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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메로 - [초특가판]
영상프라자 / 2003년 4월
평점 :
개봉 때 보지 못했던 영화를 이제야 보게 됐다.
무엇보다 주인공 선택을 잘했다고 생각한다.
배우의 이름이 라울 줄리아다.
그의 이미지가 독특한데 우직한 남성미도 있지만
어린 아이같은 순수함도 있다.
거기다 실제의 로메로를 연구했을까?
깊게 눌러 쓴 돋보기 안경도 이미지 구축에 한 몫한다.
길게 늘어트려 팔랑거리는 신부복도 나름 우아함을 더하고.
1970년대 말 살바도르의 불안한 정치와 정부군과 게릴라 간의
혈전이 예전 우리나라의 광주 사태와 오버랩 된다.
또 작년 말부터 터져나온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인해 첨예하게 갈린
현상황들을 보면서 설마 저 지경을 또 격게되는 건 아니겠지
한숨이 나오기도 한다.
나라가 혼란에 빠졌을 때 종교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묻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정부군의 양민학살과 이로인한 양민들의 불안을 어떻게 달래 줄 것인가?
악과 어떻게 맞설 것인가?
사람들이 한낱 살덩어리로 죽어나갈 때 사제로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하나님 어디 계시냐고 절규하는 것 밖엔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보인다.
영화에서 로메로의 고뇌가 충분히 보여졌는가?
그랬던 것 같다.
문득 내가 썼던 손양원 목사를 떠올리게도 한다.
나는 그의 고뇌를 충분히 그려내지 못한 것 같다.
난 그저 그가 순교했다는 것에 온통 마음을 뺏겨
이것을 어떻게 하면 극대화 시킬 것인가에 대해서만 골몰했었던 것 같다.
나중에 새로 원고를 쓰게 된다면 순교 보다 고뇌 쪽에 포커스를
맞춰야겠다고 생각해 본다.
암살 영화가 그렇듯 정부군이 주도했다면 군복 입은 군인이
로메로를 죽일 것 같지만 의외로 사복을 입은 순진해 보이는 양민 하나가
툭 튀어나와 죽인다.
즉 지금까지와 상관없어 보이는 새로운 인물이 죽인다는 것이다.
그리고 주인공 로메로가 죽으면 영화는 끝을 맺는다.
그 시대 영화 기법이 그랬던 것도 같다.
지금 이 영화를 새롭게 만들면 그런 식의 엔딩은 더 이상 하지 않게 될까?
참고로 이 영화는 1989년도 작이다.
영화가 굉장히 사실적이다.
정부군의 학살로 죽어간 양민들 하나 하나의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돋을 정도다.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잔인할 수 있을까?
하다못해 정부군은 신까지 부정하며 예수 십자가상에 총질을 해 대지 않던가?
국가의 존립의 의미가 무엇이란 말인가?
한쪽에서는 가난한 국민들이 배를 움켜쥐며 쓰레기 더미에서 먹을 것을
찾는데 배부른 사람은 더 없는 호화판이다.
이런 나라는 불안하고 정의롭지 못하며 국민을 불행에 빠트릴 수 밖에 없다.
국민을 불행하게 만드는 건 전적으로 있는 사람과 권력자들이 책임이다.
그런 가운데 종교가 할 수 있는 일은 가난하고 고통 당하는 자를 위로하며
그들을 보호해 줘야 한다.
물론 미약해 보일 수 있다. 그래도 종교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일이어야 한다.
지금의 각 종교계의 우두머리들 그들이 나라가 어려울 때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그들은 평가를 받을 것이다.
보기가 괴롭긴 하지만 좋은 영화다.
강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