릿터 Littor 2017.8.9 - 7호 릿터 Littor
릿터 편집부 지음 / 민음사 / 2017년 8월
평점 :
품절


어제 민음사로부터 문자를 받았다. 새로나온 <릿터 8>을 내일(그러니까 오늘) 발송한다고. 순간, 아!했다. 리뷰 쓰는 것을 잊어 먹은 게 생각난 것이다.

 

그런데 하도 띄엄 띄엄 읽으니 이제와 리뷰를 쓰려니 내용이 하나도 생각이 나질 않는다. 내 나이 땐 뒤돌아서면 잊어 먹는다. 그래도 전화기 냉장고에 안 집어넣는 게 어디냐?

 

자, 생각을 차근차근 되짚어 보면, 마가릿 애트우드를 특집으로 다룬 게 제일 먼저 생각이 난다. <시녀 이야기>로 유명한. 마거릿 애트우드의 책은 우리나라에 수 권 번역되어 나와있다. 여기전 그동안 애트우드의 책을 번역했거나 편집한 사람들이 애트우드에 관해 얘기한 거랑 그녀의 인터뷰가 실려 그녀의 작품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얼마 전, 모처에서 올해의 노벨문학상을 맞히는 퀴즈가 있었는데 거론된 작가 중 아무래도 가장 최근에 안 작가니 이 사람을 선택했는데 알다시피 나는 미끄덩이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건 새롭게 연재에 들어간 <<문학사 굿즈샵>>이다. 그러니까 8,90년대 유명작가들이 글을 쓰면서 애용한 물품들을 소개한 글인데, 첫번째로 <워드프로세서 '르모'의 추억>이다. 좀 놀라웠던 건, 아직도 육필을 고수하는 일군의 작가들이 있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바인데(그중 잘 알려진 게 김훈 작가일 것이다), 반대로 육필을 고집할 것 같은 작가가 워드프로세서라는 당대 첨단의 도구를 선호했다는 것. 대표적인게 고 박완서 작가라는 사실. 그는 더 이상 파지를 내지않아 좋다며 애용의 변을 남겼다고.

 

워드프로세서가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도입된 건 80년 대 말, 90년 대초 무렵이었을 것이다. 그전까지 작가가 글을 쓰려면 그렇게 육필로 쓰거나 전동 타자기를 사용하는 것이 전부였다. 타자기도 있는 사람이나 쓸 수 있는 거지 작가라고 아무나 쓸 수 있는 것도 아니었으리라.

 

작가가 꿈이었던 나도 워드프로세서가 무척 갖고 싶었다. 그런데 내가 한창 갖고 싶었던 시절은 개인용 PC가 막 보급되기 시작한 때라 내가 워드프로세서를 갖고 싶다고 하면 하나 같이 그럴 바엔 돈 조금 더 보태서 PC를 사라고 권유 받았던 시절이기도 했다. 내 주제에 무슨 PC는...기계치에게 PC는 언감생심이었다. 그러다 90년대 중반, 컴퓨터 관련학과를 졸업하고 비교적 얼리어답터에 속하는 동생으로부터 PC를 물려 받았다. 유난히 모니터가 누런 게 담배에 찌든 느낌이 나는 286 컴퓨터였다. 마침 그때는 내가 연극 대본을 막 쓰기 시작한 때여서 누렇거나 파랗거나 따질 게제가 아니었다. 그냥 뽀대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동생은 쓰던 컴퓨터를 주게되서 미안했던지 프린터기를 사 주기도 했다. 지금 노트북이나 태블릿 PC를 사용하는 것을 생각하면 정말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같은 얘기다.

 

문득 이 코너를 읽고 있는데, 나에게 있어 굿즈는 뭘까를 생각해 봤다. 그건 역시 노트북은 아닐까 한다. 나는 이제 거의 육필로 글을 쓰지 않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기만큼은 육필로 써 볼까 했는데, 습관이 무섭다고 도저히 기분도 안 나고 힘들어 못 쓰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 블로그다.

 

언젠가 내 책 후기에도 그런 얘기를 썼지만 블로그는 나의 굿즈이면서 동시에 나의 글쓰기를 대변한다. 얼떨결에 독서 에세이를 냈지만 그 보단 내 블로그질이 훨씬 더 할 얘기가 많을 것이다. 아무튼 '문학사 굿즈샵'은 상당히 흥미로운 코너임엔 틀림없다. 두 번째 편은 어떨지 기다려진다. 

 

그밖에 단편 소설로는 장강명의 소설이 눈에 띈다. 장강명을 좋아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나로선 아직 판단이 서질 않지만, 그의 단편 '괜찮아요' 는 나름 괜찮은 소설이었다고 생각한다. 아나운서에 도전하는 미생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인데 잔잔하게 잘 읽혔다. 시작 전 작가의 사진이 실려있는데 선하고, 장난기 가득한 안경 낀 얼굴이 왠지 미워할 수 없는 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에 새로 안 사실이었는데, 창원 MBC가 살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니까 작가가 능청스럽게 찔러넣은 것이다. 근데 이 작가 그렇게 열심히 글을 쓴다며? 열심히 글 쓰는 작가를 싫어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소설가 최진영의 인터뷰도 인상적이었다. 그녀의 글 쓰는 태도가 나와 비슷한 것 같은데, 나 역시도 글을 쓰면서 고쳐 쓰기를 같이한다. 그녀와 내가 다른 건, 그녀는 그렇게 써서 어쨌든 책을 내지만 나는 쓰다가 엎는다는 것. 아, 소설 쓰기는 세상에 못할 일중의 하나인 것 같다.  

 

또한, "출근 시간도 한참 지나서 잠을 깼다."로 시작하는 시 '카프카, 당신도 나를 찾았었지' 도 독특하다. 흔히 보아 온 시가 아니다. 무슨 시가 활자가 그리도 많은지. 시 같기도 하고 짧은 에세이 같기도 하다. 이런 시도 나름 좋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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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10-12 19: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누님은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 누구 찍었어요? 저는 줄리언 반스를 찍었어요. 마거릿 애트우드도 노벨문학상을 받을 만한 작가인데, 2013년 수상자 앨리스 먼로가 애트우드와 같은 캐나다 출신이라서 올해는 물 건너 갔다고 생각했어요. 애트우드가 상을 받으려면 몇 년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아요. 이번에 나온 《시녀 이야기》 드라마판에 대한 반응이 좋고, 세계적으로 페미니즘 열풍이 불고 있어서 애트우드가 올해 상을 받았으면 이견이 없다고 생각해요. ^^

stella.K 2017-10-13 13:21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애트우드 찍었다 미끄덩이었다니까.
근데 이 사람이 캐나다 사람이었어?
난 영국인 줄 알았다능...ㅠ
글치않아도 <시녀이야기> 드라마가 나왔다고 해서
나도 관심 폭증인데 최근에 나온 건가 보지?
내가 보려면 시간 좀 들여야 할 것 같다.

그나저나 너의 굿즈는 뭐니?
그것 좀 알면 안 되겠니..?ㅋ

cyrus 2017-10-13 13:32   좋아요 0 | URL
제가 굿즈를 받으려고 책을 사겠습니까? ㅎㅎㅎ 당연히 제가 좋아하는 굿즈는 책이죠. ^^

stella.K 2017-10-13 13:57   좋아요 0 | URL
ㅎㅎㅎ 그렇군. 당연한 걸 다 물어 보고 말이지.
나쁜 누나다. 그지?ㅋㅋㅋㅋ

서니데이 2017-10-13 17: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희 집의 굿즈는 티코스터가 인기입니다.^^
오늘 아침에 기온이 서울은 6.1도 였다고 하는데, 그래도 오후는 어제보다 조금 더 기온이 오른 거라고 해요.
stella.K님, 감기 조심하시고 좋은 하루 되세요.^^

stella.K 2017-10-14 11:49   좋아요 1 | URL
오, 그 이쁘고 앙징 맞은 티코스터요!
글치 않아도 저의 커피잔이 엉덩이가
따뜻하다고 하네요.ㅎㅎ

날씨가 갑자기 쌀쌀해졌습니다.
이제야 가을 날씨답다 싶긴한데
앞으로 점점 추워질 거 생각하니까
얼마 전까지의 날씨가 그리워지네요.
서니님도 감기 조심하시고 좋은 하루 되시길....!^^

페크pek0501 2017-10-14 15: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타자기, 워드프로세서... 오랜만에 들어 보는 반가운 이름입니다.
저도 워드프로세서를 살 생각이라고 말하면 돈을 더 보태서 컴퓨터를 사란 말을 듣던 시절이 있었어요.
그때 집에 팩스는 있었어요. 그래서 원고지에 쓴 것을 팩스로 어느 잡지사에 보내는 일을 했던 적이 있는데 어느 시점부터 이메일로 제출하는 시대가 오더라고요. 그래서 팩스는 무용지물이 되었죠.
팩스 시대에서 컴퓨터 시대로 전환되던 그때를 지금도 기억합니다.

stella.K 2017-10-14 18:21   좋아요 1 | URL
아, 맞아요. 팩스!
전 이게 정말 신기하더라구요.
어떻게 이쪽에서 보내면 저쪽에서 받을 수 있는지...
진짜 이메일 생기고부턴지 아님 우리 나이가 그래서인지
편지도 잘 안 쓰게 되더라구요.
대신 이렇게 실시간 댓글을 쓰는데 편지가 무슨 소용인가
싶기도 하구요.ㅎ

서니데이 2017-10-14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는 컴퓨터가 있는 집이 많지 않았는데, 인터넷 전용선이 집집마다 들어오는 시기부터는 컴퓨터가 가전처럼 된 것 같고, 요즘은 휴대폰도 그런 느낌입니다. 그런데, 가끔 팩스로 보내달라는 말을 들으면, 우리집에는 팩스가 없어서 조금 불편해요. 그러면서 아직도 팩스를 많이 쓰는 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고요.
stella.K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stella.K 2017-10-14 18:51   좋아요 1 | URL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간혹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도 있긴 있나보군요. 신기해라.ㅋ

그래요. 서니님도 미투요!^^

transient-guest 2017-10-17 01: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타이핑과 손글씨로 하는 작업의 가장 큰 차이는 생각하는 방식의 차이가 아닐까 싶습니다. 손으로 쓸 때보다 훨씬 빨리 글이 나오는데, 익숙해지고나면 이게 거의 로보트처럼 작업이 됩니다. 손으로 쓰던 시절에는 생각하면서 한줄씩 채워보던 것이 쓰고 지우고 재구성을 반복하면서도 멈춤없이 계속 작업이 되는 것이 타이핑 같습니다. 시험을 손으로 치룬건 대학시절이 끝이고 이후엔 늘 노트북을 들고 다녔어요. 워드프로세서는 92-93년 정도에 잠깐 사용한 기억이 있지만, 이후론 늘 PC가 곁에 있었습니다.ㅎㅎ

stella.K 2017-10-17 13:25   좋아요 0 | URL
그래요. 맞아요. 손으로 쓰면 그런 건 있는 것 같아요.
쓰고 지우고 재구성하고.
그런데 기계에 익숙해져 버리면 그런 신경이 이예
퇴화되버리는가 봅니다.ㅠ

와, 근데 워드프로세서를 직접 써 보셨군요.
저는 주위에 pc 권하는 사람만 있었지 그걸 쓰고 있다는
사람은 못 만났습니다.ㅎ

2017-10-18 20: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7-10-19 13:25   좋아요 0 | URL
아, 네. 즐독되시기 바랍니다.^^
 

 

어제 영화 <박열>을 보았다.

최근 이준익 감독의 영화가 좋아져 이 영화도 관심이 갔는데

글쎄..생각 보다는 별로란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이게 한국 영환지 일본 영환지 헷갈릴 정도로 한국어 보다는

일본어를 많이 쓰고 자막을 많이 사용했다.

그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난 솔직히 좋지는 않았다.

물론 박열이 우리나라가 아니라 일본 현지에서 살았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그래도 영환데 좀 더 친절해질 수는 없었을까? 

 

시점도 좀 아쉬웠는데,

차라리 박열의 동거녀였다던 가네코 후미코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풀어갔더라면 더 낫지 않았을까?

후미코에게 시점을 내어주기가 그리도 싫었나 싶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는데 나의 예상을 빗나간 것도 있다.

즉 나는 당연 박열이 일본놈들의 등쌀에 일찌감치 죽고,

그의 삶을 후미코가 글로 남겼을 거란 생각을 했더랬다.

실제로 그녀가 쓴 <나는 나>란 책도 있지 않던가.

 

그런데 영화를 보니 오히려 후미코가 박열 보다 일찍 죽었다.

그리고 그건 그녀의 선택이기도 했다.

박열은 생각 보다 훨씬 오래 살았다. 그것도 감옥에서.

후미코가 왜 박열을 선택했는지도 별로 나타나지도 않았다.

요즘 같은 감성으로 사랑은 작감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기엔 설명이 너무 없다.

 

박열을 변호해 준 일본인 변호사를 우리나라가 언젠가 훈장을

수여했다는데 것도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일본이 우리나라에 몹쓸 일을 많이한 건 사실이지만

잘한 건 잘했다고 인정을 해 줘야지.

그런 점에서 훈장 수여는 잘한 일 같긴 하지만 좀 늦은 감이 없지않다.

 

영화가 좀 단조롭다. 

박열이란 인물을 총제적으로 드러내주지 못하고 너무 한정적으로만

보여주는 것 같다. 이를테면 재판에만 포커스를 맞혔다고나 할까?

 

게다가 좀 의도적이란 느낌도 든다.

요즘의 한일관계도 썩 편치마는 않은데

그렇다고 어디다 데고 공식적으로 욕할 수 없고

그러니 영화에 대고 욕한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가장 안전한 방법이긴 하지만 그도 너무 많이 쓰면

작위적이란 느낌도 든다.

과유불급이라고 적당히 하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우리나라야 역사적으로 한일관계에 대해선 파고 파도 끝이 없겠지만,

일본은 그것에 대해 어떻게 스토리텔링을 만들어 나가는지

새삼 궁금해졌다.

 

이런 계보를 잇는 영화 자꾸 만들어져야겠지만

그 생각 끝에 늘 켕기는 건 베트남이다.

물론 우리가 베트남을 침략한 적은 없지만

알게 모르게 못된 짓을 많이했다고 하던데

그 과거사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이제훈은 나무랄 때 없는 연기를 펼쳤다고 생각하지만

후미코 역의 최희서는 별로다.

일본어를 잘해서 캐스팅 했다던데,

그냥 영화 <동주>에서처럼 안전하게 나오는 것이 오히려 낫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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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7-10-11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봐야겠어요 ㅎㅎ;;;

stella.K 2017-10-11 14:54   좋아요 0 | URL
동주는 좋았는데 말이죠.ㅠ

2017-10-11 15: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0-11 15: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10-11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한국 역사가 영화 소재로 많이 사용하다보니 영화로 역사를 접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영화보다는 (균형 잡힌 시각으로 정리된) 책을 보는 게 유용하다고 생각해요.

stella.K 2017-10-11 16:19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이다.
영화 덕분에 책을 볼 사람도 많겠지만
대충 영화만 보고 안다고 할 사람도 있겠지.
영화에선 다 담을 수 없는 것들도 많은데...

후애(厚愛) 2017-10-11 2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석 연휴는 잘 보내셨지요.
늦은 인사 드립니다.^^;;

날씨가 싸늘해졌어요.
감기조심 꼭 하세요.^^

stella.K 2017-10-12 13:45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오늘은 공기가 어제완 많이 다르네요.
후애님도 감기 조심하세요.
고맙습니다.^^

transient-guest 2017-10-17 0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를 본 느낌은 선전에서 나온 클라이맥스를 이어붙인 것 같다는 것입니다. 흐름이나 구성이 지루했고 몇 가지 장면의 신선함으로 영화를 끌어가기엔 많이 부족했다는 생각입니다. 말씀처럼 박열보다는 가네코 후미코의 눈으로 영화를 가져갔다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일단 영화화하기엔 그 한 순간을 지나면 박열의 삶이 너무 지리했다는 생각도 합니다.

stella.K 2017-10-17 13:30   좋아요 0 | URL
제가 영화를 허투로 보진 않았군요.ㅋ
영화를 너무 진지하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는 감독의 영화를 대체로 좋아하는 편이긴 한데
이 영화에서 제동이 걸리고 말았어요.
혹시 작가주의 감독이되는 건 아닐지
살짝 걱정이 되더군요.
 

“미국이 전쟁을 말할 때, 한국은 몸서리친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10081215011&code=970100#csidx6c173eeb76b62809036ac7f49ef7d25

 

작가 한강이 저런 말을 했단다.

멋지다.

 

내가 오래 전부터 나름 선호하는 직업 중 하나가,

작가, 언론인이었다.

나라가 어지럽고 혼란스러울 때

지도자가 솔선하는 게 가장 좋긴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러기는 쉽지 않다. 다 제 밥그릇만 챙길 생각만 하지.  

 

그래도 누군가는 바른 말을 해야하지 않는가?

그것에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이 작가나 언론인

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작가로서 그런 바른 말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런 점에서 작가 한강이 다시 보인다.

 

김정은이야 원래 정신이 온전하지 못하니 그런다손 치더라도,

트럼프의 허세가 난 더 몸서리쳐 진다. 

그 사이에 낀 문재인 정부는 뭐 하는 건지?

그렇게 잘 해 주길 학수고대 했건만...

 

트럼프야 우리나라를 상대로 무기 팔아 먹고

자기네 나라에서 전쟁할 수 없으니

여차하면 우리나라를 전장 기지로 삼겠다는 것 아닌가? 

우리나라는 언제까지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살아야 하는 건지...

 

한강이 뭐랬다고 과연 트럼프가 들을 건지는 모르겠으나

그래도 할 말은 한 것 같아 속은 시원하다.

맨부커상 그냥 받지 않았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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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7-10-09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의 번역자도 데보라 스미스네요. stella.k님 편안한 밤 되세요.^^

stella.K 2017-10-10 14:13   좋아요 1 | URL
아, 그런가요? 알려 주셔서 고마워요.^^

레삭매냐 2017-10-10 14: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로켓맨하고 말폭탄쟁이 트럼프의
대결이 참 거시키하네요.

503호 정부시절 원체 가능한한 대북
제재조치들에 말뚝을 박아 놔서리
이니정부가 움직일 수 있는 게 거의
없지 않나 싶습니다.

울나라한테 그렇게 많이 무기를 팔아
먹으면서도 모자라서 전쟁 운운하는
꼴이 정말 보기 싫습니다.

stella.K 2017-10-10 14:55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입니다.
그꼴을 앞으로 3년은 더 보고 살아야 한다는 게
끔찍할 뿐이죠.
우리나라도 그렇긴 합니다만
미국도 그다지 지도자의 복이 있는 나라 같지는 않습니다.ㅠ

서니데이 2017-10-10 20: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stella.K님, 저녁에는 조금 더 차가운 바람이 불어요.
내일은 기온 많이 내려간다고 합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편안한 저녁시간 보내세요.^^

stella.K 2017-10-11 10:47   좋아요 0 | URL
오, 자상하기도 하셔라.
밤새 다녀가셨군요.ㅎ
오늘부터 다소 쌀쌀하다고 하던데
아직까지는 그닥 추운 줄 모르겠습니다.
서니님도 오늘 하루 즐겁게 보내십시오.^^

페크pek0501 2017-10-10 22: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괜히 작가가 아닌 거죠.

어제 신문에서 ‘내 인생의 책‘을 읽었는데 참 잘 썼길래 누가 썼나 봤더니 소설가, 라고 하더군요.
괜히 소설가가 아닌 거죠. ㅋ

stella.K 2017-10-11 10:52   좋아요 0 | URL
아, 신문에 그런 코너가 있나요? 혹시 어느 신문인지...ㅎ

사실 한강의 작품에 대해서 별로 좋은 평은 아닌 것 같더라구요.
제 후배는 너무 이상야리꾸하다고 하던데...
작년에 상 받을 때 저도 채식주의자를 샀는데
막상 사 놓고 아직도 못 읽고 있어요.
영화도 나와서 보다 말았는데...
근데 어제 그 책을 읽어 볼까 하는 생각이 나더군요.
사람의 마음이란 참 간사해요.ㅋㅋ

페크pek0501 2017-10-14 12:52   좋아요 0 | URL
경향신문에 <내 인생의 책> 코너가 있어요. 오늘도 실렸답니다.
소설가는 부희령입니다. 오늘 신문에 실린 글도 잘 썼길래 아예
오려 놓았답니다. 인터넷으로 보세요.
부희령의 내 인생의 책, 치시고. ㅋ

좋은 하루 되세요...

stella.K 2017-10-14 12:57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고맙습니다.
꼭 읽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1. 여자들은 왜 못 웃길까?

 

 

어제 모처럼 후배와 연극을 봤다.

엄청 기대를 하고 보면 실망할지 모르지만, 별 생각 없이 보면 나름 웃기고 볼만하다.

 

사람이 보고 들은 말이 어떻게 거짓말이 되고, 거기에 드러난 인간의 돈에 대한 욕망을 풍자적으로 잘 보여준 연극이라고 생각한다.

 

총 6명의 배우가 나오는데, 두 명이 여자다. 남자 배우는 골고루 웃기고(그중 띨빵한 역을 맡은 배우가 하나 있던데 가장 많이 웃겼다) 나름의 무대 장악력이 있는데 여자 배우 둘은 그저 고만고만한 연기를 보여줘 아쉬움이 컸다.

 

똑같은 대사라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법인데 아직 경력이 부족해서일까? 아니면 캐릭터를 만들 때 남자는 크게 한탕해도 좋지만, 여자는 바르고 옳기만 해서 남자를 구원의 길로 인도해야한다는 것을 암암리에 의도했던 것일까? 

 

구도도 남편의 생일 날 10년만에 임신 소식을 알리는 서프라이즈를 하려고 그 난리 생쑈를 벌인다는 것인데, 엔딩이 나쁜 건 아니지만 그다지 신선하지는 않다. 아무튼 그런 구도라면 여자는 무대에서 못 웃긴다는 편견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렇지도 않다. 얼마 전에 본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는(이 작품은 정말 모든 면에서 탁월한 작품이다. 같이 간 지인은 자신이 본 작품 중 탑5안에 든다고 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여성을 위한 작품이라고 해도 좋을만큼 구성이나 여배우들의 무대 장악력이 뛰어나다. 그점은 본 받을만 하다.

 

 

2. 역시, 매너가 문제다

 

후배와 연극을 보고 늦은 저녁을 먹고 소화도 시킬 겸 지하철까지 걸었다(하긴, 거긴 걷지 않으면 지하철까지 갈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사실 이 친구는 여름이 오기 전 발을 다쳐서 깁스를 하고, 다 나은 지가 얼마되지 않는다. 물론 지금도 완전히 나은 상태는 아니라고 한다. 어쨌든 처음 그 소식을 접했을 때 나는 달리 해 줄 말이 없어, 그나마 한 여름에 안 다친 게 어디냐고 별 도움도 안 되는 말을 위로랍시고 했었더랬다. 그랬더니 그 친구는 그 비보를 전하는 사람마다 나 같이 말하더란다. 역시 사람 마음 똑같다 싶다.

 

그런데 요즘 남자들 정말 매너가 꽝이다. 그 후배가 얼마 전에 겪은 얘기를 해 주는데, 평소 알고 지내는 남사친을 만났단다. 길에서 만나기 뭐해 장소를 잡아 준 것 까지는 좋은데, 조금 늦겠다는 말에 일방적으로 음식을 먼저 시켜 먹고 있더란다. 왜 그랬냐고 했더니 혼자 뻘쭘하게 있는 게 뭐해 먼저 시켰단다. 아무리 자신이 매력없는 여사친이라고 하지만 그리 많이 늦은 것도 아닌데 잠시도 못 기다려 주는지? 그건 고사하고 뭘 먹을 건지 조차 묻지도 않고 일방적 시켰단다. 순간 밥맛이 확 떨어지더라는.

 

뭐 또 그것까지는 용서하고 넘어 간다고 치자. 당시는 깁스를 푼지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그렇다고 다 나은 것은 아니니 절뚝거리며 겨우 도착했건만 기껏 한다는 소리가, "너 뭐야? 병신이네." 하더란다. 말하자면 그는 깁스를 풀었다기에 완전히 나은 친구의 모습을 기대했었나 보지. 그런데 의외다 싶으니 순간 튀어나온 말이 그 말이었겠다!

 

그걸 터프한 남자들의 세계에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시부리는가 본데, 여자에게 그것도 다친 사람에게 할 소리는 아니지 싶다. 아무리 여사친이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대할 수 있는 상대는 아니지 않는가? 성적 매력이 느껴지지 않으면 아무렇게나 대할 수 있는 남사친, 여사친은 없다. 사람을 대하는 기본적 예의와 거리는 지켜져야 하는 거 아닌가?

 

물론 말실수 할 수도 있다. 그러면 사과하면 된다. 그런데 내 후배의 남사친은 아직도 사과를 하지 않는가 보다. 지금도 생각나면 한번씩 욕해주는 걸 보면. 하긴, 뼛속까지 터프하면 사과하긴 쉽지 않지.

 

난 이제 남자들에게 기본 예의지켜달라고도 하지 않겠다. 어디가서 욕 먹을 짓만 하지 말아 줬으면 좋겠다. 입에 맞는 말을 할 수 없다면 입이라도 다물어라. 반은 할 테니까. 남자가 입을 다물어 준다면, 내가 늘 얘기하는 거지만 페미니즘의 반의 반은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여사친(남사친)에게 조차 잘 할 수 없는 사람이 사랑하는 연인한테는 잘할까?  

 

 

 3. 이걸 믿어야할까, 말아야 할까?

 

연극을 보고 나오는 길에 그 유명하다던 <별마당 도서관>이라는 곳을 잠시 구경했다.

나는 늘 방구석을 좋아하는 타입이라 도서관 같은덴 잘 안 다닌다. 과연 우리나라에 이만한 도서관이 있는지 잘 모르겠는데 정말 입이 떠억 벌어질 정도로 크고 넓었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코엑스는 서울의 핫플레이스인만큼 그안에 이런 도서관이 들어가 있다면 구경삼아서라도 안 들리고는 못 베길 것 같다. 

 

늦은 시간인데도 앉을 자리가 거의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제법 많았고, 책 읽는 자사도 어른부터 아이에 이르기까지 진지했다. 다소 어수선한 것 같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저마다 진지하게 자기할 일들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어디는 뭐 낫겠는가?

 

그런 걸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 책 안 읽는다는 말 지어낸 말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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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7-10-08 1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엑스에 새로 생겼다는 뉴스 보았는데, 아직 한 번도 가보지 못해서 궁금했었어요.
실제로 보면 큰 공간 일 것 같은데도 사진 속에서도 사람이 많아보여요.
stella.K님, 저녁 맛있게 드시고, 좋은 시간 보내세요.^^

stella.K 2017-10-09 13:22   좋아요 1 | URL
네. 구경 삼아서 가도 좋을 것 같아요.
서울 중심가에 저런 큰 도서관 있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 싶어요.
우리나라 사람 책 안 읽는다고 말하는 것도
구시대적 보도란 생각이 듭니다.
뭐든 가까이 접할 수 있게해주면
영향을 받는 것 같아요.^^

cyrus 2017-10-10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렇게 사람들이 바글바글거리는 도서관은 별로예요. 혼자 가도 책에 집중하기 힘들 것 같아요. ^^;;

stella.K 2017-10-11 10:57   좋아요 0 | URL
나도 그렇게 생각하는데 그래도 가끔
심심할 때 놀이삼아서 가 보는 것도 괜찮은 것 같아.
왜 딱히 독서할 마음은 없는데 책구경은 하고 싶을 때있잖아.ㅋ

근데 꽤 오랜만이다.
무슨 일 있나 궁금하더군.
연휴동안 어디 다녀온 것이냐?
네가 이럴 때도 있구나 쫌 놀랐다.ㅋㅋ
 
순정
이은희 감독, 디오 (EXO) 외 출연 / 알스컴퍼니 / 2016년 11월
평점 :
품절


요즘 보는 영화마다 실망을 했던터라 이 영화 역시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봤다.

평식이, 평순이의 평점을 믿을 수가 있어야 말이지.

어, 근데 이 영화 정말 쓰레기 더미에서 건져낸 보석 같은 영화다.

 

얼핏 <써니>를 만들었던 사단에서 만들었다나,

아니면 그 영화와 계보를 같이 한다나..

하나 확실한 건, <써니>의 계보를 잇는다는 것.

형식이나 구조도 흡사하다.

혹시 <써니>를 보고 괜찮았다고 생각한다면

이 영화도 꼭 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써니>와 비슷하다면 다소 식상할 수도 있을 텐데 그렇지가 않다.

솔직히 이야기도 어디서 본듯하긴 하다.

그런데도 가랑비에 옷 젖듯이 빠져 드는 데가 있다.   

 

확실히 영화는 음악과 함께할 때 그 효과는 배가가 되는 것 같다.

90년대 인기 팝송을 차용해 추억을 자극한다.

 

나도 가끔 사춘기 시절을 추억해 보는 때가 있다.

물론 사춘기는 다시 돌이키고 싶지 않은 인생의 한때 이긴 하지만

또 생각해 보면, 그때만큼 풋풋하고 좋았던 시절도 없었던 듯하다.

온전히 나 하나로만 꽉 찬 시절 아닐까?

누구를 먹여할 책임도, 누구의 인생을 책임져 줘야할 것도 없다.

오로지 친구와 공부와 미래에 대한 고민과 공상만 하면 된다.

부모가 입혀주고, 먹여주고 재워주는데 뭐가 걱정이랴.

그런데도 그 시절은 또 그렇지만도 않다.

그 고민으로도 머리가 터진다.

지나놓고나면 아무 것도 아닌 걸로 얼마나 많은 것들을 소진해야 하는 것인지.

인간은 걱정 기계인지도 모르겠다.

 

이 영화는 어찌보면 황순원의 '소나기'의 또 다른 버전 같기도 하다.

수옥이 왜 다리를 저는 불구의 몸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때 다리를 고칠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있다 그것이 좌절되자 절망한다.

또 그때 수옥을 좋아하던 범실이 수옥에게 비로소 사랑을 고백하는 건

확실히 순정이다. 그 사랑을 약속하는 것 또한 순정이다.

 

인상적인 건, 범실이 그 사랑을 고백한 후 수옥의 입술에 키스하지 않고,

입술을 정조준한 투명 우산에 키스한다는  것.

아, 이렇게 순박하고 인상적인 키스라니...

 

나중에 수옥이 그런 절망과 함께 친구들과 마을 사람들로부터 오해를 사고,

게다가 범실의 사랑 고백까지 많이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결국 바다에 자신의 몸을 던지는데 워낙 바다 물결이 거세어 수옥의 시체를

구할 수가 없다. 그러자 범실이 물속에 들어가 구하는데 성공한다.

그 장면이 어찌나 마음이 짠하던지.

 

암튼 전편에 흐르는 다섯 명의 친구들의 우정이 정말 진하다.

과연 저런 우정이 있을까 싶은데

영화가 아기자기 하면서도 마음을 후빌 땐 제대로 후빈다.

약간의 트릭도 있고.

 

굳이 흠이라면 영화가 너무 수학적이고 퍼즐 맞추듯 한다. 

그냥 물 흐르듯 자연스러워도 좋을 텐데 그런 점에서는 

너무 열심히 만들었단 티가 난다.

그래도 이만하면 훌륭하다.

모처럼 좋은 영화를 본 것 같아 뿌듯했다.

강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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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7-10-07 10: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써니>를 본 사람으로서 이 영화에 관심이 가는군요.
옛 시절을 자극하는 영화가 좋을 나이에 (제가) 와 있는 것 같아요.

추석 연휴는 잘 보내고 계신가요?

stella.K 2017-10-07 11:04   좋아요 1 | URL
아, 언니!
명절 잘 지내셨습니까?
저도 잘 지냈습니다.

<써니>를 재밌게 보셨다니
꼭 보셔야 할 것 같네요.
후회 안하실 거예요.^^