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독 - 10인의 예술가와 학자가 이야기하는, 운명을 바꾼 책
어수웅 지음 / 민음사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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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 한 권의 책이 사람을 바꿀 수 있을까에 새삼 의문이 들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책을 읽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꾸준히 독서를 해 오긴 했지만 과연 책이 나의 삶을 바꿨을까 그걸 잘 모르겠다. 여기 저자의 취재의 대상이 됐던 10명의 명사들은 하나 같이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쳤던 책 한 권씩을 자랑한다. 나는 좋게 읽은 책은 많지만 아직 이렇다하게 이 책이다 싶은 책이 떠오르질 않는다. 내가 독서를 지금까지 헛해 온 건가? 읽는 내내 마음 한편이 위축되는 느낌도 받았다

 

나에게도 이런 책이 나와 주려면 김대우 감독같이 어느 한 책을 몇 백 번을 반복해서 읽을 수 있어야 할 것도 같다. (그는 로빈슨 크루소를 500번을 읽었다지 않는가?)나의 책 읽는 수준이란 게 범박하여 (성경을 제외하고) 두 번 읽은 책은 손에 꼽을 정도고, 한 번에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저자의 질문은 애초에 나 같은 사람에겐 해당사항이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자책은 말자. 그래도 생각해 보면 내 삶을 변화시켰는지 어쨌는지는 모르겠지만 꽤 괜찮은 책을 읽어 온 것도 사실이다. 그냥 이 책을 읽은 내 생각이나 쓰련다.

 

기자라는 직업이 멋있다고 생각하는 건 이렇게 움베르토 에코를 취재했을 때가 아닌가 싶다. 알다시피 에코는 작년에 타계했다. 타계했을 때의 나이가 적은 건 아니지만 100세 시대를 생각하면 의외다 싶기도 하다. 그런 분을 기자는 또 언제 취재를 했던 걸까? 갑자기 이 책의 가치가 백배는 올라가는 느낌이다.

 

기억에 남는 건, 그가 정보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지적한 것이다. 요는,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은 정보의 옥석을 가릴 줄 알지만, 공부를 많이 하지 못한 사람은 정보에 대한 변별력이 떨어지며 조악한 정보만을 습득할 뿐이라고 했다. 좀 씁쓸한 전망이긴 하나 세계적인 석학이 하는 말이니 그냥 흘려버릴 수만은 없다. 에코는 좋은 정보를 취할 줄 아는 사람은 좋은 공연을 보러 다닐 줄 아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은 집에서 드라마나 본다나? 마침 이 부분을 읽던 날 저녁 동네 모처에서 어느 독립운동가의 일대기를 그린 창작극을 한다고 해서 보고 오긴 했는데, 좋은 공연이었다면 에코의 말을 따랐겠지만, 그 공연은 드라마를 보는 것 보다 못 했다. 그런 것으로 봐 에코는 드라마 보는 걸 하위문화로 인식하는 것 같다. 나는 드라마 보는 것을 즐겨하는 편이긴 한데, 모든 드라마가 수준이 낮은 건 아니다. 드라마를 보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 중에서도 좋은 드라마를 볼 줄 아는 변별력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닐까? 그러므로 에코의 말은 다 받아들일 건 못되지만 확실히 생각해 보게는 만드는 것 같다

            

사실 이 책은, 인터뷰 이들이 자기 인생의 책에 대해 얘기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삶을 얘기하는 게 더 많다. 그게 참 읽는 이로 하여금 혹하게 만드는 데가 있다. 그중 단연 압권은 내가 좋아하는 작가 김중혁이다. 언제나 그렇듯 이 작가의 입담은 가히 알아 줄만하다. 그는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자신의 인생의 책으로 꼽았는데, 그는 이 책을 군대에서만도 9번을 읽었단다. 그러다 첫 소설의 테마를 세상의 끝을 향한 남녀의 모험소설로 잡았는데 내용은 군인을 위한 성애 소설이었던 셈. 수위는 높지 않았지만 반응은 열광적이었고, 그들은 준비된 독자들이었다고 회고한다. 그는 귀여운 악동의 이미지가 있다.

 

그는 밀란 쿤데라의 소설을 처음에는 연애 소설로, 두 번째는 철학 소설로, 그리고 세 번째는 소설을 어떻게 쓰는가에 대한 소설 작법에 대한 소설로 읽히지만 역시 또 한 번 읽으면 연애 소설로 읽힌다고 한다. 그는 자신을 가리켜 관점 자체가 아예 없는 무관주의자라고도 했는데, 그런 삶의 자세가 마음에 든다.

 

사실 나를 이루는 팔 할은 책이라고 말해도 무방하긴 할 것이다. 그러므로 책이 사람을 바꾸는가에 나는 그렇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가끔 이기적이라는 말을 듣기도 하는데 그나마 책이라도 읽으니 그 정도지 책을 읽지 않았다면 난 악마적이기도 했을 것이다. 은희경 작가가 그런 말을 한다. 책이 없는 인생을 생각해 본적이 없다고. 늙어 가는 게 두렵지 않은 것은 책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책을 보고 인생이 바뀌었다이렇게는 말할 수 없을지 몰라도, 생각을 조금씩 바뀌게 해 준다고 했다. 나도 그 말에 동의한다. 언젠가 내 주위에 아무도 존재하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 홀로 있는 외로움을 견디게 해 줄 유일한 버팀목이 책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은희경 작가가 그런 말을 해서 말인데, 이 책의 10명의 명사들도 내 인생의 책을 어느 날 갑자기 발견하고 이 책이라고 했을 것 같지는 않다. 정말 한 권의 책이 사람을 바꾸면 얼마나 바꾸겠는가? 지구가 자전을 하고, 공전을 해 하루와 1년을 바꿔가듯 독서도 그런 의미가 아니겠는가? 그런 속에서 의미를 만들어 나가고 거기서 떠나지 않고 늘 함께 해 오는 책이 사람 저마다 있을 것이다. 같은 책이더라도 누가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지기도 하는데 그래서 책은 살아 있는 것 같다.

      

글이 정말 간결하면서도 유려하다. 모 신문사 문화담당 기자니 오죽 글을 잘 쓰겠는가. 나도 아주 가끔은 취재 글을 쓰기도 하는데 뭘 알아서 쓰는 건 아니고 훗날 다시 보면 형편없다 싶을 때가 많다. 이 책은 취재 글을 쓸 때 어떻게 써야할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되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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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6-06-07 1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저는 김중혁 작가 책 한 권도 안 읽어보고 팟캐스트만 듣는데도 좋아지더라고요. 그 뭐랄까, 촌스러운 듯하면서도 담백하고 솔직하고... 글도 그럴까 싶네요. 이 책 읽고 싶어지네요.

stella.K 2016-06-07 20:02   좋아요 0 | URL
저도 김중혁 작가의 책은 많이 안 읽어봤는데 이 작가는 왠지 좋더라구요.
이 책 정말 좋더군요. 강추합니다.^^

cyrus 2016-06-07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혼자 있을 때 책이 없으면 허전해요.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면 시간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요.

stella.K 2016-06-07 20:08   좋아요 0 | URL
맞아. 버스를 타면 십중팔구는 다 스맛폰을 보고 있다는 게
또 그것을 당연하게 보고 있다는 게 새삼 놀랍더군.

yureka01 2016-06-07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헤 전 카메라만 있으면 ㅋㅋㅋ

stella.K 2016-06-08 14:51   좋아요 0 | URL
ㅎㅎ 어련하시겠습니까?ㅋㅋㅋ
 
세속 도시의 시인들 - 삶의 진부함에 맞서는 15개의 다른 시선, 다른 태도
김도언 지음, 이흥렬 사진 / 로고폴리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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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에 대한 관심 때문에 읽은 책이긴 하다. 흔히 작가하면 소설가를 떠올리겠지만, 이 책은 시인에 대해 다루고 있다. 그런데 한 가지 밝힐 것이 있다. 내가 평소 시를 좋아하고, 시에 대한 순수한 관심 때문에 읽은 책은 아니라는 것. 특정 몇몇 시인의 이름이 실려 있어 호기심에 볼 생각을 했다. 그들은 김정환과 류근, 김경주 시인 때문이다.

 

김정환 시인은 오래 전, 한국문학학교란 일종의 창작 학원(?)을 다니고 있을 때 거기 교장으로 계셔 안면을 튼 적이 있다. 그땐 그분이 그렇게 유명한 시인인 줄은 몰랐다. 시인이라면 그저 김소월이나 박목월 정도 밖에 알지 못하던 내가 그분을 알리 만무했다. 난 그저 창작을 가르쳐 주는 전문 학원도 있다는 게 놀라웠을 뿐이고, 소설을 공부했기 때문에 이 분에 대해선 더 더욱 알지 못했다. 비교적 작은 키에 다부진 체구를 지닌 시인은 사람과 어울리는데 스스럼이 없었고, 사람 이름을 기억하는데 비상한 재주를 가지고 계셨다.

 

일단 학원에 들어서면 늘 클래식 음악이 흘렀다. 당시에도 음악에 관한 책을 저술 중에 계셨던 것으로 안다. 한 번 정도 그분의 특강을 들었던 것 같고(그것도 담당 선생님이 펑크를 내는 바람에 땜빵으로), 거기서 그분의 지난한 삶의 이야기를 띄엄띄엄 들을 수 있었다. 호기심에 다녔던 곳을 수강료를 한 번 더 내고 더 다녀보려고 했는데, 결국 성실히 다니지도 못했다. 그러자 시인은 나에게 전화해 왜 안 나오느냐며 이제라도 열심히 다니라고 격려 겸 선도 부장의 직임을 자처하셨던 기억이 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대답만하고 끝까지 그곳을 다니지 않았다. (역시 나는 학교란 말이 붙으면 못 견디는 체질인가 보다. 믿거나 말거나) 아무튼 그런 인연이 있어 이 분에 대한 근황이 궁금했다.

 

류근 시인이야 김광석의 노래 작사가로 유명하고, 지금도 TV에서 열렬하게 나오고 있으니 궁금한 거야 당연하고, 김경주 시인은 작년, <내가 가장 아름다울 때 내 곁엔 사랑하는 이가 없었다>로 그의 존재감을 인식한 나는, 그가 펼치고 있다던 시극에 관한 이야기를 더 알아 볼 수 있을까 해서 관심이 갔다.

 

그렇다고 이 관심 있어 하는 시인부터 읽었던 것은 아니다. 부러 실린 순서대로 깔끔하게 읽었다. 왠지 그러고 싶었다. 그런데 읽으면서, 이제 나는 시 앞에서는 더 이상 문외한인 것을 자랑하듯 떠벌릴 수 없을 것 같았다. 하긴 그게 무슨 벼슬이라고. 오히려, 나는 시인을 진정으로 사랑한 적이 없으며, 소설가만큼도 인정받지 못한다고 해서 애써 관심 밖의 영역으로 미뤄뒀던 것을 후회해야 했다. 언젠가 함민복 시인이 시 한 편에 원고료가 얼마인지를 얘기한 시를 읽어 본 적이 있는데, 시인이 이렇게도 별 볼 일 없는데 시는 왜 쓰는가 그랬던 적이 있음을 고백한다. 시인들이 알면 꽤나 섭섭하다 못해 상처를 입었을 것 같다. 누구의 말처럼 자본주의 상흔을 치료할 수 있는 건 문학이고, 작가란 말에 동의했던 내가 정작 돈 벌이가 안 된다는 이유만으로 시를 애써 외면하다니.

 

그런데 시를 외면한 건 나만이 아니었다. 김요일이란 시인은, 시란 인간이 만들어낸 모든 것 중에 가장 쓸모없는 것이며. 맹장 같은 거라고 했다. 시인도 이럴진대 속된 나는 어떠하겠는가? 하지만 이 책을 엮었던 저자 김도언은 이런 말을 한다. 시인은 실패하는 데 성공한 사람이라고. 그리고 이건 시인에게 요구되는 핵심적인 요건일 거라고. 모든 시인이 시를 써서 성공만을 지향한다면, 시는 빛나는 목소리를 잃고 하수구에 쳐 박힐 거라고 했다. 왜냐하면 타락한 시대의 성공만큼 비루한 것이 없기 때문에. 따라서 오늘날 우리의 시는, 가장 실패한 방식으로 타락한 시대를 증거하면서 자기 회복과 갱신의 가능성을 실험해야 하는 것이라고 역설한다.

 

과연 저자의 말이 폐부를 찌른다. 우린 왜 모든지 성공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그것도 성공을 위한 성공을. 그 성공을 위한 성공이 훗날에도 성공으로 남을 수 있을지, 현재의 실패가 언제까지나 실패로만 남아 있을지는 지금으로선 알 수가 없다. 실패를 위한 성공이 훗날 어떠한 길을 도모하며 발전해 갈지 누가 알겠는가? 그러므로 실패를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우리는 시인에 대한 이중의 잣대가 있어왔던 것도 사실이다. 시인은 낭만적일 것이라는 것과 가난하다는 것. 이런 시인을 사랑하기란 또 얼마나 어려운가. 특히 시인의 나이가 젊으면 젊을수록 그들을 보는 눈은 가혹할 정도다. 권혁웅 시인은 인터뷰에서, 문학을 기술로 생각해서 문창과가 기술을 가르치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것에 개탄을 금치 못했다. 그것은 문창과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몰라 하는 소리다. 글을 써서 성공하겠다는 세속적 욕망이 있다면 여기에 있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문창과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글을 안 쓰면 죽을 사람들이라고 했다. 그곳은 단순히 직업 훈련소나 소개소가 아니며, 그는 그런 그들에게 삶과 사회, 역사를 정확하고 날카롭게 볼 수 있도록 노력한다고 했다. 그는 현재 한 대학의 문창과 교수이기도 하다. 그런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은 마땅히 격려 받아야 하고, 인정받아야 한다. 왜 사람들을 자신의 잣대로만 보려하고 규정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물론 시인들의 세계도 인간 세계여서 독야청청하고, 신선의 세계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 세계도 권력이 존재하기도 하고, 나태와 태만이 존재하기도 한다. 어느 시인은 청탁을 받을 때만 쓴다고 하는데, 시인이 그렇게 항상 목적이 있을 때만 시를 써서 되겠냐고 류근 시인은 질책하기도 한다. 맞는 말이다. 안 쓰면 죽을 것 같은 사람들이라며 그렇게 청탁이 있을 때만 시를 쓰려 한다면, 그들이 실패에 성공하지 않고 성공에 성공하려고 하는 사람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그래서 그런 것과 상관없이 아웃사이더로 시를 쓰는 시인도 있다는 걸 나는 이 책에서 발견하고 눈이 번쩍하기도 했다(그가 누군지는 직접 읽어보고 확인해 보시라). 그런 건강한 아웃사이더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앞서, 김요일 시인은 그렇게 시는 가장 쓸모없고, 맹장 같음에도 불구하고 시인들이 시를 쓰는 건 병이라고 했다. 아주 고약한 병. , 왜 그리도 자학에 가까운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도 어느 부분에선 맞는 얘기다. 미치지 않고 서야 미칠 수 있겠냐고 하는 것처럼, 시인은 시로서 이 세상을 말해야 한다. 또한 권혁웅 시인의 말처럼, 삶과 사회, 역사를 정확하고 날카롭게 볼 수 있어야 한다. 누구보다도 건강한 자아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것에 대해 김이듬 시인도 그렇게 말했다. 시인은 똑같이 보통 사람의 삶을 사는 건강한 사람이 돼야 한다고. 그렇다고 누굴 밟아 세속적인 지위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밥을 위해 성실하게 살아야 한다고. 시인은 그런 사람이고, 그런 사람이 되도록 계속 노력하는 사람이다.

 

뭐가 됐든 인간의 하는 일은 쉬운 것은 없다. 시인의 시 쓰는 일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시인들 역시 누가 뭐라고 하던 시를 열심히 써서 여기까지 온 사람들이다. 새삼 드는 생각은 내가 시인들을 몰라도 너무 몰랐구나 하는 거였는데, 또 생각해 보면 시인들이 뭐 연예인도 아니고 일반인들에게 어디 쉽게 드러나는 사람이던가 싶기도 하다. 이런 인터뷰집이나 만들 때야 비로소 시인들의 삶과 고뇌에 대해서 얘기하는 거뿐. 이야기는 조금씩 달라도 뭔가 공통적인 목소리가 있었던 것 같다. 문학이나 시의 위상에 관한 이야기는 비슷한 공통분모가 있었다. 더불어 인터뷰이들을 통해 단편적이나마 우리나라 시의 흐름을 짚어볼 수 있어 좋았다. 이 책 안 읽는 시대에 끊임없이 시를 쓰고, 그 시를 또 끊임없이 출판하는 출판사들이 새삼 고맙다는 생각도 들었다. 시 좀 읽어야겠다.

 

조금 아쉬운 점을 지적하자면, 전체적으로 난 이 책이 나쁘진 않았는데, 저자의 생각을 최대한 절제하거나 온전히 인터뷰 내용만 실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 저자의 생각이나 해석이 인터뷰 중간 중간에 끼어들어야 하는지 모르겠고, 좀 방해가 된다는 느낌도 들었다. 그렇다고 저자의 문체가 쉬웠던 것도 아니다. 가끔 어려운 용어도 나오던데 그걸 우리말로 순화하거나, 뜻풀이를 해줘더라면 좀 더 좋지 않았을까? 불친절하다는 느낌이었다.(그런데 저자의 사진을 보니 꽤 미남이다. 이런 저자를 두고 이런 말을 서슴없이 해야하는 나는 어디 가서 위로를 받을 수 있단 말인가?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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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01 18: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02 18: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16-06-02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도언 저자의 책을 두 권 읽었는데 이런 책이 있는 줄은 몰랐어요.
소설가지만 시를 쓰기도 하는 작가라서 이런 책을 낼 수 있었던 것 같군요.

시에 반했던 시절이 있었어요. 30편쯤 시를 외우기도 했어요.
지금도 시의 매력은 알지만 이젠 시집을 읽게 되지 않는 것 같아요.
사 놓고 보지 않은 시집을 봐야겠어요. 시 공부 좀 해야겠어요...

stella.K 2016-06-02 18:57   좋아요 0 | URL
김도언의 책 어떻던가요?
작가가 잘 생겼더군요. 배우 김주혁 같더라구요.ㅋㅋ
 
예술가의 여관 - 나혜석.김일엽.이응노를 품은 수덕여관의 기억
임수진 지음 / 이야기나무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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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덕사라는 절 옆에 수덕여관이 있다는 건 이 책을 보고 처음 알았다. 하긴, 있을 수도 있지 않은가? 우리나라 상호라는 게 원래 유명한 곳 하나 있으면 그 이름에 맞혀 슈퍼, 식당, 미용실, 목욕탕 등 우후죽순 생겨나지 않던가? 기억하기 좋으라고. 그러니 수덕여관도 그러지 않았을까?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면 오산이다.

 

수덕여관은 원래 수덕사의 비구니들이 거하는 방이었다고 한다. 그런 것이 예술가들이 잠시 쉬어가는 공간이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은 바로 그 여관에 머물렀던 대표 예술인 나혜석과 김일엽, 이응노를 소개하면서 그곳 또한 소개한다.

 

이 세 사람이야 워낙 유명하니 모를 리 없겠지만, 왜 수덕여관은 이리도 생경한 것일까를 생각해 본다. 원래 절이라는 곳이 아주 유명한 몇몇 곳을 제외하면 세상에 잘 드러나지 않는 곳이고, 수덕사에서 운영하는 여관이고 보면 이해 못할 것도 없겠단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또 굳이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의 문화는 집을 중심으로 발달되었다. 즉 나그네(여행자)를 위한 문화는 상대적으로 덜 발달되지 않았을까? 그래서 그렇게 모를 수도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사실 책에 소개된 세 사람은 우리나라 근현대 예술사의 한 획을 장식할만한 사람들이다. 공교롭게도 나혜석이나 김일엽은 우리나라 1 세대 페미니스트이기도 하다. 그런 사람들이 수덕여관에 머물렀다는 게 새삼 뭔가의 의미가 있을 것도 같다. 집은 가부장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여성을 위한 공간이기도 했다. 여자의 목소리가 담장 밖을 넘어가면 안 되고, 귀한 집 여성일수록 집에 매여 있었다. 바로 이 여성의 고전적 이미지를 담대히 깨버리고 당당히 거리로 나왔던 인물이 나혜석과 김일엽이다.

 

이들의 사고나 행동 방식은 그야말로 파격 그 자체였다. 그들은 자유연애를 부르짖었고, 결혼에 있어서도 거의 남자와 동급의 조건을 원했다. 물론 그 배후엔 탁월한 재주가 있었고, 여느 여성들 보다 많이 배웠다는 것인데 바로 이것이 여성으로 하여금 집에만 머무르도록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길 위에 서도록 했으며, 스스로가 주체적이 되도록 했다. 또한 그것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찬사도 받게 했지만, 동시에 무수히 많은 질시와 상처를 받게도 된다. 바로 그때 상처 입은 새가 자신의 날개를 드리우듯 찾아들었던 곳이 바로 수덕여관이라는 곳이다. 일종의 피난처인 셈이다.

 

사람은 몸과 마음이 지치면 일상을 떠나 반드시 휴식할 수 있는 곳을 찾아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 요즘 시쳇말로 잠수하는 것이다. 그래서 가톨릭에만 있다는 피정 제도는 오늘 날 좀 더 확대 적용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지금의 페미니스트들은 어느 정도 남성들과의 공존이 가능하다지만(물론 그래도 어렵다), 당시의 나혜석이나 김일엽 같은 1 세대 페미니스트들은 남성은 고사하고 같은 여자들로부터도 이해 받지 못한 존재들이었다. 그런 사람을 수덕여관이 품었다는 게 과연 남다른 의미를 가질 법도 하겠다 싶다.

 

그렇다고 수덕여관이 페미니스트였기에 품었다는 좁은 의미로는 해석하지는 말자. 우리나라 유수의 예술인들이 머물렀다지 않은가? 이응노 화백 같은 당대 걸출한 인물도 머물렀다고 하지 않는가? 모르긴 해도 저자가 인물을 고르다 보니 그렇게 흘러갔던 것 같기도 하다.

 

예술인들에 관심이 많은 나로선 언젠가 그곳을 가 봤으면 좋겠단 생각도 든다. 그래서 상상의 타임머신을 타고 정말 그 세 사람이 어떻게 살았을지 그림이라도 그려봤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책이 얇아 별로 기대하지 않았는데 정갈한 편집이 마음에 든다. 휴식 삼아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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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6-05-28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흥미롭네요. 저도 가끔 과거 시대로 타임머신 타고 가서 그 시대에 살아봤으면, 하는 상상하는데 스텔라님도 하시는군요.^^ 스텔라님 리뷰도 정갈합니다.

stella.K 2016-05-28 17:53   좋아요 0 | URL
오, 고맙습니다. 요즘 저의 글을 보면 질질거리는 게 많더라구요.
뭐 그리 할 말이 많은 건지...ㅠ
사실 읽은 지는 며칠 됐는데 좀 귀찮은 마음도 있어 간략하게
쓴다는 것이 그만...ㅋㅋ
부담없이 읽을 수 있어 좋아요. 브랑카님도 기회되시면 읽어 보세요.^^

니르바나 2016-05-28 1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안녕하세요.^^

아주 오래 전, 수덕사에 갔다가 수덕여관을 일부러 들렀던 것은
유홍준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 소개된
이응노 화백의 추상화가 그려진 암각화를 보기 위해서 였습니다.

중앙정보부에서 조작한 동백림사건 고문휴유증으로
이화백이 그곳에서 전부인의 간병을 받았다지요.
당시 이화백의 전 부인이 운영하던 수덕여관(?)에서
혹시 화가의 다른 흔적을 찾아보려 기웃거렸는데
너무 오래되어 희미한 제 기억으로는
그때 벌써 수덕여관이 아니고 관광객을 상대하는 음식점으로
운영되고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만공, 김일엽, 나혜석, 이응노...
이런 분들과 수덕사, 수덕여관의 연관이 그려집니다.

stella.K 2016-05-29 10:40   좋아요 0 | URL
앗, 니르바나님! 오랜만이시어요. 잘 지내시죠?
그렇지 않아도 하도 뜸하셔서 잘 지내시나 궁금했습니다.

그렇군요. 어디나 조금만 유명해진다 싶으면 자본과 상술이 끼어드니
좀 실망스럽네요.
그래도 한 번은 가 봐야 할까요?ㅋ

yamoo 2016-06-01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이런 책도 있군요. 수덕사에 있는 수덕여관이라....언제 수덕사에 갈 일이 있으면 반드시 들러보고 싶은 곳이군요~ㅎ

나혜석은 들어봤는데, 김일엽은 첨 듣는 사람입니다. 이 사람도 페미니스트였다니...이름으로 봐선 남자 이름인데, 여성이었나??

니르바나 님 덧글로 새로운 사실도 덤으로 알아가네욤^^

stella.K 2016-06-02 18:58   좋아요 0 | URL
아, 그게 아니라 스님인데 법명이 일엽이라더군요.
그래서 일엽 스님으로 불리기도 한다는..

저도 수덕사 가 보고 싶더라구요.^^

페크pek0501 2016-06-02 10: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 시대에 새로운 파격적인 주장을 했던 사람들.
최초로 생각해 낸 사람들, 최초로 행동에 옮긴 사람들.
모두 경이롭습니다.
창의성 발휘에 따라 시대가 발전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중요한 건 고정관념을 깬 창의적인 시각이 되네요.

stella.K 2016-06-02 19:02   좋아요 1 | URL
맞아요. 그런 선각자들이 있어 우리가 이만큼 살아 온 거겠지만
당시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어요.
 
자유혼을 가진 놈은 노예가 될 수 없다 - 자유를 실천하는 18인이 답함 정치경영연구소의 자유인 인터뷰 4
정치경영연구소 엮음 / 채륜서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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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터뷰 집은 정치경제연구소가 각계를 대표할만한 사람들을 인터뷰한 것을 모아놓은 책이다. 물론 여기 나온 18인들이 다 훌륭하고, 흥미롭지만 지면상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느낌을 다 적을 수는 없고 몇몇 인상 깊었던 내용만 적어 볼까 한다.

 

우선 사회 고발 성격의 영화를 잘 만드는 정지영 감독이다. 나는 그의 영화 중 <부러진 화살>를 개봉관에서 본 기억이 나는데 나름 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의 필모그래피를 볼 때 그의 영화는 요즘 흔히 회자되는 천만 관객은 고사하고, 몇 백만을 쉽게 얘기할 수 있는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그는 늘 영화를 만들면 어떻게 하면 관객들이 이해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 것이냐를 고민하는 감독이다.

난 그런 감독이 좋다. 영화가 아무리 감독의 예술이니 어쩌니 해도 관객이 봐 주지 않는 영화, 관객을 이해시킬 수 없는 영화는 의미가 없다고 본다. 관객이 좋아할 만한 영화와 관객을 이해시키는 영화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정지영 감독은 다분히 후자 쪽이라고 생각한다.

 

승자독식의 사회에서 매스컴에서 천만 관객 어쩌고 떠들면 그도 소외감 들지 않을까? 그러나 그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오히려 왜 꼭 천만 관객이 들어야 하는 거지라며 반문을 한다. 그것은 확실히 그가 영화를 생각하는 안목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 준다. 물론 어느 감독도 천만 관객을 생각하고 영화를 만드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영화를 만들다 보니 관객의 반응이 좋아 천만이 된 거겠지.

 

그는 말한다. A급 배우들에게만 목매는 대기업의 투자 방식은 이제 그만둬야 한다고. 즉 대기업은 투자만 하고 제작은 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한다. 이것에 대해 굳이 설명이 필요할까? 천만 관객이란 숫자도 정말 관객이 그 영화가 좋아서 그렇게 된 것일까? 그렇지 않다.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상영 시간만 선택할 수 있지 실제로 영화 선택의 폭은 그리 넓지 못한 게 현실이고 보면, 천만 관객이란 건 축하할 일만은 아닌 것 같다. 대기업이 어떻게 마케팅을 하고 어떤 시스템을 만드느냐에 따라 불가능한 것만도 아닌 것이 되어버렸다.

 

하긴, 대기업이야 철저하게 자본의 논리, 숫자와 결과로만 얘기하는 곳이 그런 것을 배제하고 영화를 만들기란 어려울 것이다. 영화인은 언제나 자유롭게 자신의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대기업의 돈줄을 꿰차고 있는 사람들에게 영화는 이런 거라고 차근차근 설명하면 알아먹을 수 있으려나? 언제나 그렇지만 이런 얘기를 들으면 답답하긴 하지만 그래도 그렇게 생겨 먹은 영화판에서 정지영 감독 같이 뚝심 있게 영화를 만들어가는 영화인이 있다는 게 오히려 위로가 된다. 마음 속 깊이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정지영 감독의 인터뷰와 관련해서 나는 사실 목수정이란 사람을 잘 몰랐다. 안다면 페미니스트라는 정도? 그런데 그녀가 한때 연극판에 있었다는 건 이 책을 보고 알았다. 특이한 건 배우로 활약한 적은 없고, 주로 행정 쪽의 일을 해왔던 모양인데 그 열악한 연극판을 잘도 견뎠다 싶다. 결국 그녀도 못 견디고 프랑스로 훌쩍 유학을 떠났는데 그곳의 엥테르미탕 제도는 우리나라에도 정말 필요한 제도는 아닌가 싶다. 그 제도는 좌파 정부에 의해 1960년부터 실행되어 온 제도로 연극, 영화, 공연 같은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다양한 복지 제도라고 한다. 우리나라도 이런 예술인을 육성하고, 그들을 지원해야 예술계가 발전할 수 있는데 그 책임을 대기업의 지원이나 협찬에만 맡기는 건 한계가 있다고 본다. 정부가 나서서 그런 지원책을 만들어 줘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도 목수정은 프랑스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당시 민주노동당에 들어가 예술 행정 분야에서 일을 했다고 한다. 그녀가 민노당을 선택했던 건 그녀가 생각하는 것과 민노당의 생각이 놀랍도록 맞아서라고 하는데 그래서 한동안은 신나게 일을 했단다. 하지만 오늘 날 봐라. 민주당은 분열돼 지금은 그 흔적도 찾아 볼 수 없게 되어버렸다. 과연 대기업과 정치는 이 나라 예술 발전에 도움이 되는 건지, 저해가 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이만열 교수의 인터뷰도 인상 깊다. 나는 그가 언젠가 손양원 목사에 관한 글을 몇 편에 걸쳐 자신의 SNS에 올린 것을 본적이 있다. 이 인터뷰에서도 손양원 목사에 대해 언급했다. 손양원 목사는 일제 강점기 당시 기독교 목사로 신사참배를 거부한 몇 안 되는 사람 중의 한 사람이다. 그것의 참된 의미는 우상에게 절하지 않는다는 기독교의 철저한 신앙에서부터 나온 것인데, 나는 그것을 민족의 자존심과 저항으로까지 이끌었다는 다소 애매한 표현을 흔적이 있는데, 이만열 교수는 그걸 민족 운동이란 단어로 압축적으로 표현한 것을 보고, 난 아직도 한참 멀었구나 싶었다.

 

손양원 목사는 그가 말했던 대로 우리나라 기독교를 넘어 모든 사람이 존경할만한 민족 지도자 중의 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분에 대한 연구가 아직도 부족하다는 게 이만열 교수의 생각이다.

 

그는 이 인터뷰를 통해 기독교가 잘못한 것을 지적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신사참배에 동조한 것이다. 아니 동조한 것까지도 좋다. 마침내 해방을 맞았지만 신사참배를 한 다수의 기독교 목회자들은 회개하지 않았다고 한다. 회개하고 근신하는 의미에서 최소 3개월간 강단 설교를 하지 말자고 제안 했지만 그들은 말을 듣지 않았고 오히려 자신들의 행동을 합리화시켰다고 한다. 바로 이런 진정한 회개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친일잔재를 청산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이만열 교수는 말하고 있다(291~292p). 우리나라 기독교사에 그런 오점이 있었다는 건 정말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김근수 편 역시 참 많은 것을 생각해 보게 된다. 그는 가톨릭 신학자로서 가난을 몸소 실천하며 사는 사람이다. 집안에 순교자 나오리만치 뿌리 깊은 신앙을 가지고 있었고, 그 자신 신부가 되려고 했지만 그 길을 포기하고 학자의 길을 들어섰다고 한다. 그는 독일에서 공부한 뒤 엘살바도르에서 선교하면서 가난을 선택했고 한다. 예수님이 세상에 다시 오신다면 어디로 오셨겠느냐는 것이다. 바로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에게 오시지 않았겠냐며, 프란체스코 교황이 방한했을 때도 세월호 사건으로 고통당하는 사람을 위로할 수 있도록 일정을 잡았다고 한다.

 

그는 가톨릭을 넘어 기독교까지 포괄해 교회가 얼마나 가난한 사람을 위해 살았는지 회개와 반성을 촉구하고 있었다. 그는 지금도 강사료나 책의 인세를 받지 않으며 모두 다 기부하고 최소한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면서 지금도 대형화하는 교회에 대해 비판과 경계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또한 가톨릭은 성모를 우상화하고 있다며, 성모도 하나의 인간임을 말하고 있었다. 기독교가 가톨릭을 경계하는 것이 바로 이것인데, 이것을 지적하는 사람이 있었다는 게 나로선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아무튼 그의 인터뷰는 뭔가 묵직한 울림으로 다가왔다.

 

그밖에 하종강 편을 읽으면서 노동문제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유시민 편을 통해서는 그의 됨됨이와 지금은 고인이 된 김대중과 노무현 대통령을 다시 한 번 상기하게 했다.

이런 책을 읽으면 그동안 내가 세상을 얼마나 좁게 바라고 보고 있는가를 각성하게 된다. 그러면서 각 분야를 일일이 알 길도, 알 수도 없지만 이런 인터뷰 집을 통해 그 분야를 대표하는 사람들의 생각을 알 수 있으니 좋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리더가 되는 길을 알려주지 못해 안달하는 자기계발서 열권 읽는 것 보다 이런 인터뷰 집 한 권 읽는 편이 훨씬 좋다고 생각한다. 사느라 안달복달 하지 말고, 여유롭게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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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16-05-18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 스텔라 님 이런 책도 읽으시는군요! 저는 인터뷰 집은 거의 읽지 않는 주의라. 근데, 스텔라 님 리뷰를 보면서 정지영 감독이 참 매력적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그는 늘 영화를 만들면 어떻게 하면 관객들이 이해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 것이냐를 고민하는 감독이다..

정말 그렇습니까? 저도 그런 감독 좋아합니다. 정지영 감독이 저런 감독이라니, 앞으로는 애정해 줘야 겠습니다..ㅎ

목수정은 어젠가...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책이 눈에 띄어, 목수정? 많이 들어본 이름이었는데, 페미니스트 목수정 이었군요! 근데, 그녀가 연극판에서 있었다니, 새로운 사실입니다!ㅎ

stella.K 2016-05-19 12:42   좋아요 0 | URL
오, 야무님! 무플이 될뻔한 글에 친히 댓글 달아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러게요. 그런데 정지영 감독 영화는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는 아니죠.
그래서 그렇게 이해 가능한 영화를 만들려고 노력하는가 봅니다.
진짜 이런 감독의 영화는 일부러라도 가서 봐줘야 하는데...

그러게 말입니다. 그녀의 책을 오래전에 가지고 있었는데 하도
안 읽어서 중고샵에 넘겼는데 괜히 후회가 되더라구요.
전 별로 관심이 없는데 연극판에 있었다니 좀 달리 보이긴 하더라구요.

저는 인터뷰집 좋아합니다. 제가 듣는 귀가 한정되어 있어서
자기 분야에선 최고인 사람이 들려주는 이야기니 생생하잖아요.^^

페크pek0501 2016-05-19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근수 님이 꽤 훌륭한 분 같군요. 저는 자기 종교만이 최고라는 태도를 우리가 경계해야 한다는 쪽이에요.

맨 끝에 말씀하신 것처럼,
˝자기계발서 열권 읽는 것 보다 이런 인터뷰 집 한 권 읽는 편이 훨씬 좋다고 생각한다˝는 것에
이 순간 동의합니다.

stella.K 2016-05-19 17:53   좋아요 0 | URL
오, 언니! 요즘 알라딘에 뜸하신 것 같습니다.
바쁘신가 봐요.

그렇죠? 그렇지 않아도 김근수 씨 책을 읽겠다고 작년부터
별렀는데 못 읽고 있어요.
저는 교회를 다니긴 하지만 신학이나 신앙에 관한 책은
가톨릭쪽을 더 선호하고 있어요. 웬지 더 좋더라구요.
깊이나 영성이 더 좋은 것 같더라구요.

암튼 반가워요. 뿌잉뿌잉~

2016-05-21 11: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21 11: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최민수는 내가 좋아하는 배우는 아니었다.

당대 유명한 배우를 부모로 뒀고(물론 둘 다 고인이 됐지만), 그에 대한 후광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한참 인기를 구가했을 때도 난 그가 뭐가 좋은 지를 잘 알지 못했다. 물론 특유의 카리스마에 뭔지 모를 우수가 섞여있는 인상이긴 하지만 그나마 <모래시계>의 인기 때문이었을까? 그때 조금 그의 존재감이 느껴지긴 했지만 그후 오랫동안 이렇다할 작품없이 TV나 스크린에서도 거의 잊혀진 것 같았다(물론 간간히 예능에 얼굴을 비치기도 했지만).  

 

하긴 뭐, 연예인이 '한결 같이 변한없이'가 되기는 힘들 것이다. 

인기 탈런트니, 배우도 한때 잘 나갔으면 그것 가지고 버티고 가늘고 오래 가는 법 아닌가. 그러다 최근 S 본부에서 하는 <대박>에서야 비로소 난 그를 재발견하는 중이다. 

사실 이 드라마는  그 태생이 모호하긴 하다. 역사를 바탕으로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정극에서 한참 빗나가 보인다. 흔히 말하는 퓨전과 판타지를 잘 결합한 사극이다. 그래서 등장인물도 범상치 않은 것이 아니라 그냥 일반에서는 없을 것 같은 비정상인을 그린다. 하긴, 오늘 날 산에 호랑이가 살 거라고 믿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래도 옛날엔 있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그런 줄 알 뿐이다. 그렇다고 그 시절에 살았던 사람이 신통력을 발휘하고, 시위 먹인 화살을 맨 손으로 붙잡고, 1대 17로 싸워 백전백승을 하고. 이랬을 것 같지는 않다. 이 초현실적 드라마를 못 마땅해서 안 볼 사람도 있겠지만, 난 아직까지는 봐 줄만해서 보고 있기는 한다. 

 

그 아직까지 봐 줄만해서 봐주는 것중에 무시 못할 건, 아니 전부일지도 모를 요인엔 바로 숙종으로 나오는 최민수가 있어서는 아닐까를 생각해 본다. 내가 조금 아까 말하지 않았는가? 등장인물이 정상은 아니라고. 비범이라고 하면 거기엔 사람에 대한 이해가 있지만 여긴 그런 게 없다. 그냥 그런 인물이 있으면 그런가 보다 할 뿐이다. 최민수가 연기하는 숙종 역시 정상적여 보이지는 않는다. 즉 일반에는 없을 것 같다는 것이다. 아무리 만인지상 일인지하의 임금이라고 하지만 어떻게 총애했던 신하의 딸을 특유의 신통력(?)으로 알아 볼 수 있단 말인가? 그런 임금이 한때 여인의 치마폭(장희빈)에 놀아 났다고는 감히 상상이 가질 않는다.

 

하긴, 이 드라마에선 장희빈을 사랑하는 숙종이 주가 되는 것이 아니다. 후에 영조가 되는 연잉군에게 양위하는 숙종이다. 하지만 순순히 넘겨 주지는 않을 태세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시절 궁궐엔 훗날 영조가 되는 연잉군이 임금이 되야한다는 파와 되어선 안 된다는 파가 팽팽히 맞섰을 것이고, 정말 연잉군이 임금의 재목인지 확신 내지는 마지막까지 시험해 보겠다는 대의명분이 있다. 

 

또한 이 드라마에서 보여지는 숙종은 그 옛날 장희빈이 주인공이었던 드라마의 숙종과는 엄청 다르다. 전자의 숙종은 정말 나는 새라도 떨어 뜨릴 것 같다. 하지만 옛날 이미숙이 장희빈을 맡았을 때 유인촌이 맡았던 숙종은 그저 우유부단에 조강지처를 미워하는 캐릭터였을 뿐이다. 그러나 숙종이 실제로 어땠는지 누가 숙종에 좀 더 가까운지는 알 수가 없다. 단지 알 수 있는 건, 최민수의 숙종 역이다. 

 

애초에 드라마는 연잉군 역을 맡은 여진구와 그의 배 다른 형 백대길이 주가 되는 구도지만 아직 이들에게 크게 기대할만하진 않고(사극은 역시 연륜의 드라마다), 숙종의 최민수가 나오면 뭔가를 기대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때 몇회째던가? 숙종이 약에 취해서 반쯤은 맛이 간 얼굴로 연잉군에게 양위를 받겠느냐는 질문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게 얼마나 충격적이고, 놀랍던지. 임금이 뽕을...? 했다. 하지만 동시에 그때부터 난 최민수를 다시 보기 시작했던 것 같다. 임금이 아무리 만인지상 일인지하라고는 하지만 어떻게 모르는 게 하나도 없을 수 있을까? 시청자로서 불만을 가질 법도 한데 그한테 만큼그런 것이 없고 오히려 그것이 통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만든다. 겉으로는 한없이 망가져 보이는 듯 한데 그의 눈빛만큼은 살아 있어 모든 것을 꿰뚫는다.

 

실제로 저 뽕을 맞는 아니 피우는 장면은 작가의 상상에 의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숙종이 그랬다고 한다. 그라면 피웠을 테지만 드라마에선 담배 피우는 장면이 금지됐기 때문에 시녀를 시켜 태우는 장면으로 전환한 거란다. 그리고 안경을 쓰고 정사에 임하는 장면도 고증에 의한 것이고. 그런 그의 준비성에 박수를 보내고 싶어졌다.

 

 

 

그런데 며칠 전 난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이란 영화를 영화전문채널에서 본 적이 있는데, 거기서 보면 최민수가 노숙자로 잠깐 등장한다. 그야말로 완벽한 노숙자다.

                    

 

             

처음엔 너무 초췌하다 못해 더러워 보기기까지 한다. 그래서 개 조차도 좋아할 것 같지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차츰 착하고, 해 맑은 동심을 닮은 노숙자 연기를 그는 완벽히 소화해 냈다. 모르긴 해도 여기서 빛을 발해 S 본부 사극 입성에 성공한 것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그리고 또 모르긴 해도 <대박>에서의 그의 인기에 힘입어 초반에 잠시 나왔다 사라지기로 했는데 역할 분량이 늘어난 것은 아닐까 짐작해 본다. 그리고 이런 수식어는 신인에게나 해당되는 말처럼 되어버렸는데, 최민수는 정말 앞으로가 기대되는 배우다. 앞으로 TV에서든 영화에서든 오래 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런데 저 영화는 정말 완벽한 동화다. 보고나면 씁쓸하게 그런 일이 정말 현실에서 일어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숨이 절로 나온다. 그냥 잠시 동화에 취해 보고 싶다면 봐도 좋을 것 같다. 별점은 3개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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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05-10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전인가요..최민수가 노인네 폭행했다고 언론에서 떠들었던 사건.....사실이 전혀 달랐죠.그런데 그에게 어느 언론 하나 그에게 사과한 적이 없었죠.

stella.K 2016-05-11 14:38   좋아요 1 | URL
헉,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노인 폭행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하여간 우리나라 언론 무례한 건 뭐 말해 뭐하겠습니까?ㅉ

cyrus 2016-05-11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격이나 평소 행실이 괜찮았으면, 최고의 배우로 거론되었을지도 몰라요. 돌출 발언, 행동 때문에 연기력이 묻히는 케이스죠.

stella.K 2016-05-11 14:40   좋아요 0 | URL
이제 마음을 고쳐 먹었나 보지.
그의 사람됨은 잘 모르겠고, 연기력이 대단한 배우임에 틀임없이.
지금이라도 잘 돼서 제 2의 전성기를 맞았으면 한다.ㅋ

yamoo 2016-05-12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민수...인간은 정말 알쏭달쏭한 사람이지만, 연기는 나름 알아줘야 하는 배우 같습니다. 전 요즘 드라마를 거의 안 봅니다만, 유일하게 보는 드라마가 <몬스터>. <태양의 후예>보다 3배는 더 재밌는 거 같다는^^

그나저나 스텔라 님의 이런 티브 리뷰, 아주 좋습니다! <몬스터>도 부탁드려도 될른지~ 제가 요즘 유일하게 보는 드라마라서욤^^;;

stella.K 2016-05-12 19:25   좋아요 0 | URL
헉, <몬스터>가 좋은가요?
제가 좋아하는 배우들이 나오는 것 같긴하지만
1회 본방을 사수하지 못해 계속 못 보고 있습니다.
당장 내일부터 기대 만땅인 드라마 2편이 첫방을 시작하는지라
몬스터를 언제 보게 될런지 모르겠습니다.
혹시 나중에라도 보게 된다면 꼭 리뷰해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