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레이] 캐롤
토드 헤인즈 감독, 케이트 블란쳇 외 출연 / 기타 제작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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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영화의 미덕은 카메라의 움직임과 음악에 있지 않나 싶다.

두 여자의 심리를 포착하듯 카메라는 그리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없고 내내 불안하고 우울하다. 그것을 받혀주기라도 하듯 음악 역시 그것을 동시에 표현해 주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영화는 1950년대 보수주의가 득세하던 시절이다. 그런 시대에 자유로운 동성애가 가당키나 했겠는가? 그러니 이 두 레즈비언의 불안하고 우울할 수밖에 없다. 또한 그것이 언젠가 터져 나올 욕망을 내포하고 있기도 하다.

 

(틸다 스윈튼과 헷갈리고, ‘벤자민 버튼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에 나왔던) 캐롤 역의 케이트 블란쳇의 연기는 가히 우아하며, 압도적이다. 비록 사회에선 인정받지 못하는 사랑을 하지만 그것마저도 당당하다. 물론 나중에 이것이 그녀의 발목을 잡혀 사랑하는 딸을 이혼한 남편에게 빼앗기는 불운을 겪기도 하지만 사랑하는데 거침이 없다.

 

그런데 영화 진행이 노련하긴 한데 마지막 엔딩이 왠지 석연치가 않다. 그렇게 끝나는 건 도대체 뭐란 말인가? 자기 집에 파티가 있으니 오라고 해 놓고 정작 레스토랑에서 남자들 속에 고고한 한 마리 학처럼 앉아 있으니 말이다. 마치 자신의 애인인 테레즈가 와서 볼 거란 걸 계산에 넣은 듯한 그 표정. 그랬을 때 테레즈가 무엇인가를 느끼고 생각해 주길 바랐던 걸까?

 

이 영화 미덕이 하나가 더 있다. 전자의 미덕은 영화 기술에 관한 거라면 이번엔 인물에 관한 미덕이다. 바로 캐롤!

 

캐롤의 테레즈와의 부적절한 관계가 들통 나 아이를 빼앗기게 될 처지에 놓여는데 법정에서도 당당했다. 남편과 이런 진흙탕 싸움에서 딸에게 상처를 주지 말아야 할 것과 이 때문에 아이를 만날 권한이 박탈이 되어도 자신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아이와 만날 거라며, 자신의 동성애와 어머니로서의 권한은 별개임을 선포한다. 당당함으로 똘똘뭉쳤다. 선택은 어떤 비난을 무릎쓰고라도 당당함에서 나오는 것이며, 자기 선언 역시 여기에서 나오는 것이다. 이것이 가능해지면 우선순위가 결정되고 그것에 따라 운명은 헤쳐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사실 보수적인 사회에서 보잘 것 없는여성이 선택할 수 있는 건 그리 많지 않다. 물론 캐롤이 여느 여성에 비해 조금 더 많은 것을 누리고, 소위 있는 집 귀부인이라는 정도지 사회나 법을 좌지우지 할 정도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선택했다. 자신의 아이를. 그것은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버리는 취사선택이 아니다. 무엇을 최선으로 하고 그 다음 무엇을 차선으로 할 것이냐의 문제다. 엄마가 된 이상 자신의 불행과 부조리함을 딸에게 짐 지우지 않겠다는 그 선택. 그러므로 그녀가 테레즈를 사랑한 것은 자신이 한 아이의 엄마인 것 보다 앞서지 않는다. 물론 테레즈의 입장에선 아쉬울 수도 있을 것 같다. (비록 부적절할지라도)사랑이 전부일 것 같고 그래서 용기를 낼 것 같은데 알고 봤더니 자신은 사랑하는 사람의 전부가 아니었다.

 

여기서 생각해 봐야할 것은 사랑을 운명이나 전부로 보지 말고, 우선으로 놓고 보라는 것이다. 내가 여자에 대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 중 하나는, 여자는 사랑에 빠지면 모든 것을 버린다는 말이다. 자식도 가정도 다 버리고 사랑을 쫓아간 단다. 멋있는얼핏 들으면 멋있는  같기도 하다. 그리고 인생 어느 한 때 있을 수 있는 모험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건 철없을 때나 여자가 힘을 갖지 못했을 때 도피 행각으로 있을 수 있는 행동일 뿐이다. 또한 그것은 여자는 생각할 줄 모른다는 것을 반증하려고 누군가 꾸며낸 이야기인지도 모르겠다.

 

사회가 보수적이라는 것은 여성으로 하여금 생각이나 선택을 못하도록 차단한다는 말도 될 것이다. 그러므로 여자를 더 옭아매는 것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폭력에 노출된 여자가 계속 그렇게 당하기만 하면 내가 맞을만한 일을 했기 때문에 맞는다고 하지 않는가. 빠져나올 생각을 못하는 것이다. 여자는 어떤 시대 어떤 불행과 위기에 처하더라도 선택하지 않으면 안 된다.

 

테레즈는 나이도 어리고 아직 사회경험이 많지 않다. 그런데 비해 캐롤은 나이도 많고, 결혼과 이혼을 통해 좀 더 현실적이 됐다. 캐롤도 한때는 사랑이 전부일 거라고 생각해서 결혼을 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 반대로 정략에 의한 결혼일지도 모르고. 그래서 테레즈와 사랑의 도피 행각을 벌이는 영화라면  말 그대로 진부한 동성애 영화가 되는지도 모르겠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고 하지 않던가? 이혼은 정상적으로 이루어졌고, 딸과의 면접교섭권도 확보 됐으며, 그 아이는 또 자라 엄마를 이해해 줄 날이 있을 것이다. 캐롤은 당시엔 딸 때문에 테레즈를 버린 것 같았으나, 이혼하고 넓은 집이 생겼는데 같이 들어와 살지 않겠냐고 권함으로 그녀에 대한 의리를 저버리지 않았음을 암시한다. 그렇다면 앞서 얘기했던 마지막 엔딩 장면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레스토랑에서 고고하게 테레즈를 기다렸던 건 캐롤의 오만함을 드러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보다는 그 레스토랑 문을 함께 나서기 위한 수순 아니었을까? (열린 결말은 뭔가를 유추해야 해서 피곤하긴 하다.).

 

그러므로 이 영화는 우선 순위를 정할 줄 아는 여자쯤으로 해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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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6-10-17 14: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당당함. 제가 갖고 싶은 것 중 하나입니다. 이것 하나 갖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닐 때가 있어요.
왠지 위축될 때가 있거든요.
어쩌면 주부들이 불륜을 저지르지 않고 살려는 게 그 당당함 때문인지 몰라요.
불륜을 저지르며 살면 당당함을 잃고 죄의식을 느끼며 살아야 하거든요.
그런 걸 치르기 싫은 거죠. 도덕적인 이유 때문 다음으로 당당하게 살고 싶은 이유도 바르게 사는 데 한몫을 할 거라고 봅니다.

stella.K 2016-10-17 14:38   좋아요 0 | URL
맞아요. 이 영화 동성애란 편견만 빼면 꽤 괜찮게 잘 만든 영화예요.
솔직히 그 상황이면 자신이 약점 잡혀서 설설기고
어떻게 할지 몰라했을 텐데 주인공이 아주 대차서 마음에 들더군요.
도덕의 정의 보다 사랑의 정의가 더 앞서고 있구나 싶구요.

근데 이 페이퍼가 무플인 걸 아시고...
고맙슴다.^^
 
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 - 아웃케이스 없음
김상만 감독, 유지태 외 출연 / 이오스엔터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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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이 누군가 했더니 <마담 뺑덕>을 연출한 감독이다. 그 밖에 몇 편의 영화를 더 연출했는데 생략한다. <마담  뺑덕>을 연출했다니 그의 변신이 좀 놀랍기는 하다. 그 영화는 좋게 말해서 퇴폐미의 극치를 보여줬다고나 할까? 그런데 비해 이 영화는 오페라의 화려함을 무기로 삼았으니.

 

그러고 보니 두 영화의 공통점은 또 있다.감독은 '구원'을 얘기하고 있다. <마담 뺑덕> 같은 경우 그렇게 퇴폐에 쩔었어도 한 여자에 의해 구원 받는 감독의 갈망을 드러냈다. 오죽했으면 끝까지 악녀여야 할 뺑덕이 사실은 마음의 심층 밑바닥엔 선함이 깔려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래서 남자가 어떤 나쁜 짓을해도 복수하지 못하며, 선함 그러니까 여성 특유의 모성본능으로 감싸 안을 수 있다고 믿고 있는 모양이다. 그 영화의 마지막 엔딩 장면을 보면서 허탈하다 못해 헛웃음이 나왔던 것을 기억한다. 

 

옆에 있었으면 작은 소리로 말해 주고 싶었다. "저기요, 나쁜 남자는 그냥 나쁜 남자예요.. 나쁜 남자를 구원해 줄 선한 여자는 없어요."라고. 자기도 구원하지 못할 자신을 누구더러 구원해 달란 말인가. 혹시 감독은 다시 유아기로 돌아가 엄마의 젖을 빨로 싶었던 건 아닌지 의문스러울 정도였다.

 

       

 

이 영화는 일단 오페라를 스크린 안으로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봐 줄만하긴 하다. 100년만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테너에게 붙이는 찬사가 '리리코 스핀토'라고 한다. 이 영화는 성악가 배재철 씨의 실화를 다룬 것이다. 그렇게 잘 나가던 테너가 어느 날 갑자기 갑상선암으로 쓰러져 하루 아침에 목소리를 잃고, 암흑 같은 시간을 보내다 좌절을 딛고 일어선다는,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성공신화가 주요 모티프다.

 

성공신화야 늘 성공 못한 인생이 수두룩한 것을 생각하면 반은 먹어주는 이야기 아닌가. 거기에 무엇으로 양념을 칠 것인가인데, 사실은 성공 신화도 너무 흔한 시대이고 보면 그 이야기가 그렇게 감동스러운 건가, 아니 성공만이 전부인가에 대해 의구심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왜 영화는, 주인공이 노래를 못 부르게 됨으로 인해서 그동안 성공에만 집착하다 그렇지 않은 다른 인생의 길도 있음을 보여주지 못하는 걸까? 주인공은 성공도 잘하고, 좌절도 잘하며, 또 금방 희망도 잘한다. 갈등은 짧고,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건 거의 없다. 과연 이 인물에 공감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앞서 구원 얘기를 했는데, 구원은 과연 천운일까? 그런 의문도 남는다.

 

그도 그럴 것이 주인공이 모든 것을 포기하려고 했을 때, 친구처럼 지내는 일본의 오페라 기획자 코지를 통해 일본의 어느 의학자를 만나게 되고 그를 통해 목소리를 회복하게 된다. 물론 있을 수 있는 설정이고 동시에 흔치않은 기회다. 그래서 천운인 것이고. 이런 기회는 늘 무대에서 1000%에 가까운 기량을 뽐낼 줄 아는 사람에게나 주워지는 거지 일반인에게 주워질 기회는 아니다. 그렇게 구원은 어느 특정인에게만 주어질 것처럼 영화는 보여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구원은 만인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나중에 주인공이 십자가를 바라보며 그렇게 말하지 않던가, 암으로 쓰러질 때 왜 내 생명을 거둬가지 않았냐고. 난 그게 참 가식적으로 느껴졌다. 왜일까? 늘 아픔과 고난의 연속 속에서 그런 독백은 처절해 보이지만, 늘 성공가도를 달렸던 사람이 그러는 건 동정은 하지만 진정한 공감까지는 한참 걸려 보인다.  

 

그런 의학적 노력도 한계는 있어 예전의 완벽한 목소리를 재현해내지 못하는데, 이 부분에서 영화는 조금이라도 인간적이길 바랐던 것 같다. 인간은 역시 완벽하지 못한 존재니 이젠 이 천재 테너의 노래를 귀로 듣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들어 달라고 주문하는 것 같다. 그렇다. 예술의 울림은 기술이 아니라 진심이다. 진정 가슴을 열고 느껴야 예술이 되는 것이지 아무리 기술적으로 완벽해도 소용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그 의미를 담고 있는 마지막 엔딩 장면은 다분히 쇼적이다. 

 

그래서 말씀인데, 난 이제 감독이 각본을 맡겠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이 영화는 다분히 삼천포행 영화가 됐다. 영화의 미장센이나 영상미는 외국 어느 영화에 못지 않은데 스토리는 영 맥을 못 춘다. 영화의 볼거리가 꼭 스토리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박박 우기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 볼 줄 아는 사람은 안다. 그런 영화일수록 속빈 강정이란 걸. 얼마나 공을 들였을지 짐작은 가는데 스토리가 좋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예술은 가슴이라고 말은 하면서 정작 관객의 가슴까지는 도달을 못했다. 예술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유지태도 연기를 잘하긴 하지만 내가 그다지 좋아하는 배우는 아니고, 오히려 차예련이 차분하게 연기를 잘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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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6-10-08 17: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나쁜 남자는 좋은 여자의 손길로 구원받는다는 서사.. 정말 질리지 않습니까 ?

stella.K 2016-10-09 15:18   좋아요 1 | URL
그러니까요. 영화는 감독의 것이라고 하는데
이 감독 구원을 얘기하는 것 같긴한데
구원이 왜 나쁜남자나 신의 축복을 받은 사람이나
가능한 것처럼 얘기하는지 모르겠어요.

근데 남자들 이런 조강지처 콤플렉스 있지 않나요?
젊었을 때 방탕하다 죽을 때 조강지처가 눈 감겨주길 바라는...
그게 또 이야기의 원형이지 않습니까?

근데 오늘 서재 사진 좋군요.
부러운 재주입니다.^^

cyrus 2016-10-08 20: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나쁜 남자는 착한 여자의 도움으로 구원을 받지 못하면 실패의 원인을 착한 여자 탓으로 여길 겁니다.

stella.K 2016-10-08 21:49   좋아요 1 | URL
ㅎㅎ 생각해 보니 그러네.
그러니 착한 여자가 나쁜 남자에게 간택 당하는 일은
없어야 해. 나쁜 남자는 더 나쁜 여자를 만나 자신의 죄가
얼마나 중헌지,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알아야 해.
그거 밖엔 길이 읎다.
어디서 그런 동화를 쓰냐? 말도 안 되지.ㅠ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10-12 19:00   좋아요 2 | URL
나쁜 남자는 항상 착한 여자를 좋아하는데.... 참 씹새끼스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염치가 없습니다..ㅎㅎ
 

 http://news.kyobobook.co.kr/comma/openColumnView.ink?sntn_id=12437

 

워낙에 유명하신 분이라 언급하기도 조심스러운데, 개인적으로 알라딘 초기 때 이 분으로부터 신세를 많이 졌던지라 얼마 전 내 책을 보내 드렸다. 

 

내 책에 대해선 다소간 호불호가 있는 것 같고, 그건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라 그저 받아만 주시는 것으로도 만족한다 했다. 그런데 이틀 전 밤, 이 분으로부터 문자가 왔다. 밤 늦게 죄송하다며, 이날 여수 강의가 있었는데 그곳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내 책을 읽었다며, 안 읽었으면 큰 일 날뻔했다고 보내 주셨다(참고로 이 분은 내 책이 나온 줄도 모르고 계셨다). 그 문자에 나름 다행이다 안도하고 있었다.

 

그런데 다음 날 내 책의 한 부분을 인용하면서 멋진 칼럼을 쓰셨다. 클릭해 감상해 보시길 바란다.

 

내가 이것을 밝히는 건, 내 책 자랑이 아니라(솔직히 뿌듯한 건 있지만 만족은 못하겠다) 책으로 맺어진 인연이 새삼 귀하단 생각이 들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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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06 14: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6-10-06 14:14   좋아요 1 | URL
멋지죠? 저도 놀랐답니다!^^

북프리쿠키 2016-10-06 14: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팬이기도 하고
곧 스텔라님의 팬이 될 듯해서
이런 말씀 드리는 건 아닙니다~만

꼭 읽어보고
잔잔한 리뷰 남기고 싶어요^^;





stella.K 2016-10-06 15:05   좋아요 0 | URL
ㅎㅎ 그러다 실망하시면 어쩌시려고...
저의 책 호불호가 있습니다.ㅋ
관심 가져주시는 것만으로도 고맙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10-06 14: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다 뿌듯하네요..

stella.K 2016-10-06 15:08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역시 곰발님은 저의 서재 벗입니다.^^

시이소오 2016-10-06 15: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호, 스텔라님도 마태우스님과 친하시군요. 저도 뿌듯하네요 ^^

stella.K 2016-10-06 15:40   좋아요 0 | URL
ㅎㅎ 아닙니다. 마태우스님은 워낙에 바쁘셔서...
바쁘신 중에도 제 책 읽어 달라고 숙제 내드린 꼴이 됐으니.ㅠ
뿌듯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cyrus 2016-10-06 16: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생각하지 못한 분이 리뷰를 남겨주실 때 정말 기쁘고, 고맙죠. ^^

stella.K 2016-10-06 18:01   좋아요 0 | URL
맞아!^^
 
케스
켄 로치 감독, 데이빗 브래들리 외 출연 / 무비스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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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감독의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이란 전쟁 영화를 꽤 인상적으로 본적이 있다.

그래서 이 영화 역시 기대를 가지고 봤는데 기대엔 좀 못 미치긴 하지만 나름 괜찮은 영화란 생각이 들기는 한다.

 

 

좀 오래된 영화인듯한데 주인공 소년이 매 기르면서 주위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나름 잘 묘사해 냈다. 그 매의 이름이 케스다.

 

그런 척박한 환경에선 뭐든 한 가지에 취미와 관심을 갖는 것이 좋긴 할 것이다.

그 때문에 학교에선 문제아로 인식되었던 캐스퍼가 관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동급생들과의 갈등과 형과의 갈등은 여전하다.

특별히 학교 상황은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좋게 그려지는 법이 없다.

또한 이런 영화가 다 그렇듯 누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즈음 방해꾼이 등장해서

영화는 다소 싱겁게 끝난다.

이 영화에서의 훼방꾼은 공교롭게도 주인공 소년의 배다른 형이다.

소년과 늘 티격태격하는 사이인 형이 동생을 응징하겠다고 어느 날 케스를 죽여버린 것이다. 이런 건 좀 뻔해보이는 클리셰 같기는 하다.

 

 

그럼에도 영화는 주인공을 비롯해 아이들의 연기가 볼만하다.

꾸미지 않고 자연스럽다. 

특히 주인공을 맡은 데이빗 브래들리가 소년이었을 때의 연기가 참 인상적이다.

다소 어눌하면서도 거친듯한 연기 그러면서도 뭔가의 연민을 갖게하는 

눈빛이 어린 제임스 딘을 보는 것도 같다.

 

영화가 감독 특유의 감성이 베어있다. 특히 배우들의 발음이 유난히 딱딱하게 들려

처음엔 독일 영환가 했다. 하지만 자세히 들어보니 영어고, 영국 영화다.

말하자면 영어의 독일식 발음 같다고나 할까?

 

독특한 건 또 있다. 학생들이 선생님께 체벌로 손바닥을 맞을 때 우리는 두 손으로

맞는데 그 아이들은 왼손, 오른손을 따로 맞는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한 대로 계산하지만

그쪽 선생님은 왼손, 오른 손을 따로 계산해 두 대로 계산 한다는 것. 그러면 훨씬 덜 아플 것이다. 그런 걸 보면 확실히 우리나라 교실 교육은 좀 비열하고 가혹한데가 있다.

 

굳이 추천을 해야하는 건지 나로선 판단이 서질 않지만 탈허리우드 영화를 원한다면

한 번쯤 봐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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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10-05 14: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책인줄 알았는데 영화였군요.영화리뷰 좋습니다^^..

stella.K 2016-10-05 15:16   좋아요 1 | URL
영국의 영화운동인 프리시네마 계열의 영화로
노동자의 애환을 다룬 좌파 영화라네요. 69년도 작인가 하니
꽤 오래된 영화죠.
당시로선 꽤 잘 만든 영화였을 거란 생각이 들긴해요.
하지만 지금 보면 다소 아쉬움이 남네요.
그래도 전 유럽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라 그럭저럭 봐 줄만 했습니다.^^

cyrus 2016-10-05 16:27   좋아요 1 | URL
To. yureka님 / 영화 원작이 베리 하인즈의 소설 <케스-매와 소년> 맞을 겁니다. ^^

stella.K 2016-10-05 16:59   좋아요 0 | URL
아, 그게 소설이 있었나?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도 소설을 원작으로 했잖아.
켄 로치 원작이 아니면 영화를 안 만드나 보군.

2016-10-06 0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06 13: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16-10-06 21:58   좋아요 1 | URL
어머 그, 그런 심보는 아니었어요. 다만 아직 책을 완독하지 못해서요 ㅜㅜ
다 읽으면 리뷰 쓸거에요!! 기다려주십시오
 

 오래 전, 누가 이 영화 재미가 너무 없어서 끝까지 보기가 어려운 영화라고 했던 것 같다. 난 귀가 얇은 편이라 그런가 보다고 오랫동안 볼 생각을 안하고 있었다. 

 

요즘 영화를 본다면 주로 오래된 영화를 선택해 보는 편인데, 아마 내가 이럴 생각을 하지 않았더라면 이 영화도 여전히 보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분명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 영화나 무턱대고 보는 것은 아닌지라 재미없으면 보다가 그만두려고 했다. 그런데 이 영화 딱히 재미있는 건 아니지만 끝까지 보게 만드는 힘은 있다. 그렇다면 누가 그런 허무맹랑한 소문을 퍼트렸을까? 아무래도 영화는 보는 사람의 취향이라 그 말을 다 믿을 건 못 되는 것 같다. 

 

언뜻 제목만 들으면 시대를 가늠할 수 없는 고전 SF물쯤 되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그런데 뭐 피비 캐이츠나 소피 마르소가 한창 청춘물에 나왔을 때, 이 영화도 같이 나왔던 것 같다. 단지 그 운명이 달랐을 뿐이다. 그런 청춘스타들의 영화가 인기를 끌고 있을 때 이 영화가 있는 줄 아는 사람이 과연 몇명이나 됐을까? 그도 그럴 것이, 감독 에릭 로메르는 프랑소와 튀르포, 쟝 루크 고다르, 클로드 샤브롤, 쟝 리베트 등 프랑스 신세대 영화 작가들의 등용문이 된 영화 전문지 '까이에 뒤 시네마'가 배출한 감독이라고 한다. 문제는 감독이 기존의 인기 배우를 쓰지 않고 무명 배우를 썼다는 것. 뭐 그게 프랑스에선 문제가 안 됐을지 모르지만, 우리나라가 이 영화를 당시에 수입했을 거라곤 보지 않는다. 참고로 이 영화는 1990년작이다.

 

그렇다면 주인공 역을 맡은 마리 리비에르는 출연 당시 영화 경력이 거의 없거나 짧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실연 당해 우울에 빠진 연기를 곧잘 한다. 지나치게 우울해 하는 것을 제외하면 여자의 애정관이 난 마음에 든다. 해변에서 우연히 만난 스웨덴 여자가 그렇지 않던가? 그냥 자기 속을 감추고 남자와 가볍게 만난다고. 거진 대부분의 남녀들이 그랬을 것이다.  

 

이를테면 이 영화는 쥘 베른의 소설 <녹색광선>에서 모티프를 얻어 실연 당한 이들에게 지는 해를 바라보며,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거야.'라고 위로하는 영화로도 느껴진다. 하지만 진정한 사랑을 하는 사람의 눈엔 녹색광선이 보이지만 가볍게 연애를 하는 사람의 눈엔 보이지 않을 거라는 걸 반어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일몰 때 같이 있었던 남자는 주인공이 이제까지 봐왔던 남자들 중 가장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연애 경험이 전무했고. 또 그때 하필 운좋게도 지는 해에서 빛의 굴절 현상에 의해 웬만해서 잘 만들어지지 않는다던 녹색광선이 만들어졌다는 것. 그리고 그 모든 일몰 광경을 바라보는 주인공이 감격에 겨워 울었다는 것이다.

 

이 모든 게 작위적이긴 하지만 20세기 말이었기 때문에 아직 먹어주는 영화 방식이었을 거라는 것. 마치 아마추어가 이태리 바느질 장인처럼 한 땀, 한 땀 에피소드를 만들어 갔을 영화 같다. 독특한 건 실연딩한 후에  쓰는 여자의 일기 같기도 하다. 날짜와 요일이 자막으로 뜬다. 이렇게 열심히 만든 영화를 뭐라고 하긴 어려울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특별한 영화적인 뭔가가 없음에도 이 영화에 대한 평점은 높은 편이다. 

 

조금 의외였던 건, 패션의 나라라면서 등장인물들이 입고나온 옷들은 수수하다. 물론 뭐 그렇게 패션에 신경 쓸 영화는 아니었던 듯 싶긴한데, 남자들이 입고 나온 옷들은 좀 우스울 정도였다. 그 시절 우리나라 디스코 청바지가 유행했던 것을 생각나게 만든다.  

 

나는 봤던 영화도 다시 보자는 쪽이긴 하지만, 이 영화는 훗날 다시 보게 될 것 같지는 않다. 그냥 한 번 보는 것으로 족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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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6-10-02 12: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990년작이라면 오래된 영화네요.

˝이를테면 이 영화는 쥘 베른의 소설 <녹색광선>에서 모티프를 얻어 실연 당한 이들에게 지는 해를 바라보며,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거야.`라고 위로하는 영화로도 느껴진다. 하지만 진정한 사랑을 하는 사람의 눈엔 녹색광선이 보이지만 가볍게 연애를 하는 사람의 눈엔 보이지 않을 거라는 걸 반어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 스텔라 님의 멋진 글로 뽑습니다. ㅋ


stella.K 2016-10-02 14:08   좋아요 0 | URL
ㅎㅎ 고맙습니다. 역시 언니는 저의 마음의 심층을 아시는군요!^^

근데 영화 보는 것도 일인가 봐요.
컨디션이 안 좋을 때 보면 자꾸 보다 깜빡깜빡 졸아요.
이래서 안 보게되는 영화가 있더라구요.
이 영화는 운이 좋았죠. 그래도 제가 끝까지 봐줬으니...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10-03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녹색광선 좋죠 ? 저도 이 영화 좋게 보았습니다.

stella.K 2016-10-03 18:00   좋아요 0 | URL
글치 않아도 곰발님은 보셨을까 궁금했는데 보셨군요.
전 재미없다고 해서 겁먹었는데 생각 보다 괜찮게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