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지난 목요일 날 퇴원했다.

수술도 잘 됐고, 안정적으로 회복하고 있다고 하는데 역시 환자는 환자인지라 편치않아 하는 엄마를 보면 마음이 무겁고, 걱정이 사라지지 않는다.

엄마가 퇴원하니 매일 눈만 뜨면 오늘은 엄마에게 무엇을 해 드려야 하나? 아침은 어떻게 하고, 점심은 어떻게 해야하나, 점심 지나고나면 저녁은...? 그러다 하루가 마감이 되면 또 하루가 지나가는구나 잠시 안도도 해 보지만 아직은 눈에 띄게 좋아지는 모습을 기대할 수 없으니 안심할 수가 없다.

알고 보면 나의 이 마음도 우물에서 숭늉찾기 같은 것이 아닐까?

엄마가 병원에 계실 땐 내가 육체적으로 할 일은 없지만 마음은 편치가 않았다. 엄마의 끼니를 챙겨야 하는 지금은 한시름 놓긴 하지만 육체도 마음도 편하지 않다. 

 

엄마가 병원에 계시는 동안은 쓰레기 배출도 거의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던 것 같다. 그 큰 냉장고도 거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었다. 하지만 엄마가 퇴원하는 그날로부터 쓰레기 배출은 예전 수준을 회복하고 있고, 그렇다고 엄마가 이것저것 잘 드시는 것도 아니면서 냉장고는 김치 냉장고까지 합해서 각종 식재료로 그득그득 하다. 엄마가 조금 먹다 남긴 음식은 내 차지고, 나도 먹다 먹다 질리면 결국 쓰레기통 행이 될 것이다.

 

아프면 돈이 많던가, 친구나 친척이 많던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둘 다 많으면 좋은데 그래도 돈이 많은 것이 낫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하긴 가족이고 친척도 없이 병원에 누워있는 환자가 그렇게 많다고 한다. 그런 것 생각하면 고독이 사람을 더 절망으로 몰고 가는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엄마는 아주 불행한 노인도 아닌데 엄마는 평소 당신이 인복도 없다고 한탄을 하시곤 했었다. 사람은 아파 봐야 그 사람이 평소 잘 살아 왔는지 못 살아 왔는지를 아는 것 같다. 그래도 엄마는 아들 덕에 병원도 무사히 입원했다 퇴원도 하고, 찾아 와 주는 친척과 친지들이 있지 않은가? 하지만 아픈 엄마에게 행복을 강요하는 것도 무리는 있어 보인다. 

 

엄마의 거짓말 중 하나는, 난 이제 인생 다 살았다는 것이다. 금요일 날 아주 잠깐 컨디션이 좋아졌는데 그것을 두고 엄마는 하나님께 얼마나 감사하던지. 그러고 보면 생에 대한 의지은 죽음 보다 강하고 칼날 같은 거란 생각이 든다.

나는 나이가 들어선지 몰라도 원대한 꿈을 갖으라는 둥, 향상심을 갖으라는 둥 그런 말이 마음에 그리 와 닿지 않는다. 어렸을 때 한창 꿈으로 가득찬 세월을 살았을 땐 꿈 없이 나이들어가는 어른들을 측은하게 생각하곤 했다. 하지만 내가 그들의 나이가 되고보니 그들에게 꿈이 있는지 없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게 힘이 되고 위로와 안위가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그는 충분히 존중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비록 그가 늙고, 병들고, 누군가에게 비난의 대상이 된다고 할지라도 말이다. 그러므로 쉽게 남을 판단하고 비난하는 것은 옳은 태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또한 그런 점에서 모아 놓은 돈도, 아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은 나는 악착 같이 건강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것은 나 자신을 위해서도 이기도 하지만, 난 나를 아는 사람들이 나로인해 걱정하거나 슬퍼하는 걸 견딜 수가 없다. 이것도 알고 보면 생에 대한 칼날 같은 의지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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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5-09-02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모친이 병원에 입원한지 3년째입니다..그마음 어떤지..너무나도 잘 느낍니다...
얼른 쾌차바랍니다..

stella.K 2015-09-02 12:45   좋아요 1 | URL
앗, 유레카님도 그러시군요. 벌써 3년째라니 걱정이 많으시겠습니다.
그에 비하면 저는 투정을 부리는 것인지도 모르겠군요. 민망하네요.ㅠ
건강하던 어머니가 그리되고 보니 나으실거란 희망을 갖다가도
마음이 짠하고 그렇습니다.
유레카님 어머니께서도 하루속히 쾌차하시길 빕니다.

yureka01 2015-09-02 13:05   좋아요 0 | URL
이미 병원에서 연명수준이니 나을 수는 없어요.워낙 연로하니 전혀 기력 찾을 수도 없죠.이미 마음에 각오는 하고 있습니다...부디 편하게 가시길 바라는 거 밖에는 ...감사합니다.

stella.K 2015-09-03 15:29   좋아요 1 | URL
그러시군요. 많이 안타까우시겠습니다.
저의 어머니도 주위에서 워낙 건강하셨으니
쾌차하시면 장수하실거라고 말들은 합니다만
워낙에 연세가 높으시니 어떻게 되실지 모르죠.
언제 제가 나이가 먹어서 어머니의 늙어가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것인지 아득합니다.
어렸을 땐 저의 부모님은 늙지도 않으시고 돌아가시지도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참 헛된 망상이었구나 하면서도
그런 헛된 망상을 품었던 그 시절이 그리워지곤 합니다.ㅠ

2015-09-04 11: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9-04 12: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부리 2015-09-11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님이 편찮으셨군요 그런 와중에도 저에게 위로의 댓글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1박2일간 영안실에 있었고, 그 뒤에도 계속 몸이 피곤해 답을 늦게 드립니다. 가족 중에 누군가 아프다는 건 남은 가족들의 마음이 편치 않다는 얘기고, 명절이고 뭐고 편하게 웃을 수가 없다는 얘기더라고요 아버님 간병하면서 그걸 새삼 깨달았었지요. 건강해져서 퇴원하셨다니 다행이네요. 역시 건강이 첫째인 것 같습니다. 스텔라K님도 건승하시길.

stella.K 2015-09-11 12:52   좋아요 0 | URL
아닙니다. 사랑하는 친구를 잃으셨으니 부리님 마음이 얼마나 아프시겠습니까?
슬픈 마음 잘 추스르시기 바랍니다.
부리님도 건강하시구요. 이제 인생 후반전입니다.
건강 잘 챙기셔야 가족들도 웃고지낼 수 있답니다.
슬픈 중에도 댓글 남겨 주셔서 고맙습니다.^^

2015-09-14 19: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9-15 12: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15-09-19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아프면 서럽죠 ㅠㅠ 님 생신인데, 기쁨을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앞으로 제가 잘 하겠습니다. 글구 정말 건강이 첫째입니다. 건승하시길.

stella.K 2015-09-19 18:33   좋아요 0 | URL
아이고, 아니어요. 생일은 이미 지나갔는데요 뭐.
그냥 마태님 이벤트 당첨 됐더라면 더 뜻 깊을 뻔햇는데
안되서 아쉽다는 거였죠.
마태님이야 지금까지도 잘 하셨는데 뭘 얼만큼 더 잘 하시려고요?ㅋ
이렇게 허접한 저의 서재에 가끔씩 놀러와 주시는 것만으로도
저는 만족합니다. 옛날에 돈독한 기억도 나고.
자주 뵈었으면 합니다.^^
 

차이나타운: ★★★(2014)

 

이 영화를 볼까 말까 많이 망설였다. 나이가 드는 지 영화가 점점 멀어지는 느낌이다. 최근 김고은은 내 관심 영화배우라 진작에 찜한 영화긴 하지만 막상 나의 사정거리(이를테면 IP TV에서 일정기간 무료로 볼 수 있는 기회 말이다) 안에 들어왔는데도 막상 또 피의 제전을 보겠구나 생각하니 선뜻 내키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일단 조금만 보고 안 땡기면 바로 꺼버려야지 했다.

 

근데 이 영화 의외로 끝까지 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물론 전반적으로 스토리는 그다지 탄탄하지는 않다. 하지만 출연 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인다. 바로 그것이 영화를 끝까지 보게 만드는 것이다. 굳이 장르를 얘기하자면 여성 느와르라고 해야 하나? 김혜수와 김고운의 대립각이 관전 포인트이긴 하다.

 

 

이 영화는 김고은의 연기도 좋긴 하지만, 아무래도 20년도 더 넘은 내공있는 연기를 보여주는 김혜수에게 손을 들어 줘야 할 것 같다. 여배우라면 늘 영화에서 본인의 나이 보다 10년 정도 젊고 매력적으로 나오길 바라지 않을까? 하지만 여기서 그녀는 늙수그레 하면서도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의 연기를 잘 소화해 냈다. 특히 시크하면서도 피곤이 베어있는  듯한 간결한 대사가 좋다. 뭔가 세상을 달관한 것도 같고 포기한 것도 같고 어쨌든 감정의 동요가 없다. 유독 담배 피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그것도 그녀의 캐릭터에 한몫했을 것이다.

 

김고은은 영화에서 자신은 존재감을 알릴 때부터 줄곧 쉽지 않은 배역을 맡아 온 것 같다. 이젠 좀 나이답게 밝고 명랑한 역을 맡아도 좋지 않을까? 하긴 그런 역할은 이 다음에 나이 먹은 후에 해도 늦지는 않을 것이다. 매번 배역을 맡을 때마다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이 배우에게 이번에도 박수를 쳐 주고 싶었다. 

 

스토리는 가면 갈수록 힘이 좀 빠지긴 하지만 느와르란 장르가 또 그렇듯 어떻게 하면 피가 멋있게 튀게 할 것이냔데 그렇게만 따지자면 아주 빠지는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굳이 생각해 보자면 피로 맺어지지 않고 그저 어찌어찌 하다 관계로 맺어진 일종의 모형 가족 같은 건데 왜 이들 가운덴 사랑이라는 것이 존재하면 안 되는 것인지. 엄마가 베풀어 주는 울타리와 권위 외엔 다른 어떠한 사랑도 섞여서는 안 된다는 설정이 나름 나쁘진 않지만 공감하기는 어렵다. 일영(김고운)이 사랑인지 연애인지도 모를 감정이 개입되지 않았다면 엄마(김혜수)의 제국은 그럭저럭 유지되며 굴러 갔을 것이다. 어느 장르 건 사랑이 문제이긴 하다. 이 문제가 느와르란 장르에서 보여졌더라도 느와르는 언제나 피의 공식이다. 그리고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그것은 악마적이고, 나는 그 장르를 좋아하지 않는다.

 

새삼 빛나는 조연이 있었는데 그건 치도 역을 많은 고경표다. 그의 악마적 연기가 나름 볼만 했는데 이 배우는 왜 그동안 빛을 발하지 못했는지 모르겠다. 아니면 나만 몰랐던 건가? 

 

아무튼 아주 좋다고 권할만한 영화는 딱히 아니지만 김혜수나 김고은의 연기 변신을 보고자 원한다면 굳이 말리지는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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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26 21: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27 11: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15-08-26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때 김혜수 좋아했어요. 요즘은 티브이로 볼 수 없군요.

˝바로 그것이 영화를 끝까지 보게 만드는 것이다.˝
바로 이게 중요하지요. 끝까지 보게 만드는 어떤 것의 힘.
글쓰기에서도 끝까지 보게 만드는 어떤 것이 필요하겠지요.

stella.K 2015-08-27 11:24   좋아요 0 | URL
느와르란 장르가 참 그런 거 같아요.
내용은 별거 없는데 끝까지 보게 만드는 힘이 있어요. 흐흐

yamoo 2015-08-30 1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는 안 보렵니다~ 제 취향의 영화는 아닌 듯하니...이런 정보를 알려주신 스텔라님에게 감솨~~^^

stella.K 2015-08-30 19:10   좋아요 0 | URL
헉, 그렇다면 야무님도 피의 제전을 좋아하시지 않는가 봅니다.
그런 점에선 저와 취향이 비슷한 것 같습니다.ㅋ
그래요. 굳이 안 보셔도 됩니다.^^
 

한때 <삼시세끼>가 인기가 있었다. 먹방의 인기를 타고 자급자족 유기농 라이프를 내세우며 모든 것을 손으로 직접 만들어 먹는다는 방송취지가 사람들에게 먹힌 것이다. 지금은 그 인기가 약간은 수그러든 느낌도 드는데 그 틈을 비집고 지금은 <백선생의 집밥>이 대세인 듯도 하다. 말해 의하면 해당 방송이 나가기 시작하면 그 다음 날 마트에 관련 상품이 동이 날 정도란다. 나도 언젠가 닭갈비 하는 것을 보고 그것을 그대로 따라해 본 적이 있다. 이렇게 <삼시세끼>는 그냥 보고 웃고 말지만 확실히 <백선생의 집밥>은 뭔가 따라해 보고 싶은 욕구를 자극한다.

 

그런데 <삼시세끼>도 그렇고, <집밥>도 그렇고,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남자들이 진행을 한다는 것이고, 그 하는 음식이 건강에 좋던지 말던지 중요하진 않고 일단 맛만 좋으면 좋다라는 주위라는 것이다. 그래서 두 방송을 보다면 남자들이 요리하는 모습이 좋아 보이긴 하지만 저대로 뒀다가는 건강은 장담 못하겠구나 그런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지난 주 금요일 <삼시세끼>만 보더라도 이선균이 콘버터를 만든다며 악마의 레시피를 공개를 했는데 정말 그것 하나가 5000칼로리는 족히 될만큼 그 양념이 장난이 아니었다. 물론 우리가 먹으면 매일 먹냐며 칼로리 신경 안 쓰고 먹는 음식이 있기는 하다. 그런데 그 방송이 문제가 됐던 건 그들이 그것만 먹었던 것이 아니라 고기를 세 차롄가 궈 먹고, 콘버터를 먹은 후, 밥을 먹는다며 제육볶음과 돼지고기가 듬뿍 들어간 김치찌개를 먹었다는 것이다. 물론 남자의 위가 여자의 그것 보다 크긴 하겠지만, 한때 뭘 먹으면 지구를 일곱 바퀴 반을 돌아야 칼로리가 소모가 된다는 속설이 있었는데 내가 볼 때 그들이 먹은 건 49번하고도 반은 돌아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보고 있노라면 이게 진짜 유기농 라이프를  지향하고 있는 것 맞나 싶기도 하다. 물론 밭에다 옥수수와 각종 채소를 직접 심어 요리도 하고 장에 갔다 팔고 하는 걸 보면 유기농 라이프가 맞긴 하다. 하지만 그들의 먹는 것을 보면 우리와 별로 다르지 않아 보인다. 특히 매회 고기가 빠지지 않고,  MSG를 사용하느냐 안 하느냐로 옥신각신 하는데 그것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면 설탕도 쓰지 말아야 원칙일 것이다. MSG의 주원료가 사탕수수니 말이다.

 

그건 둘째치고 지방 섭취의 문제는 확실히 따져 볼 문제다. 물론 그들의 촬영은 2주의 한번씩 이루어지고, 집이 아닌 곳에서 지내다 보면 당연 고기가 당길 것이다. 먹방에서 고기가 빠진다면 채워 넣을 비주얼이 무엇이 있겠는가? 하지만 시청자의 입장에서 보면 그들은 매일 고기만 먹는 것처럼 보인다. 더구나 이제는 콘버터 같은 국적불명의 악마의 레시피까지 등장했다. 그들이 추구하는 유기농 라이프에 맛은 있을지 몰라도 건강은 그다지 있어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과연 유기농 라이프가 맞는가? 건강도 생각하는 게 진정한 유기농 라이프는 아니겠는가? 그들의 열악한 주방시설은 60년 대고, 음식은 현대의 고도화된 지방식이다. 고지혈증의 승리가 눈앞에 보인다. 뭔가 언밸런스는 아닐까?

 

더구나 먹방이 그것만 아니고 보면 채널을 돌릴 때마다 어쩔 수 없이 마주해야 하는 지방식들을 보면 먹고 싶은 충동은 수시로 일어난다. 물론 TV가 어느 한 가지만을 지향해 나갈 수는 없을 것이다. 한쪽에선 그렇게 먹방을 하고, 또 어느 한쪽에선 다이어트 내지는 건강을 내세운 방송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분명 돼지나 소의 사육을 지금 보다 얼마를 줄이면 지구도 살리고 건강도 증진이 된다. 물론 우리가 고기를 아주 안 먹을 수는 없겠지만 문제는 너무 많이 먹는다는 것에 있지 않은가? 우리가 방송에서 흡연 장면을 없앴던 것처럼 언젠가는 지방 섭취 장면도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와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당분간이면 모르되 남자들에게 요리하는 칼자루는 맡기지 않는 게 좋을 것 같기도 하다. 여자들은 가족의 건강을 생각해 요모조모 따지지만 남자들은 오로지 맛만을 위해 요리를 한다면 말이다. 언젠가는 여자들이 남자들에게 넘어간 요리하는 칼자루를 되찾아야 할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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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8-24 1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아버지 같은 경우에는 기름지고 튀긴 음식을 좋아해요. 반대로 어머니는 짜고, 지방이 있는 음식을 되도록 입에 안 대려고 해요. 두 분 다 식성이 많이 차이가 나요. 그래서 아버지가 고기를 구우면 고기가 약간 탈 정도로 바짝 굽고, 어머니는 타는 고기를 싫어해요. 만두 요리할 때도 갈라져요. 아버지는 군만두, 어머니는 찐만두를 좋아해요. 저도 건강에 중점을 두는 어머니 식습관을 존중해서 만약에 제가 요리를 한다면 짜게, 기름지게 음식을 만들지 않을 거예요.

stella.K 2015-08-24 19:04   좋아요 0 | URL
ㅎㅎ 너넨 식사할 때마도 고민이 많겠다.
하긴 우리 부모님도 그렇긴 했어.
나의 돌아가신 아버지는 생선을 좋아하셨지.
그에 비해 엄마는 비릿한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고.
하지만 엄마는 당신은 안 잡숴도 아버지가 잡숩겠다면
그때 그때 대령을 하곤 했지.
서로 그렇게 달라야 균형이 맞기도 할 거야.

하긴 뭐, 남자라고 다 그렇게 먹는 건 아니겠지.
여자들 중에도 문제적 식성을 가진 사람도 있을 거야.
편견일수도 있겠지만 대체적으로 그렇다는 거고
아무래도 주부들은 가족의 건강을 책임지는 내무부장관이 많잖아.
좋은 습관이다. 그런데 요리는 아직 만들어 보진 않았군.
한번 해 봐. 요즘 이것도 본능이겠다 싶다.ㅋ

yureka01 2015-08-26 0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기농 라이프도 백선생도 온통 먹는데만 올인하는게 ㅎㅎㅎㅎ 어떻게 읽는데 올인 프로그램이 하나도 없는 이유랑 맥이 닿더군요.ㅋㅋㅋ

stella.K 2015-08-26 12:12   좋아요 0 | URL
정말 하도 봐서 그런지 저도 진작 셰프나 돼 볼 걸
그랬다 싶더라니까요.ㅎㅎ

페크pek0501 2015-08-26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리가 취미인 남자와 사는 여자는 좋을 것 같아요. 남이 해 주는 음식이 맛있잖아요.
이제 부엌 담당은 여자다, 라는 시대는 가고 있는 것 같아요.
남녀를 불문하고 자기 입에 들어가는 것 정도는 할 줄 알아야 하는 게 맞는 것 같고요.
만약 음식을 전혀 할 줄 몰라서 외출한 아내가 돌아올 때까지 굶고 있는 남편이라면
매력 없어요. 거기에다가 굶었다고 화까지 내겠지요.
음식을 해서 먹고 아내에게 줄 음식까지 남겨 놔야 매력 있죠.

오로지 맛만을 위한 요리는 저도 반대예요...

stella.K 2015-08-27 11:27   좋아요 0 | URL
그럼요. 사람은 언제 혼자될지 몰라요.
남자들도 요리를 해야해요.
아내에게 줄 음식을 남겨두는 건 기본이죠.
안 그러면 소박 맞습니다. 요즘이 어떤 시덴데...ㅋㅋ

yamoo 2015-08-30 1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요즘 케이블 티브에서 하는 먹방들 죄다 싫습니다. 동물 나오는 것두 싫고 슈퍼맨이 돌아왔단가...뭐 그런 것도 싫고 복면가왕도 싫고...드라마도 싫고....여튼 볼게 없습니다. 그나마 강적들 세바퀴 호박씨 정도의 토크쇼 비스무리한 프로가 좋습니다. 먹방이라도 수요미식회 정도 되면 괜찮을 듯해요...여튼 저는 확실히 기호가 대중적이지 않나 봅니다. 다 좋아하는 프로를 극도로 싫어하니 말입니다..ㅎ 개그 프로그램도 안보니..

stella.K 2015-08-30 19:15   좋아요 0 | URL
ㅎㅎ 저랑 정말 취향이 비슷한 것 같아요.
저도 개그는 아주 가끔 보면 재밌는데 대체로 안 보죠.
삼시세끼는 저도 질려서 더 이상 안 봅니다.
수요미식회는 약간의 교양이 함께 하는 것 같아서 관심은 갑니다.
전 토크쇼는 말장난이 심한 것 같아 잘 안 보죠.
드라마는 아주 끌리는 몇 편은 보고 있죠. 저는 <심야식당> 한국판도
상당히 좋은 것 같더라구요.
이러면 제가 야무님과 취향이 좀 다르긴 하네요.ㅎㅎ
 
곁에 두고 읽는 니체 곁에 두고 읽는 시리즈 1
사이토 다카시 지음, 이정은 옮김 / 홍익 / 201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니체의 <짜라투라투스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은 건 십대 말이었다. 뭘 알아서 읽었던 건 아니고, 어찌나 어렵고 난해 하던지  그냥 나도 그 책을 읽었다는 이름 하나 짓고 싶어서 였던 것 같다. 말하자면 나이에 맞지 않은 지적 허영. 하지만 그 책을 읽고 내가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다면 내가 이해 할 수 없는 책은 그것이 아무리 좋은 책이어도 무익한 것이 아닐까 하는 회의 정도였다. 즉 책의 수준에 나를 맞추다 열등감을 느끼기 보다, 이렇게 어려워 읽은 사람이 손에 꼽을 정도라면 그 저자를 비난할 생각은 없지만 어쨌든 별로 유익한 책을 쓴 건 아닐 것이라고 자위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책을 읽은지 얼마 안 되서 니체는 기독교에선 거의 적그리스도로 매도되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것은 바로 '신은 죽었다'라고 했던 니체의 말 때문이었다. 또한 내가 그 책을 읽었던 80년 대는 한창 우리나라  기독교 부흥기를 맞이했던 때였다. 그러니 니체의 그 말이 얼마나 가당치 않게 들렸겠는가. 신은 이렇게 살아 계셔서 성령의 은혜를 폭포수와 같이 부어주고 계시는데 신이 죽었다니!  그건 신성모독이었던 것이다. 그러자 나는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그래 뭐, 니체 아저씨는 시대를 잘못 만나 적그리스도로 매도 됐다고 쳐도 철학이란 무엇이란 말인가? 니체가 이단의 수괴었다면 그렇게까지 고민하진 않았을 것이다. 분명 철학잔데 철학이란 학문은 신에게 배치되는 학문일까? 물론 철학이란 학문이 어렵기도 하겠지만 내가 믿는 신과 배치된다면 난 철학같은 건 하지 않겠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좀 우스운 생각이긴 하지만 이건 확실히 (적어도 그때의)철학과 기독교가 잘못한 바가 없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때는 다양성이 결여된 시대이기도 했다. 이것 아니면 저것이었고, 권위의 시대였다. 한 번 그런 식으로 매도가 되면 영원히 낙인된 것처럼 인식이 되던 시대이기도 하다. 하지만 오늘 날 어떠한 학설이나 사고가 재해석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그렇다면 니체 역시 마찬가지다. 무조건 적그리스도라고 매도하기 보다 철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왜 그가 그렇게 얘기를 했어야 했는지를 알아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래야 그의 나머지가 그 말 때문에 사장되지 않고 후세에도 전해질 수 있도록 했어야 했다.   

 

그가 그렇게 외쳤던 건 1800년 대 기독교적 윤리관은 지나치게 내세만을 강조했기 때문이었다. 그 보다 현재를 온전히 살게 하는 진리와 선, 그리고 도덕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오늘 날 그의 말은 기독교에서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 납득이 가능한 말이다. 기독교가 발전되어 온 발자취가 그렇지 않은가? 내세만 강조하고 기복의 잔재는 여전히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그런 사관이 기독교의 질을 떨어 트려왔던 것도 사실이고. 그래서 또 다른 기독교 진영에선 새로운 각성을 촉구하기도 하고 그것은 니체가 주장하는 것과 일맥 상통하기도 한다. 그렇게 생각해 보면 니체가 적그리스도가 아니라 그런 각성의 촉구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떨치지 못한 1800년 대식 기독교가 적그리스도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그러니까 더 정확히는 신이 죽은 것이 아니라 인간이 신을 죽였다고 해야 옳은 것은 아닐까.

그런 점에서 니체가 그렇게 웅변했던 것은 오히려 감사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고 철학계의 책임이 아주 없다고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철학은 철학대로 어찌나 어렵고 까탈스러운지.도무지 상아탑에 갇혀서 나올 줄을 모른다. 그래서 권위는 있을지 모르나 대중과 소통할 줄 모르고 학문으로 전락한 것도 사실 아닌가. 물론 그나마 요즘엔 대중과 눈높이를 같이 하는 노력들을 많이 해서 다행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에 대한 일환으로 이런 책도 나오는 것이다.

 

이 책은 그냥 에세이집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그것도 니체의 아폴리즘을 인용한 에세이 말이다. 저자는 정말 니체를 사랑하는 것 같다. 나는 솔직히 <짜라투라투스는 이렇게 말했다>를 하도 어렵게 읽어 그후 지금까지 니체를 읽어 볼 엄두도 내지 못했는데 그의 책에서의 잠언을 인용해 저자 특유의 생각을 자유자제로 풀어 쓰고 있다. 결국 읽으면서 니체가  새롭게 보인다.

 

특히 니체가 불행한 삶을 살았던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그의 정신까지 불행했던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항상 향상심을 독려했고, 사람들로부터 긍정적인 삶을 살도록 요구했다. 그런데 그런 그가 과연 그렇게 말하는 게 타당한가 의문스럽기도 했다. 뭔가 모순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내 맞겠다 싶기도 하다. 누구나 고난을 겪으면 그 삶은 더 단단해지고 깊어지는 법이다. 더구나 그는 철학자다. 얼마나 깊은 고독 속에서 그런 잠언을 끌어 올렸겠는가? 그러므로 고독을 두려워 하거나 부정적인 감정으로 인식하지는 마라. 항상 편안하고 만족스런 삶을 살아 온 사람에게선 결코 얻을 수 없는 인간 심연 깊은 곳을 그는 이미 여행하고 그 같이 설파했다.

 

그의 삶을 보면 왠지 반 고흐의 삶과도 닮았다는 느낌든다. 특히 그렇게 많은 저작을 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당대에서는 빛을 보지 못하다가 그의 사후에 조명을 받았다고 하니 더욱 그렇지 않은가.

 

처음엔 에세이라고는 하지만 뭔가 자기계발류의 느낌도 없지는 않다. 하긴, 심리학이 자기계발에서도 쓰이고 있으니 철학이라고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저자가 확실히 좀 박식해 보인다. 니체 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지식의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어 니체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겐 도움이 될 것 같다. 이만큼 쉽게 쓰기도 쉽지는 않을 것이고. 하지만 이런 책은 그야말로 입문을 위한 책일뿐 이왕 니체에 빠져 보겠다면 그의 저작물 내지는 그의 사상을 다룬 책을 읽어야 진짜 읽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딱 그만큼의 책인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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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8-22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 고흐와 니체가 서로 은근히 닮은 점이 있어요. 일단 두 사람 다 수염이 있죠. 아버지가 목사에요. 독신으로 살다가 죽었고, 정신병원에 입원한 적도 있어요. 매독에 걸려서 고생했어요. 고흐의 남동생이 형의 그림과 편지를 정리했고, 니체의 여동생이 오빠의 저작물을 관리, 편집했어요.

stella.K 2015-08-23 09:34   좋아요 0 | URL
완전 평행이론이군!ㅎㅎ

yureka01 2015-08-26 0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헤 니체의 여자들도 한번 보세요.재미난 슬픈 사랑들...

stella.K 2015-08-26 12:10   좋아요 0 | URL
앗, 그런 책이 있습니까?
니체가 루 살로메를 좋아했다 요즘 시쳇말로 까였다는
말은 들어서 알고 있는데 말이죠.
읽어 봐고 싶단 생각이 불끈 드네요.ㅋ
 

어제 엄마의 대장암 수술이 있었다. 다행히도 수술이 잘 끝나서 지금은 일반병동에서 회복중에 계시다.

 

요즘은 진짜 의술이 좋아졌는지 사람들은 대장암을 이제 예사로 알고 있다. 뭐 맹장수술과 동급쯤이라고 하면 좀 심한 표현이려나? 그것을 몰랐을 땐 걱정이 한가득이었는데 대장암 수술을 받고도 오래 장수하시는 어르신들이 많다는 말을 들으니 일단은 마음이 놓였다. 특히 병력이 있거나 따로 먹고 있는 약이 없으면 예후는 더 좋아질 수 있기 때문에 크게 염려 하지 않아도 된다고 사람들 저마다 입을 모은다. 다행히도 엄마는 노인이라고 해도 건강하게 지내왔던 분이라 예후가 좋을 거라고 했다. 오죽하면 동생의 친구가 의산데 폐의 경우 자신 보다 엄마가 더 좋다며 추켜세운다. 그렇다면 뭐 크게 문제 없겠다 싶었다.

 

참고로 엄마는 대장암 3기라고 한다. 모르면 언제 3기까지 갔다 싶기도 하겠지만, 내가 아는 지인의 아버지는 2기인데도 다른 장기에 까지 전이가 된 것은 물론이고, 2기하고도 여러 갈래가 있어 다루기가 까다로워 의사들은 그럴 바엔 차라리 아예 3기가 낫다고 했단다. 

 

게다가 대장암이나 위암의 수술 성공율은 우리나라가 세계 탑이라고 하니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을 법도 한데 막상 수술 당일이 되고 엄마가 수술실에 들어갔다는 연락을 받았을 땐 걱정이 안 될래야 안 될 수가 없다. 수술 전날 저녁 엄마에게 전화해 "엄마, 고난 속에 흔들리지 않는 게 진짜 믿음이야. 사람들은 신앙생활 잘 하면 하나님이 건강 축복 주신다고 하지만 그건 반쪽짜리 신앙이고 미신이야. 그러니까 담대한 마음으로 수술 받아. 알았지?" 하며 엄마에게 용기를 불어 넣어 드렸지만 그건 실은 나에게 하는 말이었는지도 모른다. 겁 먹을수록 겁 먹지 않은 척 일부러 오버하는 기합 같은 거 말이다. 그런데 고난이 믿음을 강하게 하긴 하는 모양이다. 몇 수십 년 동안 하지 않았던 아침 금식(아침을 금식하며 기도하는 것)도 이틀 동안이나 했다.

 

의사는 수술은 보통 2시간 정도고 그 보다 더 소요될 수도 있다고 했단다. 엄마는 혹이 커서 복강경으로 할지 개복으로 할지는 수술 시작하면서 결정하겠다고도 했다. 무엇보다 간에도 전이가 된 것 같은데 그렇게 되면 절제가 필요할 것이라고도 했다. 

 

수술이 시작되고 나의 기도도 시작됐다. 그 두 시간 남짓 동안 내가 망부석이 되어 줄창 기도만 했을 리는 없다. 우리네 엄마들 입시 날만 되면 교회고, 절이고 자녀들이 시험 끝날 때까지 줄창 기도한다던데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신기할 뿐이다. 어쨌든 그동안 기도했다, 누웠다, 아주 잠깐 잠이 들었다 하면서 참 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앞서 말한 지인은 아버지를 수술실에 들여보내놓고 어떤 마음이었을까? 나의 또 다른 지인은 몇 년 전 겨우 위암 1기였는데도 하나 있는 딸 걱정에 수술 전날까지도 딸에게 여러 가지 유언 같은 당부를 했다고 한다. 특히 나도 10살 때 어쩔 수 없이 수술실에 들어갔어야만 했는데 나를 그곳에 들여보내놓고 엄마와 아버지 마음이 딱 지금의 내 마음 같았겠구나 싶으니 짠했다. 또한 나는 평소 누가 나에게 기도 부탁을 하면 얼마나 성심껏 기도를 잘 했을까 반성도 하게 된다. 그러면서 엄마가 아프고 수술을 받게 되니 여기저기 기도 부탁하는 내가 참 부끄럽게도 느껴졌다.

 

예상 소요시간을 훨씬 초과했는데도 병원을 지키고 있는 동생으로부터 이렇다할 연락을 받지 못하자 안절부절이 됐다. 뭔가 잘 못된 건 아닐까? 집도의가 힘든 수술이 될 수도 있다고 겁주던데 정말 그런 상황인 건가? 벼라별 걱정이 다 돼 갈수록 기운이 빠져 점심을 먹을수가 없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목구멍이 포도청이니 먹는 수 밖에. 오죽했으면 먹는 중에 동생으로부터 불미스런 소식을 듣지 않게 해 달라고 기도하며 먹었을까? 그랬다면 그 먹는 것이 목구멍에 걸려 넘어가지도 내뱉지도 못하고 었겠지.

 

그런데 수술을 시작한지 4시간 가까이 되었을 때쯤 동생으로부터 참으로 다행한 소식이 들렸다. 엄마는 개복없이 복강경 수술로 수술을 마쳤으며, 무엇보다 간에는 전이가 되지 않아 그대로 뒀다고. 그리고 다른 몇 마디의 말도 덧붙였는데 종합해 보면 엄마는 아주 무난하고도 양호하게 그리고 생각 보다 일찍 수술을 마쳤다는 것이다. 그 소식을 듣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어찌나 신경이 곤두섰던지 긴장이 풀리자 잠이 쏟아질 것만 같았다.

 

이제 엄마는 회복하는 일만 남았다. 혹시 몸에 남아 있을지 모를 암세포를 죽이기 위해 한 달 후 정도부턴 항암치료를 해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환자의 나이와 건강상태를 고려해 생각보다 심하지는 않을 거라고 한다. 하지만 이것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의사에게 당신이 만일 암에 걸리면 항암치료를 받겠냐고 하면 열의 아홉은 받지 않겠다고 하면서 왜 일반환자들에겐 이것을 하는지 모르겠다. 로마에 오면 로마법을 따르랬다고 병원에 들어 온 이상 병원의 치료법을 따를 수 밖에 없는 것이 관례라는 것이 좀 씁쓸하다. 엄마는 바로 이것이 싫어서 병원을 안 가려고 그토록 버텼던 건데 한번 들어 온 이상 짜여진 프로그램에 의해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게 마음이 편치가 않다. 단지 내가 처음 들었던대로 대장암은 예후가 좋아 수술 받고도 오래 장수하는 노인이 많다 말 하나 위안을 삼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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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5-08-21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으로 다행이고 반가운 소식입니다!!
어머님께서 잘 회복하시길 함께 기도드리겠습니다~*^^*
스텔라님께서도 애 많이 쓰셨구요..

stella.K 2015-08-21 14:49   좋아요 0 | URL
아, 애플님! 잘 지내시죠?
네. 저의 어머니 회복 잘 하실 겁니다.
걱정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cyrus 2015-08-21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툴 가완디의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읽어보면 저자가 환자의 병을 무조건 치료하려고만 생각하는 의료인의 태도를 비판해요. 저자는 의사 출신이에요. 환자가 질병의 고통과 언젠가는 다가올 죽음의 공포를 잊을 수 있도록 그들의 말을 들어주고, 심리적으로 안정시켜주는 것이 중요해요.

stella.K 2015-08-21 18:13   좋아요 0 | URL
그런게 정말 필요한데 의사들은 너무 바빠서 그렇게 안 하잖아.
그렇다고 각 과마다 상담사를 따로 두는 것도 아닐테고.
호스피스 정도가 전부 아니겠니?
지금으로선 병원에서 죽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정도야.
새들은 어디서 죽는지를 모르잖아. 나도 그랬으면 좋겠는데
살아 있는 사람들한테 잔인한 건가?ㅎㅎ

붉은돼지 2015-08-21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힘내세요!!!
어머님께서 빨리 쾌차하시길 기원합니다^^

stella.K 2015-08-22 10:56   좋아요 0 | URL
네. 고맙습니다.^^

hnine 2015-08-21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장암 3기셨군요. 이젠 수술 받으셨으니 더 이상 아니실거예요!
조금 아까 우연히 TV를 켜니 EBS에서 대장암에 대한 것을 하더라고요. 대장을 1.5m나 절제해내고도 회복되어 잘 지내고 계신 분이 나오셨어요.
수술이 끝나기까지 4시간이나 기다리시며 그 심정이 어떠셨을까요 ㅠㅠ
stella님은 열살 어린 나이에 수술실에 들어가신 경험이 있으셨다니, 에효...
한달 후 항암치료 들어가기 전까지 충분한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이 되셨으면 좋겠네요. 잘 견디셔야하니까.
어머님을 위해서, 그리고 stella님을 위해서도, 꼭 회복하시기를 기도드릴께요.

stella.K 2015-08-22 11:04   좋아요 0 | URL
우리나라가 대장암 치료 성공율이 높다는 건 저도
이번에 처음 알았어요.
저의 엄마도 생각 보다 종양의 크기가 크다고 하는데
다행히 잘 제거가 됐다고 해서 일단 한시름 놓았습니다.
이제 잘 회복하시는 일만 남은 거죠.
걱정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h님.^^

페크pek0501 2015-08-22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큰일을 겪으셨군요.
큰일은 이미 지나갔고 앞으로는 회복하실 일만 남았다니 얼마나 다행스런 일입니까.
어머님도 스텔라 님도 고생 많으셨어요. 함께 기도하는 마음을 갖겠습니다.

stella.K 2015-08-22 11:23   좋아요 0 | URL
십년감수한 느낌이어요.
뭐든 남의 일은 쉽고 내 일은 어려운가 봅니다.
비교적 쉬운 암이라는데도 저는 왜 그리도 긴장이 되고 걱정이
되던지 동생한테서 수술 잘 됐다는 말을 들었을 때 눈물이 왈칵
쏟아지더라구요. 수퍼스타 K 1등 먹은 기분을 이에 비하겠습니까?ㅎㅎ

책읽는나무 2015-08-23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님의 수술 잘되신 것 정말 다행입니다 더불어 회복도 빨리 잘되시길 바랍니다^^
고생 많으셨어요!!

stella.K 2015-08-24 11:36   좋아요 0 | URL
아, 책나무님 잘 지내시죠?
그렇지 않아도 어머니 수술 이후 어제 처음 병원엘
다녀왔는데 회복이 순조로운 것 같아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응원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yureka01 2015-08-26 0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부디 쾌차 하시길...저도 기도 할께요.....

stella.K 2015-08-26 12:10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