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만담 - 책에 미친 한 남자의 요절복통 일상 이야기
박균호 지음 / 북바이북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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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저자의 책을 처음으로 읽은 건 <오래된 새 책>이다. 그 책은 저자 특유의 찰진 언어로 절판된 책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혹 책에도 영혼이 있다면 이 사멸된 책들의 넋을 위로하는 것 같아 한편으론 숙연한 느낌을 가졌더랬다. 그런데 비해 이 책은 그 방향을 조금은 달리한다. 여전히 희귀본이나 절판된 책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으면서 저자 자신의 캐릭터를 들어내고 있다. 그런데 그것은 유감스럽게도 찌질남이다. 

세상의 모든 남자들에게

참 이상한 일이긴 하다. 시대마다 남성상이 변해가고 있다. 어느 때는 달콤하고 소프트한 남자가 각광을 받다가, 어느 땐 초콜릿 복근에 남성미가 물씬 나는 남자가 각광을 받을 때가 있다. 요즘은 뇌섹남, 요섹남이 뜬다. 그리고 이건 돌고 돈다. 하지만 이것의 기준은 미혼 남자를 기준으로 할 때다. 결혼한 남자는 하나로 통일되는 것 같다. 초식남 아니면 찌질남이다. 이것은 여자라고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데 결혼한 입장에선 억울하다고 까지는 할 수 없으나 좀 아쉬울 것도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린 그것이 서민의 전형인 양하지 않았던가.  

얼마 전, TV 토크쇼에 왕년의 축구선수 이천수가 나와 결혼을 가지고 이행시를 지어보라고 했더니, 혼하면 미해지는 거란다. 어찌나 웃기던지. 결혼 전엔 자기가 생각하는 바를 바로바로 말해도 상관이 없었는데, 결혼을 했더니 이치상 말이 안 되는 것 같은데도 무조건 부인 편을 들어야 두루 평안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나 뭐라나. 그가 결혼한 지가 5년이라는데 그쯤 해서 깨달았다니 거의 수재에 가깝지 않나 싶다. 이걸 평생 깨닫지 못하고 살다가 황혼 이혼 당하는 사람도 부지기수일 텐데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남자들이 자신을 규정하기를 집에서 기르는 강아지 보다 못하다고 하는 건 서민의 전형이라기 보다 유부남에 대한 연구를 너무 안 한 건 아닌가, 나도 여자지만 자괴감이 든다.    

말이 나온 김에, 세상의 모든 결혼한(더불어 결혼할) 남자들에게 부탁한다. 이거 두 가지는 해 줬으면 좋겠다. 하나는 요리다. 솔직히 여자들 남자 요리하는 거 좋아한다. 하지만 안 하면 더 좋다. 요리한다고 늘어놓는 게 한 배 반이다. 그런데도 남자가 요리를 배우길 바라는 건 유사시 어떤 일을 당할지 모르니 자력갱생을 위함이다. 솔직히 여자만 요리하란 법이 어딨나? 다 같이 하는 거지. 남자들이 알아야 하는 건, 여자들의 반란은 조용하면서도 무섭다는 것이다. 그러면 남자는 철없게도 그럴 것이다. 닥치면 다 한다고. 닥치면 무슨, 개뿔. 닥치고 여자 말을 들어라.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고 하지 않는가.

뭐 꼭 그런 게 아니더라도, 정말 남자들 꾀죄죄해 가지고 분식점 같은 데서 김밥과 떡볶이 시켜 먹으면 여자들이 얼마나 보기 싫어하는지 모를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말 많은 민족 아닌가. 저 남자는 간밤에 무슨 죄를 졌길래 이 시간에 혼자 나와 밥을 먹나 흉보는 것 같아 싫은 것이다. 그럼 남자들은 그럴 것이다. 내가 결혼했다는 이유만으로 이 시간에 먹고 싶은 김밥 한 줄도 못 사 먹냐고. 그러다 급하게 먹은 김밥이 가슴에 탁 걸리면서 눈에 습기가 도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 광경은 또 얼마나 측은한 광경인가.

요는 못하는 거라도 집에서 어떻게든 해 보라는 것이다. 사람은 싸울 땐 죽일 듯이 잘 싸워도 푸는 건 잘 못하는 것 같다. 광에서 인심 난다고 남자들 요리하는 거 보면 구시렁대도 측은지심이 돌면서 내가 저 화상을 챙기지 않으면 누가 챙기랴 그런 마음 생긴다. 싸우는 것은 싸우는 거고 먹게는 해 줘야 하지 않겠는가.

저자는 이 책에서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를 언급했는데, 사실 이성이든 동성이든 대화가 안 되는 것처럼 답답하고 서러울 때가 없다. 동성도 그럴진대 이성끼리는 얼마나 서러울까. 모르긴 해도 그 책이 인기를 끌었을 때 남자보다는 여자가 더 사 보지 않았을까? 그런데 이 책은 명백이 여자보다는 남자들이 더 사 봤어야 할 책은 아니었을까? 원래 여자가 남자 보다 언어 감각이 발달되어 있는 게 사실이니까. 어제 아침 우연히 TV를 보니 남자는 하루에 7천 단어밖에 쓰지 않는단다. 남자들 이렇게 많이 써? 놀랄 것 같지. 하지만 여자는 그에 세 배를 쓴다고 한다. 그런데도
남자들 여자(애인)와 싸우다 여자가 먼저 "됐어."란 말을 하면 당황스러워한다. 자신 보다 이미 2, 3배의 말을 뱉어놓고 됐어라니? 나는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이럴 때 있지 않나? 여자가 그렇게 말할 때와 남자가 그 말을 들을 때의 거리는 지구 반 바퀴만큼이나 먼가 보다. 그때 어쩔 것인가?  

이 여성 혐오가 극에 달하는 세상에서 남자가 페미니스트 적어도 여성에 우호적인 건 확실히 멋있는 일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정작 자신의 애인과는 대화가 통하지 않아 씩씩거릴 때가 많다면 문제적 남자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일명 '화성남, 금성녀' 또는 그쪽에 족보를 둔 책이라도 읽으면 좋겠다.  

 

화폐 수집은 아니었을까? 

사람 저마다 사족을 못 쓸 정도로 좋아하는 것이 한 가지씩은 있을 것이다. 나에게 그것이 뭐냐고 묻는다면 책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생각에 찬물을 끼얹었던 건 이 책의 '권정생 선생의 책을 500원에 판다고?'를 읽을 때이다. 절판된 <살구꽃 봉오리를 보니 눈물이 납니다>를 500원에 팔겠다는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우리 엄마가 싼 건 무조건 의심하라고 했다. 그런데 그렇게 유명한 책을 500원에 팔겠다고 하면 나도 알았으면 샀을 것이다. 아, 그런데 거기에도 모종의 상술이 있을 줄이야. 1989년도 산 500원이어야 한다는 단서가 붙었단다. 그것의 가치는 30만 원의 가치란다. 도둑 심보라고까지는 할 수는 없지만 뭔가 속았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나중에 그 책이 <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로 개정증보판으로 나왔다니 얼마나 다행인가?  내 속이 다 시원할 정도다. 그런데 말이다, 그렇다면 초판본은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다. 개정판이 나옴에 따라 가치가 떨어지는 건지 아니면 초판은 초판대로 가치가 있는 건지. 하긴 그런 거야 책 좋아하는 사람들 가운데서 나 논의될 문제고, 나는 그런 정도의 애서가는 또 아니니 어쨌든 이 책을 마음만 먹으면 사 볼 수 있다는 사실에 그저 기쁠 뿐이다.

그런데 문득 나에게도 벌써 몇 년째 안 쓰고 보관 중인 500원이 있다는 것이 생각났다. 어쩌면 이게 1989년도 산이라면...? 잊고 있었지만 언젠가 나도 그런 얘기를 듣고 간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평소엔 관심도 안 갖다 그걸 또 확인하겠다고 꺼내봤다는 거 아닌가.
그랬더니...
나에게도...
이런...
행운이...?!

있어주면 얼마나 좋겠는가? 내가 가지고 있는 500원짜리는 무려 2012년 산이다. 내가 이것을 왜 보관하고 있었을까? 보관하고 있었을 때는 뭔가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이유가 도통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 해에 500원짜리 아가 2012개만 만들어졌을까? 그때 이후로 만들어진 500원의 크기가 축소됐다고 했었나? 게다가 난 그것도 부족해 1999년산 10원도 가지고 있다. 내가 왜 그랬을까? 이상한 일이다. 그래도 난 약과다. 나 아는 분은 옛날 만 원권 지폐를 지금의 만 원권과 똑같이 사용해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거 두면 다 돈 되는 건데. 

그런데 이내 이러고 있는 나는 뭐냐? 웃음이 비어져 나왔다. 하하. 이 책이 뭐라고 나를 들었다 놨다 하는 것인가? 암튼 이 책 덕에 그제야 내가 모르는 나의 실체를 알았다. 나에게 있어 사족을 못 쓰게 만드는 건 책이 아닐지도 모른다. 화폐 수집은 아니었을까? 

 

나는 요즘 중고샵에서 낚시를 배우는 중이다     

저자는 친절하다. 이 책의 '책의 다양한 용도'를 읽으면 저자의 디테일함에 경의를 표하고 싶어진다. 책을 베개로 삼을 경우 그 두툼함이 <뿌쉬낀>이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가 좋고, 종종 컵라면 누르기 용이나 라면 냄비 받침용으로도 쓸 때는 너무 두껍지 않은 책을 쓰는 것이 좋다고 한다. 두꺼운 걸 쓸 때는 그 압력 때문에 오히려 컵을 쏟을 위험이 있다고 조언하기도 한다. 인테리어용으론 어떤 책이 좋은 지도 비교적 상세히 밝히고 있다.  

이는 책은 읽기만을 위해 존재하지 않음을 또 한번 증명하기도 하는데, 이렇게 사람들은 책에 대한 다양한 인식과 반응은 이미 나의 책 <네 멋대로 읽어라>에서도 밝힌 것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나는 읽어야 할 책을 산더미같이 두고도 또 여전히 책 사냥을 떠나는 (나를 포함하여) 사람들이 있다고도 했고, 얼굴 한 번 본 적이 없는데도 서로 책 선물을 교환한다고도 했다. 이건 확실히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책에 대한 새로운 반응임에 틀림없다.
 
떡 본 김에 제사드린다고 나는 여기 한 가지의 목록을 더 추가해 본다. 그것은 절판본에 대한 탐욕이 늘어남과 동시에 중고샵 마니아가 되어 간다는 것이다.  

정말 책을 읽다 보면 절판본에 대한 유혹을 떨치기가 어렵다. 나는 올해 들어서만도 인터넷 서점 중고샵을 서핑하다 절판된 책을 3권이나 발견하고 서둘러(또는 어쩔 수 없이) 그 책을 사버리고 말았다. 평소 같으면 그 책이 거기 그대로 있는 것을 확인하고 다른 책을 샀을지도 모른다. 절판되지 않았거나 절판된 사실을 영원히 몰랐다면 나와는 인연이 없을지도 모르는 책을 이렇게 사버리고 마는 것이다. 하긴 애서가들이 왜 헌책방을 순례하는데. 혹시 절판된 책을 싸게 건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 아니겠는가.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중고샵 마니아가 되는 것은 새 책 한 권 살 돈으로 두 권 거기에 30 퍼센트의 돈만 더 얹어도 세 네 권까지도 살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게다가 운 좋으면 완전 새 책이 오기도 한다. 그걸 안 사고 배기겠는가. 출판사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책을 제값 주고 사는 건 독자의 입장에선 바보 같은 일이 된지 오래다.

내가 중고 책을 선호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맘대로 줄긋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난 새 책에도 줄을 긋긴 한다. 그런데 그건 중고 책이 활성화되기 이전의 일이었다. 지금은 완전 새 책을 사면 줄긋기가 조심스러워진다. 그 책이 나와 궁합이 맞아 보관 가치가 높으면 줄을 긋는 건 당연한데, 그렇지 않으면 내다 팔 때 가급적 높은 가격을 받으려면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려고 한다. 그런 건 아마 나만은 아니라 중고샵을 애용하는 사람이라면 비슷할 것이다. 

그런데 저자는 책을 깨끗이 읽느냐 지저분하게 읽느냐를 두고 육체파와 정신파로 나눈다고 했다. 한마디로 육체파는 책을 좀 지저분하게 보는 사람이고, 정신파는 책의 고귀함과 신성함을 생각해 깨끗하게 보는 파라는 건데 난 당연히 육체파다. 그런데 육체파긴 육체판데 팔아먹을 책은 정신파라는 것. 역시 돈이 개입되면 정신파도 그다지 순수한 건 아니다.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킨다더니 지저분한 책이 나를 지켜준다. 그런데 파는 건 사는 것에 비하면 그다지 많이 받는 것도 아니라 아주 즐거운 건 아니다. 그저 새로운 책을 들여놓을 공간이 생겼다는 것에 만족하는 거지. 

나는 오프라인 중고샵을 평균 한 달에 한 번 꼴로 가는 편인데 이것에 또 나름 맛 들였다. 물론 그곳엔 좋은 책도 있고 그렇지 않은 책도 있지만 무엇보다 내가 원하는 책은 흔치 않다는 것. 물론 거기서 사는 책은 대체로 좋은 책들로 사 온다. 그런데 어느 날 나의 기대감 100 퍼센트를 충족시키는 책을 낚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그건 그야말로 월척인 셈이다. 이 맛에 낚시들을 하겠구나 싶은데, 나는 그것을 중고샵에서 배우고 있는 중이이라고나 할까. 그러니 나도 어느 날 온 오프라인 할 것 없이 저자처럼 정체를(아이디) 바꾸고 책을 구해 볼 날도 얼마 남지 않을지도 모른다. 

 

찌질남보다는 북 소믈리에  

책 좋아하는 사람의 공통점은 일상생활에서 부딪히는 갖가지 궁금증이나 문제를 일단 관련 책들은 무엇이 있을까를 찾아 보는 것은 아닐까? 예를 들면 내가 지금 우울하다. 그 우울함이 며칠째 계속된다. 그러면 그것의 원인을 찾으려 하기 보다 우울증에 관한 책은 뭐가 있을까를 인터넷 백과사전이 아닌 서점에서 찾는다는 것이다. 단언하건대 나의 우울함에 대하여 그렇게 할 정도라면 그건 우울이 아니거나 아주 경미한 상태니 안심하시라.

사실 저자는 스스로를 찌질남으로 묘사하지만 알고 보면 뇌섹남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가정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상황을 다각화해서 적재적시에 요약 분석해낼 리가 없다. 무엇보다 그는 가정의 평화와 질서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아는 가장이다. 그것만으로도 뇌섹남의 요건은 충분하다고 본다. 하지만 실제로도 그는 뇌섹남이다. 

소믈리에라는 직업이 있다고 한다. 원래 그 분위기에 맞는 와인을 추천해 주는 직업을 소믈리에라고 하는데 요즘엔 책의 영역까지 확대되어 북소믈리에도 생겼다. 이 책은 저자 자신을 지질이로 상정하여 만담 같은 에피소드를 펼쳐 보이고 그 상황에 떠오르는 책을 소개하는 형식을 띄고 있는데, 평생 책을 사랑해 온 만큼 북 소믈리에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책 가지고도 충분히 상담이 가능할 것이다. 이를테면 이런 상황에서 어떤 책이 좋으냐 문의를 하면 저자는 친절하게 잘 가르쳐 줄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책 권하는 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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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3-09 16: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길거리에 주운 십 원짜리 동전의 발행연도를 살펴요. 이 책에 나온 책 판매자처럼 절판본을 미끼로 화폐를 수집하는 방법은 생각 못했어요. 책 노리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화날 노릇이지만, 그래도 발상의 전환은 훌륭해요.

사실 박 작가님이 추천한 존 그레이의 책.. 스테디셀러라고 해도 지금은 이 책을 비판적으로 보는 독자들이 많아졌어요. 책 보는 눈이 남다른 소수의 독자들이 보기에 안 좋아할 수 있겠어요.

박균호 2017-03-09 16:58   좋아요 1 | URL
제 책 읽고 저금통을 갈랐다고 하시는 분이 여러 분 계시더라구요. 존 그레이의 책은 남자와 여자의 극본적인 심리차이에 대한 조금이라도 이해하게 해준 미덕이 있었어요. 완벽한 사람이 없듯이 완벽한 책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사람이든 책이든 한 가지 미덕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 미덕은 챙기고 나머지는 스킵하는 독서를 하는 편입니다. 시대에 따라 새로운 생각이 떠오르고, 당연히 책에 대한 평가도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좋은 현상이며 진보의 과정이라고 확신합니다. 독자들의 건전한 비판은 저자에게 살이 되고 피가 됩니다. 많이 배우고 갑니다.

stella.K 2017-03-09 18:21   좋아요 0 | URL
cyrus/ㅎㅎ 너도 그러는구나. 역시 돈 싫어하는 사람 없어.

존 그레이의 책은 나도 그렇게 들었어. 그래서 그쪽으로 족보를 댄
책을 알아보라는 거지.
아님 작가님 말마따나 미덕은 책기고 나머지는 스킵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내가 알기론 적어도 1권은 좋다고 들었는데...

작가님/ 그렇다니까요. 책이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한다니까요.ㅎㅎ

박균호 2017-03-09 16: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을 맛깔나게 참 잘 쓰시네요. 제 책은 여러가지 문제와 단점이 있습니다. 리뷰를 읽다보면 부끄러워질 때도 많고요. 멋진 서평 감사드리고, 좋은 오후 되십시요.

stella.K 2017-03-09 18:23   좋아요 1 | URL
아녜요. 작가님이 워낙에 글을 재밌게 잘 쓰셔서
저도 흥이나서 이렇게 쓴 겁니다.
참고로 이 리뷰 쓰느라 4일 걸렸답니다.ㅠㅋㅋ

박균호 2017-03-09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이쿠 ㅠㅠㅠ 죄송하고 고맙습니다

stella.K 2017-03-09 19:04   좋아요 1 | URL
ㅎㅎ 아유, 뭘요...^^

yureka01 2017-03-09 23: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의 맛 감별사가 아닐까 싶네요^^..빨리 읽고 싶어지네요..

stella.K 2017-03-10 12:58   좋아요 1 | URL
오, 책 맛 감별사! 그거 좋은 말이네요.^^
 

뇌과학자 김대식 교수가 가장 아끼는 책을 소개합니다!


어떻게

질문할 것인가

나만의 질문을 찾는 책 읽기의 혁명


“한때 내가 사람보다 더 사랑했던 책들.

읽고 잊었어도 다시 기억해 낸 책들을 향한 호기심.

여러분을 그 책들로 유혹하려고 합니다.” ―김대식 



우리는 많은 책을 읽지만

막상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모를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마다 책 읽기의 달인을 찾아보죠.

 

인문학자로부터 깊은 독법을 배우기도 하고,

또 정치인, 광고인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책에서

어떻게 그들만의 인사이트를 찾는지 엿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뇌과학자는 책을 어떻게 읽을까요?

 

19세기 시인 랭보 / 이탈리아 소설가 이탈로 칼비노 /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 /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거장 보르헤스 /

움베르토 에코 / 보르헤스 / 카프카 등

 

과학자에게 영감을 불어주고

『빅 퀘스천』의 물음표가 된 책들을 만나는 시간


『어떻게 질문할 것인가』 서평단을 모집합니다.





<이벤트 참여방법>

 

1. 이벤트 기간  :  3월 6일 ~ 3월 12일

   당첨자 발표  :  3월 13일 (월) 

   발송  :  정보 수집 이후 순차적으로 발송

 

2. 모집인원  :  5명 

 

3. 참여방법

- 이벤트 페이지를 스크랩하세요. (필수)

- 스크랩한 이벤트 페이지를 홍보해주세요. (SNS필수)

책을 읽고 싶은 이유와 함께 스크랩 주소를 댓글로 남겨주세요.

- 무성의한 댓글 참여는 선착순에서 제외됩니다.

 

4. 당첨되신 분은 꼭 지켜주세요.

- 도서 수령 후, 7일 이내에 '개인블로그'와 '알라딘 블로그'에 도서 리뷰를 꼭 올려주세요.

 

 * (미서평시 서평단 선정에서 제외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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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17-03-06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인블로그가 없어요ㅠ.ㅠ

stella.K 2017-03-06 18:04   좋아요 0 | URL
헉, 개인 블로그가 없다뇨? 무슨 말씀이신지...

북프리쿠키 2017-03-07 09:08   좋아요 0 | URL
아..저 SNS하는거 알라딘 서재밖에 없어요.ㅎ
쪼오기 위에 보니까
도서 수령후, 개인블로그와 알라딘블로그에 도서 리뷰를 올려달라길래..^^;

stella.K 2017-03-07 13:08   좋아요 0 | URL
아, 난 또 뭐라구.ㅎㅎ
네이버 계정 없나요? 네이버 계정은 많이 만들던데.
거기에만 올리셔도 될 텐데...
이 책 탐나져?ㅋㅋ

2017-03-08 23: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3-09 13: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대논쟁! 철학 배틀
하타케야마 소우 지음, 이와모토 다쓰로 그림, 김경원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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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가히 혁명에 가깝지 않나 싶다. 글쎄, 전에도 이와 비슷한 책이 나왔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나는 철학 입문서치고 이렇게 나온 건 처음 보는지라 좀 놀라웠다. 

무엇보다 이 책은 일본에서 제작된 책이다. 일본이 출판에 있어서 우리나라보다 앞서있는 것은 사실이고(뭐는 앞서지 않겠는가만), 저자는 학원 강사란다. 어쩐지 책을 펼쳐든 순간 뭔가 참고서스럽다는 느낌도 없지 않았다. 그런데 철학을 또 이렇게 만들 생각을 했다는 게 그저 놀라울 뿐이다. 

그런 만큼 이 책은 청소년들을 겨냥한 책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꼭 청소년만 보랄 건 없다. 나 같이 철학의 철 자만 들어도 하품부터 해 댈 것 같은 성인들이 봐도 전혀 손색이 없다. 무엇보다 책에 등장하는 철학자의 캐리커처가 인상적이다. 

각 철학자의 생김새를 정말 잘 살렸다. 단지 여러 다양한 표정이 가능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그런 걸 기대하기엔 욕심이 과했을까? 그 점은 조금 아쉽긴 하다.

이 책을 보고 있노라면 해 아래 새 것이 없다고, 세상은 스토리텔링과 편집으로 모든 것이 설명 가능하단 말이 실감 난다. 어떻게 각각 다른 시대 살았던, 서로 다른 철학자의 생각과 사상을 이렇게 한 테이블에 불러 모을 생각을 했을까, 한마디로 기획이 좋은 책이란 생각이 든다.   

사람의 생각이란 한쪽으로만 기울어 있는 것은 위험하다. 이런 생각이 있으면 그 반대되는 생각이 있고 이를 통해 우린 분석과 통합적 사고를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책 속에서 따로 다루기도 하지만) 헤겔의 정반합의 사고를 지향하는 것도 같다.

당대 유명한 철학자를 한 테이블에 끌어모았으니 얼마나 말발들이 셀까. 물론 실제로 이들은 결코 만나지지 않은 사람들이다. 단지 시대를 거슬러 면면이 이어져 온 사상을 엮은 것이다. 그래서 편집의 힘이란 게 대단하다는 것이다.

단지 좀 아쉬운 것이 있다면 각 단원의 문제를 다룸에 있어서 길이가 짧다. 그래서 그냥 맛보기 수준이지 깊이는 느끼지 못하겠다. 그런데 어찌 보면 그게 전략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했고 입문서란 콘셉트이라면 말이다. 그저 한 가지 사안에 대해 과거 철학자는 이런 생각들을 가지고 있었다고 미끼를 던져주고, 생각할 거리를 주는 것뿐이다. 그렇다면 너희들은 어떻게 생각하냐고 되묻는 일종의 토론이 가능할 수 있도록 의도된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역시 읽고 있으면 이만큼 배려했음에도 불구하고 역시 철학은 어렵다는 장탄식을 피해 갈 길은 없어 보인다. 철학 공부의 새로운 형식의 책으로는 쌍수를 들어 환영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철학이란 학문 자체가 쉬워졌다거나 접근 자체가 용이해졌다는 말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왜 철학을 공부해야 하는 것일까? 이제 좀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할 것 같고, 그 답을 조금이나마 이 책에서 찾는다면 그도 이 책을 읽는 보람이 되지 않을까 한다. 일독을 권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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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04 20: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7-03-06 13:43   좋아요 1 | URL
맞아요. 오타쿠 문화가 가능해서 일 수도!
이렇게 정리를 잘 하는 사람 보면 정말 부러워요.
전 죽었다 깨어나도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ㅠ

페크pek0501 2017-03-05 15: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철학의 지도 같은 책이군요.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장점인 듯...

stella.K 2017-03-06 13:44   좋아요 0 | URL
네. 그냥 입문서 정도.^^

고양이라디오 2017-03-05 17: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재밌어보이는 책이예요. 읽어보고 싶네요ㅋ

stella.K 2017-03-06 13:46   좋아요 0 | URL
어떻게 캐리커처를 넣을 생각을 했는지...
재미도 있어요. 가끔 조용히 하라고 호통도 치고 그래요.ㅋ

북프리쿠키 2017-03-07 09: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본이라는 나라는
특정 주제에 대해 기발하게 접근하고 쉽고 재미있게 풀어쓰는 데는
특출난 것 같습니다.^^;

stella.K 2017-03-07 13:09   좋아요 0 | URL
맞아요. 오밀조밀하게.^^
 

책을 택배로 받다보면 가끔 그런 상상을 할 때가 있다. 

나에게도 우렁각시가 있어 생각지도 않게 책 선물을 받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상상.

지금까지 그 비슷한 일이 아주 없지는 않았다.

어, 이거 내가 안 시킨 것 같은데 누가 나에게 이런 선물을...?

그리고 뛰는 가슴을 애써 진정시키며 뜯어보지만 다 받을만한 이유와

받을만한 해당 상품이 들어있다.

그러면 그렇지...

어쩔 수 없이 허탈함과 함께 우렁각시 같은 건 두 번 다시 믿지 않으리라

또 한 번 다짐을 한다. 

 

그런데 오늘 낮에 느닷없이 예스24  택배 상자가 도착했다.

이건 또 뮝미..?

읽어야할 책이 산더미라 가급적 책을 안 사려고 발버둥을 치다못해

발광을 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므로 난 결코 이런 상자를 받을 짓을 한 적이 없다.

그래도 과거 그런 전적이 있어 혹시 그런 적은 없는가 내 기억을 탈탈 털어 보았다.

털어도 먼지하나 없이 깨끗하다.

그렇다면 정말 천사는 있는 걸까? 

우렁각시는 믿지 않는다면서 나의 상상력은 역시 그 수준을 크게 못 벗어나고

있다는 걸 자각하며  천천히 상자를 뜯어 보았다.

 

그건 박균호님의 <독서만담> 1권도 아닌 2권이

들어있는 것이 아닌가?

이상한 일이다. 얼마 전 내 책에 님의 책을 다룬 것을 기념해

서로 바꿔 본적이 있고,

또 얼마 전 페이퍼 글에 자신의 책을  남에게 공짜로

주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다고  쓰신 것 같은데

왜 나한테 이런 과분한 친절을 베푸시는 걸까?

내 책이 그렇게도 감동스러웠나?

역시 글 잘 쓰는 사람은 글 잘 쓰는 사람을 알아 본다니까.

하며 나는 내 나름대로 환상의 나래를 촤악~ 펼쳐보는

순간이었다. 

 

 

그러면서 이왕 보내주실 것 같으면 내가 읽지 않은 책이면 얼마나 좋을까

역시 사람의 욕심은 끝간데가 없구나 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건 난 오늘에야 비로소 이 책을 완독했으니.

그래도 이렇게 같은 책을 두 권씩이나 보내주신 걸 보면 좋은 사람과 나누라는

그분의 착한 마음을 호도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마음을 돌이켰다.

그리고 서재 댓글란에 비밀글로, 뭘 두 권씩이나 보내주시냐고

좋은 사람과 함께 나누겠다고 감사하다고 인사를 남겼다.

 

그런데 작가님 요즘 학기가 시작되어 바쁘실 텐데 단 몇 분만에 댓글을 남겨 주셨다.

사실 나에게 보낸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보내는 걸 주소 확인을 미처 못하고 

엔터를 누르는 바람에 나에게 오게 된 것이라고. 순간,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어찌나 웃기고 황당하던지.

뭐 이런 만담 같은 일이...!ㅎㅎ

 

내가 이 책을 받으면서 장소팔, 고춘자 버금가는 만담을 기대한다고 했는데,

우리의 박균호님 확실히 독서계의 장소팔답다.

그런데 나는 아직 고춘자는 못 되는 것 같다.

노력하면 나도 독서계의 고춘자가 될 수 있을까?

아, 그래도 이건 너무 웃긴다.

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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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균호 2017-03-03 20: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 두 권을 받으셨다는 말씀을 듣고 한 동안 골똘히 무슨 말씀인지 의아했더랬죠 ㅎㅎㅎ 아름 다운 밤 되세요

stella.K 2017-03-03 20:09   좋아요 2 | URL
ㅋㅋ. 네. 그런데 왜 제 부탁은 안 들어주시는 겁니까?
물론 그럴 줄 짐작은 했습니다만...ㅠ

박균호 2017-03-03 20: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무슨 부탁 말씀이신지 ㅠ

stella.K 2017-03-03 20:22   좋아요 2 | URL
ㅎㅎ 거기 댓글란에도 썼는데...
작가님 보고 싶으신 책 있으면 선물해 드리겠다구요.
여기 이 동네에선 그런 거 서로 잘 하는 분위긴 거 아시죠?
빼지 마시고 말씀해 주세요.^^

박균호 2017-03-03 20: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ㅋㅋ 제가 생각해보고 알려드리죠

stella.K 2017-03-03 20:27   좋아요 1 | URL
넵!

박균호 2017-03-03 20: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이 동네 분위기를 잘 몰랐네요

2017-03-04 0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7-03-04 13:36   좋아요 0 | URL
그럼요. 예전엔 더 했는 걸요?
그래도 책 인심 여전해서 이 동네가 좋긴하죠.^^

blanca 2017-03-04 05: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귀여워요. ^6^(혹시 실례되는 이야기는 아니겠지요?) 저도 맨날 온갖 공상의 나래를 펴서 스텔라님 말씀이 어떤 얘기인지 이해가 가서요.

stella.K 2017-03-04 13:39   좋아요 0 | URL
아유, 그 무슨... 가끔 그런 놀라운 일들이 일어나 주면
삶의 활력소도 되고 좋은데 말이죠.
그래도 뭐 이런 재밌는 일도 나쁘지 않아요. ㅎㅎ

북프리쿠키 2017-03-04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에게도 작가님께서 엉뚱한 댓글을 달아주셔서 빵 터졌습니다.ㅎ
재미있으신 분이예요.^^;

stella.K 2017-03-04 13:41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재밌으세요.
쿠키님 이 책 안 읽으셨으면 박균호님을 대신해서
제가 한 권 보내드릴까 했는데 안 되셨습니다.ㅠ
뭐 언제고 또 기회가 있겠죠.
좋은 주말 보내십쇼!^^

페크pek0501 2017-03-04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는 얘기 잘 읽었어요. 저도 예전에 알라딘 책이 왔길래 주문하지도 않았는데 어쩐 일이지, 하면서 사은품인가 보다, 하는 생각으로 포장지를 봤더니 이웃집의 책이 잘못 배달된 것이었어요.
기대감이 꽝, 하고 터지는 순간이었죠. ㅋ

stella.K 2017-03-04 13:43   좋아요 0 | URL
어맛, 언니도요!
맞아요. 기대는 과녁을 빗나갔지만
어제 웃을 수 있어 나름 좋았습니다.ㅋㅋ

노란가방 2017-03-04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stella.K 2017-03-04 13:43   좋아요 0 | URL
ㅎㅎㅎ
 
플로렌스
스티븐 프리어스 감독, 메릴 스트립 외 출연 / 에프엔씨애드컬쳐 / 2017년 1월
평점 :
품절


이 영화는 아름다운 것만이 예술인가에 대해 묻고 있는 것 같다. 우린 흔히 아름다운 것 또는 기술적으로 뛰어난 것만이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만이 정답일까를 생각하게 만든다. 실제로도 미(美)의 기준을 나눌 때 '추미(醜美)' 즉 추한 것도 미의 기준에 포함시킨다. 그런 것처럼 음치도 성악의 범주에 포함되는 것인가를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진지하게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나는 당연히 음치는 성악의 범주에 들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사실 이 영화의 얼개는 '벌거벗은 임금님'의 또 다른 버전을 보는 것도 같다. 그 동화가 말하는 건 정직 또는 진실함을 가르치기 위함인데 오늘 날엔 과연 진실만이 최선이냐 또는 그것만이 이 세상을 구원하는가에 오히려 과거의 가치관에서 다소 비껴선 질문을 하기도 한다.

이 영화에서 또 하나 보는 건 돈과 예술과의 상관관계다. 예술은 숭고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예술해서 밥 먹을 생각하지 말고, 배를 곯는 한이 있더라도 그것은 거룩하게 지켜져야 한다는 다소 잔다르크적 사고를 가진 예술가나 예술 애호가가 여전히 존재하는 듯하다. 물론 난 그들이 여전히 전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래야 예술도 정화될 수 있는 것이 니까. 그러나 예술은 자본의 자양분을 먹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꽃이라는 걸 부정할 사람이 과연 있겠는가?

     


영화의 주인공 플로렌스 젠킨스는 실존 인물이다. 사상 최악의 성악가란 오명이 있긴 했지만.  사실 이 영화는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일지도 모르겠다(실제로 이 영화의 장르는 드라마 코미디물로 분류되어 있다). 그러나 뭔가 모르게 나의 의식을 자극하는 게 있어 갈수록 좀 진지해 졌다.

플로렌스가 비록 최악이란 오명이 있긴 하지만 성악가의 반열에 그 이름을 올릴 수 있었던 건 벌거벗은 임금님처럼 자신의 주제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이고, 또한 그럴 수 있었던 것엔 그녀가 음악을 너무 너무 사랑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자신의 주제를 파악하지 않아도 될 만큼은 부자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녀가 자본가의 막내딸로 태어났지만 부모님이 반대하는 결혼을 해서 재산을 하나도 상속 받지 못하고 자수성가한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그런 걸 보면 가난이 꼭 사람의 주제를 파악하도록 만드는 건 아닌 것 같다. 주제파악 보다 앞선 건 음악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다.

그 사랑이 얼마나 큰지 그녀는 난봉꾼인 첫 남편에게서 매독에 감염되어 평생 고생을 하고 의학적으론 50대 안에 사망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녀는 그 나이를 훨씬 넘어 살고 있다는 것이다. 바로 음악을 사랑하기 때문 아니겠는가. 그런 사람에게 주제 파악은 당치 않는 일이다. 

돈이 좋긴 하다. 비록 돈이 플로렌스를 진정한 성악가로 만들어주진 못하지만 매번 박수 부대는 만들 수 있으니. 물론 진지한 음악가가 있었다면 플로렌스를 보고 신성한 음악을 모독한다고 비난할 수도 있지만 아무도 그러지는 않는다. 게다가 그녀는 이미 음악 발전에 거액을 기부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유명하다던 토스카니니가 그녀의 성악을 지도한다. 그가 무엇이 아쉬워 성악지도를 했겠는가. 그 역시 그녀의 그늘 아래서 자신의 입지를 다져왔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어쨌든 난 이쯤 보고 있을 때 잊고 있던 한 기억이 떠오르면서 오랜 질문과 맞닥트리고 말았다. 이것은 나의 책 <네 멋대로 읽어라>에서 나의 뮤지컬 작품 제작 과정에 언급했던 부분이기도 한데, 몇 년 전 <뮤지컬 손양원>을 대학로 무대에 올리면서 오랜 숙원을 이루어 좋긴 했지만 그때 겪은 자본의 힘이란 건 나에게 거의 충격으로 다가 왔었다. 

그때 난 애써 쓴 대본이 제작자의 손에 의해 거의 만신창이가 되다시피 했는데도 그걸 속수무책으로 지켜 보고만 있었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일은 아무리 아이디어가 좋아도 자본가의 것이라는 걸 다시 한 번 깊이 깨달았다. 거기까지는 뭐 자본주의 세상이니 그럴 수 있다고 치자. 내 안에 남아 있던 한 가지 질문 그렇다면 하나님은...? 기독교적 양심이란 건 그 앞에서 소용이 없는 것인가? 각본은 분명 내 이름으로 나가긴 했지만 그건 이미 내 작품이 아니었다. 제작자에 의해 철저히 유린당하고 이름만 내 이름으로 나가면 뭐하나. 정말 괴로웠다. 그리고 난 복수라도 하듯 제작자를 비난하는 것으로 일관했었다. 뮤지컬의 뮤 자도 모르는 인간이 돈 많다고 자랑이나 하고 암사자마냥 작품을 갉아먹는다고. 

대체로 하나님은 그 상황에서 침묵하시는 경우가 많으시니 나는 그렇게 표독스럽게 변해갈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솔직히 그 공연이 망치길 바랐다. 그 제작자를 생각하면 그랬다. 어찌나 교만하고 무례한지 작품이 성공하면 자기가 잘 나서 성공한 줄 알지 않겠는가. 그리고 실제로 엉성하기 짝이 없는 작품이라 망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결과는 그 반대였다. 한마디로 대박이었다. 이것을 기뻐해야 하는 것인지 화를 내야하는 것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그 상황에서 후자를 선택하기란 또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 나는 그때 비로소 깨달았다. 나는 공연의 한 부분을 맡은 사람일뿐 전체를 보고 비평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공연의 시작은 작가에게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마지막은 관객에게 있다는 것. 관객이 좋다고 하면 다 좋은 것이다.

이 영화도 보라. 시작은 플로렌스에게 있는 것 같지만 진짜 플로렌스를 있게 만든 것은 그녀를 토끼라고 부르는 남편도, 반주자 맥문도, 토스카니니도 아니다. 그녀의 존재를 완성시킨 건 관객이다. 관객 대부분은 그녀의 노래를 조롱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다 조롱했던 것도 아니다. 누구는 진지했고, 누구는 경청했다. 진심은 통한다고 비록 음치여도 자신이 정말로 노래를 좋아한다는 것은 관객들에게 전달해 주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이다.

어찌보면 주제 파악이나 하라는 말처럼 주제 넘은 말도 없다. 뉘라서 함부로 이 말을 하랴. 주제를 파악하고 안하고는 그 사람의 몫이지 나의 몫은 아니다. 그런데 우린 내 일이 아닌 남의 일에 밤 놔라, 대추 놔라를 참 잘한다. 왜 사람은 그 사람이 꿈 꾸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는 것일까. 때로 꿈속에 있는 것도 건강을 위해선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늘 제 정신으로만 살면 사람은 현실의 무게에 짓눌려 살 수 없을 것이다. 이 영화도 보라. 플로렌스가 꿈을 깨고 현실을 마주했을 때 어떤 결과를 맞이했는지. 그녀가 훌륭했던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성악가이기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금은 그 제작자가 뭘하며 지내는지 모르겠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어느 새 소식을 듣지 못하고 있다. 공백이 생각 보다 길다 싶다. 더 이상 제작을 안 하기로 한 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리고 그게 자신의 현실과 한계를 깨달아서는 아닌지 모르겠다. 또 그 현실과 한계를 깨닫게 하는데 지난 날 나도 공헌을 했던 탓은 아닐까 모르겠다.

비록 그 제작자는 내 작품을 더 이상 제작하지 않더라도 어디선가 계속 제작은 해 주길 바랄 뿐이다. 그 작업은 솔직히 맨정신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미쳐야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래야 우리나라 공연 발전에 조금이나마 공헌하는 것이니까. 나는 지금쯤 되서야 정말 모든 것 다 잊고 그가 잘되길 축복해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디서도 소식을 들을 수 없으니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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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7-03-04 13: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는 아름다운 것만이 예술인가에 대해 묻고 있는 것 같다.˝
- 저는 추한 것을 보여 주는 것도 예술이라고 봅니다. 현실 반영을 제대로 했다면요.

자본의 논리가 우리를 슬프게 할 때가 많지요. 공감합니다.


stella.K 2017-03-04 13:46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나름 용기를 주던데요?
생각할 거리도 줘서 이 영화 전 괜찮게 봤어요.
앞으로 노래 못 부른다고 기죽을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진심을 다해 부르면 알아주겠죠?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