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가족
마대윤 감독, 이요원 외 출연 / 알스컴퍼니 / 2017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평점이 대체로 좋은 편이라 보기 시작했다.

그래봤자 난 이제 한국 영화도 식상한 편이라

그리 많은 기대를 한 건 아니다.

 

아니나다를까 정말 보다가 끌까 하다가 겨우 다 봤다.

나 참, 이렇게 배우랑, 시나리오랑, 연출이 따로 노는 영화도 드물 것이다.

 

그나마 이 영화의 공신은 이요원과 11살 소년으로 나온 정준원은 아닐까 싶다.

정준원은 확실히 연기 꿈나무다.

순박하면서도 능청스러운 연기를 잘 해 낸다.

 

문제는 시나리오다.

그나마 영화는, 이요원과 정준원이 방송사 사장 집에

잠입해 녹취에 성공하지 못한 것 까지는 봐줄만 했다.

사실 방송사 사장이 뭔가의 비리에 연루되어 있는데

그곳 기자로 일하고 있는 이요원이 그 비리를 파헤치는 역할을 맡은 것.

 

아무튼 그 이후 영화는 한국 영화 특유의 신파로 흐르기 시작한다.

그렇지 않아도 제목 봐라. 뭔지 안 봐도 알 것 같지 않은가.

단지 한글 네 자일 뿐인데.

 

그래. 가족은 그런 거다.

별로 인생에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은데

그래도 가족이기에 엮이고 설켜야하는 관계.

그래도 끌어 안아야 하는 관계.

가끔 왜 그래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이건 그저 정치적 올바름일 뿐이다.

 

근데 시나리오 정말 후지다.

난 이렇게 무식하고 성의없는 시나리오는 첨본다.

과연 작가가 일년이면 책을 몇 권이나 읽고 시나리오를 쓰는지 묻고 싶다.

 

시나리오 작가가 영화나 많이 보면 됐지 무슨 책이냐고 한다면

이런 작가는 희망이 없다.

이런 작가는 영화사에서 애저녁에 싹을 잘라야 한다.

 

내가 정말로 불쾌하게 생각했던 건,

막내 낙이(정준원 분)의 탄생 비화가 밝혀지는 과정이다.

그건 세째 주미를 통해 밝혀지는데,

엄마가 원래 지병이 있어 누워만 있었단다.

게다가 말을 하지 못한다.

그 사이에 막내를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더 웃긴 건 그걸 주미는 엄마가 배가 부른 게 복수가 차서

그런 줄만 알았단다.

물론 11년 전의 일이니 주미는 어렸을 때고 어린 마음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설정이 상당히 작위적이라는 것이다.

 

엄마가 아파 누워 있을 때 임신이 됐다?

과연 아플 때도 성욕이 동하던가?

죽어 가면서 아이를 한 명 더 낳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던가?

과연 그렇게까지 대사를 쳐 바를 생각이 나는가 말이다.

 

난 그 대사를 귀로 듣는데 연상이 되는 건

부부가 정말로 사랑해서 막내를 낳은 것이 아니라,

남편이 아내를 강간해서 낳게 되었다는 것으로 들린다.

더구나 아내는 말 못한다잖나?

 

사실 낙이는 아버지 장례 때 처음 알게된 동생이다.

그런 설정이라면 차라리 아버지의  배다른 자식 설정이

차라리 자연스럽다.  

그런 개구라가 어딨나?

 

어쨌든 부부가 막내를 낳을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딱히 설득력 있게 와 닿지 않는다.

부부가 사랑했다면 어느 정돈지 그 관계도 모호하다.

시나리오는 과학이란 말을 다시 한 번 떠올리게 만드는 대목이다.

 

한국 영화 잘한다, 잘한다 하니까 정말 잘하는 줄 알고

착각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래봐야 우물안에 개구리 아닐까?

항상 얘기하는 거지만 한국 영화는 시나리오가 문제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니데이 2017-10-04 19: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나온지 얼마 안 되는 영화네요. 그래서인지는 모르지만, 영화를 볼 때, 우리 나라 영화를 많이 봐야 할텐데, 외국영화를 많이 보게 되는 것 같아요. 소설도 그런 편이고요.

오늘이 벌써 5일째 되는 날이니까, 중간쯤 되는데, 남은 날들도 즐겁고 좋은 시간 되세요.^^
stella.K님, 즐거운 추석연휴 보내세요.

stella.K 2017-10-05 18:07   좋아요 1 | URL
서니님도 연휴 잘 보내고 계십니까?^^

그러게요. 저도 영화나 소설이나 외국작품을 선호하는 편인데
단지 잘 안 보는 유일한 분야가 있다면 그건
허리우드 메이저급 영화들입니다.
그 유명하다는 가디언 오브 갤럭신가 하는 영화 평점이 아주 높던데
앞부분 조금 보다 말았습니다.
저는 비허리우드 영화를 좋하하죠.^^

stella.K 2017-10-05 18:10   좋아요 1 | URL
ㅎㅎ 저 방금 서니님 서재에 있다 왔는데
자주 보내요.^^
 

 

고사 위기 내몰린 문예지…'문예중앙' '작가세계' 등 잇단 휴간

http://www.ajunews.com/view/20170718093901296

 

분명 슬픈 소식이다.

우리나라가 문학에 대해 얼마나 관심이 없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좀 부끄럽다.

생각해 보니 나도 젊은 날 간간히 사 본 적이 있을 뿐

꽤 오래 전부터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월간도 아니고, 격월간도 아니고, 계간임에도 3개월의 한 번도 사 보지 않았다니

그런데 이게 또 꼭 독자만의 책임으로만 돌려도 되는 걸까?

 

솔직히 내가 문예지를 안 보게 된 이유중 하나는 

책이 너무 두꺼운 것도 있고, 딱히 사 볼만큼 매력적인 장정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무슨 교과서도 아니고.

또 실린 작가를 잘 아는 것도 아니다.

책 판매가 단행본 위주다 보니 문예지까지는 관심을 두기가 여의치 않다.

그러다 최근 슬림하고 모던한 문예지가 나오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게 <릿터>와 <악스트>일 것이다. 

<악스트>는 가격마저 착하다.

이러면 안 사 볼 것도 사 보게 된다.

 

문학동네에서 나온다던 <미스테리아>도 보면 표지 디자인도 디자인이지만 종이 질감이 다르다.  옷으로 치자면 무슨 벨벳 같다고나 할까? 암튼...

 

<예술가>란 잡지는 또 언제부터 나오기 시작한 걸까?

알았다면 호기심에서라도 사 봤을 것이다. ('예술가'란 글씨가 약간 후지긴 하다) 그런 것을 보면 평범한 독자가 알고 사 보기엔 뭔가 접근성이 요원해 보인다. 그렇다고 서점에서 사 보라고 떠들어 주는 것도 아니고.

 

어쨌든 저렇게 슬림하게 나오면 소지하고 다니기도 좋다. 카페나 도서관, 공원 같은데서 편하게 펼쳐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기존의 문예지는 좀 부담스럽다.

 

놀라운 건,  <문예중앙> 같은 경우는 금호석유화학그룹이 일부 제작비를 지원해 발간할 수 있었다고 한다. 와~ 우리나라 재벌 그룹이 알게 모르게 그런 기특한 일도 했었구나!

싶다가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예중앙>이 무기한 휴간에 들어갔다면 독자들이 안 사 줬다고 볼멘 소리하기 전에 도대체 그 그룹은 얼마를 지원하길래 무기한 휴간 소식까지 전하나 싶다.

 

우리나라 재벌 그룹들 운동 선수들이나 육성한답시고 돈 쓸 줄 알지 문학을 비롯한 예술 전반에 어느 만큼 지원하고 육성하는지 모르겠다. 문학이나 예술은 그 나라의 꽃인데 말이다.

 

아무튼 이렇게 된 것은 유감이나 그 책임을 독자들에게 떠 넘기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독자는 어차피 소비자다.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으면 관심은 다른 데로 옮겨가게 되어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니데이 2017-10-02 16: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stella.K님, 오늘은 연휴 3일차인데, 어쩐지 오늘부터 휴일같은 기분 들어요.
맛있는 음식 많이 드시고, 편안하고 좋은 시간 되셨으면 좋겠어요.
즐거운 추석연휴 보내세요.^^

stella.K 2017-10-02 17:54   좋아요 1 | URL
에고, 고맙습니다.
사실 오늘 일하는 사람도 많은가 보더군요.
특히 은행이나 관공서, 공무원들.
모처럼 거리가 한산해서 좋더군요.

서니님도 맛난 것 많이 드시고 행복한 추석되십시오!^^
 

 그냥 대충 읽으면 '비야 비디오스타'처럼 읽힐 수 있을 것 같다.

정확한 제목은 <비야 다오스타>다.

 

현재 이 책은 절판으로 나온다. 작년에 출판된 책이 벌써 절판이라니.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보통 1쇄를 천부 뽑는다고 했을 때 1쇄도 소진하지 못하는 책이 수두룩 빡빡한 세상에서(그중 하나가 내 책이기도 하다는 게 좀 슬프지만.;;) 이 책은 1쇄 소진은 했다는 말 아닐까? 그 속내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별점 평점도 꽤 높은 상태에서 이 책의 절판이 좀 아쉬웠다. 

 

그런데 최근 이 책이 독립출판본으로 다시 출간되었다. 물론 같은 출판사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절판본은 6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인데 반해 독립출판본은 400페이지대로 기름을 확 줄였고, 판형도 다르고 가벼워졌다는 것이 출판사측의 설명이다.

 

무엇보다 이 책은 대형서점에선 구할 수 없으며, 오직 독립서점 그러니까 동네서점에서만 구할 수 있다는 점. 게다가 500부 한정판이다. 사람이 또 한정판하면 혹하지 않나. 그런 걸 나는 동네서점에 나가지 않고도 입수했다. 다름아닌 얼마 전, 모처에서 서평 이벤트를 했는데 당첨이 된 것. 

 

기대를 많이 한 걸까? 오늘 도착해서 받아보니 미안한 얘기지만 좀 허접하다. 글씨도 작고. 한정판이 무색한 그냥  가제본이다. 뭐 기름을 확 뺐으니 그러려니 하지만 과연 이걸 돈 내고 사 볼 사람이 있을까?  좀 의문스럽다. 

 

그런데 이책 저자가 직접 보내줬다. 그럴 것 같으면 사인이라도 해서 보내줄 일이지 어쩌자고 야박하게 책만 난짝 보내줬을까?ㅠ 내용이라도 재밌어야 할 텐데...  

 

 

일본은 별놈의 주제를 가지고 책을 만드는 것 같다.

우리나라는 뭐 하나가 좀 팔렸다 싶으면 비슷한 류의 책을 연달아 내는 출판 안정주의의 나라가 아니던가? 그런 점에서 일본의 출판 창의력은 확실히 우리나라 보다 앞서 있는 것만큼은 사실인 것 같다.

 

이번엔 불륜학이다.

남이 하면 스캔들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란 말이 언제 나온 말인데 이 불륜을 지금까지 고찰해 볼 생각을 못했을까 싶다. 모르니까 당한다는 책의 모토가 은근히 호기심이 동한다. 

 

그런데 일본도 만만찮은 보수주의 나라인가 보다. 이 책이 나오고 적지않은 지탄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다고 불륜이 안 없어지나? 그럴 바엔 저자의 말처럼 불륜을 공론화할 필요도 있을 것도 같다.     

 

그런데 저자의 직업이 이색적이다. 일반사회법인 화이트핸즈 대표이사란다. 그게 뭐냐면 . 새로운 '성의 공공성'을 만든다는 이념 하에 중증 신체 장애인을 대상으로 사정 보조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이란다. 좀 거시기하긴 하지만 확실히 저자는 흔한 방식으로 사는 사람 같지는 않다. 또한 성매매 산업의 사회화를 목표로 하는 '섹스 워크 서밋'을 개최하는 등 사회적인 관점에서 현대의 성 문제 해결을 위해 힘쓰고 있단다. 우리나라에선 감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 저자의 행보가 궁금하다.

  

 솔직히 제목은 그다지 끌리는 건 아니다. 대놓고 들이대는 것 같아서. 좀 점잖고 근사한 제목을 쓸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또 생각해 보면 작가 쳐놓고 대박나길 바라지 않는 작가가 과연 있을까? 작가는 명예를 중요시해서 상업성이나 대박을 바라면 안 된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이제 그런 이중적 사고는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

 

솔직히 난 호르몬이 자꾸 감소되고 있어서일까? 아니면 로맨스 왕국에 살고 있어서일까?  드라마고 영화고 영 심드렁하다. 그런 내가 로맨스 소설이라고 좋아하겠는가?

 

그런데 그거 아는가? 그런 로맨스 장르를 독자나 시청자의 입장에선 별로 끌리지 않는데 글을 쓴다면 로맨스에 도전하고 싶은 것도 사실이다. 왜냐구? 솔직히 세상 이야기중 로맨스가 섞이지 않은 이야기가 있을까? 그도 그렇지만 작가를 알리는데 이만큼 확실한 장르도 없다. 

 

문득 이 책을 보니까 옛날에 시나리오를 배우러 다녔을 때 워크숍 작품이 생각이 난다. 평소 같으면 야한 건 생각도 안할 텐데 내깐엔 있는 야함, 없는 야함 다 탈탈 털어서 워크숍 작품을 썼던 기억이 난다. 정말 쓰면서도 어떻게 이렇게 잔인할 수 있을까? 내가 쓴 것 같지 않았다.

 

나중에 강평을 받을 때 시쳇말로 개쪽났다. 뭐 그게 꼭 야한 장면을 써서 그런 것 같지는 않고 여러 가지 결함이 있었겠지. 오죽하면 무엇이 문제인지 정확하게 짚지도 못했다. 그러니까 그냥 갖다 버리라는 거다. 그땐 또 같은 수강생 중에 괜찮은 놈과 썸을 타고 있었는데 얼마나 민망하던지. 잘 썼다면 그게 촉매 역할을 해서 조금 더 진전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하긴 난 처음부터 그얘와 사귈 생각은 없었다. 믿거나 말거나.)     

 

그런데 이 책 로맨스 소설 쓰는 법을 가르쳐준다면서 은근 연애의 노하우를 전수하는 것도 같다. 목차가 장난이 아니다. 특히 2장 같은 경우,
로맨스를 쓰기 전에 알아야 할 남자의 모든 것  
섹시하고 은밀한 남자들의 속마음
섹스 후에 드러나는 남자의 진심
섹스와 동시에 끝이 나는 연애 게임
남자와 여자, 영원히 좁혀지지 않는 관계
남자는 어쩌다가, 여자는 수시로 연락한다
남자는 현재를 즐기고, 여자는 미래를 꿈꾼다

 

이 책 읽다 연애쪽으로 도 트는 건 아닐지 모르겠다. 뜨거운 사랑 한 번 제대로 안해 보고 로맨스 소설을 쓴다는 건 넌센스일까? 하지만 제대로된 사랑 한 번 못해 본 사람의 허세는 더 깊은 법이다.

 

어제 드디어 아는 지인과 함께 <브로드웨이 42번가>를 보고 왔다. 알라딘의 고운님께서 관람권을 보내주신 덕분이다. 포퍼먼스도 포퍼먼스지만 무대 장치가 정말 장난이 아니다. 어떻게 그렇게 현란하게 바뀔 수 있는지 그 노하우에 입이 쩍 벌어질 지경이었다.

 

지인을 만나러 가기 전, 알라딘 중고샵에 가서 책 한 권을 팔고, 두 권을 사버리고 말았다. 그것도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적립금으로 사지 않고 현금으로 샀다.

 

책을 팔고 매장을 둘러보니 <기형도 전집>이 눈에 띈다. 벌써 몇년째 보관함에 방치되다시피 한 책인데 첫밖에 띄어 사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바이올렛 아워> 이것 역시 언젠간 사 봐야겠다는 걸 이제 사긴 했지만 늘 그렇지만 사는 것과 읽는 것은 별개의 것인 경우가 많다. 그냥 샀다고. 난 늘 김영하의 말을 따른다. 책은 읽으려고 사는 것이 아니라 사 놓은 책중에 읽는 것이라고.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때 한 번 읽어 볼까 하는 생각이 있었다. 

이 책은 현재 출판사에서 리뷰대회를 열고 응모작을 받고 있는 중인데, 최근 리뷰대회 대해 관심이 없어 그냥 넘기곤 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어야겠다는 동기부여가 될 것 같아 지금 읽고 있는 중이긴 한데  갈수록 가독률이 떨어지고 있다.

 

 내가 워낙 책을 오래 붙들고 읽는 편인데, 읽어도 읽어도 콜럼바인 사건이 일어나는 순간을 장황하게 반복되는 느낌이다. 처음엔 안타깝고 짠한 느낌이었는데 과연 이 책이 이 디테일의 장황함 그 이상의 것을 기대해도 좋을지 의문스럽기도 하다.

 

 

 

 

이책은 얼핏 예전에 읽었던 <내 심장을 쏴라>를 연상시키기도 하는데 그 책은 끔찍한 살인 사건의 가해자를 이해해 보고자 했던 개인의 기록이기도 하다. 개인의 기록이라 어느 정도 객관성을 보장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기도 할 것이다. 무엇보다 저자는 가해자의 동생이기도 하다. 그래서 가해자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가해자의 가족으로서의 아픔이 더 절절히 다가왔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건 연민으로 작용해 또 뭔가의 무언의 호소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도 이 책이 좀 더 잘 읽혔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것은 한 사람에게 집중해서 곁가지를 펼쳐 나갔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콜럼바인>은 범인과 관련된 인물들도 추적하다 보니 산만한 느낌이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사람이 워낙 많기도 하고. 그 보단 그런 총기에 의한 사건과 사고를 통해 미국 사회를 조망하고 과연 개인의 총기 소지가 합당한 것인지 반성하고 통찰하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하나 부러운 것이 있다면, 10년 이상의 추적 끝에 이런 결과물을 내놨다는 것인데 세월호는 언제쯤이면 규명될 수 있을지? 콜럼바인 총격 사건이 일어난지 17년만의 저작물이기도 하다. 세월호도 그만큼의 세월이 흘러야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당시의 단원고 생존자들은 지금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그 사건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 콜럼바인과 겹쳐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댓글(15)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니데이 2017-09-28 19: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로맨스 소설 쓰는 법에 대한 책은 제목이 진짜 솔직하네요. 그치면 저쪽도 진입장벽이 상당할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stella.k님, 밖에 바람이 정말 세게 불어요.
따뜻하고 맛있는 저녁 드시고, 좋은 하루 되세요.^^

stella.K 2017-09-28 19:20   좋아요 1 | URL
그렇죠? 저 책 읽고나면 연애에 도틀 것 같습니다.
제가 연애에 관한 책을 거의 안 읽고 있는데
뭐 그거 읽는다고 연애 박사되는 거 아니잖아요.
근데 솔직히 읽기가 좀 뻘쭘한 뭔가가 있어요.
그런데 이 책은 자신있게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뭐 로맨스 소설 쓰고 싶어 읽는데 무슨 상관이예요. 그죠?ㅎㅎ

서니님도 따뜻한 저녁 되시길...^^

cyrus 2017-09-29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콜럼바인》 리뷰대회에 응모하고 싶은데, 예전에 읽은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리뷰가 생각나서 리뷰를 쓸까말까 고민하고 있어요.

서니데이 2017-09-29 14:09   좋아요 1 | URL
두 개가 같은 사건을 쓰고 있는 것, 맞나요?? 그러면 두 가지를 비교해서 쓰시는 건 어떨까요.??(제 생각입니다만.)

cyrus 2017-09-29 14:16   좋아요 1 | URL
네, 맞아요. 같은 사건을 소재로 한 책인데, 저자가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의 위치가 다르죠. 저도 그런 생각을 해봤는데요,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를 읽은 분들이 많아서 아마도 이 책과 《콜럼바인》을 비교하는 리뷰가 나올 거로 예상합니다. 이러면 리뷰 전개 방식과 작성자의 생각 일부가 겹치는 리뷰들이 나올 수 있어요. 누군가(《콜럼바인》 리뷰를 작성한 분들)가 ‘유사성‘을 이유로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어요. ^^

서니데이 2017-09-29 14:18   좋아요 1 | URL
네. 그게 쉽지 않아요. 같은 내용이 이전에 언급된 내용과 반복되는 생길 수 있고요. 그럴 수 있기 때문에 본문 인용을 하시면 조금더 신경쓰실 부분이 있을 거예요.^^

cyrus 2017-09-29 14:26   좋아요 1 | URL
제 생각입니만,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리뷰 일부를 인용해서 쓰는 분이 있을 것입니다. 글 작성자가 예전에 자신이 썼던 글을 ‘표절‘하는 것이죠. 독창적인 글이 선정되어야 하는 리뷰 대회에 맞지 않는 비겁한 행위입니다. (리뷰 대회 응모작이 아닌 평범한 리뷰를 쓰기 위해 자신의 다른 글을 인용, 수정하는 것은 괜찮습니다)

그래서 《콜럼바인》 리뷰 대회에 응모해야할지 고민했던 것입니다. 제가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리뷰를 이미 쓴 적이 있어서 같은 소재의 책을 읽고 리뷰를 쓸 자신이 없어요.. ^^

stella.K 2017-09-29 14:43   좋아요 0 | URL
저 없는 동안 두 분이 가열찬 논쟁을 하고 계셨군요.ㅎㅎ

나는 차라리 <가해자의 엄마입니다>가 훨씬 낫지 않을까 싶더군.
그런데 또 생각해 보니까 <내 심장을 쏴라>와 비슷할 것 같아.
내가 그거 읽으면서 좀 가위눌리는 기분이었거든.
그래서 안 읽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콜럼바인>도 거의 포기 상태.

그런데 리뷰대회 그렇게 고민된다면 그냥 과감하게
포기하는 것도 나쁘진 않을 거라고 본다.
다른 사람에게 양보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그냥 내 생각이다.ㅋ

서니데이 2017-09-29 14:41   좋아요 1 | URL
앗. 들켰네요.^^;;;

stella.K 2017-09-29 14:42   좋아요 1 | URL
ㅎㅎ 들키게 하셨잖아요. 서니데이님.^^

cyrus 2017-09-29 14:47   좋아요 2 | URL
To. Stella.k // 그래서 리뷰를 안 쓰기로 결정했어요. 응모 리뷰를 쓰려면 책을 사야해요. 그러면 당장 사고 싶은 책은 못 사게 돼요. 리뷰를 써놓고도 당선 못 되면 기회비용 손실이 큽니다.. ㅎㅎㅎ

서니데이 2017-09-29 14:48   좋아요 0 | URL
그것도 좋은 선택이십니다.^^

cyrus 2017-09-29 14:50   좋아요 1 | URL
리뷰 대회 선정 도서를 사서 읽고, 작성한 리뷰가 당선되는 것은 복권에 당첨되는 것과 비슷해요. ^^

stella.K 2017-09-29 15:03   좋아요 1 | URL
ㅎㅎ 잘 생각했다.
딱 마음에 드는 책이면 읽는 동안은 행복한데
어떤 의무감 때문에 읽으면 부담이 되더군.
난 동기부여를 위해 샀는데 괜히 샀다 싶어.
그냥 가지고 있다 중고샵에 넘기게 되지 않을까 해.

대신 어제 <바이올렛 아워> 앞부분 조금 읽었는데
괜찮더군. 기분 업이야.ㅎ

stella.K 2017-09-29 15:06   좋아요 0 | URL
참, 그래서 넌 최근에 예스24에서 복권당첨 됐잖아.
나는 이주의 리뷰로 당선됐는데
본상에선 미끄덩이었어.
그러니까 더 쪽팔리더라.ㅠㅎㅎ
 
영초언니
서명숙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누구나 살다보면 유난히 마음 쓰이고,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 사람이 한두 명은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와 같은 상황은 아니지만 (감히 영초 언니에 비할 수 없지만)나에게도 그런 사람이 하나 있다. 단지 저자와 내가 공통점이 있다면, 누구에게나 어렵고 힘든 시절은 있을진대 그 시절을 기꺼이 함께 가 준 사람이 꼭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생을 되돌아 볼 때 마냥 힘들고 불행하지만은 않았노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나에게도 그런 시절과 사람이 있었다. 매번 고딩 조무래기들과 연극을 하다 몇년 후 제법 갖춰진 곳으로 옮겨갔다. 그곳에서 수를 만났다. 한때 연극이 좋아 배우로도 활동했었지만 뭐 때문인지 연극판을 완전히 떠났으며 팀 내에서도 그리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고 조용했다. 나 보다 세 살이 어렸지만 언니, 언니 하면서 잘 따랐던 후배다. 나는 다소의 낯가림이 있어 평소 그리 살갑게 대해주지도 못했다.

 

갖춰진 곳이니 나에겐 더 잘된 일이긴 한데 그것도 잠시, 왜 난 그곳이 그리도 부담스럽고 외로워했는지 모르겠다. 지나놓고 보면 다 미숙하고 지혜롭지 못해 그런 것이긴 하지만 당시엔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것들이 너무 많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왜 이 일을 한다고 했을까? 마음 고생도 많이 하고, 울기도 많이 울었다. 그럴 때마다 수는 내 아픔이 자신의 아픔인 양 같이 울어주고 아파해 줬다.

 

하지만 스타일도 성향도 서로 달라 우린 결정적일 때 불화했고, 생채기도 많이 냈다. 세상에 처음부터 마음에 맞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서로 맞춰 가는 거지. 그게 이론적으론 가능한데 막상 부딪쳐 보면 생각만큼 되질 않았다. 그리고 언젠가 한 번 크게 싸우고 다시 안 볼 생각도 했다. 그런데 사람의 마음이 또 그런 것이 아니라 다시 화해하고 한동안은 잘 지냈다.

 

모든 것엔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고 그도 몇 년을 하고나니 팀의 존폐설이 제기 되었고, 결국 팀을 정리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때 나는 그것에 단 1의 아쉬움도 없었다. 아니 오히려 기다렸다고나 할까? 팀이 해체되면 다시는 돌아보지 않으리라 다짐했었다. 수 역시 별로 아쉬울 것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그렇지가 않았다. 어느 날 갑자기 나에게 싸늘하더니 팀이 완전히 정리가 되자 마치 대인기피증에라도 걸린 사람마냥 숨어버렸다.

 

나는 수가 그렇게 할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우린 팀이 해체가 되더라도 서로 연락하고 가끔 밥도 같이 먹으며 옛 추억을 곱씹게 될 줄 알았다. 그러다 거의 1년 반만이던가? 어떤 일이 있어 다시 만났는데 옛날의 수가 아니었다. 뭔지 모르게 막이 쳐져있었고 불편해하는 모습이 영력했다. 나 역시 그렇게 오랜만에 만났음에도 그런 그녀에게 따뜻하게 대해 줄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그때 이후 지금까지 우린 다시 만나지 못했다.

 

사람이 잊히는 거야 당연하지만 그런 식으로 헤어지니 더 많이 기억에 남더라. 그리도 살갑고, 열정적이었는데 그녀가 마치 하루아침에 병든 사람처럼 바뀐 것을 도무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동안 그렇게 안으로 곪아 있었던 걸까? 아니면 그때 그녀는 팀을 더 이어갈 마음이 있었던 걸까? 그런데 그것이 뜻대로 되지 않자 나에게 화살을 돌려댔던 걸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해 보지만 그래도 그때를 되돌아보면 수만큼 나를 이해하려고 했던 사람은 없었고, 연극판의 그 치열한 여정을 함께 견뎠던 사람도 없다. 세월이 가면 갈수록 생각나는 사람이다.

이 책을 보며 난 그때의 수가 아스라이 떠오르는 것이다.

 

저자는 어떻게 그 오랜 세월 이 이야기를 가슴에만 묻어놓고 살았을까?

사람이 나이가 들면 자서전을 쓰고 싶어지는 법인데 저자는 참으로 오랫동안 자신의 이야기를 꽁꽁 묻어놨겠구나 싶다. 더구나 저자는 언론인 출신이다. 온갖 사건과 사고, 남의 이야기는 발 빠르게 취재하고 썼을 것이다. 그런데도 정작 자신의 이야기는 이렇게 말하지 않은 걸 보면 그 시절에 대한, 또 영초 언니에 대한 빚진 마음이 어느 정돈지 알 것도 같다.

 

덕분에 우린 민주와 항쟁, 그 뜨거웠던 시절을 다시 한 번 만나게 됐다. 어느 한쪽에서는 또 옛날 고리짝 이야기를 곱씹느냐고 할지 모르겠다. 그렇게 얘기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그 시절 민주화 투사들과 독재 정권에 영문도 모르고 죽어간 선량한 시민들의 가슴에 또 한 번 못을 박는 일이 될 것이다.

 

아직도 민주화 운동 진상이 규명되지 않았다. 아직도 친일 세력을 비롯한 일부 보수 세력이 이것을 자꾸 덮으려고만 한다. 그래도 정권이 바뀌긴 바뀌었나 보다. 지난 박근혜 정권과 보수 세력은 할 수만 있으면 죽은 박정희의 망령을 다시 살려 내려고 안달이었는데 정권이 바뀌고 보니 해결하지 못한 민주화 운동의 진상을 규명하려고 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나는 그것의 옳고 그름을 떠나 진상은 반드시 규명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난 이 책이 그저 한낱 개인의 과거사에 대한 한풀이나 하자고 쓰인 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저자가 여성인 만큼 그 시절 여성들이 어떻게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고, 어떻게 고문과 학대를 받아왔는가를 비교적 소상히 알 수 있어 그 시대를 규명하는 중요한 자료이기도 하다고 생각한다.

 

좀 부끄러운 얘기지만, 나 역시 박정희 키즈로 자라왔고, 그가 김재규의 총탄에 쓰러진 계기로 민주화 운동은 일어났다고 생각했었다. 솔직히 그때까지 그를 대신할 사람이 있었을까? 상상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그가 그렇게 하루아침에 무너진 것을 보고 난 그때야 비로소 나의 믿음을 의심했고, 박정희를 의심했다. 그도 죽을 수 있는 인간이라는 것. 권력은 남용되어선 안 되겠지만 장기적으로 이어져서는 더더욱 안 된다는 것을 그제야 인식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하지만 전후 사정을 몰라서 그렇지 우리나라의 민주화 열망은 그 보다 오래 전에 시작되었다. 저자도 말하지 않는가? 우린 그저 박정희가 권력의 자리에서 내려오길 바랐지 그렇게 허망하게 죽을 거라곤 생각지 않았다고. 그 덕분에 교도소에서 나올 수 있었고, 제적당했던 학생의 신분을 다시 회복할 수도 있었으며, 소위 말하는 서울의 봄을 맞이하기도 했다. 하지만 과연 국가가 그들에게 입힌 폭력과 상처는 보상해 줄 생각이 없어 보인다.

 

물론 그들이 어떠한 보상을 바라고 투사의 길에 뛰어 들었던 것은 아니겠지만, 또 그 덕분에 어느 정도 민주화는 이루었다고는 하지만 그들은 피기도 전에 시들어져 가는 꽃이 됐던 건 아닐까?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가 언제 독립투사를 제대로 대우한 적이 있던가? 친일파의 후손들은 여전히 저렇게 건재한데, 국가 유공자란 명예는 주면서 그들이 정작 어떻게 사는지 돌아보지도 않는다. 그런 것처럼 민주화 투사들 역시 나 몰라라 한다.

 

역사는 반복된다지만 우리나라처럼 사관이 좁은 나라도 흔치 않은 것 같다. 모 아니면 도다. 박정희의 딸이 대통령이 됐다는 건 또 한 번 역사를 후퇴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르고 있지 않는가?

 

무엇이 그토록 역사의 망령을 놔주지 못하는 걸까? 그걸 단순히 향수라고 말해도 좋은 걸까? 새 역사, 새 역사 하지만 우린 아직 새 역사의 주인이 될 준비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굳이 가보지 않아도 되는 길을 돌아 가보고 그 끝에 닿아봐야 깨닫는 우리 민족은 그다지 지혜로워 보이지 않는다. 미래지향적이지 못하고 과거 지향적이며, 진취적이지 못하고, 현실 타협적이며 안정만을 지향하는 그것이 발목을 잡아 온 것은 아닌가?

 

민주화를 외쳤던 사람들은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들까지 피해를 입을 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했다. 사람들이 억압 받고, 피 흘리고 있는데 그것을 어찌 나 몰라라 할 수 있겠는가? 짐승도 그렇게 안한다. 돕는 사람을 핍박하는 사회라면 그 사회는 정말로 잘못된 사회다. 이런 사회의 미래가 어떨지는 말하지 않아도 안다. 그런 사회에 내 자식을 맡길 수 없어 그토록 분노했던 것이 아닌가?

 

그나마 정권이 바뀌니 진상 규명이라도 한다지. 앞으로 또 정권이 바뀌면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 이렇게 할 수 있을 때 더 많이 발굴하고, 제시하고, 증명되었으면 좋겠다. 말했다시피 우리나라는 역사를 보는 스펙트럼이 넓지가 못하니 또 언제 잠자고 있는 역사의 망령이 나와 그것을 잡아먹고 흐려 놓을지 알 수가 없다.

 

영초 언니가 그리된 건 정말 다시 생각해도 마음 아픈 일이다.

그리도 민주화를 열망했던 그녀였지만 이 나라에서 내 아이를 온전히 키울 자신이 없어 이민까지 불사했건만 그것이 죄였을까? 그녀가 캐나다에 가지 않았더라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까? 그렇게 민주화를 위해 몸을 던졌으니 이제 행복해도 되는 거 아닌가? 그런데 왜 그녀에겐 조금치의 행복도 허락되지 않았던 걸까?

 

그런데 또 영초 언니를 생각하면 그게 어디 저자 개인만이 아는 언니였을까 싶기도 하다. 우리는 얼마나 민주화 운동을 하다 상처 받은 사람들을 보듬었을까? 사랑했을까? 언제나 그렇지만 생은 내 편인 적이 없다. 과연 영초 언니가 그리된 것이 그 언니 개인만의 불행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녀의 생은 그녀의 편이 아니어도 우리는 그녀 편이 되어줄 수도 있지 않을까? 저자는 한 개인의 체험으로서 그 시절을 얘기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그렇게 하지 않고, 마치 우리에게 이런 사람을 알고 있노라고 소개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우린 영초 언니를 어떻게 해야 할까? 2, 3의 천영초가 또 있지 않을까? 나라를 위해 옳은 일을 하고 상처 받고 쓰러진 자는 성경에서 말하는 강도 만난 자의 이웃이다.

 

모르긴 해도 저자는 영초 언니에 대한 어떤 부채 의식 때문에 이 글을 썼을 것이다. 한때는 함께 민주화의 험한 강을 건넜던 사람. 그런데 또 필요에 의해 그를 멀리했다. 또한 그것이 언니를 그리 만들었을까 죄책감도 있었으리라. 무엇이 영초 언니에게 도움이 되는 것일까? 읽는 나도 마음이 착잡했다.

 

이 책은 영초 언니에 대한 저자의 참회록이자, 민주화 운동의 여성사이기도 하며, 한때 뜨거웠던 열망의 비망록이기도 하다. 꼭 한 번 읽어봤으면 좋겠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북프리쿠키 2017-09-27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일의 잔재를 뿌리뽑지 못한 역사가
한스럽네요
그들이 살아남기위해 공산당 때려잡는 반공주의자로 변신한 것이 7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2016년, 휘날리는 태극기로 위풍당당한 모습을 보여줬지 않나 싶습니다.

stella.K 2017-09-28 14:50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우리나라는 왜 그러는지 모르겠습니다.
말이 과거사 진상 규명이지 우린 해결할 의지가 없는 것 같습니다.
어제 쿨까당 잠깐 보니까 전두환이 비자금만 1조라더군요.
최근까지 했던 국회의장이 전두환 끄나풀이었다는데
누굴 말하는 건지 가물가물하더군요.
아무튼 그만큼 아직까지도 정치계에 줄을 대고 있다는 거죠.
대단한 사람인 것 같아요.

2017-09-27 18: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9-28 14: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9-29 16: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9-27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이 책을 읽으면서 궁금한 점 하나 생겼어요. 천영초 님의 과거 모습이 있는 사진을 단 한 장이라도 실려 있지 않았을까요? 사진도 역사가 되는 기록인데 말이죠.

stella.K 2017-09-28 14:46   좋아요 0 | URL
그러게. 그게 좀 실렸으면 좋았을텐데...
근데 그러면 오히려 작가의 자서전 같은 분위기가 나서일까?
아니면 그 부분은 비밀로 하고 싶었나 보지.
아무튼 좀 그분은 정말 안타까웠어.
지금은 어떻게 지내는지...ㅠ

2017-09-27 21: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9-28 14: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9-28 14: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내 동생은 삐돌이다.

지난 토요일 저녁을 먹으라고 소리를 치니

자기 못 알아 먹은 건 생각도 안하고 왜 소리치냐고 삐졌다.

아니 내가 뭐 짜증을 낸 것도 아니고 못 알아 먹길래 톤을 좀 높인 걸

가지고 삐진다는 게 말이 되는가?

그럼 또 그러겠지.

화냈다고. 짜증부렸다고.

 

걘 이번만 그런 게 아니다.

그전에도 별것도 아닌 걸 가지고 성질을 폈다 오무렸다 한다. 

 

솔직히 그럴 때면 나도 좀 짜증이 났다.

얘는 뭐 할게 없어서 이런 것도 대범하게 못 넘기나?

나이가 몇 갠데...?

그런데 그거 따져봤자 싸움만 나고

아무튼 걔는 멘탈이 무슨 크리스탈로 만들어진 것 같다.

 

난 남자들 삐지면 옛날 연극했을 때가 생각난다.

그때 남자애들 얼마나 삐지기 잘했던지

그때 친하게 지냈던 누가 그랬다.

"언니, 남자 얘들 얼마나 삐지기 잘하는데요? 아주 삐돌이에요. 삐돌이."

그때 나는 좀 둔했는지 남자는 화는 내도 삐지기 좋아한다는 건 

생각도 못했다.

 

그런데 그렇게 얘기를 해서일까?

정말 남자들 삐지는 거 너무 잘하는 것 같다.

오죽했으면 여자 단원들 사이에 공공연히 블랙리스트까지 다 돌았을까?

뭐 이명박이나 박근혜만 블랙리스트 있는 거 아니다.

분위기를 저해하는 사람은 다 블랙리스트감이다.

 

남자들은 그렇게 삐져있으면 좌중의 분위기를 압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 시절 블랙리스트 1번 얘가 좀 그랬다.

 

그러고 보면 사람의 기분이란 건 다 똑같은 것 같다.

남자라 어떤 감정은 더 세고 약하고가 없고,

여자라고 해서 덜한 감정이 있고 더한 감정이 있는 것도 아니다.

 

사람의 감정 또한 나이를 먹지 않는다.

나이 많이 먹었다고 감정조절을 더 잘하는 것도 아니고,

어리다고 해서 그것을 못하는 것도 아니다.

그건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평생 안고 가야할 숙제는 아닐까?

 

그래도 남자들 삐찌지는 것만 덜해도

여자와 평화롭게 잘 지내고 페미니즘의 문제 반은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난 정말 삐지는 남자는 딱 질색이다.

남이면 안 보기나 하지.

가족이 그러면 그건 저주다.

 

너 바깥에 나가서도 그러니?

하긴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바깥에 나가서 안 새겠니?

 

그런데 그런 사람있다.

바깥에 나가선 세상에 다시 없는 평화주의자고,

집안에서는 파시스트.

부조리한 세상이다.


댓글(13)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북프리쿠키 2017-09-25 1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가끔 버럭거리고 잘 삐지기도 합니다.ㅎㅎㅎ

stella.K 2017-09-25 19:20   좋아요 1 | URL
ㅎㅎㅎ
그렇다고 좋아요도 안 눌러주시는군요.
흥, 왕삐짐입니다!!>.<;;

사람 마음 다 똑같죠 뭐.
삐지는 거야 똑같긴 하지만
푸는 게 더 중요한 거 아니겠습니까?.
쿠키님은 잘하실 것 같은데요 뭐.^^

북프리쿠키 2017-09-25 19:23   좋아요 1 | URL
ㅋㅋ 삐지는 거보다
푸는게 더 힘들자나예.
좋아요~눌렀심데이^^

hnine 2017-09-25 2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잘 삐지는 사람이 또 잘 풀어지기도 해요.
영어로 잘 삐지는 사람을 snowflake 이라고 한다는군요. 눈꽃이 금방 잘 녹는데서 그렇게 부르나봐요.

stella.K 2017-09-26 12:54   좋아요 0 | URL
맞아요. 잘 풀어지기도 하죠.
근데 그러면 뭐하냐고요?
있는 힘껏 삐져놓고 자기는 뒷끝없다고 그러잖아요.
자기만 뒷끝없으면 뭐하냐고요. 쳇~!ㅋㅋ

qualia 2017-09-25 21: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원래 한국 남자놈들이 세계 최고 찌질이입니다. 저도 그중 한 놈이고요. 한국 사내놈들처럼 비겁하고 비굴한 놈들이 없습니다. 조선 왕조 500년 이상 중국을 상전으로 모시면서 종놈 노릇을 자처했지요. 그러고도 한국놈들은 지들이 노예 중의 노예인 상노예인 줄 모릅니다. 노예놈들 제1 특징이 자기보다 강한 놈들한테는 손발 싹싹 비굴하게 굴면서도, 자기보다 약한 자나 여성한테는 온갖 폭력을 다 부리는 기질입니다. 종놈은 지 자신이 종놈인 신세를 자각해야 종놈 탈피를 할 수 있는데요. 세계 최악 종놈에 불과한 한국 찌질남들은 그게 거의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저도 가만 되돌아보면 삐졌던 경우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찌질한 놈들 특징의 하나죠. 위 hnine 님 말씀처럼 잘 삐지지만 또 잘 풀어지기도 하면 그나마 다행입니다. 잘 풀어진다는 게 자각(self-awareness, self-consciousness)의 기본 소질이거든요. 세계 최악 찌질이 한국 남성들은 한국 여성들의 자애로운 비판과 따끔한 회초리 훈육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비굴한 한국 찌질남들 사람 노릇 좀 할 수 있도록 많은 지도편달 바랍니다 ^^

stella.K 2017-09-26 13:07   좋아요 0 | URL
무슨 지도 편달까지...ㅎㅎ
근데 퀼리아님 말씀도 일리가 있긴 하겠네요.
정말 단순하게 삐져서 쉽게 풀어지는 성질이라면
전 그냥 그러려니 하고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근데 그게 좀 과하다 싶은 사람있더라구요.
그럴 땐 어린 자아와 열등감이 좀 강하지 아닐까
생각도 해 봅니다.
그런데 그런 걸 여자한테 푸는 사람있거든요.
그럼 대책이 없어요. 데이트 폭력도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니까 아무나 못 만나겠더라구요.
정말 우리나라 남자들 스스로 자존감을 높일 필요는 있어요.^^

서니데이 2017-09-25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삐지는 사람 있는데, 가끔은 잘 삐지고, 가끔은 조금 덜 삐지는 사람이 되는 것 같아요.
사소한 것들도 가끔씩 오해해서 그러기도 하고요. 근데 제가 잘 삐지는 사람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더라구요.^^;
stella.K님 편안한 밤 되세요.^^

stella.K 2017-09-26 13:05   좋아요 1 | URL
그렇죠. 좀 더하고 덜하고의 차이지 사람 저마다
삐짐주의보, 경보 다 있죠.
근데 서니님은 잘 안 삐지실 것 같은데요?ㅎㅎ

cyrus 2017-09-25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님. 왜 울아버지 얘기를 쓰세요? ㅎㅎㅎ 순간 이 글 울엄마가 쓴 줄 알았어요. ^^

stella.K 2017-09-26 13:05   좋아요 1 | URL
ㅎㅎㅎ 사람 다 똑같아. 그지?^^

페크pek0501 2017-09-27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 먹을수록(늙을수록) 자신감이 없어지고 그래서 그런지 속이 좁아지는 것 같아요.
마음의 도를 닦으려고 마음먹고 있습니다. 마음만...

stella.K 2017-09-29 15:50   좋아요 0 | URL
엇, 제가 언니 댓글에 답은 안 달다니.
이럴수가...ㅠ

서글픈 일이죠. 우리는 그러지 말아야할텐데 말이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