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 1
파라마운트 / 2004년 6월
평점 :
품절


이상한 일이다. 분명히 이 유명한 영화 한 번은 봤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끝까지 안 봤었나 보다. 영화가 낮설다. 이 영화를 안 보고 영화에 대해 논할 수 있을까? 아니 적어도 영화 감상이 취미라고 어디가 말이라도 하겠는가. 어쨌거나 이렇게 뒤늦게나마 정자세로 다시 보니 정말 잘 만든 영화란 생각이 든다.

 

특히 영화 종반쯤에 사제가 마이클의 아기에게 유아세례를 집례하고 있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총질을 해 대고, 또 사제가 마이클에게 교리문답 같은 맹세를 받으려 하면 넙죽 그러겠다고 하는 그 이율배반적 장면은 가히 압권이란 생각이 든다. 뭐 그게 아니어도 영화 전반에 걸쳐 촬영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40년의 세월을 거슬러 다시 보아도 역시 엄지 척이란 생각이 든다. 모르긴 해도 영화사에 길이남을 100대 영화 중 수위를 차지하지 않을까?

   

                            

느와르에 무슨 사람을 죽이는 개연성이 필요하겠는가? 그냥 멋있게 죽이면 그만이다. 멋있게 죽이고, 멋있게 죽는 가장 효과적인 대비는 계단을 이용하는 것이다. 그래서 느와르 영화가 계단씬을 선호하지 않던가. 시간을 거슬러 이 영화를 보니 그 클리셰의 역사가 굉장하겠구나 싶다. 훗날 이 영화 보다 더 오래된 영화에서 확인할 수 있을까?

 

아무튼 그런 명성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보면 결코 베스트가 아니다. 오히려 워스트다. 하긴 40년전 영화, 그것도 수컷들의 영화에서 무슨 얼어죽을 페미니즘이냐고 한다면 할 말은 없다. 그런데 그러기 전에 마초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할 것 같다. 우린 마초하면 변강쇠의 이대근 같은 이미지를 얼핏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실제론 그렇지만은 않다. 흔히 마초하면 헤밍웨이가 생각이 나는데 사실 알고 보면 그가 얼마나 외롭고, 고독하며, 여자에 대한 애증을 교차해 왔는지는 쉽게 알아 볼 수가 있다.

 

이 영화도 보라. 말년에 표정이 거의 없고, 피곤에 찌들은 돈 코를레오네 역을 말론 브란도는 너무도 완벽히 소화해 냈다. 그런데 세상에 두려울 것도 거칠 것도 없는 그의 마지막 엔딩씬은 고작 3살짜리 손자와 마당에서 놀다가 숨 몇 번 헉헉대고 쉬더니 영영 못 일어나는 것으로 설정됐다. 또 영화 전반에 흐르는 음악은 얼마나 비장하고도 고독을 잘 표현해 주고 있는가?

 

그런데 비해 이 영화에서 여자가 어느 정도의 비중으로 다뤄졌는지 봐야할 것 같다. 이 영화는 돈 코를레오네가 주인공 같지만 사실은 그의 막내 아들 마이클(알 파치노)가 주인공이다. 정확히는 돈 코를레오네는 지는 해고, 마이클은 뜨는 해다. 남자는 여자 하나로 만족을 못한다는 것을 암시라도 하듯, 마이클은 미국의 애인을 두고 이탈리아의 어느 시골 처녀와 눈이 맞아 결혼을 한다. 그런데 이 두 여인은 거의 힘없는 백치미로 나온다. 미국의 애인은 그렇지 않아도 머리가 금발이다.

 

마이클의 첫 부인이 되는 여자는 그가 선물한 목걸이에 매혹되 결혼을 하고 수다스런 말괄량이가 됐다. 이들의 첫날밤을 보면, 여자가 황홀경에 빠져 스스로 어깨를 드러내고 마이클과 뜨거운 키스를 나누는데, 뭐 이것 역시 설정이겠지만 여자를 꼭두각시로 만들었다 생각이 든다. 남자가 여자의 옷을 벗기는 것도 부족한 판에 스스로 가슴을 드러내고 헤벌레 하다니. 그럴 땐 오히려 여자가 남자의 옷을 벗겨야 하는 거 아닌가? 아마도 이 영화가 요즘에 다시 만들어진다면 이런 디테일도 달라져야 할 것이다. 나중에 이 이탈리아 색시는 어이없게도 자동차 폭파사고로 죽는다. 그런 것으로 보아 코폴라 감독은 뭔가 인종차별주의자는 아닐까 의심이 가는 대목이기도 하다. 

 

또한 마이클의 누나가 매형에게 이유없이 폭력에 시달린다. 돈 코를레오네 가문의 남자들 누구도 이 누나의 남편을 제대로 손을 봐주는 사람이 없다. 그것을 마이클은 기어이 복수에 성공한다. 나중에 울며 불며 마이클에게 찾아가 노발대발 하는데 왜 죽였냐고 원망은 할지언정 욕 한마디 하지 않는다. 남자들은 수시로 '썬 오브 비치'하면서 욕을 남발하면서 말이다. 물론 남자에게 욕을 하는 것이 페미니즘은 아니다만 이렇게 영화는 여자를 철저히 규제하며 다루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마지막 엔딩도 보면, 마이클의 두번째 아내가 된 금발이 정말 매형을 죽인 거냐고 묻자 안 죽였다고 하고 그때야 비로소 안도하는 것을 보면서, 감독은 여자는 생래적으로 자신이 알고 싶은 것만 아는 백치미라고 생각하는가 보다. 그리고 마지막에 남자들만 우글우글한 방의 문이 닫히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가. 여자는 철저히 배제된 영화다. 

 

현대의 페미니즘적 관점에서 본다면 오히려 누나는 마이클의 얼굴에 대고 감사의 키스를 퍼부어줘도 부족하다. 그렇게 맞고 사는 것이 좋은가?  세상에 그런 마조히즘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표현한 걸 보면 확실히 옛날 영화는 옛날 영화란 생각이 든다. 그러니 영화의 역사라는 게 남성들에 의해 쓰여지고 있음을 무엇으로 부인하겠는가. 

 

그러고 보니 시나리오를 공부하러 다녔을 때 나의 사부는 이 영화가 당신 인생의 영화라 며 수슨 수행하듯이 일년에 한번씩 본다는 말이 생각났다. 그렇게 말씀하셨던 그 세월만해도 상당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지금도 그렇게 하시는지 모르겠다. 지금도 왕성히 강의를 하고 계신 줄로 알고 있는데 그렇다면 여전히 보고 계시지 않을까? 이런 워스트한 영화를. 누가 마초 아니랄까봐.(참고로 나의 사부는 '시네마 천국' 같은 영화야 말로 별볼일 없는 영화라고 말씀하셨다.)    

 

난 영화가 재미없으면 잘 안 보는데 뭔지는 모르겠지만 2, 3편도 마저 봐야겠다는 오기가 생겼다. 이 워스트한 영화가 2, 3편을 거듭하는 동안 페미니즘적으로 어떻게 완성도가 있는지 아닌지 알아야 할 것 같다. 형만한 아우 없다고 2, 3편은 1편만 못하다는 말도 있던데.  

 

솔직히 이 영화 별 두 개만 주고 싶기도 한데 촬영이나 편집 같은 기술적인 측면이 좋아 세 개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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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11-01 1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부> 영화를 보다가 여배우 노출 장면 나오고 순간 당황했어요. 솔직히 <대부> 영화가 잔혹성 때문에 ‘19금’ 등급 붙지만, 노출 장면이 있다는 걸 생각 못 했어요. 저는 장 자크 아노의 <장미의 이름> 영화 봤을 때, 베드신에 당황했어요. 그것도 예상하지 못한 장면이었거든요. ^^;;

stella.K 2016-11-02 19:15   좋아요 0 | URL
ㅎㅎ 그게 그렇게 당황스럽나? 별로 야한 것도 아닌데...
아마도 잔인한 것 때문에 19금이 됐을거야.
특히 마이클의 매형을 가족중 누가 죽이러 가잖아.
그때 총격을 당하는데 완전 인간 그물로 만들어 놓잖아.
이미 죽었는데 또 몇발로 확인사살하고. 정말 잔인하지.
눈에다 총을 쏘지 않나. 그런 거 어떻게 촬영했나 몰라.
암튼 이건 정말 반페미니즘적 작품이야.
그래도 남자들은 좋아하겠지?ㅋ
 
예술가로 산다는 것 낭만픽션 4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뭣도 모르던 시절, 나는 일본문학을 백치미 같다고 한 적이 있다. 뭔가 있어보이긴 하는데 영혼이 느껴지지 않아서. 그때는 지금같이 일본문학이 많이 번역되어 나오기 전이었고, 또 어찌보면 바로 그때가 활발히 번역되기 시작한 때였는지도 모르겠다. 하루키 정도만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만일 마쓰모토 세이초를 그때 알았더라면 나는 그런 백치미적 발언은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늘 예술가의 삶을 염탐하기 좋아하는 나로선 이책이 처음 나왔을 때 관심을 갖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난 이게 작가의 삶과 문학세계를 에세이 형식으로 푼 그런 책인 줄만 알았다. 하지만 일본의 예술가의 삶을 소설 형식으로 풀어낸 것이며, 그것도 현대가 아닌 헤이안 시대나 에도 시대 같이 옛 시대의 예술인들을 다뤘다는 점에서 작가의 저력이 느껴지기도 했다.

무엇보다 각 예술인들의 작품의 아름다움이나 자신들만의 독특한 작품 세계를 설명하거나 표현하는 건 애저녁에 없다. 순전히 예술과 권력 사이에서 고뇌하는 예술인을 그렸다.

첫 장을 피면 운케이라는 대략 1200년대를 살다간 불상 조각가를 만날 수가 있는데, 예술가의 삶을 다룬건지 아니면 무슨 야쿠자 조직을 다룬 건지 조금은 당황스럽다. 그런데 묘하게도 우리나라 문학의 도제 시스템을 생각나게 만들었다. 그런 것을 보면 이 도제의 역사와 뿌리는 상당히 깊은 것이겠구나 하며, 더불어 우리가 아무리 지금의 문학의 도제 시스템을 비판해도 이건 쉽게 개선될 것 같지 않을 것 같다는 일말의 걱정 어린 전망도 짚어보게 된다. 

무엇보다 난 이 책을 통해 예술과 권력의 관계를 생각해 보지 않을 수가 없었는데, 예술과 권력은 하등의 상관이 없을 것 같지만 사실 그 둘은 너무나 밀접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술은 지극히 개인적일 것 같지만 권력을 갖지 않으면 발전할 수 없다. 권력은 정적을 제거해야 유지 발전할 수 있는 것인데, 그런 것을 생각하지 않고 오직 최고의 예술만을 추구하겠다는 순수한 영혼이 있다면, 그 영혼은 언젠가 이인자에 의해 제거될 가능성이 높다(그것은 영화 <해어화>나 <아마데우스>를 보면 알 수가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지금 최고라고 알고 있는 예술품들은 당대 일류가 되지 못한 것이거나 최고의 아류일 가능성 높다는 것이다. 우린 그걸 최고의 작품이라고 좋아라 하는 지도 모르고.

그러므로 예술은 순수하고 고독하다...? 뭐 이런 건 고흐 같은 예술가에게나 해당되는 말이고, 사실 알고 보면 예술은 일류를 제거한 서슬 시퍼런 칼 끝에서 나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 일본의 예술은 무사정신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그런 것으로 보아 그들은 예술과 무사를 따로 구분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비해 우리나라는 문만을 숭상할 줄 알았지 무는 그 보다 못한 것이며, 예술은 더 없이 천한 것으로 여겨오지 않았던가? 바로 이것이 우리나라 예술이 일본의 그것보다 한참 늦은 것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덕분에 우리나라는 사대정신만 죽자고 계승 발전시켜 오지 않았는가. 이 사대정신의 유령은 아직도 구천을 떠돌고 있고.

문득, 우리나라 예술가들에게도 이 무사정신이 있었다면 어땠을까를 생각해 본다. 그랬다면 늙은 예술인가고, 젊은 예술인이고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발정난 개마냥 미처돌아가지는 않았을 것 아닐까 싶기도 하다. 무사정신을 지녔다면 실오라기 하나 흐트러트리지 않았겠지. 늘 절도와 절제를 몸에 익히지 않았을까? 그들이 뿜어내는 예술이란 어땠을지 감히 상상이 가질 않는다. 특히 활복의 정신은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그들만의 독특한 정신이기도 하다. 그것을 여지없이 보여줬던 건 다두였던 센 리큐였고.

작가 역시 무사다운 문장의 절도와 절제미가 한껏 느껴진다. 어떻게 당대 예술인 10인방을 한 사람 당 5 내지 6장에 할애하고  또 그것을 어떻게 연작으로 엮을 수 있는지 과연 대가다운 경지란 생각이 든다. 나는 한동안 이 작가에게 매료당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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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10-31 15: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도제방식도 단점이 많겠지만 장점도 분명 있을 것입니다. 좋은 스승을 인연이 닿아 만나고 청출어람할 수 있다면야..더없이 좋겠죠....

stella.K 2016-10-31 15:20   좋아요 1 | URL
그렇죠. 옛날엔 변변한 서당도 없었던 시절이니
도제외엔 어디서 전문지식을 쌓겠습니까?
그런데 그것이 오늘 날엔 변질이 되서 문제 아니겠습니까?ㄷㄷㄷ

cyrus 2016-10-31 17: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 예술가들에게 필요한 건 무사 정신보다는 선비 정신이 더 적합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무사나 선비나 둘 다 보수적인 성향이 강해서 사회 변화를 쉽게 이해하지 못할 거예요.

stella.K 2016-11-01 10:53   좋아요 0 | URL
아, 그런가? 맞는 것 같다! ㅎ
 

이번 한 주간 동안 착잡한 마음으로 뉴스를 지켜 보았다.

저렇게 쏟아지는 많은 뉴스 중에 어떤 게 진짜고, 어떤 게 가짜일지

가늠할 수가 없다. (나는 언론을 다 믿지 않는다.) 

 

다소 마음엔 들지 않아도 우리나라 첫 여성 대통령이기 때문에

임기만이라도 채워주길 바랐다.

여자는 아무리 잘 해 봐야 남자가 한 가지 잘 하는 것에 따라가지 못하는

운명을 타고난 자들 아닌가.

정가 그 안에서도 얼마나 부침이 많을 것인가.

여자인데다가 결혼도 하지 않고, 의지하고 터놓고 얘기할 사람도 없었을 것이다.

온통 정적들 뿐이었겠지.

하지만 이런 헤아림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난 그녀가 100% 본인의 의지만으로 대통령이 됐을 거라고는 보지 않는다.

주위에서 부추김도 받았겠지.

그래야 누구든 다음 정권의 실세가 그녀를 가볍게 밟고 올라 갈 수 있을테니.

 

그녀가 그 권좌를 지키고 싶었다면 몇 배는 더 강해졌어야 했다.

그런 떨거지 비선실세를 의지하지 않아도 되리만큼.

그리고 칼끝에 베일만큼 철저하게 원리원칙적이어야 했다.   

 

그녀가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것엔 어머니의 영향이 컸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하긴, 살아 오면서 아직까지 육 여사를 두고 욕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보지 못했다. 

하지만 대통령이 되고 나서는 아버지와 한통속으로 싸잡아 욕을 먹지 않는가. 

 

시간을 돌이킬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든다.

지금 야당 일각에서는 그녀가 퇴진하면 안 된다고 얘기하기도 하는데

난 왠지 그것도 그녀를 퇴진시키기 위한 수순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또 모를 일이지. 신중한 척 해 놓고 어디 가서 자기네들끼리 샴페인을 터트리고 있을지.)

 

그녀가 욕을 먹던, 억울한 소리를 듣던 변하지 않는 사실은

국정을 농단했다는 것이다. 

모르긴 해도 이 국정을 농단한 건 이전 대통령들도 여러 모양으로 

있지 않았을까? 그런데 하필 여자라서 더 욕을 먹는 건 아닌지.

물론 또 그렇다고 해서 국정을 농단한 죄가 가볍게 될 것은 아니기에,

하야를 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그리고 누구라도 권좌에 앉는이, 국정을 또 한 번 농단하는 일이 있다면 

그녀를 일벌백계로 삼아야 한다고 본다.

 

나는 시국선언도 좋고, 시위집회도 다 좋다.

하지만 단순히 그녀를 심판하기 위한 거라면 그것은 반대다.

정치의 투명성은 그냥 오지 않는다.

반드시 누군가의 준엄한 심판을 통해 온다고 본다.

 

이 경우 난 희생이라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그녀가 혹시라도 권좌에서 내려오는 것을 순교자인 양하지

않았으면 한다. 

순교자인 양 할 수 있는 건 그녀를 따르고, 보좌하고 기생했던 사람들한테나

할 수 있는 거지, 모든 사람에게 보여선 안될 것이다.  

 

가까운 장래에 우리나라 정치의 선진화와 투명성을 위해

그녀의 퇴진이 필요하다면 미련없이 내려왔으면 좋겠다.

그래서 다음 차기 정권을 노리는 자 그 자리가 얼마나 무겁고, 준엄한 자리인지

알아야 한다.

권좌를 우습게 보는 자 권좌로 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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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29 23: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6-10-30 13:23   좋아요 2 | URL
그렇군요. 물론 전 그녀를 찍은 바 없지만 그녀는 대통령 나오지 말았어야
한다고 봅니다.
원칙을 지키고 소통만 잘했어도.
정말 국민의 불행입니다.ㅠ

님의 댓글을 보니 괜히 말 한 마디 더 보탰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도 마음이 심란하여 몇 자 적어보면 나을까 했는데...
 

연예인에 이어 문화계 인사들의 성추문 사건이 꼬리를 이었다. 그러는 가운데 지난 토요일 박범신 작가 블로그에 관리자가 글을 하나 올렸다. 참고해서 보길 바란다. .

 http://blog.naver.com/wacho/220842820524

 

사실 꼭 성추문이 아니더라도 어느 특정인이 구설수에 오르는 일이 있을 때마다 그들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사람은 그 사안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대략난감해 지지 않을 수 없다. 주는 것없이 미운 사람이 있다고,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데 싫은 사람은 이런 일이 있으면 게거품을 물을 것이고, 조금이라도 은혜가 느껴지는 사람은 죄의 경중을 떠나 안타까움으로 지켜보게 되는 게 되는 게 사람의 인지상정 같다.

 

그러고 보니 내 책이 나오기 전, 나의 원고를 출판사에 넘기고 한숨 돌리고 있을 때 편집을 맡아 준 박 대표로부터 연락을 받은 적이 있다. 그렇지 않아도 언젠가 한 번은 이런 연락을 받지 않을까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내가 조경란 작가 부분을 빼자는 것이다. 몇년 전, 그녀의 작품 <혀>가 표절시비에 붙었던 게 신경이 쓰였던 모양이었다. 난 그 문제가 해결이 된 줄 알았는데 아직도 명확히 해결이 난 것이 아니고, 그냥 시간속에 묻힌 사건이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그런데 내 책을 계기로 태클을 걸고 나올 독자가 혹시 있을지 모르니 아예 빼고 가는 것이 어떻겠냐는 것이다. 

 

하긴 태클을 받으려면 별 오만가지 잡군데에서 받을 수도 있는 것이니 민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을 두려워 한다면 책을 아예 내지 않는 것이 좋은 것이고.  하지만 난 조경란 작가의 <혀>를 언급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당시에 나온 그녀의 에세이 <백화점>을 얘기하려 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읽은 <혀>에 대한 언급은 빼고 가자고 해서 겨우 살아남은 경우다. 그리고 아직까지 이 문제를 걸고 나오는 독자는 없다.

 

나중에 편집자와는 사석에서 아는 지인과 함께 만났는데, 말끝에 신경숙 작가의 사례를 들어 우리가 죄는 미워해도 그 사람을 미워하면 안 된다고, 그 작가의 작품은 미워해도 그 작가를 미워하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하자, 그는 대뜸 외국 같은 경우엔 그런 일이 있으면 아예 제명 감이라고 했다. 과연 그런가 싶어 뜨끔했다. 하긴 어떤 작품이 됐건 그 작품에 작가의 동기와 의지가 투영되고, 명예를 생각한다면 간단히 넘길 일은 아닐 것이다.  

 

앞서 안타깝다고 하는 건, 이런 일이 생기면 그 사람에 대해 없던 말도 부풀려져 자신이 잘못한 것엔 사죄한다고 해도 그도 어느새 피해자가 되어 상처를 입게 된다. 박범신 작가의 경우도 보라. 밑에 달린 댓글 보면 살벌하고 가차없어 보인다. 사람들은 현장에 있었는가 없었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가 비난 받을 만한 일을 했느냐 안 했느냐가 더 중요한 것이다. 너무한다. 안한다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때는 돌이킬 수 없다. 잘한 것이 없다면 그리고 자신의 작품을 지키고 싶다면 차라리 침묵하고 이 시간을 자성의 시간으로 견디는 것이 나보인다. 

 

스스로에게 높은 도덕성을 갖는다고 해서 누가 비난할 사람은 없다. 문제는 너무 낮아서 문제 아닌가. 연예계를 비롯해 문화계가 보여주는 실망스런 현실은 우리나라가 아직도 도덕적 해이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며, 동시에 이 싯점이야 말로 도덕성을 회복할 때라는 것을 다시금 돌아 보아야할 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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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10-25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제 많은 작가의 작품을 미워할 수는 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나면 잊혀진다는 게 문제죠. 사실 저는 이번 주에 `창비 초대전 이벤트` 응모글을 쓸까 말까 고민 중입니다. 원래 응모글에 출판사의 문제점도 짤막하게 언급하려고 했어요. 신경숙 사태 때 창비를 비판했고, 그 부끄러운 사실을 잊지 않은 독자도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어요. 신경숙 사태 당시 창비에 실망했던 사람들이 창비 이벤트에 응모할 수 있어요. 하지만 이런 태도가 모순이라고 생각해요. 아무튼 고민이예요. 적립금 2000원 때문에 자존심 굽히기 싫어요. ^^

stella.K 2016-10-25 18:57   좋아요 1 | URL
너의 자존심이 설마 2천원만 나간다고 생각하진 않겠지?
잘 생각해라.ㅎㅎ

cyrus 2016-10-26 08:52   좋아요 2 | URL
창비 이벤트 응모 안 할거예요. 그래서 저는 창비를 좋아하지 않는 걸로... ㅎㅎㅎ

2016-10-25 22: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6-10-26 13:15   좋아요 0 | URL
지당하신 말씀이죠. 한데 왜 이 지당하신 말씀을 굳이 비밀글로 하셨습니까?ㅠ

근데 전 그런 줄만 알고 있었는데 글 따로 인격 따로인 사람도 많더군요.
이것을 일치시키기가 참 쉽지 않는가 봅니다.ㅠ

비공개 2016-10-26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박범신 작가의 경우엔 블로그에 언급된 그 방송작가님 말고도 여러건의 트윗이 더 있었어요.. 성추행, 성희롱 당했다는.. 물론 친분관계에 따라 받아들이는건 다를 수 있겠지만, 친하신 분은 성희롱이 아니었다고 느꼈다고 해도 그 방송작가님이 성희롱으로 느꼈다면 성희롱인거지요. 그건 변명의 여지가 없는 것 같아요. 사실 제가 다니는 직장에서도 그런 음담패설로 인기를 얻으시는 4-50대의 남성분들이 수두룩하지요. 남친이랑 할때는 꼭 **를 해야 낙태를 안하게 된다거나, 어리고 이쁜 여자가 따른 술이 더 맛있더라거나.. 그런 분들중 몇분이 직장내 성희롱으로 징계를 받고 나니 이제 최소한 여자들 있는데서는 그런 얘기 안하더라구요. 이번 일을 계기로 클린한 문단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그래야 한국문학이 더 발전하고 더 멋져질 것 같아요.
물론 도덕성에 관한 스텔라님의 견해에는 대부분 공감합니다 ^^

stella.K 2016-10-26 13:23   좋아요 0 | URL
분명히 박범신 작가도 억울한 부분이 있을 거라고 봅니다.
사람의 말이라는 게 부풀려진 부분도 많고 말씀하신 것처럼
각자 해석이 다르기도 하고.
그런데 그런 사안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도 인정했다는 거죠.
그렇다면 더 이상 왈가왈부할 필요없이 그냥 침묵하고 자숙하는 게
필요한 것 같습니다.
박범신 작가 제가 나름 애정하는 작가였는데
좀 안타깝게 됐어요.

찾아주셔서 고맙습니다.^^

2016-10-26 13: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6-10-26 14:15   좋아요 0 | URL
아, 그런 문제점이 있었군요.
저는 그런 줄도 몰랐습니다.ㅠ

2016-10-26 14: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6-10-26 14:48   좋아요 1 | URL
와우, 정말 이시옵니까? 그렇게 많은 줄 몰랐습니다.
저는 드문드문 있어 온 일이라.
글구 댓글도 없이 친구등록만 하는 분들에 대해선
전 별로 신경 쓰지 않습니다.
이분들은 그냥 조용히 제 글을 보고 가시는 분들이라
오히려 아는 척 신경 쓰면 불편해 하실 것 같아서...

페크pek0501 2016-10-29 16: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혀를 조심하라, 에 관한 명언을 떠올리게 되네요.

˝혀를 확실하게 관리하는 것이 원만한 인간관계의 핵심이다.˝(그라시안)


stella.K 2016-10-29 16:24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그만한 명성에 말도 예쁘게 했더라면
오해나 비난도 안 받고 얼마나 좋았겠어요.
저의 책에 박범신 작가를 다룬 게 있는데 마음이 편치 않더군요.ㅠ
 
열정 같은 소리하고 있네 (2disc)
정기훈 감독, 정재영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16년 3월
평점 :
품절


제목만 보면 장르가 보이긴 한다. 하지만 또 달리 느껴지는 건 열정 페이어쩌고 하면서 젊은이들 노예로 부려 먹는 악덕 기업주의 신분세탁에 관한 이야기는 아닐까 그런 생각도 잠시 들었다. 물론 일견 그런 것도 없지 않다. 기자들 특히 수습기자들의 월급이 얼마쯤 될까? 쉬는 날도 없고, 죽자고 일만해 대면서, 상사들로부터 온갖 욕이란 욕은 다 처먹으면 월급도 짜면 그들의 월급이 열정 페이가 아니면 뭐란 말인가?

 

그런데 그렇고 그런 코미디라고 보기엔 이 영화 어딘가 모르게 진지한 구석이 많아 보인다. 무엇보다 감독의 진지한 열정이 느껴진다. 모르긴 해도 이런 이야기 하나 뽑아내기 위해 모신문사 연예 데스크에서 먹고, 자고 하면서 취재했을 것이다. 감독은 그곳을 취재하면서 우리나라 연예 산업을 통해 우리 사회를 고발하고자 했을 것이다. 그러면서 당연 기자의 애환을 다루려 했을 것이다. 실제로 나오진 않지만 연예인의 실명이 나오는 것을 보면 꽤 영화가 사실적여 보이기도 한다.

 

                   

무엇보다 수습인 도라희(박보영 분)가 초년생답게 좌충우돌하다가 우연히 얻어 걸린 기사 하나로 수습 딱지를 떼게 되는데, 그게 어느 남자 아이돌의 허위 성폭행 사건과 그의 연애 사건을 다룬 기사다. 이것 역시 모르긴 해도 감독이 연예 데스크를 취재하다가 실제 버려진 기사를 주워 이야기를 재구성하지 않았을까? 그도 그럴 것이 연예인이나 연예인지망생을 볼모로 잡고 연예기획사들의 횡포야 처음 듣는 이야기도 아니니 그런 이야기는 영화에서 어떻게 다뤄도 사실로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건 무엇이 허위고 무엇이 진실이냐는 것인데 진실은 이해관계 때문에 가려져 있거나 버려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 영화의 설정은 신문사 연예부를 다뤘으니 연예 기획사와의 이해관계다. 정치부라면 당연 국회나 여당이나 야당과의 이해관계. 우린 그걸 가끔 유착관계로도 파악하기도 한다.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로도 보기도 하고. 그래서 기자들도 알고 있다. 대중들이 자기들을 뭐라고 부르는지. 기레기. 쓰레기 같은 가사를 쓰는 기자. 하지만 대중은 어떠한가? 그들을 그렇게 비난은 하지만 그들이 쏟아 놓는 증권가 찌라시를 너무도 잘 믿는 순진한 시민으로 파악한다. 그러니 기레기라고 손가락질 해 봐야 별로 나을 것도 없다.

 

기자들의 세계에서 추측 보도라는 게 있다는 걸 이 영화에서 처음 알았다. 그렇게 연예기획사의 허위 날조에 분개한 도라희가 그 남자 아이돌의 허위 성폭력을 입증하려면 둘 중 하나의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하나는 성폭력의 상대자를 법정에 세우거나 그렇게 추측 보도를 하는 것. 그러나 전자는 사람이 사라진 상태니 찾아 세울 방법이 없고, ‘추측 보도는 잘만 되면 성공을 보장하는 거지만 잘못되면 신문사의 명예는 물론이고, 옷을 벗을 각오가 돼 있을 때만 가능하다. 그러니 웬만치 큰 간을 갖지 않으면 그것도 할 짓은 못된다. 그러나 이제 막 정식 기자가 된 도라희 이름답게 그 일을 한다는 것이다.

 

물론 코미디인 만큼 영화는 해피엔딩이다. 하지만 영화에서 주진우 기자를 언급하기도 하던데 우리의 도라희가 이후에도 여자 주진우를 자처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실제로 주진우가 어느 소속 기자더라? 그를 데리고 있는 신문사는 쟤가 또 언제 무슨 사고를 칠지 늘 조마조마하고 예의주시할 것 아닌가? 그런 사람은 하나로도 족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아무튼 영화는 그렇게 기레기라고 해도 우리도 최소한의 양심은 지키면서 일하고 있다는 걸 암시하긴 한다. 이 암시가 관객들에게 어떻게 느껴질지는 각자의 몫이겠지만 내가 볼 때 별 무리는 없어 보인다.

 

그런데 도라희의 직장 상사 하재관(정재영 분) 역시 실제로 누군가를 모델로 하지 않았을까? 열정의 대표 아이콘으로 등극했다. 하지만 열 받는다고 소리나 벅벅 지르는 것이 열정으로 보일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물론 신문사 데스크니 그런 설정은 가능하긴 할 것이다. 또 그런 인물이 팀 전체를 살리고 있다니 뭐라고 할 수도 없다. 그도 소리만 벅벅 지를 줄만 알지 그 나름의 애환은 있다. 좀 판에 박힌 듯한 이미지이긴 하지만 정재영은 내가 나름 애정하는 배우라 이 영화에서도 아낌없는 연기력을 보이고 있으니 더는 뭐라고 하지는 않겠다.

 

우리나라에 신문사 데스크를 다룬 영화가 있던가?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대신 90년 대 미국 신문사를 다룬 영화가 있던데 제목이 생각나질 않아 네이버 영화 사이트에 이 영화 제목을 치고 찾아 봤더니 같은 코미디 장르의 영화만 뜬다. 이 영화 진지한 사회파 영화로 만들어도 좋았을 텐데 아무래도 수익을 생각했나 보다.  

 

이 영화 괜찮은 영화긴 하다. 별 반쪽을 더 줘도 될 것 같긴 하지만 감독이 각본까지 써서 일부러 반쪽을 뺐다. 물론 제작하는 입장에서 예산은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괜히 시원찮은 작가 썼다가 피박 쓰는 것도 면하고. 하지만 우리나라 영화는 언제까지 경계없는 작업을 할 것인지 모르겠다. 물론 감독이 각본을 쓰는 것도 재주긴 하겠지만, 난 그거 반대다. 그런 의미에서 별 세 개로 한다. 실제로 전문 작가가 썼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란 생각도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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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10-23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독이 능력이 많은 건가봐요..시나리오까지 직접 쓰고 영화 연출도 직접하고..영화감독으로 연출하는 것만으로도 머리 다 빠질 지경일텐데 말이죠..ㄷㄷㄷ

stella.K 2016-10-24 18:51   좋아요 0 | URL
뭐 영화판에서는 신 아니겠습니까?
제가 저렇게 써 놓으니까 좀 강렬하고 선동적이기까지 하죠?
전 시나리오 작가가 될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같은 동종업계라
작가라면 무조건 옹호하고 싶어서 말이죠.ㅋㅋ

북프리쿠키 2016-10-23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 영화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용두사미˝였네요ㅠ.

stella.K 2016-10-24 18:53   좋아요 0 | URL
그렇습니까?
제가 볼 땐 아주 나쁘진 않았는데...^^

페크pek0501 2016-10-29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근 <럭키>를 재밌게 봤습니다. 유해진 출연.

stella.K 2016-10-29 16:22   좋아요 0 | URL
재밌다고 그러긴 하더군요.

언닌 역시 활기차게 사시네요.
저는 극장 가 본지가 언젠지 모르겠어요.
혼자는 웬만해서 잘 안 가지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