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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셰프
존 웰스 감독, 시에나 밀러 외 출연 / 비디오여행 / 2016년 5월
평점 :
일시품절
먹방이나 음식을 소재로한 영화나 드라마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일까?
이 영화도 그다지 많이 감동한 것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짜임새 있게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영화 중간중간 터지는 탄산수 같은 대사도 나름 괜찮았다.
그런 것으로 봐 시나리오 작가가 확실히 프로란 생각을 갖게 한다.
주인공 아담 존스 역을 맡은 브래들리 쿠퍼를 어디서 봤나 했더니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이었구나.
털북숭이 남자를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영화에서 거뭇하게 하고 나오니
것도 나름 섹시미를 풍긴다.
미셸 역의 오마 사이도 브래들리 쿠퍼와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서양의 흑인들은 거의 구릿빛이 감도는 피부색인데
이 사람은 거의 원조를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뭔가 흑인 특유의 건강미가 느껴진다.
스위니 역의 시에나 밀러의 연기도 좋긴하다.
그런데 영화 종반쯤에 어느 어시장에서 물건을 사서 나올 때
아담을 부르며 훅 들어가는 그녀의 기습 키스는 어디선가 본듯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뭐 저런 키스도 나쁘진 않구나 싶다.
그러자 아담이 더 미친 키스를 하지만.
그런데 진짜 클리셰라고 느끼는 건 그 이후에,
우리 이러면 안 되는 것 아니예요? 하는 식의 대사다.
어쩌라구?
그럴 것 같으면 시작을 말았어야지.
언제나 그렇듯 여자 주인공의 키스는 이런 식이 많다.
입술박치기 수준에서 어물쩡 우리 없었던 걸로 해요. 이런식.
내가 요리를 주제로한 영화나 드라마를 별로 안 좋아하는 건
평생 또는 늘상 먹는 음식이 아니어서인지도 모른다.
미슐랭 가이드로가 얼마나 권위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래서 그게 뭐 어쨌다고?가 된다.
그것이 인정한 레스토랑과 셰프가 만들어주는 음식을 내가 평생
맛이나 볼 수 있을까? 그렇다고 내가 그런 걸 밝히는 호사가도 아니고.
그래봐야 전세계 1%를 위한 것 아닌가?
나 같은 평범족에겐 현실감이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아무리 대단한 셰프라고 해도
별로 먹고 싶은 생각이 없다.
성질 팍팍 부려가면서 만든 음식이 뭐 그리 피가 되고 살이 되겠나?
사랑으로 만들어도 부족할 판에.
된장찌개 하나를 먹더라도 울엄마가 성질 안 부리고 끊여주는 그것이 훨씬 좋다.
우리나라 사람들 오성급 호텔에서 배터지게 먹고도 집에 돌아와 김치 찢어
밥 먹는 것은 물론 평소 익숙치 않은 음식을 먹은 것에 대한 헛헛함 때문일 수도 있지만
알게 모르게 셰프들의 괴팍한 성미가 조미료로 들어가
살도 피도 되지 않기 때문이라면 너무 과장일까?
암튼 난 큰 주방에서 일사불란하게 대량으로 만든 음식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다.
패스트푸드와 무엇이 다를까 싶다.
그보다는 <생활의 달인> 같은 프로에 나오는 음식계 무림고수들이
더 흥미롭고 존경스럽다.
그들은 오늘의 일용할 양식이라고, 딱 오늘에 할당된 양만 만들고 장사를 접는다.
종업원도 없거나 최소한의 인원만을 데리고 한다.
그러니 불필요하게 화를 내거나 독화살을 쏠 필요가 없다.
그들중엔 자신이 뭘하는 사람인지를 특별히 알리지 않으면
정말 뭘하는 사람인지를 모르는 사람도 많다.
정말 이 분이 채소나 젓갈 장순지 찐방계 고수인지
도무지 알 길이 없는 것이다.
사람을 외모로 판단하지 말라는 건 바로 이런 사람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은 또 다른 측면에서 물리학자이기도 하다.
어떤 재료가 어떤 재료를 만났을 때 어떤 반응을 일으키고
어떤 요리로 탄생될 수 있는지 수없이 많은 실험과 실패를 반복해
알아내고 그들만의 요리 노하우를 발전시켰다.
그러니 물리학자랄 밖에.
그렇게 열심히 일하는 사람을 외모 하나로 판단해 하대한다는 건 있을 수 없다.
어쨌든 음식은 사랑이고, 이해며, 용서다. 인간 그 자체.
이 영화는 그걸 놓치지 않았다. 볼만하다.
중간에 그리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흘렀던 음악
전에 무슨 CF 배경 음악으로 쓰였는데
이 영화에서 듣고 아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