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미세먼지주의보가 발령된지 벌써 일주일째.

오늘이 벌써 목요일.

한 주는 이렇게 짧기만한데

온다는 비요일은 멀기만 하다.

오늘을 보내고도 내일 하루를 더 지내야

비가 온다는데 과연 기다리던 비는 내려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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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5-10-22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가 좀 주룩주룩 내리길..

엘리뇨라던데..그런 영향 때문인가 아리송합니다.

stella.K 2015-10-23 11:05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엘리뇨라고는 하는데 언제나 물러날런지 모르겠어요.
어디는 가뭄에 어디는 홍수라고 그러고.
내일 새벽에 비가 온다고는 하는데 그것도 일부지역만
잠시 오다 말 건가봐요.ㅠㅠ

blanca 2015-10-23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뭄에 흐린 날씨, 미세먼지에 가을은 어디론가 도망가버리고 바로 차가운 겨울을 맞게 될 것 같아요. 제발 비가 좀 마른 땅과 오염물질들을 씻어 주었으면 좋겠어요.

stella.K 2015-10-23 14:27   좋아요 0 | URL
아, 브랑카님! 그렇죠?
그렇지 않아도 날씨는 맑다고 하는데 진짜 맑은 건지
의심이 가는 날이 연일 이어지고 있습니다.
중국발 미세먼지가 켜켜이 쌓인 느낌이어요.
어디 나가지도 못하고...
내일 비가 오는 건 별로고 다음 주나 기대해 보라는군요.
브랑카님도 건강 조심하시길...^^

페크pek0501 2015-10-25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가 온다는 화요일을 기다립니다.

stella.K 2015-10-25 18:43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한 3일 밤낮을 퍼부어도 뭐라고 안 그럴 것 같습니다.
설마 그러진 않겠지만 어쨌든 그날 비가 흠뻑 내려줬으면 좋겠어요.ㅠ
 
피카소처럼 생각하라 - 과학적 사고와 수학적 상상력의 비밀
오가와 히토시 지음, 신동운 옮김 / 스타북스 / 2015년 9월
평점 :
품절


피카소의 작품을 처음 접했던 건 중학교를 들어가고 나서였다. 그때 세종문화회관이라고 기억하는데 그것에서 전시회가 열린다고 해서 단체 관람을 했었다. 지금처럼 인터넷이 있었더라면 결코 가 보지도 않았을 그 전시회를 기대 반, 설렘 반으로 갔다가 완전 실망했던 기억이 난다. 모름지기 미술 작품이라면 대중이 이해 가능하고 좋아할만 해야 하지 않는가? 뭔지도 모를 그림을 그려놓고 어떻게 이걸 예술이라고 하는 것인지? 사람들의 눈이 삐었다고 생각했다.

 

아니 실망 정도가 아니다. 은근 화가 났다. 그래 이걸 보자고 버스 타고 힘들게 여길왔나 싶고, 피카소의 얼굴은 더 화가 났다. 날카롭고 고집불통 같이 생겨 가지고 친절하지도 않게 이해 하려면 하고 말려면 말아라는 식인 것 같았다. 그 이후 난 한번도 피카소를 좋아해 본적이 없다.

 

좋아하지 않기로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 이해 못할 그림을 예술이라 부르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보면 볼수록 기하학적으로 생긴 것이 이렇게 그리기도 쉽지 않을거란 생각을 한참 뒤에 했다. 이해 가능하고, 친밀한 그림을 그렸더라면 그는 이만큼 위대한 화가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친절한 큐레이터나 미술 교사쯤 됐겠지. 하지만 그의 그림은 한마디로 혁명 그 자체였다. 

 

요즘들어 부쩍 예술가들(물론 주로 작가들에 국한되있긴 하지만) 그들의 삶이나 작업 방식에 흥미를 느끼고 있는 중이다. 부자가 되고 싶으면 부자들의 생각을 훔치랬다고, 예술가가 되고 싶으면 예술가의 생각을 훔쳐야 할 것이다. 특히 그들의 작업 패턴, 방식 등을 아는 것은 나름 유용해 보인다.

 

그런데 이 책은 제목에서 느껴지듯 피카소를 심도있게 파헤치기 보다 자기계발류의 하나다. 뭐 굳이 말하면 피카소의 일에 대한 철학과 작업 방식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은 책이다. 예술가가 되고자 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자기계발이 필요한 사람들이 참고해서 볼만하다. 

 

하지만 자기계발이 필요한 사람에겐 유용하긴 하겠지만 나 같이 예술가의 그것에 관심은 많으나 자기계발은 별로인 사람에겐 당장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나와 같은 욕구가 있다면 차라리 피카소 평전을 읽어보는 것이 낫지 않을까?

 

그래도 작가가 허투로 쓰진 않았다. 난 이런 실용서는 우리나라 보단 일본이 좀 더 앞서 있지 않나 싶다. 더구나 저자가 철학을 전공하고 이런 책을 썼으니 그 재능은 가히 인정해 줄만 하다. 하지만 뒤로 가면 갈수록 자국의 철학을 옹호한다든지 자기 자랑도 살짝 곁들여 있어서 글쎄 나도 어느 새 반일 감정을 가지고 있었던 걸까? 그점은 약간 김이 빠져 보인다. 마치 자국의 철학과 자기 자랑을 하기 위해 이 책을 쓴 것은 아닐 텐데 느낌은 어쩔 수가 없다.

 

피카소가 어떤 작업 방식으로 자신의 미술 세계를 구축해 나갔는지는 일단 이 책의 목차만 보아도 한 눈에 알 수 있다. 그런데 내가 읽다 눈에 띈 건, 피카소가 작업을 하다가 안 되면 포기하고 다음으로 전진해 나갔다는 것(79p~)이다. 우리는 흔히 한 가지 일을 끝내야 다음 일도 할 수 있다는 묘한 강박관념이 있다. 그런데 피카소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완성하지 못한 것은 못한 것 대로 놔두고 다음 작업을 했다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 되면 다음 작품 역시 완성하지 못할 거라는 일말의 불안 같은 것이 있을 수 있는데 그는 그런 것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 부분을 읽는데 왜 그리도 마음이 편안해지던지. 또 주위에서 그렇게 조언한다. 하나를 붙들었으면 끝장을 봐야지 끝장도 보기 전에 또 새로운 일을 벌이면 이도저도 안 된다고. 과연 일리가 있는 말이긴 하다. 하지만 그것에 너무 메일 것도 아니다.

 

그 부분을 읽는데 문득 고운 시인의 작업 방식이 생각났다. 그는 오래 전, 한 작업실에 상을 세 개를 펴놓고 세 작품을 동시에 완성해 간다는 말을 들었다. 이 작품 쓰다 저 작품이 생각나면 자리를 옮겨 그 작품을 쓰고 또 쓰다가 다른 생각이 나면 다른 자리로 가 그 작품에 대한 글을 쓰고. 이렇게 자리를 옮겨 간다는 말을 들었다. 그게 어떻게 가능할까? 고운 시인이나 되니까 가능하지 않는가 싶기도 하지만 그것이 그에게 맞으면 그렇게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모든 작업 방식엔 왕도가 없다는 얘기다. 적어도 난 안 되는 것 가지고  진빼지 말자는 말처럼 들린다.  어떤 식으로든 그 일을 하기로 했다면 언제가 됐든 하는 것이다. 이 책도 꼭 피카소의 작업 방식을 쫓아서 하라고 강요하기 위해 쓰이진 않았을 것이다. 각자는 각자에게 맞는 일에 대한 철학과 작업 방식이 있을 것이다. 그것을 자극하기 위해 이 작품은 쓰이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참고할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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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15-10-18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카소가 모딜리아니의 재능을 무척 질투했다지요...저는 피카소 그림보다는 키리코의 그림이 훨씬 더 좋습니다. 저는 이상하게도 입체파와는 잘 안 맞는듯...

어릴 적에 저도 피카소의 그림을 봤다면 스텔라님과 비슷하게 생각했겠지요..ㅎ 그냥 하루종일 투덜댔을거 같습니다..ㅋ

stella.K 2015-10-18 15:02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아마도 입체파 좋다고 할 사람이 별로 없을 것 같아요.
단지 이렇게 그리기도 쉽지 않겠다는 것과
피카소의 열정, 범접할 수 없는 독특함 때문에 피카소를 20세기 거장이라고
하지 않나 싶어요.
키리고...? 좀 낮선 이름이네요.
내가 이 사람의 그림을 한 번이라도 봤던가...? 갸우뚱;;

페크pek0501 2015-10-18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의 작업 방식과 동일하군요. 저는 미완성의 글을 모아 놓은 폴더가 있어요. 수십 편은 될 거예요. 어느 날은 이 글을, 어느 날은 저 글을 가지고 완성해 나가는 식이에요. 몇 줄씩 보충해 나가는 건데 이렇게 쓰는 작가들이 있다는 걸 알고 놀랐죠. 저와 똑같아서요. 저는 작가들은 글을 완성하는 게 쉬운 줄 알았어요. 제가 능력 부족이어서 그런 줄 알았어요.
어떤 날은 그것들을 놔두고 새 글을 한 편 쓸 때도 있으니, 두 가지 방식을 병행한다고 볼 수 있어요. 저절로 그렇게 되더라고요.

stella.K 2015-10-18 15:07   좋아요 0 | URL
언니도 그러시군요. 저는 반대로 완성된 폴더만 따로 둘 만큼
미완성이 더 많죠.ㅠ
그런데 전 지금까지 한 작품을 붙들면 계속 그것만 붙들어야 하는 줄 알았어요.
또 흔히 그렇게들 많이 말하거든요.
물론 저도 미완성이었다 다시 붙들고 또 다시 포기하고를 반복했지만....ㅠ
일에 있어서 자기만의 방식을 만들어 가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2015-10-18 15: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18 15: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한국 철학사 (양장) - 원효부터 장일순까지 한국 지성사의 거장들을 만나다
전호근 지음 / 메멘토 / 2015년 10월
평점 :
품절


지금까지 철학하면 주로 서양 철학에 편중되어 온 느낌인데 이 책이 우리 철학을 체계화하고 관심을 갖게 하는데 도움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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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5-10-11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 철학사, 저도 기대해 봅니다. 우리 나라에도 큰 깨달음을 줄 인물들이 많지요.

stella.K 2015-10-11 18:25   좋아요 0 | URL
저도 이 책 보는 순간 관심이 확 갔는데
두께가 좀 만만치가 않아서 막상 읽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들더군요.ㅠ

2015-10-11 12: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11 19: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yamoo 2015-10-18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철학사의 가장 좋은 입문서는 <쟁점으로보는 한국철학사>입니다..^^ 이 책보다 얇고 쉽고 정리가 빠릅니다..ㅎㅎ

stella.K 2015-10-18 18:56   좋아요 0 | URL
엇, 그런 책이 있었군요. 근데 알라딘에선 검색이 안 되는데요?
제목이 이게 맞나요?

stella.K 2015-10-21 16:13   좋아요 0 | URL
아, 오늘 보니 쟁점이 아니라 논쟁으로 보는이네요.^^
 

 

 악스트, 이번호는...  

 

악스트의 장점이라면 가격이 파격적으로 싸다는 것과 그렇다고 해서 그 내용이나 질이 결코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식당에서 밥 한끼 먹으려면 보통 7,8천원 줘야하는데 그런 와중에도 천원, 이천원하는 밥집이 있다고 한다. 그럼 눈물나게 고맙고 정감이 가는데 이를테면 악스트도 그런 것 같다.

 

보통 문학잡지가 권당 만원이 넘는데 이렇게 정이 가는 가격의 잡지가 있다니. 내가 만일 훗날 작가로 등단한다면 작가가 되는데 적지 않은 영향력을 받은 책 목록을 묻는다면 거기에 악스트를 포함시키겠다.ㅋ 

 

물론 두께에선 다소 차이를 보이긴 하지만 잡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보는 사람 별로 없지 않나? 그렇게 생각하면 슬림하다고 할 수 있다(하긴 난 이 슬림한 잡지도 처음부터 끝까지 보지 않지만). 

 

그런데 여전히 단점은 글씨가 너무 작다는 것. 그나마 창간호는 전체적으로 깨알 같은 것에 비해 이번호는 어떤 지면은 크기가 컸던 것도 같다. 하지만 그냥 큰게 아니라 어떤 지면에 상대적으로 크다는 것뿐 전체적으로는 여전히 작다는 느낌이다.  눈 나쁜 사람도 악스트를 읽을 권리가 있는데 그 점은 악스트가 시급히 해결해야할 점이 아닌가 한다.

 

아직 읽고 있는 중이긴 하지만 제일 먼저 눈에 띈 건 요즘 핫한 작가 중 한 사람인 장강명의 기사였다. 그도 전업작간데 전업작가가 그렇듯 그 역시 시간을 허투로 쓰지 않는 사람이었다. 꼭 만날 사람이 아니면 한가하게 사람을 만나는 경우는 별로 없다. 물론 전업으로 글을 쓰느니만큼 그가 선택한 삶이니 각오한 일이겠지만 새삼 대한민국에서 작가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 또 한 번 스산함이 느껴졌다. 그래도 요즘엔 부지런히 쓴 덕에 예전만큼 각종 문학상에 연연해 하지 않는다고도 하는데 그 말에서 괜히 착한 흥부의 이미지가 느껴진다.        

 

또 하나 눈에 들어오는 건 배수아가 번역을 맡은 한 장 짜리 소설 두 편이다. 난 한 장짜리 소설은 쓸 엄두도 안 날 것 같은데 상당히 인상적으로 잘 썼다. 앞으로 계속 실릴 모양인가 본데 기대가 된다. 

 

그런데 역시 악스트에서 가장 하이라이트는 작가와 나눈 인터뷰가 아닐까 한다. 창간호에선 천명관이 독자의 눈을 사로잡았는데 이번에는 박민규다.  독자인 나로선 나름 적절한 대상이란 생각이 들고, 벌써부터 다음 호 인터뷰 대상자는 누가될지 궁금하다(개인적으로 김경욱이 됐으면 좋겠다. 요즘 내가 이 작가에 꽂혀 있는 관계로 ).  

 

 

역시 민규 형님은...

 

천명관 때도 그렇게 느꼈지만 박민규 역시 후배 작가들은 생각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과부가 과부의 심정을 안다고, 작가의 길이 그리 쉽지 않으니 선배로서 후배를 챙기는 마음이야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사실 박민규의 별스러움이야 그의 작품 보다 더 잘 알려진 사실이고(어느 핸가 동인문학상 수상식 때 타이거 마스크 쓰고 찍은 사진은 아직도 뇌리에 남아 있다), 인터뷰 기사를 보니 나름 포복절도할 내용도 나온다. 그것은 언젠가 이곳 알라딘이 내 인생의 책을 선정해 달라고 했단다(이런 건 또 언제했나?). 그런데 그의 답이 걸작이다. 자신의 인생의 책이 <허슬러>란다. 허슬러가 무엇인가? 도색잡지 아니던가? 처음엔 웃었지만 역시 박민규란 생각이 들었다.

 

그는 그때 부연 설명에서, 어렸을 때 자신은 책만 펴면 잠부터 밀려오곤 했단다. 그런데 처음으로 허슬러를 통해 책을 골똘히, 끝까지 보는 습관을 기를 수 있었다고 한다. 그 책 덕분에 자신이 작가가 될 수 있었다고. "또 뭐,, 지금도 비스마르크를 읽고, 노자, 장자를 읽고... 그러고 나서도 갑자기 <허슬러>를 보면 우와, 엉덩이다! 하는... 그러니까 말도 안 되는 나라는 인간의 모순을 늘 깨우쳐주기 때문에 내 인생의 책이라고 생각한다... (134p) 고. 뭐 끝까지 본거야 이해할 수는 있다고 쳐도 그게 뭐라고 골똘히 보기까지 했을까?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뭐 형이상학과 형이하학의 이상적인 조화를 추구했을까?

 

그런데 이런 별스러움은 박민규 한 사람으로 족했으면 한다. 혹시라도 작가 꿈나무 중 박민규 코스프레 하겠다고 할까 봐. 물론 그렇게 해서라도 문학 대들보가 나온다면야 말릴 건 아니겠지만 그러다 삼천포로 빠진다면 그 안타까운 인생을 어찌할 것인가.

 

참고로 난 초등학교 5학년 여름 처음으로 말로만 듣던 도색잡지를 보았다. 이제 막 중학교에 들어갔던 오빠가 가방에 넣고 다니던 걸 엄마의 눈에 띄어 보게 되었는데, 놀랍고 야릇하기도 했지만 나 보다 2살 많았던 오빠가 갑자기 훌쩍 커 보인 느낌이었다. 중학교에 들어가니 노는 차원이 달라졌구나 싶은 것이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이제 겨우 1학년이다. 1학년 짜리가 벌써 그런 거나 밝히고. 엄마로선 이놈의 자식이 이담에 커서 뭐가 되려고 할까 한심했을 것이다. 지금은 도색잡지가 어떻게 나오는지 모르겠지만 그때보고 느낀 건 왜 도색잡자는 여인만 나오는지 모르겠다는 거다. 남자도 나와야 하는 거 아닌가?

 

 

박민규, 그가 말하는 한국문학

 

올해 한국문학계를 뜨겁게 달군건 역시 표절이다. 그도 얼마 전 표절의 도마위에 올랐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무래도 그것에 대해 할 말이 없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인터뷰 기회가 왔으니 한마디 안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는 표절에 대체로 온건한 입장이란 느낌을 받았다. 지금까지의 양상을 보면 표절에 대해서는 작가들 보단 독자들이 더 공분했고 강경한 인상이다. 마치 뭐에 사기 당한 양. 하지만 독자도 표절에 대한 다양한 입장과 반응을 들어봐야 할 것 같다. 그것에 대해 박민규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문학에 대해서 '순수'의 감옥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표절에 대한 규정 내지는 가이드라인조차 마련되 있지 않다고 한다. 도작, 위작, 모방, 인용, 차용, 도용...어느 하나도 세부 협의된 기준이나 범위가 없다는 것이다. 그저 막연한 '표절'한 단어에 의지한 채 지금까지 왔다는 얘기지. 이는 곧 교육을 할 수 없었다는 얘기기도 하다. 나도 문창과를 다녔지만 그런 교육을 받아 본적이 없다. 더 놀라운 것은 지금도 여전히 이에 대한 교뉵이 없다는 사실이다. 글을 잘 쓰고, 등단을 하고 작가가 될 훈련만 받을 뿐 이에 따르는 위험 내지는 안전수칙에 대해서 어떤 준비도 대책도 없다. ...... 표절이란 명사엔 '남의 문장을 훔쳐 쓴 것' 외에는 다른 뜻이 없다. 예컨대 천 매가 넘는 소설에서 한 문장만 같아도 표절은 표절인 것이다. 나는 이것이 18세기에나 적용될 판단기준이라고 생각한다. 저작물의 수가 현저하게 적고 '3434/3444/3543 詩歌가 문학의 기준일 때를 말하는 것이다. 한 문장이 전체 작품의 3분의 1을 차지하던 시대니까.(141~142p)

 

정말 어느 것을 가지고 표절이라고 해야할지 모르겠다. 저작물이 워낙에 많은 세대에 살고 있으니 내가 누구의 것을 나도 모르게 표절했는지도 모르고, 아니면 그 반대로 표절 당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스캔들이라고, 적용의 문제에 감정의 문제가 끼어들 수도 있고, 이젠 여기저기서 하도 표절, 표절하니 또 그런가 보다고 무뎌질 것도 같다. 하지만 의도성이 있느냐 없느냐 또는 표절을 그렇게 한 단어로만 하지 않고 여러 동의어로 적용할 수 있다면 표절은 그것을 한 사람의 양심의 문제일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표절을 했느냐 안 했느냐를 가려내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이 표절 작가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바라 볼 것이냐도 중요하지 않을까? 얼마 전 작가 신경숙 씨가 미국에서 작가 활동을 재개하겠다고 했다. 우린 신경숙 씨가 표절의 도마위에 올랐을 때 이 사람 작가 인생 끝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 문제가 수그러들자 그녀의 그런 보도를 접하게 됐다. 하긴, 그녀가 도덕적으로 잘못한 건 사실이지만 작가 인생을 정리할만큼인가를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평생 그것으로 밥 먹고 살았을 텐데 그 일을 접는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인가? 그렇다고 또 한쪽으로 생각하면 자성을 촉구하는 정도로는 부족한 것 같기도 하다. 물론 그녀를 옹호하는 사람이야 그녀의 작가활동 재개를 환영하겠지만 너무 성급한 결정은 아닌가 하는 우려의 시각도 없지 않을 것이다. 작가도 어차피 매문가다. 글을 써서 팔아야 먹고 사는 존재. 상인에게 상도가 있듯 매문가에게도 매문의 도가 있지는 않을까? 만일 그게 있다면 표절에 대한 교육과 함께 이것도 교육을 해야하는 것은 아닐까? 저작이 많은 세상에 살면 살수록. 

 

 

문학은 섹스 같은 것이라구?

 

앞서 박민규는 문학에 대해 순수의 감옥에서 벗어날 것을 주문했다. 굉장히 의미심장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표절의 문제와 문학계의 카르텔을 지켜보면서 대중은 문학 너 마저 ...?하며 통탄했다는 말을 들었다. 문학 청정의 이미지가 손싱된 것마는 틀림없다. 우리나라가 예로부터 무 보다 문을 숭상해왔던 민족성과 관련이 없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엄밀히 생각해 보면 문학은 그렇게 성스럽지마는 않을 것이다. 문학이 뭐라고 그렇게 성스러워야 하는 것인가? 

 

하지만 이런 이미지를 강요해 왔던 건 작가들 자신이 이니었을까? 문은 천한 것일 수가 없으니까. 자기가 자기 발등을 찍은 꼴은 아닌지. 각종 문학상이 그 권위를 얼마나 뽐내려고 발버둥치고 있는가? 그래서 문학상을 못 받은 작가는 작가라고 명함도 못 내민다. 이에 대해 박민규는, 이제라도 '순수'의 감옥을 벗어나야 한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자칫 순수라는 창살에 '순결'이라는 창살마저 덧씌워질까 우려가 들어서다. 작가에게 문학은 숭배의 대상이 아니라 섹스의 대상이어야 한다(144p)고 말했다. 

 

이 말이 의미하는 바가 크긴 하다. 문학 스스로가 지고 있는 권위의 갑옷을 벗을 필요가 있다. 그리고 속되고 B 급 언어로 가득 채워진 문학은 문학이 아닌 양 바라보는 시각도 좀 덜어낼 필요도 있어 보인다. 그런데 우리의 민규 형님 뭔가 좀 어버하는 느낌도 든다. 문학이 숭배의 대상이 아니라 섹스의 대상이라니. 뭐 그 나름대로 이해 못할 건 아니지만 왜 하필 비유를 그렇게 했을까?

 

그가 섹스라고 말할 때 섹스는 오늘 날 배설, 쾌락, 카타르시스의 의미와 동의어가 되어버렸다. 문학이 관연 그런 건가? 하지만 섹스도 알고 보면 상당히 복잡한 철학과 윤리학, 생리학을 왔다갔다 하는 문제다. 고전적 기독교 진영에서는 섹스는 오늘 날 그렇게 타락했지만 알고 보면 섹스는 원래 거룩한 거라고 말하기도 한다. 어쨌든 그렇게까지도 말하기도 하는데 그렇게 단순하게 말할 차원은 아니지 않을까? 아무래도 허슬러의 영향이었을까?

 

이밖에도 우리의 민규 형님은 여러 많은 대화를 나눴지만 여기서 줄인다. 창간호 천명관 때도 그랬지만 읽으면서 우리 문학과 그 나갈 바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는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의 민규 형님은 사진에서도 결코 기죽지 않는 카리스마를 작렬하고 있다. 꼭 홍콩 배우 같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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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5-10-08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폰트 작으면 일단 눈이 아파서 못봅니다.(블로그 폰트조차 키웠거든요..)

stella.K 2015-10-08 17:50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입니다. 지금이야 좋아서 무릅쓰고 보겠지만
독자의 마음도 갈대 같은지라 언제 안 보게될지 모라요.ㅠㅋ

아이리시스 2015-10-08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응, 저도 이거 살래요. 두권. 이건 기간 지나도 품절같은건 안될까요? 덜팔려서 여전히 지난호도 있는거겠죠?

stella.K 2015-10-08 17:54   좋아요 1 | URL
아이리스님, 오랜만이여요. 잘 지내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벌써 중고샵에도 있던 걸요?
전 이 책으로 우리나라 문학의 현주로를 알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지금까지는 우리 문학에 대해 그다지 아는 바가 없었거든요.ㅋ

스윗듀 2015-10-08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K님과 마찬가지로 악스트를 통해 한국문학에 대해 많이 알게 됐어요. 재밌다는 사실도요. 잘 읽고 갑니다😊

stella.K 2015-10-09 10:45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이 잡지는 기대가 많이 되요.
우리 열심히 읽어 보아요.^^

cyrus 2015-10-08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싼 가격으로 매겨진 책의 운명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글자 크기가 너무 작아요. 올재 클래식스 시리즈도 그래요.

stella.K 2015-10-10 20:16   좋아요 0 | URL
그래? 글씨만 빼면 솔직히 나름 고급진데.
종이 질도 싸구려가 아냐. 하지만 솔직히 난 종이가 반사가 되서 그것도
조금 부담스럽더라구. 그냥 일반 종이를 써도 좋을 것 같은데
그럼 단가가 좀 싸지 않나?
올재 클래식도 그러는구나. 그렇다면 그 시리즈는 나와는
인연없다고 봐야겠네. 난 이제 글씨 작으면 못 읽어주겠더라.ㅠ

페크pek0501 2015-10-10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씨는 크고 볼 일입니다. 이젠 눈 피로해서 작은 글씨가 싫더라고요.
가격에 비해 내용이 좋은데 글씨가... 참 아쉬운 일입니다.

stella.K 2015-10-10 18:34   좋아요 0 | URL
저도 조만간 안경을 하나 맞춰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전에 루테인이란 눈 영영제가 있다는데 먹어 본 사람은 효과가
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걸 먹어 볼 생각입니다.
지금까지 평생 써 온 눈인데 제가 제 눈을 위해 해 준게 아무 것도 없더라구요.
그래서 제 눈을 좀 위로해줬야겠다 싶어서요.ㅠㅋ
 

지난 번 중고샵에서 책 세 권을 샀다. 2만원이 되지않아 배송료 2천원을 내고 속이 좀 쓰리긴 했지만 그냥 주문을 했다. 그 몇 백원을 충족시키지 못해 배송료 2천원을 내다니. 좀 바보 같은 일이다.  

하지만 나로선 어쩔 수가 없다. 안 그래도 안 읽은 책이 많고, 내 방은 오래 전부터 책으로 포화상태다. 배송료 2천원 때문에 언제 읽게될지도 모를 책을 한 권 더 신청한다는 게 부담되는 일이라 그냥 과감하게 포기하고 3권만 샀던 것.

 

그런데 이걸 결제하자마자 몰별적립금이라고 해서 천원이 통장에 들어왔다. 사용기간은 10월 9일까지란다. 기간이 긴 것도 아니고, 그 안에 내가 책을 또 사서 이걸 사용해 볼 일이 별로 없을 것 같다. 빨리 책을 또 사라는 부추김의 상술이란 건 알겠다만 그래도 이왕 고객을 위한 거라면 좀 충심을 보여주면 안 되는 걸까? 천원. 있는 사람에겐 별거 아닐지 모르지만 이것도 돈은 돈인지라 없는 사람에겐 어떤 식으로든 충분히 유용하게 쓰일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책을 산지 얼마 안 되는 사람에게 급하게 사야할 책이 생긴다면 모를까 역시 마음 아픈 일이지만 포기해야 할 것 같다. 무엇보다 이것을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이 너무 짧다.

 

그런데 오늘 갑자기 사고 싶은 책이 발견이 됐다. 물론 중고샵에서. 6천원짜리 책이다. 나와줘서 고맙긴 하다만 역시 배송료 2천원을 까야한다. 그때 생각난 게 별로 쓸 일이 없을 것 같은 몰별적립금이었다. 이걸 사용한다면 적어도 배송료 천원은 세이브되는 셈이다. 그래서 사용해 보기로 했는데 왠걸 사용할 수 있는 요건이 충족되지 않아 사용할 수 없 단다.  6천원 짜리 책에는 몰별적립금을 내 줄 수 없으시겠다. 일단 그렇게 받아들이기로 하고 다른 중고책 한 권을 더 얹어 보았다. 근데도 사용 승인이 나질 않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사용할 수 있는 요건이 충족되는 건데...?

기왕이면 다홍치마고, 에누리 없는 장사 없다는데 이렇게 몇 백원 또는 천원 안팎으로 울며 겨자 먹기로 책을 사거나 포기해야하는 고객을 위해 좀 속시원한 서비스 좀 해 주면 거냐?

있으나마나한 몰별적립금 차라리 안 쓰고 만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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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는재로 2015-10-06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그렇녀요 막상쓰려니조건이안되서못쓰죠

stella.K 2015-10-06 18:20   좋아요 0 | URL
그렇죠? 진정으로 고객을 위한다는 느낌이 안들어요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