아니라 사랑해 줘야할 존재임을 깨닫는다. 거기엔 어떤 심리적 기저가 있는 것일까? 불에 데인 듯, 자신이 어떻게 이런 사랑스러운 동생을 두고 그런 못된 마음을 품을 수 있었을까? 자신을 자책하는 마음이 컸을 것이다. 그러니까 타인이 없어져 주길 바라는 이기적인 마음은 어떤 것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말이다. 인간의 양심이 불가항력적으로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말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건 또 트라우마처럼 아니 어쩌면 원죄처럼 남아서 사랑인지 집착인지도 모를 사랑을 로라는 평생토록 동생에게 쏟아 붓는 것이다. 하지만 그건 이 소설에선 그다지 비정상적이지는 않다. 충분히 인지 가능한 거고 로라도 이것을 경계해서 마음엔 들지 않지만 동생이 선택한 남자와 결혼할 수 있도록 허락한 것이다. 하지만 그리 행복하지 않은 결혼 생활을 하는 동생을 보며 셜리는 동생을 위해 모종의 결단을 내린다. 물론 결정적일 때. 그리고 그것은 그래야만 동생이 행복할 수 있다고 정당성을 부여하기까지 하는 것이다. 

 

어찌보면 이 이야기는 성경에 입각한 인간의 원죄 의식과 정죄 의식을 애거서 크리스티 특유의 방법으로 풀어낸 이야기 같다. 또한 그것은 지나치게 의도적이거나 작위적이지도 않으며 특유의 통찰과 사유와 은유로 풀어간 가히 명작이다 싶다. 어찌보면 로라를 사랑하는 루엘린은 성경에 다윗의 죄악을 깨닫게 했던 나단 선지자는 아니었을까?

 

인간은 어느 때 가장 교만해지는가? 우린 흔히 뭔가를 할 줄 알고, 인정 받을 때 교만해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인간 교만의 최고 절정은 누군가를 사랑할 때다. 원래 교만은 인간이 신과 같아 질려고 하는 마음을 일컬음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뭔가를 해 주는 것이 뭐 그리 잘못된 것인가? 그게 아니라 그렇게 해 주는 순간 그 마음이 이미 신의 마음과 같아져서 바로 그것이 교만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또 소설에서 한 마디로 잘 표현되어 있다. "왜 우리는 자기가 남들에게 최선이 뭔지 안다고 생각할까요?"(306p)라고. 그러고 보면 애거사의 사유의 깊이는 가히 참 놀랍다 싶다. 어떻게 그것을 이렇게도 명징하게 서술할 수 있을까? 

 

나는 앞의 2부까지는 로라와 셜리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가 펼쳐지다 왜 갑자기 3부에서 루엘린이 갑자기 나오는 것인지 다소 뜬금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끝까지 읽어봐야 그 내용을 다 알 수 있는 그녀의 영리한 서술 방식에 새삼 박수를 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고 보면 사랑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 어디든 누구든 사랑하라고 말하지만 이 사랑이 참 쉽지가 않다. 사랑은 받을 때 보다 줄 때가 더 좋은 거라고 말하지만 주는 사랑에도 함정은 있다. 

 

원래 이 책의 원제는 '짐 The Bunden'이라고 한다. 애거사 크리스티는. "우리의 반감이라는 짐, 미움이라는 짐, 그리고 사랑이라는 짐 "을 신이 짊어진다고 말한다. 또 짧은 오솔길이라 생각하고 들어선 숲이 어디까지 계속될지 모르며 밖으로 나가는 지점은 이미 정해져 있으니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발길을 돌릴지 계속 나아갈지를 결정하는 일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과연 의미있는 말이다. 

 

인간이 다루는 모든 이야기는 반면교사인 경우가 많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사랑 결핍이거나 사랑 과잉이거나 둘 중 하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세상에서 이 작품을 읽어보는 것도 좋은 배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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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6-03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수문학으로서의 크리스티의 재능을 확인할 수 있는 소설이군요. 출판사가 번역본 제목을 잘 지었어요. ^^

stella.K 2015-06-04 17:18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야. 애거사 여사가 추리만 잘 하는 줄 알았더니
사유가 나름 깊더군.
난 아직 여사님의 책을 못 읽어 봤는데 몇 권 더 읽고 싶어졌어.^^

페크pek0501 2015-06-06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를 재밌게 잘 읽었어요.

아주 오래전 이 작가의 추리소설에 반한 적이 있는 것 같고(기억이 가물가물~)
(이 작가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영화를 티브이에서 많이 보기도 했죠. 그땐 이 작가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영화를 많이 보여 줬던 것 같아요.
제가 우리 큰애한테 이 작가의 작품으로 영어 공부를 하라고 한 적도 있어요.
단문이 많고 좋은 문장이 많은 것 같아서요.

stella.K 2015-06-06 11:07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ㅎ
예전에 많이 했었죠. 특히 오리엔트 특급이란 영화는
제가 좋아하는 배우들이 대거 등장했었는데 전 그 영화를
봤는지 안 봤는지 기억이 안나요.
아마 안 봤을 것 같다는..ㅠ

2015-06-06 1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06 16: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푸른기침 2015-06-10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문판 전집을 부지런히 읽던 아주 오래전이 갑자기 떠오르네요. ㅎ
삶...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좋고도 좋은 하루하루 보내세요^^

stella.K 2015-06-11 13:08   좋아요 0 | URL
헉, 푸른기침님!
이렇게 홀연히 제 서재에 나타나 주시다뇨...
놀라고 반가울 다름입니다. 잘 지내시죠?
제가 이래서 서재질을 놓을 수 없나 봅니다.ㅠㅠ
님도 좋고도 좋은 하루하루 보내세요.
가끔 나타나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푸른기침 2015-06-11 17:29   좋아요 0 | URL
서재질 놓으시면 미워할 겁니다. ㅎ
가끔씩 이런 곳에 마실 오는 재미는 있어야죠.
자주 나타난다고 성가셔 하지는 마세요.
봄날은 가고, 또 가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