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1에서 하는<전쟁과 평화>를 보고 있다.

처음에 볼 때는 영국 BBC가 만들었어도 나름 러시아풍으로 잘 만들었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사람의 욕심이 끝이 없다고, 기왕이면 언어도 러시아어였더라면 어땠을까 아쉬웠다.

 

그런데 이거 보면 볼수록 내용만 <전쟁과 평화> 원작을 가져왔다뿐 영국 그대로란 생각이 든다. 지명만 모스크바고, 설경만 러시아를 암시할 뿐 모든 건 엣 영국풍 그대로다. 건물이고 패션이고. 문득 영국넘들 정말 영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계적으로 좋은 이야기를 선점해서 영화에선 자국의 문화를 한껏 폼을 내고 있으니 말이다. 이럴 때 러시아는 뭐하나 원작을 살려서 러시아풍으로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궁금하고 아쉽다.이걸 두고 문화의 토착화라고 해야하는 걸까? 

 

그래도 이 작품 정말 우아하게 잘 만들었다. 그래서 솔직히 욕할 기분은 안든다. 전쟁씬도 폼나고. 제작비 엄청 들였을 텐데 이 대작을 만들어낸 그들의 저력이 부럽다.

 

오히려 욕먹는 건 KBS였다. 기껏 더빙해 놓고 정작 방송은 원어로 했다. 그러면서 더빙한 것으로 보고  싶으면 셋톱박스에서 음성다중으로 설정해 놓고 보란다. 세상에 이런 바보 같고 해괴한 방송이 어디있단 말인가? 오히려 그 반대라면 이해가 가겠는데. 그렇게도 우리말 더빙을 내보낼 자신이 없었나? 그래서 이를 지켜본 시청자들이 항의를 했는가 본데 듣지도 않고 여전히 그런 방식으로 내 보내고 있다. 

 

 

그런데 이 배우 참 마음에 든다. 피에르 베주호프 역을 맡은 폴 다노란다.

처음 봤을 땐 다소 촌스럽다고 생각했는데 보면 볼수록 정이가는 게 역할을 나름 잘 소화해내는 것 같다.

 

방송은 이제 1회분만 남았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페크pek0501 2016-02-24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예전에 톨스토이 원작의 <전쟁과 평화>라는 영화를 티브이에서 봤어요. 같은 영화는 아닐 것 같아요.
그 영화에서 나폴레옹의 말이 우스꽝스럽고 인상적이었죠. ˝뭐 전쟁이 이래? 이렇게 시시하게 끝나다니...˝ - 대충 이런 내용이었던 것 같아요. 제 기억이 의심스럽지만... ㅋ

실제로 야구장에 가서 경기를 보면 시시해서 `뭐 경기가 이래?` 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야구 중계가 빠진 경기는 그랬어요. 그래서 어떤 사람은 라디오를 가지고 와서 야구 중계를 들으면서 경기를 보더라고요. ㅋ

stella.K 2016-02-25 13:30   좋아요 0 | URL
오래 전 98년돈가 영화로 만든 작품이 있더라구요.
저는 요즘 영화 보단 드라마를 더 선호하는 쪽이라
6부작이란 게 좀 아쉽더군요.
그래도 이걸 보고나면 책으로도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지금도 야구를 볼 줄 몰라요.
아마 제가 살아생전엔 이걸 알 것 같지가 않아요.ㅎㅎ

푸른기침 2016-02-25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뜬금없는 인사입니다.^^
곧 봄이라는 녀석이 슬그머니 올 것 같군요.
이쁜 봄 맞이 하시고요^^

stella.K 2016-02-25 18:05   좋아요 0 | URL
아, 푸른기침님! 잘 지내시죠?
고맙습니다.
님도 좋은 봄 맞이하시길...!^^

yamoo 2016-02-26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이걸 따운 받아야 겠군요! 전 옷밖에 눈에 안 들어 옵니다...얼른 받아 봐야 겠어요..ㅎ

stella.K 2016-02-26 19:00   좋아요 0 | URL
이 영화 전짜 우아해요.
빅토리아 시대 영국 문화의 집대성이랄까...ㅋㅋ
 

요즘 예전에 내가 서재에 올린 글들을 보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볼 때마다 깜짝 깜짝 놀라고 있다.

아니 내가 이렇게 멋진 글을 썼단 말인가 하는 감탄이어서 

놀라는 거라면 얼마나 좋으랴.

 

그래도 글을 올리기 전 나름 수정해서 올린다고 올린 건데

다시 찾아 읽어보면 맞춤법과 철자가 엉망이다.

헤밍웨이는 모든 초고는 걸레라고 했단다.

솔직히 내가 서재에 올리는 글들은 초고가 아닌 것이 없다.

그래도 맞춤법만이라도 신경 쓴다고 했던 건데

발견하게 되면 이걸 읽으라고 올린 건가,

얼굴이 화끈거린다.

 

내가 참 하고 싶지 않은 것이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나를 찍은 사진을 보는 것과

이렇게 내가 예전에 썼던 글을 다시 찾아 보는 일이다.

 

<타라 덩컨>이란 소설을 쓴 작가 마미코니안은,

자신이 쓴 글을 안 돌아보는 작가도 있는데 이는 작가로서 자실 행위다라고 했단다.

나는 그 글을 쓴 사람으로서 얼마나 많은 자살을 했던 걸까?

 

작가 이석원도 자신이 쓴 모든 글을 지금도 시간이 날 때마다 고친다고 했다.

이미 출판되어 나온 글이나 예전에 블로그에 올린 글일지라도 말이다.

 

그 사람이 작가인가 아닌가를 가늠하는 잣대는 여기서 판가름이 나는 것 같다.

고쳐 쓰기.

귀찮은 일이긴 하지만 다시 고쳐 쓰지 않고는 베길 수 없는 본능을 가졌다면

그는 이미 작가일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썼던 글을 다시 고쳐 쓸 수 있을까?


댓글(7)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cyrus 2016-02-21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가끔 예전에 쓴 글을 우연히 보다가 마음에 안 들면 고치거나 내용을 삭제해요. 2010년부터 2013년까지는 제가 글을 길게 썼어요. 그때 쓴 글을 다시 읽어 보면 가관이에요. ‘이달의 당선작’ 글도 예외가 아니에요. 글이 마음에 안 들고 엉망이어도 비공개를 하거나 삭제를 한 적 없어요. 다시 읽어보면 고칠 기회가 있으니까요.

stella.K 2016-02-22 11:31   좋아요 0 | URL
ㅎㅎ 그러게 말야. 그러고도 이달의 당선작 따 먹은 거 생각하면
알라딘 뭐라고 나무라는 것도 좀 너무한 거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들더라구.
근데 그건 그거고, 알라딘 이달의 당선작 운영은 확실히 문제가 많아.

글 함부로 삭제하지마. 잘 모셔두라구. 나중에 크게 써 먹을 날이
올지도 모르잖아.^^

cyrus 2016-02-22 12:38   좋아요 0 | URL
예전부터 그렇게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아직까지 써먹은 기회가 한 번도 오지 않았어요. ㅎㅎㅎ

페크pek0501 2016-02-24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증상이 심해지면 글을 아예 못 쓰게 될지 몰라요. 그래서 저는 저에게 이렇게 주입해요.
대충 살자. 건강이 먼저다, 라고.
그렇게 잘못 쓴 것을 일일이 찾아 고치고 완벽을 기하려고 하면 병나요. 건강 해쳐요.

대충 살자고요...

그 대신 초고 쓸 때 아예 사전을 많이 찾아보는 걸로 합시다요... ㅋ

stella.K 2016-02-25 13:33   좋아요 0 | URL
맞아요. 근데 몇년 전만해도 언니 제 글 보고
지적하셨던 거 기억하세요?
지금은 오히려 그때가 그리워져요.ㅋㅋ
그래도 무 그냥 쉬엄쉬엄 고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놀면 뭐하겠어요?ㅋ
그런데 확실히 귀찮긴 해요.ㅠ


2016-02-26 0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26 19: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젠 책쓰기가 답이다
김태광 지음 / 위닝북스 / 201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자기계발서들이 그런 것처럼 동기를 부여하는 것으로선 좋은 것 같긴하다. 특히 이런 책의 저자들은 자기 확신을 갖고 쓰지 않으면 안 되는데, 이 책의 저자 역시 빠지지 않는 자기 확신가다. 확신이란 어떤 경험이 밑바침이 되야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저자는 자기 책을 내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했고, 책 쓰기 하나로 이룩해 놓은 것이 많으니 반박하기도 어렵다. 

 

나도 이 책에서 은혜 받은 것이 아주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이 책 어딘가에 왜 책을 못 내는가 뭐 그런 체크 리스트 항목을 보면 늘 마음에만 있으면서 정작 쓰지 않는 거. 뭐 이런 건 확실히 찔림을 받으면서, 난 너무 오랫동안 내 꿈을 방치했구나. 내 꿈에 회개와 용서를 구하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은 주요 타깃이 직장인들에게 맞추어져 있어 나와는 좀 안 맞는 면이 있긴 하다. 단지 동기를 부여하는 거라든지, 책을 처음 쓰는 사람들을 위한 안내가 일목요연하게 나와 있어서 그런 점에선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그런데 저자가 너무 확신을 가지고 말을 하고 있으니 오히려 부담스럽다. 마치 모든 직장인들이 사표를 내던지고 책을 내기 위해 글을 써야만 할 것 같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고, 모든 것은 책 쓰기로 통할 것처럼 말한다. 그런 점에서 저자는 가히 톱이고 교주란 생각이 든다. 마치 책을 내면 하루아침에 대박인생이 되는 것처럼. 실제로 책을 써서 인생이 달라진 사람의 예를 줄줄 읊는다. 특히 자신은 책 쓰기 기네스 기록도 가지고 있으며,  자신의 이야기가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렸다고 자랑도 한다. 그렇게 유명인사가 되었으니 사회에 공헌하는 것도 많겠지.

 

그런데 나는 두 가지 점에서 이 책을 좋아할 수가 없다. 뭐 자기 사랑하는 거야 그렇다고 치자. 저자는 성공에 대한 개념이 매우 한정적이란 느낌이 들었다. 아직 젊은 사람이라 그런지(마흔도 채 되지 않았다) 흔히 말하는 '대박인생'에만 촛점을 맞추고 있는 것 같다. 분명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성공 요인인 것마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게 전부라고는 말할 수 없다. 물론 돈을 많이 벌게되면 사회적으로 인정도 받고, 기회도 많으며, 좋은 환경과 조건이 주어질 확률이 높아지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반대로 그렇지 않으면 실패한 인생으로 몰아가고 위화감을 조장하고 있다는 생각은 해 봤을까?

 

게다가 책 쓰기에 대한 확신이 너무 강한 나머지 책을 못 쓰는 사람은 열등한 것처럼 암묵적으로라도 표현한 대목들이 너무 많다. 이거 원 책 못 쓰는 사람 서러워 살겠나? 억울하면 출세하랬다고 정말 저자가 운영하는 글 쓰기 코칭 어쩌고 하는 곳에 당장 등록해야 할 것만 같다.        

 

그런데 또 그 조건이 약간은 살벌하다. 지금까지는 온갖 감언이설로 책 쓰기의 좋은 점을 마구 선전해 놓고, 자신이 운영하는 곳엘 들어 오려면 몇 가지 약속을 이행하겠다는 서약을 받아야 한다. 예를들면 그런 거다. 새벽에 출근 건 두 시간씩 글을 쓸 수 있겠는가? 친구 안 만나고, 술 안 마시고, 오로지 책 쓰기 하나에만 집중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들이다. 하긴 뭐 책을 쓰고 싶으면 그 정도는 기본으로 깔아 줘야하는 건 사실이긴 하다. 그리고 술 마시는 시간에 글을 쓴다면 얼마나 건전한가? 그런데 뭔가 계속 석연치가 않다.

 

그게 또 생각해 보면 꼭 저자 잘못만도 아닌 것 같다. 그렇게 누군가가 이것이 좋다고 말하면 정말 그것이 좋은가? 귀 얇은 국민성의 탓은 아닐까? 그런데 그것도 근본적인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더 근본적인 건 사회 안전망은 아닐까? 이게 너무 약한 것이다. 그래서 그렇게 갈대처럼 흔들리는 것이다.   

 

책 좀 안 쓰면 어떠냐? 돈 좀 못 벌면 어떠냐? 그런 것으로 성공의 잣대를 삼아야 한다면 우리나라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그래. 글도 자꾸 써 보니까 알겠더라. 다듬어지고, 더 잘 쓰고 싶고, 인정 받고 싶고. 그런데 사람마다 재능이 다 다르지 않는가? 자신이 일하고 싶은 곳에서 아무 걱정없이 일하는 행복이 더 먼저 아닌가? 왜 그것을 인정하고 더 잘하라고 하지 않고, 직장은 언제 짤릴지 모르니 글 써서 돈 벌라고, 성공하라고 하면 그 사회가 정상적인 사회일까? 

 

그래. 또 그렇게 잠을 줄여가며 새벽에 두 시간씩 써서 책을 냈다고 치자. 회사에서 그거 알아 주는가? 그건 책이 나와서 대박 베스트셀러를 내면 모를까 잠 줄여가며 책 쓰다 근무시간에 졸면 당장 눈 밖에 난다. 잠이 보약이라고 했다. 잠 못 자고 몸 혹사해서 암에라도 걸리면 누가 책임질 건가? 우리나라는 현재도 충분히 노력하고, 잘하고, 피곤한데 더 잘하고, 더 노력하고 그것도 모자라 뭔가를 더 해야하는 강박이 있다. 이제 그런 나를 놔 줄 때도 되지 않았나?

 

책 쓰는 것 하나를 나무라고 싶어서 이러는 거 아니다. 이게 좋으면 이거 따라하고, 저게 좋으면 저것 따라해야만 할 것 같은 이 사회가 싫어하는 말이다. 또한 책은 많이 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한 권을 내더라도 독자와 작가가 다같이 행복할 수 있는 책을 내야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책을 많이 써 본 사람이 좋은 책을 낼 확률이 높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게 또 꼭 맞는 말도 아니다. 책을 많이 내도 그 밥에 그 나물 소리 듣는 작가가 있다. 독자는 똑똑하다. 이름만 듣고 무조건 지갑을 여는 독자는 이제 없다고 봐야한다.

 

글쎄, 나는 책에 대해 보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인지는 모르겠는데, 책은 그 작가의 쌓아온 지식과 사고의 보고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책을 쓰기 위한 스킬만을 전수하고 철학이 없는 책은 참고서 이상의 가치는 없다고 본다. 그냥 참고해서는 볼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책 안 써도 행복하다고 말하는 그런 나라에서 살고 싶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6-02-16 19: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17 12: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02-16 1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하면 된다˝고 확신하는 어조가 많은 자기계발서를 좋아하지 않아요.

stella.K 2016-02-17 13:01   좋아요 0 | URL
이런 분야의 저술가들 열심히 사는 건 뭐라 할 수 없겠지만
뭔가로 몰아가는 건 좀 그래. 적어도 내 성격과는 맞지 않아.
뭔가를 해야 한다면 안 할 수도 있거든.
물론 너무 안 하면 도태되겠지.ㅠ

오거서 2016-02-16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자를 불편하게 만드는 책인 것 같군요. 불안을 유발시켜 주장을 강하게 어필 하려 한다면 참 불편하죠~ ^^

stella.K 2016-02-17 13:04   좋아요 0 | URL
자기계발서 중에도 좀 묵직한 것도 더러는 있던데
이 책은 진짜 좀 그렇더군요.
제가 글 쓰기에 관심이 없다면 결코 선택 안했을 텐데 말입니다.ㅠ

2016-02-16 21: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6-02-17 13:27   좋아요 0 | URL
그러니 그런 책을 읽은 저는 어떻겠습니까?ㅋㅋㅋㅋㅋ

페크pek0501 2016-02-17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개인적으로 독서는 모두가 해야 할 일이지만(안 하는 것보단 좋다고 생각함.)
글쓰기는 모두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모두가 글을 잘 써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모두가 글을 잘 써서 책을 내는 일에만 몰두한다면 큰일이지요.
정치는 누가 하나요? 기업은 누가 키우나요? 국가 대표선수는 누가 하나요? 가수는 누가 하나요?
노래 잘 부르는 가수가 우리를 행복하게 하고 기술이 뛰어난 운동선수나 발레리나가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는 점, 각기 다른 재능을 타고난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되지요.

책을 내는 사람만 많고 그것에 비해 읽어 주는 사람은 적고 그렇게 되길 저자가 바라는 건 아닐테지요?

글쓰기가 유익한 일임엔 틀림없지만 모든 국민이 글을 잘 쓸 필요가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글을 다 잘 쓰면 다른 능력을 키우려고 하지 않고 글만 쓰려고 할까 봐 걱정임.)ㅋㅋ
과장해서 써 봤습니다.


stella.K 2016-02-18 12:17   좋아요 0 | URL
예전에 개그맨 박영진이 자기 코너 말미에 항상 외치잖아요.
소는 누가 키우냐고.
전 박영진이 꽤 똑똑한 개그맨이라고 생각합니다.ㅋ
 
뷰티 인사이드 : 한정판 (2disc 디지팩) - PET 아웃케이스 + PET 카드(6종) + 폴라로이드 카드(7종 중 1종 랜덤) + 홍이수 명함
백감독 감독, 한효주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16년 2월
평점 :
품절


처음엔 뭐 이런 영화가 다 있나 했다. 아무리 영화라고는 하지만 자고 일어나면 얼굴이 바뀐다는 게 말이 되는가? 그래도 개봉 당시엔 나름 꽤 입소문을 탄 것도 같고, 내가 좋아하는 배우 한효주가 나오니 끝까지 볼 생각이긴 했다. 

 

그런데 이 영화 보면 볼수록 빠져드는데가 있다. 물론 그럴 리는 없겠지만 그렇게 자고 일어나면 얼굴이 바뀌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의 사랑은 얼마나 진지해질 것인가?

매일 얼굴이 바뀌어도 나는 하나인 것이다. 그런 나를 상대가 과연 나라는 걸 알아봐 줄 것인가? 그리고 과연 사랑에 성공할 것인가가 이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과제일 것이다.

 

자신의 외모 때문에 다가갈 수 없는 사랑을 표현한 영화는 있기는 하다. 우리가 가장 잘 알고 있는 <노틀담의 꼽추>나 <미녀와 야수>가 있다. 이 영화도 그 계보를 잇는 영화일 것이다. 

 

자고 일어나면 얼굴이 바뀌는 사람은 아무리 외양은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해도 괴물이다. 괴물이 살아가기도 힘든데 사랑 받기는 얼마나 힘이 들겠는가? 그것을 받아 들이기엔 상대는 또 얼마나 힘이 들겠는가? 그것을 김우진의 나래이션은 담담히 전하고 있다. 그래도 그 모든 혼란을 뛰어 넘었을 때 우진은 희망을 보았을 것이다. 자신도 사랑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 그 희망이 너무도 희망적이어서 상대가 무너지고 있는 줄은 미처 알지 못했다.

 

한쪽은 희망인데 다른 한쪽은 깍이는 것이라면, 아무리 그것을 사랑은 희생하는 것이라고 해도 사랑이 아닌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사랑을 할 때 나로인해 상대가 행복해지길 바라지 불행해지는 걸 원치 않는다. 그래서 사랑은 하지만 떠난다는 논리가 생기는 것이다.    

 

이수도 그럴 것 같다. 아무리 사랑은 그 사람의 외양이 아니라 영혼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해도 자고 일어나면 외모가 바뀌어 있는 사람을 감내하기는 힘들 것이다. 그나마 잘 생긴 외모라면 괜찮을 텐데 선뜻 좋아할 수 없는 외모이거나 같은 여자로 바뀌어 있다면 얼마나 놀랄 것인가?

 

그런데 그렇게 상대가 이해되고 인정이 되면 쉽게 떠나지도 못한다. 그것에 관계의 딜레마가 있는 것이다. 이해가 되고 인정이 되는 관계는 제 3자가 볼 때 그들이 어떤 선택을 해도 다 최선일 거라고 믿게 된다. 하지만 이 영화는 판타지를 기본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해피엔딩이다. 그래서 영화는 말미에 가면 김우진에서 홍이수의 싯점으로 바뀌어 있다.

 

이수의 마지막 대사가 마음에 와 닿는다. 우진은 매일 바뀌지만 자신은 어제와 똑같은 모습이다. 하지만 오늘의 내가 어제와 같은 나일까를 묻는 대사. 그리고 홀로된 아버지에게 만일 엄마가 살아 있다면 뭘하고 싶냐는 말에, 아버지는 같이 늙어 가는 것이라고 말하지 않던가. 이유는 하나. 자신은 늙어 가는데 아내는 그대로인 게 싫어서란다. 아내에 대한 그리움을 그렇게 에둘러 말하는 것일수도 있고, 사실 그대로를 말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고 보니 나도 문득 엄마에게 그런 질문을 하고 싶어졌다. 엄마도 오래 전 세상 떠난 당신의 남편을 다시 만나면 같이 늙어가는 것일까? 그건 아닐수도 있다. 여자들은 대체로 늙어서까지 영감 수발드는 걸 귀찮아 한다. 그러므로 단서가 붙을 것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자기 앞가람만 잘해준다면. 칠칠맞게 옷에 김치국물 안 묻히고, 물 담은 컵 쏟지만 않는다면. 이라는 단서. 

 

그런데 나도 살아봐서 아는데 인생은 뭐든 한 번이면 족한 것 같다. 그래서 아쉬운 거고 나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지는 거지. 두 번 반복이면 그건 족쇄다. 엄마가 또래 노인 보다 다소 젊어 보인다는 게 그나마 축복인 거지 다 늙은 남편 보는 게 뭐 그리 좋으랴. 엄마 기억 속에 아직은 늙지 않은 남편으로 남아 있는 것이 남아 있는 엄마에게나 먼저간 아버지에게나 다 좋은 일이 아닐까. 

 

그리고 어제의 내가 오늘의 나와 같을까는 확실히 사람을 성찰하게 만든다. 환경에 따라, 처해진 상황에 따라, 기분에 따라 하루에도 120번도 넓게 바뀌는 나. 그런 나는 누구란 말인가? 그런 나를 한결 같은 사랑의 눈으로 바라봐 주는 상대가 있다면 괴물 아니야 괴물 할아버지어도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

 

결국 이 영화는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제각각이어도 사랑하는 영혼은 하나라는 은유인 셈이다.

 

사실 이 영화는 다소의 논란이 있어 보이긴 한다. 앞에서도 지적했지만 설정 자체도 황당하기도 하거니와 아무리 매일 사람이 바뀐다는 설정이긴 하지만 너무 사람이 많이 바뀐다. 누구는 지루하지 않아서 좋다고 할 지도 모르겠다. 한 사람을 오래도록 사랑한다는 건 생각하기에 따라선 지루한 일이 아닌가. 하지만 너무 자주 바뀌면 나라도 신경안정제를 먹지 않고는 못 버틸 것 같긴 하다.

 

누구는 또 그렇게 많은 김우진이 나오지만 결국 사랑을 고백하고 러브씬은 결국 잘 생긴 김우진일 때만 가능하지 않느냐고. 그렇다면 외모지상주의를 꼬집기 위해 영화가 만들어졌다면 위배되는 것 아니냐고. 그점은 나도 유감이긴 하다. 결국 이 영화는 영화의 법칙에 충실한 영화일 뿐이다. 그것이 문제라면 여자 주인공을 한효주로도 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래도 이 영화가 그나마 영화의 법칙을 살짝 비껴간 것도 있다. 그 수 많은 김우진 중에 실제 배역에서 주로 악역으로 나왔거나 빛나리 아저씨로 나왔던 배우들을 기용을 했다는 것. 그리고 그들에게 익숙한 배역이 아닌 사랑하는 사람의 역할을 맡긴 것은 어찌보면 실험적이다 못해 파격적이기까지 한다. 그랬을 때 그들의 표정은 하나 같이 진지했고, 선했다. 사랑을 하면 그런 걸까? 그렇다면 이 실제의 세계에서도 사랑은 누구에게나 공평해야 한다. 즉 김우진의 외모는 제각각이어도 그 영혼은 하나라는 것을 영화는 보여주는 것이다. 외모가 다소 떨어지더라도 못 생긴 외모 때문에 사랑을 기피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랑하므로인해 자기 인상을 만들어 가야하는 것이다. 사랑은 꼭 잘 생긴 사람의 전유물은 아니기 때문에.

 

나는 감독의 그런 시도가 나름 좋았다. 배우에게 정해진 틀 그 이상을 뛰어 넘도록 했다. 하지만 단점은 그들의 역할이 크지 않았다는 거다. 괜찮은 대사와 역할은 모두 여전히 잘 생긴 배우들의 몫이었기에 그런 지적을 받는 것이다. 이왕 하는 거 좀 통 큰 실험을 했더라면 좋았을 것을. 나는 항상 그것이 불만스럽긴 했다. 왜 사랑하는 건 예쁘고 잘 생긴 배우들의 몫이어야 하는 거냐고. 그리고 못 생긴 배우는 악역 아니면 코믹으로나 보여져야 하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꽤 세련됐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대사도 좋고. 특히 등급 때문이기도 했겠지만 섹스씬이 절제되어 있어 오히려 아름답다는 느낌마저 갖게 한다. 여러모로 감독이 가능성이 많은 사람 같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 영화는 영화 이외 공인의 연좌제 논란이었다. 덕분에 내가 좋아하는 배우 한효주는 현재 자숙중이라고 한다. 하루속히 연좌제의 오명을 벗고 다시 복귀할 수 있으면 좋겠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꿈꾸는섬 2016-02-15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영화 얼마 전 봤어요. 자고 일어나면 바뀐다는 설정이 황당하긴 했지만 나름 진지하게 봤어요.

stella.K 2016-02-15 14:54   좋아요 0 | URL
보셨군요. 황당하지만 뭔가 고개가 끄덕이게 만들죠?
감독이 나름 업계에선 실력파더군요.
이 작품으로 처음 메기폰을 잡았다는데 다음 영화도 기대가 되요.^^

꿈꾸는섬 2016-02-15 14:57   좋아요 0 | URL
의미심장한 부분들이 몇군데 있었어요. 이수의 오늘의 내가 어제의 나, 내일의 나와 같은가 했던 부분과 우진의 어머니가 아버지에 대해 가졌던 두려움......등등 생각거리가 많더라구요.

stella.K 2016-02-15 18:09   좋아요 0 | URL
맞아요.^^

cyrus 2016-02-15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효주 남동생이 불미스러운 일을 저질렀다고 하던데 사실이었군요.

예전에 인터넷 스포츠 중계를 보는데 한효주가 출연하는 광고가 나왔어요. 댓글창에 한효주 동생을 언급하는 사람들이 있길래 찌라시 퍼뜨리는 악플러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이 일이 사실로 밝혀져도 그걸로 꼬투리잡는 더 한 놈들도 있으니 한효주 입장에서는 난감할 겁니다.

stella.K 2016-02-15 18:09   좋아요 0 | URL
글쎄 말야. 나는 전혀 몰랐는데 이번에 알게 됐어.
한효주 옹호하는 측에선 지금이 어느 시댄데 연좌제냐
그러는데, 한효주가 가만 있으면 되는 걸 동생을 두둔하고 나섰나 봐.
그래서 욕을 더 먹었던 모양인데 그래서 공인이 어려운 것 같아.
네이버가 뜨거웠더구만.
언제고 잠잠해지면 나오겠지.
난 한효주 차분하게 연기 잘하는 배우라고 생각해.

yamoo 2016-02-16 0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를 읽어 보니, 제가 볼 기회는 없을 거 같아욤...대신 영화에 나온 캐릭터 이름이 이수입니까? 와우~ 제 족보에 있는 이름이 이수입니다..ㅎㅎ

당시 한효주가 대처를 잘 못했지요. 욕 먹어도 싸다고 전 봅니다만..두둔할 걸 두둔해야지...라고 전에 그리 생각했습니다만..

stella.K 2016-02-16 11:59   좋아요 0 | URL
와, 정말요? 근데 이수 넘 좋은 이름인 것 같아요.
그렇지 않아도 요즘 필명을 생각하고 있는데
제 본명은 이제 너무 흔해졌거든요.ㅠ

페크pek0501 2016-02-17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고 일어나면 얼굴이 바뀐다는 게 말이 되는가?˝
이것이 말이 되는 시대가 미래에 올 것 같아요. 자신이 주사 하나로 (지금의 보톡스처럼) 얼굴을 바꾸게 되는 시대가 올지 모르잖아요. 코의 높이도 높게 했다가 낮게 했다가 하는 시대가 올지 몰라요. 개인용 주사 하나로 말이지요.
저는 미래가 우리의 상상력을 뛰어넘어 어떤 시대도 가능하다고 보는 쪽이에요. 그래서 이 영화를
그런 시대를 대비해서 예측해 보는 영화로 읽을 수도 있을 것 같군요.

누가 처음부터 비행기가 날아다니리라 생각했겠어요. 누가 처음부터 길에서도 통화를 하는 시대를 예측이나 했겠어요. 염색약도 보톡스도 발명품인 바, 어떤 발명품이 새롭게 나올지 몰라요.
지금은 그런 시대가 괴물 시대처럼 생각되지만 막상 그런 시대가 되고 나면 당연한 것처럼
생각될지 몰라요.

님 덕분에 재밌는 상상을 해 봤습니다.

stella.K 2016-02-18 12:21   좋아요 0 | URL
와우, 언니는 저 보다 더 깊게 생각하셨네요.
그런 날이 곧 올지도 모르죠.
전 그냥 외모는 천차만별이어도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마음은
하나고, 육체적 결함이 사랑하는데 하등 문제가 될게 없다는
그러니 너무 인물 따지지 말아라. 뭐 대충 그런 뜻으로만 해석했어요.ㅋ
 
파수꾼
윤성현 감독, 서준영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사람들은 흔히 말한다. 친구는 청소년 때까지나 사귀는거지 대학 가고, 사회 나가면 친구는 없다고. 그러니까 순수한 우정은 사춘기 때까지며, 그 이후엔 다 필요에 의해서 만나고 사귀는 거라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정말 그러한가를 이 영화는 묻고 있는 것 같다. 

 

일단 이 영화는 우정을 너무 아름답게만 포장하려고 하는 여느 영화와 같지 않아서 좋았다. 사실 영상 자체는 그다지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었다. 기승전결을 파괴하는 진행 방식이야 그렇다 손치더라도 현재를 보여주는가 싶으면 불쑥 과거를 보여주고, 과거를 보여주는가 싶으면 현재를 보여주는 건 그다지 세련됐다고는 볼 수 없으며 별로 동의하고 싶지 않다. 물론 그런 거친 방식이 또 어찌보면 아마추어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도 같고 나름의 사실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 영화의 덕목은 아무래도 사춘기 청소년들의 친구들의 세계란 이런 것이라는 걸 가감없이 보여준 것에 있지 않나 싶다.

 

친구지간이라고 해도 친밀감이 다르고, 우정의 깊이가 다르며, 힘의 논리가 다르다. 어떤 친구는 왠지 내가 눌리는 느낌을 갖게 만들고, 어떤 친구는 만만하게 느껴지며, 어떤 친구는 형식적인 관계만 유지하게 만드는 친구가 있다. 그런데 묘한 건 그 나이 또래엔 둘 보다는 셋으로 뭉쳐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래야 서로를 견제하며, 균형을 맞출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안에도 힘의 역학은 존재한다. 

 

이 영화에서도 보라. 기태와 희준, 동윤이 친할 것만 같지만 실상 기태는 희준을 만만하게 보며, 동윤은 기태와도 친하지만 희준을 더 챙기고 싶어한다. 그런 가운데 기태는 동윤과 계속 좋은 관계이고 싶지만 그것이 뜻대로 되질 않는다. 그래서 순간 순간 동윤을 내리누르며 힘으로 조종하고 싶어하는 자아를 드러내기도 한다. 결국 희준은 기태의 등쌀에 전학을 가고, 기태에게 조롱 당했다고 생각한 동윤은 등을 돌리고 만다. 그리고 어느 날 기태가 자실을 한다.

 

기태가 어떻게 죽었는지, 왜 죽었는지는 확실하게 보여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관객으로 하여금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는 있다. 실상 사춘기는 인생의 발달 과업 중 친구가 가족 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때 이기도 하다. 친구가 온통 자신의 세계를 지배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친구가 정말로 좋아서일수도 있겠지만 자기 과시욕 때문일수도 있다. 그러니 그 세계는 얼마나 불완전한 세계일까? 자기 하나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으며, 친구들로부터 인정 받고 싶어하는 욕구가 극대화된 시기이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우스운 건, 인간의 선하고 긍정적이며, 바른 것 가지고는 친구들에게서 인정 받을 수 없다. 그러면 재수 없다고 따를 당한다. 추하고 쌍스러운 것을 누가 누가 잘하는가가 오히려 힘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이 영화에서 빈번하게 나오는 말이 무엇인 줄 아는가? 말할 것도 없이 "존나"와 "씨발"이다. 이것은 실제 상황이어서 언젠가 두 마디 건너 존나와 씨발을 규칙적으로 사용해 주는 아이를 보고 식겁한 적이 있다. 그런 걸 보면 우리 땐 저 정도는 아니었는데 혀를 끌끌차게 되며, 이 아이의 부모는 어떤 사람일까? 또는 어느 학교를 다니고 있을까 궁금해 진다. 

 

부모가 아이들을 가르칠 수 없다면 학교에서라도 바른 훈육과 인성을 가르쳐야 하는데 우리도 아다시피 학교는 학원 보다 못한 곳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무엇보다 학교가 우정에 대해 가르치지 않는데 아이들이 어디 가서 제대로된 친구 관계를 맺을 것인가? 부모 역시 공부 잘하는 아이 아니면 사귀지도 말라고 가르치고 학교를 보내는데 진정 따뜻한 가슴에서 친구를 사귄다는 개념 자체는 상실하고 퇴화된지 오래다. 

 

사실 영화에서 기태는 까칠하고 자존심도 쎄서 그렇게 쉽게 죽을 것 같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죽는다면 희준이일 거라고 생각했다. 희준이는 기태에게 매번 괴롭힘을 당하는 입장이니 그렇지 않은가. 그에 따라 아버지는 기태의 아버지가 아니라 희준의 아버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의외로 기태다. 그러니까 기태도 알고 보면 강한 것 같아도 약한 존재라는 것이다. 또 그에 따라 희준이와 동윤의 관계도 거기서 멈추게 된다. 헤어지게 되는 것이다. 남자들의 관계가 또 다 그렇지. 의리로 뭉친 것 같아도 어느 날 헤어지면 덤덤해지는. 여자는 서로 죽고 못 사는 것 같아도 어느 순간 얄미운 고양이가 되어버리는 것이고. 인간관계 알고 보면 얄팍하다.

 

유쾌하게 볼 수 있는 영화는 물론 아니지만 그 나름에 시사하는 바는 있다. 그러나 역시 기태나 기태의 아버지의 동기가 생각 보다 약해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기태 역을 맡은 이제훈의 연기가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야구공 하나에 나 죽는다는 표현을 담기엔 좀 역부족이다. 이제훈의 연기는 더도 덜도 아닌 고딩 그 자체로 보인다. 나머지 동윤 역의 서준영이나 희준의 박정민의 연기도 나쁘지 않게 보인다.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장소] 2016-02-10 19: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조성하씨가 나오잖아요.
또 이제훈 도..
저는 꽤 묵직하게 봤었어요..^^

stella.K 2016-02-11 11:47   좋아요 2 | URL
무겁죠.
그러니까 저는 청소년 때 사귀는 친구가 순수하다
는 건 거짓말일지도 모르른다는 거죠.
뭐 사람 사귀는 것도 일생 과업 아니겠습니까?
살면서 어떤 사람을 만날지도 모르고...

[그장소] 2016-02-11 12:36   좋아요 1 | URL
순수해서 라기보단 삶의 정치를 더 못하던 시절의 친구들이잖아요.
자신은 아니 (제법 잘 감춘다)라고 생각하지만 금방 약한 부분을 드러내 보이게 되곤 하죠.
그걸 사회적 포장으로 둘러 말하자면 ㅡ좋게 말함 순수 인거고 나쁘게 말해도 순수 ㅡ인거죠. 의미가 좀 다른...^^;;;
사회에 나와선 이미 한번 해 봤기에 조금 더
익숙하게 정치적인 관계를 만들게 되니 ..가면아닌 쌩얼은 그야말로 첫 모습을 보인 상대에게만 보일 수 밖에 ..두려우니까 ㅡ그럼으로해서 다시
순수 ㅡ순정 ㅡ이란 이름을 쓸 수 밖에 없는게
아닌가 ...
그 때의 친구들이란 그런 의미의 ...
힘과 지배와 상실 등등 작은 정치판의 압축이
그 청소년 기에 있다고 ...
사회적동물로의 첫발.
그 보다 어릴 적엔 더 단순한 욕구에 끌려 움직이잖아요.
(그렇지만 ㅡ이 현상도 지역이나 환경에 따라 지엽적이란 생각을 합니다. 크게 다르진 않겠지만 속도나 발달면에서..)

stella.K 2016-02-11 13:13   좋아요 2 | URL
그럴수도 있겠네요.
아무튼 전 이 영화 보면서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나
<파리대왕>이 생각났어요.
물론 이 영화가 이 작품들에 비해 덜 정제된 느낌이긴 하지만
그게 감독의 지향점 같기도 하고.
그런데 보는 저는 좀 아쉽더라구요.
작품이 의미하는 바는 자못 진지한데 완성도는 좀 떨어지는 것 같아
아쉬웠죠.

[그장소] 2016-02-11 14:10   좋아요 1 | URL
같은 책을 생각하셨네요.^^
저도 동일한 책을 떠올렸어요.
매끄럽지 않아야 하는게 지향한 점으로
읽혔고...
확실히 완성도 면에선 다소 미진함이 있었죠.
그런데 그 역시나 현재진행형의 청소년들이니
계속 성장할 모습을 두고 완결판을 낼 수는
없을 것도 같아서
그게 오히려 완성된 영화 이겠구나..
싶기도 하네요 ㅡ이제 생각하면.
극적 요소 ㅡ가 힘이 덜 해서 그리 보일 수 있는데
보통 일이란게 벌어지면
대게 뭐가 어떻게 일어난 건지
사실 전체 그림이 잘 보이지 않기 마련이잖아요. 뚝뚝 끊어지고 설명이 잘 안되고..
그게 아주 나중에야..
아..그때..그런 거 였었구나..
하는거죠.
우리야 만들어진 영화를 보니까
자, 감독 친절하게 설명해 봐..
할수 있는데 .. 감독이..
저 때를,
(막상 지켜야 할 게 뭔지 모르고 돈만
그저 벌어오는 가장이나
왜 화가 나는지 모른 채
화를 내는 청소년들이나 그게 자연스런 일상이란 것..)
친절이 개입되면 파수의 의미를 상실하게
되버린다는..
얘길 하면...할 말이....없다는..^^;;

stella.K 2016-02-11 14:47   좋아요 2 | URL
아, 저는 책 보다는 영화를...^^

[그장소] 2016-02-11 14:53   좋아요 1 | URL
stella.K 님 아..책 아니고..영화버전
파리대왕과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ㅡㅎㅎㅎ
파리대왕 ㅡ은 못보고 ㅡ일그러진 영웅은..본..

stella.K 2016-02-11 15:06   좋아요 2 | URL
ㅎㅎ 파리대왕 함 보세요.
솔직히 파리대왕 책으로 읽는 거 쉽지 않죠.
그런데 영화는 나름 잘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전 영화 보고 나서야 이해가 가능했다능.^^

[그장소] 2016-02-11 15:49   좋아요 1 | URL
영화 ㅡ파리대왕을 봐야하는 거였군요!^^
저는 책을 먼저봐서..이것도 나름 괜찮을지도..
음..요즘 옛날영화 다시보기를 하곤하는데..
찾아봐야겠어요.
푸라이드 그린토마토 ㅡ내용도 생각 안나..
저도 많이 졸았던 영화 ^^ㅋ
아까 웃었어요..그래서..ㅎㅎ
아마 제 나이또래때가 아닌 시점여서 그랬을텐데..지금은 어떨지 모르겠네요.
파리대왕 찾아볼게요!^^
오늘 재미있었어요.저 땜에 피곤하셨겠어요.
뻔한 얘길 길게 해서..^^
고맙습니다.stella.K님 ~^^
남은 오후 달달 하게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16-02-11 14: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문열 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영화로 만든 건 줄 알았어요. 페이퍼의 제목을 보고 말이죠.

이 소설은 내가 재밌게 읽었던 거예요. 미묘한 심리를 관찰할 수 있거든요.
이 영화도 그럴 것 같네요.

명절 잘 보냈나요?
일상으로 돌아오니 행복하네요.

stella.K 2016-02-11 14:46   좋아요 1 | URL
오, 언니! 잘 지내셨어요?
이문열의 동명 영화도 있죠. 잘 만들었고.
그것에 비하면 이 영화는 못 만들었죠.ㅋ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이문열 원작의 영화가
생각날 수 밖에 없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안 보셨다면 함 보세요.
전 요즘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를 다시 보고 있는데
아직도 끝이 보이지 않고 있어요.
잠 자기 전 몇분 보다가 잠이 드는지라. 웃기죠?ㅋㅋㅋ

[그장소] 2016-02-11 15:47   좋아요 0 | URL
pek0501 님도 한번 보셔요~^^
영화 파수꾼 ㅡ조용한 데 나름 괜찮았던 ..
날 밝기 전 히부윰한 기분 ㅡ
같은 영화...칙칙하게 안개도 얼굴에 좀 닿고
거미줄도 어디서 걸치적 거리고 뭐 그런
가운데 해 뜨는 ..딱 그 시간 같은 ...느낌예요.

yamoo 2016-02-12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수꾼을 봐야 겠군요. 이강백 희곡인 파수꾼과는 다른 거지요??

stella.K 2016-02-12 11:43   좋아요 0 | URL
아, 이강백이 파수꾼을 썼나요?
저는 샐린저가 생각이 나더라구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